여자의 일생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19
기 드 모파상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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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에트르타에 다녀온 이야기를 정리하면서 모파상이 에트르타에 머물면서 작품활동을 했으며, <여자의 일생>에 에트르타의 작은 코끼리 바위에 대하여 서술되어 있다는 대목을 확인하려고 읽었습니다. 문제의 대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그들은 해안에서 멀리 나아갔다. 수평선 쪽으로는 하늘이 낮아지면서 대양과 하나로 합쳐졌다. 육지 쪽으로는 깎아지는 듯한 높은 절벽이 그 아래에 커다란 그림자를 던지고, 햇빛을 가득 받은 비탈진 잔디밭들이 절벽 군데군데 박혀 있었다. 저 멀리 뒤쪽에서는 페캉의 하얀 방파제로부터 갈색 범선들이 출항하고 있었다. 그리고 앞쪽 저 멀리에는 괴상한 바위가 솟아 있었는데, 중간에 구멍이 훤히 뚫린 그 둥그스름한 바위는 물 속에 코를 처박은 거대한 코끼리와 비슷한 형상이었다. 그것이 에트르타의 작은 관문이었다.(49-50쪽)”

이야기를 읽다보면 <여자의 일생>의 주인공 잔느가 사는 곳은 에트르타와 페캉의 중간인 이포르(Yport) 부근의 에투방 마을에 있는 푀플성이라고 했습니다. 이포르를 떠나 에트르타로 향하는 장면을 서술한 것인데, 에트르타에 도착하면서 코끼리 바위에 대하여 자세하게 설명이 이어집니다. “바닷속을 걷고 있는 절벽의 두 다리와도 흡사한 에트르타의 거대한 아케이드가 홀연히 눈앞에 나타났다. 선박이 드나들 수 있는 아치 구실을 할 만큼 높았다. 그리고 뾰족한 흰 바위봉우리가 첫 번째 아케이드 앞에 우뚝 솟아있었다.(51-52쪽)” 하지만 모파상의 서술은 에트르타의 지형을 고려할 때 정확하지 않은 듯합니다. 뾰족한 흰 바위봉우리는 아귀(Aiguille)라고 부르는 바늘모양의 바위를 말하는데, 이는 이포르쪽에서 오다보면 두 번째 아케이드 뒤쪽에 있기 때문입니다.

<여자의 일생>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되는 이 책의 원제는 <Une Vie>인데, 옮긴이에 따르면 ’한 인생‘ 또는 ’어떤 인생‘ 정도의 의미라고 합니다. 어쩌면 일찍이 <여자의 일생>으로 일본에 번역 소개되었던 것을 우리말로 중역하면서 별다른 생각 없이 일본에서와 같은 제목을 취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옮긴이는 잔느라는 세상물정 모르는 시골 귀족 여성의 삶을 그린 이야기를 프랑스 여성의 삶으로 일반화하는 오류를 바로 잡고 싶었지만, 적지 않은 세월에 걸쳐 굳어진 이름을 바꾸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풍족하지는 않지만 부족한 바가 없는 시몽자크 르 페르튀 데 보 남작은 지난 시대의 귀족으로 선량한 심성을 가진 사람으로 그려집니다. 그는 딸 잔느를 행복하고 선량하며 올바르고 다정하게 키우려는 생각에 열두 살이 되던 해에 성심 수녀원에 들어가 열일곱이 되는 해까지 교육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도록 한 것입니다. 순결할 수는 있었지만 세상물정을 배울 기회가 없는 결정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성심수녀원에서 나온 그녀는 부모와 함께 이포르의 절벽 위에 있는 푀플성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리고는 마을 신부님의 중매로 드 라마르 자작과 결혼을 하게 됩니다. 결혼을 하고 신혼여행을 떠나기 전까지 세상에 없는 점잖은 신사로 보였던 자작은 신혼여행에서부터 인색하고 쪼잖은 본색을 조금씩 드러내기 시작하더니, 종국에는 잔느와 젖을 함께 먹고 자란 하녀 로잘리를 범하고 임신을 시켰을 뿐 아니라, 뒷수습을 하는 과정에서도 파렴치함을 보입니다. 성심수녀원에서 나올 때는 아름다운 삶을 꿈꾸던 순수했던 잔느의 일생은 물론 남작의 가문은 파국으로 치닫게 됩니다. 잔느와 드 라마르 자작 사이에 생긴 아들, 폴을 지나치게 감싸고도는 바람에 제대로 큰 폴이 창녀에 빠져 가산을 탕진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남작과 잔느의 편협한 교육관이 결국은 가문의 몰락으로 연결된 셈입니다. 이런 이야기구조는 당시 프랑스 귀족사회에서 드러난 일반적인 현상을 그린 것 아닐까 싶습니다. 마을 신부님은 노르망디 지방의 성풍속이 엉망이라고 했지만, 근대 프랑스 사회의 성풍속은 어지러울 지경이었던 것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은 엄격함과 자유로움이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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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듦의 기쁨
애비게일 트래포드 지음, 오혜경 옮김 / 마고북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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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에서 오는 개인적 편향성이 드러나는 책읽기의 전형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이가 들면 어떤 일에서 기쁨을 얻을 수 있는가에 대한 관심이 책을 골라들게 했습니다. ’후반생 40년을 꽃피우는 12가지 주제‘라는 부제를 단, <나이 듦의 기쁨>은 워싱턴포스트의 건강분야의 편집인 자리를 내놓고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애비게일 트래포드가 쓴 책입니다.

50대 중반에 할머니가 된 것이 계기가 되어 편집 업무에서 물러나기로 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하니 사실을 나이 듦을 논하기에는 이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 또한 개인적 편향일 수 있습니다. 저와 비교하여 10살이나 젊은 나이에 나이 듦을 논한다는 게 솔직하게 말씀드려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결혼이 파경을 맞은 상실이 더 결정적인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더 하여 수술까지 받아야했다니 설상가상이 따로 없었을 것 같습니다.

이 시점에서 저자가 고려했던 것은 65세 이상의 백인들 남성에서 자살률이 가장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자살이란 자기파괴적인 사건인데 우울증이나 기타 의학적인 문제 이외에도 나이듦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일어나는 것으로 판단한 것 같습니다. 누구나 장수를 누릴 수 있게 되면서 보너스로 얻게 된 시간에 대한 새로운 목적과 기쁨을 찾을 수 없다면 생물학적 연옥에 갇히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늘어난 기대수명을 생물학적 연옥에 비유하면서 ’살기에는 너무 늙었고 죽기에는 너무 젊다는 느낌에 빠질 수 있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새롭게 얻은 시간을 제2의 사춘기로 정의한 저자는 무언가 활로를 모색하기 위하여 우리나라를 찾았었다고 합니다. 특히 경주 남산의 석굴암에서 본존불 앞에 섰을 때 이런 느낌을 얻었다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재잘거림과 낙엽의 향기 속에 홀로 서 있는 동안 시간이 그대로 멈췄다. 나는 부처의 응시 속에 사로잡혔다. 영원의 고요함 속에서 과거가 인정되고 미래가 더없이 소중해지는 순간이었다. 내 인생의 한 부분은 끝났다. 새로운 부분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 두 부분은 서로에게로 흘러든다. 이 둘은 직선으로 나가지 않고 반원을 그리면서 하나의 원을 완성된다. 미래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와 통합되면서 하나의 완결체를 이루어 가고 있었다. 경주의 고요함 속에서는 조화가 권력을 이기고, 평온함이 성공을 이기고, 창의성이 신분을 이기며, 무엇보다도 사람이 모든 것을 이기고 있었다.(19쪽)”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제 나이 즈음이 되어 이 책을 쓰게 된 것 같습니다. 나이 듦에 따라 여분으로 얻었다는 느낌이 드는 시간들을 기쁨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섰던 것입니다. 언론인답게 나이가 들어서도 새로운 도전에 성공한 사람들을 찾아 면담을 하여 얻은 내용을 정리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렇게 정리해낸 ’나이 듦에서 기쁨을 얻는 방법‘은 모두 12가지였습니다. 이를 3개의 영역으로 구분하여 정리하였습니다.

“나만의 시간에 도달하다”라는 작은 제목에는 1. 두 번째 사춘기 맞이하기, 2. 틀을 깨고 떠나오기, 3. 상실을 승화하기, 4. 새로운 꿈을 꾸기 등을 배치했고, “무엇을 할 것인가”에는 5. 또 다른 일에 도전하기, 6. 받은 것을 되돌려주기, 7. 정신을 확장하기, 8. 다음 세대에게 유산 남기기 등을 배치했으며, “인생의 굴곡을 넘어 돌보는 사랑으로”에는 9. 우정을 새롭게 하기, 10. 로맨스의 세계 탐험하기, 11. 가족을 다시 재발견하기, 12. 영적인 위기와 대면하기 등을 담았습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름만 달리했을 뿐 개념 자체는 중복되는 것 같은 항목이 없지는 않습니다만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고, 어쩌면 저도 벌써 실행에 옮기고 있는 것들일 수도 있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책갈피를 끼워두었던 몇 가지들은 따로 정리해 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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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릴레오의 고뇌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5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재인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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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 덕분에 히가시노 게이고를 집중탐구하고 있는 중입니다. <갈릴레오의 고뇌>는 탐정 갈릴레오 연작의 다섯 번째 작품입니다. 데이도 대학 물리학부의 유가와교수와 동경 경시청의 구사나기 형사가 합을 맞추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절정에 올라있기 때문에 새로운 무엇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강박감 같은 것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탐정 갈릴레오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예고 살인‘이라는 새로운 사건 형식이 등장합니다.

<갈릴레오의 고뇌>에는 모두 다섯 건의 사건을 담았습니다. 사건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하여, 떨어지다, 조준하다, 잠그다, 가리키다, 그리고 교란하다 등을 화두로 삼았습니다. 추리소설인 만큼 사건과 관련한 실마리를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생각입니다. 추리소설의 독후감을 적는 일이 참 쉽지가 않습니다. 역시 유가와교수가 사건 해결에 나서는 만큼, 이번 사건들의 특색은 무엇이고 어떤 과학적 지식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용되었는가 하는 것이 관심의 초점이 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사건은 추락사와 관련된 사건입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구분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고, 죽은 사람이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누군지가 관건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용의선상에 오른 사람이 사건을 전후한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 즉 현장부재증명이 객관적이고 타당한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 생각해볼 일입니다. 용의선상에 올렸던 인물이 빠져나가게 되면 새로운 용의자를 내세워야 하는데, 이런 작업이 반전이 될 수도 있지만 주요 용의자를 사건 초반에 놓치고 있다면 범행과 관련된 증거의 인멸에 나설 시간을 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범인을 추리하는 즐거움 말고도 또 하나의 책읽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추리소설 작가가 사건의 배치와 문제에 접근해가는 방식에 집중하다보면 사소한 것을 놓치는 경우도 없지 않습니다. 대범하게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만, 손톱 밑의 가시에는 민감하면서 보이지 않은 마음 속에 들어앉아있는 인식의 오류라는 대들보는 보지 못하는 것이 인간인지라 소소한 것까지도 바로잡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책에서는 첫 번째 사건의 모두에서 찜찜한 대목을 발견합니다. “비가 퍼붓는 가운데 배달을 나갔지만 가는 곳마다 지하에 주차장이 있는 아파트라 물 한 방울 젖지 않은 채 상쾌한 기분으로 일을 다닐 수 있었다(9쪽)”라는 대목입니다. 비가 퍼붓는 가운데 스쿠터를 몰고 비가 퍼붓는 가운데 배달일을 하면서 물 한 방울 젖지 않을 수 있었다고 적는 것이 옳은지에 생각이 꽂힌 것입니다.

두 번째 사건은 유가와교수와 긴밀하게 관련이 있는 노교수가 연관이 된 사건입니다. 사실 이런 사건일수록 객관적으로 문제에 접근하기기 쉽지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본 학계에 버팀목이 되고 있는 철학 같은 것을 배울 기회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우수한 연구자의 자질 같은 것인데요. “성실하다고 다 되는 건 아니야. 때로는 허튼 짓이 대발견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연구자에게 필요한 자질은 뭐니 뭐니 해도 순수성이야. 어떤 것에도 영향받지 않고 어떤 색으로도 물들지 않은 새하얀 마음이야말로 연구자에게 가장 필요한 미덕이지.(110쪽)”

이런 미덕은 자연과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는 물론 사회과학을 하는 연구자에게도 필요한 덕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연구자들은 이런 철학을 지키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아 보이는 것은 저의 편향된 시각 때문일까요?

마지막 사건은 예고살인을 저지르는 범인을 어떻게 찾아내는가 하는 점인데, 전문 탐정이 아닌 일반인이 이런 방식으로 문제해결에 나설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대담한 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건은 의외로 단순한 정황에서 씨앗이 맺혀간다는 점도 배웠던 것 같습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조심해야 할 대목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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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랄라! 프로방스
박성국 지음 / 파랑새미디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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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다녀온 프랑스 여행을 정리하는 중입니다. 특히 프로방스 지방으로 진입하고 있어서 눈에 띄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쓴 분은 까다라시에서 진행되고 있는 국제핵융합실험로 건설 사업을 주관하는 국제기구에서 근무하면서 액상 프로방스에서 살면서 경험한 것들을 책으로 펴낸 것이라고 합니다 ‘삶에 지쳤을 때 머물고 싶었던 장소’라는 부제를 달아놓으셨네요. 얼마 전에 읽은 장다혜님의 <프로방스에서, 느릿느릿; https://blog.naver.com/neuro412/222048757055>과 맥락을 같이하는 생각 같습니다. 그만큼 프로방스에서 살아보신 분들이 느끼는 바가 비슷하다는 것이겠지요.

프로방스는 프랑스 남부 지중해안의 동쪽 절반에 해당하는 지방입니다. 알프스산맥의 끝자락에 있는 셈이니 바다와 산이 만나는 절묘한 장소에 있는 셈입니다. 프로방스라고 줄여서 부릅니다만 공식적으로는 프로방스 알프 꼬뜨 다쥐르(Provence-Alpes Cote d’Azur)입니다. 프랑스 행정구역의 명칭인 데파르트망(Department)이 우리나라의 광역시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는 것도 배웠습니다.

저자는 프로방스에서 보고 들은 것들을 프로방스 마을, 꽃, 자연풍광, 문화, 이야기 그리고 지중해변 도시라는 작은 제목으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잘 찍은 사진들을 넉넉하게 담았고, 사진설명을 포함하여 프로방스에 관한 이야기는 깔끔하게 압축해서 정리했습니다. 글을 읽는 것보다는 사진을 즐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글을 건너뛰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사진 가운에 본 듯한 풍경이 얼마 되지 않아서 사진에 더 끌린 것 같습니다.

생 뽈 드 벙스를 비롯하여, 에제, 생 빅투아르 산, 액상 프로방스, 모나코, 칸, 니스 등 프랑스 여행에서 들렀던 장소도 있지만, 정말 처음 들어보는 마을과 도시도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라벤더, 유채꽃, 개양귀비, 수로, 빼땅크 등도 익숙하지만, 역시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도 많습니다. 프로방스 지방에 흩어져 있는 마을 가운데 중세에 생긴 것들은 생 뽈 드 벙스처럼 대부분 언덕 위에 있다고 합니다. 14~16세기에 건설되었다고 하는데요. 좁은 길을 따라 지은 건물들이 단단한 돌로 만들어졌고, 골목길 조차도 미로처럼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마도 불시에 쳐들어오는 외적들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누군가 달았던 댓글들을 정리해서 곳곳에 배치하고 있는데, 아마도 책을 내기 전에 블로그에 연재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댓글을 적어주신 분들의 닉네임이라도 소개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댓글 또한 타인의 창작물이 아닐까요? 최근에 어느 분의 블로그에서 일고 있는 표절시비를 읽은 탓에 적어봅니다.

프로방스에서 별을 바라보아야 한다는 것을 깜박했습니다.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에’도 그렇지만, 저자께서 알퐁스 도데의 <별>에 나오는 ‘프로방스의 어느 양치기 이야기’에 나오는 한 대목을 인용하고 있어서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별이 많기도 해라! 너무 아름다워요! 이렇게 많은 별을 본 적이 없어여. 당신은 이 별들의 이름을 알고 있나요?” 여름날 프로방스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별이 엄청났던 모양입니다. 저자께서는 알퐁스 도데의 ‘프로방스의 어느 양치기 이야기’를 이례적으로 길게 적고 있습니다.

생 빅투아르 산의 경우는 세잔이 액상 프로방스에 있는 화실 부근 언덕에서 그린 모습만 기억하고 있습니다만, 저자는 다양한 방향에서 바라본 생 빅투아르 산을 소개해주셨네요. 가족들과 함께 생활을 하셨기 때문인지, 가족들 덕분에 겪은 이야기들도 적지 않게 소개되었습니다. 여생사를 따라가는 여행으로는 느낄 수 없는 프로방스에 사는 분들을 만나봐야 느낄 수 있는 진솔한 이야기가 더 실감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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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을 살아보니
김형석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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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봉직하면서 수필가로 활동해온 김형석교수님께서 97세 되던 해에 살아온 날들을 돌아보는 심정을 정리하였습니다. 행복에 대한 그의 생각, 결혼과 가정, 우정과 종교, 돈과 성공 그리고 명예, 마지막으로 노년의 삶에 대한 생각들을 담았습니다.

의학을 비롯한 다방면의 발전으로 누구나 100세를 살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젊어서는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던 일입니다. 따라서 젊어서 생각해두었던 노후의 삶에 대한 생각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역시 먼저 살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틀을 짜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서 읽게 된 책입니다. 필자 역시 장년기와 노년기를 맞고 보내면서 인생과 사회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더 늦기 전에 스스로의 인생관과 가치관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행복론에서는 아무래도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행복을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는 적고 있습니다. 행복과 성공이 동전의 양면과 같이 공존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객관적 기준이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나에게 주어진 재능과 가능성을 유감없이 달성한 사람은 행복하며 성공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가 부여받은 재능과 가능성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한 우물을 파지 못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렸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젊어서 생각했던 일들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고 하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이루어놓은 성과가 어땠는지 평가하는 일은 후세의 몫이라는 생각입니다. 그저 평범하게 살아내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최근에는 하고 있습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남들보다 뛰어난 무엇을 하려 나선다면 세상이 오히려 어지러워질 것 같아서입니다.

결혼과 가정, 우정과 종교에 관한 이야기들은 개인사에 가까운 일이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대학에서 젊은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해온 까닭인지 세상의 변화에서 동떨어져 있지는 않으신 듯합니다. 제 경우는 학교를 떠나고서는 꽤 오랫동안 젊은이들과의 접촉이 많지 않았다가, 지금 직장에서 들어와 12년을 보내면서 옛날과는 많이 다른 세태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변하고 있는 세태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면 빠져 죽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젊은이들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일을 해야 하지 싶습니다.

요즈음 우리사회는 양극화가 지나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내편이 아니면 적이라는 식으로 생각하다보니 중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만 것 같습니다. 같은 상황에서도 상대가 저지른 잘못은 격하게 비난했으면서도 우리 편이 저지른 잘못은 감싸는 이상한 행태를 너무나 많이 보고 있습니다. 저자 역시 흑백논리를 지향하다보면 중간 존재가 배제되는 것을 걱정하였습니다.

역사적으로 찬성과 반대가 대립할 때는 대화, 토론, 투쟁의 순서로 해결을 하게 되는데, 일반적으로는 대화와 토론 과정을 거치면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방법이 도출되면 토론에서 패한 쪽이 양보를 하기 마련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마르크스주의 사회에서는 투쟁에서 승리하는 쪽이 원하는 것을 얻게된다고 합니다. 요즈음 우리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대화와 토론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모습을 두고 내로남불이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자는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약을 치료하다가 듣지 않으면 주사를 쓰고, 그래도 안되면 수술을 한다고 했는데,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약이나 주사, 수술은 각각의 환자 상태에 따라 병용되거나 따라 선택되는 독립된 치료방식이지 단계별로 접근하는 치료방식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저 역시 적지 않은 나이에 접어들었기 때문인지, ‘사람은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라는 말씀을 새기려 합니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키워가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면 늙지 않을 것으로 믿고 싶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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