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구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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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진정한 등단 작품이라고 했습니다. 에드가 란포상에 응모했던 작품이 수상에 실패하면서 4년 뒤에 출간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면 그가 25살이라는 젊었을 때라서인지 학원을 무대로 한 이야기가 중심이 되던 시절이었던 듯합니다. 또한 운동과 관련된 주제로 하는 경우도 있었던 것을 보면 그가 운동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이야기도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교야구대회가 여럿 있어서 도토리 키재기 하듯합니다만, 일본에서는 봄 고시엔대회가 고교야구의 꽃이라고 합니다. 일본고교의 야구부는 4천개가 넘고 선수만 해도 16만 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 중에 지역예선 등을 거쳐 선발된 32개 야구부가 격돌하는 것이니 고시엔대회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즐기는 야구 수준에 머물던 게이요 고등학교가 봄 고시엔 대회에 출전하게 된 것도 스다 다케시라는 천재 투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강력한 우승후보 오사카의 아세아학원과 맞붙어 1:0으로 이기고 있는 가운데 맞은 9회 말에 3루수와 유격수의 잇다른 실책으로 만루의 위기 상황으로 몰렸습니다. 2사까지는 잡았지만, 마지막 타자와의 승부에서 통한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투수가 던진 폭투를 포수가 막아내지 못하고 뒷그물까지 굴러가는 사이에 역전주자가 들어와서 경기가 종료된 것입니다. 이때 스다가 던진 공이 마구(魔球)였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열흘 후, 게이요 야구부의 포수 기타오카가 애견과 함께 등굣길에서 죽은 채 발견되고, 며칠 뒤에는 투수 스다가 오른팔이 잘린 채 살해된 것입니다. 두 사람 모두 마구(魔球)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 사람이 죽고 나자 게이요 고교 야구부는 다시 즐기는 야구로 돌아가는 분위기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기 작품이라서인지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이 따로 없이 지역경찰이 나서서 사건을 조사하여 진실에 접근하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고교야구부 안에서 일어난 두 건의 죽음에 대하여 서술하는 사이에 도자이 전기주식회사에서 폭발물이 발견되고 이어서 나카조 겐이치 사장에게 돈을 요구하는 사건이 진행됩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두 사건이 언제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하는데 관심이 집중되기 마련입니다. 사회인 야구부를 두고 있다고는 하지만 개인기업에서 일어난 사건이 고교야구부에서 일어난 살인사건과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습니다.


작가는 독자가 머리를 쥐어짜는 사이에 두 사건을 연결할 수 있는 꼬투리를 조금씩 풀어놓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끌어갑니다. 미리 복선을 좌악 깔아두었더라면 읽어가다가 놓친 부분이 있다는 점을 깨닫고 되돌아가는 재미도 있기 마련입니다만,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꼬투리를 던지듯 내놓는 소설은 감질나듯해서 별로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건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알고 있는 사실을 수사진에게 제공하지 않는 바람에 사건해결이 터덕거리는 요인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해결에 실마리는 제공하는 그런 등장인물도 있기 때문에 종국에는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게 됩니다.


특히 야구에서 투수는 경기에서 감당할 몫이 큰 위치입니다. 어렸을 적에는 직구 중심으로 훈련을 받도록 하는 것은 변화구를 많이 던지게 되면 팔에 무리가 올 수 있다고 합니다. 또한 고교야의 경우 선수층이 두텁지 않기 때문에 대회가 열리면 제일 잘 던지는 투수가 대부분의 경기를 소화하는 야구단이 많다고 합니다. 당연히 팔을 혹사하는 투수가 생기기 마련이고 성인야구에서 피어보지 못하고 스러지는 선수도 많다는 것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고교야구에서도 통하는 진실인 셈입니다.


게이요 고교야구부에서 일어난 두 건의 살인사건과 마구 사이에는 어떤 사연이 숨어있는지, 사정이 어떻든 정석대로 운동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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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의 기생충 열전 - 착하거나 나쁘거나 이상하거나
서민 지음 / 을유문화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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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조국흑서라 불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 https://blog.naver.com/neuro412/222083815869>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수구세력의 적폐를 청산하자고 앞장섰던 분들이 보이는 행태가 비판의 대상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아니 더하는 것 같은 행태를 보면서 좌절했던 분들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진보의 탈을 쓴 사람들에게 속았다는 생각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위장 진보주의자들을 떠받드는 비이성적인 지지자들의 위세에 눌려 올곧은 소리를 내는 것조차 눈치를 보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이른바 진보가 위기를 맞은 순간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의 필진으로 참여하신 다섯 분들은 진정한 진보의 가치를 지켜야겠다는 사명감으로 제목소리 내기에 나섰다는 결의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 분들 가운데 서민 교수님의 <서민의 기생충 열전>을 다시 읽었습니다. 2013년에 초판이 나왔으니 꽤 오래된 책입니다. 기생충을 전공하시는 분들이 갇혀있던 자기들만의 세계의 문을 일반 대중에게 활짝 열어놓은 기념비적인 책이라는 점을 새삼 일깨우는 책읽기였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만해도 봄 가을에는 기생충검사를 하고 기생충약을 먹었습니다. 의과대학에 다니던 70년대에도 무의촌 봉사를 가면 기생충검사를 하고 약을 나누어주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시절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는 기생충 이야기가 시나브로 사라져버렸습니다. 기생충을 전공하시는 분들은 요즈음에는 무엇을 연구하시나 궁금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기생충의 세계에서도 과거의 주연들이 퇴진하고 새로운 주연들이 등장하는 큰 변화가 생겼을 뿐이었습니다. 우리와 함께하는 기생충들은 여전히 있었던 것입니다. 2020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에서 다룬 인간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서민의 기생충 열전>은 기생충의 정체를 설명하고, 우리 몸 곳곳에서 서식(?)하고 있는 기생충들을 소개합니다. 아주 쉽게 말입니다. 최근에 알레르기 질환이나 자가면역질환이 늘고 있는 것이 기생충감염이 줄어든 탓이라는 것도 틀리지 않았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기생충학을 깊이 공부한 것은 아닙니다만, 병리학과 진단검사의학을 전공한 저도 기생충을 볼 기회가 꽤 되었습니다. 기생충이 문제를 일으켜 수술을 받은 조직 안에서 기생충이나 충란이 발견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어가다보니 서민교수님이 경험하신 장모세선충 사례가 저와 연결될 뻔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1993년에 경험하셨다는 남원에서 확인된 장모세선충의 사례입니다. 제가 남원의료원 병리과에 부임한 1994년에 이 기생충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조금만 일찍 남원의료원에 갔더라면 그때 서민교수님을 만날 기회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최근에 어느 분이 소설 쓰시네라는 말씀으로 세인들의 주목을 받았습니다만, 소설을 쓰는 일을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 같습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상상력이 풍부하지 않으면 쉽지 않을뿐더러, 많은 소설들이 이미 일어난 일을 토대로 써진다는 사실을 모르셨던 모양입니다. <서민의 기생충 열전>에서도 저자의 소설가적 상상력의 일면을 엿보는 대목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맹장에 사는 요충이 알을 낳으러 항문으로 이동하는 경로를 설명하는 대목입니다.


맹장에서 항문까지는 서민교수님의 말대로 1.5m인데, 맹장은 우리 몸의 오른쪽 아래에 있고, 이어지는 결장은 간과 위장이 있는 위쪽으로 돌아서 왼쪽으로 돌아갑니다. 그런데 맹장에서 오른쪽 결장을 거치는 과정을 사람으로 치면 20m의 암벽을 등반하는 일에 비유하신 것입니다. 아무리 기생충이라고 해도 장 내용물인 이상 스스로 움직여 올라갔다고 하기 보다는 장운동에 떠밀려가는 내용물, 거칠게 말씀드리면 똥 덩어리와 함께 밀려갔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암벽등반으로 표현하신 것은 교수님의 상상력이 얼마나 풍부한지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는 것입니다.


어떻든 일반 독자들과의 돈독한 관계가 힘이 되어 진보의 가치를 지키는 일에 성공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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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무기력이 찾아왔다 - 우울증과 번아웃 사이에서 허우적대는 나에게
클라우스 베른하르트 지음, 추미란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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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말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에 의한 폐렴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어 지구촌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년 초에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하지 못하면서 대구를 중심으로 대규모 유행을 보여 강력한 방역정책을 시행하여 3월 말 경에는 일단 불을 끄는데 성공한 바 있습니다. 우한폐렴이 확산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외출자제 등의 방역이 강화될 무렵 사람들의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지면서 정신적 부담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급성 전염병으로 인한 사회적 통제가 강화되는 특정한 상황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이유로 지치거나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금년 들어 우한폐렴 사태도 있고, 개인적으로도 어려운 사정이 생기면서 정신적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독일의 정신요법의사이자 인기작가인 클라우스 베른하르트 기자가 쓴 <어느 날 갑자기 무기력이 찾아왔다>가 눈에 띈 것은 아마도 그런 이유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더하여 최근에 정리하고 있는 치매예방과 관련하여 우울증이 중요한 주제가 되었던 것도 이유가 되었을 것입니다.


우울증과 번아웃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자가치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목적으로 쓴 책이라고 하였습니다. 중요한 것은 원인을 정확하게 하고 그에 맞는 치료를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번아웃 증후군(burnout syndrome)은 소진증후군(消盡症候群)으로 옮길 수 있는데, 맡은 일에 몰두하던 끝에 피로가 쌓이고 열정이 사라진 상태를 말합니다. 이델비치(Edelwich J.)와 브로드스키(Brodsky A.)는 소진증후군이 발전하는 단계롤 열정-침체-좌절-무관심의 4단계로 구분하였습니다.


베른하르트는 우선 우울증과 소진증후군을 둘러싼 진실과 거짓을 정리하여 개념을 분명하게 합니다. 그리고 우울증과 소진증후군을 일으키는 원인을 각각 10가지씩 들어 설명하고, 우울증과 소진증후군이 생기는데 기여하는 개인적 성향을 분석하여습니다. 또한 우리 뇌가 가지는 특별한 기능을 이용하여 우울증과 소진증후군에 대응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위장약, 천식약, 항생제, 코르티솔, 뇌전증 치료제를 비롯하여 식욕억제제, 편두통약, 콜레스테롤 억제제, 간염치료제, 말라리아 치료제, 탈모방지 호르몬제, 금연 치료제, 여드름 치료제 등이 우울증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글루텐에 관한 이야기도 있었는데, 조금 헷갈리게 정리가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글루텐이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글루텐이 없는 음식을 먹여야 한다는 주장이 때로는 상술이 숨어있는 경우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목표가 문제를 알고 스스로 치료하는 법을 안내하는 것에 두었기 때문에 5가지 치료법을 살펴보았습니다. 제목이 조금 어렵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외국어 요법인데, 부정적인 혼잣말을 외국어로 말해보는 것이 정신적 압박감을 해소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니 젊었을 적에 하는 일이 힘들어서 술이라도 한잔하면 사람들이 없는 길을 가면서 영어로 떠들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누군에게 배워서 한 것은 아니었지만, 도움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우울증을 치료하는 나만의 구급상자 만들기입니다. 오감을 충족시켜주는 무언가를 정해놓는다는 것입니다. 청각적으로는 좋아하는 음악을 녹음해두었다가 듣는다거나, 미각적으로는 좋아하는 초콜릿을 준비해두었다가 필요할 때 먹는다는 것입니다. 시각적으로는 기분을 전환시킬 수 있는 사진을 준비해두고, 촉각적으로는 기억에 남을 만한 물건을 준비한다는 것 등입니다.


그밖에도 우울증과 관련된 불면증을 치료하는 방법도 소개하고 았어 따로 정리를 해두었습니다. 저자는 특히 우울증과 소진증후군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을 오랫동안 치료해오면서 쌓은 경험에 더하여 다양한 책들을 인용하여 쉽고 재미있게 우울증과 소진증후군에 대한 이해와 자가치료방법을 구축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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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시고도 어떻게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가와시마 류타.다이라 마사토 지음, 고은진 옮김 / 현문미디어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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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개월 전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습니다. 왼쪽 관자놀이를 어디에 부딪쳤는지 부풀어 올랐는데 왼쪽 눈꺼풀이 부풀어 오르면서 시퍼렇게 멍이 든 것입니다. 부기와 멍든 게 빠지는데 보름 가까이 걸렸습니다. 문제는 사고가 술을 마시고 일어났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부상을 당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니 필름이 끊긴 것인데, 숙소도 찾아가지 못한 것이 심각한 문제였던 것입니다. 십여 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생겨서 금주를 했던 것을 최근에 조심한다면서 다시 마시기 시작한 것이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런 배경이 있어서 눈에 띈 책 같습니다. 금주를 주장하는 의학박사 가와시마 류타선생과 애주가인 치학박사 다이라 마사도선생이 같이 쓴 책입니다. 두 분은 뇌과학을 전공한 것 같습니다. 사실 뇌에 대하여 많은 연구를 하고 있지만, 뇌에 관하여 모르는 것이 더 많은 형편입니다. 술과 뇌의 관계도 그 중 하나일 듯합니다.


저자들은 먼저 필름이 끊길 정도로 마시고도 어떻게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는 제목으로 저처럼 과음을 하는 경우에 벌어진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라든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면서도 넘어지지 않는 이유, 뇌가 술에 취하는 기전 등을 설명합니다. 이어서 “‘살짝 취한상태는 뇌를 활성화한다는 제목에서는 술을 조금 마시면 뇌가 활성화되어 깜짝 놀랄만한 생각이 튀어나오기도 하는 이유 등을 비롯하여 술로 인해 생활습관병이 생기는 이유 술에 센 사람과 약한 사람이 있는 이유, 숙취가 생기는 이유 등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술을 마시면 뇌가 위축된다에서는 술을 오래 마시면 결국 뇌가 위축되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뇌기능이 유지되는 이유, 알코올 의존증이 생기는 이유 등을 설명합니다. “그래도 술을 끊지 못하는 당신에게에서는 뇌에 부담을 주지 않는 음주법을 소개하고, 과음을 한 경우에는 술로 인한 피해를 줄이는 방법 등을 설명합니다. 마지막으로 두 분이 음주 예찬과 금주 예찬을 두고 나눈 대담을 담았습니다.


일단 술에 취한 다음 생긴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뭔가를 기억한다는 것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다양한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을 보면, 기억을 만들고, 저장하고, 불러내는 과정을 거칩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기억이 강화되어 금세 떠오른다거나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가하면 중요하지 않거나 일회성 사건의 경우 기억이 만들어지더라도 쉽게 쇠퇴하여 잊어버리게 되는 것입니다.


술에 만취하여 기억을 못하는 것은 1차로 기억을 만드는 기능을 하는 해마에 있는 신경세포가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기능은 술에서 깨면 회복될 수 있습니다. 술을 마시면서 안주를 별로 챙기지 않는 사람의 경우 오랫동안 술을 마시다보면 기억장애가 생기기도 합니다. 코르사코프 증후군이라고 하는 일종의 건망증후군인데, 비타민B1의 결핍으로 생기는 병입니다.


술에 취해서 기억은 하지 못하면서도 집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은 해마에서 새로운 기억은 만들어내지 못하면서도 오랫동안 저장되어 사용하고 있는 기억을 작동시키기 때문입니다. 자전거 타는 법이라든가 젓가락 사용법과 같이 한번 배워 사용하기 시작하면 절차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그렇다면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 건강에 좋을 것 같습니다만, 적당량의 술을 마시는 사람이 마시지 않는 사람이나 과음하는 사람에 비하여 심혈관 기능의 장애로 인한 사망률이 낮다고 합니다. 특히 적포도주의 경우는 항산화물질, 혈소판 응축 억제물질이 들어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술이 약한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는 통계도 있지만, 왜 그런지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 몸속에 알코올 탈수소효소와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가 술에 든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그리고 아세트알데히드를 물과 초산으로 변환시키는데, 아세트알데히드 탈수소효소 2형 가운데 활성형인 N형과 비활성형인 D형 가운데 NN조합인 경우에 아세트알데히드 분해가 빨리 일어나기 때문에 술에 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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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의 역사 세계신화총서 1
카렌 암스트롱 지음, 이다희 옮김, 이윤기 감수 / 문학동네 / 200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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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하면 요즘 젊은이들은 아마도 아이돌 가수들을 떠올릴 것 같습니다. 조금 나이가 들면 그리스로마 신화를 떠올릴 것이고, 제 나이쯤 되면 단군신화를 떠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단군신화는 우리민족의 건국신화로 단군왕검께서 기원전 2333년에 태어나셨다는 출생기록까지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그리스로마 신화의 경우는 대부분 출생이 분명치 않은 허구처럼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신화의 성격이 이럴진대 신화의 역사를 정리해보았대서 호기심이 생긴 책읽기였습니다. 원제목은 ‘A Short History of Myth’<간략한 신화의 역사>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신화의 역사를 기원전 2만년경의 구석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 살펴보았습니다. 2만 년경에서 8천 년경의 구석기 시대는 수렵시대로, 기원전 8천 년경부터 기원전 4천 년경까지는 농경시대로, 기원전 4천 년경부터 기원전 8백 년경까지는 초기 문명시대로, 기원전 8백 년경부터 기원전 2백 년경까지는 기축시대로, 기원전 2백 년경부터 기원후 15백 년경까지는 탈기축시대로, 기원후 15백년부터 현재까지는 대변혁의 시기로 구분하여 신화가 어떻게 변모해왔는지를 설명합니다.

심지어는 20만년 전에 출현하여 3만년 전에 사라진 네안데르탈인들 역시 신화가 있었을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그들의 무덤에서 발견되는 동물들의 뼈를 보면, 신화에 관한 중요한 다섯 가지를 말해준다고 했습니다. 1. 신화는 대부분 죽음의 경험이나 소멸이 두려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2.신화와 제의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3. 네안데르탈인의 신화는 인간 생애의 한계를 뜻하는 무덤가에서 되풀리되었다, 4. 신화는 우리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5. 모든 신화는 이 세상과 더불어 존재하는 다른 어떤 세상에 대해 이야기한다, 등입니다. 오늘날 신화라는 말은 흔히 사실과 무관한 이야기라는 뜻으로 쓰이고 있지만, “신화란 우리가 인간으로서 겪는 곤경에서 헤어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12)”라고 정의했습니다.

고대의 모든 문화는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신화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이 낙원에서 신을 접하며 가깝게 살았고, 인간은 불사의 존재였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간이 불사의 존재이기는커녕 평균수명이 그리 길지 않은 존재였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고대사회의 신화는 대부분 잃어버린 낙원에 대한 그리움이 녹아들어있는데, 이런 점은 종교와 일맥상통하는 바라 하겠습니다.

저자는 유일신을 믿는 세 종교,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가 그 뿌리를 중동지방에 두고 있음을 주목합니다. 구석기시대의 신화는 단지 자기만족을 위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라, 인간으로 하여금 삶과 죽음의 냉혹한 현실을 직면하게 만들었다고 합니다. 농경시대의 신화를 다루면서부터는 중동, 인도, 중국에 이르기까지 문명이 시작된 지역에 전해지는 신화의 성격을 비교 설명하기도 합니다. 어떻든 농경시대의 신화 역시 끊임없이 죽음을 마주하고 있는 인간의 현실을 설명하는 것이었다는 것입니다.

초기문명시대에 인류는 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눈부시게 발전해가던 도시가 어느 시점에 이르면 또 급격하게 쇠퇴해갔다고 합니다. 일종의 재난이 되는 셈입니다. 그러다보니 신화는 문명을 재난으로 나타내기도 했다는 것인데, 성경에 나오는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쫓겨나는 사건, 바베탑이 무너진 사건 등이 좋은 예라고 했습니다.

기축시대라는 용어는 칼 야스퍼스가 사용했습니다. 기축시대는 인류의 신앙발전에 중추가 되었던 시기라고 합니다. 신화를 바탕으로 종교가 확립되었던 것인데, 중국에서는 유교와 도교가, 인도에서는 불교와 힌두교가, 중동에서는 일신교(유대교를 이르는 것 같습니다), 유럽에서는 그리스의 합리주의가 등장하였다는 것입니다. 탈기축시대에는 신화를 종교적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굳어졌다고 합니다. 아담과 이브의 신화에서 원죄의 개념을 끌어내고, 신화가 될 수 있었던 예수가 부활했다고 믿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니 부활을 통해서 영생을 얻게 되었다는 예수는 어디에 존재하는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대변혁의 시기는 신화와 종교가 길을 잃고 헤매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을 이성적으로 판단하게 됨에 따라 증명이 되지 않는 것은 믿을 수 없는 세상이 된 셈입니다. 신화는 인간이 만든 허구임을 알게 되었고, 종교 역시 그 범주에 해당한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대변혁 이후의 시기는 언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집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저자도 따로 생각해둔 것이 없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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