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끝나야 시작되는 여행인지 몰라
김현 외 28인 지음 / 알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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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을 기점으로 우한폐렴 확진자가 두 번째로 많아지는 상황을 맞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되었습니다. 덕분에 동네 도서관이 문을 닫아 개천절이 지난 다음에서야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다시 문을 연 동네 도서관은 꽤나 북적거려 책을 고르는 것도 쉽지는 않았습니다. 신간서적들 가운데 <여기서 끝나야 시작되는 여행인지 몰라>를 골라든 것은 제목이 주는 묘한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여행 관련 서적인가? 우한폐렴사태로 국내외 여행이 어려운 상황인데, 어떤 여행에 초점을 맞춘 이야기일까 궁금했던 것입니다.


막상 책을 열어 읽으려다보니 헷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구성은 달랐지만 앞 뒤 표지가 비슷해서 어느 쪽에서부터 읽어야 할지도 구분되지 않았습니다. 흔히 뒷표지나 책갈피에 정리해두는 책내용에 대한 소개도 없습니다. 뒤적이다 참여작가 목록을 발견했습니다. 29분이나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직접 만나본 분은 신요조씨가 유일했고, 알만한 분으로는 장석주 시인이 유일했습니다. 그 분의 작품 가운데 읽어본 것이 있던가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이 책을 기획하신 분 같습니다만 안지미님이 적은 지금 우리가 사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시작하는 글을 보면, 금년 한해 우리네 일상은 우한폐렴 사태로 인하여 엄청난 변화가 있었던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언가 하고 있다는 것을 느껴보려는 취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특히 의지와 노력만으로 언제든지 누릴 수 있다고 믿었던 모든 것들이 송두리째 흔들리면서 불안과 우울, 무력감이 현실의 시간을 허공에 조각내버리는 듯 했다라는 것입니다. 작가 주제 사마라구의 <눈먼 자들의 도시>에 나오는 우리가 이루어낼 수 있는 유일한 기적은 계속 살아가는 것이라는 구절을 인용한 것을 보면 알고 지내던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하고 묻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앞뒤가 헷갈리더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여기서 끝나야 시작되는 여행인지 몰라>는 수필, 시 그리고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열세분이 수필을, 열 분이 그린 18점의 그림, 8분이 쓴 11편의 시를 수록했습니다. 시인들이 쓴 수필도 있으니 참여하신 분들과 작품 수가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먼저 수필을 살펴보면, 열세편의 수필 가운데 열한편이 우한폐렴으로 인하여 뒤틀린 삶에 관한 글입니다. 아참! ‘우한에서 시작한 코로나라고 적은 한 분을 제외하고는 많은 분들이 지금의 상황을 조성한 원인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지적하기를 꺼려하는 분위기입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우한폐렴 사태와 관련하여 제게도 짧은 글을 쓸 기회가 있었다면 사태의 원인부터 방역대책 등에 관하여 궁금한 것들을 쏟아냈을 것 같습니다. 작가들 가운데 응급의학과를 전공하신 의사선생님이 계셨는데, 그저 사태에 적응해가고 있는 자신의 모습에만 관심을 두신 것 같아 조금 아쉬웠습니다. 어디엔가 코로나19가 사람과 공생을 시작했다는 구절도 있었습니다만, 코로나19는 아직 사람들과 공생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20세기 초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스페인독감 이후로 지구촌 규모로 확산된 바이러스 전염병으로는 거의 100년 만에 처음입니다. 스페인독감 때는 없던 세계보건기구도 생겼지만, 지구인들의 대응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보건의료분야의 선진국도 우왕좌왕하기는 매한가지입니다. 방역정책을 결정함에 있어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기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우선하는 경우도 속출했다고 하겠습니다. 심지어는 방역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듯한 나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서 끝나야 시작되는 여행인지 몰라>의 뒷장부터 읽을 수 있는 시의 경우는 다양한 형식을 취하고 있었고, 하나 같이 어려웠습니다. 비유도 난해했고 행간에 숨겨둔 의미도 쉽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시를 제대로 이해할 준비가 되어 있지 못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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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동네
손보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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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창작소설을 골라 읽은 기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견작가인 손보미님의 <작은 동네>를 골라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과거의 삶을 모두 지운 채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 때문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아니면 학창시절 대학동아리에서 가을공연으로 올렸던 쏜톤 와일드의 <우리 읍네>를 떠올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작가는 화자에 대하여 별다른 이야기를 해주지 않습니다. 화자는 서른일곱 난 회사원으로 연예기획사에서 10여 년간 일 해왔고, 화자는 전공이 무언지는 모르겠지만, 시간강사로 출강하는 모양입니다. 화자와 남편 사이에 일어나는 소소한 이야기 사이사이에 화자는 열 살 무렵 경기도 광주에서 살면서 겪었던 일들을 회상합니다. 화자는 그 작은 동네에서 열한 살 때까지 살다가 떠났는데, 그 후로 아버지가 가족을 떠나는 바람에 홀어머니와 둘이서 살았다고 합니다.


광주에서 자라던 시기에 화자는 특히 어머니의 과보호를 받는 것에 대한 불편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과외활동 등에 대하여 지나친 간섭에 대한 불만이 가출소동으로 이어지고, 화자의 가출소동은 어머니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면서 부모님 사이의 갈등으로 확장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결국은 화자의 출생에 관한 비밀이 밝혀지는 것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화자의 어머니는 전남의 어느 섬에 살았다는 것입니다. 1970년대의 언제쯤 오징어잡이 배를 탔던 아버지가 북방한계선을 넘는 바람에 북한에 압류되었다가 돌아오는 사건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사건은 연루된 사람들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의 삶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학급에서 따돌림을 받는 친구를 가까이 끌어들이려 노력하는 모습 등, 화자는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에 이미 나름대로 주관이 뚜렷했던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과거의 삶을 모두 지운 채 살아갈 수 있을까?’하는 질문은 화자의 것이 아니라 화자의 어머니의 것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화자가 여동생의 자식이었다는 것이 마지막에 밝혀지고 나서야 화자의 어머니의 행동이 이해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자녀를 키우는데 있어서 출생과 관련된 비밀을 언제까지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한 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왜곡된 기억으로 인하여 삶이 뒤틀릴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아버지가 가족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화자의 입장에서는 아버지의 생각이나 입장을 제대로 들을 기회가 없었던 것도 불행한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부모님이 이혼할 무렵 화자는 충격을 받은 것은 아니나 자신이 기여한 바가 있는 듯하여 죄책감 같은 것을 느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나는 그저 너가 행복하기만을 바란단다라는 말로 퉁치고 말았습니다. 이 한 마디에 모든 이야기가 담겨있는 셈입니다.


그런데 어머니가 이야기해준 오빠의 죽음에 대한 아버지의 기억은 전혀 달랐던 것을 보면 화자의 출생에 관한 많은 사실들이 가족 간에 제대로 공유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의 이혼도 화자의 친부가 간첩혐의를 받고 복역한 것과 무관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화자의 가출사건이 계기가 되어 알게 된 여성이 자살을 하고 그 일로 경찰이 쫓아다닌 것 때문에 아버지가 겁을 먹었던 모양입니다.


화자의 전공이 무언지 모른다고 말씀드렸습니다만, 강의 중에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 외국의 산불, 어린아이 납치사건, 전염병, 노인들의 집단자살, 한반도 남부에서 일어난 강진 등, 어떻게 보면 부정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을 학생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작용과 반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런 점만 보더라도 화자는 독특한 개성을 가진 분 같아 보입니다. 저도 꽤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만, 이런 종류의 사건으로 강의실의 분위기를 바꾸어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남북이 대치하는 상황입니다만, 과거에는 간첩으로 몰리는 것은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것과 같은 의미였기 때문에 화자의 어머니는 조카를 위하여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모양입니다. 월북 이야기를 읽다보니 최근에 벌어진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해역에서 사살되고 소각되는 경천동지할 사건이 떠오릅니다. 사건 후 남북한 당국이 상황을 정리하는데 있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 넘치고 있기 때문인 듯합니다. 세상이 바뀌었다고 하는데, 이제는 간첩으로 몰리는 것이 아니라 월북자로 몰리는 세상이 된 것은 아닐까 싶어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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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야행 1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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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몰아서 읽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가운데 마지막 작품이 될 것 같습니다. <백야행>1999년에 일본에서 발표되었고, 비밀(1999)에 이어 2000년에 우리나라에 두 번째로 번역소개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입니다. 등단 후 15년째 발표된 작품이니 만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사회경험이 작품에 녹아들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1973년 오오사카에서 일어난 전당포 주인 살해사건에서 이야기가 출발합니다. 범인이 오리무중인 가운데 범행과 연관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이 사고로 죽으면서 수사는 탄력을 잃고 미제로 남고 말았습니다. 강력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들은 미결사건을 평생의 화두로 가져가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만, 이 사건을 담당했던 사사가키형사는 집요하게 사건을 뒤쫓습니다, 무려 19년간이나 말입니다. 초반에는 전당포 주인 키리하라 요스케의 주변인물, 아내와 종업원 그리고 아들 료지, 전당포에 드나들던 니시모토 후미요와 딸 니시모토 유키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초등학교 5학년이던 유키호와 료지가 성장하면서 새로운 등장인물과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납니다. 그런데 등장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서술되다보니 경찰이 등장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고, 시덥지 않게 사건이 마무리되곤 합니다. 두 사람이 성장해서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게 되는 19년 동안 두 사람이 개입한 것으로 생각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작가는 이들 주변에서 일어난 사건에 이들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분명히 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막연하게 두 사람이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건은 유키호가 주도하고 료지가 행동대원으로 움직였을 것으로 추정되는데, 전당포주인, 니시모토 후미요의 애인으로 추정되는 남자, 전당포 종업원, 유키호의 양어머니, 2부에서 사건을 조사하던 탐정, 료지와 동업관계에 있던 여성 등, 무려 7명에 더하여 료지가 벌였던 사업과 관련하여 복상사를 한 중년여성이 더해집니다. 그리고 어린 여자아이를 대상으로 한 성폭행 혹은 성추행 사건이 3건이나 발생하는데, 성폭행사건은 모두 조사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년 여성들이 남자고등학생들과 성매매가 이루어진다거나 하는 뒤틀린 성풍속을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건의 중심에는 어렸을 적에 어머니에 의하여 조장되었을지도 모르는 성폭행의 피해자인 유키호의 비정상적인 성장과정이 끔찍한 사건들이 이어지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마지막 장면세서 료지가 자살하고, 유키호는 유유히 사라진다는 설정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여러 건의 강력사건들이 모두 묻히고 마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어 깔끔하지 못한 느낌이 남았습니다.


<백야행>이라는 소설 제목의 의미도 분명치 않습니다. 1부의 끝 장면에서 기리하라 료지는 고등학교 동창인 도모히코와 그의 여자친구 히로에 등과 함께 컴퓨터 관련 가게를 운영하는데, 불법거래에 개입했다가 들통이 나서 숨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됩니다. 그 무렵 낮에 바깥을 걸어 다니고 싶다라는 료지에게 히로에씨는 그 정도로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거야?’라고 묻게 되고, 료지가 내 인생이 백야를 걷는거나 다름없으니까라고 대답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백야는 사실 시간상으로는 밤이지만 해가 떠있거나 지평선 아래 있어서 마치 낮처럼 밝은 상황인 것입니다. 따라서 낮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데, 굳이 백야를 걷는 것 같다는 표현의 의미가 분명히 와닿지 않습니다. 이 점에 관하여 작가가 별도로 설명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전개되는 이야기를 보면 유키호가 망둥이라면 료지는 유키호의 그늘에 숨어사는 딱총새우처럼 공생관계였다는 것입니다. 음지를 지향한다면 백야행을 할 상황이 아니라 해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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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 - 진실보다 강한 탈진실의 힘
제임스 볼 지음, 김선영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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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을 읽으면서 기사가 아닌 행간을 읽어야 한다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제는 기억에서도 가물거리는 옛날 일입니다. 그때 기자들은 전해야 하는 사실을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뜻이 전해지도록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적어도 언론에서 확인한 사실을 근거로 하여 기사를 작성하던 시절입니다.


그러던 시절이 있는가 하면 요즈음에는 전해지는 소식이 진짜인지부터 의심해야 하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댓글나눔터와 같은 사회관계망에 올라오는 글은 물론 심지어는 기성 언론 매체에서 전하는 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저처럼 일단 진위여부를 확인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합니다. 세상이 온통 우리 편 아니면 적 편으로 나뉘고 있다고 합니다. 옛날 같으면 후진국에서나 벌어졌던 일이 이제는 민주주의의 선진국이라는 나라들에서도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현상입니다. 그러니 우리 편 말은 모두 옳고, 적 편의 말은 무조건 틀렸다고 생각하는 그런 세상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적이 이야기하는 사실도 가짜뉴스라고 몰아붙이는 뻔뻔함이 오히려 자연스러워 보이는 이상한 세상입니다. 가짜 뉴스라고 하는 편은 그나마 나은 모양입니다. 이제는 개소리라고 합니다. 그런 개소리가 세상을 뒤덮고, 더 센 개소리를 하는 쪽이 이기는 그런 세상이 되었습니다. <개소리는 어떻게 세상을 정복했는가>는 바로 누가 봐도 틀린, 개소리를 뻔뻔하게 하는 편이 권력을 쥐는 그런 세상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영국의 언론인 제임스 볼입니다. 저자가 개소리라고 정의한 의도적인 가짜뉴스를 누가 생산하고, 개소리가 부상하고 있는 미국의 정치판, 그리고 유럽연합의 탈퇴와 관련한 영국내의 상황을 예로 들어 진실은 묻히고 개소리가 세를 얻어가는 사연을 파헤칩니다. 그리고 정작 우매한 민초들이 개소리에 넘어가는 이유를 분석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개소리를 가려내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사실 개소리가 힘을 얻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네이버나 다음과 같은 누리망 들머리에서 다양한 매체의 기사를 모아 보여주기 시작하면서부터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던 것이 댓글나눔터(twitter), 얼굴사진첩(facebook), 동영상 공유처(you tube)와 같은 사회관계망을 통하여 나누고 싶은 사실을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사태가 악화된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기성 언론까지도 사실 여부를 깊이 파보지 않고 사회관계망에 올라온 이야기를 확산시키기까지 하는 것은 황색언론에 물들어가는 현상으로 보여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세상이 이 지경이 되도록 누구 하나 책임지는 데가 없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개소리로 인하여 피해를 보지 않으려면 각자 개소리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는 버릇을 들여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개소리를 퍼트리는 쪽에 분명하게 불이익을 주어야 하겠습니다. 세력을 모아서 개소리를 확산시키는 세력을 무너뜨려야 하겠습니다.


저자는 개소리를 묻어버리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정치인, 언론, 독자와 유권자 등 세 종류의 집단으로 나누어 방법을 제시합니다만, 일단 독자와 유권자가 할 일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 나의 필터버블을 터트리자, 2. 시스템2를 가동시키자, 3. 통계를 어느 정도 알아두자, 내가 믿는 담론을 밎지 않는 담론만큼 의심해보자, 4. 음모론에 굴복하지 말자 등입니다. 쉽게 말하면 진영논리에 휩쓸리지 말자는 것이 핵심입니다. 우리 편인 줄 알았더니 우리를 속이려는 자들의 조종에 놀아나다가 큰 변을 당하는 결과를 낳은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편에 불리한 주장도 사실관계를 따져봐야 하겠습니다. 그러기 위하여 나름대로 통계해석에 대한 기본지식이 있어야 하겠고, 부화뇌동하지 않고 신중하게 검토하여 판단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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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집 청소
김완 지음 / 김영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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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의 독서회에서 읽기로 한 책입니다. 우한폐렴 상황이 악화되면서 대면회의를 자제하라는 지침 때문에 모임이 취소되었습니다. 다음 달에 읽기로 했는데, 한번 모임에서 2권을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치 않은 것 같기는 합니다. 이 책을 읽어보기로 제안하신 분의 말씀을 듣지 못해서 아쉽습니다만, 저의 느낌을 적어보기로 합니다.


<죽은 자의 집 청소>라는 제목을 받고는 돌아가신 분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에 관한 글로 생각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사별한 분들의 유품을 정리하는 일이 남은 사람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일을 대행하는 분도 계시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유품정리하는 일도 특수청소업체와 정리업체로 나뉜다고 합니다. 정리업체에서 하는 일은 앞서 말씀드린 돌아가신 분이 남긴 물건을 살펴서 버릴 것은 버리고 남길 것을 골라서 유가족의 뜻에 따라 나누는 작업을 대행해준다고 합니다.


오래 전에 공부하러 미국에 처음 갔을 때 집 근처에 굿 윌이라는 가게가 있었습니다. 주로 돌아가신 분들이 남긴 유품을 모아 파는 가게였습니다. 값이 아주 저렴하기도 했지만, 때로는 생각지 못한 명품을 만날 수도 있다고 해서 자주 찾는 분도 계셨습니다. 돌아가신 분들의 유품이라는 이유로 께름칙하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물건을 팔아서 생긴 이윤은 불우한 사람들을 위하여 사용된다고 했습니다.


<죽은 자의 집 청소>는 정리업체가 아니라 특수 업체에서 하는 일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특수 업체란 고독사, 사건현장의 악취, 흔적제거를 주 업무로 하는 업체를 말합니다. 생각해보니 어느 경우를 막론하고 유품정리와는 또 다른 맥락에서 유족들이 하기에는 힘든 일일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개 경찰이 현장조사를 하고 돌아가신 분을 일단 장례식장으로 옮겨 부검을 하거나 검안을 하여 장례를 치르게 됩니다. 돌아가신 분의 사인을 밝히는 법의관 일을 4년 정도 한 적이 있습니다. 자연사가 아니면 부검을 하여 사건의 순간을 구성해서 범인을 찾는데 필요한 사항을 챙기는 일을 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비정상적인 죽음의 상황에서 법의관과 특수 업체가 일을 나누는 셈입니다.


법의관으로서 만나는 주검은 다양합니다. 때로는 견디기 어려운 주검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일단 집도가 시작되면 사인을 밝히는 일에 집중을 하게 되므로 견디기 어려운 요소들은 금세 잊게 됩니다. 이 책을 통하여 특수 업체에서 하는 일과 그 일을 하시는 분들 역시 같은 어려움이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수 업체에서는 사건의 현장 뿐 아니라 동물의 주검을 치우는 일도 하신다고 합니다. 죽음의 시점에서 시간이 많이 경과한 주검이나 사건의 현장은 생각보다 정리하는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그런 현장을 정리해서 누군가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은 정말 필요하고도 소중한 일입니다.


죽음과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은 나름의 사명감이나 철학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죽은 자의 집 청소>를 쓰신 분이 서문에 요약해 놓은 과정에서 그런 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책의 내용은 특수 업체의 일을 해오시면서 만난 현장의 모습 혹은 일을 하는 과정에서 겪은 특별한 사연을 정리해놓았습니다. 그 가운데는 자살을 예고하는 사람과의 사연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그런 분의 생명을 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합니다.


흔히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생활하다가 맞는 죽음을 고독사라고 알고 있었습니다만, 최근에는 고립사라는 용어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죽음을 바라보는 시각이 개인에서 개인을 둘러싼 사회로 확대되었다고 보아야 하겠습니다. 죽은 이가 고독하게 생활하다 죽음을 맞았다고 보는 고독사라는 용어는 죽은 이의 삶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면 고립사는 사회로부터 격리된 사람의 죽음이라는 의미에 무게를 둔 용어라고 합니다.


죽음이라는 특별한 상황에 관심이 많은 것은 앞서 말씀드린 법의관 일을 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서는 누군가에게 짐이 되는 죽음은 피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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