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키냐르의 말 - 수다쟁이 고독자의 인터뷰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파스칼 키냐르.샹탈 라페르데메종 지음, 류재화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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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수다쟁이 고독자의 인터뷰라는 부제에 끌렸나 봅니다. <파스칼 키냐르의 말>은 마음산책이 내놓은 말에 지성이 실린 책기획의 아홉 번째 책입니다. 20154월에 <수전 손택의 말>을 내놓은 뒤, 보르헤스, 한나 아렌트, 레비스트로스, 코넌 도일, 칼 세이건, 헤밍웨이, 시모어 번스타인에 이은 것입니다. 이후로 박완서, 오에 겐자부로, 프리모 레비, 긴즈버그, 아녜스 바르다로 이어져 모두 14종이 출간되었습니다.


프랑스 작가 파스칼 키냐르는 <세상의 모든 아침>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저는 아직 <세상의 모든 아침>을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이참에 읽어보려 합니다. 어려서 자폐증을 심하게 앓았으면서 고독한 시절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래서 고독자라는 칭호를 달게 되었는가 봅니다 낭테르 대학에서 에마뉘엘 레비나로부터 철학을 배웠습니다. 하지만 68혁명을 거치면서 문학으로 진로변경을 했던 것입니다. 음악에 대한 열정 또한 커서 오케스트라 콩세르 데 나시옹을 이끌었다고 합니다.


<파스칼 키냐르의 말>에서는 프랑스 아르투아 대학의 불문학교수인 샹탈 라페르데메종의 대담자로 나섰습니다. 그는 파스칼 키냐르의 작품은 고독의 도취와 그 순간에 대한 음미로 가득하다.(8)”라고 서문에 적었습니다. 대담은 2000년 겨울에 샹탈이 질문하고 키냐르가 대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라고 했습니다. 서문 곳곳에서 고독이라는 단어가 난무하는 것은 키냐르가 어린 시절 겪었던 정신적 고통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한 인간이 고독하다고 해서 침묵만하는 것은 아닌가 봅니다. 특히 키냐르의 경우는 독백을 쏟아냈던가 봅니다. 작품을 통해서 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하여 샹탈은 독백, 그러니까 독백은 고독자의 장소로 이해할 수 있다. 이 장소가 곧 작품, 독백의 예술이 펼쳐지는 곳이다.(20)’라고 했습니다. 여기에서 이 책의 부제에 나온 수다쟁이라는 역설이 나오게 된 듯합니다.


두 사람이 나눈 대화가 한 권의 책을 이룰 정도였다면 대담에 소요된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가늠조자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책의 내용을 보면 키냐르가 쓴 작품은 물론 다양한 매체에 발표한 글이나 말에 담긴 키냐르의 생각들을 확인하는 방식임을 알 수 있습니다. 답변을 하는 키냐르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는 키냐르보다 대담자로 나선 샹탈의 경우 질문 목록을 만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을 쏟아 부었을지 상상이 가지 않습니다.


어느 해 여름을 보낸 일에 대하여 키냐르는 이렇게 적었다고 합니다. “여름이 정말 시작되었다. 아무도 보지 않았으면 싶었다. () 모든 일을 중단하니 거의 자살하고 싶은 충동이 일어날 만큼 행복하였다. 행복이 올라왔다. 나는 책을 읽었다. 행복이 나를 집어삼켰다. 여름 내내 나는 읽었다. 행복이 여름 내내 나를 집어삼켰다.(8)” 한 여름을 내내 책만 읽을 수 있다는 그 또한 행복할 것 같습니다. 책을 읽는 일에 관한 샹탈의 멋진 표현이 나옵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세계로부터 떨어지는 건가요? 아니면 세계를 떨어뜨려놓는 건가요?(72)” ‘멋진 표현이라는 평가도 사실을 키냐르가 한 말입니다. 키냐르의 말을 마음에 두고 샹탈의 질문을 다시 읽어보면 심오한 뜻이 담겨있는 듯합니다.


키냐르는 집단에서 날 떨어뜨려놓기, 나 자신을 찾아오기,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려고 하기등 책읽기의 세 가지 목표를 말합니다. 책읽기에서 출발한 대담은 자연스럽게 글쓰기로 이어집니다. 글쓰기와 관련하여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사실, 작품은 기억이 가지고 있는 왜곡성에 대해 속일 수 없는 일종이 지수적 요소들로 답하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요소들은 실질적인 감각의 영역이기도 하니까요.(152)”


샹탈과 키냐르가 주고받은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역시 철학을 공부한 까닭인지 사유의 깊이도 남다르고 표현도 난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단 키냐르의 작품을 골라 읽어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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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동네서점
배지영 지음 / 새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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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근무할 때는 저녁을 먹고 시내구경을 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혼자 나서는 길이지만, 영화도 보고, 카페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기도 했습니다. 저녁 산책길에서 빠지지 않은 일은 동네서점 들리기였습니다. 물론 신문을 통해서 신간 소식을 접할 수도 있지만, 서점에는 새로 나온 책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요즈음에는 누리망 서점 등을 통해서 신간 소식을 더 많이 접할 수 있기도 합니다. 누리망 서점이 몸집을 불려나가면서 동네 서점들이 힘들어졌다고 합니다. 생각해보니 저 역시 언젠가부터는 동네서점에서 책을 사기보다는 누리망 서점에서 책을 사게 된 것 같습니다.


<환상의 동네서점>을 골라든 것도 어쩌면 동네서점에 대한 미안한 생각이 조금 있었던 것 아닌가 싶습니다. 더해서 이 동네서점은 저의 고향동네에 있는 서점이기도 하답니다. 제 고향은 항구도시 군산입니다. 군산에서는 비가오더라도 물에 잠긴 대사건이 발생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저는 기억합니다. 그런데 책에서는 2012년에 자동차가 둥둥 떠다닐 만큼 폭우가 쏟아진 적이 있다고 합니다. 돌아가신 어머님께서도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었고, 군산의 지역 특성상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살펴보니 2012년에는 하루 432mm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물난리가 난 지역은 아마도 난개발 탓으로 배수에 문제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옛날이야기는 접어두겠습니다. <환상의 동네서점>은 그런 물난리 속에서 피해를 입은 한길서점 이야기입니다. 물난리가 났을 때 마을사람들이 나서서 수습에 도움을 주었다는 서점입니다. 요즘 세상이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서점과 마을사람들 사이의 평소 관계를 알려주는 이야기 같습니다. 시위에 나선 대학생들이 모이던 장소라는 이야기도 처음 들었습니다. 군산에서 시위가 있었구나 싶어서입니다.


<환상의 동네서점>은 한길서점에 상주한다는 작가 배지영님의 수필집입니다. 동네서점에 상주하는 작가가 있다는 이야기도 처음 들었습니다. 문화체육부와 한국작가회의가 함께 시작한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 서점 지원사업의 일환이라고 합니다. 배지영님이 한길서점의 상주작가로 활동하시면서 하신 일, 만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환상의 동네서점>에 담았습니다. 동네서점이지만 작가 강연회, 독서회, 독서대회, 글쓰기 수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셨다고 합니다.


지금은 고향을 떠나 서울에 살면서 직장은 강원도 원주로 다니고 있어서, 한길서점의 글쓰기 수업에 참가할 수 없는 게 아쉽습니다. (써놓고 보니 배지영님의 첨삭지도가 필요한 구절이군요) 글쓰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책도 여러 권 내보았고, 신문이나 블로그에도 다양한 글을 쓰고는 있습니다. 그런데 수필이라고 할 정도의 글은 아직 써보지 못해서 지도를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도 회사에서 책읽는 모임을 만들어보았습니다만, 활동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는 참입니다. 책 읽는 모임에 대한 조언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머님까지 돌아가시고는 부모님 기일과 양 명절이나 군산에 가보게 됩니다. 그것도 오가는 시간만 많이 들지 머무는 시간은 많지 않은 형편입니다. 한길서점에서 주관한 작가 강연회는 주로 소설이나 수필집을 내신 작가 중심으로 진행된 것 아닌가 싶습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저도 한번 강사로 나서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저는 주로 건강에 관한 책과 독후감으로 책을 썼습니다. 이렇게 자신이 하는 일을 중심으로 책을 만드는 작업을 소개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향 동네에 대한 작은 보답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년에 옮길 예정인 직장 근처에는 동네서점이 두어 곳 있습니다. 저녁 산책길에 동네서점 탐방을 다시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번에는 동네서점과 연계해서 독립출판이나, 독서치료 등 좋은 일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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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 습관은 배신하지 않는다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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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책에선가 읽기를 추천했던 기억이 남아있어서 읽게 된 책입니다. 요즈음 정리하고 있는 원고에서 인용할 부분이 있을 듯해서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쓴 이유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보통의 집안에서 보통의 머리로 보통의 학교를 나와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특별한 인생을 살아가려면 도대체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의문 때문이었다.(6)” 독재정권이라고 욕먹던 시절에도 개천에서 용이 나곤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민주화되면서 점점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는 개천에서 가붕개(가재, 붕어, 개구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이 좋다는 모 장관도 있었습니다. 저 역시 굳이 용이 되려고 용쓸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런데 그 장관은 자신의 자식만큼은 가붕개로 살지 않도록 은수저를 물려주었더라는 것이 알려져 가붕개들을 실망시켰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은수저를 물지 못한 보통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특별한 삶을 살아보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을 위하여 자신이 살아온 삶의 방식을 소개합니다. 자신의 삶을 철두철미하게 통제하는 방법입니다. 변화무쌍한 시대에 맞서 자신의 삶을 튼튼한 반석 위에 끌어올리는, ‘작지만 야무진 습관 목록이라고 합니다. 특별한 누군가가 되려면 그에 걸맞도록 자신을 철저하게 통제해야 하는데,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몸에 익히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먼저 비범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사이의 보이지 않은 차이를 정리합니다. 수많은 자기계발 이론에 하나 더 얹는 셈입니다만, 저자는 투입(input)과 산출(output)의 이론으로 설명합니다. 산출은 통제가 상대적으로 쉽고, 투입은 통제가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노력이라는 씨앗을 뿌려야 성공이라는 열매를 거두는 법입니다. 결과물인 산출을 통제할 수 있다면 굳이 뭔가를 투입할 이유가 있겠습니까?


저는 일은 의료의 질을 평가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의료행위를 평가하는 요소로 인적요소를 비롯하여 시설, 장비 등 구조적 요소와, 진료과정에서 이루어지는 필요한 의료행위들이 적절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과정적 요소와, 진료행위의 최종 결과가 어땠는지를 보는 결과적 요소 등을 평가하게 됩니다. 여기에서 결과적 요소는 구조와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좋게 나올 것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데,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결국 투입되는 구조적 요소와 과정적 요소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론입니다. 즉 산출을 직접 통제가 불가능하고 투입요소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결국 저자는 특별한 자신을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습관을 세 가지 영역에서 정리해놓았습니다. 그 습관을 만드는 작업을 경영이라고 표현합니다. 1. 개인을 위한 습관 경영, 2. 비즈니스를 위한 습관경영, 3. 가정과 사회에서의 습관경영 등입니다. 개인을 위한 습관은 제가 하는 평가의 요소로 판단해보면 구조적 요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비즈니스를 위한 습관은 과정적 요소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정과 사회에서의 습관 역시 과정적 요소의 범주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그런데 비즈니스를 위한 습관이 산출의 질을 끌어올리는 긍정적 요소라고 한다면 가정과 사회에서의 습관은 산출의 질을 끌어내릴 수도 있는 부정적 요소를 줄여주는 방법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인생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보면 순식간에 지나온 느낌이 들겠습니다만, 초반에 보면 머나만 여정처럼 느껴질 것입니다. 그래서 결과가 어떨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다만 먼저 살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고할 따름입니다. 저자는 습관경영의 핵심을 두 가지로 요약했습니다. “하나는 소망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무엇을 투입해야 하나를 정확하게 아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반복, 반복, 반복을 실천하는 일이다.(23)” 쉽게 말하면 소망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어떤 습관이 필요한가를 알아야 하고, 그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해야 한다로 정리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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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일기 - 공포와 쾌감을 오가는 단짠단짠 마감 분투기
김민철 외 지음 / 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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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전에 계약했던 책의 원고를 마무리해서 출판사에 보냈습니다. 마감일 저녁에 보냈으니 약속은 지킨 셈입니다. 이미 써놓은 원고를 다듬는 작업이라서 달포면 끝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지만 꼬박 석 달이 걸렸습니다. 매주 두 건씩 쓰는 누리 사랑방 연재물도 있었고, 책 읽고 독후감쓰기 등 기본으로 하는 일은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건들이 생기는 바람에 며칠씩 손을 대지 못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마감을 넉넉하게 잡았던 것이 참 다행입니다.


원고 마감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울 무렵 나온 <마감일기>를 읽을 기회가 생겼습니다. 원고를 마감하고 읽어서인지 부담 없이 읽으면서 격하게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마감일기>는 마감일을 두고 글을 쓰시는 여덟 분이 마감일에 관한 생각이나 사연을 고백(?)하신 글을 모았습니다. 광고회사에서 광고 문구를 쓰시는 분, 수필가, 소설가, 번역가, 방송작가, 삽화가 등 여덟 분이 하시는 일도 참 다양합니다. 그리고 마감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여덟 분이 전혀 다른 색깔의 글을 쓰신 것도 대단한 일입니다. 글을 쓰시는 분들마다 마감을 대하는 생각들이 다르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요즘에는 누리사랑방에 수요일과 토요일해서 주 2회 여행지에 관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창 때는 매주 월요일에 발표되는 독후감,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에 발표되는 여행기,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내는 수필 등 연재물을 써내기도 했습니다. 심지어는 21일짜리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원고를 미리 편집자에게 보내두는 치밀함(?)으로 마감을 지키려 노력한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보면 <마감일기>에 실린 여덟 분 가운데 첫 번째로 글을 쓰신 김민철님의 마감 지키기와 제 경우가 닮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김민철님은 마감근육을 키워야한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만, 세상만사가 생각하지 나름이라는 원칙은 마감에도 적용된다는 생각입니다.


마감에 대한 여덟 분들의 생각은 모두 달랐는데, 공통점이 될 가능성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글을 쓰신 분들이 모두 여성일 수도 있겠다는 점입니다. 가능성이라고 한 발 물러선 까닭은 글 안에서 확인된 경우도 있지만 글을 읽어서만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성함과 글 내용으로 유추해본 결과 모두 여성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보니 <마감일기>를 기획하고 제작하신 분들도 여성분들이 많아 보이는 것 같습니다. 딱히 여성과 남성을 편 가르기를 할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세상사가 조화롭게 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 편이라서 남녀가 어울려 일을 하고, 그러다가 좋은 일도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마감일기>를 읽고서 든 생각이 있습니다. 만약 제가 <마감일기>의 필진으로 참여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면...하는 가정입니다. 며칠 전 마감일에 맞춰 원고를 보낸 책이 저로서는 여덟 번째 책입니다. 여덟권의 책을 내면서 마감일을 정하고 쓴 경우로는 세 번째였습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아홉 번째 책을 포함하여 여섯 권의 책은 마감일을 정하지 않고 썼거나 쓰고 있는 셈입니다. 첫 번째 책은 혼자서 기획해서 원고를 쓴 다음 세 곳의 출판사에 보냈더니 그 가운데 한 곳에서 출판하겠다는 답을 받았던 경우입니다.


아홉 권의 책 가운데 출판사의 제안으로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딱 한 권이었습니다. 계약을 하려다보니 마감을 정해야 했는데, 넉넉하게 6개월로 잡았습니다. 선금까지 받아놓고 글을 쓰게 되었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았던 모양입니다. 계약을 하고 해외여행을 떠났는데, 비행기를 타고 가면서 원고를 쓰기 시작해서 여행에서 돌아왔을 때는 3꼭지를 정리했습니다. 처음에는 25꼭지 정도를 기획했는데, 중간에 사정이 생겨 23꼭지로 책을 꾸미게 되었습니다. 6개월로 정한 마감을 무려 3개월 단축한 것입니다. 아마도 제가 잘 할 수 있는 주제를 새롭게 기획한 틀에 맞추어 글을 썼기 때문에 자료조사와 글쓰기를 동시에 진행해서 가능했던 일 같습니다.


마감으로부터 자유로우려면 원고를 미리 쓰면 좋겠지만, 그렇게 쓴 원고가 편집자의 눈에 들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 같습니다. <마감일기>의 필진 여덟 분 모두 글 마감하시느라 애쓰셨습니다. 마감에 대한 여덟 분의 생각을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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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 - 위기의 시대, 인간과 자연의 조화로움을 향한 새로운 시선
페터 볼레벤 지음, 강영옥 옮김, 남효창 감수 / 더숲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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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숲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언제였나 싶습니다. 꽤 오래 전에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서울시내와 근교의 걸을만한 곳을 열심히 찾던 적이 있습니다. 도심을 걷기도 했지만 숲길이 훨씬 많았던 것 같습니다. 나무와 숲과 함께 하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나무와 숲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숲 해설가이자 생태작가인 페터 볼레벤의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입니다. 독후감을 쓰면서 생각해보니 <숲 사용 설명서: https://blog.naver.com/neuro412/221367286940>로 이미 만나본 적이 있었습니다. 작가는 오랜 세월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었던 띠가 아직 훼손되지 않았다라고 믿는 분입니다. <숲 사용 설명서>에서는 숲에서 생각보다 다양한 것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에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독일 숲이겠지만서두요.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에서는 숲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오감을 통하여 숲을 느끼는 방법, 나무도 오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 숲이 가지는 치유의 효능 등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우한폐렴의 위험을 피하기 위하여 숲으로 가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던 것 같습니다. 숲에서는 아무래도 타인과의 거리를 충분히 띄울 수 있을 것 같고, 게다가 숲이 가지고 있는 항균작용을 이요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5감을 넘어 여섯 번째 감각을 주제로 하여 숲과 사람을 연결해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인간과 자연의 비밀 연대>는 아마도 정해진 주제 없어 자유롭게 떠오르는 생각들을 모아놓은 느낌입니다. 31개 꼭지들이 통일된 주제로 연결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전혀 생소한 이야기도 있습니다만, 알듯말듯한 것을 분명하게 하는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식물을 키우면서 손을 탄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접촉형태형성이라고 한다고 합니다. 접촉형태형성은 식물을 만지면 더디게 자라는 현상을 말합니다. 더디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줄기를 키우는 반응을 보이는 것인데, 식물은 무언가와 접촉을 하는 것을 바람으로 인한 풍하중(風荷重)으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식물이 바람을 맞으면 꺽일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하여 줄기를 두텁게 만들고 뿌리를 깊이 내리는 반응을 한다는 것입니다.


숲에 들어가면 항균제인 피톤치드이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피톤치드는 나무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자구책이라고 합니다. 숲에는 호시탐탐 나무를 노리는 미생물들이 넘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이 바람에 가지가 부러지거나 혹은 동물이 무심코 긁어놓은 상처를 통해서 나무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서서히 나무를 먹어치우기 시작해서 종국에는 죽음으로 몰아넣는다고 합니다. 이런 미생물들을 퇴치하기 위하여 나무가 만들어내는 화학물질이 바로 피톤치드인 것입니다.


피톤치드는 염증억제효과는 물론 항암효과까지도 있다고 합니다. 암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이 숲 생활을 시작해서 암이 깨끗이 나은 경우가 있는데, 바로 숲의 치유효과를 제대로 받는 경우라고 하겠습니다. 항노화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숲과 가까이 지내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예전에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코끼리가 나무껍질을 벗겨 먹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물론 배가 고파서 먹는 것이겠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얻는 추가 이익이 있다고 합니다. 숲이 무성해지면 수관이 형성되면서 지면에 풀이 자라지 않게 된다고 합니다. 초식동물이 나무껍질을 벗겨 먹으면 나무는 상처를 이고 고사하게 되어, 대지가 햇볕에 노출되고 초식동물을 풀을 뜯어 먹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초식동물이 계획적으로 나무껍질을 벗겨먹는 것은 아닐거라는 생각입니다.


나무는 뿌리에 기억을 저장하는 기능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른 나무들과 전기적 신호를 주고받아 소통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보면 숲에는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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