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도시로 읽다
강덕수 외 지음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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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꼼짝을 못하고 있습니다만, 사태가 풀리면 러시아도 찾아가볼 나라 가운데 하나입니다.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가 가보고 싶은 대표적인 도시입니다. 하지만 러시아하면 일단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꼭 타보고싶기도 합니다. 그래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블라디보스토크까지라는 부제가 눈에 띈 <러시아, 도시로 읽다>를 골라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책은 50년 이상 러시아를 연구해온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연구소에서 기획하여 연구소에 소속된 열세분의 교수님들이 참여하여 만들었습니다. 아마도 10년 전에 준비한 기획이었던 모양입니다. 여기 참여한 교수님들은 온갖 위험을 무릅쓰면서 발로 걷고, 뛰며 그 변화를 읽고 기록해왔다고 합니다. 이 책에어 다룬 러시아의 도시들은 모두 24개입니다. 교수님들은 각자 맡은 도시에 관한 사실들을 그저 연구실에서 챙겨보는데 그치지 않고 도시들을 찾아가 직접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발로 쓴 현장보고서인 셈입니다.


24개의 러시아 도시들 가운데 제가 가본 곳은 칼리닌그라드, 한 곳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옴스크, 이르쿠츠크, 하바롭스크, 블라디보스토크 등 이름을 들어라도 본 곳은 6곳에 불과했습니다. 칼리닌그라드는 24개 도시들 가운데 유일하게 월경지에 있는 도시입니다. 어떻게 보면 부동항에 대한 러시아의 염원 때문에 내놓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칼리닌그라드의 원래 이름이 쾨니히스베르크입니다. 독일제국이 출발한 곳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독일이 자국 영토임을 주장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64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입니다만, 24개 도시로 나누기에는 턱없이 부족하였을 것 같습니다. 산술적으로 계산해보아도 24쪽에 불과해서 사진을 조금 넉넉하게 넣다보면 내용이 부실할 수도 있는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자들은 이들 도시들이 간직한 역사적 경험과 기억을 파헤쳐 지역적 정체성을 알아내려 했다고 합니다. 도시를 중심으로 한 지역의 지경학적, 저정학적 특성은 무엇인지, 소비에트의 잔재를 어떻게 털어냈는지, 글로벌화 시대에 어떻게 적응해가고 있는지 등, 저자들의 관심영역은 확장성이 클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관련 자료를 찾다보면 어느 것을 넣고, 어느 것을 뺄 것인가하는 고민이 클 수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제가 러시아에 특별하게 관심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24개 도시를 모두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도시들 가운데 한번쯤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도시를 골라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관심을 두고 있으므로, 열차가 기착하는 도시로 니즈니노브고로도, 예카테린부르크, 노보시비르스크, 이르쿠츠크, 하바롭스크,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 등은 아무래도 눈길이 오래 머물렀던 것 같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알레프>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화자가 터키에서 온 할랄이라는 바이올리니스트와 함께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여행하는 장면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침대차를 타고 여행해본 경험은 지난해 이집트를 여행하면서 카이로에서 아스완까지 밤열차로 여행한 경험은 있습니다. 잠을 자는 동안 카이로에서 아스완으로 이동하는 것이라서 열차여행이 주는 독특한 느낌을 얻을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 혹은 캐나다나 미국의 대륙간 횡단열차를 타고 여행을 해보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 것입니다.


책을 읽다보면 예상치 못한 소득을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러시아, 도시로 읽다>의 톰스크 편에서 만난 임산부 기념상이라 배추소년 조각상을 만난 것은 생각지 못한 일이었습니다. 작은 아이가 산과를 전공하고 있어서 알려주려고 합니다. 톰스크는 기념물의 도시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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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투르니에의 푸른독서노트
미셸 투르니에 지음, 이상해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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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독서모임을 시작한지 1년 가까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책을 읽은 느낌을 정리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쉽지가 않습니다. 책을 읽고 그 느낌을 정리해두면 책을 읽으면서 얻은 느낌이 오래가는 효과가 있고, 글쓰기에도 도움이 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습니다. 독서모임에서 독후감을 쓰는 분위기를 만들어보려 합니다만, 쉽지가 않습니다. 사실 독후감이란 각각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무엇을 정리해두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형식이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독후감을 쓰다 보니 어느새 저만의 양식이 만들어지는 듯합니다. 뭔가 변화를 주기 위해서라도 다른 분들의 글을 읽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미셀 투르니에의 푸른 독서 노트>는 그런 목적의 책읽기였습니다.


미셀 투르니에는 철학을 전공한 늦깎이 프랑스 작가라고 합니다. 그의 작품으로는 <미셀 투르니에의 푸른 독서 노트>가 처음 읽는 책입니다. 미셀 투르니에 산문집이라는 부제가 있는 만큼 독서노트를 빙자한(?) 산문집이라고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글을 읽다보면 독후감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책에 관한 글, 두 꼭지를 제와하고 모두 10명의 작가와 그들의 작품에 관한 내용을 적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해저 2만리>, <80일간의 세계일주>의 작가 쥘 베른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루이스 캐럴, <정글북>의 러디어드 키플링 등은 작품을 읽어 잘 아는 작가들입니다. 하지만 셀마 라게를뢰프, 에르제, 잭 런던, 카를 마이, 벤자멩 라비에, 피에르 그리파리, 세귀르 백작부인 등은 저에게는 생소한 작가들입니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긴 이상해교수님은 저자 미셀 투르니에는 (잠자리에 들어서) 이야기를 해달라는 아이들의 청원에 따라 유럽 각국의 대표적 작가들을 한데 모아 그들의 인생역정을 소개하고 대표 작품을 해설한다(184)’고 하였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작가도 있지만, 현지에서는 유명하나 우리에게는 생소한 작가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익히 아는 작품은 그것대로 투르니에 선생의 해설을 통해 이해의 폭을 넓히고, 생소한 작품은 또 그것대로 찾아 읽어 독서의 폭을 넓히면 그 재미가 쏠쏠할 듯싶다(185)’고 하였습니다. 생소한 작품을 찾아 읽는 일은 훗날의 일이니 일단 알고 있는 작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느낀 바를 정리하는 것이 옳을 것 같습니다.


먼저 쥘 베른의 작품을 생각해봅니다. 작가는 쥘 베른을 프랑스 문학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 겸 지리학자로 꼽았습니다. 생각해보니 쥘 베른만큼 지구 안팍을 두루 무대로 작품을 쓴 작가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15소년 표류기><기구타고 5주일> 그리고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는 바다와 하늘을 누비고, <해저 2만리>에서는 바다 속을, 그리고 <지구 속 여행>에서는 땅 속을 누비고, 급기야는 <지구에서 달까지>에서는 지구를 떠나 달로 향합니다. 쥘 베른이 사용한 달로 가는 방식이 바로 오늘날 로켓입니다. 쥘 베른은 지리학은 물론 우주학에도 정통했던 셈입니다.


쥘 베른이 작품활동을 한 것은 19세기 후반이니, 미래학자이기도 했다고 하겠습니다. 이상해교수님은 쥘 베른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다름 아닌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였습니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가 환상문학에 빠져 혼이 나간 것이었다면 쥘 베른의 주인공들은 호기심 강하고 이성적인 모험가들이었다고 하겠습니다. 그의 작품을 읽고 상상의 날개를 무한하게 펼쳐내던 소년들이 오늘날 과학발전을 이끌어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자가 다룬 열 명의 작가들은 19세기 초반부터 20세기 초반에 이르는 시기에 활동한 분들입니다. 그리고 저자의 모국 프랑스는 물론 영국, 독일, 스웨덴, 벨기에, 미국 등 다양한 나라의 작가들의 작품들을 고루 다루어 지역안배까지 고려한 흔적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쓰면서 집필실에서 세계일주를 꿈꾸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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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여행자 몽도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진형준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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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유행으로 인하여 해외는 물론 국내여행도 조심스러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해외여행에 관한 책은 점차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습니다. 대신 여행에 관한 이야기는 아직 관심이 남아있는 듯합니다. <어린 여행자 몽도> 역시 그런 이유로 읽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의 소설집입니다. 표제작이기도 한 어린 여행자 몽도를 비롯하여, ‘륄라비’, ‘신이 사는 산’, ‘물레’, ‘바다를 본 적이 없는 소년’, ‘아자랑’, ‘하늘을 만나는 소녀’, ‘목동들까지 7편의 소설을 담았습니다.


작품들을 읽어가면서 조금씩 당황스러워졌습니다. 어린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때문인지 상상을 넘어 환상의 세계를 그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입니다.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신 진형준교수님께서 한국상상학회 회장을 역임하셨다는 소개글을 읽고서야 이 책이 우리말로 옮겨진 이유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표제작 어린 여행자 몽도를 읽어가면서 기시감이 많이 들었습니다. 10살 남짓하다는 주인공 몽도는 언데 이 도시에 왔는지, 어디서 왔는지 알 수 없다고 했고, 사람들과 금세 친해졌다는 것, 그를 뒤쫓는 회색인간 들이 있다는 것 등은 미하엘 엔데의 동화 <모모>의 주인공 모모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입니다. 물론 이야기의 줄거리는 전혀 다릅니다. 그런데 바닷가에 있는 듯한 이 도시가 어디인지는 분명치가 않습니다. 에리트레아라는 지명이 나오는데, 아프리카 홍해에 있다는 도시 이름아로 설명하지만 에리트레아는 도시 이름이 아니라, 이집트로부터 분리독립한 나라 이름입니다.


그런가 하면 시아파캉이라고 하는 회색옷을 입고다니는 신사는 <모모>에 등장하는 회색신사와는 하는 일이 다른 것 같습니다. 하릴없이 도시를 떠도는 사람이나 동물을 잡아가는 모양입니다. 그 회색신사가 결국은 몽도를 데려가고 말았습니다. 몽도의 친구이기도 한 베트남여인 티친이 찾아나섰지만, 몽도를 되돌려 받지는 못했습니다. 우리의 모모가 사람들로부터 시간을 빼앗아가는 회색인간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거두어 사람들을 지켜주는 행복할 결말과는 거리가 먼 결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결말을 보면서 작가가 이야기하고 싶은 게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기분은 이어지는 이야기를 읽어가면서 점점 증폭되어 가더니, 마지막 작품을 읽고서는 어리둥절해지고 말았습니다. 책 말미에 옮긴이가 정리해놓은 인류하는 이름으로 꿈꾸어 온 원시성과 신화이 세계라는 제목의 작품해설을 읽어도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작가인 르 클레망은 20세기 중반 프랑스 문학계를 휩쓸었다는 누보로망(신소설)의 흐름에 영향을 받았다고 합니다. 누보로망운동은 거대한 인식론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인문학의 새로운 개념이라고 했는데, 이러한 설명 또한 쉽게 이해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작가는 누보로망이 흐름과도 다소 차이가 있었다고 합니다. ‘사물의 평온해 보이는 외관을 파고들어 인간과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아니 이 세상 자체를 형성하고 있는 물질들과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주인공들이 일상에서 만나는 어린이들이 아니라 다소 몽상적인 기질이 있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서구 사람들이 환상을 가졌던 동양적 분위기와도 차이가 있는 동양적 원시성을 그렸다고 합니다만, 동양적 원시성의 정체가 무엇인지 쉽게 손에 잡히지 않습니다.


옮긴이의 설명에 따르면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둘러싼 세계는 자연친화적인 세계라는 것인데, 다시 설명하면 인간이 자연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존재로 스스로를 인식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들의 결말을 보면 주인공들을 둘러싼 사람들 가운데 주인공을 이해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도 분명치 않아 보입니다. 참 어려운 이야기를 읽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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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의 배신 - 좌파 기득권 수호에 매몰된 대한민국 경제 사회 정책의 비밀
윤희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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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집권 3년도 중반을 훌쩍 넘겼으니 새 정부라고 할 수도 없는 정권입니다. 지금까지 살아보지 못한 세상을 만들겠다던 출범 당시 약속은 기대와는 달리 불편하기 이를 데 없는 그런 세상이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주택분야가 대표적인데요. 집값, 전세, 월세 문제는 무려 24개의 정책을 쏟아내고도 총체적 난국상황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책 실패가 아니라 시장 실패라는 얼토당토않은 말을 쏟아내는 것을 보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들이 왜 생겼고, 왜 해결되지 않는 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을 만났습니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라는 국회 연설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은 국회의원 윤희숙님이 쓴 책입니다. 저자는 정부가 내놓은 최근의 정책들을 보면 청년들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들이라고 합니다. 청년들이 느끼는 좌절과 분노를 유도해서 권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 아닌가 의심합니다. 그래서 정보와 지식의 접근성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는 청년세대가 이런 구조의 본질을 명확하게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이 책의 목표(7)”라고 했습니다.


윤희숙 의원님은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얼마나 기득권 수호에 매몰되어있는가를 설명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기득권은 보수주의자들의 기득권이 아니라 새로 권력을 쥔 진보주의자들의 기득권을 말합니다. 이 책은 1부에서 최저임금, 52시간 근로, 비정규직, 국민연금, 정년연장, 신산업 등, 대한민국을 병들게 만들고 있는 6가지 정책의 내막을 분명하고도 쉽게 설명합니다. 이어서 2부에서는 재정, 복지, 소득분배에 관한 정책의 문제점이 무엇인가를 짚었습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기득권이란 정확하게 말하면 86세대입니다. 80번대 학번에 60년대에 출생한 세대로 90년대 무렵에는 386세대라고 하던 것을 세월이 흐르면서 486, 586이 되다보니 그냥 86세대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군사정권에 저항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75세대의 뒤를 이어 보수 기득권의 타도를 내세웠었는데, 오늘날 대한민국의 주류가 되어 기득권 지키기에만 몰입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들의 기득권 지키기는 이전 세대의 기득권 지키기의 범주를 훌쩍 뛰어넘는 것 같습니다. 이전 세대는 6.25동란으로 초토화된 이 나라를 먹고 살만한 나라를 만들기 위하여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 흘린 세대입니다. 그렇게 일구어낸 과실을 제대로 향유하는 세대가 바로 86세대인 것입니다. 새로운 기득권 세력으로 등장한 86세대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미래의 세대에게 넘겨주어야 할 몫까지 당겨 써버리고 있습니다.


결국 미래 세대, 그러니까 지금의 2030세대는 86세대가 남긴 빚을 떠안아야 할 운명인 것입니다. 그런데 그 미래 세대는 자신들에게 닥쳐올 운명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알맹이는 새로운 기득권 세력이 챙기고 미래 세대는 떨구어주는 콩고물에 감지덕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기득권을 쥔 세력들은 무늬만 진보임이 드러났습니다. 진보의 순수한 가치를 지켜온 분들마저도 그들에게 등을 돌리기 시작한 상황입니다. 그들에게 휘둘려온 청년들이 사태를 직시하고 자신들의 몫을 지켜야 할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답이 <정책의 배신>에 담겨있습니다.


한국산업개발연구원 국제정책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하시던 만큼 경제 사회분야의 전문가이시면서도 핵심적인 내용을 아주 쉽게 풀어냈습니다. 전문적인 시각에서 글을 써야 있어 보인다는 전문가적 착각을 범하는 오류를 잘도 내던지신 것으로 보입니다. 듣기와 느끼기에 더 민감한 젊은 세대들을 위하여 이 책에 담으신 생각들을 책 이외의 방식을 통하여 우리들의 미래 세대에게 전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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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의사 삭스
마르탱 뱅클레르 지음, 윤정임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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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병 때문인 듯,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읽기 시작한 책입니다. 무려 638쪽이나 되는 분량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걱정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소설이면서도 내가 너를 관찰하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는데다가, 나와 너가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책읽기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줄 간격도 좁고, 가끔 활자체도 바뀌어서 눈에 쉽게 들어오지 않는 것도 걸림돌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이 참 어울리는 이야기입니다. 플레이라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 개업한 젊은 의사 브뤼노 삭스가 마을 사람들과 마음으로 연결되어 가는 과정을 담았습니다. 아니 의사 삭스의 자전적 소설이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 같습니다. 프랑스의 건강보험체계는 우리나라와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진료를 받은 환자는 의사에게 진료비를 내고, 건강보험에 진료비를 신청해서 받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시골이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왕진이 일상화되어있고, 응급환자가 왕진을 청하면 진료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왕진을 가는 식이 우리나라에서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전화 등으로 예약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냥 찾아오는 환자도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예약을 받고 진료실 살림을 맡는 비서가 필요한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이야기는 삭스선생님의 비서 르블랑 부인이 진료실의 일상적인 분위기를 전하는 것으로 시작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112개의 삽화와 6개의 독백을 읽다보면 삭스 선생님이 환자를 대하는 철학이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진료실은 물론 생활공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면 비디오가게에서 눈에 띈 X등급의 비디오 클립이 아이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으로 치워달라고 부탁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또한 환자의 개인사의 비밀을 철저하게 지켜주는 의사이기도 합니다. 그는 진정한 의사에게 비밀이란 절대적인 거야(498)”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승에게 야단을 맞아가면서도 말입니다. 이런 진료방식은 환자들이 소소한 비밀까지도 털어놓게 만들고, 가까워질 수 있게 되는지도 모릅니다.


프랑스 사람들이 의사를 바라보는 시선에 관한 대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거 원, 웬 멍청한 직업인지 몰라. 사람들은 우리를 무슨 식당 종업원처럼 여기지. 어느 날은 울면서 전화해서는 자기를 구해 줄 유일한 사람으로 여기다가도 다음 날 빵집에서 나오다 마주치면 오던 길을 돌아가잖아.(118)”


의사인 저자가 글을 쓰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삭스선생을 빌어서 말입니다. “난 글을 쓴다는 게, 여느 사람에게나 마찬가지로 의사에게도, 기억하지 못하는 것들, 잡아 둘 수 없는 것들을 헤아려 보게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빠져 달아나는 현실의 구멍들을 가느다란 끈으로 막아 보려는 시도이며, 다른 곳에서 찢어질 거라는 걸 알면서도 투명한 베일 속에 매듭을 지어 놓으려는 시도입니다. 글을 쓰는 일은 기억에 대항하여 이루어지는 일이지 결코 기억과 함께 이루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글을 쓴다는 건 상실을 조절하는 일입니다.(620)” 글을 쓴다는 것은 시원치 않은 기억을 보완하는 일이라는 것이겠지요.


옮긴이의 말 끝에 작가가 글을 쓰는 일이 가지고 있는 치유작용에 관한 답이 있습니다. “나는 글쓰는 일을 진통제에 비유합니다. 진통제를 주는 일은 보살핌은 되지만 치유는 아니지요. 글을 쓸 때는 좀 덜 아파요.이 소설을 쓰면서 때로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읽어보니 웃음이 나더군요. 글로 써내면서 약간의 치료가 된 거겠지요. 글을 쓴다고 해서 삶의 고통이 절감되지는 않아요.(638)”


출판사에서 예스24의 책소개 글에 정리한 1. 현대 의료 체계의 비인간성, 2.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3. 따듯한 비관주의와 소설 집필 의도, 3 가지 요약은 이 책의 성격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이라면 지나친 감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걸어온 의업의 길을 그저 담담하게 적고 있을 뿐, 다른 의사를 혹은 의료체계를 비판하거나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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