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어가 된 조선 유학자, 윤휴 - 왕과 사대부, 그리고 사관마저 지우려 했던 조선 최초의 자유로운 사상가
이덕일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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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일 실시된 지방자치단체장 보궐선거에서는 특히 우리나라의 제1, 2 도시인 서울과 부산의 전직시장이 성추행과 관련하여 물러나거나 사망하는 사건을 계기로 실시되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지리멸렬하던 야당이 단일화 과정을 통하여 집권 여당과 제1 야당의 대결로 압축된 선거였습니다. 물론 군소정당들이 여전히 난립하여 들러리를 섰지만, 1%를 겨우 넘긴 후보가 하나였을 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정당정치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정당을 중심으로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는 작금의 정치상황은 500여년 전에 시작된 붕당정치와 흡사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조선 선조 무렵 출발한 붕당은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공유하는 양반들로 구성된 정치집단인데 이들은 학문적 유대를 바탕으로 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동인 서인으로 나뉘었던 것이 남인과 북인, 노론과 소론 등으로 세분화되어갔고, 주도권을 두고 붕당 간에 살육을 벌이는 극한적인 상황까지 몰아갔습니다. 심지어는 왜국의 침입을 앞두고도 정세를 판단함에 있어 붕당 간에 견해가 엇갈리는 웃기지도 않은 일도 있었습니다.


<금기어가 된 조선 유학자, 윤휴>는 임진왜란의 치욕을 당하고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조선왕조의 붕당들이 호란의 치욕을 되갚으려는 효종의 발목을 잡은 것은 물론, 중원으로 진출하려는 청나라에 반발하여 일어난 삼번의 난이라는 절호의 기회를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윤휴의 개혁을 저지하고 결국은 죽음으로 모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그의 올곧은 생각과 정책이 모두 지워지고 그의 이름을 거명하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다는 것입니다.


북벌을 필생의 사업으로 삼았던 효종 재위시절에도 서인이 중심이 되어 겉으로는 북벌을 외치면서도 속으로는 북벌을 저지하려는 서인들의 끈질긴 방해가 있었고, 우암 송시열이 그 무리들을 이끌었다는 사실도 이 책에서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서인들은 조선은 명나라의 제후국으로 조선의 왕이나 신하나 명나라 황제를 정점으로 하는 체계에서는 동급으로 생각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던가요. 최근 동북공정을 통하여 우리나라의 역사를 중국의 역사에 편입하려는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이 이를 저지하려는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송시열은 성리학자이며 공자와 맹자를 새롭게 해석한 주자를 계승하여 조선의 유학을 집대성한 주자학의 대가로 동양철학의 체계를 정립한 인물로 평가됩니다. 정조 때는 성인을 의미하는 자() 칭호를 붙여 송자(宋子)라 칭했습니다. 반면 <금기어가 된 조선 유학자, 윤휴>의 주인공 윤휴는 공자와 맹자에 대한 주자의 해석과는 달리 독자적으로 해석하여 조선 유학계에 큰 파문을 일으켜 종국에는 사문난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주자의 해석을 존중했던 송시열과는 다른 학문적 입장을 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주자학자들이 사대부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하여 백성을 교화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던 것에 반하여, 늦게까지 재야에서 학문을 닦아온 윤휴는 백성들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하고 백성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사대부 집단의 반발로 완성시키지 못하곤 했습니다. 앞서도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작금의 우리나라의 사회현상과 흡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금기어가 된 조선 유학자, 윤휴>의 저자는 나와 다른 너를 인정하지 않았던 시대, 나와 다른 너는 죽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시대, 그리고 실제 그렇게 죽어왔던 시대. 그런 증오의 시대의 유산은 이제 청산할 때가 됐다(15)”라고 머리말을 마무리합니다. 어쩌면 작금의 우리 사회를 빗대서 이야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저만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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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
페테르 우스펜스키 지음, 공경희 옮김 / 연금술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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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은 영화나 연속극에서 자주 만나는 주제입니다. 언젠가 미래에 시간여행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시간여행에 관한 이야기에서 조건을 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멀지 않은 과거나 미래로 여행할 경우 자신과 만나면 안 된다는 것. 동일인물이 동일한 시간과 공간에서 조우하는 경우 두 사람 가운데 하나가 지워질 수 있다고 설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간여행을 하는 사람이 사건에 개입하여 결과를 바꾸려하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과거나 미래의 사건에 개입하게 되면 그 뒤에 일어나야 하는 상황이 뒤틀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말입니다. 브라질에서 나비가 날개 짓을 한 결과가 대기에 영향을 미쳐 미국에 거대한 용오름현상을 촉발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시간여행자는 여행을 통하여 과거나 미래를 구경하는 정도에 머물러야 한다는 것인데, 사실 쉽지가 않은 일일 듯합니다. 그렇다면 시간여행이 아니라 아예 과거로 돌아가는 것은 어떨까요? 본인이 지금까지 지나온 일에 관한 기억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면 잘못한 것들을 바로 잡을 수 있을까요? 그 또한 이미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바로 잡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을 담은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러시아 작가 페테르 우스펜스키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쓴 <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입니다. 누군가가 사람의 삶을 여행이라고 비유했다고 합니다만, 그야말로 같은 장소를 두 번 여행하는 셈이 될 것 같습니다.


연전에 인기를 모았던 연속극 <쓸쓸하고 찬란하신 도깨비>에서는 저승사자가 이승의 삶을 마친 사람들에게 현생에서의 기억을 지우는 차를 내주었습니다. 환생하면 백지상태에서 새로운 삶을 살라는 뜻이겠습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과거로의 여행은 일종의 환생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과거의 잘못을 바라 잡으려면 지금까지의 기억을 고스란히 가지고 과거로 돌아가야 하겠지요.


<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에서는 잠시 떨어져 지내던 연인이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 남자 주인공이 마법사의 도움을 얻어 과거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렸을 적 잘못된 행동을 바로 잡아 인생을 바꿔보겠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마법사는 나는 그대가 원하는 만큼 과거의 시간대로 보내 줄 수 있고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할 수 있어. 그러나 그렇게 한다고 해서 다른 결과를 얻지는 못할 거야.(39)”라고 합니다.


주인공은 기숙학교에서 대충 지내다가 퇴학당했던 상황을 바로 잡으려 12년 전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그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쁜 상황을 바로 잡을 틈이 없이 반복됩니다. 이미 기억해서 알고 있는 실수들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약하기만 한 인간의 본성을 보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실수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주인공이 과거와 미래는 본질적으로 아무 차이가 없어. 우리가 그 둘을 과거와 미래라는 다른 말로 표현하는 것일 뿐이야. 사실 이 둘은 과거이면서 미래인거야.(89)’라고 사뭇 철학적인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결국 우리의 주인공은 과거로 돌아갔던 일이 부질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내 자신을 버리고 마법사와 함께 진정한 앎을 찾아나가는 길을 걸을까도 생각해봅니다. 그 전에 연인이 있는 크림반도에 다녀올 생각도 합니다. 이야기에 나온 상황은 작가 자신이 기숙학교에서 낙서를 했다고 퇴학당했던 경험이 중요한 이야깃거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은 영화 <사랑의 블랙홀>에 영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과거로 돌아가도 아무 것을 바꿀 수 없었던 <이반 오소킨의 인생 여행>과는 달리 <사랑의 블랙홀>은 반복되는 일상을 통하여 자신의 잘못을 바로 잡아간다는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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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작 - 잠 못 드는 사람들 / 올라브의 꿈 / 해질 무렵
욘 포세 지음, 홍재웅 옮김 / 새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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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작가의 작품으로는 헨릭 입센의 <인형의 집> 정도가 기억에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욘 포세 3부작>을 읽게 된 것은 잠 못 드는 사람들이라는 중편의 제목에 끌렸던 까닭입니다. 헨릭 입센과 같은 노르웨이 출신의 작가라는 이유도 한 몫을 했을 것입니다. <욘 포세 3부작>잠 못 드는 사람들’, ‘올라브의 꿈’, ‘해질 무렵등 세편의 연작 소설로 구성되었습니다. 3부작이라는 형식을 취하긴 했지만, 이야기의 맥락이 연결되고 있으니, 한편의 장편소설이라고 불러도 되지 싶습니다.


3부작을 구성하는 이야기의 대부분은 노르웨이 서남부 해안의 피오르드 안에 숨어있는 벼리빈(지금의 베르겐입니다)을 무대로 펼쳐집니다. 뒬리아에 살던 아슬레와 알리다는 열일곱 남짓한 젊은이들인데,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알리다가 임신을 하여 출산을 앞두고 있습니다. 고기를 잡으러 나갔던 아버지가 폭풍에 실종된 이후 어머니까지 돌아가시면서 아슬레는 고아가 되고 말았습니다. 설상가상으로 보트하우스의 주인이 나타나 집을 비워달라 하고 합니다. 알리다 역시 아슬레를 집으로 들일 형편이 되지 않기 때문에 두 사람은 무작정 벼리빈으로 향한 것이었습니다.


벼리빈에서도 역시 결혼하지 않은 두 젊은이들에게 하룻밤 묵어갈 방을 내줄 정도로 따듯한 사람들은 없었습니다. 심지어는 여관마저도 다 찼다는 이유로 문전박대를 당합니다. 결국은 막아서는 노파의 집에 우격다짐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알리다는 출산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보면 두 사람은 지지리 복도 없는 것 같습니다. 모두 부모로부터 충분히 돌봄을 받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물려받은 것도 없오 빈털터리로 벼리빈까지 흘러든 셈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아슬레는 올라브로, 알리다는 오스타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바르멘에 살고 있다고 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두 사람은 여전히 벼리빈에 살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에는 올라브라고 하는 노인이 등장하는데, 올라브라고 주장하는 아슬레의 정체를 알아봅니다. 노인은 뒬리아에서 두 건의 변사사건이 있었다고 아슬레에게 이야기합니다. 보트하우스의 주인과 알리다의 어머니가 죽었다는 것입니다. 2부의 말미에는 이야기가 더 확장되면서 올라브가 두 건의 변사사건과 연관이 되어있지 않느냐고 추궁합니다. 그리고는 맥주를 한 잔 살 것을 요구합니다. 뿐만 아니라 올라브가 살고 있는 집의 주인 노파가 실종된 것과도 연관지으려 합니다. 올라브는 맥주집에서 노르웨이 북단에 있는 섬 뫼소이에서 왔다는 오스가우트를 만나게 됩니다. 올라브는 오스가우트가 약혼자에게 주려고 샀다는 금팔찌에 이끌립니다. 그리고 오스타를 위하여 금팔찌를 사고 싶어 합니다. 결국은 오스가우트의 도움을 받아 금팔찌를 사지만 거리의 여자에게 도둑을 맞습니다. 오스타가 기다리는 집에 돌아온 올라브는 벼리빈을 떠나기고 합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마을을 떠나기 전에 노인의 고발에 따라 체포되고 말았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의 화자는 알리다의 딸 알렉스입니다. 알렉스는 알리다와 오슬레이크 사이에 태어난 딸입니다. 그러니까 아슬레가 처형당한 뒤에 의지할 데가 없는 알리다를 발견한 것은 오슬레이크였습니다. 알리다가 어렸을 적 뒬리아에 살던 오슬레이크는 벼리빈에서 발견한 알리다에게 비카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해달라고 합니다. 갈곳이 없던 알리다는 오슬레이크를 따라 비카로 갔고, 그와 같이 살게 됩니다.


긴 이야기를 따라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작품해설을 보고서야 알았지만, 쉼표있으나 마침표가 없는 글이었던 것입니다. 작가의 이런 의도는 마침표가 없으면 모든 텍스트는 사람들이 내적으로 생각하고 고심하는 모습을 담아낸 길고 긴 덩어리의 형식(263)”을 나타낸다고 했습니다. 상황에 대한 설명이 반복되지만 아슬레가 벌이는 행적이 미심쩍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인 듯합니다. 작품해설을 먼저 읽고 본문을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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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뜨개 - 첫 코부터 마지막 코까지 통째로 이야기가 되는 일 아무튼 시리즈 37
서라미 지음 / 제철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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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수필을 집중적으로 읽고 있습니다. ‘은둔형이라는 별도의 분류방식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번역가인 서라미님이 뜨개에 빠진 사연을 정리한 책입니다. 독후감을 쓰면서 보니, 이 책은 뭔가에 빠진 분들의 사연과 그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글을 다루는 아무튼이라는 기획이 서른일곱번째 책이고, 지난 12월까지 서른아홉번째 책이 나왔다고 합니다. 예스24에서 확인한 주제를 최근 순으로 나열해보면, 인기가요, 후드티, 뜨개, 목욕탕, 반려병, 연필, 달리기, 언니, 여름, 산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주제도 다양한 것을 보면 저자의 제안으로 책이 나온 것인지, 아니면 기획한 쪽에서 집필을 의뢰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나라면 무슨 이야기를 글로 옮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들이 모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제철소, 위고, 코난북스, 더블엔 등 4개나 되는 것을 보면 무슨 사연이라도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도 20177월에 <아무튼, 피트니스>가 처음 출간되고도 4년째 들어 서른아흡번째 책을 내놓은 것을 보면 저력이 있는 기획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튼 저도 독특한 화두를 붙들어보아야 하겠습니다.


그러면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무튼, 뜨개>번역의 기쁨과 슬픔 사이에서 떠다니다 우연히 뜨개의 세계로 흘러들어왔다는 번역가 서라미님의 뜨개 예찬입니다. 모두 열여섯 꼭지의 글 가운데 뜨개에 빠지기 전에 하던 번역과 뜨개를 연결하는 글, ‘뜨개를 안해보셨군요뜨개는 실로 하는 번역이다를 제외한 나머지는 오롯이 뜨개의 매력을 소개합니다. 뜨개에 대한 저의 무지를 일깨우는 책읽기였습니다.


뜨개예찬에 지나치게 몰입하신 것 아닐까 싶은 대목도 없지 않았습니다. 번역을 하셨다면 당연히 책을 뜨개보다 앞에 두셨을 것 같습니다만, ‘뜨개를 안해보셨군요라고 하신 것을 보면 뜨개에 방점을 찍은 듯합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단 한 권의 책이라는 문구를 인용해서 뜨개가 내 인생을 바꿨다고 이야기한 대목입니다. 이 문구를 어디에서 보았는지 기억이 없다고 하셨지만, 누리망 검색을 해보면 금세 답이 나올 일입니다. 잭 캔필드와 게이 헨드릭스의 <인생을 바꾼 한 권의 책>이라는 제목의 책도 있습니다. 그리고 <뜨개질 클럽>이라는 소설을 발표하여 선풍적 인기를 끈 앤 후드의 소설 <내 인생 최고의 책>도 있습니다.


저의 본업은 주로 앉아서 일을 하는 시간이 많은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엉치가 배겨 오래 앉아있기도 어려웠는데, 작가님이 소개하신 무중력 의자라는 것을 찾아볼 생각입니다. 좋은 정보는 역시 책에서 나온다니까요. 이 책의 출간기획서를 준비하셨다고 하는 것을 보면, 작가께서 출판사에 기획서를 보내 채택이 된 다음에 편집자와 의논을 통하여 기획방향을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저도 한번 뭔가를 준비해보아야 하겠습니다.


뜨개를 번역과 비교한 것은 좋았습니다만, 우주로까지 확장한 것은 조금 지나치다 싶었습니다. 자기중심적이 아닐까 싶었거든요. 그런데 뜨개질이란 용어를 사용한 기사를 읽은 작가님의 반응을 보고 뜨아했습니다. 평양에 있다는 평양 수예연구소를 뜨개질 연구소라고 하면서 공예 미술 창작 기관으로ㅡ주로 자수와 뜨개질 기술을 연마하는 곳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뜨개질 연구소라고 한 것은 뜨개를 폄하하는 정서가 담긴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이라는 접미사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나무위키를 보더라도 같은 맥락의 설명이 나옵니다.


하지만 뜨개와 뜨개질을 찾아보면 해석을 달리할 수 있습니다. 역시 나무위키를 보면 뜨개질이란 실과 바늘, 가위 등을 이용해 편물을 결여서 만드는 일이라고 정의합니다. ‘뜨개라는 단어의 의미를 찾기는 쉽지 않았지만, ‘손으로 뜨는 일뜨개질 하여 만든 물건이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영어의 ‘knit’에는 뜨다’, ‘뜨개질을 하다라는 의미의 동사와 편물이라는 명사로 사용례가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편물을 뜨는 일을 뜨개질이라고 하니, 뜨개질에는 뜨개를 폄훼하는 의미가 담겼다고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뜨개질은 뜨는 행위를 뜨개는 그렇게 만든 편물을 의미하는 것으로 사용해도 무난할 듯합니다.


끝으로 작가님이 번역을 하시는 분이라 해서 덧붙이는 말입니다만, 저는 요즈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외래어 사용을 줄이려 노력하는 중입니다. 이미 우리 생활에 자리 잡은 외래어까지도 좋은 우리말로 나타내는 노력을 글 쓰는 이라면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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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
황예지 지음 / 바다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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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이야기를 너무 건조하게 쓰고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분위기를 바꾸어 보기 위하여 다양한 형식의 수필을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 가족사진과 초상사진 작업을 통해 위로를 전하려는 젊은 사진작가 황예지의 수필집입니다. 사진작가라는 특정한 분야와 젊은이의 감성을 느껴볼 수 있는 책읽기를 기대했습니다.


수집과 기록을 좋아하는 부모님 덕분에 자연스럽게 사진을 시작했지만, 어느 날 갑자기 뜻 모를 편지 한 장 달랑 남겨놓고 집을 나간 어머니가 10년 만에 돌아올 때까지는 사랑하지만 아픔이었던 가족들을 찍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결국 어머니가 돌아온 뒤부터 가족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사진을 통하여 아픔을 직시하려는 시도였다는 것입니다가족들에 얽힌 이야기들 사이에는 가족들의 모습을 비롯하여 이야기와 관련된 장면을 담은 사진이 곁들여졌습니다.


가족들의 모습이라고 해서 예쁜 모습이 아닌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진솔한 모습이 담겨있어, 읽어가다가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제는 이야기입니다. 편집자 역시 작가의 솔직한 심정이 담긴 원고를 최대한 살린다는 입장이었던 것 같습니다만, 전후 맥락에 어울리지 않는 단어들이 나타나면 읽는 흐름이 흩어지곤 했습니다. 예를 들면, ‘거울을 보면 내 얼굴은 아빠의 얼굴로 빼곡하다(13)’는 부분에서 빼곡하다라는 단어를 끌어온 이유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빼곡하다라는 형용사는 사람이나 물건이 어떤 공간에 빈틈없이 꽉 찬 상태에 있음을 의미합니다. 자식의 얼굴이 필자의 얼굴에 아빠의 얼굴이 빈틈없이 꽉 차있는 것이 아니라 얼굴의 모습이 아빠의 얼굴 그대로 닮았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빼다 박았다라고 해도 될 것 같습니다. 이 또한 땅에 박혀 있는 물건을 빼내서 다른 곳으로 옮겨 박았다라는 뜻이기 때문에 빼닮다혹은 빼쏘다라는 우리말을 쓰면 좋을 것이라고 합니다.


이 말은 아이를 가졌을 때 누군가를 깊게 미워하면 그 얼굴을 닮는다라고 했다는 엄마의 말에 이어진 생각입니다. 흔히 자식들의 모습이 부모의 모습을 빼닮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엄마의 얼굴을 닮는 자식도 많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아이의 엄마는 임신했을 때 자신을 깊게 미워한 것일까요?


양치할 때 잇몸에서 피가 샐쭉 튀어나왔다는 대목도 샐쭉이라는 단어가 어떤 감정의 표현으로서 입이나 눈을 한쪽으로 샐긋하고 움직이는 모양을 나타내는 의태어라는 점을 생각하면 제자리가 아닐 듯싶습니다. 아버지의 사업이 친구와 부하직원의 배신으로 망했을 때도, ‘우리 집은 한순간에 풀썩 주저앉았다라는 표현보다는 우리 집은 한순간에 폭삭 망했다라고 보통 말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뭔가 다른 느낌을 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사업실패에 이어 미국 이민, 어머니의 가출, 아버지의 수감생활, 아버지의 교통사고 등등 작가의 가족들이 겪어내야 했던 신산한 삶의 궤적들은 연대기를 꿰맞출 수 없을 정도로 뒤섞여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적당히 감추고, 포장하고 싶을 수도 있었겠지만, 있었던 일을 그대로 적으면서 이를 극복하는 기회로 삼겠다는 작가의 생각이 읽히는 것 같습니다.


작가는 후기를 대신하여 이 책을 읽은 독자에게 전하는 친애하는 당신에게라는 글을 말미에 달았습니다. 그 끝을 보면, “이제는 슬픔을 곁에 두고자 합니다. 그 또한 나라고 말하고 싶어요. 전하고 싶었지만 꿀꺽 삼켰던, 끝내 들리고 싶은 모습을 이 책에 차곡차곡 담았습니다. 저의 시간을 드릴게요. 이 책을 덮으면 당신의 저의 가장 친한 친구가 된 것이에요. 아린 마음과 함께 우리가 다정한 세계로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이런 작가의 마음과 달리 독후감을 그리 다정하게 쓰지 못해서 송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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