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농담 말들의 흐름 7
편혜영 외 지음 / 시간의흐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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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라는 주제보다는 ‘술’이라는 주제에 끌려 골랐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 역시 술과 엮은 이야기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젠가는 술에 관한 저의 부끄러운 이야기를 적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술과 농담>은 출판사의 책 소개에서는 “말들의 흐름 시리즈 일곱 번째 책 『술과 농담』은 편혜영, 조해진, 김나영, 한유주, 이주란, 이장욱, 이렇게 여섯 작가의 입담을 모은 앤솔러지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앤솔러지가 궁금했습니다. 리브레 위키에서는 다음과 같은 설명합니다. “앤솔리지라는 말은 ‘꽃을 모아놓은 것’, 즉 꽃다발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안솔로기아(anthologia)에서 유래했다. 본래는 문학 용어로, 여러 작가의 시를 선별해서 한 책에 모아놓은 시선집 등을 앤솔로지라고 가리켰다. 현대에는 의미가 확장되어서 단편 소설집이나 시집 외에도 앤솔로지 앨범(음반)이나 코믹 앤솔로지(만화) 등도 존재한다. 한 작가의 작품 중에서 골라낸 걸작선 등도 앤솔로지라고 부르지만, 일반적으로 앤솔로지라고 부른다면 여러 작가의 작품을 주제에 맞추어 모아놓은 것을 뜻한다. 반면에 공동집필 등을 통해 여러 작가가 같이 제작한 합작은 앤솔로지라고 부르지 않는다.”

 

술과 농담을 주제로 하여 여섯 작가들이 협력하여 제작한 것이 아니라 각자 몫의 원고를 모아 엮은 책이라고 한다면 엔솔로지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소설가 편애영님은 2007년 2007년 「사육장 쪽으로」로 제40회 한국일보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이효석 문학상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소설가 조해진님은 2014년 작품집 「몬순」으로 제38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한 이후 젊은 작가상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문학평론가 김나영님은 2009년 문학과사회에서 신인문학상 평론부문에 당선되어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소설가 한유주님은 2009년 「막」으로 제43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항하였습니다. 소설가 이주란님은 「넌 쉽게 말했지만」으로 2019년 제10회 젊은 작가상을 수상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장욱님은 시인이자, 소설가, 문학평론가입니다. 2003년 제8회 현대시학 작품상을 수상하였고, <칼로와 유쾌한 악마들>로 2005년 제3회 문학수첩 작가상을 수상하는 등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그리고 보니 이장욱 시인만이 청일점인 셈입니다.

 

<술과 농담>은 여섯 분의 작가님들의 술에 관한 개인적 취향을 비롯하여, 술과 관련된 일화, 또는 술에 관한 글을 인용한 생각들 등 다양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저의 느낌으로는 술에 관한 저자들의 이야기에서 농담이라는 주제가 확 와 닿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술’과 ‘농담’이라는 기획의도가 충분히 담기지 못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주량이 평균 이하이고, 농담도 잘 못한다는 작가도 참여할 한 것을 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나름대로는 술을 마시고 실수를 한 이야기도 나오기는 합니다만, 제가 저지른 실수담과 비교하면 실수하고 할 정도에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김나영님은 “내가 경험한 술과 농담을 소개하고자 했으나 결국에는 내가 경험한 술과 농담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에 그친 것 같다(95쪽)”라고 설레발을 쳤습니다만, ‘을’과 ‘관한’의 차이가 어디에 있는지는 분명치가 않은 것 같습니다.

 

여섯 분들의 이야기를 모두 읽고서, 술 마시기 경력이 어언 갑자에 이르는 저의 술에 ‘관한’ 이야기들이 참 다양하고 적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남들이 들으면 재미있을 그런 이야기도 있겠고, 남들에게 차마 들려주기도 부끄러운 이야기도 적지 않을 듯합니다. 술에 관한 이야기를 한 번 정리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인데, 나이가 들어가면 부끄러운 것을 모르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먼저 앞으로 술에 관한 이야기들을 모아 읽어보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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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텔카스텐 - 글 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
숀케 아렌스 지음, 김수진 옮김 / 인간희극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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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텔카스텐>이라는 생소한 제목보다는 글 쓰는 인간을 위한 두 번째 뇌라는 부제에 끌려 읽게 된 책입니다. 독일어 제텔카스텐(Zettel Kasten)공책이라는 의미의 제텔과 나무상자라는 의미의 카스텐의 합성어입니다. 그러니까 공책을 담는 나무상자를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사용하는 제텔은 공책이라는 의미보다는 비망록’, 간략하게 요약해서 적어놓은 글을 의미합니다.


부제에 있는 것처럼 글 쓰는 사람들의 꿈은 글을 쉽게 쓰는 요령을 깨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처음에 원고 청탁을 받으면 적지 않은 시간동안 머리를 쥐어짜야 했습니다. 도입부에는 무슨 이야기를 담고, 본문에는 어떤 내용을 담아서 마무리로 이어갈까 고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한창 때는 나름대로는 논문을 열심히 쓰는 축에 들었는데, 그때 저는 참고문헌을 바인더 노트 한 장 분량으로 요약해서 분야별로 분류해놓았다가 논문을 쓸 때 활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그런 방법을 확대하는 것이 제텔카스텐이라는 방법인 듯합니다. 10여년 전에 누리망 신문에 독후감을 연재할 때도 평소 읽고 정리해놓은 독후감을 많이 활용했는데,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두는 것도 제텔카스텐의 한 방법이라고 하겠습니다.


저자가 여러분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라는 글에서 밝힌 이 책의 기획의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런 우수한 학생, 야심만만한 학자, 호기심 많은 비소설 작가에 해당하는 여러분을 위한 책이다. 통찰력은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유할 가치가 있는 통찰을 성취하기 위한 주요 도구임을 잘 알고 있는 여러분을 위한 책이라는 말이다.(21)”


<제텔카스텐>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부분 상자 속으로...’에는 ‘Introduction’, ‘여러분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여러분이 해야 할 모든 것’, ‘여러분이 지녀야 할 모든 것’, ‘명심해야 할 한두 가지등의 글을 통하여 여러분의 글쓰기에 든든한 바탕이 될 제텔카스텐에 대하여 설명합니다. 두 번째 부분 성공적인 글쓰기에 이르는 여섯 단계에서는 분리하기와 연결하기’, ‘이해를 위한 읽기’, ‘스마트하게 메모하기’, ‘아이디어 발전시키기’, ‘통찰 공유하기’, ‘습관화하기등을 통하여 제텔카스텐을 활용하는 구체적 방법을 제시합니다. 마지막 네 가지 기본 원칙에서는 유일한 관건은 글쓰기’,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함’, ‘맨땅에서 시작하는 사람은 없는 법’, ‘흐름을 타고 나아가기등에서 제텔카스텐을 활용하는데 있어서 지켜야 할 원칙을 설명합니다.


중요한 것은 평소에 떠오르는 생각을 바로바로 적어두는 습관을 가져야 합니다. 요즈음은 똑똑전화기를 대부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손 가까이 있는 똑똑전화의 비망록 기능을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비망록에 적어둔 생각을 확장해서 글로 정리해서 누리사랑방에 저장해놓으면 언젠가 책으로 묶어 낼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제텔카스텐을 글쓰기에 제대로 활용한 사람은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입니다. 법학을 전공하고 공무원이 되었던 루만은 자신의 다양한 관심사에 관한 책을 많이 읽었습니다. 책을 읽고 눈에 띄는 내용이 발견하거나 의견이 떠오르면 요약해서 적기 시작했는데, 곧 이런 내용을 엽서에 적어 상자에 담아두었던 것입니다. 결국은 메모상자를 활용하여 쓴 글이 그를 빌레필트 대학교의 사회학 교수로 이끌게 되었고, 30년에 걸쳐 모두 58권의 저서와 수백편의 논문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제텔카스텐>은 모두 167개의 문헌을 참고하였다고 말미에 붙어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제텔카스텐>은 제텔카스텐 기법을 적용하여 쓴 것 같습니다. 한 대목을 옮겨봅니다. “어떤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알게 되기 전에 그 질문에 답하려고 노력하다 보면, 비록 그 시도가 실패로 돌아가더라도 나중에 그 답을 더 잘 기억하게 된다.(문헌 91) 정보를 검색하려고 노력을 쏟아 부으면 그 정보를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공산이 더 크다. 비록 마지막에는 다른 사람의 도움으로 정보를 찾게 되었더라도 말이다.(문헌 92) 심지어 피드백이 없더라도, 우리 스스로 무언가를 기억하려 노력한다면 결과는 더 좋아질 것이다.(문헌 93)(138)”


책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꿈을 가진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다만 장-절 구분이 분명치 않아서 읽은 내용이 머릿속에서 쉽게 정리되지 않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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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내지 마 민음사 모던 클래식 3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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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을 읽고 있습니다. <파묻힌 거인>, <녹턴>, <남아있는 나날>에 이어 네 번째 작품으로 <나를 보내지 마>를 골랐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예상했던 것처럼 생각거리가 많아졌습니다.


주인공은 31세 여성 캐시 H.입니다. 캐시는 간병사로 11년을 근무해오고 있습니다. 간병사는 기증자들을 통제해서 평온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일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기증자들은 무엇을 기증하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주인공은 헤일셤이라는 곳을 추억합니다.


자동차를 몰고 시골을 돌아다니게 되면 요즘도 헤일셤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과 마주친다. 안개 자욱한 들판의 모퉁이를 돌거나, 계곡의 경사면으로 내려오다가 멀리서 대저택의 일부가 눈에 띄면, 심지어 산허리에 특이하게 늘어서 있는 포플러 나무들을 볼 때면, ‘아마 저기일거야! 드디어 찾았어! 그러니까 여기가 헤일셤이 있었던 장소라고!’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다음 순간 그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는 생각을 다른 데로 돌리며 그곳을 지나친다.(17)” 이어서 헤일셤이란 장소는 캐시가 몸담았던 기숙학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루스, 토미 등 친구들과의 기숙학교에서의 생활이 길게 이어집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평범한 영국 소녀의 성장소설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기숙학교의 분위기와는 다른 묘한 상황이 튀어나옵니다.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받는 토미에게 루시 선생님은 그렇게 창조적으로 되려고 애쓰지 않는다면, 그런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모든 게 아주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미국에 가서 배우가 되고 싶다는 피터에게 너희 중 아무도 그럴 수 없어. 너희 삶은 이미 정해져 있단다. 성인이 되면 심지어는 중년이 되기 전에 장기기증을 시작하게 된다. 그거야 말로 너희 각자가 태어난 이유지. 너희는 비디어에 나오는 배우들과 같은 인간이 아니야. 나랑도 다른 존재들이다.(118)”이라고 말해줍니다. 반전은 이어집니다. 루시 선생님의 말을 들은 아이들이 그래서 어쨌다는건데? 우리는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잖아.’하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헤일셤 기숙학교의 학생들은 다양한 질병으로 장기가 손상된 인간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하여 장기공여를 목적으로 탄생시킨 인간과는 다른 존재라는 것입니다. 이들은 성장과정에서 자신이 해야 할 역할에 대하여 학습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들의 운명대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이런 서사구조를 읽다보면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에서 주제를 따온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인간을 위한 장기공여자의 삶을 다룬 영화 <아일랜드>가 있습니다. <아일랜드>에서도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만든 복제인간들을 바깥세상과 격리시켜 생활하도록 합니다. 환경오염으로 멸망한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라고 믿는 이들은 추첨을 통하여 지상에 남아있다는 환상의 섬 아일랜드로 가는 것이 꿈입니다. 하지만 실상은 이들이 장기를 기증하고는 죽음을 맞는 운명이라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고, 링컨 6-에코와 조던 2-델타가 격리시설을 탈출하여 자신들의 주인을 만나기 위해 대도시로 향한다는 결말입니다.


하지만 <나를 보내지 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의 운명대로 장기기증을 마치고 삶을 다한다는 것입니다. 인체의 어떤 장기를 기증하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4차에 이른다고 하는 것을 보면, 신장, , 등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장기에서 시작하여 마지막으로 심장이나 폐처럼 생명유지에 필수인 장기를 제공하고는 삶을 마치는 것 같습니다. 사랑하면서도 운명을 받아들이는 토미와 캐시의 마음을 생각해보는 대목이 있습니다. “어딘가에 있는, 물살이 정말이지 빠른 강이 줄곧 떠올라. 그 물 속에서 두 사람은 온 힘을 다해 서로 부둥켜안지만 결국은 어쩔 수가 없어. 물살이 너무 강하거든. 그들은 서로 잡았던 손을 놓고 뿔뿔이 흩어지게 되는거야. 우리가 바로 그런 것 같아. 부끄러운 일이야, 캐시. 우린 평생 서로 사랑했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영원히 함께 있을 순 없어.(386)”


<나를 보내지 마>에서는 다만 남녀가 진정 사랑하는 사이임을 입증되면 장기 기증이 몇 년 유예된다는 헤일셤 시절부터 떠돌던 풍문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밝혀지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이야기의 말미에 지금은 폐교가 된 헤일셤이 설립된 목적이 드러나는데, 장기기증을 목적으로 탄생시킨 존재들 역시 인간처럼 좋은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들 존재는 인간과는 별개의 존재라고, 인간 이하의 존재라고 사회적으로 인식하던 것을 바꾸어놓은 사건이었던 것입니다.


이 책의 제목 <나를 보내지 마(Never let me go)>는 이야기 중에 미국의 여가수 주디 브릿지워터의 노래제목이기도 합니다. 후렴구에 네버 렛 미 고, , 베이비, 베이비, 네버 렛 미 고.’라는 후렴구가 나온답니다. 케시가 이 노래를 좋아했던 것은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운명의 여인에게 아이가 생겼고, 여인은 어떤 일로 아이와 헤어질 두려워하는 심정을 담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케시가 노래를 들으면서 춤을 추는 장면을 본 마담은 다르게 해석합니다. 아마도 장기기증의 운명을 타고 난 존재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심정 때문일 듯합니다. “나는 어린 소녀가 두 눈을 꼭 감은 채 과거의 세계, 더 이상 지속될 수 없다는 걸 자기도 잘 알고 있는 과거의 세계를 가슴에 안고 있는 걸 보았어. 그걸 가슴에 안고 그 애는 결코 자기를 보내지 말아 달라고 애원하고 있었지그 소녀가 캐시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캐시가 장기기증을 시작했는지는 분명하게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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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생각하는 즐거움 - 검색의 시대 인문학자의 생각법
구시다 마고이치 지음, 이용택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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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으로 복귀하여 적응하느라 바쁘다보니 하루하루를 쫓기듯 살아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이 들어 이렇게 사는 것이 옳은지를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그런 사정때문인지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을 선뜻 고른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은 일본의 철학자이자 문필가인 구시다 마고이치의 수필집입니다. 산과 자연, 삶에 대한 사색적인 글을 많이 쓴 까닭에 사색 수필가’, ‘산의 철학자라는 별명을 얻었다고 합니다.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에는 모두 44꼭지의 글을 담았습니다. 44개의 주제를 두고 ‘~에 대하여라는 제목으로 주제에 대한 사유의 결과를 담았습니다. ‘생각한다는 것을 시작으로 누구나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생각해보았을 것들을 주제로 삼았습니다.


44개의 주제를 한번 적어보겠습니다. 1. 생각한다는 것, 2. 본다는 것, 의심한다는 것, 3. 안다는 것, 4. 속이는 것, 5. 일한다는 것, 6. 논다는 것, 7. 모방한다는 것, 8. 만든다는 것, 그리고는 웃음, 이별, 사랑, , 행복, 쾌락과 고뇌, 운명, 고독, 경험, 고백, 거짓, 감각, 선망, 질투, 공포, 분노, 증오, 슬픔, 아름다움, 마음의 모순, 마음의 여유, 희망, 기질, 성실, 불안, 친절, 사랑의 표현, 추억, 동경하는 법, 감상의 심리, 순결, 어리석음, 비겁함, 편지 그리고 일기 등입니다.


생각한다는 것에 대하여는 창가에 서 있는 감나무에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감나무에서 딱새로 그리고 사람의 일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구절을 만났습니다. “인간은 주변의 것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할 수 없는 동물에게 온갖 정을 쏟기도 하고 고양이나 개를 위해 눈물을 흘릴 뿐 아니라, 새빨간 사과를 보면 사과의 기분마저 이해한다고 착각합니다.(10)” 개인적으로는 저 역시 제멋대로 해석하는 경향은 있지만, 저자가 말씀하시는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여전히 붙들고 있는 화두인 눈물에 관한 이야기를 슬픔에 대하여에서 읽었습니다. 눈물에 대한 모든 것을 정리해볼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저자는 불과 4쪽도 안되는 분량으로 눈물이 나오는 기전으로부터 눈물의 효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었습니다. 이런 대목이 감동입니다. “정신적인 감동도, 육체적인 고통도 그것을 경험하는 사람에게는 폭풍과도 같은 재난상황입니다. 따라서 어떻게든 진정시켜야 합니다. 진정 작용을 위해 몸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눈물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눈물은 자연으로부터 받은 진정제입니다.(188)” 분명히 눈물은 정신적인 압박을 풀어내는 좋은 치료제입니다.


그런가하면 요즘은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추억여행에 도움이 될만한 글도 있었습니다. ‘추억에 대하여입니다. 저자는 어느 비오는 날 저녁 급한 원고를 쓰기 위하여 찻집을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전쟁 후 임시교사에서 가르쳤던 학생을 만나 옛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날 저녁의 일로 추억에 관한 이야기를 쓰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살다 보면 지나간 일을 돌아보게 됩니다. 어쩌면 산다는 건 추억을 쌓아가는 과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저는 추억을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 아닙니다. 좋은 추억이든 애써 지우고 싶은 추억이든 관계없이 과거를 자주 이야기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행각하빈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추억에 잠기게 되는 것이 좋습니다.(271)”


물론 저자의 방법이 정답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마다 잘 맞는 방법이 있을 터이니 말입니다. 어떻든 <혼자 생각하는 즐거움>은 요즘 숨이 턱에 닿듯 바쁘게 돌아가는 일정이 정리되면 저도 따라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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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고요하지 않다 - 식물, 동물, 그리고 미생물 경이로운 생명의 노래
마들렌 치게 지음, 배명자 옮김, 최재천 감수 / 흐름출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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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면 아내와 함께 서울이나 근교의 산책길을 걸었던 적이 있습니다. 조선일보의 주말판에 나오는 <주말걷기 2.0><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 여행>이 소개한 산책길을 찾아가는 걷기여행이었는데, 참 좋았습니다. 서울 도심과 서울 근교에 있는 산책길이었습니다. 도심에서는 카페에서 점심을 먹기도 하고, 야외의 산책길을 갈 때는 간단한 점심을 준비해서 집을 나섰습니다. 산책길을 한강변, 호숫가, 숲길 등 다양했습니다.


이들 산책길이 각기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기 마련입니다만, 특히 숲길을 고즈넉하고 상큼한 숲의 냄새가 좋았던 것 같습니다. 어쩌다 이름 모를 새(사실은 제가 이름을 모르는 것이지요)가 우는 소리, 작은 개울을 흐르는 물소리가 숲의 고요함을 깨기도 합니다. 대체적으로 산책길을 오가는 사람들이 북적이는 소리가 더 많은 경우도 있습니다.


대체로 우리나라의 숲이 고요한 것은 생태가 완벽하게 복원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니면 우리가 숲에서 나는 소리를 듣지 못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행동생물학을 전공한 마들렌 치게 박사가 쓴 <숲은 고요하지 않다>를 읽고 나니 제 귀는 물론 마음도 아직 숲에 대하여 열려있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바이오커뮤니케이션(biocommunication), 즉 생명체 간의 의사소통을 다루었습니다. 숲이 조용한 듯하지만, 숲에 사는 커다란 나무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같은 종 사이에, 그리고 다른 종류들과도 소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각자 소속된 조직 안에서 소통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소통의 방식이 다양한 인간의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먼저 생명체의 의사소통을 이해하려면 생명이란 무엇인가, 생명체의 공통된 특징은 무엇인가를 설명합니다. ‘1. 생명은 질서를 지킨다, 2. 생명은 물질을 교환한다, 3. 생명은 주변 환경을 감지하고 그것에 반응한다, 4. 생명은 번식한다, 5.생명은 자라고 움직인다, 6. 생명은 계속 발달한다라는 작은 제목으로 생명과 생명체의 특성을 설명합니다. 이 여섯 가지 사항을 설명하는 생명의 비밀이라는 시를 권두에 실었습니다. 그 첫 번째 행은 생명의 진면목은 구조에 있다라고 시작합니다.


책의 내용은 3부로 구성되었습니다. 1어떻게정보가 교환되는가의 1장에서는 생명체들이 정보를 발신하는 방법, 2장에서는 수신하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2누가누구와‘ ’정보를 교환하는가?3장에서는 단세포 생물: 최소공간에서의 소통을, 4장에서는 다세포 생물: 버섯과 식물의 언어를, 5장에서는 다세포 생물: 동물적으로 탁월한 소통을 각각 다루었습니다. 그리고 제3부 모든 게 달라지면 어떻게 될까?에서는 6장 동물이 숲을 떠났을 때를 이야기합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당신이 이미 알고 있듯이, 숲에 사는 주민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신호를 발신하고 수신한다. 그렇게 생명체는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서로 정보를 교환한다. 이때 생명체가 받은 정보를 해석하고 그것에 반응하는 방식이 특히 흥미롭다. 이 책에는 내가 특별히 감탄했고 그래서 당신에게 기꺼이 들려주고 싶은, 자연 정보망에 관한 이야기들이 들어있다.(40)”라고 적었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풀어놓은 자연 정보망에 관한 이야기들은 숲에 사는 생명체 뿐 아니라 강과 호수, 바다 심지어는 도시에 사는 생명체들 사이에 오가는 정보를 망라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생명체가 발신하는 정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하여 상대를 속이는 가짜 정보도 있을 뿐만 아니라, 생명체가 내는 정보를 활용하여 먹이를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구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살아남으려는 생명체들의 놀라운 지혜를 엿볼 수 있습니다.


신기한 이야기들을 읽어가면서 느낀 점은 아주 전문적인 내용을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에 비유하여 이해를 돕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더해서 독일어를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히도록 옮겼다는 점과, 대부분의 외국어를 우리말로 옮겨 놓았다는 점입니다. 옮긴이의 우리말 사랑을 절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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