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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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김탁환님이 <읽어가겠다>에서 소개한 책입니다. 2013년에 노벨문학상을 받은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의 마지막 단편집입니다. <디어 라이프>에는 10개의 단편과 표제작인 디어 라이프를 포함하여 어린 시절의 삶을 돌아보는 네 편의 글을 담았습니다. 김탁환님은 먼로의 단편은 늙은 개구리 같다고 비유하였습니다. 아마도 세상의 3대 불가사의라는 우스갯소리를 인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럭비공이 튀는 방향, 개구리가 뛰는 방향, 그리고 여인의 마음은 정말 불가사의하다는 것 말입니다. <디어 라이프>에 실린 단편들은 읽는 이가 예상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결말을 보인다는 것을 개구리와 비유한 것입니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아내와의 이별을 다룬 영화 <어웨이 프롬 허>의 원작을 쓴 앨리스 먼로는 1931년 생입니다만, <디어 라이프>에 실린 단편들의 시간적 배경은 더 옛날인 것들도 있습니다. <디어 라이프>를 읽게 된 것은 김탁환님이 소개한 일본에 가 닿기를기차등 두 작품이 열차를 매개로 하여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읽어보니 두 작품 이외에도 아문센에서도 기차가 등장합니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반전의 무대가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적에 차를 몰고 장거리 여행을 다니곤 했습니다. 시골길을 가다보면 열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곤 했는데 화물칸의 숫자를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연결되는 열차를 타보는 꿈을 꾸곤 했습니다. 최근에는 캐나다의 태평양쪽에 있는 뱅쿠버에서 대서양쪽의 핼리팩스까지 연결되는 횡단열차을 타보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두 작품을 통하여 캐나다의 횡단열차의 분위기를 조금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김탁환님은 <디어 라이프>에 실려 있는 이야기들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구리 같다고 했는데, 역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시대적으로 보면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시기임에도 남녀 사이의 관계가 충동적으로 이루어지기도 할 뿐만 아니라 함께 여행하고 있는 딸의 존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도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남자가 그리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다가도 남편이 집에 돌아오면 그와 같은 판타지는 동면에 빠지듯 하고 일상적인 애정이 변함없이 견고하게 되돌아왔다고 하는데, 과연 가능한 일일까 싶습니다. 딸과 함께 토론토에 도착했을 때 그 남자가 기다리는 것을 발견한 여인은 놀라면서 반가웠던가 봅니다. 작가는 그 순간을 이렇게 묘사합니다. “그녀는 케이티의 손을 놓지 않으려 했지만 바로 그 순간 아이는 그녀에게서 떨어지며 손을 놓았다. 그녀는 피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다음에 다가올 일을 기다렸다.(41)” 딸아이를 챙기는 일보다 만나고 싶었던 남자와의 관계가 흘러가는 대로 맡기겠다고 생각하는 어머니가 있을까요? 열편의 단편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 아니라 수 없었습니다.


부자집 외동딸과 혼외관계를 맺고 그녀의 재산을 빼돌리는 유부남의 이야기도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다가 충격적인 결말을 암시하면서 끝이 납니다. 등장인물들이 20세기 중반 캐나다에서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일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해설을 보면, 작가는 단편 자존심의 마지막 부분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화자의 집 뒷마당의 모습을 그렸습니다. 이 부분은 아련하고 쓰라리지만 더 없이 섬세하고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더 깊이,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시간의 매정함(혹은 너그러움), 산다는 것의 팍팍함(혹든 소중함), 생존한다는 것의 안쓰러움(혹은 거룩함), 곁에 있는 존재의 체온(혹은 더는 가까워질 수 없는 존재의 체온) 등의 모순적인 것 같으면서도 잘 융화되어 녹아 있다(418-9)”라고 했습니다. 이런 것들을 읽어내지 못했으니 아무래도 처음부터 다시 읽어봐야 할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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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가을 - 1946년, 전후 독일의 현장 취재기
스티그 다게르만 지음, 이유진 옮김, 박노자 해설 / 미행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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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주축국 가운데, 전쟁 과정에서 저지를 반인륜적 행위에 대한 인식에 있어 독일과 일본의 차이가 두드러진다는 생각은 저만의 것은 아닌 듯합니다. 전쟁이 끝난 뒤에 독일이나 일본 국민들의 생각을 어땠는지 궁금해집니다. <독일의 가을>은 그런 궁금증에 어느 정도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독일의 사정에 국한 된 것이기는 합니다.


1946년 스웨덴 일간지 <엑스프레센>은 패전 독일의 상황을 보도하기 위하여 스티그 다게르만이라는 23살 된 신예작가를 파견하였습니다. 반파시스트 경향의 다게르만은 독일여성과 결혼하였기 때문에 친척방문이라는 목적으로 비교적 자유롭게 취재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는 1015일 기차로 함부르크에 도착하여 베를린, 하노버, 루르지방의 뒤셀도르프, 에센 그리고 쾰른, 프랑크푸르트, 하이델베르크, 슈투트가르트, 뮌헨, 뉘른베르크, 다름슈타트를 거쳐 프랑크푸르트에서 1210일 비행기를 타고 귀국하였습니다. 그가 방문한 지역은 전후 영국과 미국이 점령한 지역으로 점령국의 도움을 받았지만 논조는 점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패전국의 국민들의 삶이 열악했음은 분명할 터이지만, 특히 독일의 대부분 지역은 연합군의 대대적인 폭격으로 주택들이 부서지는 바람에 살아남은 사람들이 누울 자리도 태부족이었습니다. 게다가 패전 후 소련군의 점령지에서 쫓겨나 독일로 귀환하는 독일군과 국민들을 수용하는 일도 쉽지 않았습니다. 연합국에서 이들을 위한 대책마련에 적극적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폭격에서 파괴되지 않고 남아있는 지하실에는 발목까지 차가운 물에 잠겨있었는데, 그런 열악한 장소에도 여러 세대가 옹기종기 모야 살아야 했다고 합니다. 독일제국에 반대한 사람들은 전후에도 가난에서 벗어날 길이 없어 멀쩡한 집을 살 여유가 없었지만, 제국에 협조한 사람들은 오히려 떵떵거리고 사는 형편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일부 독일 국민들은 히틀러 치하에서 더 살기 좋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없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생존을 위한 나치와의 타협이라는 변명으로 치부하는 경향입니다만, 흔히 전후 독일국민들은 나치제국에 부역하였다는 일반론적인 책임을 묻는 시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나치의 선동에 동조한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하지만 전쟁이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독일 안에서도 나치에 맞서 내전을 펼친 강력한 반나치 행동조직들이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연합국에서는 이들의 반나치 혁명을 지원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전후 재건과정에서도 이들을 위한 역할을 주어지지 않았고, 결국은 재건과정에서 독일국민들은 다양한 사상에 따라 분열되는 양상을 보였다고 합니다.


다게르만의 기사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도 적지 않습니다. 그런데 말미에 붙인 박노자의 작품해설을 읽으면 상황이 조금 분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2차 세계대전은 이전에 일어났던 제국주의 국가들이 주도한 수많은 전쟁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과 스페인 사이의 미서 전쟁을 비롯하여 제1차 세계대전, 베트남전쟁 등은 도덕적 명분이 없는 침략전쟁이었다고 해석합니다. 반면 제2차 세계대전은 주축국들이 저지른 온갖 만행 때문에 이에 대한 연합국들이 수행한 전쟁은 좋은 전쟁(good war)으로 포장이 가능했다고 합니다. 연합국의 국내사정을 하나하나 따져보면 도덕적인 면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틀러의 독일제국에 비하면 차선 혹은 차악으로 간주되었다는 것입니다.


작가가 하노버의 어느 화가와 패전과 새로운 독일 예술을 이야기하는 대목이 인상적입니다. 하노버의 화가는 만일 제가 폐허를 그린다면요. 폐허라서가 아니라 폐허가 아름답다고 생각해서 그리는 겁니다. 보기 흉했다가 폭격 후 아름다워진 건물들이 많이 있어요. 하노버 박물관은 특히 햇빛이 부서진 지붕을 뚫고 들어올 때 정말 폐허에 딱 맞게 보입니다.(178)” 존 러스킨이 <건축의 일곱 등불>에서 전한 건축물의 모습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보는 것이 옳다는 생각에 부합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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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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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독서회에서 읽기로 한 책입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23살이 되던 해에 베츨라의 고등법원에서 견습생활을 할 때 만났던 샤로테 부프를 연모한 끝에 단념한 바 있습니다. 그녀에게 약혼자가 있었던 것입니다. 25살에는 못 이룬 사랑의 아픔을 소재로 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썼습니다. 이야기꾼들 가운데는 염문이 피고 지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괴테 역시 식당집 딸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시작으로 숱한 여인들을 사랑했습니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라고 했던가요? 괴테의 사랑은 그리 길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마도 빨리 데워진 돌이 빨리 식는다고 했던가요?


못 오를 나무는 쳐다보지도 말라는 우리네 속담처럼 약혼자가 있는 샤로테에 대한 연정도 접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샤로테를 연모한 경험을 담은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주인공 베르테르는 괴테 자신과는 다른 선택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요즈음에는 자신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을 죽였다는 끔찍한 사건들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랑이 아니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 사로잡힌 사람들일 것입니다. 하지만 베르테르 역시 로테를 진정 사랑한 것이 아니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이루어지지 않자 스스로를 파괴한 것입니다. 요즘 같으면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아야 했을 것입니다.


1권과 2권으로 나뉘어 있지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화자인 베르테르가 친구인 빌헬름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쓴 글입니다. 어떻게 보면 빌헬름이라는 친구에게 이야기하듯 쓴 일기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야기는 177154일에 시작되어 삶을 마무리하기 직전인 1221일의 편지와 베르테르의 죽음을 전후하여 일어난 상황을 작가가 전하는 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내가 공연히 열중하여서 지나치게 비유와 연설을 늘어놓는 것 같다.(26)”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이야기의 초반에는 주인공의 성격을 묘사하려는 의도였는지 베르테르를 둘러싼 환경과 심리상태가 상세하게 묘사되어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비극적인 결말을 암시하듯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이 세상을 떠난 이야기라던가, 연모하던 미망인의 사랑을 얻을 수 없다는 이유로 살해한 머슴 이야기도 있습니다.


베르테르가 로테를 만났을 때는 이미 약혼자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흔히 수문장이 지킨다고 공을 문안으로 차 넣을 수 없을까?’라는 생각이었을까요? 하지만 로테는 베르테르와의 관계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듯 약혼자 알베르트와 결혼을 하였습니다. 베르테르는 연심을 거두지 않고 로테를 찾았고, 로테 역시 그런 베르테르를 거절하지 못하였습니다. 사람 좋은 알베르트도 끝까지 베르테르를 거절하지 않고 친구관계를 유지합니다.


베르테르가 로테와 알베르트 부부의 곁을 떠나 D시에 있는 새로운 일터로 옮겨가게 되었습니다. 베르테르는 상관인 공사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습니다. “그는 내가 일찍이 겪어본 적이 없을 만큼 고집에 센데다가 잔소리가 이만저만 심한 것이 아니다. 꼼꼼하고 까다롭기는 시어머니 같고 다루기 힘들기는 흡사 노처녀 같다.(106)” 특히 베르테르에게 호의를 보인 C백작과의 관계를 시기한 듯합니다. C백작이 개최한 연회에 베르테르를 초청하였습니다.


이 연회에서 베르테르는 불쾌한 일을 당하였습니다. 연회에 온 사람들이 베르테르를 따돌리면서 수군거리는 분위기였습니다. 베르테르는 연회장 분위기가 불편하여 초대한 백작에게 물러가겠다고 이야기합니다. 정작 소문은 백작이 베르테르를 모임에서 내쫓았다고 났다는 것입니다. “<약간 머리가 좋다고 우쭐해 가지고 지체나 관습 같은 걸 무시하고 건방지게 굴더니 결국 다시 저런 꼬락서니가 되어버리지 않았겠어>(121)”라는 험담도 들려왔습니다. 베르테르의 평소 모습이 어땠는지를 암시하는 대목 같습니다. 결국 베르테르는 로테가 사는 곳으로 돌아오면서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게 되는 셈입니다.


젊었을 때 읽었더라면 베르테르의 비극적인 사랑에 가슴이 저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나이가 들어서 읽어보니 치기가 한창일 때의 철없는 사랑으로 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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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격언집 -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 잘난 척 인문학
김대웅.임경민 지음 / 노마드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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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가끔 우리말 속담을 끌어와 글을 시작하곤 합니다만, 번역서를 읽다보면 라틴어 격언을 흔히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말로 쓴 책에서도 라틴어 격언을 만나는 경우가 드물지가 않습니다. 그럴 때는 있어보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라틴어가 유럽어들의 원형이라는 생각과 고전을 많이 읽었구나 싶은 생각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쓰임새가 있는 라틴어 격언집을 만났습니다. 제가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생각이었는지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이라는 부제가 달려있습니다. 우리말 속담사전이 있는 것처럼 서양에도 라틴어 격언집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라틴어 격언집은 에라스뮈스가 만든 <아디지아>라고 합니다.


에라스뮈스는 1,500년에 그리스로마의 철학자, 작가, 정치가 등의 명언을 모아 <고전 격언집(Collectanea Adagiorum)>을 선보였다고 합니다.1,508년에는 항목을 3천개로 늘리고, 주석을 단 논평과 단상을 덧붙인 <수천 개의 격언집(Adagiorum Chiliades)>라는 제목으로 출간했고, 증보가 이어져 최종적으로는 4,151개의 항목을 담아냈습니다.


<라틴어 격언집>은 로버트 블랜드가 1814년에 펴낸 <에라스뮈스의 아다지아에서 주로 고른 격언집>이라는 제목의 책에서 골라 뽑아 우리말로 번역한 책입니다. 모두 262개의 라틴어 격언들을 나를 부끄럽게 하는 것들등 열 두 개의 주제 아래 분류해놓았습니다. 대부분의 라틴어 격언들의 출처와 그 의미, 라틴어 격언과 관련된 유럽 각국의 속담을 같이 소개해놓았습니다. 번역자들은 라틴어 격언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 우리말 속담을 주석에 달아놓기도 하였습니다.


라틴어 격언을 본디의 라틴어 의미에 따라 직역을 해놓아서 그런지 그 의미가 쉽게 이해되지 않는 대목도 없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모래땅에 씨뿌리기(Harenae mandas semina)'라는 경구는 실행 불가능한 일에 헛되이 많은 노력을 쏟아 붓는 사람이나 아무런 보답도 기대할 수 없는 배은망덕한 사람에게 은혜를 베푸는 사람을 빗대 표현한 것이라는 설명을 읽어야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 사이에서 늙은이(Inter Pueros Senex)'라는 격언은 애늙은이라는 우리말이 어울릴까 싶었습니다만, 실제보다 더 똑똑하고 학식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허울만 그럴듯한 사람을 빗댄 것이라고 합니다. 애늙은이라는 우리말이 나이보다 더 의젓한 어린이를 의미하는 것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입니다. 유럽의 고사를 모르면 이해가 불가능한 것들도 없지 않습니다. 이런 격언을 끌어다 쓰면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은 무슨 소리?”라고 할 것니다.


하지만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들도 많습니다. 제 경우는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나,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더 나은 곳은 없다(In omnibus requiem quaesivi, et nusquam inveni nisi in angulo cum libro)’라는 격언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독일의 수사이자 영성 저술가인 토마스 아켐피스의 말이라고 합니다. 토마스 아켐피스는 <그리스도를 본받아>로 만나보았습니다. 영어권에서는 성서 다음으로 많이 읽혀 제2의 복음서로 칭송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주당들은 자주 쓰는 말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제 술을 마실 때가 되었다(Nunc est bibendum)’이라는 말은 호라티우스의 <송가>에 나오는 구절인데 <클레오파트라 송가>라고도 한답니다. 클레오파트라가 자살했다는 소식이 로마로 전해진 뒤에 지어진 것으로 여왕의 패배와 죽음에 대한 축배를 들자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본문에 있는 262개의 라틴어 격언 이외에도 12개의 주제를 적어놓은 쪽에 대표적인 라틴어 격언이 설명 없이 소개되었고, 책의 말미에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라틴어 관용구와 격언이 덤으로 더해졌습니다. 그야말로 알아두면 잘난 척하기 딱 좋은그런 쓸모있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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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에 갇힌 남자 스토리콜렉터 8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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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발다치의 에이머스 데커 연작의 다섯 번째 작품입니다. 주인공 에이머스 데커는 미식축구 선수였습니다. 전미축구연맹 경기에서 상대선수와 충돌하면서 죽음 상태에 빠졌다가 회생한 뒤에 모든 것을 기억하는 능력과 공감각 능력이 생겼습니다. 미식축구의 경력은 중단되었지만, 새롭게 생긴 능력을 바탕으로 강력계 형사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아내와 딸 그리고 처남이 살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삶의 의미를 잃고 방황하기도 합니다. 스스로의 목숨을 끊으려는 순간 나타난 서장의 설득으로 일상으로 복귀를 하게 됩니다. 마침 생긴 고등학교 총기난사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던 중에 그 범인이 자신의 가족을 몰살한 범인임을 알게 되고 결국 범인 일당을 일망타진하게 됩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연방수사국에 생긴 미제사건처리 부서에 합류를 하게 됩니다.


<진실에 갇힌 남자>는 가족들의 기일을 맞아 오하이오주 벌링턴의 묘지를 찾은 데커를 만나러 온 남자가 있습니다. 메릴 호킨스, 데커가 강력계 형사로 근무하면서 처음 담당했던 사건의 범인입니다. 네 명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이 확정된 사람입니다. 호킨스가 데커를 찾아온 이유는 자신이 무죄임을 밝혀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습니다.


13년 전에 있었던 사건을 되짚어보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당시 현장의 모든 정황은 호킨스가 범인이라고 한만한 것들이었습니다. 호킨스 역시 자신이 무죄임을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종신형이 확정되고 트래비스라는 사설교도소에 수감되었던 것입니다. 종신형을 받은 호킨스가 출옥할 수 있었던 것은 말기암이 발견되어 여명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교정당국이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으니 출소시킨 것이라고 합니다.(그런데 사건이 발생한 시점이 분명치가 않습니다. 13년전일 수도, 22년전일 수도 있습니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는 문제가 데커의 발길을 붙든 것은 데커를 만난 호킨스가 그날 저녁 누군가에 의하여 살해된 것입니다. 호킨스 사건 당시에 함께 수사를 했던 동료 메리와 함께 옛날 호킨스 사건과 호킨스 살해사건의 조사에 착수를 하게 됩니다. 데커와 함께 벌링턴에 왔던 알렉스는 연방수사국으로 복귀하자고 권하지만, 데커는 자신의 첫 번째 사건에서 무언가 놓치는 바람에 무고한 호킨스를 범인으로 만들었을 가능성을 외면할 수가 없었습니다.


호킨스를 살해할 동기가 있는 사람을 찾기 위하여 과거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 나섭니다. 리처즈의부인 수전, 카츠의 부인 레이철, 그리고 호킨스의 딸 미치 등입니다. 그런데 미치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대형트럭이 데커를 위협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사건을 다시 수사하기 시작한 데커에게 모종의 경고를 준 셈입니다. 하지만 데커는 이 사건으로, 뒤에 누군가 숨어있다는 의혹을 가지게 되는 역효과만 주었을 뿐입니다. 사건은 호킨스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고 옛날 사건의 피해자였던 리처즈의 부인 수전리처즈가 실종되어다가 살해된 채 발견됩니다. 그리고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 연달아 죽음을 맞기 시작합니다.


미식축구경기에서 기사회생한 데커가 모든 것을 기억하는 능력을 얻은 대신에 사회성을 잃는 후유증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새로운 능력과 후유증도 세월이 흐르면서 조금씩 변화가 일어나는 모양입니다. 특히 옛동료 메리가 조기치매로 진단되면서 가정이 해체될 위기에 봉착했을 때 데커가 보여주는 행동을 보면 그런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사건의 주체를 추적하는 가운데 다양한 증오단체의 기호가 소개됩니다. 88은 하일 히틀러를 나타낸다거나 토끼풀과 하켄 크로이츠는 아리안 형제단을 의미하고, MIOAK라는 머릿글자로 알려진 핏방울십자가는 KKK단원의 신비로운 휘장이라고 합니다. 독일어로 백인의 힘을 의미하는 바이스 마흐트는 아리안 테러단의 상징이고, 고대 인도-유럽의 해시계인 흑태양을 나치가 가져다가 정중앙에 스와스티카를 받아 상징으로 썼다고 합니다. 삼각형 안에 상각형 세 개가 들어있는 것은 KKK단의 상징이라고 합니다.


에이머스 데커 연작의 특징이 주인공이 살해위기에 몰리고, 사건에 관련된 사람들이 끊임없이 죽어나가는 끔찍한 면도 없지는 않습니다만, 사건과 관련된 자료들을 끊임없이 모아서 서로 연결하여 결국은 사건의 진실에 다가서는 과정이 흥미롭기도 합니다. 과연 벌링턴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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