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프리카인가 - 지구 한 바퀴를 돌아 아프리카!
나선영 지음 / 바른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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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파리 차 앞을 지나는 코끼리 무리를 담은 사진이 눈길을 끌어 고른 책입니다. 아프리카를 다녀온 지도 꽤 되었지만 세렝게티와 응고롱고로 초원을 한가롭게 거닐던 사자, 기린, 얼룩말 등 야생동물의 자태가 눈에 삼삼해서였을 것입니다.


45개국을 20년 이상 몸으로 부딪히다보니 삶의 패턴마저 바꿔 버릴 만큼 아프리카의 문화적 충격이 컸다는 여행작가 나선영님의 아프리카 여행기 <, 아프리카>입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짐바브웨, 잠비아, 그리고 탄자니아 등을 돌면서 찍은 3천장이 넘는 사진들 가운데 고르고 고른 듯한 사진을 엄청 많이 실었습니다.


안타까운 점은 Turing Point라고 적은 서문 지금까지의 아프리카는 잊어라라는 제목의 글에서부터 01 I Love Africa, 02 Rainbow Africa, 03 Tour of Africa, 04 Interior of Africa, 05 Dream of Africa, 06 Movie of Africa 07 Why Africa로 나누어 놓은 64꼭지의 글들은 정리되지 않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프리카에 대하여 정확히 전달하고 이해를 돕는 것이 이 글을 쓰는 목적이라고 했습니다만, 아프리카의 불과 5개국을 돌아보고 아프리카를 이야기하겠다는 것은 표지에 나오는 코끼리에 관한 우화를 생각나게 합니다.


응고롱고로 분화구에서 건강한 흙 내음을 밟으면서 그 속에서 자라는 생명체의 소중함이 느껴졌다는 대목을 예로 들면 흙내음을 밟는다는 표현도 어색할 뿐 만 아니라, 코뿔소가 멸종의 위기를 맞고 응고롱고로 초원을 뒤덮고 있는 외래 침입종 잡초로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합니다.


케이프타운 부근에 있다는 흑인들 집단거주지역은 타운십 투어를 신청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데, 가이드가 안내해준다는데 개인적으로 가면 위험하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허락없이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눈치라면서도 판자촌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하나 같이 밝은 표정이라는 것도 겉도는 느낌입니다.


멋있어 보이는 단어를 고르는데 집중을 하다 보니 그 단어들을 잘 이어 수도 쉽게 읽히도록 하는 데는 신경이 미치지 못했던가 봅니다. 태양의 강렬함은 단순히 빨간색으로 표현할 도 없다는 것은 초등학생의 그림에서 본 것을 이야기하는 것일 뿐 정작 강렬한 해는 그저 환하다는 느낌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은 몰랐을까요?


남아프리카공화국, 나미비아, 짐바브웨, 잠비아, 그리고 탄자니아 등 5개국을 돌아보는 여행기를 76쪽에 담으려다보니 이야기의 선후가 뒤섞이고 맥락이 건너뛰기 일쑤입니다. 시그널 힐에서 지켜보는 해넘이의 감동을 적은 부분의 경우입니다. “찰나의 순간은 금방 사라진다. 아쉬움에 뒤를 돌아보지만 사람들은 거짓말처럼 사라진다. 야경의 여운은 늦게까지 이어진다. 북적거리는 펍에서 와인과 음악에 몰입해본다.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황홀에 젖는다.” 나미브 사막에서의 잠자리에 관한 대목도 있습니다. “사막에서의 캠핑인지라 새벽은 춥다. 여행사 여직원 덕분에 챙겨준 침낭에 의지하여 추위를 견디며 숙면을 했다.”


마지막 부분 'Why Africa'에서는 왜 아프리카에 주목해야 하는가를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아프리카가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가 빠졌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미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 미래의 비즈니스가 될 것인지는 이야기가 없습니다.


뒷표지를 보면 아프리카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준 여행지침서’, ‘선입견을 버리고 쉽게 떠날 수 있는 아프리카여행 꿀팁이라고 광고를 하고 있지만, 이 책은 아프리카의 여행지침서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습니다. 아프리카 여행에서 찍어온 좋은 사진들을 볼 수 있는 정도라고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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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33
페터 한트케 지음, 윤용호 옮김 / 민음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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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1월에 열린 고전독서회에서 페터 한트케의 <소망 없는 불행>을 읽고 논의할 때, 회원 한 분이 추천하셨던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을 읽었습니다.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저는 누군가에게 추천할 생각은 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요소들이 충분히 설명되지 않아서 이야기의 맥락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읽는 이의 상상에 맡겨두겠다는 생각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요제프 블로흐는 한때 잘나가는 골키퍼였습니다. 지금은 건축공사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고 있는데, 어느날 아침 일꾼들이 새참을 먹을 무렵 출근했을 때 현장감독이 힐끗 올려다보는 눈길에서 해고되었다고 지레 짐작하고 공사장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부터는 모든 행동이 충동적으로 일어납니다. 재래시장으로 가서 밥을 먹은 뒤에는 극장에 들어가 영화를 보고 호텔에 들어가 잠들었다가 저녁에는 호텔을 나와 술을 마십니다.


다음날은 토요일인데 호텔에서 하루 더 묵기로 합니다. 집은 어디에 있는지 왜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지 전혀 설명되지 않습니다. 이제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도 못하는 여성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약속을 하지만 막상 만나서는 특별한 일도 없이 헤어집니다. 잠은 호텔에서 잤는데 샤워와 면도는 역 화장실에서 합니다. 도무지 뒤죽박죽입니다.


거리에서 만난 젊은이들과 싸움을 벌여 쥐어터지고, 극장의 매표원 아가씨를 기다려 따라가다가 건드렸더니 그녀가 격렬하게 그를 만졌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함께 그녀의 집에 들어가 관계를 맺게 되는 과정도 설명되지 않습니다. 더욱이 다음날 아침 식사를 챙겨준 그녀가 오늘 일하러 가지 않으세요?’라고 묻자, 갑자기 그녀의 목을 졸라 살해합니다. 바깥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리자 공포심으로 숨이 막힐 것 같았고, 불안감으로 피곤해졌는지 잠이 들었다는 것도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리고는 서부역으로 가서 국경 근처로 갑니다. 예전의 여자친구가 여인숙을 운영하고 있는 곳으로 향한 것입니다. 그녀에게 전화를 걸기 위하여 정거장 우체국에 들어갔는데, 전화방에서 전화번호부를 뒤질 때 순경이 들어와 검문을 합니다. 극장 안내원이 고발을 했다면서 지서에 동행할 것을 요구합니다. 전화번호부로 순경을 갈겨 의식을 잃게 만든 블로흐는 기차 대신 버스를 타고 국경 마을로 향합니다.


국경마을에 도착해서는 여인숙을 찾아 여자 친구를 만났지만, 그녀는 이미 누군가와 사귀는 것 같습니다. 하릴없이 이곳저곳을 배회하다가 마지막에는 축구경기를 구경하게 됩니다. 옆에 앉은 사람과 축구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데 골키퍼의 시각을 이야기합니다. ‘공격수나 공으로부터 시각을 돌려 골키퍼만 바라보는 일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골문을 향해 슈팅이 되었을 때에야 비로서 골키퍼를 보게 되죠라고도 합니다. 사실 그런 것 같습니다. 운동장에서는 경기 중에 골키퍼를 쳐다볼 일은 별로 없습니다. TV 중계를 시청하는 경우에는 축구공과 무관하게 골키퍼가 화면에 잡혔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보기 마련입니다.


마지막으로 공을 차기 위하여 키커가 달려 나오면, 골키퍼는 무의식적으로 슈팅도 되기 전에 이미 키커가 공을 찰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게 됩니다. 그러면 키커는 침착하게 다른 방향으로 공을 차게 됩니다.’라고 말합니다. 사실은 무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키커가 공을 찬 다음에 움직이게 되면 골대 구석으로 날아오는 공을 막을 시간이 없기 때문에 미리 예측한 방향으로 몸을 움직이게 되는 것입니다. 키커 역시 일찍 움직인 골키퍼가 공을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미리 예측한 방향으로 공을 차는 것이죠. 심지어는 골키퍼가 움직일 것을 예측하고 골기퍼 정면으로 공을 차기도 합니다. “페널티 키커는 그의 두 손을 향해 공을 찼다고 마무리한 이 소설처럼 말입니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은 살인을 저지른 전직 골키퍼가 경찰을 피하기 위하여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심경을 마치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와 같다고 설명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읽어가는 가운데 그런 분위기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역시 난해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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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딱고개 문학공간수필선 127
오세하 지음 / 한강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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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도서관에서 소장도서를 정리해서 주민에게 나누어주는 행사가 있었습니다. 풍성하지 않은 가운데 고른 책입니다. 국어교사이신 오세하 선생님의 수필집입니다. 여러 곳에 실렸던 수필들을 모아 엮은 것으로 보이는데, 국어를 가르치신 만큼 정제된 언어로 쓰인 수필집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수필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가르침을 얻는 책읽기였습니다.


두 번째 작품 감나무를 예로 들어보면, 감나무가 가진 지혜, 듬직함, 나눔, 겸손 등의 성품을 설명하는데 감나무에 대하여 세밀한 것까지 파악하셨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첫 번째 작품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어렸을 적 친구들을 소환하여 기억하고 있음을 알리는 모습도 좋아보였습니다.


수필을 쓸 때 화제가 된 사회적 사건들에 대한 논설을 읽다보면 선친께서 남겨주신 글들을 대하는 느낌도 듭니다. 세월호 사건에서는 선원들의 의무를 제복에 견주어 준열하게 꾸짖었습니다. 광우병 촛불집회에 나가서는 대학시절에 치렀던 4.19의거에 참여했던 기억을 떠올리고 시대가 혼란하고 어려울수록 이성적이어야 한다. 자신을 위한 삶이 가정을 위한 삶이고, 사회와 국가에 보탬이 되는 삶이어야 한다. 인생관과 국가관이 바르고 확고해야 한다.’라는 가르침으로 정리하셨습니다.


주제에 따라 원전을 달리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견공과 견자라는 글에서는 개만도 못한 사람을 이야기하기 위하여 충의를 다한 견공의 사례들을 인용합니다. 일본 시부야 역에 동상을 세워 기리고 있는 하찌의 사례를 비롯하여 고양군에 있는 고려 공양왕릉 앞에 있는 조그만 삽살개의 석상도 언급합니다. 공양왕부부가 원주로 추방되었다가 이곳으로 도망쳐 숨어살다가 호수에 뛰어들어 구차한 생을 마감했는데 삽살개가 이를 알리기 위하여 호수에 뛰어들어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모양입니다.


공양왕의 죽음에 대하여 정설보다는 속설을 택한 이유는 아마도 삽살개의 충성을 이야기하기 위함으로 보입니다. 공양왕은 조선이 성립된 뒤에 강원도 삼척의 궁촌리로 유배되었다가 마을입구인 고돌산 살해재에서 왕세자와 함께 시해되었다고 합니다. 공양왕묘가 고양에 있는 것은 조선왕실에서 시신을 서울로 올려와 공양왕의 죽음을 확인한 뒤에 매장하였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표제작인 깔딱고개는 우이대피소에서 백운대로 가는 길목에 있는 깔딱고개를 지나는 산행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산행을 하다보면 오르막이 심하여 고갯마루에 오르기까지 숨이 몇 차례는 넘어갈 듯한 고초를 겪어야 하는 장소가 있습니다. 필자가 가끔 오르던 우면산에도 깔딱고개가 있습니다. 오르막이 어찌 가파른지 처음에는 몇 발자국을 떼고는 숨을 돌려야 했습니다. 산행을 반복하면서 쉬는 빈도가 줄어들면서 언젠가부터는 단숨에 깔딱고개를 넘을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이 깔딱고개의 산행을 가져온 것은 젊었을 때 집을 장만하기 위하여 준비했던 자금을 빌어간 선배가 야반도주를 하는 바람에 처했던 곤경을 동창이 급전을 융통해주어 넘길 수 있었다는 이야기로 이어집니다. 깔딱고개를 처음 넘을 때는 숨이 턱에 차오르기 때문에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오르고 또 오르다보면 체력이 늘어서 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생깁니다.


모두 54꼭지의 글을 장수시대의 고민’, ‘감꽃 이야기’, ‘거리 풍경’, ‘사마귀의 허세’, ‘도시 비둘기’, ‘깔딱 고개등의 소제목에 나누어 담았습니다. 각각마다 소제목을 제목으로 한 글들이 있습니다. 소제목에 담긴 글들이 일정한 주제를 이루는 것은 아닙니다.


이미 발표된 수필들을 책으로 묶어 내게 된 것은 세월이 흐를수록 상식과 도덕이 경시되고 사회환경이 험악해져가는 세상에, 어린 손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기고 싶었다라고 합니다. ‘가난하고 아팠던 세데의 생활을 알아달라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지 않고 땀을 흘리지 않으면 배곯던 과거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싶다라는 마무리를 읽으면서 선친께서 남겨주신 글을 묶어 <소운집>이라는 책을 냈던 일이 생각났습니다. 연배가 있으신 만큼 보수적인 생각이 담긴 글들입니다만 오늘날의 젊은이들이 새겨두어야 할 말씀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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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에 가기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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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랭 드 보통의 글은 적지 않게 읽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동물원에 가기>는 처음 눈에 띄었습니다. 이 책은 펭귄출판사가 창립 70주년을 맞아 선정한 70명의 문인들의 작품선집 가운데 하나라는 점에서 특별하다고 합니다. 표제작 동물원에 가기를 비롯하여 모두 9편의 수필을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사유의 날개를 자유자재로 펼쳐내는 그의 글 솜씨는 역시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첫 번째 글 슬픔의 주는 기쁨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대상으로 하여 쓴 글입니다. 호퍼의 그림을 보면 인간은 외롭고 쓸쓸한 존재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런데 보통은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슬프지만 우리를 슬프게 하지는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호퍼의 작품 가운데 기차 안의 풍경을 그린 것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이야기는 호퍼의 그림으로부터 호퍼적인 공간으로 이어집니다. 리틀 셰프 식당처럼 소외된 장소를 호퍼적 공간이라고 설명합니다. 리틀 셰프 식당은 영국의 도로변에서 볼 수 있는 작은 식당을 말한다고 합니다. 옛날 같으면 주막이 될 것이고, 요즘으로 치면 실비식당 정도가 될까요?


두 번째 이야기 공항에 가기히드로 다이어리라는 부제가 붙은 <공항에서 일주일을>과 맥을 같이 하는 글입니다. 흔히 공항하면 멀리 떠나기 위하여 비행기를 타러가는 곳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만, 보통은 비행기를 타러 가는 것이 아니라 발레를 감상하듯 공항을 감상하러 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공항에 앉아서 멀리서부터 날아온 비행기가 활주로에 앉는 모습, 어디론가 가기 위하여 이륙하는 모습을 묘사합니다. 그러다가는 이륙하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상상을 해봅니다. 비행기에서 굽어보거나 바라보는 구름의 모습은 땅에서 보는 것과는 사뭇 다릅니다. 보통은 비행기에서 보는 구름이 꺼지기 쉬운 면도용 거품을 쌓아 만든 고대한 오벨리스크 같다고 했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 진정성은 여성을 유혹하는 기술(?)을 소개합니다. “가장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을 가장 자신 있게 유혹할 수 있다는 것은 사랑의 아이러니 가운데 하나다라고 전제하는 것을 보면, 유혹의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그녀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에 기인하는 것임을 내비치는 대목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게 무관심한 사람은 능란한 유혹 솜씨를 발휘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유혹의 기술을 시전하려는 글로 보이기도 합니다.


직업과 행복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 일과 행복은 건너뛰고, ‘동물원에 가기도 건너뛰려 했지만 표제작이라는 이유로 간단하게 적어보려 합니다. 그리고 보니 마지막으로 동물원에 가본 것이 10여년을 훌쩍 넘어가는 듯합니다. 아이들이 크고 보니 동물원에 가볼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아이 없이 동물원에 간다고 하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본다라고 시작하는 대목이 십분 이해됩니다.


같이 가기로 한 조카가 마음을 바꾸었는데도 작가는 런던의 레전드파크 동물원에 가는 일정을 강행하였다고 합니다. 다양한 동물들을 돌아보면서 동물원은 동물을 인간처럼 보이게 하는 동시에 인간을 동물처럼 보이게 하여 마음을 어지럽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저 역시 동물원에 갔을 때 내가 동물들을 구경하는 것인지, 아니면 동물이 나를 구경하는 것인지 헷갈렸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한폐렴 사태로 해외여행을 나서지 못한 것이 벌써 2년이 넘었습니다. 여행사들이 다시 해외여행 상품을 내놓았다고 해서, 올 가을에는 스위스를 가보려 예약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취리히가 세상의 위대한 부르주아 도시 가운데 하나라고 묘사하는 것은 내 고향 취리히에 바칠 수 있는 가장 진지한 찬사다라고 시작하는 따분한 장소의 매력을 빠트릴 수 없습니다. 작가가 늘어놓은 취리히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보면, 취리히에 가볼 이유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다만 그냥 따분하고 부르주아적이기만해도 진정으로 상상력을 자극하고 인간미가 넘치는 장소가 될 수 있음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는 것이라는 마무리를 읽으면서 호기심이 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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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녀는
가와무라 겐키 지음, 이영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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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달달한 연애소설이 별로 인기를 끌지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젊었을 적에 가슴 설레던 그런 추억을 소환하는 달달한 연애소설도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주목받은 영화를 제작한 가와무라 겐키는 <4월이 되면 그녀는>에서 연애 감정이 사라져가는 현실에서 사랑을 찾아 떠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이 소설의 제목은 제가 어렸을 적에 엄청 좋아했던 미국 가수 사이먼과 가펑클의 노래 <April Come She will>의 제목과 주제를 따왔습니다. 이야기는 4월에서 시작해서 3월에 마무리됩니다. 물론 1년 동안에 일어난 사랑에 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매달 이야기의 등장인물이 조금씩 달라지고, 같은 달에서 몇 년을 건너뛰기도 합니다.


<April Come She will>의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4월이 오면 그녀도 오겠지. / 봄비로 냇물이 불어나는 5월이 오면 그녀는 내 품에서 다시 한 번 휴식을 취하며 머물겠지. / 6월이 오면 그녀는 마음이 변해 밤새도록 거리를 헤매다가 7월이 오면 그녀는 어디론가 훌쩍 날아갈거야. 한마디 말도 없이. /8월이면 그녀는 잊혀지겠지. / 스산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9월이면 나는 기억하리, 이젠 가버린 그날의 사랑을.”


이 책을 골라든 것은 표지 사진이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 호수에 마주 선 남녀의 사진에 이끌렸던 것 같습니다. 우유니에서 만난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편지를 9년 만에 누군가에게, 아마도 사랑했던 연인에게 보내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어지는 4월의 이야기에서는 문학부 신입생 이요다 하루가 사진동아리에 들어 의학부 3학년 후지시로 슌과 조우하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혼슈 북쪽 끝자락에 있는 아오모리 출신의 하루는 비 냄새나 거리의 열기, 슬픈 음악이나, 기쁜 듯한 목소리,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 같은 걸 찍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칩니다.


5월의 이야기는 그로부터 9년이 흐른 뒤에 후지시로가 수의학과를 졸업한 사카모토 야요이와 3년의 연애 끝에 결혼하기로 한 장면으로 건너뜁니다. 후지시로와 하루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6월에는 다시 후지시로와 하루가 연애를 시작할 무렵으로 돌아갑니다. ‘사랑은 감기와 비슷하다는 비유가 나옵니다. “그것은 어느새 시작되어 있다. 감기 바이러스가 자기도 모르는 새에 몸속으로 침투해서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열이 나듯이.(55)” 사진동아리에서 만난 선배 오시마와 묘한 관계가 형성됩니다. 후지시로를 사랑한다는 하루의 고백에 오시마 선배는 자신이 하루를 좋았다고 고백합니다.


6월은 복잡한가 봅니다. 사진동아리에서의 일화가 소개된 뒤에 다시 현재로 돌아옵니다. 야요이의 동생 준이 등장합니다. 정신과를 전공한 후지시로에게 상담으로 핑계로 접근하는 준에 대한 후지시로의 복잡한 감정이 그려집니다.


4월에 우유니에서 첫 번째 편지를 보냈던 하루는 7월에는 체코의 프라하에서, 10월에는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에서, 그리고 3월에는 일본의 어느 바닷가 병원에서 편지를 보내옵니다. 그 사이에 후지시로가 야요이와 사귀고 결혼을 하게 되는 과정이 소개됩니다. 그런데 결혼 준비가 한창이던 2월에 야요이가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3월에 밝혀집니다만, 하루의 편지를 읽고서였습니다. 야요이가 떠난 뒤에서야 그녀의 침대에서 편지를 발견합니다만, 하루는 불치의 병을 앓게 되면서 여행을 떠났던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편지는 후지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내용입니다. 하루의 마지막 여행지는 인도의 최남단 바닷가 마을 카냐쿠마리였습니다. 후지시로와 함께 여행을 갔지만 이곳에서 꼭 맞아야 했던 일출을 보지 못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었습니다. 3월의 마지막에 후지시로는 카냐쿠마리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야요이를 만나게 됩니다. 심드렁하던 관계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게 된다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누구에게는 좋은 결말이 된 셈입니다.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이라서인지 요즈음 젊은이들의 사랑방정식이 쉽게 이해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사랑이란 특별한 감정으로 결합하는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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