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쿠비얀 빌딩 을유세계문학전집 43
알라 알아스와니 지음, 김능우 옮김 / 을유문화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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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 관해서는 19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 계기가 된 걸프전쟁, 2003년 이라크전쟁 등이 기억나는 정도입니다. 1990년대 초반 미국에서 공부할 때 같은 실험실에 팔레스타인출신 친구가 있어 조금 소개를 받은 적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수박 겉핥기가 되고 말았던 것은 그들에 관한 이야기를 읽거나 들을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알라 알아스와니의 <야쿠비안 빌딩>을 통하여 근대 이집트 사회의 단면을 요약해서 들여다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역자의 해설대로 저자는 야쿠비안 빌딩에 이집트사회의 상층으로부터 하층을 구성하는 다양한 군상들을 담아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야쿠비안 빌딩에 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중심으로 이들 사이에 혹은 이들이 부딪히는 사람들과의 사이에 벌어지는 관계는 곧 이집트 사회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쩌면 그리 멀지 않던 과거의 우리 모습이 아니었던가 싶기도 합니다.

역자가 해제에서 밝혀둔 것처럼 이 소설은 1990년 제1차 걸프전 시기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등장인물들의 개인사를 쫓아 1952년 가말 압델 나세르가 이끈 군사혁명 이전까지 거슬러 올라가면서 사회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서술하고 있습니다. 야쿠비안 빌딩에 거주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엮인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갈등이 이야기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습니다만, 특히 자키 베 알두수키, 타하 알샤들리, 부사이나 알사이드, 야바스카룬과 말라크 형제 등이 이야기의 흐름을 엮어내고 있습니다.

상류층 사람들은 혁명으로 몰락해가는 과정에 있고, 하층 사람들은 보다 나은 기회를 붙들려 애를 쓰지만 결국은 붙잡을 밧줄은 없더라는 절망감에 대부분 희망을 포기한 삶에 머물기 마련입니다만, 그래도 곪아가는 곳에는 과감하게 메스를 넣어 도려내야 한다는 깨어있는 젊은이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그랬듯이....

당연히 이런 젊은이들이 변화를 요구하는 궁극적인 타겟은 부패한 상층부가 되어야 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처한 상황이 여의치않았던지 1991년 이라크를 타격한 미국의 개입을 비난하면서 지하드를 외치는 모습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형제여러분, 오늘 우리는 형제국 이라크의 무슬림들이 죽임을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였습니다. (…) 우리가 지금 말하고 있는 동안에도 불신자들의 미사일은 형제국 이라크를 파괴하고 있습니다. (…) 형제여러분, 지금 매 순간 수천명의 이라크 무슬림들이 미국의 폭탄에 살점이 뜯어져 나간 채 순교하고 있습니다. 우리 통치자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명령에 순종했을 때 이미 비극은 일어났습니다. 무슬림 군대가 팔레스타인을 유린하고 알아크사원을 더럽힌 시온주의자들에게 무기를 겨누는 대신, 우리 통치자들은 이집트 군인들에게 이라크의 무슬림 형제들을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208쪽)“ 하지만 이들이 지하드를 통하여 지켜야 한다는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단지 이슬람의 불신자일 따름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하여 이라크에 통합한 행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가 진심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나라가 몰락하는 것은 민주주의가 부재하기 때문이야. 만약 진정한 민주주의 정권이 들어선다면 이집트는 강국이 될거야. 이집트이 폐해는 독재 정부야. 독재는 결국 가난과 부패 그리고 모든 분야의 실패로 끝나게 되어 있어.(290쪽)”라고 자키 베가 부사이나에게 하는 이야기에 담겨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동시에 정작 민주주의를 꽃 피우기 위해서는 민초들의 결집된 힘이 바탕이 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현실을 안타까워 하는 저자의 마음을 부사이나의 대답에 담아둔 것으로 보여집니다. “거창한 말이네요. 전 제 분수에 맞는 꿈을 꿔요. 가족과 함께 편안하게 살고 싶어요. 남편이 저와 아이들을 사랑하고, 제가 아이들을 돌보는 거요. 옥탑이 아닌 작고 예쁜 안락한 집에서요.(290쪽)”

한편 자키 베와 누이 다울라트의 다툼을 그리는 과정에서 나이든 형제 사이에 일어날 수도 있는 갈등에 대하여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 노인 사이에는 노년과 더불어 생기는 짜증과 인내심 부족, 외고집이 있고, 게다가 두 사람이 필요 이상으로 서로 가까이 있는 데서 늘 생겨나는 긴장감이 있게 마련이었다.(104쪽)”

독특한 아랍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조금 아쉬웠던 것은 이집트 문화에 관한 용어가 후주로 처리되어 있어 쉽게 눈에 띄지 않아 놓칠 수 있다는 말씀과 뒤쪽에 있는 후주를 먼저 읽으신 다음에 본문을 읽으시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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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속고 있는 28가지 재테크의 비밀 - 현 자산관리사가 폭로하는 금융사의 실체와 진짜 부자 되는 법
박창모 지음 / 알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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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졸업하고서부터 잠깐 쉰 기간을 제외하고는 유리알지갑이라는 봉급생활자로 지금까지는 별 탈없이 지내왔습니다만, 현금자산에 대한 금리가 많지 않은 세상이 되다 보니 아무래도 무언가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하지만 재태크에 나섰다가 오히려 손해를 보았다는 사람들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듣다보니 망설여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얼마 전에 읽었던 재무설계사 여러분들의 조언을 담았던 <내 월급은 정년이 없다>에서 우리가 제태크 비법이라고 알고 있던 것들에 숨겨진 사실을 조금 엿볼 수 있었지만, 막상 재무설계사의 조언을 받는 것이 좋다는 제안이 망설여졌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동안 받은 봉급을 쪼개고 나누어 살림도 하고 저축도 해온 아내 덕분에 지금에 이른 것이기 때문에 재태크라고 할 것까지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박창모님의 <당신이 속고 있는 28가지 재테크의 비밀>은 적지 않게 충격이었습니다.

저자는 인터넷 포털에 자산관리에 대한 노하우를 나누는 카페를 개설하여 운영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의 금융지식의 수준이 생각보다 낮고 이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조차 핵심을 간과하고 곁가지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6쪽)”고 합니다. 인터넷에서 혹은 금융기관에서 내놓는 재태크에 관한 비법들은 대체적으로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재테크에 나서기에 앞서 가장 먼저 챙겨야할 점은 바로 “사람을 이해하는 것, 즉 나를 이해하는 것이다.(8쪽)”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생활을 몸에 익히고 자금이 필요한 경우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 등은 본인의 생각이 어떠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재태크와 관련하여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의 속내를 설명하기 위한 사례로 등장시키고 있는 두꺼비와 거북이, 청개구리라는 이름의 회사원들의 생활방식을 보면 저자가 무슨 메시지를 우리에게 전하려는지 감을 잡을 수 있게 됩니다.

저자는 특히 무료로 재무설계를 해준다는 사람을 믿지 말라고 단언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가 어디에 있는 것이냐는 것입니다. 공짜를 밝히다보면 소금물을 들이켜는 경우를 누구나 한번쯤은 당해보았을 것 같습니다. 무료로 재무설계를 하는 과정에서 특정 상품을 추천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이런 상품일수록 가입자가 손해를 많이 보게되는 것들이라는 점을 저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근거로 확인시켜주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에서 심어준 고수익에 대한 환상으로 수익률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면 운이 따라야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더 이상 막연한 것에 기대를 걸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자산관리는 거북이처럼 하자. 거북이처럼 천천히 한 걸음씩 서두르지 말고 차근차근 그리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국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준다. 고수익만 좇는 사람은 시간이 흐를수록 합리적인 소비습관과 잘 짜인 현금흐름으로 열심히 저축하는 사람을 당해낼 수 없다.(11쪽)”는 저자가 머리말에서 요약하고 있는 조언이 틀림없는 사실이한 생각이 듭니다. 저자가 파헤치는 제태크 비법들의 허실을 참고해서 제 자산관리에 혹시 문제점은 없는지 진단하고, 저자가 제안하는 해결방안을 적용하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보험상품은 꼼꼼히 다시 검토해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포털에서 쌓은 내공 탓인지 글흐름이 읽기에 참 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처럼 은퇴가 멀지 않은 사람들도 참고할 점들이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특히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젊은이들이 읽어 자산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개념을 바로 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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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윤리 특강 - 과학자를 위한 윤리 가이드
이상욱.조은희 엮음 / 사이언스북스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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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에게 윤리학이 필요할까? 일반적으로 가져야할 사회적 도덕규범을 준수하는 수준의 기본적 윤리감각을 가지는 것으로 족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만, 황우석교수사건을 비롯하여 생물학적동등성시험결과 조작사건 등을 겪으면서 과학자 나름대로의 특별한 윤리의식을 고취시킬 필요성이 제기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상욱, 조은희교수님이 편집책임을 맡으신 <과학윤리특강>은 과학자가 좋은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윤리적 고려를 정리한 이 분야의 최초의 책입니다. 이 책에서는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한 구체적 제안과 생생한 사례, 또한 과학자가 스스로의 과학 연구가 지니는 사회적 함의를 이해하고 책임감을 갖고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담고 있어 바람직한 과학연구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기준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과학분야에서 몸담고 있는 연구자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것 같습니다. 또한 과학분야를 몸담게 될 학생들 역시 미리 읽어 둘 필요가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여덟 분의 과학자 및 과학 사학자, 과학 철학자, 공학자 등 과학계 전반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필진이 과학 연구 윤리의 핵심이 되는 과학연구 윤리, 지적재산권, 과학자 사회, 통계처리와 논문작성 인간대상의 실험과 동물실험에서의 윤리적 쟁점 등 12가지 주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실험실, 대학교 강단, 학술 대회 등 실제 현장에서 부각되고 있는 쟁점들을 다루고 있어 현장감이 생생하며 또한 토론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문제를 요약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인간대상의 실험에 관한 장은 해당분야의 전문가인 의사가 동물실험에 관한 장 역시 해당분야의 전문가라고 할 수의사가 집필하는 것이 어땠을까 하는 점입니다. 물론 의사나 수의사는 해당분야의 윤리적 접근에 대하여 편향된 시각을 가질 수 있겠다는 우려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런 시각으로부터 자유로운 분도 분명 있을 것이란 생각입니다.

과학연구는 기본적으로 실험을 통하여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여 과학적 결론을 도출해내는 작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실험에서부터 결론에 이르는 과정이 성실하고 투명하게 진행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이상욱교수님이 정리하고 있는 다음과 같은 과학연구에 대한 윤리적 논의의 원칙은 꼭 기억해두어야 하겠습니다. “첫째 원칙, 여러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둘째 원칙, 윤리적 고려는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셋째 원칙, 과거로부터 배운다. 넷째 원칙, 사회적 수준에서 충분한 설명에 근거한 동의를 얻어야 한다.(43~48쪽)”

이런 원칙을 가지고 정확한 통계의 사용, 문헌의 엄정한 인용, 위조와 변조가 없는 데이터의 정직한 사용, 인간과 동물 피실험자에 대한 생명윤리, 윤리적 논문작성 등 생각해보면 상당히 광범위한 영역에서 윤리적 고려가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특히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고, 과학연구가 상업화되는 경향이 늘고 있으며, 연구비와 정책 등 정부의 입김이 커지면서 관료화 경향이 늘고 있는 점, 연구의 분업화와 국제화, 연구 결과의 불확실성과 위험이 늘고 있는 등 과학분야의 환경이 열악해지고 있는 현실 때문에 더욱 윤리성이 강조된다고 하겠습니다.

송성수교수님이 다룬 5강에서 과학자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읽으면서 2008년 미국산 쇠고기 파동이 다시 생각났습니다. 과학자가 전문가로 사회에 의견을 내놓아야 할 때는, “어떤 것이 지금까지 알려져 있는 사실이고, 어떤 것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이며, 알려진 사실의 경우 그에 따르는 불확실성은 무엇이고, 지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무엇이며, 노력하면 알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또 필요한 지식을 얻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 가 등에 대해 전문성을 보여주어야 하는 거이다. 이처럼 전문가의 증언은 활용 가능한 자료에 근거해야 하며 정직하면서도 현실적이어야 한다.(139쪽)"는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과연 당시에 저를 포함해서 전문가를 자처한 사람들이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7강의 과학연구의 객관성 확보를 위한 노력에서 다루고 있는 연구노트에 관한 글에서도 공감이 컸습니다. 연구노트는 연구의 진실성을 증명해 줄 유일한 증거자료라는 점, 후속 연구자가 선행 연구자의 연구노트로부터 연구를 시작하게 된다는 말씀은 연구노트는 공개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이는 점입니다. 9강의 논문작성과 출판에 관한 윤리에 관한 글에서도 귀중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저 역시 논문을 작성하고,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고 책을 출판하고 있기 때문에 참고 할 점이 많았습니다.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에 공표된 저작물을 인용함에 있어 인용의 5가지 요건(인용 대상, 목적, 인용 정도, 필연성, 출처명시)을 만족한다면 저작권이 보호된 저작물을 저작권자의 허락없이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적절한 사례를 인용하여 주제를 설명하고 있어 이해가 쉽고 어쩌면 과학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부딪히게 되는 문제들이고 해결방안이 궁금할 수 있는 사안들을 다루고 있어 실감이 더하는 것 같습니다. 머리말에서 따온 글처럼 “이 책에서 독자들은 통상적으로 처벌이 요구되는 과학 연구 부정행위란 무엇인지, 그리고 부정행위를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원 자료를 처리하고 논문을 써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과 생생한 사례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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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고 생각할 때 해야 할 42가지
밈 아이클러 리바스.크리스 가드너 지음, 이다희 옮김 / 흐름출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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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었다고 생각할 때 해야 할 42가지>라는 긴 이름의 책의 저자 크리스 가드너는 “나는 안되는구나, 하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때 지금 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라.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은 자기 자신에게 주는 삶이다.”라고 독자를 격려하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딱 그런 생각이 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아~~! 나는 안되려나 보다.”

저자는 “평범한 삶이 지겹다면, 삶을 뒤흔들고 싶어 안달이라면, 자신을 재창조하고, 너무 좋아서 아침이 기다려지는 일을 찾고 싶은” 사람들에게 힘이 될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 이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그렇군요. 바로 저같은 사람이군요. 성공하는 지름길을 알려주겠다는 내용을 담은 자기계발서가 책장에서 넘쳐나고 있지만, 아직도 배가 고픈 사람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성공에 이르는 지름길을 안내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절망의 순간에서도 자기 자신에게 기회를 주고 끝까지 삶을 포기하지 않았던 자신의 경험을 가감없이 전함으로써 읽는 사람 스스로가 힘을 얻도록 만드는 묘한 책입니다.

흔히 우리는 누군가를 닮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보면 독한 시집살이를 하는 며느리가 나중에 시어머니가 되면 절대로 똑같이 하지 않을거란 맹세를 하지만 세월이 흐른 뒤에 시어머니보다 더 독하게 며느리를 대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악순환의 고리를 누군가가 끊어내지 않으면 그 사회는 발전이 없게 마련입니다. 가드너 역시 자신을 버린 친부, 폭력을 휘두르는 양부 밑에서 성장하면서 자식을 책임지는 아버지가 되겠다 굳게 맹세한 바를 실천하기 위하여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심지어는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면서도 어린 자식을 버리지 않고 챙겼다고 하는데, 그런 부성애는 훌륭한 아버지상으로 보답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원저의 제목 <Start where you are>처럼 무언가 해보려하다 벽에 부딪혀 좌절하는 사람뿐 아니라 세상에 처음 나서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지침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무언가를 이루려는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새겨두어야 할 42개의 덕목을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나누어 담았습니다.

“‘현재’라는 소중한 기회 깨닫기”라는 부제를 단 ‘제1장 문제뿐인 인생에서 기회뿐인 인생으로’에서는 추구, 자기강화, 태도, 독창성, 목적의식, 촉구, 영감, 새로운 관점, 연구개발, 열정 등 10개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첫 번째는 역시 꿈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인기몰이를 했던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고 합니다. “오직 꿈꾸는 자만이 계획을 세우고 방법을 찾아낸다.” 그렇습니다, 모든 일은 꿈을 가지는데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꿈을 달성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라는 내용입니다.

“과거를 길잡이 삼기”라는 부제를 단 ‘제2장 가시밭같은, 황금 같은 과거’에서는 누구나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싶은 가시밭길 같은 과거가 있기 마련인데 그 과거를 절대로 지워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섶에 누워 자고 쓴 쓸개를 맛본다.’는 의미를 가진 ‘와신상담(臥薪嘗膽)이라는 사자성어는 오왕 구천과 월왕 부차 사이의 원한관계가 업치락뒤치락하는 과정에서 패전의 아픈 과거를 잊지 않기 위하여 두 사람에 가시나무 자리에서 자고 쓸개를 핥으면서 과거를 새겼다는 의미입니다. 즉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부터 미래의 희망을 일구어내는 동력을 구한다는 뜻에서 자유, 자기인식, 자기발견, 정체성, 용서, 믿음, 동기부여, 독립, 용기 등을 화두로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습니다.

“가진 힘을 다해 ‘모루’ 때리기”라는 부제의 ‘제3장 성공과 가까워지는 유일한 길’에서는 마치 모루 위에 한껏 달궈진 쇠를 올려놓고 망치로 두드려  단련시키듯이 정해진 목표를 향해 모든 힘을 쏟아붓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하라는 의미로, 자발적 행동, 자신감, 전환가능한 기량, 탄력성, 마케팅, 진정성, 자제력과 품성, 네트워킹, 집중력, 지역사회 등이 키워드가 되고 있습니다. “자신의 역량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라는 부제를 단 ‘제 4장 업무의 달인에서 인생의 달인으로’에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베스트가 되는 길을 안내하기 위한 위험부담, 재창조, 타이밍, 적자생존과 적응력, 균형감각, 삶의 가치, 기여, 시야 확보를 키워드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둠 몰아내기”라는 부제를 단 ‘제5장 내면의 가장 좋은 부름에 답하라’에서는 깨우침, 치유, 풍요, 경외심, 성장을 키워드로 하여 마음을 다스리는 길, 종교의 도움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각 장을 시작하면서 주제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정리하고 개별 키워드를 요약해주고 있어 독자들이 줄거리를 잡고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센스를 볼 수 있습니다.

저자의 글은 참 쉽게 읽힙니다. 아마도 자신의 말로 녹여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출애굽기에서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전한 “지팡이를 손에 들고 가서 그것으로 징표를 행하라”는 말씀을 “능력이나 자원이 부족한 것 같다고 해서, 혹은 우리가 위대한 일을 하기에 충분히 높은 위치에 있지 않다고 느껴서 스스로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가르치고 있다.(56쪽)”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부산출장길에서 올라오면서 단숨에 읽었습니다. 아마도 어린 아들을 데리고 홈리스생활을 했다는 저자의 고백하기 힘든 과거사를 읽으면서 공감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직장을 가지고서도 홈리스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그리고 보니 제도 직장생활을 시작할 적에 홈리스였다고 해야할 것 같습니다. 공부하다보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인데다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해야되기 때문에 사무실에서 먹고 자는 생활이었으니까요. 그때는 그런 생활이 홈리스라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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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서 사랑을 읽다
한대균 지음 / 이담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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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신화라고 내려오는 이야기가 많지 않아서 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신화는 알게 모르게 생활에 녹아들어 우리의 삶에 연관을 맺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특히 그리스-로마신화는 다양한 형태로 재해석되어 예술작품으로 우리에게 알려져 있을 뿐 아니라 그로부터 파생된 경구도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한대균교수님의 <그리스 신화에서 사랑을 읽다>에서는 그리스 신화 가운데 사랑이 매개하고 있는 것들을 중심으로 하여 당시의 사회상을 추론하고 이를 오늘날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고 있어 흥미롭다 하겠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그리스 신화는 재미있지만,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가 너무 복잡해서 읽는 과정에서 헷갈리기 일쑤라는 점입니다. 한대균교수님은 그런 불편함을 감안하여 등장인물의 관계를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어 읽는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사랑과 관련되어 여성이 신화에서 어떻게 묘사되고 있는가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판도라라고 하는 여성 때문에 인류가 불행에 빠지게 되었다거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온 남편 아가멤논을 정부를 시켜 살해하는 클리타임네스트라가 사랑에 눈이 먼 독부로만 인식되는 등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모습이 대체적으로 부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는 것에 대하여 강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신화의 기원으로부터 제우스가 올림푸스의 주신으로 자리매김하기까지의 과정부터 설명을 시작하여 인간을 사랑한 프로메테우스와 제우스신의 대립, 신과 인간의 사랑을 다루고 있고 아르고 원정대 이야기나 트로이전쟁, 그리고 우리도 잘 알고 있는 테베의 불행한 왕 오이디푸스와 그의 자식들에게까지 이어진 불행이 안타깝습니다.

영웅 헤라클레스의 이야기 가운데는 광기에 빠져 아내와 아들을 죽이게 되는데 이런 신의 행동을 그리면서 “신이나 영웅이 완벽한 존재가 아니며, 그들은 도덕적으로 어느 때는 평범한 인간보다 더 퇴락할 수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이런 약점들이 그들의 영웅적 행위로 인하여 극복되고 있다”고 적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네 현실을 그렇지 못해 완벽한 사람을 요구하는 추세가 점점 강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번의 실수도 사람들의 엄청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인터넷의 막강 파워를 통하여 거의 사회에서 매장되다시피 하는 것이 요즘 현실인 듯 합니다.

사실 그리스 신화를 읽다보면 신이나 영웅이란 캐릭터들의 난잡한 사랑을 나누고 그리고 자식을 낳고서는 다음 이야기는 없는 것을 보면 순간적인 욕망에 충실했던 것으로 보여진다는 점입니다. 또한 욕망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자관계나 부부관계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못하고 서로 죽여서라도 취할 것을 취하는 시쳇말로 도덕과 윤리가 땅에 떨어진 세상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입니다.

특히 여성이 부모와 남편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사랑에 빠진 남자편을 드는 상황이 자주 소개되고 있는데, 황금양피를 찾기 위하여 아르고호에 승선한 55인의 영웅들을 이끌고 콜키스에 도착한 이아손을 보고 한눈에 반한 아이에테스왕의 딸 메데이아는 이아손을 죽이려는 아버지를 배신하고 황금양피를 구할 방도를 가르쳐주었을 뿐 아니라 이아손을 따라 고국을 등지게 되고, 심지어는 오빠를 죽게만들기까지 하게 되는데, 헤라여신이 아프로디테에게 부탁했기 때문에 이아손과의 사랑에 눈멀게 된 메데이아에 대한 저자는 폭력적인 아버지의 화를 피해 달아나게 된 난민이며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헤쳐나가는 강인한 여성상으로 다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랑도 불행으로 마무리되는데 콜키스를 떠나 코린토스의 크레온 왕에게 잠시 의탁하게 된 이아손이 크레온왕의 딸 클라우케를 부인으로 맞게 되자 클라우케를 죽이기 위하여 이아손과의 사이에서 난 자식들까지 죽음으로 몰아넣는 독한 면모를 보입니다.

이런 과정까지도 저자는 메데이아의 입장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메데이아는 진실로 이아손을 사랑하여 조국과 아버지를 배신하고 오빠를 죽이면서까지 이아손을 쫓아 그리스로 왔지만, 이아손은 자신을 위하여 그야말로 정략적 결혼을 한 것이라는 것이므로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가리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하지는 에로스가 화살을 이아손에게는 쏘지 않았고 메데이아에게만 쏘았기 때문에 메데이아의 일방적인 사랑이 시작된 것이고 이아손은 그것을 이용한 것에 불과할 수도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안티고네에 대한 이야기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학에 다닐 적에 활동한 연극반에서 소포클레스 원작의 안티고네를 무대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저는 스태프를 맡았지만, 극을 준비하는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극을 어떻게 해석했는지 기억이 납니다. 절대권력 크레온왕에게 대항하여 신념을 지키는 안티고네에 무게를 두어 해석했는데, 그때가 1975년이니 제3공화국의 강압적인 사회분위기에 대한 저항을 담아내려는 의미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읽어보면 권력욕에 사로잡혀 남의 나라의 군대를 동원하여 조국을 침범한 오빠 폴리케이네스의 시신을 벌판에 버려두고 시신을 거두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선언한 크레온왕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할 수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티고네는 가족의 의리를 국가의 안위보다 앞세워 왕명을 거스르는 희생양이 되기를 자처하게 되고 결국은 자신의 목숨 뿐 아니라 약혼자와 그의 어머니 크레온의 아내까지도 자살하게 만들어 가족의 파멸로 이끌게 되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 역시 한 남자의 무모함과 잘못된 통치로 인하여 왕가의 파멸이 초래된 것이며, 안티고네는 남성중심 사회의 폭력에 저항하다 죽음을 맞이한 여인이며, 부당한 국가 권력에 의하여 희생된 존재로 해석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이와 같은 해석에 동의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지금도 “‘아니’라고 하기는 쉽다. 하지만 ‘예’라고 하려면 땀을 흘리고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야 한다. ‘아니’라고 하기는 쉽다. 비록 그 말이 죽음을 의미하더라도 ‘아니’라고 하기는 쉽다. 조용히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살아가면서 죽어지기만 기다리면 된다. 이것이 비겁한 자의 역할이다.”라고 낮은 음성으로 안티고네를 설득하던 크레온왕의 묵직한 목소리가 기억됩니다. 그때 크레온왕을 연기했던 선배님은 의과대학졸업반이었음에도 시간을 내 무대에 섰고 중후한 연기로 시내 여학생들의 인기를 한몸에 받았던 것도 기억납니다. 다시 크레온왕의 선택으로 돌아가서, 아들의 약혼녀이고 조카딸의 목숨을 살려주고 싶은 생각은 간절하지만 뜻을 굽히지 않고 희생자 역살을 포기하지 않는 안티고네를 살려줄 수 없는 것이 통치자로서의 입장이라는 점을 고심하게 되는 크레온왕이고 그런 크레온의 심중을 읽기라도 한 듯이 목을 매어 자살한 안티고네입니다.

사족이 될 수도 있습니다만, 깔끔하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종이를 것은 본문 내용에 어울리는 미술품의 해상도를 고려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루브르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프랑수와 제라르의 <에로스와 프시케>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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