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슐라르 - 바슐라르와 상상의 미학, 그 무한의 나라로의 여행
곽광수 지음 / 민음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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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촛불의 미학>을 통하여 처음 만났던 가스통 바슐라르가 다시 저의 눈길을 붙잡게 된 것은 누군가의 블로그에서 ‘바슐라르와 상상의 미학, 그 무한의 나라로의 여행’이라는 부제를 단 곽광수교수님의 <바슐라르>의 리뷰를 읽고서였습니다. ‘상상(想像)’의 나라를 헤메고 다니던 시절이 있었지만, 언젠가부터는 아예 단어조차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보니 문학작품이나 라디오 드라마로부터 멀어지면서 생긴 버릇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촛불의 미학을 통하여 바슐라르가 과학철학자이며 문학비평가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사실은 과학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인간의 상상력이 집요하고 무한하며, 그러한 상상력은 문학을 통하여 표현되고 있음을 깨닫고 문학을 연구하게 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촛불의 미학; http://blog.joinsmsn.com/yang412/9918483>을 읽으면서 흔히 만나는 촛불에 대하여 그렇게 천착해 들어가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바슐라르는 사물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음이 틀림없습니다.

 

<바슐라르>에서는 곽광수교수님을 통하여 바슐라르가 생전에 뒤쫓던 화두가 ‘상상력’이었다는 점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문학비평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조금 눈을 뜨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자가 책머리에 붙여둔 것처럼 <바슐라르>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제1부에서는 바슐라르의 상상력 이론을 다룬 곽교수님이 다룬 글들로, 제2부에서는 바슐라르의 이론을 실제로 문학비평에 적용한 글들로 구성하였다고 합니다. 제1부는 ‘물질적 이미지’, ‘바슐라르와 상상력의 미학’, ‘바슐라르와 상징론사’, ‘바슐라르 문학비평의 실제’, ‘외국문화 연구와 텍스트 읽기’라는 제목의 글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바슐라르와 상상력의 미학’이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고 있는 연구서로 보입니다. 특히 이 부분을 독해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바슐라르의 창조적인 상상력은 물질적 이미지와 물질적 상상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특히 문학작품에서 작가의 상상은 언어를 통하여 형상화되는데 작가가 언어의 이미지를 통하여 표현하는 상상은 역시 독자가 상상을 통하여 이를 구체화하는 내부적 표상작용을 통하여 교감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저자가 “울림의 관점에서 본다면 이미지의 존재와 힘이란 기실 독자의 상상력의 존재와 힘이다.(58쪽)”라고 정리한 것처럼 작가가 이미지를 통하여 형상화한 상상력을 독자가 울림이라는 교감을 통하여 같이 느끼도록 하는 힘이 바로 작가에게 주어진 미션이라는 의미로도 해석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근래의 문학에서는 상상력의 힘을 보여주려는 노력보다는 보고 듣고 이해하는데 주력하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 역시 상상력을 동원하기 보다는 즉각 이해되지 않는 문학을 어렵다고 멀리하는 경향이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제가 언젠가부터 시, 소설, 에세이와 같은 문학작품으로부터 멀어지게 된 것이 저의 상상력이 빈곤해진 탓에만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닐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애매할 수 있겠습니다만, 상상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는 작품을 읽다보니 상상력을 발휘하는 연습이 게을러지고 관심도 줄어들게 되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리하다보니 문학작품을 읽고서도 막상 리뷰를 쓰려다 보면 생각이 마치 액체 속의 입자가 브라운운동을 하듯 종잡을 수 없이 흐르면서 글의 흐름도 뒤죽박죽이 되고 마는 경향이 있습니다. 최근에 기획하고 있는 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저의 상상력을 다시 키워야 하겠습니다. 저의 생각을 글에 담기 위해서도 그렇고, 제가 읽어내고 정리해야 할 책들에 담긴 저자들의 상상력에 교감하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 될 것 같습니다.

 

곽교수님께서 바슐라르의 상상력의 미학을 통하여 김현승 시인의 <鉛>의 셋째 연 “맑고 고요한 내 눈물을 / 밤이슬처럼 맺혀 보아도, / 눈물은 나를 떼어 낸 조그만 납덩이가 되고 만다.”에 대하여 언급하고 계신 부분을 예로 들어, “사라짐의 이미지로서의 <눈물>마저, 지워 사라지게 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잃고 사라지게 해야 할 지성적인 무거움을 도리어 얻는 것을 묘사함으로써, 지상적인 것에의 얽매임의 끈질김을 보여준다. 지성적인 삶의 장(場)이라고 할 낮 동안의 온갖 활동의 찌꺼기를 걸러내는 것인 듯한 <밤이슬>의 이미지가 사라짐의 이미지로서의 <눈물>을 확인해주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무거움의 이미지로서의 납의 선택이다. 납은 무거운 물질일 뿐만 아니라, 그 표면적인 시각적인 성질에 있어서 어둠과 검은색의 동류인 것이다.(283쪽)”라고 정리하고 있습니다.

 

바슐라르가 추구한 상상력의 미학은 문학비평에서 그 빛을 발휘하고 있다는 곽교수님의 말씀은 특히 제2부에 담고 있는 문학비평의 실제 사례를 통하여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특히 문학언어를 과학적 보편성으로 분석하려던 구조주의적 접근방식이 특별한 성과를 이뤄내지 못하고 말았다는데서 바슐라르의 미학에 다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문학적 아름다움을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객관적으로 증명하기보다는 작가의 상상력을 통하여 형상화된 이미지를 매개로 하여 독자가 작가와 교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문학을 향유하고 음미할 때 느끼는 감동은 독자의 심리적 활동으로 생겨난다는 것입니다. 바슐라르의 상상력 이론은 독자와 작가와의 심리적인 공감과 문학작품이 가지는 의미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할 것이라고 합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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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정운천의 7번째 도전
정운천 지음 / 올림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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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님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습니다. <박비향>을 출판했을 때도 참석했지만 기념식장에는 그의 삶에 공감하는 많은 분들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바보 정운천의 7번째 도전>은 지금까지의 삶을 통하여 그가 보여준 도전정신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고자 노력해온 저의 무모한 도전을 통해, 길고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고 있는 오늘의 젊은이들이 조금이라도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7쪽)”라고 머리말에서 그가 밝힌 집필의도는 정치의 계절을 맞아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는 여느 출판기념회와는 분명 다른 메시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얼핏 보면 투박하다싶은 그를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신념과 나름대로의 철학이 뚜렷하다는 느낌을 얻게 됩니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이 2008년 5월 2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정부합동 끝장토론이 열렸던 세종로 정부청사였습니다. 그때 처음 본 인상이 앞서 말씀드린 대로 투박하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두어달이 지난 다음 장관집무실에서 만난 그는 <거북선농업>을 건네주면서 당시 이슈가 되고 있던 미국산 쇠고시 수입재개와 관련한 협상의 뒷이야기 그리고 국내 한우농가대책 등이 제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와의 인연은 출판기념회에 초대장을 보내주는 단계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한번쯤은 좌절을 맛보기 마련이라 생각합니다. 굳이 따져보지 않았습니다만, 저 역시 몇 차례 삶이 흔들릴 정도로 고민할 정도의 위기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변화를 시도하여 새로운 방향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만, 정운천 장관님이 삶에서 맞은 위기는 새로운 국면을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상황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진학에 실패하는 과정은 저도 겪어봐서 나름 공감되는 부분입니다만, 맨땅에서 헤딩하는 식이라고 할 참다래농업을 뿌리내리고 고구마농사로 이를 보완해가는 과정은 농업에 대한 그의 열정과 깊은 생각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은 <거북선 농업; http://blog.joinsmsn.com/yang412/9802332>에서 생생하게 풀어놓고 있습니다.

 

그가 농업에 투신하게 된 데는 “인생의 진로를 결정할 때는 가장 첨단을 달리는 곳이나 아니면 가장 낙후된 곳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라. 그만큼 성공의 여지가 많고 개발의 잠재력이 크다.(49쪽)”고 하신 인촌선생님의 말씀이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니 저 역시 대학을 졸업하고 기초학을 전공하는데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농업을 선택한 그에게 시련이 이어져 수입개방과 어렵게 일군 참다래농사가 계절을 타는 문제가 도전과제로 등장했고 무조건 반대가 아닌 면밀한 상황분석을 통하여 이를 타개할 방법을 찾고 협상을 통하여 이를 관찰하는 뚝심을 보여주고 있어 쉽게 좌절하는 요즘 젊은이들이 배우면 참 좋을 것 같습니다.

 

입시가 그의 첫 번째 도전이었다면, 그가 일생을 바친 농사일은 두 번째, 세 번째 그리고 네 번째의 도전으로 이어졌고, 농업에 대한 그의 꿈을 구체적으로 실천할 기회였던 농수산식품부장관직은 취임 직후 일어난 제2차 광우병 파동 때문에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하고 접고 말았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의 다섯 번째 도전이 된 촛불시위에 대한 그의 적극적인 대응과정에는 저 역시 적지 않은 부분에서 같이 한 바 있습니다. 이 과정에 대한 이야기는 <박비향; http://blog.joinsmsn.com/yang412/11059482>에서 잘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는 정치적 도전이 된 전라북도 도지사 선거가 여섯 번째 도전이 되었는데, 애시당초 불가능한 도전이었지만, 누구도 생각지 못한 지지를 얻어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였습니다. 아마도 그의 진심이 도민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제 그는 삶의 일곱 번째 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칠전팔기’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꼭 일곱 번 쓰러지고 여덟 번째 도전에 성공하라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그는 자신의 진면목을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농업과 농민을 사랑하는 그의 철학이 이제는 제대로 평가받고 빛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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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윤리
고기복 외 지음 / 이담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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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사람들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인터넷 세상에 깊숙이 들어와 살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을 통하여 편지를 주고받고, 신문기사도 인터넷을 통하여 읽을 수 있고, 심지어는 물건을 사고파는 일도 인터넷을 통하여 이루어지고 있을 뿐 아니라 민원업무도 인터넷을 통하여 쉽게 해결하고 있기도 합니다.

때로는 인터넷을 통하여 일을 보면서 직접 얼굴을 보지 않기 때문에 마음에 부담이 적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얼굴을 마주대하였다면 피했을 짓을 저지르게 만들기도 합니다. 또한 그런 짓이 남에게 피해를 주고, 심지어는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법적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깨닫지 못하기도 합니다.

한국인터넷법학연구소 이사장이신 백윤철교수님을 비롯한 김상겸, 이준복, 고기복 교수님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꼭 참고하면 좋을 사항들을 정리하여 <인터넷 윤리>에 담아,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에게 소중한 자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한 것은 참 의미있는 일이라 하겠습니다. 책의 얼개는 먼저 총론을 두고 이어서 각론을 둔 것은 마치 교과서 같다는 느낌이 많이 들게 되어 딱딱하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저자들에 의하면 인터넷에서의 윤리에 관하여 철학, 정치학, 사회학, 신문방송학, 컴퓨터공학 등과 같은 여러 학문 영역에서 다각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편하게 이용해왔던 인터넷에 규제의 틀을 씌우는 것은 지나친 처사가 아닌가 항변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에서 SNS 부문에서도 사회적 통념에서 어긋나는 사항에 대하여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해서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 세상도 사람들이 얼굴을 직접 마주치지 않는다 뿐이지 사람사는 일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사람사는 세상에서 통용되는 도덕적 규범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법으로 정해진 틀을 적용하여 혼란을 막을 필요성이 점차 많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2008년 제 2차 광우병파동을 겪으면서 악플 등으로 마음고생을 조금하면서 적극적인 대응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만, 뜨겁게 달아올랐던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감정들이 고조된 상황에서 나온 일이라 보이는 부분도 있어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인터넷세상에서 맷집이 조금 된다는 이야기를 하는 분도 있었습니다.

총론은 그야말로 총론입니다. ‘법의 개념과 인터넷 윤리’, ‘법과 사회규범’, ‘인터넷윤리와 법’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 세상에서 살아가기에 필요한 사회적 기준에 대한 설명입니다. 윤리적 수준에서 지켜야 할 부분과 법으로 기준을 정하게 되는 사항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인 사항들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각론은 다양합니다. 인터넷 세상에 적용할 윤리적 덕목과 법리로부터 사이버범죄의 유형과 이에 적용되는 법률조항, 전자상거래에 관한 법률문제, 많은 네티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저작권법 관련 부분, 그리고 네티즌을 짜증나게 만드는 스팸에 관한 각국의 규제동향에 이르기까지 인터넷과 관련된 다양한 사안들에 대하여 국내외 자료를 수집하여 정리하고 있을 뿐 아니라 법률적 해석이 필요한 경우에는 다양한 판례를 인용하여 읽는 이들의 이해를 돕고 있습니다.

인터넷상의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한 설명이라던가 인터넷에서 주고받은 글을 통한 명예훼손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 수 있는지와 같은 피부에 와 닿는 문제에 있어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하여 생길 수 있는 범죄행위의 유형, 예를 들면, 인터넷 사기, 인터넷 윤락, 컴퓨터 업무방해, 증권거래, 인터넷 도박, 전자인증제도의 보호, 전자화폐의 위조, 불법복제행위 등에 대하여 구체적 사례와 판례 등을 인용하고 있어 개념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다만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저작권과 관련해서 조금 깊게 다루어주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조금 남습니다.

관련법 조문을 참고하려해도 찾아보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 점을 감안하여 본문 다음에 <정보통신망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 <공공기관의 개인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전기통신사업법>, <정보통신기반보호법> 등의 법률 전문을 소개하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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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한국을 뒤집을 14가지 트렌드 - 시티 팜에서 퀴어 비즈니스까지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지음 / 알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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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아이템을 찾는 분들의 눈길을 끌 책입니다. 흔히 코트라(KOTRA)라고 부르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2년에 걸친 기획을 통하여 정리한 최근에 뜨고 있는 새로운 트렌드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트라는 수출진흥을 목적으로 1962년 설립한 정부투자기관으로 세월이 흐르면서 주요사업방향에서 변화가 있었지만, 수출입거래알선, 해외시장개척, 국내외 각종 전시회·박람회 참가, 북방시장개척 등의 업무를 담당해오고 있습니다. 1990년대가 시작하면서 대형기업 중심의 수출지원 전략을 수정하여 중소기업이 담당할 수출유망상품 발굴을 지원하는 등 사업방향을 전환하고 있다고 합니다.

<2012 한국을 뒤집을 14가지 트렌드>는 코트라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전략과 잘 부합하는 기획으로 보입니다. 즉 급변하는 세계의 트렌드를 읽어 우리나라 기업이 국내에서 혹은 해외에서 펼칠 수 있는 사업아이템을 찾는데 크게 도움이 될 정보를 담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코트라는 이번 기획을 완성하기 위하여 전 세계 76개국 111개 도시에 주재한 해외무역관을 총동원해서 2년간에 걸쳐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경쟁이 치열한 해외 비즈니스 무대의 한복판에서 일하고 있는 코트라의 주재원들이니 만큼 이들의 촉각에 붙잡힌 문화ㆍ경제ㆍ사회 등 다양한 분야의 최신 정보라면 분명 자세하게 뜯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내년엔 이 시장이 뜬다’라는 소제목을 달아 책을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해외에서 뜨고 있는 사업아이템이라고 하면 머지않은 앞날에 우리나라에도 진입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이 우리나라에 사업을 들여오기 전에 먼저 시작하는 것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생소한 사업을 처음 시작하는 부담은 클 수도 있겠습니다. 코트라가 머리말에 정리한 것처럼 해외정보를 바탕으로 향후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취향을 좌지우지할 주요 흐름 14가지를 추려냈다고 하는데 해외시장 개척보다는 국내시장용에 무게를 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외국의 변화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보면 아직은 사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저로서도 관심이 가는 부분도 적지 않습니다.

아는 것이 병이라고 우선 눈길을 끈 것은 얼마 전에 읽은 앨런 패닝턴의 <이기적 이타주의자; http://blog.joinsmsn.com/yang412/12454675>를 통하여 새로 등장하고 있는 소비트렌드로 소개하고 있는 선한 소비자와 공정거래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착한 소비자운동이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확산될까요? 

살인적인 물가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 읽히는 ‘고물가’ 편도 관심이 가는 부분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고물가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발버둥을 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가난해도 당당하게 갖고 싶은 것은 산다’는 제목을 단 ‘럭셔리 푸어’가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값비싼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하여 발버둥을 치는 사람들이 사는 나라는 선진국이 많다는 것과 럭셔리 푸어들은 신흥경제국에 더 많은 것 같다는 느낌입니다. 이제 기억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만, 우리 옛말에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다 보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이 그런 경향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자족하는 삶이 주는 행복에 대한 사회적 교육이 부족한 탓은 아닐까 싶습니다.

세컨드홈에서는 최근에 우리나라에서도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다문화사회화에 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고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 새둥지를 마련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고 세계적인 트렌드이고 이런 현상은 서로 다른 문화가 섞이는 계기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배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어 더욱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다문화사회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큰 부작용없이 자리를 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12471335).

‘자기만족을 추구하는 아름다운 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중년에 부는 새로운 바람도 관심을 두고 읽었습니다. 미용에 관심을 가지고 S라인 몸매를 가꾸는 일본중년들의 트렌드에서 조그만 거부감이 느껴지면서도 “나도?”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중년을 넘어서는 저로서도 끌리는 마음이 있는 탓이 아닐까요?

주제에 따라 풍부한 사진자료와 자료의 소스를 공개하고 있어 쉽게 접근이 가능하도록 한 것도 눈길을 끌고 있을 뿐 아니라 글도 쉽게 쓰여져 쉽게 읽히는 점도 매력적인 책입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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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 니체 : 철학자가 눈물을 흘릴 때 지식인마을 37
김선희 지음 / 김영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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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학의 뿌리를 찾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철학의 뿌리와 이어지는 것을 알게 됩니다. 영국의 지성 AC 그레일링은 “‘철학’은 말 그래도 ‘지혜에 대한 사랑’을 뜻하는 그리스어에서 유래했지만, ‘탐구’나 ‘탐구와 반성’이라고 정의하고 이러한 표현의 범위를 최대로 넓혀 세계와 그 안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것을 이해하려는 노력 전체를 가리키는 말로 써야 더 좋고 정확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철학한다는 것이 바로 사유를 통하여 물음을 던지는 일이자 던져진 물음에 답을 구하는 일’이며 철학적 탐구의 목적은 지식과 진리, 현실, 이성, 의미, 가치에 대한 통찰을 얻는데 있다고 합니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그리고 인문학의 주제와 방법이 뚜렷하고 구분되기 전에는 철학이 거의 모든 교양인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덕목이었으며, 요즈음과 같은 실험적 방법론이 구체적으로 확립되지 않은 탓에 인간의 이성과 관찰만으로도 충분히 질문과 답변이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생노병사는 당연히 철학적 사유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며, 그리스 시대의 의사들은 자신이 진료하고 있는 환자들을 관찰하여 얻게 되는 질병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질병이 생기는 원인이 무엇인가 질문을 던졌고, 사유를 통하여 해답과 치료법을 구하고자 했을 것입니다. 서양의학에서 해부학이 발전하면서 임상증상에 따라서 해부소견에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고, 이러한 관찰은 자연스럽게 임상증상에 따라 질병을 분류하고 해부소견과 연관을 맺으려는 노력으로 이어졌는데, 이러한 흐름 자체가 사유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던 것입니다.

사유의 방법론이 발전하면서 서양철학은 17세기에 자연과학을, 18세기에는 심리학을, 그리고 19세기에는 사회학과 언어학을 낳았으며 20세기 인지과학이 발전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철학의 특성인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탐구활동’이 결실을 맺어 올바로 질문하고 올바로 대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을 때 이러한 탐구는 철학으로부터 독립하여 한 분야의 학문으로 독자적인 위치를 확보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미분화되어 빠르게 성장해온 각 분야의 학문이 최근에는 그동안의 성과를 서로 공유하여 시너지를 내거나 한계에 부딪힌 문제해결방식을 찾아내는 등, 학문발전에 있어 통섭이라는 국면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그리고 인문학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학문에 있어 일종의 적분화가 일어나고 있다하겠습니다.

의학의 특성 상 이런 움직임이 가장 빠르게 나타나는 분야라 하겠습니다. 질병과 관련한 사회현상을 추구하기 위하여 사회과학적 방법을 차용하고 그 결과를 해석함에 있어서도 사회과학적 시각이 꼭 필요하다 이야기입니다. 또한 최근 대두되고 있는 다양한 생명윤리에 관한 이슈를 정리하기 위하여 체계화되고 있는 생명윤리학이 “의학기술이 계속발전하면서 생명윤리학의 주제가 철학과 의학, 법학, 사회학, 공공정책, 교육 및 관련 분야에서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갈수록 현실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AC 그레일링 지음, ‘새 인문학 사전’).

이러한 사조는 우울증과 같이 마음에 원인을 둔 질병의 본질을 추구하는 마음의 철학, 인간의 사고체계를 추구하는 신경철학 등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는 다시 철학적 상담을 통하여 현대인의 마음에 생긴 병을 치료하고자 하는 철학상담치료로 발전시키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는데 그 씨앗을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철학적 사유에서 찾고 있는 노력을 김선희교수님의 <철학자가 눈물을 흘릴 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강원대학교에서 철학을 강의하시는 김교수님께서 우리의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이 매일 울고 있으면서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살다가 어느 날 통곡하고 있는 자신을 보고 당혹스러워 한다는 것을 깨닫고 치료학문으로서의 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대인의 보이지 않는 눈물은 삶이라는 수레바퀴에 끼어 살아가는 고통에 기인하는 것으로, 철학을 통하여 삶에 따르는 고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게 되었는데, 최근에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를 창립하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김교수님이 독일철학에서 해답을 얻고자 한 것은 의학철학에 대하여 많은 연구성과를 쌓아왔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염세주의자로 인식하고 있는 쇼펜하우어와 허무주의자로 알고 있는 니체를 들어 현대인의 눈물을 치료하는 바탕을 세우려는 시도가 옳은 선택일까 싶었습니다. 특히 냉철한 마음으로 현상을 직관하고 사유를 통하여 문제의 답을 추구하는 철학자가 눈물을 흘린다는 상황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저자는 먼저 쇼펜하우어의 삶을 조명하여 그의 철학적 바탕에 깔려 있는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을 깨닫게 하고 있습니다. 어린 시절 방문한 툴롱의 병기창에서 쇠사슬에 묶인 채 노역하고 있는 6천명의 노예의 비참한 모습이 그의 생애를 통하여 인간의 고통에 대하여 천착하게 하였다는 것입니다. 아버지와의 약속 때문에 뒤늦게 시작한 철학공부를 통하여 쇼펜하우어는 고통에 대한 물음을 통하여 ‘고통의 해석학’을 고통의 치료에 대한 사유를 통하여 ‘치료의 해석학’으로 정리되었는데, 인간에 대한 그의 깊은 애정은 쇼펜하우어는 사상의 중심개념으로 자리하고 있는 동고(同苦; Mitleid)에 담겨 있다고 하겠습니다.

“동고는 고통을 함께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함께할 대상으로서의 고통은 자신의 고통이 아니라 타자의 고통이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동고란 자신과 타인을 구분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고통에 함께하는 것을 뜻한다고 해석”되는 것입니다.(51쪽). 쇼펜하우어가 고통치료의 도구로 인식한 것들로는 예술과 정관에 의한 이념의 인식이었지만, 이 방법들이 고통치료에 순간적인 도움밖에 주지 못한다는 한계를 깨닫게 되었고, 궁극적으로 금욕 혹은 고행이라고 번역되는 아스케시스(Askesis)가 답이 된다고 보았습니다. 고통을 해소하는 방안을 찾기보다는 금욕 혹은 고행을 통하여 고통 자체를 느끼고 이를 뛰어넘는 해탈의 지경에 이르는 것이야 말로 바른 길이라는 것입니다. “고통에 의한 고통의 정화를 통하여 평온과 열락과 숭고에 안주한다. 결국 이와 같은 고통에 의한 고통 극복이라는 도식을 우리는 삶을 살아감으러써 삶을 완성한다는 도식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112쪽)”

쇼펜하우어를 이은 니체는 최초의 심리학자라고 불리는 것처럼 심리학이 철학으로부터 독립하여 하나의 학문으로 자리매김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는데, 그는 예술과 철학이 우리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예술이나 철학이 추상적이고 우연한, 사소한 사건이 아니라 삶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도 있고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따라서 예술이나 철학은 우리가 가볍게 스치고 지나갈 수 있는 어떤 것이 아니라 꼼꼼히 그것의 정체를 살펴보아야 할 대상이다.(128쪽)”

그는 삶이 치유를 필요로 할 때, 이에 상응하는 예술과 철학이 펼치는 처방전에서 답을 구하게 되었는데, 치유의 대상을 두 종류의 고통받는 자로 보았습니다. 즉, 삶의 충일로 고통받는 자와 삶의 빈곤으로 고통받는 자입니다. 니이체는 삶의 빈곤으로 고통받는 자들이 원하는 예술과 철학은 도취와 경련과 마비를 가져오는 것들이며 이런 류의 예술과 철학의 전범이 바그너와 쇼펜하우어라고 비판하면서 진정한 예술과 철학은 삶의 충일이 창조되는 것으로 건강한 자의 예술이고 건강한 삶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같은 사안을 두고 쇼펜하우어는 치료적 시각으로 예술과 철학의 역할을 보았고 니이체는 예방의 시각에서 예술과 철학을 본 것이 아닐까요?

한국철학상담치료학회에서 사용하는 철학 프락시스는 인간의 삶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하여 철학이 기여할 수 있는 무엇을 찾기 위한 구체적 실천방안을 찾는 것이라고 한다면 임상철학이라는 개념을 적용하는데 있어, 지금까지 환자를 대상으로 해왔던 의학에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는 영역으로까지 개념을 넓히고 있는 의학과 연계하는 것이 목표를 보다 구체화하고 쉽게 도달하도록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분야에 대한 의료인들의 관심을 촉구하는 이유는 의학이 도달하고 있는 곳에 타 학문이 이르는 것보다는 의학에서 타학문을 쫓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겠다싶어서입니다.

끝으로 눈물을 흘리는 철학자를 이해하게 되었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철학자가 눈물을 흘릴 때>라는 제목이 혹시 스탠퍼드대학교 정신과의 어빈 얄롬교수의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의 영향을 받은 것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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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2011-12-05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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