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독서치료
이운우 지음 / 한국학술정보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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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친께서 교편을 잡고 계셨던 인연 때문에 일찍부터 책읽기를 즐기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책읽기의 관심분야도 세월이 흐르면서 변하는 것 같습니다. 젊어서는 소설을 즐겨 읽었고 한때는 역사서적에 빠졌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수년 전부터는 아무래도 건강을 중심으로 한 주제로 좁혀지고 있으며 최근에는 인문학에도 관심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다니면서 잠시 독후감을 열심히 썼던 적이 있습니다만, 본격적으로 책을 읽고 그 느낌을 적기 시작한 것은 7년 전에 블로그를 열면서입니다. 우연히 읽게 되는 책도 있습니다만, 주로 의학분야에서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 노화, 죽음 등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어왔습니다. 이와 같은 책읽기는 치매에 관한 책을 쓰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인터넷 등에서 건강과 관련된 정보가 넘쳐나고,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책들도 많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정보들이 넘쳐나면서 정보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의도에 따라 혹은 사실확인이 충분하지 않아 만들어지는 왜곡된 정보가 적지 않게 섞이고 있어 이제는 정보의 진위를 가리는 일이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필자가 1996년에 치매에 관한 정보를 정리한 책을 낼 때, 운동요법, 회상요법, 음악요법, 미술요법, 원예요법 등 다른 영역이 결합된 치료법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런 분야는 이제 그 이론적 바탕도 탄탄하게 구축이 되고 치료효과에 대한 증거들이 축적되면서 임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정보에 목말라 하는 환자에게 관련 분야의 책은 좋은 공부재료입니다. 하지만 이운우선생님의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독서치료>를 읽기 전까지는 책읽기를 체계화하여 환자치료에 응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하였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독서치료(bibliotherapy)’라는 용어는 사무엘 맥코드 크로더스(Samuel AcChord Crothers)가 1916년 처음 사용했고, 우리나라에는 1964년 유중희가 마가렛 핸니건(Magaret Hannigan)의 ‘도서관과 비브리오세라피’를 번역하여 국회도서관보에 실어 소개하였다는데 저는 이제야 용어를 알게 되었으니 정보에 많이 어두웠던 것 같습니다.


흔히 인용하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는 손자병법의 구절처럼 단순하게 특정질환에 대한 정보, 예를 들면, 원인, 증상, 예방법, 그리고 치료법과 같은 내용을 쉽게 설명하여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도로는 독서치료가 가지는 잠재적 파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라 합니다.


저자가 암질환을 타깃으로 하여 독서치료를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암질환은 아주 다양한 방향에서 환자에 접근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암은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암질환 치료방식도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으로 다양화되면서 완치율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암진단이 환자에게 주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암선고를 받을 때의 충격을 이겨내는 과정으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환자는 변화무쌍한 심리변화를 경험하게 된다고 합니다.


일단 암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는 독서치료법을 쉽게 이해하실 수 있도록 이 책의 얼개를 소개하려합니다.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독서치료>는 크게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이야기를 펼치며’에서는 저자가 독서치료라는 독특한 분야를 만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2장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이해’에서는 암질환의 특성, 그리고 암환자와 그 가족에 대하여 이해할 점을 소개하고 있고, ‘3장 암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한 독서치료’에서는 독서치료법을 설명하고 암환자에게 독서치료법의 적용이 가능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4장 암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상황별 독서목록’은 암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임상영역에서 암환자 치료에 활용할 수 있는 도서를 선별하여 그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하고 있습니다.


1966년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정신의학 분야에서 치료적인 보조수단으로서 선정된 독서 자료를 이용하는 것, 개인적인 문제와 직접 관련이 있는 책을 읽음으로써 해결책을 안내하는 것”이라고 내린 독서치료의 정의가 일반화되어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학자들마다의 다양한 독서치료의 정의와 목적을 소개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책의 이용은 사람의 전반적인 발달에 영향을 주며, 독자와 문헌 사이의 상호작용과정은 독자의 성격을 평가하고 적응과 성장, 정신적 건강을 위한 목적으로 이용된다. 그리고 선택된 독서 자료에 내재된 생각이 독자들의 정신적 또는 신체적 질병에 치료적인 효과를 줄수 있다”고 한 베스 돌과 캐롤 돌의 주장이 크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독서치료에 대한 개념을 정리할 수 있었고, 4장에서 소개되고 있는 무려 130여권의 책에 담긴 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한 글을 통하여 환자의 상황에 맞는 책을 고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전통적인 치료영역에서도 새로 개발되는 시술들이 적절한 보상을 받기까지의 과정이 복잡하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독서치료를 임상에서 적용할 여건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독서치료 역시 전문적인 소양을 갖춘 사람이 광범위한 자료를 검색하여 걸러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고 환자마다의 특성에 맞도록 책을 고르는 작업도 수월치 않을 것입니다. 또한 저자의 주장대로 책을 읽는 것만으로 치료가 성립되는 것이 아니라 환자가 책을 읽은 느낌을 말하고 그 느낌이 구체화되어 치료에 상승작용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전문적인 상담과정이 뒤따라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헌정보학을 전공한 저자가 책읽기를 치료로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을 공부하는데 있어 의학에 대한 충분한 자료검토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통계는 가급적이면 최근의 자료를 인용해야 함에도 상당히 오래된 통계를 인용하고 있었습니다. 주로 환자 중심의 자료를 많이 인용하고 있어 의료계의 시각으로는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의료계 역시 환자나 가족들이 의료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40세 된 남자환자인데 폐암으로 진단받고 수술 후 1달 만에 반대쪽에서 재발했다. 이번에는 항암치료를 해 보자고 해서 치료를 받았는데 주치의에게 치료될 확률을 물으니 1%정도라 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도중하차하고 그 이후에 본원에서 면역요법을 받아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다. 그 후 외래로 다니면서 진료를 받았는데 폐사진과 환자를 번갈아 보면서 ‘이런 상태에서 아직도 살아 있느냐’는 듯이 마치 죽을 사람 대하듯 하는 태도가 너무 부담스러워서 그 자리에서 외래도 그만 다니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본인은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그의 표정에서 ‘왜 안 죽고 또 왔느냐’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한다. 정확한 것도 좋지만 도대체 희망적인 이야기는 한번도 해 주지 않는 교만함이 싫었다고 한다.(19쪽)”는 부분을 참고합니다. 이 글은 대체의학이라고 주장하는 치료법과 관련된 자료에서 인용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런 종류의 자료들은 대개는 전통의학의 치료방식을 부정적으로 매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환자에게 근거없는 희망을 주어 환자의 부담을 늘리고, 환자 자신의 삶을 정리할 기회마저도 빼앗는 것이 오히려 비윤리적이라고 해석하는 경향이 커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암환자들은 암 진단 통고를 받은 이후부터 수술, 화학요법과 방사선요법 등을 통한 치료와 치료 후의 전 과정을 통해 궁금한 것이 많지만 이러한 정보요구를 설명해주는 전문의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의사나 간호사들이 나중에 그런 문제들을 차분하게 설명해 줄 것으로 기대하지만, 대부분의 의료진들은 꼭 필요한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해주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기 때문에 환자들은 수술을 앞두고 보통 걱정이 더 많아진다.(37쪽)”는 저자의 설명을 저로서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생각을 합니다. 정말 이럴까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독서치료가 가지는 잠재적 파워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고, 또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도서목록들도 독서치료에 관심을 가지고 암환자의 독서치료에 적용할 기본틀을 만드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책을 읽고서 관련 학회가 중심이 되어 질환별 독서치료 지침서를 만들면 일선에서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의들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습니다. 저도 기회가 된다면 저의 관심분야에서 그동안 제가 읽은 책들을 활용한 독서치료 지침서를 만들어볼 욕심이 생겼다는 말씀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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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2012-02-13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신문 <라포르시안>에서 SNS를 통한 댓글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소의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rapportian.com/n_news/news/view.html?no=3990
 
힘이 부족하면 배를 빌려 저 언덕에 이르라 - 원효 나를 찾아가는 여행
박상주 지음 / 이담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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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선친께서 불교에 심취하셨던 탓에 장례절차를 스님께 부탁드린 바 있었습니다. 49재를 모실 때까지 선친께서 다니시던 절에서 올리는 제에 참여하면서도 끝내 불교에 귀의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불교의 교리가 심오한 탓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박상주박사님의 ‘원효 나를 찾아가는 여행‘이라는 부제를 단 <힘이 부족하면 배를 빌려 저 언덕에 이르라>를 받아들고 나름 반갑기도 했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면서 그 뜻을 새기는 일이 쉽지 않아 책을 모두 읽고서도 느낌을 적는 일을 차일피일 미루어 왔습니다. 불교경전이 한자어로 되어 있는 탓인지 해석하는 방법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따라서 주해하시는 분의 학문적 깊이가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원효대사라고 하면 해골에 담긴 물을 마시고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이 제가 아는 전부라서 한줄 쓰기도 조심스럽습니다. 위키백과사전을 참고하면, 원효대사께서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길에 날이 저물어 당항성 근처의 무덤가에서 잠이 들었는데, 갈증 때문에 잠에서 깨어 손길에 닿는 그릇에 담긴 물을 달게 마셨다는 것입니다. 다음날 깨어보니 해골바가지에 더러운 물이 담긴 것을 보고 구토를 하다가 홀연히 “마음이 나야 모든 사물과 법이 나는 것이요, 마음이 죽으면 곧 해골이나 다름이 없도다(心生則種種法生 心滅則龕墳不二). 부처님 말씀에 삼계(三戒)가 오직 마음뿐이라 한 것을 어찌 잊었더냐?”라는 일체유심조의 진리를 깨닫고 다시 신라로 돌아오셨다는 일화입니다.

 

원효대사는 당시 전하던 거의 모든 경론(經論)에 대해 주석(註釋)을 하여 100여 종의 저술을 남기셨다고 하는데, 20부 22권뿐만 남아 있다고 합니다. 이 중 ≪대승기신론소≫ 2권, ≪금강삼매경론≫ 3권, ≪십문화쟁론≫ 2권 등은 원효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데, 원효 사상의 핵심인 일미(一味) 화쟁(和諍) 사상이 잘 나타나 있다고 합니다.

 

이 책은 신라의 고승 원효대사께서 직접 주해하신 저서들 가운데 일상생활에서 귀감이 되고 수행의 지침이 될 수 있는 글들만 저자께서 가려 뽑아 불교의 수행과정에 맞게 체계적으로 재구성하여 번역하고 해설하였다고 합니다.

 

저자는 특히 수행을 삶의 긴 여행으로 여긴 듯, 열 개의 여행으로 구성하였습니다. 첫 번째 여행은 ‘수행의 자세’로 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을 바탕으로 하여 ‘수행을 위한 굳건한 마음자세를 확립하는 길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여행은 ’수행의 마음자리‘로 대승육정참회(大乘六情懺悔)를 바탕으로 수행을 위하여 청정한 마음자리를 얻는 길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여행은 ’수행의 계율‘로 보살계본지범요기(菩薩戒本持犯要記)를 바탕으로 수행을 위해 필요한 계율을 몸으로 직접 익힐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네 번째 여행은 ‘수행의 본체’로 원효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대승기신론소(大乘起信論疏)와 대승기신론별기(大乘起信論別記)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수행의 길에서 새겨야 할 말씀을 담았습니다. 다섯 번째 여행은 ‘수행의 단계’로 역시 원효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금강삼매경론(金剛三昧經論)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수행을 실천하는데 도움이 될 말씀들입니다. 여섯 번째 여행은 ‘수행의 장애’로 이장의(二障義)를 바탕으로 수행과정에서 만나는 여러 가지 장애요인을 극복하는 길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일곱 번째 여행은 ‘수행의 지혜’로 대혜도경종요(大慧度經宗要)를 바탕으로 수행과정에 필요한 지혜와 유식의 도리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여덟 번째 여행은 ‘수행의 심화’로 화엄경을 풀이한 화엄경소(華嚴經疏)를 바탕으로 수행과정에 꼭 필요한 우주와 나의 관계를 정립하고 ‘사람이 곧 부처’라는 인즉불(人卽佛) 사상에 눈을 뜰 수 있게 안내합니다. 아홉 번째 여행은 ‘수행의 나룻배’로 유심안락도(遊心安樂道)를 바탕으로 수행의 한 방편인 타력불교를 이해하게 되고 신심을 더욱 돈독하게 하는 길을 안내합니다. 열 번째 여행은 ‘수행의 귀일처’로 역시 원효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십문화쟁론(十門和爭論)을 바탕으로 수행의 귀결처인 한 생명의 출렁거림, 즉 일심의 바다에 들어가 상즉상입(相卽相入)의 묘미를 맛볼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저자의 주석을 제대로 이해하고서 인용하는 것인지 두려운 점이 있습니다만, 한 구절만 인용해보자면, ‘제 모영을 잃는 고통을 감수하라’는 제목의 글을 보면, “깨닫고 보면 여기 속(俗)이랄 것도 없고 저기 진(眞)이랄 것도 없고, 더러운 세계인 예토(穢土)랄 것도 없고 깨끗한 세계인 정토(淨土)랄 것도 없네. 본래 이 모든 것은 일심(一心)이라서 생사(生死)와 열반(涅槃)이 둘이 아니네.(以覺言之 無此無彼 穢土淨國 本來一心 生死涅槃 終無二際)” 저자는 이 구절을 “근원적인 진리와 절대 세계에서는 부처와 중생이 하나이고, 진과 속이 하나이지만, 유한적인 현상의 상대 세계에서는 부처와 중생이 분명히 차이가 나고, 진과 속이 확연히 구분된다.(187쪽)”고 풀이하였습니다.

 

이 구절을 인용한 것은 최근 들어 우리 사회가 둘로 나뉘어 기름과 물처럼 화합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현상이 안타까워서입니다. 바로 원효의 일심사상(一心思想)에 바탕을 둔 화쟁사상(和諍思想)의 의미를 새삼 깨달았으면 하는 바람때문입니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원효는 현묘지도(玄妙之道)의 민족고유사상과 화엄학 및 유식학 등을 바탕으로 일군 일심사상을 전개하여 당시 여러 갈래로 분분하던 각 유파의 불법이론들을 일미(一味)의 불법대해(佛法大海)로 귀일하쟁(歸一和諍)시키는 대업을 이루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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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드 인 미 - 오늘, 당신의 인생은 새로 시작된다
허병민 지음 / 비즈니스맵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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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너 있다.’는 남자주인공의 달콤한 대사가 젊은이들의 감성을 폭풍처럼 흔들었던 드라마가 있습니다. 그런 내 안에 나는 있었을까요? 드라마 스토리를 보면 내 안에서 너와 내가 알콩달콩 살고 싶다는 이야기로 해석해도 좋을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연인들의 달콤쌉싸름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하더라도 내 안에 너를 들이기 전에 우선 내 안에 내가 있도록 하는 것이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할 것 같습니다. <1년만 버텨라; http://blog.joinsmsn.com/yang412/12008311>를 통하여 고단한 직장에서 혹은 삶을 살아가는 지혜를 깨우치게 해주었던 허병민님께서 1년만에 또 다른 화두를 던지고 있습니다. 이름하여 <메이드 인 미>입니다. 제목의 의미를 따로 설명하지 않았으니 독자들 나름대로 상상의 날개를 펼쳐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내 안에 만들어진 OOOO> 저자께서 “My dream is to become ME!"라고 적어주신 것으로 보아서는 ‘내가 나를 알게 되는 것’ 즉 ‘내 안에 나를 만드는 것’이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하다고 보입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하는 노래가 있었습니다. 우리네 헛짚는 인생살이 한세상 걱정조차 없이 살면 덤처럼 사는 세상살이가 아니겠느냐는 서글픈 인생을 노래한 것인데, 인생을 덤처럼 사는 것도 길이겠으나 세상에 뚝 떨어졌으면 그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 이유를 찾아가면서 열심히 사는 것이 중요하다 하겠습니다. 내가 나를 모르는데 남이 나를 알아달라고 매달리는 것이 우스울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나를 세상에 알리려면 나를 정확하게 알는 일이 우선이라는 저자의 주장은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나는 누구이며, 왜 사는가?

 

지난 한해동안 나름대로는 공을 들여왔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제일 먼저 들었던 마음은 내가 아직도 부족한데가 많구나, 부족한 나를 부탁한 것이 송구하였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몰라주는구나. 시간이 더 지나면 다시 생각이 바뀔지 모르겠습니다만, 아직은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입니다. 특히 <메이드 인 미>의 말미에 있는 ‘기브 앤 테이크는 옳다’편에 담은 저자의 주장에 절대적으로 공감합니다. ‘이타적 개인주의’라는 저자 나름대로의 해석을 붙이고 있습니다만, “기브 앤 테이크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자세를 기본으로 그가 갖고 있는 생각과 이익, 욕망, 욕구, 감정에 항상 눈과 귀를 열어놓고 있다.(225쪽)”는 설명이야말로 세상을 살아가는 교훈으로 흠잡을 데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저자는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버려야 보인다’, ‘알아야 찾는다’, ‘미쳐야 미친다’ 그리고 ‘넣어야 나오고, 주어야 받는다’는 네가지 공식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전작을 통하여 느낀 것처럼 구어체로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어 단숨에 읽고 깨치게 됩니다. 한꼭지의 이야기가 끝나면 영어교과서처럼 ‘lesson’에 요약해 둔 것도 실용적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멘토와의 커피 한 잔’이라는 부분입니다. 미래학자 리처드 왓슨으로부터 시작하여 <기술의 충격; http://blog.joinsmsn.com/yang412/12284839>을 통하여 우리에게 충격을 주었던 케빈 켈리  등 모두 7명의 우리시대의 리더들의 생각을 정리한 부분도 재미있습니다.

 

아마도 사전에 준비한 질문에 응답을 해온 멘토들의 답변을 요약한 것으로 보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멘토들에게 공통으로 던진 질문도 일부 있지만 멘토의 특성을 고려하여 다양한 질문을 던진 것 같습니다. 당연히 멘토들 역시 다양한 답변을 주고 있으며, 답변들 가운데 독자에 따라서는 동의할 수 없는 답도 있을 것입니다. 질문으로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패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게 ‘성공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는 부분에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일을 추진하면서 일부러 실패하는 시나리오를 쓰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실패를 가져올 수도 있는 다양한 상황을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고, 실패했다고 해서 대책없이 폐기하는 것보다는 실패한 상황을 꼼꼼히 분석하여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또한 영화 <엑스맨>에 나오는 로그(Rogue)는 자신과 접촉하는 상대방의 재능가 힘을 완벽하게 흡수하는 초능력을 소유하고 있는 것에 착안하여, 최근 끊임없이 정보와 노하우를 습득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젊은 세대를 로그세대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모든 젊은이들을 로그화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오히려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부작용을 낳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의 상황에 따라 무언가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저에게 ‘자신을 조연이 아닌 주인공으로 캐스팅하세요’라는 부제를 단 ‘진로를 고민하는 분들께’라는 제목의 글은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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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미술관 산책 - 오전에 떠나서 오후에 즐기는 미술관 산책 시리즈
장윤선 지음 / 시공아트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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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회 참석 등을 이유로 가끔 외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습니다. 대부분 일정을 학회 기간에 맞추기 때문에 빠듯하기는 합니다만, 비행기 시간을 맞추느라 생긴 자투리 시간, 혹은 관심있는 주제가 빠져있는 시간에 방문지에서 놓치면 아쉬울만한 곳을 골라보기 마련입니다. 제 경우 역사적 유물, 미술관, 박물관 등은 꼭 찾아보려하고 있습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7664069).

 

그렇다고 미술품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쩌면 예술품에 대한 허영심을 채우거나 혹은 그곳까지 가서 꼭 보아야 할 구경거리를 놓쳤느냐는 핀잔을 받는 것이 두려워서인지도 모릅니다. 보통은 한국을 떠나기 전에 미리 챙기기도 합니다만, 사정이 허락하지 않아 현지에서 수소문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벌써 네 번째 방문인 이번 동경방문길에는 행운이 따랐습니다. 장윤선님의 <도쿄 미술관 산책>을 미리 읽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자 행운이었습니다.

 

특히 “도쿄에서 꼭 누려야 할 눈의 즐거움!”이라는 홍보카피는 분명 저보다는 한 수 높은 미술품감상의 눈을 가진 여행객에게나 어울릴 법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저 같은 얼충이 미술관 방문객도 좋은 공부자료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습니다. 홍보카피를 조금 더 인용해보면, “아침에 비행기를 타면 점심에는 구경할 수 있는 이웃 도시 도쿄, 그곳의 박물관, 미술관, 문화공간에서 유구한 전통의 멋과 최첨단 예술 트렌드를 함께 만끽하다.”라고 적었습니다. 다음 날 학회일정과 비행기편을 맞추다 보니 한나절의 시간여유가 생긴 제 경우를 두고 적은 글 같습니다.

 

<도쿄 미술관 산책>은 장윤선님의 독특한 기획의도가 담겨있습니다. 흔히 미술관 혹은 박물관에 관한 책이라고 하면 그곳에서 만날 수 있는 소장품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장윤선님은 미술관 혹은 박물관에 대한 시시콜콜한 부분까지도 챙겨 읽을거리로 만들다보니 소장품에 대한 이야기가 부족한 것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지만 그의 눈을 따라 감상대상을 넓혀보는 즐거움 또한 특별한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국립서양미술관을 입장하면서 만나는 2층에 이르는 경사로라던가 전시장 곳곳에서 만나는 계단과 그 아래 휴식공간, 조명시설 등은 저자가 아니었더라면 그냥 지나쳤을 것입니다. 또한 르 코르뷔지에가 미술관을 설계했다던가 상설전의 작품들이 주식회사 가와사키의 초대사장 마쓰카타 고지로의 컬렉션으로 구성된다는 것, 마쓰카타가 이들 작품을 손에 넣게 된 과정도 읽을 수 있습니다.

 

동경에 산재한 문화공간을 우에노, 록폰기, 아오야마 그리고 그 외 지역으로 크게 나누어 정리한 책에서 이번 방문길에는 우에노지역을 챙겨보기로 한 것입니다. 일본어라고는 필요한 단어를 제대로 떠올리지 못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영어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피하고 보던 일본사람들도 이제는 많이 변하고 있는 듯해서, 세 번의 방문길에 전철타기를 어깨너머로 배운 탓인지 홀로 나서는 구경길이 크게 걱정되지는 않았습니다.

 

무작정 숙소를 나서 전철을 타고 우에노역에 도착했습니다. 출구를 안내하는 표지판을 따라 지상으로 올라서 우에노공원에 들어서니 공원 안내도가 반깁니다. 코스를 계산해서 전철역에서 제일 먼 곳에 있는 도쿄예술대학 미술관부터 시작해서 도쿄 국립박물관을 거쳐 국립서양미술관까지 보기로 하였습니다. 예술대학 미술관으로 가다보니 동경도 미술관은 대대적인 보수공사가 진행되고 있어 아예 폐관하고 있어 아쉬웠습니다.

 

도쿄예술대학의 미술관에서는 마침 졸업생 작품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조각작품을 카메라에 담았을 때는 별 생각이 없었습니다만, 내부에 설치된 회화작품과 설치예술품의 경우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는 안내인의 설명이었습니다. 아마도 젊은 예술가의 참신한 아이디어가 유출되는 것을 우려한 탓일까요? 심지어는 미술관의 독특한 모습의 나선형 계단이나, 로뎅의 <청동시대>가 정원에 설치된 예술대학 아트플라자에서 팔고 있는 공예품의 경우도 사진촬영이 안된다는 직원의 굳은 표정에서 ‘너무한 것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표시해둔 촬영이 금지된 전시물을 제외하면 플래시를 사용하지 않은 촬영이 가능한 국립박물관과 서양미술관의 경우와 비교된다고 하겠습니다.

 

국립박물관은 일본의 민속유물들을 볼 수 있고, 연결되는 헤이세이관에서는 일본에서 출토되었다는 석기유물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특히 세계 최고(最古)의 구석기유물이라는 표지에 ‘정말?’하는 의구심이 들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전시물 가운데 유독 마음 한 구석이 불편해지는 곳은 꽤 넓은 공간을 내어 전시된 도검류들이었습니다. 날카롭게 별러진 일본도가 분해된 채로 혹은 칼집에 넣어진 채로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 방에서는 공연히 서늘한 느낌에 등골에서 한기가 흘러내리는 느낌이어서 갑옷들이 전시된 곳에서 받은 충격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습니다. 일본문화에서 ‘칼’이 차지하는 부분이 여전히 작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효케이관과 동양관은 보수 등을 이유로 휴관 중이었던 탓에 아픈 다리와 시간에 쫓겨 서양미술관으로 향해야 하는 상황에 핑계거리가 되었습니다. 호류우지 국보관에서는 주로 절에서 사용하던 생활용품으로부터 부처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물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전시물보다는 건물의 중정에 해당하는 공간에 설치된 널따랗고 얕은 연못(?)을 통로를 걸어 들어가야 하는 구조가 신기했습니다. 사진에서 보시는 것처럼 일본의 민속화가 우리의 것과는 다른 느낌을 주는 것과는 달리 이곳에서 전시되고 있는 불상들은 우리네 박물관에서 보는 모습과 너무나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설마 이 유물들이 한반도에서 건너온 것들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소장품에 대하여 시시콜콜한 설명을 생략한 것은 미술품에 대한 사람마다의 느낌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배려한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국립서양미술관에서 만난 로댕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는 해야 하겠습니다. 제 기억에 로댕의 조각작품을 처음 대한 것은 미국 동부에 있는 로댕미술관에서였던 것 같습니다. 그곳에서 <생각하는 사람>, <지옥문> 등을 구경하고 뿌듯한 마음에서 슬라이드 사진을 만들었습니다. 귀국한 다음 어느 학술모임에서 자랑스럽게(?) 이 작품을 보았다고 소개했는데, 다른 장소에서 같은 작품을 감상했다는 분이 있어 놀랐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조각가가 같은 작품을 여럿 제작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로댕의 조각작품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마쓰카타 컬렉션을 보면서는 시카고 미술관을 처음 방문했을 적의 느낌, 즉 예술적 허영심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는 말씀도 드립니다. 쿠르베의 <파도>는 금방 액자에서 넘쳐 마루로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었고, <덫에 걸린 여우>를 보면서는 인간의 탐욕으로 고통받고 있는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캠페인에 참여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너무나도 친숙한 모네의 <수련>, 피카소의 <남과 여> 루벤스의 <잠자는 두 어린이> 등등은 한나절에 돌아보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었습니다. 오르세미술관은 아직 방문하지 못했습니다만, 색조의 대비가 뚜렷하고 선이 단순한 중세기독교예술작품으로부터 근세 인상파화가들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소장미술품들이 시카고미술관이나 필라델피아미술관과 비교하여 손색이 없고 년 전에 방문한 부다페스트 미술관(http://blog.joinsmsn.com/yang412/11875812)보다는 풍부하지 않나 싶습니다.

 

2박3일의 짧은 여행길에 낸 짬이라서 제대로 감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고, 예대에서 구로다 세이키 기념관을 놓치고, 우에노 지역만 하더라도 국제어린이 도서관(공원 안내도에서 보지 못한 탓도 있습니다), 동경미술관, 옛 이와사키 저택 정원 등은 찾아가지도 못했습니다. 당연히 롯폰기, 아오야마는 물론 기타지역도 다음 기회로 미루어야 합니다. 그러니 다음 번 방문길에서도 장윤선님의 <도쿄 미술관 산책>이 함께 할 것입니다.

 

저자는 미술관이나 박물관 도서관이 일본 문화를 대변하는 유일한 곳이라 강변할 생각은 없다고 하였지만, 역사적 유물과 예술, 문화시설에서 그 나라의 문화를 큰 틀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가까이 있어 방문기회가 많은 일본의 속살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 있는 안내서 <도쿄 미술관 산책>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얻었다는 말씀과 함께 소개드립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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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2012-02-06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신문 <라포르시안>에서 SNS를 통한 댓글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소의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rapportian.com/n_news/news/view.html?no=3849
 
언니, 엄마 어울누리 다문화사회 어린이 생활동화 1
임선일 지음, 임다연 그림 / 이담북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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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같이 읽던 동화책도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시나브로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임선일박사의 첫 번째 동화 <언니, 엄마>를 읽게 된 것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던 옛 기억을 일깨워주는 기회도 되고, 어느새 우리 사회에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어가고 있는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을 다시 확인하는 계기도 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외국인노동자들을 위한 일을 하고 계시다 보니 늘어가고 있는 다문화가정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다양한 상황을 많이 경험하시게 되는 것 같습니다. 세상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면 부정적인 일이 더 많이 눈에 띄는 법입니다. 저자께서 다문화가정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읽을거리, 특히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로 전하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얼마 전에 바로 이담북스에서 내놓은 <미래의 우리를 만드는 다문화 교안; http://blog.joinsmsn.com/yang412/124713354>을 읽고 다문화사회로 가고 있는 우리가 준비할 것을 공부하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언니, 엄마>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과 함께 농촌에서 살고 있는 아버지가 딸을 위하여 재혼을 결심하면서도 필리핀에서 신부를 맞어야 하는 상황을 딸에게 조심스럽게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가슴이 울립니다. 아버지를 잘 이해하는 딸이지만 우리와 모습도 다르고 나이도 많지 않은 새엄마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필리핀에서 온 젊은 새엄마는 새로운 환경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하나가 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참 다행이다 싶습니다.

 

동화는 처음이라는 작가의 작품이라고 보기에 잘 쓰여져 쉽게 읽히고 이해가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의 시각에서 본다면 외국에서 온 분들이 모두 줄리씨처럼 활달하고 우리네 사회에 적극적으로 어울리는 것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런 분들의 사례도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최근에 방영되고 있는 주말드라마에서도 생각지도 못한 아들이 필리핀에서 나타나 당혹해하는 아버지가 아들을 받아들이기까지 겪는 갈등을 그리고 있습니다. 어쩌면 그 아버지가 보이는 반응이 굳이 필리핀에서 온 아들이 아니라고 해도,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암으로 아들과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게 된 어머니가 헤어진 아버지에게 보낸 것인데, 재혼을 앞두고 들떠 있는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헤어진 어머니를 떠올리는 아들을 어떻게 이해시킬 것인지 궁금해지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아이들 학교행사는 어머니가 참석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어 아버지가 가면 쑥스러워지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수진이도 아빠가 학교에 오는 것이 불만이었지만, 외국에서 온 새엄마가 학교에 오는 것을 남들이 어떻게 볼까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든 외국에서 오신 분들이 우리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한 교육프로그램이나 지원체계가 갖춰지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리고 시골학교에서 영어회화교육을 맡게 된 줄리씨처럼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도 좋은 방안으로 보입니다.

 

어린이들은 어른들의 모습을 따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이 먼저 마음을 열고 이들과 함께 잘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은 교육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임선일박사의 동화 <언니, 엄마>는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좋은 공부의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작가의 따님이 그린 삽화도 예쁜 이야기를 한층 아름답게 꾸며주는 것 같습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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