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세상 모든 책을 삶의 재료로 쓰는 법
정혜윤 지음 / 민음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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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PD를 처음 만났던게 언제던가.... 그동안 거의 편식에 가까운 책읽기를 해온 탓인지 그가 누군지, 무엇을 하는 분인지 전혀 몰랐습니다. 인사를 나누고서야 그 분의 정체를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일단은 그 분의 방대한 독서량과 글솜씨가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삶을 바꾸는 책읽기>는 처음 읽게 되는 그분의 글입니다.

 

마침, 책읽기에 대한 의문이 고개를 들고 있어서인지, 공감의 고갯짓은 물론 때로는 정말 그럴까 하는 고갯짓까지 나름대로의 다양한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지나갑니다. 일단 그녀의 다양한 영역의 책읽기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장자크 루소의 <인간불평등 기원론>와 같이 난해할 수 있는 과학, 철학 부문의 책에서부터 고금을 넘나드는 문학서적은 익히 알려져 있는 작품도 있지만 생소해 보이는 작품까지도 망라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글은 읽은 책을 바탕으로 한 사유만을 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직업적 특성(?)을 활용하여 취재과정에서 만나는 다양한 인물들의 생생한 증언을 마침맞게 엮어 넣어 감칠맛이 날뿐 아니라 인간냄새가 느껴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책읽기에 관하여 주변으로 흔히 받는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으로 책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1. 먹고살기도 바쁜데 언제 책을 읽나요? 2. 책 읽는 능력이 없는데 어떡하나요? 3. 삶이 불안한데도 책을 읽어야 하나요? 4. 책이 정말 위로가 될까요? 5. 책이 쓸모가 있나요? 6. 책의 진짜 쓸모는 뭐죠? 7. 읽은 책을 오래 기억하는 법이 있나요? 8. 어떤 책부터 읽으면 좋을까요? 그리고 보니 저도 역시 비슷한 질문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런 의문이 들기도 한 것 같습니다.

 

서평에 관한 저자의 생각에 눈이 번쩍 떠지는 느낌이 있었기에 옮겨봅니다. “서평은 아마추어의 예술입니다. 서평은 자신의 생각을 써보는 것입니다. 그것이 아무리 혼란스러워 보여도 진실된 마음이 담겨 있으면 됩니다. 서평은 자기 자신입니다. 나의 서평이 누군가의 맘과 통한다면 너무나 좋습니다. 나와 그 누군가는 친구가 된 셈이니까요.(167쪽)” 아직 주관이 바로서지 못해서 서평을 쓸 때마다 오락가락하는 제 마음을 다잡을 수 있는 좋은 말씀이 될 것 같습니다.

 

‘다시 읽기’에 대한 저자의 제안은 마침 최근에 제가 경험했던 바가 있어 특별한 울림으로 남았습니다. 바로 대학 신입생때 읽었던 한스 카로사의 <아름다운 유혹의 시절;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32807>을 다시 읽으면서 대부분은 전혀 새로운 내용이지만 그래도 기억의 한 구석에 남아있던 부분에 대한 느낌이 다시 강렬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저자의 이념적 배경이 읽히는 생각들을 굳이 적었어야 할까 싶기도 합니다만,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어요.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래서 책 좀 읽으면서 세상을 배우고 싶습니다.(74쪽)”고 한 해고노동자의 절절한 이유가 가슴에 와 닿습니다. 평생 직장으로 믿었던 회사에서 거리로 내쳐진 그처럼 저 역시 큰 그림을 그려나가던 직장에서 쫓겨난 경험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계약직 공무원이었던 제게 인사권을 가진 기관장께서 부르시더니 “당신이 일을 참 열심히, 잘 한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당신의 상사가 당신과 같이 일할 수 없다고 하니 나로서도 어쩔 수 없다. 미안하다.”고 했습니다. 그 상사는 임용과정에서 저와 경쟁하던 분이었습니다.

 

정말 마음을 콕콕 지르는 이야기들이 넘쳐나는 글 가운데는 이런 말도 있습니다. “오랫동안 책은 이 사회의 논리 안에서 난 정말 잘 나가고 있어, 라도 생각한 사람들이 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와는 반대로 이 사회가 이대로 가면 곤란하다고, 이 세상엔 바꿔야 할 점이 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문제 제기를 해 보려고 정력을 쏟아 부은 것에 가까웠습니다.(106쪽)” 그리고 보니 제가 세상에 내놓은 책들, <치매, 나도 고칠 수 있다>나 <눈초의 광우병 이야기>는 작가가 생각하는 바로 그런 논리로 쓰기 시작했던 글들이 세상에 빛을 본 셈입니다.

 

끝으로 저자의 말대로 책을 읽다가 새로운 읽을거리를 발견하는 일은 책읽기의 또 다른 즐거움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저와는 다른 해석을 읽게 되면 그 이유를 찾아들어가는 것 또한 책읽기의 즐거움이라 생각합니다. 작가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http://blog.joinsmsn.com/yang412/12849723>에서 존재의 가벼움, 무거움만큼이나 중요한 키워드로 삼은 것은 ‘키치’였다고 적었는데, 사실 이 책을 논한 북콘서트에서도 ‘키치’라는 단어의 의미를 두고 상당한 시간이 할애되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키치’라는 단어를 생경스럽게 느꼈었다는 고백을 드립니다.

 

쿤데라는 “존재에 대한 확고부동한 동의가 미학적 이상으로 삼는 세계는, 똥이 부정되고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각자가 처신하는 세계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러한 미학적 이상은 키치라고 불린다.(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399쪽)”라고 기치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등장한 키치라는 개념은 “나의 적은 공산주의가 아니라 키치예요!(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412쪽)”라는 사비나의 말에 더욱 헷갈리게 되는 것 같습니다. 테레사나 토마시와는 철학이 사뭇 달라 보이는 그녀의 삶의 궤적을 단적으로 정리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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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 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 1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창석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199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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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로 된 책의 리뷰를 쓰는 일은 참 난감하다. 전체를 읽고 하나로 적어야 하나 아니면 한편씩 적어야 하나 망설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때로는 묶어서 때로는 각각 적어보기도 합니다만, 정답은 없는 것 같습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각각 적어보기로 하겠습니다. 특히 기억에 관한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쿤데라는 “내 이력서 속 자아로부터 그 어떤 인물도 도출되지 않았다. 내 소설의 인물들은 실현되지 않은 나 자신의 가능성들이다.” 라고 말해 자신의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스토리가 경험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창작임을 밝히고 있습니다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장면 혹은 등장인물들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생생하기 때문에 프루스트가 오감을 통해서 느낀 것들을 빠트리지 않고 적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그의 기억을 통해서 그려지고 있는 세계가 얼마나 정밀하고 정확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꽃피는 아가씨들 그늘에’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번 이야기에서는 화자가 주인공으로 돌아와있습니다. 주인공이 글쓰는 직업에 관심을 가지고, 가능성을 따져보는 과정이나, 처음에 호의적이지 않던 부모님이 긍정적으로 선회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이번 이야기의 핵심은 지난 이야기의 말미에 맛을 보였던 스완과 오데트의 딸 질베르트에 대한 주인공의 사랑이 부침을 겪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당시 파리 사교계의 일반적인 모습을 그려내는 사이에 질베르트에 대한 자신의 연모하는 마음을 엮어 넣으면서 스완가의 관심을 받게 된 점을 상당히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난 이야기에서 질베르트에게 향하는 연모의 정을 스완가의 사교모임에 초대되면서 자연스럽게 키워나가는 과정, 그리고 우연히 발견하게 되는 질베르트의 의외의 모습으로 야기되는 작은 갈등이 확대되면서 절교를 결심하게 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는데, 지난 이야기에서 스완씨가 오데트의 사랑을 얻기 위하여 극심한 질투와 고통을 겪은 끝에 결혼에 이르게 되는 것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모습이라 하겠습니다. 다소 충격적인 것은 오데트의 감춰진 모습을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던 스완씨가 새로운 사랑을 만나게 된다는 귀띔이 나오고 있는데, 다음 이야기에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집니다. 즉 주인공은 스완씨처럼 맹목적으로 빠져드는 사랑이 아니라 스스로를 제어할 줄 아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그것은 아마도 주인공이 천식이라는 지병을 앓고 있는 까닭에 스스로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성격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저자는 주인공이 질베르트의 관심을 얻게 되는 지난한 과정을 참을성 있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내가 그녀의 양친에게 얼마나 탄복하고 있는지 이야기하자, 질베르트는 (…) 무언가 숨기는 것 같은 표정을 짓고, 톡 쏘아붙이고 말았다. ‘우리 부모님은 당신을 좋아하지 않을걸!’하고 나서, 내 곁을 물의 요정처럼 스르르 지나치며 까르르 웃어 댔다.(93쪽)” 이렇게 시작한 관계가 그녀의 집에서 열리는 다과시간에 초대받는 관계로 그리고 오데트와 개인적인 만남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그녀의 육체에 끌리는 나 자신을 느껴 그녀에게 말했다. ‘자아, 빼앗지 못하게 해봐, 누가 기운 센지 내기하자구.’ 그녀는 편지를 등쪽으로 감추었다. 나는 그녀의 목 뒤로 손을 돌려...(97쪽)”에서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스킨십이 이루어지는 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남녀관계는 예상치 않은 복병을 만날 수 있고, 이런 상황을 넘어야 해피엔딩이 되는 것인데, 눈에 콩깍지가 쓰였을 때는 대범하게 넘어가는 상황이 깨름칙한 무엇이 느껴지기 시작하면 되짚어보게 된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할아버지의 기일에 오페라의 발췌를 들으러 나서는 그녀의 모습에서 주인공은 놀라게 되는데, 평소 주인공의 마음에 드는 것, 양친을 기쁘게 하는 것이라면 뭐든지 상관없다고 말하면서도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시침을 뚝 따고 밀어붙인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입니다.(158쪽, 170쪽) 질베르트의 이런 모습에 대하여 저자는 “질베르트는 확실히 외딸이었다. 그러나 적어도 두 질베르트가 있었다. 그 부모의 두 성질은 단지 그녀의 몸 안에 섞여있는 것만이 아니었다. 두 성질은 서로 다퉈 그녀를 빼앗고 있었다.(200쪽)” 현대 정신의학에서 해리성장애로 정리되는 성격의 단면을 그리고 있는 것이라 보입니다.

 

이날 사건은 주인공의 마음 한 구석에 작은 구름을 남겨두었던 것 같습니다. “그녀의 할아버지 기일에 일어난 사건 이래 나는 늘 마음속으로 물었다. 질베르트의 성격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과는 딴판이 아닐까, 남이 하는 것에 대한 무관심, 그 슬기로움, 그 침착, 끊임없는 그 온순함은 오히려 그녀가 자존심에서 억지로 보이지 않고 있는 매우 격렬한 욕망을 숨기고 있어, 그 욕망은 어쩌다가 방해받았을 때 외에는 돌연한 항거로 드러나지 않는 게 아닐까 하고.(205쪽)” 이런 의혹이 점차 확대되면서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조금씩 생기는 계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떻든 남녀의 헤어짐에는 고통이 따르는 법입니다. 그런 절절한 느낌을 손에 잡힐 듯이 그리고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떨림을 느끼게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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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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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에는 조금 생뚱맞은 것 아니냐 하시겠습니다만, 추리소설을 소개하려 합니다. 코난 도일의 <셜록 홈즈> 시리즈나, 아가사 크리스티의 주옥같은 추리소설을 탐독하신 분들도 많을 것이고, 지금도 추리소설에 매혹되어 있는 매니아 분들도 적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이런 분들은 선호하는 작가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읽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추리소설에 홀려있던 시절이 있었지만, 특별하게 챙기는 작가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그저 두루 섭렵한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특별한 이유없이 추리소설과 거리가 생겨 있었습니다.

 

그런 저의 눈길을 끈 작가가 생겼습니다. 바로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추리소설작가 다카노 가즈아키입니다. 다카노 가즈아키는 2001년에 발표한 처녀작 <13계단>으로 심사위원 모두의 일치된 의견으로 일본 최고의 추리소설상인 제 47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13계단>은 보호사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사형이 확정된 사카키바라의 원죄를 입증하기 위하여 교정관 난고와 가출옥한 준이치의 활약으로 문제의 해결에 이르는 추리소설로 사형제도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12848761).

 

<제노사이드>는 저자가 6년여의 공백을 깨고 2011년에 발표한 신작으로 야마다 후타로상과 일본추리작가협회상을 수상하고 나오키상과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 후보에 올랐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미스터리소설부문에서 랭킹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는 소개이고 보면, 분명 특별한 무엇이 있을 것으로 짐작되었습니다. 제 입장에서 이 작품이 통상적인 수준의 추리소설이었다면 개인적으로 독후감을 쓰고 말았을 터인데, 굳이 [북소리]에서 소개하는 것은 이 소설을 통하여 같이 생각해볼 점이 분명 있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우선 제목 ‘제노사이드(genocide)의 뜻을 위키백과에서 검색해보았습니다. ‘집단학살(集團虐殺)’이라 번역하고 “그리스어로 민족, 종족, 인종을 뜻하는 geno와 살인을 뜻하는 cide를 합친 말이며, 고의적으로 혹은 제도적으로 민족, 종족, 인종, 종교 집단의 전체나 일부를 파괴하는 범죄를 일컫는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집단 학살의 정확한 정의를 놓고 학자들 사이에 이견이 있으나, 법적인 집단 학살의 정의는 1948년 국제 연합 집단 학살죄의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CPPCG)에서 나온다. 이 협정 2조를 보면 집단 학살을 "민족, 종족, 인종, 종교 집단의 전체 혹은 일부를 파괴할 의도로 한 모든 행위를 일컫는다. 구체적으로 집단의 일원을 살해하거나 심각한 육체적ㆍ정신적 위해를 가하는 것, 고의적으로 육체적 파멸을 의도한 생활 조건을 강제하는 것, 집단 내 출생을 막는 것, 집단의 아동을 다른 집단으로 강제 이주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는 제노사이드의 대표적 사례로는 제2차 세계대전기간 동안 나치 독일이 유태인 등을 대상으로 저질렀던 집단학살을 떠올리게 됩니다만, 그밖에도 수많은 집단학살의 사례들이 있다는 사실은 제레드 다이아몬드교수가 <3의 침팬지>에서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확인된 집단학살의 사례들은 15세기 이래 아주 최근인 20세기 말까지 인간이 거주할 수 없는 남극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일어났고, 또 일어날 가능성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교수는 집단학살의 원인이 되는 동기를 분류하는 일은 그 정의만큼이나 어렵지만 이데올로기적 혹은 심리적 동기가 작용하는 경우와 이데올로기 대립의 유무에도 불구하고 토지와 권력을 둘러싼 현실적인 이해대립이 있는 경우라고 하였습니다. 조금 더 세분해보면, 군사적으로 우세한 세력이 그보다 약한 세력의 토지를 점령하려다 저항을 받았을 때 발생하는 경우, 다민족 사회의 내부에서 장기간 권력투쟁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한 민족이 다른 민족을 말살함으로써 최종적인 해결을 꾀하는 경우, 14세기에 확산된 페스트의 속죄양으로 유대인들이 기독교도들에 의하여 희생된 경우처럼 무력한 소수가 살해자의 욕구불만에 의하여 희생이 되는 경우가 있겠고, 끝으로 나치 독일이나 십자군전쟁처럼 인종적, 종교적 박해의 경우를 들 수 있습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교수는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다른 인종과 종교와 민족 집단의 사람들이 서로 다른 사회정의의 기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어쨌든 대규모의 살인 없이 함께 살아가고 있고, 집단학살을 염려하고 있는 제3자의 반응에 의해 중지, 축소 또는 방지되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한편,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대량학살의 가능성은 대규모 핵전쟁과 환경파괴에 의하여 지구 생물이 대량으로 멸종될 수도 있을 것이라 내다보고 있습니다.

 

그러면 다카노 다즈아키가 우려하고 있는 <제노사이드>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요? 놀랍게도 그것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신인류의 등장에 의한 현생인류의 멸망 가능성입니다. 이야기는 미국의 백악관에서 매일 아침 이루어지는 정례브리핑에서 국가정보장 왓킨스가 대통령 번즈에게 “인류 멸망의 가능성, 아프리카에 신종 생물 출현”이라는 제목의 보고를 올리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콩고 민주 공화국 동부의 열대 우림에 신종 생물 출현. 이 생물이 번식하게 될 경우, 미국 국가 안전 보장에 중대한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전 인류 멸망이라는 위험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이 사태는 1977년 슈나이더 연구소가 제출한 「하이즈먼 리포트」에서 이미 경고되었다.(11쪽)”

 

저자는 서두에서부터 독자의 호기심을 바짝 당겨놓습니다. 이어서 미국정부는 콩고에 출현한 신종생물을 제거하기 위한 작전에 들어가고, 지구 반대편에 있는 일본에서는 이 신종생물을 구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참여하고 있는 사람도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진행되게 됩니다. 이야기는 미국 본토에서 시작해서 신종생물제거작전에 투입될 요원들을 이끌 조너선 예거가 선발되어 훈련을 받고 현장에 투입되는 과정을 따라서 이라크, 남아프리카를 경유하여 사건의 현장인 콩고로 이어지게 됩니다.

 

한편 일본에서는 미국 정보국의 감시가 이루어지는 가운데 예거의 아들이 앓고 있는 폐포 상피세포 경화증이라고 하는 희귀병을 치료하기 위한 약물을 개발하는 작업이 진행됩니다. 보통 신약은 효능이 있는 물질을 발굴하여 시험관에서 효능시험과 안전성을 조사하고 쥐나 개와 같은 동물을 대상으로 하여 치료용량을 투여하였을 때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확인하는 전임상시험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렇게 유효성과 안전성을 확인하게 되면 정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하여 사람에서의 안전성을 확인하고 다시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을 검정하는 임상시험단계로 넘어가게 됩니다. 이 과정은 짧게는 6년에 마칠 수도 있지만 10년 이상 걸리는 것이 보통이고 최장 21년이 걸린 약물도 있다고 합니다. 이토록 복잡한 신약개발과정을 한 달 이내에 마칠 수 있다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여기에 특별한 트릭을 숨겨 기한 내에 완성이 가능하게 하였습니다.

 

콩고의 현장에 도착한 예거는 인류를 멸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신종생물이 바로 신인류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는데, 작가가 미리 치밀하게 배치한 장치에 따라서 신종생물 제거의 미션을 받고 투입된 요원들 모두가 신인류를 구출해야 하는 상황으로 반전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러면 왜 신인류에 의한 현생인류의 멸망을 화두로 가지고 왔는가 하는 문제를 짚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에 출간된 브라이언 M. 페이건교수의 작품 <크로마뇽>에서는 기후변화가 현생인류 이전의 네안데르탈인이 멸망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현생인류가 구인류를 집단적으로 공격하여 사라진 것이라는 가설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저자가 하이즈만 보고서를 인용하여 예언하고 있는 신인류의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생인류에서 진화한 다음 세대의 인간은 대뇌 신피질이 보다 크고 우리를 훨씬 능가하는 압도적인 지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 지적 능력을 올리비에는 이렇게 상상했다. ‘제4차원의 이해, 전체의 복잡한 상황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점, 제6감의 획득, 무한히 발달한 도덕의식 보유, 특히 우리의 지적능력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정신적 특질의 소유.’(247쪽)” 작품을 통하여 신인류의 특징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신인류가 우리를 멸망시키려 들 것이라 단언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현생인류와 신인류의 생태적 지위가 완전히 일치하기 때문에 현생인류가 있는 한 신인류의 생식장소가 확보되지 않을 뿐 아니라, 신인류가 보는 현생인류는 같은 종끼리 살육의 나날을 보내는데다가 지구환경을 파괴하는 과학기술만을 가지고 있는 헤아릴 수 없이 위험한 동물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북경원인이나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운명을 걸을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습니다.

 

작가 역시 침팬지들 사이에서도 다른 침팬지를 살해하여 살을 먹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만, 집단학살은 동물에서는 볼 수 없고 인간에서만 보는 특징이라고 하지만, 제레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3의 침팬지>에서는 역시 유인원에서도 집단학살이 일어나고 있는 사례들을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유인원단계에서 이미 인류의 유전자에 각인된 형질이라고 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보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도 장치를 남겨놓고 있습니다. 바로 겐토를 도와 신약을 개발하는 한국젊은이 정훈이 소개하는 한국적인 감성 ()’입니다. 바로 이 ()’이 신인류에게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 것인가는 미지수로 남겨놓기는 했습니다.

 

저자가 신인류가 등장한 장소로 아프리카를 선택한 것은 집단학살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장이라는 점도 작용하였을 것이나 현생인류가 처음 등장한 곳이 아프리카로 알려져 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하이즈만 보고서에 담은 저자의 생각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다음 세대의 인류가 출현할 수 있는 장소는 문명국이 아니라 주변과 교통이 단절되어 있는 미개척지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지역에 사는 소수 집단에서는 개체 수준의 유전자변이가 집단 전체로 이어지기 쉽기 때문이다.(247쪽)”얼마나 정교한 이론입니까?

 

그런데 신인류를 구출하고 살아갈 곳으로 일본인과 일본을 선정한 것은 상당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물론 2차 세계대전 당시 핵폭탄으로 집단학살의 피해를 입은 유일한 곳이라는 점도 있지만, 사실은 역사를 통하여 집단학살의 주도한 국가라는 상징을 떼어낼 수 없는 나라가 일본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저자는 이 작품을 기획하고 가다듬는데 25년의 세월을 보냈다고 합니다. 실제로 작품을 전개하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전문분야로 우선 떠오르는 것만 해도 무기체계와 인터넷관련 분야, 정보분야, 지구물리학, 북미와 아시아 아프리카에 이르는 지역의 역사적 배경, 해양생태학, 무역, 제약 및 의학분야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영역에 걸쳐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이 스토리를 전개하는데 있어 전혀 무리가 없어 녹아들어 걸림이 없으니 정말 대단한 작품을 만났다는 말밖에 할 수가 없습니다. 또한 신인류의 등장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정리해볼 기회도 된다 생각되어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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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2012-07-10 0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터넷신문 <라포르시안>에서 SNS를 통한 댓글 이벤트를 통하여 도서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음 주소의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http://www.rapportian.com/n_news/news/view.html?no=6602
 
닥터스 블로그 - 병원에서 미처 말하지 못한 건강 의료의 오해와 진실
코리아헬스로그 지음 / 청년의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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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랫동안 기다렸던 책을 드디어 받았습니다. 코리아헬스로그가 기획한 <닥터스 블로그>입니다. 생소하게 들리겠습니다만, 의학관련 정보를 구하는 분들 사이에서는 꽤나 알려진 메타블로그입니다. 즉 의료분야에서 일하면서 블로그를 운영하시는 분들이 필진으로 참여하는 팀블로그라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헬스로그가 추구하는 목표는 인터넷을 통하여 확산되고 있는 의학정보의 태반이 분명하지 않은 근거를 바탕으로 한 상업성 정보이거나 심지어는 잘못된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도록 하는데 두고 있습니다. 특히 참여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의료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사례를 반영하고 있어 독자들이 많은 관심을 두고 있는 내용이 되는 것 같습니다.

 

헬스로그의 이러한 노력은 다음커뮤니케이션의 '2008 블로거 기자상'( http://blog.joinsmsn.com/yang412/10366286), 한국PR기업협회(KPRCA)가 선정하는 10개 분야의 전문블로그 가운데 건강분야에 3위로 입상한 바 있고(http://blog.joinsmsn.com/yang412/10369117), 헬스로그에 참여하는 멤버들이 운영하는 블로그가 대거 선정되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미래세대를 위해 보존할 만한 민간웹사이트로 선정한 ‘2010 디지털유산어워드’를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04926.html).

 

블로그에 올린 글을 책으로 엮어내는 것을 블룩(Blook)이라고 부룩이라고 한답니다. 블로그를 통하여 독자들의 인기가 검증된 바 있기 때문에 일찍부터 출판계가 주목하고 있는데(http://blog.joinsmsn.com/yang412/6899123), 헬스로그의 경우는 다소 늦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리아 헬스로그를 통하여 그동한 소개되었던 4,000편이 넘는 글 가운데 네티즌들의 좋은 반응을 보였던 글을 모아 <닥터스 블로그>라는 제목으로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기획기간이 길어서 시의성이 다소 떨어지는 화제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대부분은 일반인들이 흔히 오해하고 있는 의학상식 뿐 아니라 병원을 이용하면서 궁금했던 병원 내부의 이야기 등 호기심을 채워줄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인터넷공간에서 네티즌의 관심을 끌수 있었던 요인으로 짐작됩니다만, 전문적인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도 아주 평이하게 쓰여져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라 하겠습니다.

 

내용을 보면 ‘뱀에 물리면 아무것도 하지 마라’와 같이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강상식을 바로 잡는 제 1부의 ‘건강상식을 뒤집어라’, 특히 관심이 많을 제2부 ‘다이어트도 과학이다’, ‘물만 마셔서 감기 낫기’처럼 알아두면 많은 도움이 될 제3부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멜라민 분유를 먹는 아이들’과 같이 우리 사회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던 제4부 ‘세상을 시끄럽게 한 뉴스들’, ‘검사 전에 금식하는 이유’와 같이 병원을 이용하면서 제대로 몰랐던 것들을 담은 제5부 ‘똑똑하게 병원 이용하기’,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맹장염 진단’처럼 환자를 진료하면서 생기는 답답한 생각들을 담은 제6부 ‘의사들의 속마음’ 등으로 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글이 독립적이라서 아무데나 펼쳐서 읽으셔도 좋기 때문에 읽기에 편하다고 하겠습니다. 사실 제가 쓴 글도 두 꼭지나 되기 때문에 리뷰를 올릴 자격이 되는지 생각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저를 제외한 다른 필진의 글을 평가하고 소개할 필요가 있다 싶어서 리뷰를 적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편집상 실수라고 보이는 171쪽 아래부터 10째줄에 ‘남자’를 ‘나자’리고 적은 오타와, 필자의 실수라고 보아야 할 55쪽에 나오는 공식들, 예를 들면 ‘60킬로그램x1그램=60그램’의 식은 ‘60킬로그램x0.001=60그램으로 표기하셔야 할 것 같다는 점을 적습니다.

 

‘환자도 소통에 나서야 한다’는 제목으로 글을 올리신 익명의 블로거가 결론부분에서 “좋은 뜻으로 ‘의사와 증상을 가지고 소통하는 방법’을 썼던 그 의사 블로그는 예상치 못한 ‘악플’로 블로그를 떠났다.(198쪽)”라고 적으신 부분에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였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 역시 2008년 광우병파동 당시 올렸던 포스팅으로 인하여 엄청난 악플세례를 받았지만, “이 또한 지나가리라”하는 생각으로 견뎌냈던 아픈 추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닥터스 블로그>라는 제목에서 내용을 쉽게 떠올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의학정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은 블로그 글 모음이라는 점에서 일독을 권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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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항상 결심만 할까 - 게으름과 딴짓을 다스리는 의지력의 모든 것
켈리 맥고니걸 지음, 신예경 옮김 / 알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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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이라는 고사성어를 모르는 분들은 없을 것입니다. 새해가 되면 금년에는 반드시 무언가를 해낼 것이라고 단단하게 결심을 하지만 불과 3일을 넘기지 못한다는 자조적인 변명을 할 때 흔히 끌어오는 말입니다. 작심삼일이 인용되는 대표적인 결심은 아마도 금연일 것 같습니다. 담배끊는 일이 그만큼 어렵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게으름과 딴짓을 다스리는 의지력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를 단 켈리 맥고니걸 교수의 <왜 나는 항상 결심만 할까?>의 내용을 ‘3일째만 되면 의지력이 바닥나는 이들을 위한 스탠퍼드 대학교 역사상 가장 인기있는 심리학 강의’라는 한줄 요약을 만들어냈는지도 모릅니다.

 

맥고니걸 교수는 이 책에서 인간의 의지력을 화두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삶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는 이유, 삶에 실패하는 사람들은 과연 의지력이 약하기 때문인가 등에 관하여 다양한 신경학적, 심리학적 실험결과들을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다소 산만한 느낌이 들어 집중력이 흩어지기도 합니다만, 어쩌면 이는 책을 읽고 있는 제 집중력, 혹은 의지력이 약한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의지력을 논하면서 런던 세인트 조지 대학교 심리학과의 제임수 어스킨교수가 인용하는 우리가 살면서 저지르는 온갖 자기파괴적인 행동사례인 다이어트 결심을 어기는 일부터 흡연, 음주, 도박, 섹스에다가 쇼핑중독 등을 더하여 이토록 치명적인 습관이 생기는 원인, 그리고 치료하기 위한 방법 등을 설명하고 있어 흥미롭습니다.

 

그리고 보니 저는 여섯 가지 사례 가운데 세 가지에는 빠져들지 않아 다행스러운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머지 세 가지도 각각 다스리는데 성공하였으니 역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담배는 호기심이 왕성하던 초등학생 때 처음 맛(?)을 알게 되었지만, 대입시험에 실패하고 본격적으로 피우기 시작해서 의과대학생활이 고되다는 이유로 늘어나던 흡연양은 졸업 무렵에 시험을 볼 때는 하루 두 갑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약혼을 앞두고 다녀온 하계진료봉사에서 피로가 누적되었던지 심실세동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하여 금연을 시작했던 것이 30년 가까이에 이르고 있습니다.

 

맥고니걸 교수는 거울신경세포이론을 인용하여 주변에서 누군가 하는 행동을 따라가려는 충동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금연을 시작할 때는 주변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적을 수록 성공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하겠습니다. 또한 저자는 10분간 흡연욕구를 참는 훈련으로 시작하여 시간을 늘려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했습니다만, 제 경우는 휴가를 받아서 내내 잠을 자는 것으로 담배피울 시간을 없앴던 것이 도움이 되었고, 3일, 3주일, 3개월 그리고 3년을 참으면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시최면을 걸었던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다이어트 역시 두 차례에 걸쳐서 20kg 가까이 줄이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입대하여 훈련을 받는 10주 동안에 고된 훈련에도 불구하고 식사량을 줄이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20kg을 줄이는데 성공했습니다만, 자대배치를 받고서 야금야금 체중이 늘어 10kg 정도가 회복되었지만 군생활 기간동안 운동량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감량을 시작하던 때의 체중이상으로 회복(?)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5년 전쯤인가 회사업무로 생활이 흐트러지면서 체중이 빠르게 늘기 시작하면서 심장에 부담이 느껴질 무렵 다시 다이어트에 도전하였습니다. 이때도 역시 식사량을 줄이면서 동시에 걷는 운동만으로 체중감량에 도전하였고 1년 만에 15kg이상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일주일에 100km이상을 걷기도 했지만, 평균적으로는 70km는 걸으려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체중을 줄이고 나서는 식사는 정상적으로 하기 시작했지만, 체중을 유지하기 위하여 운동은 지속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금주는 쉽지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금연이나 체중을 줄이는 문제는 혼자만의 문제입니다만, 술을 마시는 일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피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로 쉽게 끊을 수 없어서 이어지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난해말 사고가 있고서는 아내의 마지막 통보를 받고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에 술마시는 자리를 피하거나 아니면 한 두 잔으로 끝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공부할 때 1년 이상 술마시기를 줄였던 때처럼 몸상태가 좋아지는 것 같아 심리적으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를 주로 소개하고 말았습니다만, <왜 나는 항상 결심만 할까?>를 읽으면 의지력이 작용해야 한다고들 하는 삶에 도움이 될 결심을 지키는데 도움을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런 결심이 가지고 올 미래의 나를 연상하게 되면 보다 쉽게 결심을 실행에 옮길 수 있지 않을까요? 저자는 “1. 미래의 추억을 창조하라. 2. 미래의 자아에게 메시지를 보내라. 3. 미래의 자아를 상상하라.”는 어떻게 보면 비슷한 제목으로 요약하고 있습니다만, 의지력을 최고도로 끌어올릴 수 있는 조언을 얻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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