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제니 그랑데 (천줄읽기) 지만지 천줄읽기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조명원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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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하여 읽은 책입니다. 출판사의 소개에 따르면 <외제니 그랑데>는 발자크의 사실주의 작품 중 최고의 걸작으로 낭만주의 시대에 속해 있던 발자크를 사실주의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음과 동시에 작가로서의 성공을 확실히 해준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발자크는 이 작품에서 황금만능주의와 약육강식의 생존 법칙으로 사회의 주역이 되는 부르주아 남성들의 세계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남성적 억압과 사회적 소외를 겪으며 예속적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세계에 대한 연민과 동정의 시각을 대비시켜 보여주었다고 요약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토록 비중있는 작품인데도 불구하고 국내에 번역소개된 것으로는 조명원교수님의 번역으로 지만지에서 나온 것이 유일한 것 같은데, 편집자 일러두기를 보면 원본의 50%만을 발췌한 이유를 잘 모르겠습니다. “스토리의 흐름을 염두에 두고 지나치게 긴 묘사나 설명을 생략하였지만, 인물의 핵심적 내용을 빠뜨리지 않았고, 소설의 서두와 결말 부분을 살림으로써 발자크 글쓰기의 특징을 드러나게 했다.”고 했지만, (…)로 표시된 생략된 부분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는 것 같습니다. 본문 175쪽으로 요약된 점을 고려한다면 전체 분량을 번역했다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 같아 더욱 아쉽습니다. 예를 들면, 저자는 (외제니의) 어머니가 딸에게 남긴 유언은 “여성적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는 체념적 표현으로 읽힌다.(14쪽)”고 해설을 하였는데, 본문을 보면, “외제니가 그토록 정성을 다해 보살펴 드렸건만, 그랑데 부인은 빠르게 죽음을 향해 나아갔다. (…) ‘얘야, 행복은 천국에만 있는 거란다.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될거야’ 마지막 숨을 거두기 직전에 그녀가 남긴 말이었다. (…) (141~142쪽)” 이렇게 옮겨진 본문을 읽고 옮긴이가 설명한 내용을 느끼라는 주문은 지나친 요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나폴레옹이 실각한 뒤 다시 왕의 통치 체제로 돌아선 왕정복고기이며, 소뮈르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에 있는 낡고 음침한 한 저택이 무대입니다. 대체적으로 사회적 격동기에는 신흥세력이 부상하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구체제가 몰락하면서 제도적 틈새를 잘 파악하는 사람들이 권력과 돈을 움켜쥘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이 작품의 주인공 외제니의 아버지 그랑데 영감 역시 토지의 불하와 포도의 작황에 따라 포도주통을 제작하는 나무공급을 장악하는 것으로 재산을 일구게 되는데, 그 과정 역시 생략된 탓인지 재산축적과정에서 드러났을 그의 비열한 모습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고, 다만 이야기의 핵심줄거리가 되는 외제니와 사촌 샤를의 불행한 사랑이야기로 이끌게 되는 과정에서 그랑데 영감이 파산한 동생의 재산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돈을 가로챘을 것 같다는 느낌이 남습니다. 저자가 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가능성보다는 옮기는 과정에서 생략되었을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돈은 모으는 것보다 쓰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합니다. 돈을 모으는데만 정신을 쏟다보면 자칫 돈의 노예가 되기 때문에 수전노(守錢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이 작품에서도 그랑데 영감은 수전노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파산한 동생의 재산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비열한 짓을 했을 것 같은데도 불구하고 조카에게는 겨우 인도로 가는 여비 정도를 내주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라든가, 멋진 파리지앵 샤를에 빠져서 곤경에 빠진 그에게 아버지로부터 받은 금화를 건네준 외제니에게 빵만 먹도록 하는 벌을 내리는 행태 등입니다. 이와 같은 그랑데 영감의 폭압적인 행태는 외제니와 그 어머니가 고단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어 대비가 된다고 하겠습니다.

 

부자가 3대를 가기 어렵다고 합니다. 부자는 돈을 모으느라 돈을 쓰는 방법을 모르고 그 자녀들은 돈을 모으는 방법을 모르니 또한 돈을 제대로 쓰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돈을 물 쓰듯 낭비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외제니는 아버지 때문에 어렵게 자랐지만 어머니의 영향으로 돈을 제대로 관리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인도에서 많은 돈을 벌어왔지만, 외제니의 사랑을 외면하는 샤를의 아버지가 남긴 빚을 모두 갚아주었을 뿐 아니라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위하여 베푸는 일에도 소홀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그랑데 영감이 모은 재산이 사회를 위하여 제대로 쓰이는 모습이 보기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외제니는 선행의 행렬을 이끌고 천국을 향해 걷고 있다. 그녀의 영혼이 지닌 위대함은 교육의 부족과 유년 시절의 관습을 하찮은 것으로 만든다. 바로 이것이 세상의 한가운데에 살면서 속세에 속하지 않는 여인, 훌륭한 아내이지 어머니였으나 남편도, 아이도, 가족도 없는 한 여인의 이야기다.(174쪽)”라는 발자크의 마무리에서 독자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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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안화수 - 미녀를 탐한 남자들의 종말
천졘화.리스야 지음, 심규호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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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의 삶에 대한 책은 언제 읽어도 재미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여인은 남녀 모두 선망의 대상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만큼 복잡다단한 삶을 사는 경우가 많아서 일까요? 특히 중국은 넓은 땅에 다양한 종족이 살아왔고 역사 또한 장대하기 때문에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할 이야기들이 전해내려 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중국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미인들의 굴곡진 삶을 정리한 <홍안화수>를 읽었습니다. 문학자 천졘화박사와 철학자 리스야박사가 같이 쓴 이 책은 중국 역사를 뒤흔들었던 천하의 절세미인 15명의 삶을 재조명하고 있습니다.

 

먼저 책의 제목 홍안화수(紅顔禍水)의 의미를 살펴보면, ‘홍안(紅顔)’이란 뛰어난 미모를 지닌 여인을 말하고, ‘화수(禍水)’는 한나라 사람 영현이 쓴 <조비연외전>에 나오는 말로 남자를 미혹시켜 일을 그르치게 하는 여인이란 뜻이라고 합니다. 즉 홍안화수는‘경성경국(傾城傾國)’이란 말처럼 한 성을 기울게 하고, 한 나라에 재앙을 가져다줄 만큼의 미모를 지닌 여인을 뜻하는 말이라고 하니 어느 정도였는지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15명의 미인들 가운데 중국의 4대 미인으로 알고 있는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 가운데 왕소군이 빠진 것에 대하여 따로 설명하고 있지 않아 의외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저자들은 15명의 미녀가 악녀가 될 수밖에 없었던 억울한 사연을 유형별로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는 남자의 소유물이 되어 이 남자와 저 남자에게 옮겨 다녔던 녹주, 식규, 하희, 그리고 앵앵, 두 번째는 역사적·사회적 배경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악녀로 몰렸던 문강, 조비연과 조합덕, 장여화, 이부인, 세번째는 독자의 음란한 상상력을 자극하고자 사실을 왜곡한 문학작품의 여주인공 말희, 달기, 그리고 포사, 네 번째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움직일 수 없었던 양귀비와 진원원, 마지막으로 나라와 남자를 위해 자신을 바쳤지만 영웅이 되지 못한 서시와 초선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재앙의 씨앗이 된 아름다운 여인’이라는 제목과는 다소 의미가 다른 ‘미녀를 탐한 남자들의 종말’이라는 부제가 의미하는 것처럼 이 여인들에게 책임이 있는가를 묻고, 오히려 이들의 억울한 입장을 대변하는 논리를 설파하고 있는 점이라고 하겠습니다. 특히 역사적으로 다양한 해석이 있는 사연들의 경우에는 관련 자료들을 풍부하게 인용하여 독자들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이 여인들이 역사적으로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었던 가장 큰 이유로는 한 나라가 망하는 시점에 등장한다는 점하고, 이 여인들과 인연을 맺은 남자들이 대개는 그 나라의 마지막 군주인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이 등장한 나라에서는 앞선 나라가 망할 수밖에 없었던 충분한 이유를 만들어 백성들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 즉 승자의 기록을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저자들은 “동일한 문자로 같은 상황을 한 사람이 묘사했는데 이에 대한 해석의 차이가 크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224쪽)”라는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대 정사의 기록에 누락된 부분이 많이 때문이다.”라고 답을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한문은 떼어쓰기를 하지 않기 때문에 같은 문장에서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즉 같은 문장을 두고서도 상이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한 문학작품의 예에서도 보더라도 시대적 배경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하고 있는 것처럼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는 사연들이 다양하게 전해질 수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점에 대하여 저자들 역시 “이상에서 살펴본 대로 역사라고 해서 무조건 정확한 것은 결코 아니다. 사가들은 역사를 편찬하면서 모종의 필요나 또는 누군가의 견해로 인해 동일한 인물이나 동일한 형태에 대해서도 각기 다른 평가나 판단을 할 수도 있다.(203쪽)”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한 가지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제나라 희공(僖公)의 차녀 문강(文姜)의 중혼을 다루면서 “제나라는 중혼(重婚)의 습속이 여전히 남아 있었으며, 혈연간에 혼인을 올리는 내혼(內婚)도 잔존하고 있었다(156쪽).”고 하면서, 제나라의 일부 지역이 동이(東夷)의 땅으로 주 문화의 세례를 받지 못한 까닭 때문이라고 오해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중국의 역사에 등장하는 미인들의 기구한 삶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하고 있는 만큼 흥미로우면서도 읽는 재미가 곁들인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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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지 않는 의사, 믿지 않는 환자
제롬 그루프먼 & 패멀라 하츠밴드 지음, 박상곤 옮김 / 현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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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의사와 병원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파헤치는 책들이 서점의 건강서적 코너에 넘쳐나고 있습니다. 의학을 전공하지 않은 분이 관심분야에서 자신이 느끼는 문제점을 의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는 주장을 담는 책도 있고, 의학을 전공하신 분이 자신이 개발한 치료법을 부각시키기 위하여 지금까지 해온 치료법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새로운 치료법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책도 있습니다. 후자의 경우는 자신 치료법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만, 관련 분야의 의학전문가들의 비판적 검토를 거치지 않은 주장을 일반에게 홍보하는 것이라면 역시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현대의학은 신뢰할 수 없다는 불신이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주장에 부합되는 자료를 중점적으로 인용하면서도, 반대의 견해를 주장하는 자료는 아예 인용조차 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겠습니다만, 특히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은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같은 자료를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나온 견해들이 각자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추가적인 연구를 이끌어내면서 학문적 발전을 이루어온 것입니다. 의학자들은 대립되고 있는 주장을 검토할 때 관련 논문들을 두루 섭렵하여 나름대로의 결론을 얻어 환자치료에 적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당연히 연구를 주도하는 분들의 역량에 따라서 결론의 무게가 달라질 수밖에 없는데, 다른 연구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주장은 정설이 될 수 없고 결국 기억에서 사라지는 운명을 맞게 됩니다. 하지만 일단 발표된 논문은 기록으로 남아 있기 마련입니다. 의학의 기본을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않은 분들이 관심 분야만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과정에서 폐기된 자료를 구별하지 못하고 나름대로의 주장을 세웠다고 믿고, 이를 일반인들에게 정보로 제공하겠다고 나서는 경우 아주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듯 의료불신을 파는 건강서적들이 범람하게 된 배경에는 신문과 방송과 같은 언론매체는 물론 인터넷공간을 통하여 관련 정보가 넘치면서 건강에 관심을 두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이들이 더 많은 건강관련 정보를 챙기는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는 현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생겨난 현재의 의료환경과 정보수준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의료 환경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에도 정작 의료인들은 변하지 않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과거 의사의 주도로 이루어지던 질병치료가 의학의 발전으로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것과 함께,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자신의 질병과 관련된 의학정보로 무장한 환자들이 치료과정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치료방법의 선택에 참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의료진은 환자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들어야 하고, 환자는 의료진을 신뢰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의료인들은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환자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방법을 배우고, 환자들은 어떤 절차를 밟아 치료가 이루어지는지 이해하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듣지 않는 의사 믿지 않는 환자>는 바로 그런 내용을 담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은 하버드 의과대학의 베스 이스라엘 디커너스 의료원에서 진료하고 있는 제롬 그루프먼교수와 패멀라 하츠밴드 교수가 같이 썼습니다. 혈액종양내과를 전공하는 제롬 그루프먼교수는 이미 <희망의 힘; http://blog.joins.com/yang412/4861986>과 <닥터스 씽킹; http://blog.joins.com/yang412/8719292>을 통하여 암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로서 환자에게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가 하는 문제라거나, 환자와 의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하여 왔습니다.

 

“많은 과학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직면한 불편한 진실은, 많은 치료약이 여전히 회색 지대 안에 있어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명백한 답이 없다는 것이다. 한 가지 치료에도 여러 가지 다른 접근방식이 있으며 치료법마다 위험성과 효과도 다르다. 아마도 개인에게 가장 잘 맞는 최선의 치료는 간단하거나 분명하지 않을 것이다(16쪽). (중략) 우리는 환자의 마음 안팎으로 강하게 영향을 끼쳐 생각을 좌우하고 판단을 왜곡함에도 종종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요인을 분석했다. 그리고 그런 요인들을 들추어냄으로써 더 확실한 신념으로 의료결정을 통제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렇게 하면 여러분은 주변의 모든 상반된 치료 관련 충고를 뚫고서, 자신만의 분명한 길을 내어 스스로 이해할 만한 근거를 통해 자기에게 잘 맞는 치료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18~19쪽)” 서론에서 이렇게 요약하듯 저자들은 이 책에서 현대의학의 한계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보다 나은 치료결과를 얻기 위하여 어떤 과정을 밟아나가야 하는지, 또 치료 대상인 환자가 치료과정을 어떻게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자신들이 진료한 환자 사례를 들어 다양한 경우를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전하려는 메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건강을 지키기 위하여 될수록 많은 치료를 받으려고 했던 미셸 버드처럼 과학기술을 전적으로 믿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수전 파월처럼 의료현장에서 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치료약제가 가지고 있는 위험성을 경계하면서 치료를 꺼리고 의심하기도 합니다. 이렇듯 다양한 사례들을 경험하면서 저자들은 “의사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환자 스스로 어떤 치료가 자신에게 적절하고 또 어떤 치료가 자신의 가치관과 목적에 맞는지를 깨닫도록 돕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의사로서 자신의 건강에 대한 개인적인 가치관을 환자에게 강요하지 않기로 다짐했다.(63쪽)”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 합니다.

 

갑상선기능항진증을 앓고 있는 헬스 트레이너 패트릭 밥티스트의 사례, 젊어서 자가면역질환인 루프스를 앓았던 리사 노턴이 족부관절염을 앓게 되었을 때의 치료선택 사례, 전립선암으로 진단받은 시카고 벤처기업 투자자 맷 콜린의 사례 등을 통하여 환자가 최선의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과정을 추적하여 독자에게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와 같은 절차를 이렇게 요약하였습니다. “가장 최고의 치료 선택 과정은 의사와 환자가 ‘함께 선택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다. 치료법 각각의 위험과 효과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치료에 대한 환자의 생각과 경향을 존중하면, 의사와 환자가 함께 가장 적절한 치료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선호도를 이해하는 의사와 치료 선택을 같이 한다는 것은 선택의 부담을 덜고 그 결과를 후회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뜻이다.(107쪽)” 이 메시지는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적절한 것이라 하겠습니다.

 

올 초에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BRCA(Breast Cancer의 약자)]를 외할머니와 어머니를 통하여 물려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미국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아직 암이 발병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고 이어서 난소절제술을 받을 예정이라고 밝혀 커다란 파장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그와 같은 시술을 받은 여성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예방적 유방절제술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저자들이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줄리 브로디는 유방암을 진단받았고 결국 BRCA양성으로 판정되었는데, 처음에는 안젤리나 졸리와 같은 적극적인 예방적 시술을 거부하였지만, 결국은 유방절제술과 난소절제술을 받기에 이르게 됩니다. 물론 줄리의 판단에 따라서 이루어진 것입니다. 저자들은 제프리 보트킨의 연구를 인용하여 BRCA양성 유방암으로 진단받은 여성의 3퍼센트만이 돌연변이 보유자라는 사실을 확인한 1년 이내에 예방적 유방절제술을 받고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걸리지도 않고 걸리지 않을 수도 있는 병을 막으려고 양쪽 유방과 양쪽 난소를 절제하는 극단적인 선택은 극도의 결정갈등과 손실회피를 보여준다. 그 상실감은 너무나 커서 말로 형용할 수조차 없다. (중략) 유방과 난소를 다 잃는다는 것은 여성이 자존감에 크나큰 상처가 된다.(162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혈족이 유방암으로 사망하는 등의 이벤트를 겪은 여성은 앞서 예를 든 극단적인 시술을 선택하게 되는데, “다음은 내 차례가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는 세라 로즌의 절박한 이유를 읽게 되면 그들의 선택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환자들이 의사를 선택할 때 일반적으로 친구와 친척들의 조언에 의존하거나 의료인의 조언에 따르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드물게는 인터넷, 잡지 또는 기타 매체의 정보에 의존하게 되는데, 이런 정보는 주관적 정보와 정량적 정보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주관적 정보는 특정 의사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한 환자의 개인적 진술과 증언이 포함됩니다. 정량적 정보는 보험사, 정부기관, 영리단체 혹은 비영리단체가 제공하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진료의 질’에 대한 계량적 보고자료를 바탕으로 의사를 선택하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고 있습니다. 사실 주관적인 느낌은 상대적 비교가 어렵기 때문에 계량이 가능하여 상대적 비교가 가능하고 진료의 질을 비교할 수 있는 평가항목을 발굴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중요하다고 해서 다 측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측정할 수 있다고 해서 다 중요한 것도 아니다”라고 한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는 등 평가결과를 정보원으로 사용하는데 있어 제약이 심하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평가의 객관성이라든가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사실 미국이나 유럽에 있는 의료선진국의 경우 오래 전부터 의료의 질을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하여 안정적으로 운용해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질평가방식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도 10년이 넘어 이제는 정착단계를 넘어 다양한 분야의 의료서비스의 질을 평가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주도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요양급여적정성평가에 대하여 극히 일부에서는 부정적 견해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말기 환자에서의 죽음에 대한 인식에 관해서도 다루고 있습니다. 담관암으로 치료를 받던 메리 퀸은 평소 극단적인 조치를 원치 않고 존엄하게 죽기를 희망하였는데, 막상 죽음에 임박해서는 끝까지 암과 싸우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변화를 보입니다. 그런가 하면 유방암으로 투병하던 루스 애들러는 평소에 죽음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를 세부적인 사항까지 꼼꼼하게 준비하고 따랐다고 합니다. 흔히 생의 마지막 순간에 이르게 되었을 때 환자의 의견을 존중하게 되었다고 믿고 있습니다만, 저자들은 “의사와 가족은 대부분 상태가 위독한 환자에게 죽음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들은 흔히 환자와 상의하지 않고 치료를 지속하거나 중단하는 결정을 한다(190쪽)”고 적고 있습니다. 사실 사전의료지시서(living will)에는 환자 자신이 원하는 치료에 대한 선호사항을 명시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병에 직면했을 때 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는 내용을 밝히고 있지만, 막상 그와 같은 상황을 맞게 되는 경우에는 환자, 가족, 의사 간에 심각하고 소모적이며 때로는 감정적으로 격앙된 논쟁을 벌이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생명현상은 역동적인 것입니다. 따라서 생명을 다루는 의학이라는 학문은 문제마다 하나의 정답을 도출할 수 있는 수학이나 물리학과는 달리 다양한 접근방식이 있고, 그 접근방식을 선택하는 과정에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 혹은 환자가 나름대로의 선호방식이 있을 수 있으며, 치료에 대한 환자의 반응 역시 개인의 특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즉 여러 개의 답이 나올 수 있는 불확실한 과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양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하여 의료진과 환자, 가족들 사이에 충분한 의사소통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들은 그동안의 연구를 통하여 환자들이 치료에 관한 의사결정을 할 때 의료진이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도출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즉 의사결정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환자에게 알려주고 개념을 이해하도록 하는 작업을 먼저 수행하여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의사결정의 방향을 찾는 것은 역동적 과정으로, 자신의 성향과 사고방식, 원하는 자율성의 수준, 노출된 영향은 시간이 지나면서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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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귀양다리 이야기
장공남 지음 / 이담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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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전에 제주시에 있는 병원에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자주 가는 것은 아니지만 제주에 갈 때마다 특별한 느낌이 드는 것은 저의 뿌리가 제주에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침에 김포를 떠나서 일을 보고 저녁에 다시 돌아오는 일정이기 때문에 제주를 돌아볼 여유가 없어서인지 조금은 아쉽다는 생각이 남는 출장입니다. 근자에 제주에 다녀온 탓인지 장공남의 <제주도 귀양다리 이야기>가 특별하게 읽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비행기를 타면 서울에서 출발해도 불과 1시간도 걸리지 않아 제주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만, 그 옛날에는 제주도가 최악의 유배지였다고 합니다. 한양에서 제주로 떠나는 배가 닿는 곳까지 간 다음에 배를 타고 거친 바다를 뚫고 제주로 향했으니 날씨라도 궂으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유배길이었을 것입니다.

 

제주도에서는 지금으로부터 4,300년 양(梁), 고(高), 부(夫) 세 성을 가진 분들이 전 삼성혈에서 태어나서 수렵생활을 하다가 벽랑국(碧浪國)에서 우마와 오곡의 종자를 가지고 온 삼 공주를 맞으면서 탐라국으로 발전했다고 전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유지되어 오던 왕국은 백제, 신라, 고려에 차례로 복속하다가 15세기 초반에 조선에 병합되었다고 합니다.

 

조선조 500년 동안 광해군을 비롯하여 모두 260여명이 제주에 유배되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유배가 끝나 한양으로 돌아가기도 하였고, 유배지에서 죽음을 맞기도 하였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유배인을 따라 온 가족들이나 유배인들이 제주여인과 인연을 맺어 남긴 혈육이 제주에 남기도 하여 제주 입도주가 되기도 하였다는 것입니다. 제주 양씨가 모두 양을나 시조님의 후손으로 알고 있었습니다만, 저자는 명나라에 의하여 토벌된 운남의 원나라 양왕의 후손들이 제주에 유배되어 양(梁), 안(安), 강(姜), 대(對) 씨 성을 남겼다(13쪽)는 기록을 보면서 의아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원나라에서 온 양씨는 어떤 본관을 쓰는지 분명하게 적고 있지 않아서입니다.

 

양, 고, 부 세 성씨가 주로 많았을 제주에 다양한 성씨를 가진 사람들이 살게 된 배경에는 귀양다리의 역할이 있다고 합니다. 제주가 워낙 먼 곳이라서 유배지까지 가족들이 따라 오는 경우가 드물었던 탓에 당대의 지식인인 유배인 가운데 일부는 제주의 현지 여인과 새로운 인연을 맺고 후손을 남겼는데, 이 후손들은 유배가 풀려 한양으로 돌아가는 선조를 따라가지 않고 제주에 남아 새로운 성씨 집단으로 커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제주도 귀양다리 이야기>는 제주 유배문화를 관광자원화하기 위한 스토리텔링 콘텐츠 개발의 일환으로 정리된 내용이라고 합니다. 처음 듣는 ‘귀양다리’가 무엇 뜻인지 궁금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귀양다리’는 ‘귀양살이 하는 사람을 업신여겨 이르는 말’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임금의 뜻을 거스른 대역죄를 짓고 제주로 추방된 대부분의 유배인들은 죄인이기에 앞서 당시 정치무대의 중앙이라 할 한양에서 온 당대의 학자, 정치인인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이들은 당시 제주의 유생들에게는 일종의 문화의 전달자였던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귀양다리’라 불러 경계하였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많은 귀양다리들 가운데 제주에 문화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친 인물들을 중심으로 그들의 행적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당시로서는 거물이라 할 광해군을 비롯하여 소현세자의 세 아들을 포함한 왕족들도 있었고, 송시열, 정온과 같이 당대의 거물 학자나 정치인들은 제주 유생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데, 특히 대역죄를 저지르고 유배 온 사람들이 중앙정치에 대한 반발심을 제주에 심는 것을 경계하였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후손들을 중심으로 이어지는 중앙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은 은연중에 제주도민의 의식에 심어지게 되었던 것으로, 실제로 수차례에 걸친 내란으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합니다. 사실 멀리 떨어진 제주에서 내란을 일으켜 중앙정치를 전복하겠다는 뜻을 세웠다고 해도 주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이제 제주는 오랫동안 중앙의 관심으로부터 소외되어온 지역이 아니라 특별자치도로 국내외의 주목을 받게 되었다는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문화사회적 인식을 제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주 유배인의 기록을 뒤쫓아 그들의 삶을 복원하는 작업은 꾸준하게 이어져왔는데, 그 대표적인 사례는 김윤식이 제주 유배기간 동안 남긴 일기 <속음청사>를 바탕으로 1900년대 일어났던 이재수의 난을 소설로 꾸민 현기영 작가의 <변방에 우짖는 새>가 나오고 박광수 감독이 영화로 옮긴 <이재수의 난> 등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개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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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너의 마지막 강의
B. F. 스키너 & 마거릿 E. 본 지음, 이시형 옮김 / 더퀘스트 / 2013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우선 20년 가까운 옛날 첫 번째 꼭지의 글만 시작해두고서는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는 나이든 분들을 위한 글모음을 다시 꺼내 읽어보았습니다. 너무 젊은 나이에 노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그런 글을 쓰는 것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스키너의 마지막 강의>는 꼭 맞춤한 저자가 살아온 날들을 되짚어 정리하고 있다는 점과, 이제는 저도 저자의 말씀에 공감이 가는 나이가 되었다는 점에서 쉽게 이해되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이런 글에 관심을 가져온 탓인지 새삼스러운 내용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어쩌면 제가 쓰고 싶었던 글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시기와 부러움이 겹친 묘한 느낌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목도 그렇습니다. 저의 관심영역이 그리 넓지 않은 탓에 저자의 업적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분의 마지막 강의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제목만으로는 알 수 없다는 느낌입니다. 이 책을 옮긴 이시형교수님께서 원제목 <Enjoy Old Age : A Practical Guide>을 ‘노년을 즐겨라’로 옮긴 것을 살려렸더라면 쉽게 책의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책을 옮기신 이시형교수님도 제가 보기에는 저자와 비교할 만큼 중량감이 있는 만큼 저자의 의도를 제대로 살린 번역이 되어 독자들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겠습니다. 한 가지 더 꼬집는다면 각장의 끝에 더한 옮긴이의 생각이 오히려 책읽기의 흐름을 끊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사실 이 책은 이미 나이가 들어서 은퇴를 앞두고 있거나 이미 은퇴하신 분들을 위한 책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저도 그렇습니다만, 은퇴시기를 예측하고 있었더라도 은퇴 이후의 삶을 미리 준비하는 철저한 삶을 사시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막상 은퇴의 시점에 이르면 당장 내일 무슨 일을 해야 할지 난감한 느낌이 들면서 일단 쉬면서 생각해보자는 입장을 취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년이 되면 은퇴 이후의 삶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입니다. 여전히 암중모색이지만 말입니다. 오래 전에 지방도시에 있는 병원에서 근무할 적에 나이드신 분들을 진료한 적이 있습니다. 치매를 진단하고 예방과 치료를 안내하는 일을 맡았는데, 저를 찾아오시는 어르신들은 대부분 특별난 일상이 없이 그저 하루하루를 지나고 계시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이 저에게 자극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스키너 교수님은 먼저 노년의 특징을 간략하게 살펴본 다음에 노년을 어떻게 즐길 것인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요약해보면, 우선 노년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노년의 삶을 풍성하게 하려면 끊임없이 세상과 접촉하고, 자신의 지난날과도 교류를 해야 할 것이라고 합니다. 명확하게 생각하고, 바쁘게 지내고, 하루하루를 즐겁게 보내고 사람들과 잘 어울릴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권고에 그치는 것만 아니라 기분 좋게 지내는 법도 알려줍니다. 나이가 들어가다 보면 어느 날 찾아올 것이 분명한 죽음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 하는 문제도 빠트리지 않았습니다.

 

은퇴할 시점이 그리 멀지 않은 제 입장에서는 미국에서 공부할 적에 경험한 방식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감당할 수 있는 만큼 일하는 시간을 줄여나가는 것입니다. 제가 공부한 분야는 국내 여건에서 제대로 펼쳐볼 수 있는 상황이 되지 않았습니다만, 요즈음 조금씩 분위기가 마련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제라도 공부한 내용을 제대로 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일할 수 있을 때까지 기반을 조성하여 일을 맡을 수 있는 후배에게 전해주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서는 조금씩 일을 도와줄 수 있으면 금상첨화가 되겠지요. 스키너교수님이 말미에 따로 정리하고 있는, 나이든 독자들이 기억해야 할 점 가운데 다음 구절이 제 눈길을 붙들었습니다. “젊어 보이는 것은 적어도 위험하지는 않지만, 젊게 행동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237쪽)” 그 이유를 한 번 생각해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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