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곡 - 지옥편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0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옮김,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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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5년 미국의 보스턴을 무대로 하여 일어난 연쇄 살인사건을 뒤쫓는 스토리를 다룬 매튜 펄의 <단테 클럽; http://blog.joins.com/yang412/12943712, http://blog.joins.com/yang412/12944602>을 읽으면서 단테의 <신곡>을 먼저 읽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단테가 <신곡, 지옥편>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자신의 죄목에 따른 콘트라파소(contrapasso), 즉 영원한 형벌을 받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 <단테클럽>에 등장하는 희생자들 역시 롱펠로우의 번역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저지른 잘못에 따라 지옥편에서 보여준 방식으로 살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1265년 피렌체에서 태어난 단테 알리기에리는 인문주의 학문을 익혀 문학가의 꿈을 키웠다고 합니다. 그런데 피렌체의 정의와 번영을 위해 목소리를 내다가 추방을 당한 그는 평생 명예롭게 귀향을 요청받지를 못했다고 합니다. <신곡>은 피렌체에서 쫓겨나 유랑을 하면서 구상되고 쓰인 책입니다. 단테가 신곡을 쓰게 된 배경은 서곡이라 할 수 있는 지옥편 1곡의 서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우리 인생길 반 고비에 올바른 길을 잃고서 난 어두운 숲에 처했었네 (…) 그러나 내 마음을 무서움으로 적셨던 골짜기기 끝나는 어느 언덕 기슭에 이르렀을 때, 나는 위를 바라보았고, 벌써 별의 빛줄기에 휘감긴 산꼭대기를 보았다. 사람들이 자기 길을 올바로 걷도록 이끄는 별이었다.(7~8쪽)” 그런데 가파른 길이 막 시작되는 곳에서 사납게 생긴 표범과 사자와 암늑대가 한 마리씩 나타나는 바람에 낙망하고 만 그 앞에 길잡이가 나타납니다. 여기 등장하는 표범, 사자 그리고 암늑대는 음란, 오만, 탐욕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어도 외롭기만 한 것은 아닌 것입니다. 그 길잡이는 단테가 경외해오던 베르길리우스입니다. 그는 “네가 날 따르는 것이 너의 최선이라고 생각되어 판단하노니, 내 너의 길잡이 노릇을 하여 여기서부터 영원한 곳으로 너를 이끌 것이다. 그러는 동안 너는 좌절의 울부짖음을 들을 것이고, 두 번째 죽음을 부르짖는 고통 받는 옛 영혼들을 볼 것이다. 언젠가는 축복받은 사람들과 함께하리라는 희망을 안고 불 고문을 참고 견디는 영혼들 또한 보게 될 것이다. 네가 그 축복받은 영혼들에게 오르고 싶다면, 나는 나보다 더 가치 있는 영혼에게 널 맡기고 떠날 것이다.(14쪽)”라고 예언하면서 같이 여행할 것을 권하여, 지옥과 연옥 그리고 천국을 돌아보는 여행을 떠나게 되는 것입니다. 단테는 그 여행을 1300년 3월 25일 성금요일에 시작하여 지옥을 3일, 연옥을 3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천당을 하루해서 4월 1일에 여행을 마치는 것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옮긴이의 설명에 따르면 지옥은 형벌의 영원성을 상징하듯 깔때기 모양으로 땅속에 내리꽂힌 모양이고, 연옥은 바다 위로 솟아오른 하나의 산의 형태로 되어 있다고 합니다.

 

지옥은 모두 아홉 개의 고리로 이루어져있어 죄가 무거울수록 더 깊은 고리에 내쳐지고 무거운 형벌을 받고 있습니다. 첫 번째 고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그리스도 이전에 살면서 하느님을 올바로 대하지 않은 사람들이 거처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두 사람은 시인들의 왕 호메로스를 선두로 호라티우스, 오비디우스 그리고 루카누스를 만나게 되고 그들은 베르길리우스에 이어 단테를 초청하여 여섯 번째가 되도록 했다는 것입니다. 단테는 그리스-로마의 신화에 등장하는 인물들로 부터 그가 살던 시절에 죽은 사람에 이르기까지 그 죄의 경중에 따라서 지옥의 아홉 개의 고리를 여행하면서 만나 그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합니다. “「창세기」를 처음부터 잘 되새겨 보면 인간은 자연과 기술로 삶을 영위하고 번영시키여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거다.(114쪽)”라듣가 “하느님의 의지와 섭리없이 내가 여기에 올 수 있었으리라 생각하느냐?(209쪽)” 등등 곳곳에서 하느님의 섭리를 인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신곡>은 신학적으로 접근해야 이해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만, 옮긴이는 신학보다는 아무래도 인간학으로 보아야 하지 않겠냐고 합니다. 32곡에서는 다음과 같은 형벌을 받는 사람들을 만납니다. “꿈속에서 개구리가 물 위로 코만 내밀고 개굴거리는 것처럼, 호수의 얼음 속에 갇힌 영혼들이 부끄러움이 먼저 드러나는 얼굴까지 추위로 납빛이 되어 황새의 입놀림처럼 이를 부득부득 갈고 있었다.(327쪽)” <단테클럽>의 크라이막스에서 보는 범행현장의 모습이 바로 이렇습니다.

 

지옥편에서 새긴 대목입니다. “잘 듣는 사람이 마음에 새기는 법이다.(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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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디자인 북 - 잘나가는 인생 : 남부럽지 않은 인생 : 개념 있는 인생
박정효 지음 / 알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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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출범한 새 정부는 “공공정보의 적극적인 개방과 공유, 소통과 협력을 통해 투명하고 효율적인 정부를 구현하여 국민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로운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국민행복과 창조경제를 뒷받침 하는 새로운 정부운영 패러다임”으로 정부 3.0을 제시하였습니다. 정부 3.0에서 내걸고 있는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이라는 비전에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그동안 무슨 뜻인지도 분명하지 않는 채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던 ‘힐링’이라는 말보다 ‘행복’이라는 쉽게 와닿는 말을 선택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면 사람들의 관심이 힐링에서 행복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라는 느낌이 드는 것 같습니다.

 

<파랑새를 찾아서>라는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던 적이 있습니다. 1908년 9월 30일 콘스탄틴 스타니슬랍스키가 모스크바 예술극장에서 초연한 이래 수많은 영화와 소설로 제작되어 온 모리스 마테를링크가 쓴 6막 10장의 희곡 <파랑새; L'Oiseau bleu>의 요점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입니다. 원작 파랑새의 줄거리는 틸틸(Tyltyl)과 미틸(Mytyl) 남매가 꿈속에서 요정과 함께 파랑새를 찾으러 추억의 나라와 미래의 나라 등으로 여행을 하지만 파랑새를 찾지 못했는데, 정작 파랑새는 자신들의 새장 안에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즉 행복은 손이 미치지 않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 가까이에 있다고 설득한 상징적인 몽상극(夢想劇)입니다. 그렇습니다.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바로 그 행복을 만들어가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책이 있습니다. 긍정심리학을 기반으로 행복활동을 연구하는 헤고스랩에서 인큐베이팅한 행복 교육 컨설팅회사, 블룸컴퍼니의 박정효대표님이 쓴 <인생 디자인 북>입니다.

 

‘행복은 선택이다’라는 제목의 프롤로그에서 읽은 다음 구절은 아주 공감되는 구석이 있습니다. “(행복이라는) 이 단어는 거리의 간판부터 시작해 수많은 광고에까지 너무 흔히 사용되다 보니 사람들이 쉽게 지나치게 되고 때로는 진부한 느끼는 것 같다. 무엇보다 먼 미래의 화려한 행복을 꿈꾸며 사는 사람들에게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위한 의지와 작은 노력은 하찮게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6쪽)” 이에 저자는 긍정심리학을 바탕으로 하여 사람들의 행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개발해왔고, 그 내용을 이 책에 담았다고 했습니다. 따라서 이 책은 이론보다는 실용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데, 읽어가다 보면 문제가 나오고 그에 답을 하도록 유도하기도 합니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1장에서는 행복을 디자인하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행복의 밑그림을 그리고, 행복한 인생을 사용하는 방법, 그리고 행복도 과학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2장 ‘행복나무 프로젝트’에서는 내 마음에 행복나무를 심는 방법를 다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첫단계, 토양다지기, 두 번째 단계는 씨앗 나누기, 세 번째 단계는 씨앗 모으기, 네 번째 단계는 나무 세우기, 그리고 다섯 번째 단계는 나무 키우기입니다. 그리고 다음 순서로는 개인 수준에서의 행복나무 심기를 주변으로 확산시켜나가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3장 ‘하하 프로젝트’에서는 행복나무를 키우고 열매를 맺어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행복나무를 키우는 블룸코드는 긍정, 건강, 유대 그리고 영성입니다. 그리고 행복나무 열매 맺기의 코드는 강점, 가치, 음미, 몰입, 대처, 감사, 친절 그리고 용서 등으로 구성되는데, 이들 코드에 대하여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 4장은 행복 꽃 피우기입니다. 행복나무를 심어서 열매를 맺기까지 가꾸어나가다 보면 행복이 절로 넘쳐나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최근에 기획하고 있는 작업에서 활용할 수 있는 귀중한 팁을 이 책에서 발견했습니다. 바로 ‘행복한 조직’ 만들기입니다. 행복한 조직이란 ‘조직 구성원들이 긍정적인 정서를 자주 경험할 수 있는 조직’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조직원들이 긍정적인 경험을 자주 하게 되면 개인의 행복감이 커지고, 자연스럽게 조직원들 사이에 소통과 협력이 촉진된다고 합니다. 또한 행복한 직원들은 조직 만족도가 커지므로, 더 좋은 성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예전에 부서장으로 일할 때 부서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 적이 있습니다. 늘 활기에 찬 부서를 만들어, 아침에 눈을 뜨면 어서 출근하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보려 노력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옛날의 기억과 함께 활용하면 좋은 조직관리 노하우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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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작가들의 유유자적 여행기 박람강기 프로젝트 1
찰스 디킨스.윌리엄 윌키 콜린스 지음, 김보은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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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을 떠나 다른 지방을 여행하는 것은 통상이나 외교, 혹은 전쟁에 참가하기 위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하는데, 순수하게 유람을 목적으로 한 여행은 18세기 무렵에서야 시작되었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볼프 슈나이더는 <인간이력서; http://blog.joins.com/yang412/13296412>에서 “관광산업의 시작은 여행을 즐기는 영국인들의 습성과 영국적 ‘스포츠’ 정신의 산물이었다. 영국의 출판업자 존 머리는 1836년 <여행자를 위한 핸드북>을 펴냈다.(246쪽)”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면 유럽에서 세상구경하는 일은 영국사람이 시작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여행을 하면서 보고 들은 것을 잘 정리할 수 있는 사람은 역시 작가일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게으른 작가들의 유유자적 여행기>야말로 영국의 유명한 작가 두 사람이 여행하면서 보고 들은 것들을 정리한 것인데, 이 작품을 소설이라고 해야 하나, 에세이라고 해야 하나 헷갈립니다.

 

영문학사에 위대한 족적을 남긴 찰스 디킨스와 미스터리 소설의 초창기에 지대한 공헌을 한 윌키 콜린스 두 작가는 게으름계의 독보적인 존재였던 모양으로, 완벽히 유유자적한 도보여행을 계획하게 됩니다. 1857년 가을, 번잡한 도시와 자신들의 주인인 문학이라는 부인으로부터 도망쳐 북잉글랜드를 향해 떠나지만, 이내 도보여행의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기차역으로 향하고 맙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두 주인공 프랜시스 굿차일드와 토머스 아이들은 각각 찰스 디킨스와 윌키 콜린스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그렇게 여행을 떠난 두 사람은 제일 먼저 칼라일에 도착해서 잡은 여관에서 빈둥거리다 컴벌랜드의 케록산에 대한 글을 읽고 정상에 오르기로 결정하지만, 쏟아지는 비와 안개를 뚫고 올라갔다가 길을 잃고 헤매고, 설상가상 토머스가 발목을 접지르는 부상을 당하게 됩니다. 그때부터 프랜시스는 보고들은 광경을 토머스에게 설명하는 역할을 하고, 토머스는 그야말로 늘어져서 설명을 듣는 입장을 고수하게 됩니다.

 

부상을 치료하기 위하여 부른 의사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야기의 주인공 아서 홀리데이는 경마를 구경하기 위하여 돈캐스터에 간 적이 있는데, 돈 케스터의 경마는 아주 유명해서 경마가 열리는 기간 동안에는 미리 숙소를 예약하지 않으면 길거리 잠을 자야 한다는 것입니다. 숙소를 찾아 헤매던 홀리데이씨는 우연찮게 얻은 여관방에서 방금 사망한 젊은이와 밤을 지내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는데 공포와 싸우던 가운데 죽었다던 젊은이가 소생하는 기미를 발견하고 의사를 부르게 됩니다. 그렇게 소생한 젊은이는 아서의 배다른 형제로 아서가 좋아하는 여성과 이미 약혼한 사이라는 비극적 상황으로 엮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죽음에서 살아온 젊은이가 바로 그 여성의 약혼자 였고 두 사람의 사랑을 위하여 파혼하게 되지만, 그 여성은 삼년 후에 병으로 죽게 된다는 슬픈이야기입니다.

 

의사가 전하는 슬픈 사랑의 이야기는 두 사람의 발길을 돈캐스터 경마로 이끌어가게 됩니다. 중간에 멈춘 해변도시 엔론비에서 두 사람이 하루를 보내는 모습은 이렇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프랜시스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사람과 사물을 끊임없이 관찰한 내용들을 머릿속에 집어넣으며 줄곧 자신이 현존하는 생명체 중 가장 빈둥거리고 있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는 동안, 부상당한 토머스가 집 안에 갇혀서 하루 종일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독자들이 궁금해 할만하다.(107쪽)” 정답은 “토머스는 시간을 보내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소파에 엎드린 채 가만히 시간이 흘러가도록 두었다.” 정말 초절정의 빈둥거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토머스의 이런 삶의 태도는 유년기에 잠시 근면에 눈을 떴다가 동무들로부터 내침을 당한 쓰라린 추억에 기인하는 것임이 여기에서 밝혀집니다.

 

엔론비를 떠난 두 사람은 고택을 조한 랭카스터 여관에서 여섯 노인을 만나게 되고, 그들이 유령이라는 사실을 뒤늦게야 알게 되고, 그(들)로부터 사연을 듣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두 사람이 북잉글랜드를 느긋하게 여행하면서 보고 들은 것을 적은 여행기이면서도 아마도 작가적 상상으로 빚어낸 두 편의 유령이야기를 잘 배합한 새로운 형식의 소설이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두 사람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예약없이 관광지를 찾았다가 숙소를 구하지 못해 다시 돌아 나오던 추억도 떠오르고, 안개를 헤치고 차를 몰던 여행길도 다시 생각납니다. 역시 뛰어난 작가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여행기는 읽는 매력을 더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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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하기 - 빙하기 6000만 년의 비밀을 파헤친 과학자들의 열정
존 그리빈.메리 그리빈 지음, 김웅서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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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어가는 가운데 13년 여름에 촬영된 위성사진에 의하면 북극을 덮고 있는 해빙의 면적이 최저를 기록했던 12년 여름에 비하면 눈에 띌 정도로 늘었다고 해서 혼란을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13230085). 이 결과를 두고 고(古)기후학자들은 미니빙하기의 도래를 나타내는 표시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던 모양입니다. 최근 들어 기후변화가 심해지고 있는 탓도 있어서 빙하기연구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빙하기>의 저자들은 ‘빙하기가 오고 있다’는 제목의 머리말을 “과거의 지질학적 기준으로 본다면 우리는 지금 빙하기에 살고 있다. 세상이 오늘날처럼 추웠던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오래되지 않은 과거가 지금보다 더 추웠기 때문에 우리는 지금을 빙하기라고 부르지 않으며, 지금보다 더 추웠던 그때를 빙하기라고 부른다.(7쪽)”라고 시작하고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렸을 적의 겨울은 정말 추웠던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지구적 관점에서의 기후는 대기의 변화뿐 아니라 해류의 순환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수온이 높은 표층해류가 대서양 서쪽에서 동쪽으로 흘러 고위도에 이르는 과정에서 바닷물이 증발되어 염분이 증가되는 한편 수온도 떨어져 밀도가 높아지게 되는데, 밀도가 높아진 바닷물은 심층으로 가라앉게 되고, 심층에서는 반대방향으로 흐르는 순환을 이루게 된다고 합니다. 만약 북극의 기온이 상승하여 만년빙이 녹게 되면 표층해수의 염분농도에 영향을 미처 해양수의 표층과 심층을 연결하는 순환이 무너지면서 해류의 이동에 영향을 미쳐 적도 부근의 해류가 북쪽으로 열에너지를 이동시킬 수 없게 되어 북극의 수온은 다시 떨어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지구 차원의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워낙이 복잡하기 때문에 짧은 기간 동안 일어나는 기후변화로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시점은 빙하기 사이에 일시적으로 얼음이 줄어든 짧은 기간의 간빙기인데, 이 비교적 오래 지속되었던 빙하기와 짧은 간빙기를 묶어 말하는 빙하기는 수백만 년 동안 계속되어 왔다는 것입니다. 이 책 <빙하기>에서는 빙하기의 주기를 발견하게 된 과정과 그와 관련된 지구상의 생물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거대한 빙하가 존재했다는 사실은 18세기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원래 있던 암석층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 집채만큼이나 큰 바윗덩어리 표석(漂石; boulder)이 발견되는 현상을 설명하기란 쉬운 노릇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특히 북유럽에서는 분명히 어떤 힘의 작용으로 운반된 것으로 보이는 바위덩어리와 퇴적물이 뒤섞여 있는 곳이 많이 발견된다고 합니다.

 

역시 알프스의 험준한 산에 둘러싸여 있는 스위스사람들은 계곡 아래서 발견되는 표석이 산꼭대기에서 흘러내리는 빙하에 의하여 쌓인 것이라고 생각했고, 1787년 스위스의 성직자인 베르나르 쿤에 의하여 이론의 형태를 갖추었지만,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표석들이 물에 의하여 이동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거대한 빙하가 흘러내리면서 바위에 긁힌 자국을 만들기도 하고, 부서진 바윗덩어리를 얼음 속에 품어서 이동시키기도 하였다는 것입니다. 흘러내리던 빙하가 기온이 따듯한 곳에 이르면 녹아서 표석들이 쌓이게 되는 것을 빙퇴석(氷堆石)이라고 부르게 됩니다. 빙퇴석에 관한 이론은 1837년 7월 지질학회에서 아가시에 의하여 발표되어 충격을 주었는데, 지구가 짧은 시간에 벌어지는 격변에 의하여 만들어져왔다는 격변설과 오랜 세월을 두고 조금씩 변화한 것이 축적된 결과라는 단일설이 맞서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발표되기 전의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싹튼 ‘빙하기’라는 개념은 지구의 공전과 세차운동 등, 천문학적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하여 빙하기의 주기를 찾는 과정과 탄소 등의 방사성 동위원소의 반감기를 이용하여 빙하기의 주기를 밝히는 과정을 2장에서 요약하였습니다. 이어서 심해의 바닥에 쌓여 있는 해저 퇴적물에 대한 연구를 통해서 빙하기의 증거를 수집하는 방법은 20세기 말에 들어서야 가능해졌습니다.

 

연대측정이 잘 되어있는 지질학적 증거는 공룡멸종으로부터 현재 빙하기의 시작까지 약 6,000만년 동안 대륙이 직의 표면에서 움직여 해류의 흐름을 바꾸어 놓고, 햇볕이 흡수되고 다시 우주로 복사되는 방법의 결과로써 우리 지구의 온도가 천천히 다소 불규칙적으로 내려갔던 것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현생 인류 호모 사피엔스가 등장한 것이 약 10만 년 전에 시작된 간빙기였고, 반복되는 빙하기의 천문학적인 주기 덕에 우월한 종으로 진화해올 수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기후변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미묘한 시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분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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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미학 강의 - 탈근대의 관점으로 읽는 현대미학 진중권 미학 에세이 1
진중권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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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사년에 마지막으로 쓰는 리뷰입니다. 저자가 재판 서문의 모두에 적은 것처럼 ‘딱딱한 이론서’로 이 분야에 겨우 관심을 두기 시작한 수준에서는 아직 의미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용어들이 난무하는, 이해하기 쉽지 않은 점이 있었습니다. 다만 저자가 논리를 펼치는 바탕이 된 책을 읽은 부분에서도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었습니다.

 

제목을 보면서 기대했던 현대적 의미에서의 미학에 대한 앎을 넓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만, 탈근대적 접근, 즉 근대에서 현대로 넘어오는 시기의 미학사조를 검토한 것으로 아직은 그에 필적할 만큼 뚜렷한 미학사조는 드러나고 있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하여 저자는 발터 베냐민, 마르틴 하이데거, 테오도르 아도르노, 자크 데리다, 미셸 푸코, 질 들뢰즈, 장-프랑수와 리오타르 그리고 장 보드리야르 등 구대륙의 근대 철학자들의 미학에 대한 논지를 분석하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서문에 오늘날의 철학과 미학의 패러다임이 크게 변하고 있어서 업데이트가 필요한 상황에서 “최근 등장한 미학의 주요 흐름을 소개하면서, 근대미학과 탈근대미학의 반복적 대비를 통해 이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지 보여주려고 했다.(8쪽)”고 적었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이제야 주목을 받고 있는 베냐민의 탈근대적 측면을 부각시키는 것과  현대예술이 ‘숭고’와 ‘시뮐라크르’라는 서로 대립하며 보족하는 두 개념으로만 온전히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을 목표를 두었다는 것입니다.

 

우선 첫 번째로 다루고 있는 베냐민에서 등장하는 ‘숭고’와 ‘시뮐라크르’라는 단어의 개념을 먼저 정리해야 할 것 같은데, 손에 분명하게 잡히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한자를 병기했더라면 보다 쉽게 이해될 수도 있었겠다 싶은데, 베냐민이 제시하고 있는 ‘근원관계’라는 관념에서 시작해보면, “‘근원’의 개념은 현전'(prèsence)의 미학, 숭고의 미학을 지시한다.(59쪽)”고 하였으니, 쉽게 이해하면 원본과 복제본의 관계로 보면 되는 것 같습니다. 미학의 논의대상이 되는 예술작품은 존재하는 대상을 작가의 사고를 통하여 분석되고 다양한 형태로 표현된다고 본다면 원본과 복제본의 관계가 모호해질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베냐민에게서 숭고와 시뮐라크르는 어지럽게 교차한다. 위에서 본 것처럼 그의 숭고는 시뮐라크르를 함축하고, 또 그의 시뮐라크르는 숭고를 배제하지 않는다.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은 ‘시뮐라크르 미학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이 안에는 상사와 유사의 차이, 원본과 복제 관계의 전도 등 시뮐라크르의 모든 요소가 들어있다.(60쪽)”라는 구절에는 앞서 말씀드린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보았습니다. 위키백과사전에서는, “시뮬라크르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대상을 존재하는 것처럼 만들어놓은 인공물을 지칭한다.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처럼, 때로는 존재하는 것보다 더 실재처럼 인식되는 대체물을 말한다. 우리말로는 <가장假裝>으로 번역하는 것이 제일 근사하겠지만 다른 유사어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하여 대개 원어 그대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이데거로 넘어가면 결국 하이데거의 미학비판은 근대의 예술문화에 대한 비판이기도 한데, “예술작품과 예술가가 존재하는 것은 예술이 양자의 근원으로서 존재하는 한에서가 아닐까?(67쪽)”라는 물음으로 출발합니다. 그리스 문명이 남겨놓은 신상(神像)에 대한 저자의 견해가 눈길을 붙잡습니다. “신상은 그 모델이 된 인간의 모방도, 눈으로 볼 수 없는 신의 재현도 아니다. 그들은 먼저 존재하는 신을 본떠 신상을 만든 게 아니라, 신상을 만듦으로써 신을 비로소 존재하게 하고, 그로써 자신들의 민족적 삶의 세계를 세웠던 것이다.(80쪽)” 아도르노에 이르러 겨우 현대미학의 어려움이 가늠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현대예술은 낯설다. 미술은 보이지 않고, 음악은 들리지 않으며 예술 감상은 더 이상 즐거운 체험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절대적 부정을 통해 예술은 견딜 수 없는 현실을 증언하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유토피아를 그리워한다. 또한 우리는 한없이 외로워진 미술과 음악에 말을 걸기 위해서는 철학의 안내를 받아야 한다. 현대예술은 철학과 비평을 동반하지 않으면 완성될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라고 출판사가 요약한 글이 바로, 저자가 여덟 명의 철학자들을 통하여 현대미학을 논하게 된 이유가 손에 잡히는 것 같습니다.

 

하이데거와 자크 데리다의 미학비판을 논하면서 구두를 그린 고흐의 작품을 공통의 매개체로 삼고 있는 것도 재미있게 읽은 부분입니다. 앞서도 적었습니다만, 질 들뢰즈의 경우는 화가 프랜시스 베이컨을 논한 <감각의 논리; http://blog.joins.com/yang412/13157096>를 일독한 바 있어 그나마 조금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던 것을 보면 역시 저자가 인용하고 있는 텍스트를 읽은 다음에 다시 읽어야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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