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소송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율리 체 지음, 장수미 옮김 / 민음사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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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환경오염과 자원고갈에 대한 우려 때문에 인류가 다음 세기에 어떤 삶을 살게 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법학을 전공한 독일 작가 율리 체가 <어떤 소송>을 통하여 전망하는 다음 세기는 인간의 건강과 안전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사회입니다. 모든 질병이 퇴치되고, 위생과 청결이 지배하는 사회, 최상의 건강상태를 유지하기 위하여 사람들은 법이 정한대로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건강진단을 받는 사회는 얼핏 보기에 인류가 꿈꾸어오던 유토피아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는 금지하는 사항들로 가득 채워져 있습니다. 심지어는 면역체계가 다른 이성끼리의 사랑이 승인되지 않습니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별에서 온 그대>에서 도민준교수가 타인의 타액을 마시면 중태에 빠지는 것는 체질적으로 기피해야 하는 것이지만, <어떤 소송>의 세계에서는 최상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하여 금지하는 사항 가운데 하나인 것입니다.

 

<어떤 소송>은 주인공 미아 홀에 대한 배심재판소가 내린 다음과 같은 판결로 이야기를 열고 있습니다. “I 피고는 테러 전쟁 준비를 포함한 방법적대적인 책동으로 유죄다. 국가 평화를 위태롭게 하고 독성물질을 취급하였으며 보편적 복리에 부담을 안기며 필수적 조사를 의도적으로 거부한 사실이 있다. II 고로 피고는 무기 동결형에 처한다. III. 피고는 소송 비용과 기타 필수 경비를 부담한다.(14쪽)”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어떤 체제에서도 규칙을 벗어나려는 개인이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평소 이 사회의 최고기관인 방법이 규정하고 있는 체제에 순응해서 살아온 미아가 이토록 무서운 형벌을 받게 된 것은 동생 모리츠의 죽음과 관련이 있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27세의 몽상가 모리츠가 소개팅 상대 지뷜레를 만나는 장소에 나갔을 때 그녀는 이미 죽어 있었고, 그녀의 몸에서 발견된 정자는 모리츠의 DNA와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져 살인혐의를 받고 체포되어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자살을 하게 됩니다. 동생이 죽기 전에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한 것에 마음을 쓰다 보니 방법이 정한 규정을 소홀히 하게 된 것입니다. 온 세계를 행복하게 만들겠다는 인류의 강박적 욕구는 기독교체제에서 민주주의 체제를 거쳐 방법주의 체제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방법이 통제하는 사회에 대하여 언론인 크라머는 ‘우리 사회는 목표에 도달했다.’라고 전제하고, “개체적이면서도 또 집단적이고 절대적인 생존 의지를 특징으로 하는 인간들은 모든 개인에게 가능한 한 길고 막힘없는, 즉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 하나의 방법을 발전시키게 되었다.(40쪽)”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미아는 DNA검사의 신빙성을 의문시할 합리적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방법은 DNA검사는 틀릴 수 없다. 이와 같은 무오류성이 방법의 지주(支柱)라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미아가 주장하는 것처럼 DNA검사의 완벽성에 허점이 존재했다는 설명이 제기됩니다. 즉, 모리츠는 어렸을 적에 백혈병을 앓아 줄기세포치료를 받았다는 것이고 그로 인하여 유전자의 변형이 일어나게 되었다는 설명입니다. 즉, 줄기세포를 제공한 사람과 모리츠의 유전자가 동일하다는 설명입니다만, 백혈병을 치료하기 위하여 혈구모세포를 이식하더라도 이식받은 사람의 정자에 담기는 유전정보까지 바뀌지 않는 다는 사실을 확대해석한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모리츠가 만들어냈다는 이상적 애인은 만들어 낸 사람만이 볼 수 있고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지난주에 읽었던 <이매지너리 프렌드; http://blog.joins.com/yang412/13322931>에 등장하는 ‘상상친구’와 흡사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중세 유럽의 어두움 그림자의 하나인 마녀에 대한 해석도 흥미롭습니다. 마녀란 말은 ‘울타리를 타는 여자’라는 표현에서 나왔는데, 울타리는 경계선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145쪽). 그렇기 때문에 울타리를 탄 여자는 문명과 야생 사이 경계선에 머물러, 이쪽과 저쪽, 삶과 죽음, 몸과 정신 사이에, 긍정과 부정 사이, 신앙과 무신론 사이처럼 ‘사이’가 그녀의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모리츠의 죽음에 방법의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미아가 무기동결형에 처해지게 된 사연은 무엇일까요? 그녀는 유죄로 확정된 것일까요? 가디언지는 개인의 자유와 일상생활이 통제된다는 점에서 율리 체의 <어떤 소송>이 조지 오웰의 <1984>와 비교된다고 했습니다만, 그런 사회가 유토피아가 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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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사회학
전상인 지음 / 민음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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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선친께서 집에 오시면 꼭 오뎅국을 끓이곤 했습니다. 오뎅국물의 시원한 맛을 좋아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요즈음 오뎅이 어렸을 적 학교 앞 구멍가게에서 팔던 오뎅과는 맛과 씹는 느낌이 달라 영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그때는 골목마다 있기 마련인 구멍가게에 가면 필요한 것을 구할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던 구멍가게들이 어느 사이에 눈씻고 찾아볼래도 찾아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 자리에 들어선 것이 편의점입니다. 그것도 체인점 형태로 전국에 깔려 있는 형태인 경우가대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편의점을 이용하는 경우가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만, 지나면서 보면 많은 사람들이 편의점에 드나드는 것 같습니다. 특히 드라마에서도 흔히 편의점이 주인공들의 주요 동선에 들어가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일상적인 장소이기 때문에 별다른 의미없이 지나치게 되는 편의점을 톱아본 전상인교수님의 <편의점 사회학>이라는 제목을 접하면서 사회학이라는 학문이 참 재미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들어가는 말에서 “사회학 전공자로서 몇 년 전부터 사회학의 토착화, 미시화(微視化), 대중화라는 화두를 붙들고 있다. 토착화는 다른 나라의 이론이다 경험을 앞세우는 대신 우리의 고유한 문제를 우리 자신의 입장에서 접근해 보자는 것이다. 미시화는 구조적이거나 거시적인 주제를 넘어서 연구 소재를 일상의 생활 주변에서 찾아보려는 것이다. 끝으로 대중화란 지식 생산 및 유통 체계의 엘리트주의로부터 벗어나 보통 사람의 언어로 소통하고 교감하자는 것이다.(5쪽)”라는 서두를 읽으면서 저자의 독특한 학문적 관심이 정말 중요한 화두를 제대로 붙들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이 책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에서 커다란 몫을 차지하게 된 편의점에 대한 알파에서부터 오메가까지 샅샅이 뒤져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제목을 얼핏 훑어봐도, 편의점의 정체로부터 편의점이라는 생소한 가게가 이 땅에 들어서서부터 초고속으로 성장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고 편의점이 그저 일상에 필요한 생필품을 파는 수준을 넘어 다양한 기능을 갖추는 쪽으로 진화하는 과정도 빠트리지 않고 있습니다. 즉, 이 책은 편의점이 소매 유통 채널 가운데 하나라는 통상적 시각을 넘어 편의점이 안고 있는 문제까지 인문사회과학적 시각으로 끌어올려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의 핵심부분에서 저자는 소비주의 사회, 근대 합리주의, 글로컬리제이션, 도시 인프라 및 사회 양극화라는 사회학적 관점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편의점이라는 형식의 유통체계는 미국에서 시작되어 일본에서 꽃을 피워 우리나라에 들어온 셈이라고 합니다. 체인점 형식을 취하다보니 대규모 자본이 동원되면서 현재 우리나라의 대부분의 편의점 체인이 재벌그룹에 속하고 있다고 하는데, 이러저런 관점에서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우리나라에 들어온 적지 않은 외국 브랜드들이 단순히 외국의 브랜드를 파는 수준을 넘어서 한국적인 요소(여기에는 배달이라는 독특한 운영기술과 같은 소프트웨어적인 것도 있지만, 이탈리아가 고향인 피자에 김치나 불고기를 접목하여 토착화시키는 하드웨어적으로도 진화하고 있는 것처럼, 편의점 역시 우리나라 고유의 정서에 부합하는 기능이 개발되어 진화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 프렌차이즈 체인에 대하여 “전 세계나 국토의 입맛을 하나로 길들여 놓는 폭력이 있고, 우리는 이미 그 폭력에 익숙해져 있다.”라고 어느 시인의 외침이 통째가 아닌 반쪽의 진실이라고 진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고래로 우리나라는 대륙의 귀퉁이에 위치하여 대륙에서 흘러들어오는 온갖 문명을 받아들여 우리 방식으로 소화시켜 꽃을 피우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왔던 것입니다. 이제 거꾸로 해양으로부터 흘러들어오는 문명을 우리 방식으로 재창조하는 것이 전혀 새롭지 않은 일이라 하겠습니다.

 

저자가 편의점을 바라보는 시각은 세상을 치밀하게 지배하는 자들의 보이지 않는 촉수가 스며들어온 장소로 보는데서 그치지 않고 이 시대를 바쁘고 힘겹게 살아가는 대다수 보통 사람들에게 생활상의 각종 편의를 제공하는 처소나 방편이라는 시각으로 넓히고 있는 것으로 읽었습니다. 일상에서 만나는 어쩌면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가지는 의미의 깊이를 더하려는 노력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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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곡 - 천국편 -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2
단테 알리기에리 지음, 박상진 옮김, 윌리엄 블레이크 그림 / 민음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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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길리우스의 안내로 지옥과 연옥을 돌아보고, 단테의 영원한 연인 베아트리체의 안내를 받아 천국을 돌아보는 단테는 구원을 받아 천국에 살고 있는 영혼들과 만나게 됩니다. 그렇게 본다면 단테가 <신곡-천국편>에서 묘사하고 있는 천국은 그 나름대로의 유토피아이고, 그곳에 들기 위하여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천국은 지구를 떠나 우주에 펼쳐지고 있는데, 천국의 단계는 프톨레마이우스의 우주론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니까 <신곡-천국편>에서는 단테의 신학, 철학, 물리학, 천문학, 역사 등의 지식을 동원하여 구성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천국편 1곳에서 베아트리체는 천국의 성격을 다음처럼 노래하였습니다. “이곳에서 모든 것들은 분리되어 있으면서도 하나의 질서를 따르니, 이는 하느님을 닮은 우주의 형상이지요. 거기서 하느님의 숭고한 피조물들은 영원한 힘이신 하느님의 자취를 봅니다. 그것이 바로 우주가 지향하는 목표랍니다.(12~13쪽)” 우주 만물의 질서는 하느님의 섭리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현대물리학에서는 우주가 누구의 의도에 따라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기에 이르고 있습니다만, 당시의 과학수준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을 설명하기에는 창조론이 적절했을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단테가 인간의 자유의지를 하느님으로부터 선물로 받았다고 적고 있습니다. “하느님과 인간이 계약을 맺었을 때 이 보물과도 같은 자유의지가 봉헌되는데, 그것도 자유의지가 그렇게 의도한 것입니다.(41쪽)” 샘 해리스 박사는 <자유의지는 없다; http://blog.joins.com/yang412/13064786>에서 자유 의지란 ‘앞으로 일어날 일련의 행동을 상상하고, 그 행동들을 선택한 자기 나름의 논리를 심사숙고하며, 이러한 심사숙고에 비추어 자신의 행동을 계획하고, 모순된 욕망들에 직면하여 행동을 통제하는 역량의 집합’이라고 보았는데(53쪽), 지금까지의 신경과학적 연구 성과들을 바탕으로 하여, ‘인간의 사고와 행동을 지배하는 자유 의지의 허구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신곡>을 옮기신 박상진교수님은 작품해설을 통하여 “천국의 순수한 기쁨을 똑바로 바라보고 이해하기에 너무 부족한 단테는 오직 은총과 의지를 통해 천국의 여러 하늘들을 거쳐 최고의 하늘에 이른다. 천국에서 단테는 신학과 철학의 지식을 동원하여 그 자신과 그 밖에 역사와 세계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수행한다. 궁극에서 단테는 하느님의 빛으로 해체되는데, 그 자체가 바로 절대적 구원의 경지다.(356쪽)”라고 정리하셨습니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면 천국편 17곡에서 “어떤 운명이 내게 다가오는지 알고자 하는 것이 저의 간절한 바람입니다. 운명의 화살은 기대할 때 더 느리게 날아갑니다.(144쪽)”라고 고백하던 단테가 죽은 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깨달음을 통하여 구원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점입니다. 이런 것들이 가능한 이유를 “여행이 진행되면서 하느님을 알고 이해하는 순례자의 힘이 자라난다. ‘영원한 빛’은 하느님의 빛으로, 순례자의 영혼에 사랑과 정신적 계목을 북돋우고 있다.(303쪽)”라고 미주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테가 천국을 시작으로 연옥을 거쳐 천국까지 여행을 하게 된 까닭이 밝혀지는데, “너의 글로 네가 본 모든 것을 드러나게 하고 가려워하는 사람들이 시원하게 긁도록 해 주어라.(150쪽)”, 즉 세상 사람들에게 천국에 이를 수 있는 삶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알리라는 사명을 띠고 있음을 명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신은 증명의 대상이 아니라는 점, 즉 종교는 믿음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여기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며 보지 못하는 것들의 증거입니다. 이것을 저는 믿음의 본질로 생각합니다.(207쪽)” 그런데 지옥에서 천국에 이르기까지 여행을 통하여 보면 죽음 이후의 현세의 삶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를 기록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천국에서 영생하는 삶이 기독교의 궁극적 목표가 되고 있다는 점인데, 그렇다면 끊임없이 태어나는 인간들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하는 점과 이들이 죽은 다음에 가는 곳은 무한대로 수용이 가능한 것인가 하는 점인데, 천국은 단테가 찾았을 때만해도 이미 포화상태였다는데, 현세에서 영생할 수 있는 삶을 살은 사람들이나 연옥에서 스스로를 닦아 천국에 오르는 사람들이 갈 자리는 있는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우리의 도시가 얼마나 드넓은지 보세요. 우리 자리가 이렇게 찼으니, 몇 자리만이 하늘이 아직 원하시는 영혼들에게 남아 있답니다.(266쪽)”

 

기독교 신학이나, 이탈리아 역사에 앎이 부족하여 이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만, 단테가 <신곡>에 담고 싶었던 의미의 윤곽을 그려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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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한국을 사로잡을 12가지 트렌드 - ‘로봇 식당’에서 ‘배보다 배꼽 마케팅’까지
KOTRA(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 엮음 / 알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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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KOTRA가 내놓는 세계적인 트렌드동향에 관한 책이 기다려집니다. 2012년에 나온 <2012 한국을 뒤집을 14가지 트랜드; http://blog.joins.com/yang412/12475620>에서는 급변하는 세계의 트렌드를 국내에 소개하기 위하여 전 세계 76개국 111개 도시에 주재한 해외무역관을 총동원해서 2년간에 걸쳐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한 결과를 담아냈고, 2013년에는 <2013 세계, 기회와 도전; http://blog.joins.com/yang412/13012239>에서는 서브프라임사태에 이은 유로존의 경제 위기로 글로벌 경제가 한치 앞도 보기 어려운 위기상황을 어떻게 타고 넘을 것인가에 포커스를 둔 기획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금년에는 다시 국내로 시선을 돌려 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트렌드들 가운데 국내에 영향을 미칠만한 것들을 열두 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습니다. 치안, 개인의 욕구, 덤, 샐러리맨, 인간중심, 사회적 약자, 클러스터, 올인타기팅, 스타트업, 키덜트, 웃음, 그리고 로봇입니다. KOTRA에서는 다음과 같은 희망으로 이 책을 기획하였다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새로운 마케팅 방안, 마련에 대해 고민하는 기업 경영진을 비롯한 비즈니스맨들, 인생2막을 준비하며 창업을 꿈꾸는 예비 사장들, 새로운 금맥이 될 투자처를 모색하는 투자자들, 다가올 시대를 지배할 트렌드를 먼저 습득한 후 자신의 미래를 설계하고픈 학생들 등 각계각층의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7쪽)”

 

비즈니스와는 거리가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만, 저의 눈에는 ‘클러스터’라는 키워드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클러스터라는 생소한 느낌의 단어보다는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오래 전부터 들어온 구절이 더 실감납니다. 전통적인 산업에서 뿐만 아니라 차세대 산업에서도 협력의 에너지가 놀라운 결과를 창출하게 된다는 실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날로 심화되어 가고 있는 요즈음입니다만, 최근 유행한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서 보는 것처럼 끈끈함이 느껴지는 과거에 대한 향수 같은 것이 점차 진해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까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책나눔 이벤트를 진행했습니다만, 필자들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나눔 문화’는 이제 산업을 좌우하는 ‘공유 경제’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209쪽)”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발전하면 인터넷으로 원하는 작업을 발주해 매우 뛰어난 품질의 결과물을 저렴한 가격에 얻을 수 있는 클라우드 소싱은 집단지성으로 일궈낼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창업을 꿈꾸는 분들이라면 부록에 정리해둔 실리콘벨리의 마운틴뷰에 위치한 Y 콤비네이션의 개리 탠이 알려주는 노하우에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목을 훑어보면, 1. 이메일은 최악의 네트워킹 수단, 직접 만나되 짧고 굵게, 2. 나홀로 창업은 무리수, 3. 트렌드와 속도가 생명, 4. 실패해도 괜찮아, 최선을 다했다면, 등입니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도 과거와는 많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식 사고가 통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에 대형 트렌드 뿐만이 아니라 소규모 창업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사례들을 인용하여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각가의 사정에 맞는 아이템을 고를 수 있겠다 싶습니다. 예를 들면, 중국에서 주목받고 있다는 ‘미니 상점’의 경우가 되겠습니다. 가게를 유지하거나 운영할 능력은 부족하지만 아이디어가 넘치는 분이라면 검토해볼만할 것 같습니다. 누구든지 팔고자 하는 물건을 가지고 가면 이를 받아 대신 판매해주고 수수료를 취하는 식으로 운영되는 형태의 가게인데, 이런 형태의 가게를 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아이디어가 넘치는 우리 국민들이라면 성공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앞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이 책에서 소개하는 분야에만 한정하지 않고 관련 분야로 확대하여 적용할 수도 있는 점이 있다고 보입니다. 예를 들면, 첫 번째 키워드로 꼽은 치안의 경우 사례로 인용하고 있는 국가에서 조심해야 할 점에 대한 정보로 활용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2012년 <2012 한국을 뒤집을 14가지 트렌드>에서 다루었던 시티 팜, 퀴어 비즈니스, 럭셔리 푸어, 세컨드 홈과 관련된 비즈니스가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고 합니다. 금년에 소개하는 트렌드들도 앞으로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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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너리 프렌드
매튜 딕스 지음, 정회성 옮김 / 비룡소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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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할 수 없는 자신만의 비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누군가를 그려보신 적이 있습니까? 저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그런 기억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애기들이 혼자서 소꿉놀이라도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 누군가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네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저도 어쩌면 제가 기억할 수 없는 그런 나이에는 그런 누군가를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매지너리 프렌드>에 등장하는 ‘상상친구’가 바로 그런 존재인 것 같습니다. 상상친구는 인간 친구의 상상에 의해 만들어지는 존재이며, 상상친구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게 되면 사라지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상친구의 수명은 다 다를 수밖에 없답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맥스의 상상친구 부도입니다. 부도는 맥스가 네 살 때 상상해낸 존재이고, 5년 동안 같이 지내오고 있습니다. 맥스가 만들어냈기 때문에 유일하게 부도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맥스의 부모는 부도의 존재를 알지만 실제 보거나 대화를 나눌 수는 없습니다. 상상친구 끼리는 서로를 볼 수 있고 대화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상상친구는 인간친구의 상상에 따라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모습이나 능력에서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다만 인간세상의 물건들을 만질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물론 예외 없는 원칙이 없다고, 꼭 하나의 상상친구가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그려지기도 합니다.

 

상상친구라는 존재를 현실로 데리고 나온 작가가 적시하지 않고 다음처럼 우회적으로 적고 있는 것처럼 부도의 인간친구 맥스는 특별한 아이 같습니다. “맥스를 그저 조금 늦된 아이로 여기는 맥스 아빠의 생각은 틀렸다. 하루의 대부분을 맥스와 함께 보내는 나는 맥스가 아이들과 어떻게 다른지 잘 안다. 아이들은 대부분 자기 밖에 있는 세계에서 살지만, 맥스는 자기 안의 세계에서 산다. 이것이 맥스가 보통 아이들과 다른 이유다.(35쪽)” 그렇습니다. 맥스는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정도는 심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부도가 다른 상상친구들과는 다른 능력을 가지게 된 것이나 맥스와 5년 동안이아 같이 지내게 된 것도 어떻게 보면 맥스의 특별한 상태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맥스의 어머니는 전문치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아버지와 다투기도 합니다. 맥스가 특별한 아이라서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절대로 아닌 것 같습니다.

 

<이매지너리 프렌드>는 특별한 아이, 맥스가 어느 날 학교에서 보조교사 패터슨 선생님의 차를 타고 사라지는 모습을 지켜본 부도가 맥스를 구하기 위하여 활약하는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평소 부도와 함께 다니던 맥스는 왜 부도가 따라오지 못하도록 했는지 의문입니다만, ‘아이들은 때로 쉽게 토라지기도 하니까’, 혹은 ‘사고는 꼭 그럴 때 생기는 법이니까’라고 이해합니다. 맥스가 사라지자 학교 선생님들과 부모님은 맥스가 유괴되었다고 생각하고 조사를 벌입니다만, 설마 보조교사인 패터슨 선생님이 범인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면 학교라고 해서 꼭 안전한 것 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 같으면 곳곳에 CCTV가 설치되어 있기 때문에 금새 패터슨 선생님이 용의선상에 올라왔을텐데, 이 책에 나오는 세상은 아날로스 시대인 것 같습니다.

 

부도는 다른 상상친구를 통하여 패터슨 선생님이 맥스를 데려갔다는 사실을 교장선생님이나 부모님께 알릴 수도 있었을텐데, 굳이 세상의 물건을 움직일 수 있는 오스왈드의 도움을 얻게 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상상친구를 통해서 전하는 메시지가 잘 못 이해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읽다보면 부도에게 맥스를 구하려고 하는 이유를 묻는 장면이 나옵니다. 백혈병으로 죽어가는 그레이스의 상상친구 섬머가 “넌 맥스를 걱정하는 거니, 아니면 너 자신을 걱정하는 거니?(275쪽)”라고 물어보는데, 부도의 대답은 “둘 다”입니다. 그런데 부도는 우리는 누군가에게 악마와 같은 존재일 수 있다고 자책을 하면서도 인간친구 존을 떠나면서 점차 사라지는 위기상황에서도 맥스는 세상에서 가장 용감한 아이이기 때문에 구해 내야만 한다는 오스월드의 말에 감동을 받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 나 자신을 위해 살아남고 싶은 마음은 더 이상 들지 않는다. 다만 맥스를 위해서 좀 더 살고 싶을 뿐이다. 나는 맥스의 삶에 남겨진 이야기가 궁금하다.(579쪽)”라는 결론에 이르는 모양입니다.

 

패터슨 선생님이 굳이 장애가 있는 맥스를 유괴하려는 이유나 부도가 맥스를 구하는 장면은 간단하게 정리하기가 쉽지 않은 것아 줄이려고 합니다. 물론 재미도 있구요. 그리고 부도는 어떤 운명을 맞게 되는지도 남겨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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