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좋은 세계 차 완전정복 중앙 핸디북 13
최성희 지음 / 중앙생활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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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야 봉지커피를 뜯어서 뜨거운 물에 타마시는 간편함에 다시 익숙해지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남원에서 근무할 적에는 차맛과 차향을 챙기고, 간혹은 쌍계사 아래 찻집을 찾아서 주인장으로부터 차를 배운 적도 있었습니다. 우연히 한국 차학회 회장이신 최성희교수님의 <몸에 좋은 세계 차 완전정복>을 읽으면서 옛 생각이 다시 나면서, 한편으로는 찻잎으로 가공되는 차의 종류가 엄청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완전정복’이라는 제목을 보니, 마치 수능시험을 준비하는 듯 책을 읽어야 하겠다는 강박감(?) 같을 것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목차를 보면, 차의 유래에서부터 세계의 차 종류와 특징, 차의 제조방법, 차의 성분 그리고 차를 다양하게 즐기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학술적 연구성과에서 부터 일반적으로 알려져 온 차에 관한 모든 것을 잘 정리하고 요약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차는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주고 건강을 유지해부며 생활의 여유를 가져다주는 것이기에, 가능한 많은 분께 차와의 만남을 주선하여 차 생활을 즐기게 하고 싶다는 소망을 담아 이 책을 쓰게 되었다”라고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습니다. 또한 김명배 한국차학회 명예회장께서도 “저자는 이 책에서 차에 입문하는 초심자도 쉽게 알 수 있는 내용을 설명하고 있으며, 심혈을 기울여 얻은 연구 성과인 차의 약리적인 효능까지를 언급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초심자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에게도 좋은 지침서가 될 것으로 믿기에 꼭 한 번씩 읽기를 권장하는 바이다.”라고 추천하는 글을 적었습니다.

 

차는 기원전 2737년에 중국의 전설적인 왕 신농씨가 마셨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기도 합니다만, 역시 기원전 1066년경에 중국황제에게 공물로 바쳤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중국에서 기원된 것이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은 러시아, 아프리카, 남미, 호주에까지 펴졌으며, 차를 생산하는 나라도 40개국이 넘는다고 합니다. 용정차, 벽란춘차, 백호은침차, 무이암차, 철관음차, 우롱차, 기문홍차, 운남 보이차를 중국의 8대 명차라고 한다는 사실과 중국차는 녹차, 황차, 흑차, 백자, 청차(우롱차), 홍차 등 색깔별로 6종류로 나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이런 분류는 발효의 정도에 따라서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차는 처음에 의약이나 보건 음료로 이용되었지만 남북조시대(420~589년)에 이르러서는 기호음료가 되었다고 합니다. 당나라(618~907년) 때에는 귀족이나 승려계층의 전유물이던 차가 일반인들에게까지 널리 퍼져 상인들이 사고파는 중요한 상품이 되었는데, 불교가 전파되면서부터 더 많은 사람이 차를 이용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차가 세계적인 기호음료가 된 이유는, 첫째, 그 맛과 향기가 사람들의 기호에 맞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차의 성분이 건강을 증진시키기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신라 진흥왕(540~576년) 때 화랑들이 차를 마셨다는 흔적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흔히 ‘차’하면 차종류도 다양하여 어떤 것을 골라서 마셔야 하는가 하는 선택의 문제로부터 차를 끓이는 다기의 종류, 그리고 차를 끓이는 과정 등에 이르기까지 복잡하고 불편하다는 느낌이 우선 드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티백포장으로 되어 있는 차종류도 많고, 간단하게 드립 혹은 인퓨저를 사용하여 편리하게 끓여내는 방법도 나와 있다고 합니다.

 

차가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과학적 방법으로 확인되고 있는데, 특히 우롱차의 경우 이뇨작용과 해독작용이 있다고 합니다. 우롱차의 카테킨류가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히스타민의 방출을 억제하는 효과도 확인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차의 효능을 입증하는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오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로 가공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앞으로도 차산업의 비중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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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리는 실내공기 정화식물 50 - 미세먼지.화학물질 제거, 공기정화 탁월, 최신 개정판
B. C. 월버튼 지음, 김광진 옮김 / 중앙생활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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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헬스조선은 꽃샘추위를 맞아 호흡기건강을 지키는 방법을 소개하였습니다. 호흡기질환을 예방하려면 호흡기를 촉촉하게 유지해야 하는데, 물을 많이 마시고, 40~50%의 실내 습도, 21~23℃의 실내 온도를 유지하여 호흡기 점막이 마르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빨래를 실내에 너는 방법을 흔히 생각합니다만, 빨래는 마르고 나면 끝이기 때문에 식물을 이용하는 방법이 좋다는 것입니다. 식물은 잎에 있는 기공을 통하여 순수한 물을 대기로 배출하는 증산작용을 꾸준하게 하기 때문에 실내 습도를 조절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인데, 대나무나 파키라와 같은 식물은 증산작용을 활발하게 하기 때문에 실내 습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입니다(http://blog.joins.com/yang412/13356661).

 

증산작용 이외에도 실내의 유해물질을 흡수하여 정화시키는 효과를 가진 공기정화식물도 있습니다. 제가 전공한 병리학은 포르말린에 담아 고정된 조직을 검사하여, 정상이 아닌 부위를 채취하고 알코올, 크실렌 등 화학물질로 처리하여 파라핀에 고정하여 슬라이드를 만들어서 최종적으로 진단을 정하는 일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포르말린, 순수 알코올, 크실렌, 아세톤과 같은 화학물질을 많이 다룰 수밖에 없고, 이런 물질이 휘발되어 채우고 있는 실내에서 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20여 년 전에 미국에서 공부할 때 게시판에 붙여진 메모에는 ‘스파이더 에그’라는 식물이 공기 중의 포르말린을 흡수하여 정화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는 이야기를 읽고서 사무실에 이 식물을 들여다 키우게 되었습니다.

 

포르말린이나 톨루엔과 같은 화학물질은 우리가 생활하는 공간에 흔히 섞여드는 화학물질입니다. 특히 새로 지은 집에 입주한 직후에는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높은 농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는 것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한데, 이런 상황에서 실내공기정화식물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실내공기정화식물에 대한 정보를 담은 <사람을 살리는 실내공기정화식물 50>이 이런 고민을 가진 분들께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저자 월버튼 박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미래의 우주 거주지를 위해서 밀폐된 생태학적 생명유지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를 하고, 퇴직 후에는 지구 환경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식물과 미생물을 활용하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실내공기의 오염이 위험한 이유, 공기정화식물의 역할 그리고 이런 식물을 기르는 방법들을 소개하고, 대표적인 공기정화식물 50종을 각각의 특별한 역할에 따라 정리하고 있습니다. 특히 식물의 사진을 첨부하여 쉽게 익힐 수 있도록 한 것도 돋보이는 점입니다. 그림을 보니, 이미 잘 아는 식물들도 많고, 이름은 생소해도 이미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식물들이 많아서 구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면 별 생각 없이 만나던 화분들이 실내공기를 정화하는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큰 수확인 것 같습니다. 우선 눈에 띄는 식물로는 관음죽, 인도고무나무, 아이비, 행운목, 벤자민고무나무 등은 이미 익숙한 이름이며, 스파티필럼, 드라세나 마지나타, 산세비에리아, 아라우카리아, 마란타 레우코네우라, 게발선인장 등도 이름은 생소해도 이미 눈에 익은 식물들입니다.

 

특히 우리가 실생활에서 많이 접하고 사용하고 있는 기기들에서 어떤 종류의 실내공기오염물질이 발생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는데, 커튼, 직물, 미용티슈, 바닥마감재 등에서는 포르말린이 주로 발생하며, 사진복사기와 세제류에서는 암모니아가, 매니큐어 리무버와 화장품류에서는 아세톤이 많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유해물질이 발생하는 공간에 맞는 공기정화식물을 배치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침실에는 밤에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선인장, 호접란, 다육식물을 키우면 좋다고 하고, 거실에는 포르말린 등 휘발성 물질을 제거하는 아레카야자, 인도고무나무, 보스턴고사리가 좋다고 합니다. 아이들 공부방에는 기억력향상에 도움을 주는 로즈마리를 키우면 좋다고 하며, 화장실에는 암모니아제거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는 관음죽이나 맥문동 화분을 두면 좋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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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지금 이 순간 - 여행상품기획자가 추천하는 솔직담백 캄보디아 여행
김문환 지음 / 이담북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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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꿈꾸어왔던 앙코로와트 여행을 실행에 옮기려 하고 있습니다. 미주 지역이나 유럽 지역 같으면 자유여행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만, 아무래도 동남아지역은 처음 가보는 곳이라서 여행사의 상품 가운데 고르게 될 것 같습니다.

 

항공과 숙박은 여행사의 상품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별도로 신경을 쓸 일이 없다는 것이 여행사를 이용할 때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여행일정에 들어있는 자유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일정에 포함되어 있는 방문지에 대한 보다 상세한 정보를 얻어 여행을 알차게 준비하는 일일 것 같습니다. 앙코로와트 여행을 안내하는 책자는 생각보다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행사에 근무하면서 여행상품을 기획하는 김문환님의 <앙코로와트, 지금 이 순간>이 우선 눈에 띄었습니다. 독자의 리뷰도 긍정적인 듯하여 일단 읽게 되었습니다. 모두에 캄보디아를 찾는 분들의 목적에 맞춘 투어일정을 예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캄보디아 여행을 준비하면서 궁금해하는 일반적인 사항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캄보디아를 여행하기에 좋은 시기, 단체관광과 자유관광의 차이점, 입국절차 그리고 캄보디아에서 간단하게 사용하는 현지어 인사말, 혹시 놓쳐서 당혹할 수 있는 힌두신화 등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외국에 갈 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입국절차는 출입국카드와 세관신고서 등을 사진으로 담고 있어 보면서 따라할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아무래도 캄보디아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앙코로와트 유적일 듯합니다. 여행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관광명소와 아직 관광자원으로 개발되지 않은 곳에 이르기까지 비교적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흔히 외국에 갔을 때 착안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일출과 일몰 광경이 멋있는 장소와 시간까지 안내하는 자상함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다만 앙코르와트에 흩어져 있는 건축물들이 지어지던 당시의 이 지역의 역사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숙소에 관한 정보 역시 규모가 있는 몇 개의 호텔에 대하여 내부 사진을 포함하여 상세하게 소개하는데 그치고 있어, 다양한 여행자들이 참고하기에 아쉬움이 많을 것 같습니다. 흔히 여행사 상품에 소개되기도 하지만, 예를 들면 시장 등과 같이 그곳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안내도 포함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돌아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행사 상품마다 포함되는 민속공연 등에 대한 설명도 빠트리지 않고 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정보제공이라는 가이드북의 틀에서 벗어나, 나만의 현실적인 여행정보와 여행사 상품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만족하는 점이나 불만인 점등을 고려하여 솔직한 정보로 구성하고 싶었다고 적었습니다. 결국, 일반 여행가이드북에서 다루고 있는 유적지 하나하나의 이론적인 상세한 내용은 크게 다루지 않고, 대신 상품기획자의 시각에서 본 실속있는 여행을 준비하는 법을 정리함으로써 캄보디아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두툼한 가이드북이 아닌 가볍게 읽고 즐기는 지침서가 될 것이며, 또한 여행의 ‘나침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적었습니다.

 

아직 캄보디아를 다녀오지는 않았지만, 저자의 의도와 제가 필요한 정보요구 수준을 감안하였을 때, 충분히 만족스러운 정보를 담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부족한 점은 다른 가이드북으로 보완하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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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새니얼 호손 단편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4
나사니엘 호손 지음, 천승걸 옮김 / 민음사 / 199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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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너새니얼 호손의 단편집을 읽게 된 것은 어렸을 적 읽었던 ‘큰 바위 얼굴’을 다시 읽어보려는 생각때문이었습니다만, 열 두편의 단편을 담은 민음사 판 <너새니얼 호손 단편선>에서는 ‘큰 바위 얼굴’은 작품의 질적 수준에 있어서 호손의 대표작으로 꼽기에 부족함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작품해설에서는 <너새니얼 호손 단편선>에 실린 열 두편의 단편들을 “1830년대에 씌어진 일곱 작품(나의 친척 몰리네 소령, 로저 멜빈의 매장, 젊은 굿맨 브라운, 웨이크필드, 야망이 큰 손님, 메리 마운트의 오월제 기둥, 목사의 검은 베일)이 인간의 본성, 인간의 운명, 죄의식, 청교도 정신 등 호손의 일반적인 관심사를 대체로 개인의 차원에서 탐색하고 있는 반면, 1840년대에 발표한 다섯 작품(반점, 천국행 철도, 미를 추구하는 예술가, 라파치니의 딸, 이선 브랜드)은 비슷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그것들을 과학의 힘, 실용주의, 기계문명 등 당대의 변화하는 사회양상에 대한 관심에 연결지어 문명 비판적인 관점으로 표출하고 있는 것이다.(330쪽)”라고 정리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미국 동부의 북부지역을 무대로 구대륙에서 건너오는 사람들이 다양해지면서 드러나는 집단 간의 갈등이라거나, 이주민들이 많아지면서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삶의 경계와 부딪히면서 야기되는 갈등을 주제로 하는 작품들을 읽으면서 과거와는 다른 시각에서 이해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로저 맬빈의 매장’이 1725년 메인주 남서부 지역에서 피코킷 인디언들과의 전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 전투에서 “적진지의 한 가운데에서 그들 병력의 두 배나 되는 적군에게 공격을 감행한 소수 부대의 영웅적 행동만을 생각한다면, 그들의 행동에서 존경할 만한 많은 것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36쪽)”라고 적고 있습니다. 또한 ‘젊은 굿맨 브라운’에서도 굿맨 브라운이 “저 나무들 마다 악마 같은 인디언들이 숨어 있을지도 모르겠군.(68쪽)”이라고 독백하고 있는 것처럼, 작가 역시 인디언들을 부정적으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편함을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세월이 흘러 생각이 다양해진 탓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가 하면 ‘메리 마운트의 오월제 기둥’에서 그려내고 있는 것처럼 삶에 대한 인식이 다른 두 마을 주민들이 공존을 위한 대화보다는 폭력에 의지한 징벌적 문제해결방식을 선택하는 것을 보면서 미국의 역사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가 하면 산사태로 불행한 사태를 맞는 한 가족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야망이 큰 손님’에서 산사태를 묘사하는 장면이라든가 그런 상황을 강건너 불처럼 보는 시각에 놀라기도 합니다. 산사태를 “무거운 발걸음 같은 소리가 밖에서 들리더니 가파른 산자락을 따라서 길고 빠른 걸음걸이로 우르르 내달아 집을 훌쩍 건너뛰고는 반대편 절벽에 부딪히는 것 같았다.(106쪽)”라고 묘사하면서 이런 상황을 맞은 가족들은 “저 산이 우리가 자기의 존재를 잊어버릴까 봐 우리한테 돌을 던지는 거라오”라고 태연하게 말하는 장면에서는 안전에 대한 무관심이 놀랍기만 합니다. 산사태가 발생할 위험이 높은 장소를 피해서 집을 짓는다거나, 산에서 머물 때도 그런 장소를 피하는 용의주도함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산사태로 흙더미가 쏟아져 내리는 소리를 듣고 머물고 있던 집에서 튀어나가 안전지대를 찾던 가족들이 오히려 불행한 상황을 맞는 아이러니를 읽으면서 산사태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한 예방책을 배울 수 있었다면, 지나치게 건조한 책읽기가 되었을까요?

그런가 하면, 식물독성으로부터 의약품개발에 몰두하는 비뚤어진 의사를 그리고 있는 ‘라파치니의 딸’에서 학술적 성과를 지상최대의 목표로 삼고 있는 의사, 라파치니에 대한 평가를 읽으면서 소름이 돋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의 환자들은 오직 새로운 실험의 대상으로서만 그에게 흥미가 있는 거지. 엄청나게 쌓아올린 그의 축적된 시직에 겨자씨 한 알만큼의 지식을 더 첨가하기 위해서 그는 인간의 생명을, 자기 자신의 생명을, 아니 자기에게 가장 소중한 것까지도 희생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야.(261쪽)” 의학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현대에 이런 모습의 의사는 볼 수 없어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호손은 사물의 이치를 결코 단순하게 피상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이것 아니면 저것 식의 이분법적 재단으로 파악하지 않는다.(331쪽)”라는 작품 해설에서 지적처럼, 그의 단편들은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이 들 것 같아 다시 읽어보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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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생각, 만들어진 행동 - 당신의 감정과 판단을 지배하는 뜻밖의 힘
애덤 알터 지음, 최호영 옮김 / 알키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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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을 살면서 부딪치는 무수한 선택을 통하여 삶의 흔적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그 선택 가운데는 점심때 무엇을 먹을 것인가 결정하는 소소한 것들도 있지만, 때로는 직장을 그만두는 것과 같이 인생의 흐름을 바꾸는 중대한 경우도 있습니다. 사람에 따라서 마음을 정하는 방식이 다를 것입니다. 자신의 느낌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선택순간의 느낌에 따라 결정하고, 자신을 이성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분석하고 종합한 결과를 토대로 결정한다고 말할 것입니다.

 

초월적 존재를 믿는 사람들 가운데, 인간은 이미 예정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믿는 운명론자의 경우는 선택이 자신의 몫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기독교 신학에서는 신이 인간에게는 그릇된 선택까지도 허용하는 선물을 주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자기의 의지를 자유로이 결정할 수 있다’라고 하는 자유의지론입니다. 즉, 인간은 어떤 상황에서든 신의 구속에서 벗어나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인데, 가치있는 행동에는 반드시 신의 은총이 뒤따른다는 논리로 자유의지의 남용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뇌과학적 연구방법을 통하여 조사해보았더니 자유의지의 실재가 의심된다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합니다. 샘 해리스 박사는 <자유의지는 없다; http://blog.joins.com/yang412/13064786>에서 ‘앞으로 일어날 일련의 행동을 상상하고, 그 행동들을 선택한 자기 나름의 논리를 심사숙고하며, 이러한 심사숙고에 비추어 자신의 행동을 계획하고, 모순된 욕망들에 직면하여 행동을 통제하는 역량의 집합’자유의지라고 본다면(샘 해리스 지음, 자유의지는 없다, 53쪽, 2013년), 자유 의지의 관념을 전제하는 “1. 우리 모두는 과거에 자신이 했던 것과 달리 행동할 수도 있었다. 2. 지금 우리가 하는 사고와 행동의 의식적 원천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13쪽)”라는 두 가지 가정이 틀렸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는 “뇌파검사(EEG)와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장치(fMRI)를 통해 확인한 결과, 스스로 내린 결정을 인식하기도 전에 뇌의 운동피질이 활동하고 있더라.”라는 데이터를 근거로 들었습니다.

 

자신의 환자가 자살한 사건을 두고 “그것은 하워드의 뇌에서 비자발적인 화학물질의 변화가 일어난 차원이 아니었다. 그것은 의식적인 선택이었다.(스캇 펙 지음, 이젠 죽을 수 있게 해줘, 122쪽; http://blog.joins.com/yang412/13065978)”라고 적은 스캇 펙 박사처럼, 저 역시 우리가 인식하기 전에 신경세포가 활동을 하더라는 뇌신경생리학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저자가 ‘자유 의지는 없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이 다소 성급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심리학을 전공한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원 마케팅학과의 애덤 알터 교수가 쓴 <만들어진 생각, 만들어진 행동(원제; Drunk Tank Pink)>은 우리의 자유의지가 완벽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지하는 것 같습니다. 색깔, 공간, 온도, 남의 시선, 편견, 문화, 상징, 이름, 그리고 명칭 등과 같이 전혀 의외의 힘들이 우리의 감정과 판단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과학은 지금까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칠 힘이 미약한 것으로 인식되었던 이런 조건들이 놀랍게도 인간에게 미치는 힘이 강력하더라는 사실을 다양한 심리 실험과 자료 조사를 인용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도시 미화를 개선하기 위하여 가로등을 푸른색으로 교체한 스코틀랜드 글래스고 시에서는 수개월이 지난 뒤 범죄행위가 극적으로 줄어들었다는 사실을 인용하여 색체가 우리의 생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설명도 눈길을 끌었습니다만, 저는 물론 저의 리뷰를 읽는 분들은 펜실베니아의 작은 마을에 있는 파올리 기념병원의 사례에 관심이 더 갈 것 같습니다. 1970년대 이 병원에서 담낭수술을 받은 환자들이 입원하고 있던 병실이 회복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보았더니, 창문을 통하여 작은 낙엽수가 내다보이는 병실과 커다란 벽돌담을 마주하고 있는 병실에 입원했던 환자들은 각각 입원기간에서도 차이를 보였을 뿐 아니라 통증이나 우울한 감정의 정도에서 뚜렷한 차이를 나타냈다는 것입니다. 연구자들은 ‘자연경치를 바라본 환자들은 벽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환자들보다 네 배나 더 빨리 회복된 셈이었다’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합니다. 이 처럼 저자가 의료와 관련된 사례들을 자주 인용하고 있어서 참고할만한 것들을 많이 발견하실 수 있겠습니다.

 

저자는 “대다수 동물들이 제한된 사회적 상호작용에 의존해 자신의 목표를 이루는 데 반해, 인간은 때때로 의식적으로, 그리고 어떨 때는 자신도 모르게 사회적인 끈을 이용해 자신의 동기를 충족시킨다.(158쪽)”라는 설명을 달아 편견이 우리의 생각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왕따현상이나 유색인종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편견이 때로는 엄청난 사건으로 이어져 가해자나 피해자 모두에게 커다란 상처를 남길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면, 평소 사고가 특정한 방향으로 편향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것입니다. 앤서니 그린월드와 마자린 바나지는 이러한 편견, 즉 숨은 편향을 “사회 집단에 대한 ‘지식 조각들’이다. 이 지식 조각들은 뇌에 저장된다. (…) 숨은 편향은 일단 정신 속에 자리 잡으면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을 향한 우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우리는 그 영향을 전혀 모른다.”라고 설명하였습니다.(앤서니 그린월드와 마자린 바나지 지음, 마인드 버그, 15쪽 ; http://blog.joins.com/yang412/13336059) 기억이 편향된 사고를 만드는데 기여하는 바가 크기 때문에 평소에 편향된 지식을 기억에 담기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생각의 지도; http://blog.joins.com/yang412/13258160>에서 리처드 니스벳교수는 공자로 대표되는 동양인의 사고방식과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서양인의 사고방식의 차이는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를 논하였던 것처럼, 저자 역시 같은 맥락에서 문화가 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하고 있습니다. 문화가 생각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하고 있는 ‘생각을 만드는 문화’의 내용을 “현대 서양철학의 토대가 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사물을 맥락과 분리시켜 분석하는 경향이 강했던 반면, 고대 중국의 철학자들은 사물과 맥락의 관계에 훨씬 더 큰 관심을 기울였다. 그리고 수천 년이 지난 오늘날 이런 차이는 서양인과 동아시아인이 세계를 지각하는 방식의 차이로 계속 나타나고 있다.(196쪽)”라고 요약하고 있습니다. 물론 외국인과 접촉할 때는 그들의 문화적 배경을 감안하여 신중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겠습니다만, 왕래가 잦아지고 인터넷이라고 하는 혁신적 네트워크를 통하여 문화적 차이가 좁혀지고 있다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알터교수는 부정적 상징이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례로 나치의 십자기장과 관련된 사례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1960년대 말, 미군은 샌디에이고만 실버해안에 위치한 해군의 코로나도 기지에 6동의 건물을 세웠는데, 지상에서 바라보면 별 특징이 없는 전형적인 병영건물에 불과한 이 건물들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나치의 철십자 기장을 연상시키도록 배치되었다고 합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샌디에이고 시민들이 크게 분노했다고 합니다. 이 건물을 설계한 건축가 존 모크는 공중에서 어떻게 보일지 잘 알고 있었다면서, 4개의 ‘L’자 모양을 이루도록 건물 여섯 채를 배치한 것에 불과하여 특별한 의미를 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지만, “어쨌든 이것이 그 불명예스러운 상징과 놀라울 정도로 유사하다는 점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240쪽)”이라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나치의 철십자 기장은 불교의 상징인 만(卍)자와 유사하지만 십자에서 굽어지는 쪽을 반대 방향으로 하고 있습니다. 산스크리트어로 스와스티카(Swastika)라고 하는 만(卍)자는 ‘행운의’ 또는 ‘상서로운’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인터넷 자료에 따르면(http://blog.naver.com/riverinkch/20033794523) 만(卍)자는 고대 아리안족의 종교적 상징이었는데, 유럽으로 흘러든 아리안족이 지금의 독일민족이며, 다른 일파는 인도 쪽으로 흘러들어 인도계 아리안족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나치가 세력을 키울 무렵 히틀러를 만나 영향력을 미치게 된, 뮌헨대학교 지리학과의 카를 하우스호퍼교수는 티베트어에 정통했고 라마교승려들과 깊은 교분을 유지했다고 하는데, 만(卍)자가 티베트 지방에서 주술기호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고 게르만민족과 고대 아시아의 신비한 힘을 결속시키려는 의도로 철십자 기장을 만들었다는 주장도 있다고 합니다. 그밖에도 반크리스트를 내세운 나치가 그리스도교의 십자가를 꺽은 모습을 나타내기 위한 상징으로 사용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고 합니다.

 

나치의 철십자 기장과 유사한 문제입니다. 2차 세계대전의 주축국의 하나인 일본에서는 최근 아베 총리가 집권한 이후 일본 사회가 빠르게 우경화되고 있어, 이런 현상을 우려하는 시각이 국제적으로도 확산되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운동경기장에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승천기를 휘두르는 일본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일본 내에서 혐한 시위가 확산되고 있어 양심적인 시민사회가 위기감을 표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일본의 양심’이라고 불리는 나라여자대학의 나카쓰카 아키라(中塚明·85) 명예교수는 전후 일본 정부가 왜곡된 역사교육을 해온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사의 왜곡이 심했는데, 그 이유를 “한국이 희생양이 되지 않았다면 일본의 제국주의 열강으로의 도약은 불가능했다. 45년 도쿄대 총장으로 임명된 야나이하라 다다오(矢內原忠雄·1893∼1961)는 일본이 대만을 식민 지배한 과정은 책으로 남겼지만 조선을 지배한 과정은 쓰지 못했다. 정치·경제·문화적으로 일본의 모순을 너무 많이 드러낼 수밖에 없는 과제였기 때문이다”라고 들며, 한국 침략의 본질과 의미, 이런 것들을 은폐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가 만들어졌던 것이라고 합니다(2014년 3월 1일자 중앙일보 기사, “아베,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너무 모른다”) 이웃의 일에 미주알고주알 간섭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나몰라하는 것도 문제가 아닐까 싶지만 방법이 없으니 예의 주시하는 길밖에 없는 것일까요?

 

저자가 <만들어진 생각, 만들어진 행동>을 통하여 읽는 이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아주 작은 차이가 엄청난 생각을 만든다’라는 마치는 글의 제목에 함축하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생각은 흔히 ‘나비 날개짓’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이 비유는 1961년 미국의 저명한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1년 전에 만든 일기예보 모형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지루하게 자료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소수점 6자리로 되어 있는 예측모형 입력자료들을 소수점 세 자리에서 끊어서 입력해본 것인데, 대단치 않아 보이는 차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일기예보모형은 이전 것과는 아주 딴판인 결과를 예측하더라는 것입니다. 즉 기온이 1도의 100만분의 몇이 바뀌었을 뿐인데 쨍쨍한 햇살 대신에 비가 쏟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던 것입니다. 몇 년 후 로렌츠는 어느 강연에서 이때의 깨달음을 청중들에게 전했는데, 그 강연의 제목이 “브라질에서 나비 한 마리가 날개를 펄럭이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가 발생한다?”였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하여 우리의 마음이 수없이 많은 작은 나비효과들의 집합적 산물이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습니다. 즉 우리의 사고와 느낌과 행동은 아주 복잡한 연쇄반응들의 산물이고, 이러한 연쇄반응들은 지금까지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한 아홉 가지의 힘들에 의하여 심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요인들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을 통제하거나 극복함으로써 더 건강하고 지혜로우며 여유롭고 행복한 삶을 즐길 수 있기를 희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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