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 - 지구의 불꽃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7
모리스 크라프 지음 / 시공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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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미국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을 찾았을 때, 숙소에 있는 관광안내문에서 불꽃을 표시해둔 곳을 보고서는 화산을 볼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서는 이른 아침부터 그곳을 찾아 산을 올라갔던 적이 있습니다. 뒤늦게 그곳이 산불감시탑이라는 것을 알고서는 허탈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는데, 덕분에 가족들에게 체면을 구기고 말았습니다. 정작 화산을 구경한 것은 귀국길에 시애틀에 살고 있는 형님댁에 들렀을 때, 근처에 있는 세인트헬렌스에 안내해주신 덕분이었습니다. 물론 용암이 들끓고 김이 피어오르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대규모 화산의 폭발의 잔재로 뒤덮인 황량한 모습에 소름이 돋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시공디스커버리총서로 나온 모리스 크라프트의 <화산, 지구의 불꽃>은 화산에 대하여 잘 정리하고 있어 저의 무식함을 바로 잡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화산에 관한 세계 각지의 신화와 전설에서부터 화산활동에 대한 이론이 만들어져 온 과정, 그리고 현대적 개념의 화산학이 태동하기에 이르기까지, 저자는 4반세기에 걸쳐 부인과 함께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100여개의 화산을 답사하고. 150회에 달하는 화산분출을 관찰한 경험을 잘 요약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화산이 분출하기 전에 지진이 일어나는 등 분출을 예고하는 조짐이 나타난다고 하니 사실은 갑자기는 아니라고 합니다)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분출되고, 벌겋게 녹은 용암이 흘러내려 삶의 터전을 태워버리는 화산은 고대인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을 것입니다. 그러기에 화산을 잠재우기 위하여 니카라과 인디오들은 젊은 처녀를 용암호에 바치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세계 곳곳을 방문했다는 저자는 아직은 휴지기에 들어있기 때문인지 백두산과 한라산에 관심을 쏟은 적은 없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지진활동이 증가하는 등, 백두산에서 조만간 분출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예고하는 화산학자들이 있는 것을 보면, 우리도 화산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화산의 분출에 대비할 수 있는 조짐이라던가, 화산분출시에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책 같은 것도 담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가보았던 미국 워싱턴주에 있는 세인트헬렌스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곳 사람들은 남성 화산 애덤스와 여성 화산 세인트헬렌스가 서로 사랑한다는 전설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1980년 5월 18일 세인트헬렌스화산에서 격렬한 폭발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화산재가 25km 높이까치 치솟았으며, 시속 1,000km, 300℃에 달하는 돌풍을 일으켜 화산의 북쪽 30km에 이르는 지역을 황폐화시켰다고 합니다. 시공디스커버리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 권말에 붙여 놓은 기록과 증언에 세인트헬렌스의 분출에 대한 상세한 기록에서는, 이때의 분출로 세인트헬렌스의 높이가 430m나 낮아졌다고 합니다. 화산이 분출될 때 산의 정상부가 날아가 버린 것입니다. 1985년 진흙사태가 동반되면서 무려 2만 2천명 이상의 사망자를 냈던 콜롬비아의 네바도 델 루이스 화산의 재폭발의 경우와 달리 세인트헬렌스화산의 폭발로 인한 사망자가 57명에 머물렀던 것은 사전에 화산학자들의 조언을 받아들인 당국이 피해예상지역을 폐쇄한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제가 가본 바에 의하면 지역적으로도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이 아닌 것도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기록과 증언에는 어렸을 적 읽었던 쥘 베른의 <지구 중심부로의 여행>의 일부도 읽을 수 있습니다. 서실 화산 동굴을 통하여 지구의 내부로 들어간다는 생각도 가능할까 싶었는데, 지구 내부로 들어간 주인공들이 오랜 여행 끝에 화산분출을 이용하여 지상으로 돌아온다는 설정은 지나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떨어지는 화산재를 맞으며 뗏목을 타고서 뜨거운 용암 위를 떠돌아다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일본 키리시마에서 화산이 분출될 당시에 분화구 언저리에서 살아돌아왔다는 다이엘 리에브르의 기행기 역시도 믿어야 할가 싶기도 합니다.

 

백두산의 화산폭발의 피해가 엄청났다고 그 바람에 발해가 멸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백두산의 화산폭발이 가지는 잠재력이 크다고 한다면 백두산의 화산활동을 감시하는 체계를 갖추고 화산폭발로 인한 효과를 시뮬레이션해서, 피해를 최소화시킬 수 있는 대책을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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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도서관 비룡소 걸작선 36
랄프 이자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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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낮의 기온이 34도, 일을 보러 외출했다가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습니다. 이렇게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찌는 무더위에는 역시 판타지소설이 제 격입니다. 한참을 읽다보면 마법의 세계에 들어선 듯 서늘한 느낌마저 들 수도 있습니다.

 

얼마 전에 읽은 <잃어버린 기억의 박물관; http://blog.yes24.com/document/7742268, 을 쓴 랄프 이자우의 판타지 소설 <비밀의 도서관>을 읽었습니다. 이 책은 작가의 스승인 <모모>의 미하엘 엔데의 소설 <끝없는 이야기>의 헌정판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끝없는 이야기>의 주인공 바스티안 발타르 북스에게 책 속의 여행을 하게 된 이야기책 <끝없는 이야기>를 손에 넣었던 고서점의 주인이 바로 <비밀의 도서관>의 주인공을 맡게 되는 칼 콘라드 코레안더입니다. 즉, 랄프 이자우는 스승의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에게 판타지를 선사하는 스승같은 존재 콜레안더의 활약을 그려내는 것으로 엔데에 대한 존경을 표한 것으로 읽힙니다. 하나 더, 바스티안이 여왕께 ‘어린 달님’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면 코레안더는 ‘현명한 아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등장인물에게 이름을 부여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편부 슬하에서 구박을 받아가며 자란 코레안더는 매사에 자신이 없어 머뭇거리지만, 책읽기를 좋아하는 것만은 타고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면 주인공에게서 저와 비슷한 구석을 발견한 때문인지 공연히 애정이 더 가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학에서 쫓겨나는 바람에 직장을 얻어야 하는 코레안더가 우연히 고서점에서 일을 배운 다음에 서점의 운영권을 넘겨받을 사람을 구한다는 타데우스 틸만 트루츠씨의 광고를 보게 되지만, 전차 때문에 약속시간에 그만 늦는 바람에 주인을 만나야 할지 망설이는 장면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흥미로운 것은 트루츠씨의 고서점이 여늬 평범한 고서점이 아니더라는 것입니다. 이야기가 되려다보니 코레안더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책마다 가지고 있는 특별한 냄새를 맡아 책을 구별할 수 있는 재능입니다. 사실 도서관에 쌓여있는 옛날 책을 촤르르 넘기면 오래된 책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있습니다만, 그 냄새가 책마다 다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코레안더가 트루츠씨의 눈에 들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그의 특별한 능력과 함께 “어렸을 때부터 책을 삼키듯 읽었어요. 슬플 때 책을 읽으면 슬픔을 잊을 수 있었거든요.(23쪽)”라는 고백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트루츠씨가 안내하는 그의 서점은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 장소입니다. 사실 도서관을 무대로 펼쳐지는 대표적인 장편소설로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http://blog.joins.com/yang412/12891200>이 있습니다. 이 소설에서는 희귀본 금서를 숨긴 도서관이 무대가 되는 반면, 트루츠씨의 <비밀의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책들은 대단한 것들입니다. 베르너 풀트가 쓴 <금서의 역사; http://blog.joins.com/=yang412/13273020>에서 뒤쫓고 있는 금서 정도는 아주 평범한 소장도서에 불과하며, 과거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처럼 불에 타서 세상에서 사라진 책은 물론 저자의 생각만으로 기획단계에 있는 내용을 담고 있는 책들까지도 소장되어 있는 환상의 도서관인 것입니다.

 

문제는 최근 이 도서관에서 책들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트루츠씨는 책들이 사라지는 이유를 조사하기 위하여 코레안더에게 고서점을 맡기고 환상세계로 들어간 것인데, 정작 코레안더 역시 환상세계로 트루츠씨를 찾아나면서 이야기는 무대는 고서점에서 환상의 세계로 옮겨지게 됩니다. 코레안더는 환상세계에서 망각의 숲과, 기대의 집, 구름성, 도둑들의 도시, 그리고 검은 상아탑 등에서 다양한 등장인물들을 만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힌트를 모으고, 늘 망설이는 스스로에게 숨겨진 영웅적 기질이 드러나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 모든 것은 예정된 수순이었을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코레안더는 환상의 세계에서 불과 7일을 보냈지만, 그가 환상의 세계로 떠나서 고서점으로 돌아왔을 때, 고서점이 있는 세계에서는 7년이 흘렀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고 꿈 속에서 노닐었던 셈입니다. 무더운 여름을 시원하게 날려줄 환상의 세계를 한번 즐겨보시지 않겠습니다. <비밀의 도서관>으로 모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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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 산책 -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
빌 브라이슨 지음, 정경옥 옮김 / 살림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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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부르는 숲; htthttp://blog.joins.com/yang412/13271642>을 읽으면서 다소 실망했던 빌브라이슨의 진면목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원제 <MADE IN AMERICA>보다 우리말 제목이 참 잘 어울리는 책을 거의 처음 만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말 제목처럼 출판사의 소개말처럼 이 책은 미국 영어에 대한 진지한 탐험이자 미국에서 만들어진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국을 떠난 필그림들이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세계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물론 1000년경에 도착한 적이 있다는 바이킹부터 그보다 4세기 전에 아일랜드 수도사들이 무려 7년간의 항해 끝에 신대륙에 도착한 신빙성 있는 이야기도 소개를 하고 있습니다만, 아무리 신빙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사실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구체적 증거가 없다면 역사적 사실이 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바이킹의 경우는 캐나다에서 바이킹들의 유물이 발견되어 그들이 신대륙에서 생활하였다는 것이 입증되고 있다고 합니다. 유적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바이킹은 그들이 보유한 뛰어난 조선술과 항해술을 보았을 때 충분히 가능하였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작가는 1888년 미네소타의 켄싱턴 부근에서 발견된 룬문자로 기록된 석판을 언급하면서 이 또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일 공산이 크다.(27쪽)’라고 평가하여 이 책에 대한 신뢰를 살짝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그 석판은 제가 미국에서 잠시 머물던 1992년에만 해도 박물관에 전시되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 박물관이 폐관되었는지 자료를 찾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13468150).

 

어떻든 저자는 유럽인들이 본격적으로 신대륙에 유입되기 시작하면서부터 이 대륙에서 사용하는 언어, 즉 영어에 영향을 미친 다양한 요소들을 짚고 있습니다. 우선 대표적인 것이 아메리카 인디언들입니다. 유럽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만나는 사물들의 이름은 주변에서 만날 수 있었던 인디언들에게 이름을 물어보는 것이 가장 빨랐을 것이고, 인디언들은 당연히 자신들이 사용하는 언어로 알려주었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인디언말이 영어에 녹아들었을 것입니다. 유럽인들 유입에 뒤이어 아프리카에서 강제로 이주시킨 사람들 역시 영어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투철한 이념적 배경에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믿고 있는 미국의 독립운동이 사실은 굴잡이 어부들이 다툼에서 시작되었다는 저자의 주장은 황당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만, 얼마 전에 읽은 <뉴욕, 한 도발적인 도시연대기; http://blog.joins.com/yang412/13469354>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읽은 기억이 있어 전혀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닌가보다 싶습니다. 그런가 하면 요즘 우리나라 광고에서 가끔 만나는 발명왕 에디슨의 성격에 흠이 많았다는 지적도 눈길을 끕니다. 경쟁자들을 그냥 보아 넘기기 못하고, 남의 발명을 자기 것으로 가로채고, 조수를 엄청나게 닦달을 했다고 하니, 에디슨이 이 시대 우리나라에 살아서 과기부장관으로 지명되더라도 청문회를 통과하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이처럼 저자는 미국대륙에서 사용하고 있는 영어 단어의 근원을 살펴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영어를 둘러싼 미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교과서적인 딱딱한 역사지식이 아니라 재미를 곁들인 스토리로 풀어내고 있는 것입니다. 유명한 사람들의 감추고 싶은 이야기들도 있는가 하면, 우연히 역사에 이름을 남기게 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도 읽을 수 있어 재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가운데 미국 영어가 걸어온 길을 자연스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678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입니다만, 저자 특유의 글솜씨는 지루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고 이야기에 빠져들게 합니다. 역시 정사보다는 야사가 더 흥미로운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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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역사학자의 한반도 여행기 코리아에서 / 스코틀랜드 여성 화가의 눈으로 본 한국의 일상 그들이 본 우리 21
장 드 팡주.콘스탄스 테일러 지음, 심재중.황혜조 옮김 / 살림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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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가 숨 가쁘게 변화하고 있는 듯합니다. 과거 남한과 북한의 관계를 두고 미국과 일본이 남한쪽을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쪽을 지지하던 시절이 있었는가 하면, 북한의 핵개발문제와 관련해서는 외견상 한 목소리로 반대하던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면서 미묘한 상황이 만들어지는 느낌입니다. 중국의 영향력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는 미국은 전통적으로 유지해온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공고히 하고, 특히 일본에게 상당한 역할을 기대하는 듯 합니다. 그런가 하면 중국은 한국과의 관계를 보다 긴밀하게 만들기 위하여 전통의 우방인 북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도 합니다. 일본 역시 부상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불편하게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독자적으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있어 한국과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혹자는 한국이 전통적 우방인 미국이 우려할 정도로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하는 것 아닌가 우려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미 양국간의 교역량을 비롯하여 다양한 영역에서의 교류를 고려할 때 중국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하는 것이 국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재의 국제정세가 20세기가 열리던 시점과 매우 닮아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국제정세에 둔감하던 당시와는 많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상황을 잘못 읽는다면 비슷한 결과를 빚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흔히 울안에 있는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바둑이나 장기에서 보면, 판을 제일 잘 읽을 것 같은 당사자보다 수가 낮더라도 옆에서 구경하는 사람이 더 좋은 수를 발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문학번역원이 기획 출간하고 있는 ‘그들이 본 우리 총서’가 시의적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김주연원장은 발간사를 통하여 ‘그들이 본 우리 총서’는 “서구가 바라보았던 우리 근대의 모습을 ‘번역’을 통해 되새기는 것은 서로의 거리감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서로에게 다가가기 위한 과정”으로, “그들이 묘사한 우리의 근대화 과정을 통해 과거의 우리를 확인하고, 지금의 우리가 과거의 우리를 바라보는 깨어있는 시각을 요청한다(5~6쪽)”라고 하였습니다.

 

루이스 프로이스의 <임진란의 기록>으로 시작한 살림출판사의 ‘그들이 본 우리 총서’는 “16세기부터 20세기 중엽까지 서양인의 눈에 비친 우리의 궤적을 살피면서 오늘날의 우리가 형성되어 온 과정을 고찰하려는 시도”라고 하였습니다. 임진란, 일본의 한국 통치, 청일전쟁, 병인양요, 러일전쟁 등 한국을 둘러싼 국가들 사이의 갈등을 주제로 한 책들이 있는가 하면, 조선 사람들의 삶을 조명하거나 심지어는 서울에서 치른 감옥생활 혹은 한국에서 보낸 신혼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적은 책들도 있습니다. 최근에 나온 책은 프랑스 역사학자와 스코틀랜드의 여성화가가의 글을 제목대로 <코리아에서/한국의 일상>이라고 하면 너무 밋밋할 것 같았던지 <프랑스 역사학자의 한반도 여행기 코리아에서 스코틀랜드 여성 화가의 눈으로 본 한국의 일상>이라는 아주 긴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국호가 대한제국이던 1902년경으로 추정되는 ‘코리아에서’와 비슷한 시기에 쓰인 것으로 보이는 ‘한국의 일상’은 각기 다른 시선으로 우리의 과거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코리아에서’를 쓴 장 드 팡주는 프랑스 명문 귀족 출신의 남성 역사학자로, 일본을 거쳐 제물포를 통해 서울에 들어와서 금강산과 원산을 여행하고 다시 서울로 돌아온 자신의 여정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한국의 일상’을 쓴 콘스탄스 테일러는 스코틀랜드의 여성 화가로서, 일반사료에서는 보기 드문 여성과 하인들의 생활, 결혼 및 장례 문화, 인사 예절, 명절 모습, 복식과 가마, 신발과 갓의 모양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일상적인 모습을 아주 섬세하게 적었습니다.

 

장 드 팡주의 <코리아에서>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조급한 ‘미국화’의 열기에 사로잡혀 용을 쓰고 있는 현대 일본의 ‘일급 호텔들’과 체계적으로 개발된 경관을 벗어난 지 얼마 안되어 코리아(Corée)에 발을 내딛는 순간, 우리는 잊을 수 없는 어떤 평온함을 느끼게 된다. 북아프리카의 지중해 연안 사람들을 연상시키는 헐렁한 흰색 옷차림의 무사태평한 코리아 사람들을 보노라면 황화론(黃禍論)의 망령 따위는 이내 사라지고 만다.(19쪽)” 일견해서는 우호적인 시각으로 조선을 보았구나 싶기도 합니다만, 어쩌면 오랫동안 유럽을 바라보던 일본이 어느 사이 시선을 미국으로 돌리고 있다는 의구심으로 생긴 반작용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황화론을 인용한데서 유럽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동양인에 대한 뿌리 깊은 두려움의 한 조각을 읽게 되는 듯합니다. 독일 황제 빌헬름 2세가 청일 전쟁 말기인 1895년경에 주장한 황화론은 ‘황인종이 융성하고 번성하는 것은 백인종에게 위협이 될 것이므로 유럽 열강이 단결하여 그에 대처해야 한다’는 이론입니다. 유럽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몽골의 유럽원정에서 기인하는 황화론은 그 이후 아시아 국가가 주목을 받을 때마다 불거지곤 했던 것입니다. 저자의 시선에서 보면 신흥제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일본이 유럽을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 같지 않다는 속내를 무사태평한 조선 사람들의 모습을 빌어 에둘러 표현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듯 무사태평해 보이는 조선 사람들이지만 청일전쟁이 끝나고 서울에 주둔한 일본군들이 상투와 담뱃대 그리고 저고리 소매를 자르는 등 조선의 전통을 말살하려는 움직임에 대하여 전국 각지에서 의병이 봉기하여 항일투쟁을 전개하였던 사실에 주목하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조선의 첫 번째 임금 이태조를 왕위 찬탈자로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혹시 옮긴이의 해석의 차이에서 온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찬탈’이라 함은 ‘임금의 자리나 국가 권력, 정권 등을 반역을 하여 빼앗는 것’인데, 국호나 국가의 정체성에는 변화가 없는 상황으로 단종을 폐위시키고 왕위에 즉위한 세조가 찬탈의 대표적 사례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태조 이성계의 경우는 역성혁명으로 새로운 왕조를 열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조선왕조의 통치이론의 근간이 되었던 유교 때문에 불교가 탄압받게 된 것을 아쉬워하는 마음에서 조선왕조에 대한 저자의 부정적 인식이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아마도 불교가 고려왕조의 몰락에 어떻게 기여했는지를 알았다고 한다면 다른 해석이 나오지 않았을까요?

 

그래도 저자는 불교에 대하여 긍정적인 생각을 바꾸기 어려웠겠다 싶은 대목도 있습니다. “이내 독송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상하게도 그 소리를 들으면 달빛 가득한 앙코르 사원의 거대한 층계 꼭대기에 웅크린 승려들의 독경 소리가 떠오른다. 습한 열대림에서부터 코리아의 눈 덮인 산봉우리까지 극동 아시아의 전역에 부처의 거대한 탄식소리가 매일 저녁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지는 듯하다.(52쪽)” 12세기에 세워졌지만 오랜 세월을 열대밀림 속에 숨어 있던 앙코르 유적이 유럽사회에 알려지게 된 것은 19세기 후반이라고 합니다. 동남아시아를 여행하던 프랑스의 탐험가 앙리 무오가 1860년대 앙코르유적지를 발견하고 이에 대한 이야기를 그의 여행기에 담았던 것이 유럽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었던 것인데(http://blog.joins.com/yang412/13389236), 저자는 조선에 이르기 전에 이미 앙코르 유적을 방문했던 모양입니다.

 

제3장에서는 국제정세의 흐름에 둔감한 조선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기는 저자의 심정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오늘날 이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불행한 일이 되고 말았지만, 코리아는 자연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은 나라들 중 하나이다. (…) 인구 밀도가 낮고 자신들의 부를 활용할 줄도 모르는 주민들이 살고 있는 이 나라의 해안을 따라 일본 열도가 펼쳐져 있는데, 일본으로서는 먹여 살릴 수 없는 초과 인구를 이주시킬 새로운 땅을 획득하는 것이 아주 절박한 당면 과제이다.(69~70쪽)” 저자는 대륙을 향한 일본의 야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아가 러시아, 미국 등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각축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정작 조선 사람들만이 일본의 속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한국의 일상>은 스코틀랜드의 여성화가 콘스탄스 테일러의 기록입니다. 그녀가 어떤 경로를 통하여 조선에 들어왔는지는 분명하지 않은데, 1884년 조선과 영국이 수호조약을 맺은 뒤 영국여행자들이 빈번하게 조선을 찾게 되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당시 여러 화가들과 함께 조선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녀는 1894년부터 1901년까지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하는데, R이라고 하는 여성과 같이 서대문 근처에 있는 집에서 살았다고 합니다. 그녀들은 중국인 요리사와 한국인 여종들을 부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한국의 일상>은 몇 장의 사진보다도 저자가 스케치한 그림과 그녀가 보고 들은 것들을 회화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점이 특징입니다. 서울을 묘사하는 제2장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나는 화사한 여름 저녁에 처음으로 서울 도성 곳곳을 산책했다. 이 시각이면 동서로 뻗어 있는 주요 거리는 항상 사람들로 웅성거린다. 저물어가는 태양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 같은 군중들 위로 차분한 빛을 던진다. 사람들은 아주 옅은 푸른색이나 연한 초록색, 엷은 자주색, 옆은 황색, 혹은 눈처럼 흰 긴 옷을 나부끼며 이리저리 움직였다. 머리에 쓴 검은 모자는 다채롭게 섞인 색깔과 어울리며 중심을 잡아주었다.(111쪽)”

 

그런데 조선 남성들은 그녀에게 지저분하고 게으르게 비쳐진 모양입니다. “아침 6시, 이제 막 대문을 열고 나온 남자는 벌써 담뱃대를 불고 문간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데, 그의 무거운 눈에는 아직 졸음이 가시지 않았고, 때 묻은 흰옷은 간밤에 진 구김이 펴지지 않은 채로 지저분하다. 하루 일과에 대한 생각이 아직 그의 흐릿한 머릿속으로 뚫고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124쪽)” 이미 활기가 돌고 있을 차이나타운이나 신전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을 인도의 힌두교도들과 비교하면 조선 사람들은 게으름에 무딘 것 같다는 것입니다.

 

역사학자이면서도 조선의 역사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장 드 팡주와는 달리 콘스탄스 테일러는 별도의 장을 할애하여 기자조선으로부터의 조선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기자조선은 요하와 대동강 사이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기원전 107년 중국 황제가 정복해서 자신의 영토로 삼았다고 적었습니다. 아마도 한사군을 설치한 내용을 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기원 무렵 부여와 고구려가 중국 주변에서 유일하게 국가 체제를 갖추고 있었지만 664년 중국에 점령되었다고도 기록하였습니다. 기원3세기 무렵 일본의 신공황후가 한반도의 남부지역을 정복했다는 임나일본부설에 대하여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일축하였지만, 후고구려의 궁예와 고려의 태조에 대한 기록도 분명하지 않으며, 임진왜란 이후 일본군이 1876년까지 부산을 점령하고 있었다고 적고 있는 등, 조선역사에 대한 그녀의 기록은 전반적으로 소략하면서도 정확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도 그녀는 아마도 중국이나 일본에서 나온 역사서를 참고하였던 모양입니다. 한편 그녀가 고종황제를 알현했다고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황제는 궁정에 우글거리는 탐욕스러운 아첨꾼들과 사대주의자들에게 휘둘렸으며, 그들은 황제의 온갖 변덕을 부추기는데 일조했다. (…) 그는 잠으로 한나절을 보내고, 밤이면 대신들이나 고문관들과 논의를 하거나 기생들의 공연을 보고 즐긴다(145-147쪽)”라고 적고 있는 것을 보면 고종의 진면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장 드 팡주와 마찬가지로 콘스탄스 테일러 역시 한글의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세종대왕의 창의적 발상으로 창제되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고, 그저 산스크리트어에서 파생된 문자로 이해하였던 모양입니다. 이들이 한성에 머물 당시만 해도 한글서적들이 풍부하게 유통되고 있었던 점을 고려한다면 한글에 대한 이들의 이해부족을 탓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이 유일하게 기회가 되면 다시 방문하고 싶은 멋진 매력을 가진 나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의 여행기에 별점을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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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76
제롬 카린 지음 / 시공사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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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은 수많은 영화에서, 드라마에서, 그리고 뉴스에서 보고 들어 아주 익숙한 듯 하면서도 막상 그곳에서 숙소를 얻어 묵은 적은 꼭 한 번 있습니다. 아참 악천후로 비행이 취소되는 바람에 공항 근처 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어야 했던 경우도 한 번 있기는 합니다. 처음 뉴욕을 방문했던 것은 미네소타에서 출발해서 보스턴을 거쳐 플리머스에서 대서양을 만나서 워싱턴까지 내려가는 길에 뉴욕을 구경하느라 맨하탄에 있는 한국인이 경영하는 호텔에서 묵은 것이 처음입니다. 뉴헤븐에서 뉴욕으로 들어가는 길에 도로 옆 옹벽에 스프레이를 뿌려 그린 그래피티를 발견하고서 ‘드디어 뉴욕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워싱턴에서는 차를 운전해서 이동하면서 구경을 했는데 뉴욕에서는 엄두가 나지 않아서 결국은 호텔을 차를 세워두고 하루 버스투어를 선택했습니다. 덕분에 주마간산식으로 지나면서 가이드의 말도 안되는 설명을 들어가면서 고개를 끄덕였던 황망한 추억만 남았습니다.

 

그런 저에게 뉴욕의 본토박이 소설가 제롬 카린이 쓴 <뉴욕, 한 도발적인 도시 연대기>는 뉴욕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중의 하나인 뉴욕, 마천루와 슬럼이 어우러진 도시의 제국, 이민의 도시, 범죄의 도시이자 금융의 도시. 다양한 기상천외의 문화를 발 산해내는 뉴욕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미래를 조명하고 있는 책으로 풍부한 원색 사진과 삽화를 곁들였다.”라는 책소개말이 이 책에 담긴 내용을 함축적으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한 이래로 유럽인들에 의하여 뉴욕이 개발되는 과정을 간추린 역사를 먼저 요약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는 1626년 네덜란드의 서인도회사가 설치한 뉴네덜란드라고 하는 작은 식민지의 총독으로 지명된 페테르 미뉴잇이 단돈 24달러를 주고 알곤킨이라는 떠돌이 인디언 부족으로부터 맨해튼섬을 사들였다는 이야기는 빠지지 않습니다. 미뉴잇은 맨해튼의 곶 끝에 요새를 구축하고 뉴암스테르담이라고 이름붙였고, 200여명이 거주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1664년에는 영국이 총 한방 쏘지 않고 이곳을 빼앗아 뉴욕으로 이름을 바꾸어 오늘에 이른 것입니다. 하지만 영국은 뉴욕을 119년간 독재적인 몽유병 환자처럼 식민지를 다스렸을 뿐 영국적 요소를 남기지 못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이곳은 영국 국왕에게 저항하는 13개 식민지들의 저항운동의 중심지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독립을 쟁취한 뒤, 뉴욕은 뉴욕주의 주도였고 미합중국의 수도가 되었지만, 이내 주도는 올버니로, 수도는 워싱턴으로 옮겨가고 말았습니다.

 

처음 차를 운전해서 뉴욕을 찾았어도 숙소까지 문제없이 도착할 수 있었던 것은 맨해튼섬의 격자모양으로 된 독특한 도로망 덕분이었습니다. 맨해튼섬의 도로구획이 격자구조로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은 1835년에 발생한 대화재로 인하여 뉴암스테르담의 구 시가지가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합니다. 뉴욕시의 초대 시장인 드 위트 클린턴과 미래의 거리 설계도 작성을 위한 위원회의 위원들은 2928개의 블록으로 이루어진 도시, 맨해튼의 격자구조를 구상했던 것입니다. 뉴욕항에서 배를 타고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건너가는 길에 만난 엘리스섬이 당시 이민자들을 선별하던 장소라는 이야기를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엘리스섬을 ‘눈물의 섬’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같이 배를 타고 온 가족들이 때로는 헤어져야만 하는 운명으로 눈물을 뿌리기도 했고, 트라코마라는 전염성 안질환을 걸러내기 위한 눈검사가 고통스럽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20세기의 격변기에 빠르게 변모해단 뉴욕의 모습을 단숨에 읽어 내릴 수 있는 이야기체로 풀어냈는데, 작가는 할렘가를 별도의 이야기로 정리해냈습니다. 사실 할렘가는 버스에서 내려보지도 못하고, 창밖의 사람들과 눈도 맞추지 말라는 가이드의 엄중한 경고 때문에 제대로 내다보지도 못하고 지나쳤던 아쉬움이 남아있기 때문에 더욱 관심이 컸습니다. 사실 밤 중에 숙소에서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까지 걸어서 구경을 다녀올 정도로 시내의 치안은 문제가 없었지만, 그래도 뉴욕에서 지내면서 나름대로는 많이 긴장했던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뉴욕, 신화적 범죄도시’라는 제목 아래 풀어내고 있는 설명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제가 뉴욕을 방문했던 1993년 봄만해도 뉴욕항을 떠나는 연락선에서 무역센터의 쌍둥이 빌딩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만, 이제는 불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뉴욕의 과거는 그랬습니다만, 뉴욕의 미래는 어떻게 전개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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