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를 훔치는 사람들 - 누군가 당신의 머릿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데이비드 루이스 지음, 홍지수 옮김 / 청림출판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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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구글지도의 스트리트뷰 서비스가 개인정보보호와 관련하여 시정명령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도처에 깔려 있는 방범용 CCTV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제 모습이 누군가에게 노출되고 혹은 감시될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뇌를 훔치는 사람들>은 차원이 다른 보다 심각할 수 있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바로 뉴로 마케팅이라고 하는 생소한 개념의 비즈니스 모델이 개인의 무의식의 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은 신경세포(neuron)와 마케팅을 결합한 단어로, 무의식적 반응과 같은 두뇌자극 활동을 분석한 결과를 마케팅에 접목시킨 새로운 분야입니다. 벌써 뉴로마케팅의 고전이 되었습니다만, 펩시콜라의 블리인드 테스트가 뉴로마케팅이 태동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을 쓴 데이비드 루이스는 서섹스대학에서 30년간 이 분야를 연구해왔다고 하는데, 주로 실험에 자원한 연구 대상자들의 두피에 전극을 부착하고 다양한 광고들을 보여주면서 피실험자들의 뇌가 보이는 전기적 반응을 관찰하고 분석해서 마케팅 기법으로 발전시키면서 ‘뉴로마케팅의 아버지’라고 불리기에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뉴로마케팅의 광고기법에 대하여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는 소비자들의 분노를 이해한다면서 소비자들이 이런 광고의 영향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에 해답을 찾아보기 위하여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이러한 마케팅기법을 연구 발전시킨 당사자이면서 개발자나 기업의 속셈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나선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모두 12장으로 구성한 이 책에서 저자는 먼저 과학이 광고와 만나게 되는 시점부터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인류가 유통의 개념을 세울 무렵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광고라는 예술이 잠재의식이라고 하는 심리학의 영역과 인연을 맺게 된 첫 걸음은 1901년 시카고의 애거트 틀럽에서 열린 월터 딜 스콧박사의 초청강연이라고 합니다. 스콧박사의 강연에서 ‘광고라는 예술의 근간이 되는 심리학 법칙을 발견해서 광고를 해석하면 분명히 진전을 이루게 될 거이다. 광고예술에 과학을 접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24쪽)’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어서 저자는 소비자의 구매욕구를 부축이는 다양한 판매전략의 사례들을 소개합니다. 대표적인 사례로 움베르토 에코가 <가짜에 대한 믿음>에 적은 디즈니랜드의 재미와 환상을 이용한 전략입니다. “디즈니랜드 안에 있는 집들은 사람들에게 환상에 가득 찬 과거가 마치 자신의 지난날인 것처럼 상상하게 만든다. (…) 이 장난감 집들은 집으로 위장한 초대형마켓이다. 방문객들은 일단 이곳에 발을 들여놓으면 자기가 신나게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고 닥치는 대로 물건을 사게 된다.(27쪽)” 그런데 제 경우는 문화적 차이가 있었던 탓인지 아이들과 함께 찾아간 디즈니월드가 그렇게 환상적으로만 느껴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당연히 저자는 뉴로마케팅을 개발해온 과정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기법은 1980년대 말에 바이오피드백 연구를 하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합니다. 바이오피드백이란 ‘자율적인 생리적 반응을 스스로 통제하는 능력을 얻기 위한 방법으로서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자율신경계의 반응을 장비를 이용해 조절하는 훈련(88쪽)’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연구였지만, 상업적으로 이용하는데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20여년 이상 빛을 보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초창기에는 주로 뇌파검사를 활용하던 이 분야의 연구가 보다 활성화된 것은 기능성 MIR장비가 개발되면서였다고 할 것입니다. 이 기술은 소비자들의 구매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찾아서 이를 활용한 판매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만든 것입니다. 결국은 소비자들의 무의식의 세계까지도 연구대상으로 하여 분석하게 되었는데, 광고효과를 측정해보면 잠재의식적 기억이 의식적 기억보다도 오래 유지되고, 기억용량이 월등히 높으며,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형성된다는 점에서 우월하다는 것입니다.

 

다양한 인터넷기술이 발전하게 되면서 뉴로마케팅 영역도 같이 발전하고 있어 이제는 모바일 기기가 사용자와 공감하기에 이르렀다고 하니 정말 대단한 발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소비자들이 현 상황을 잘 인식하고, 이런 기술과 관련된 덫에 걸리지 않으면서도 신경과학과 현대의 광고와 마케팅과 기업들이 제공하는 수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생각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숨은 설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열 가지 조치를 안내로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괄적이라는 느낌을 주는 정도에 머물고 있어 아쉬움이 남습니다. 뉴로마케팅의 효율성에 무게를 두다보니 문제의 대비에는 배려가 크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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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어, 지식을 삼키다 - 어원과 상식을 관통하는 유쾌한 지식 읽기
노진서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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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원과 상식을 관통하는 유쾌한 지식읽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노진서교수님의 <영단어 지식을 삼키다>를 받고서, 최근에 읽은 <빌 브라이슨 발칙한 영어산책; http://blog.joins.com/yang412/13471036>을 떠올렸습니다. 현대 미국에서 쓰고 있는 영어 단어의 유래를 미국의 역사와 엮어서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어서입니다. 어쩌면 비슷한 형식일 것 같다는 선입견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막상 30개의 영어단어로 구성된 책내용 가운데 첫 번째 단어 ‘attraction’을 읽으면서 전혀 다른 독특한 기획이라고 생각을 고쳐먹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보니 저자는 이미 <마흔, 흔들리되 부러지지는 않기를; http://blog.joins.com/yang412/13068809>에서 만화로 별도의 스토리를 전개하는 독특한 기획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영단어 지식을 삼키다>는 모두 서른 개의 단어를 각각 ‘삶 속에서(in vivo)'와 ’세상 속에서(in situ)‘라는 영역으로 나누어 배치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영역에 속한 단어들은 알파벳 순서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의 기획의도를 이렇게 시작합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들을 거슬러 올라가는 크루즈 여행은 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강이 시작되는 발원지가 어떤 곳일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것 뿐만은 아닙니다. 아마도 그곳까지 가는 동안에 마주하게 되는 아름다운 풍광들, 만나게 되는 낯선 사람들, 그리고 그곳에서 듣게 되는 흥미로운 이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데 제 기억으로는 세계의 유명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크루즈여행은 제한된 구역을 항해하기 마련이고, 그 강의 발원지까지 거슬러가는 경우는 드물 것 같습니다. 6,210km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길다는 미시시피강에서 크루즈선을 탄 적이 있습니다. 세인트 루이스에서였으니 아마도 중류지역일 것입니다. 미국 미네소타에서 살 때, 미시시피강이 시작되는 곳 아이태스카호를 찾아간 적이 있습니다. 북아메리카대륙의 한 가운데를 도도하게 흘러내리는 강도 그 시작은 작은 호수였습니다.

 

저자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라는 숲을 구성하는 단어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어서 그 사연을 캐어 들어가다 보면 과거로 거슬러가는 여행이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고 합니다. 비록 영어단어를 대상으로 삼았습니다만, 내용은 양(洋)의 동서를 가르지 않았으며 다양한 장르에서 화제를 끌어와 단어에 투영된 의미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이렇습니다. “이 책을 통홰서 단순히 그러한 단어들의 내력만을 알려드리려는 것은 아닙니다. 단어의 근원을 찾아가면서 그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동시에 들려드리려고 합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섞여 있어 일면 이것이 무슨 관련이 있을까라고 생각될 수도 있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 이야기들이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유기적인 연관성을 갖고 이어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예쁘면 다 돼’라는 재미있는 제목을 달아놓으신 단어 attraction(매력, 유혹, 끄는 힘 등)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오월동주(吳越同舟)라는 사자성어에 나오는 월왕 구천이 패전의 원수를 갚기 위하여 오왕 부차에게 바쳤다는 절세미인 서시의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서시는 가슴앓이라는 병 때문에 늘 통증으로 고통을 받고 있어 얼굴을 찡그리고 다녔다고 하는데, 서시의 그런 모습도 칭송의 대상이 되는 바람에 여인네들이 모두 서시를 흉내내느라 찡그리고 다녔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서시의 사례에서 심리학에서 말하는 후광효과(halo effect)를 끌어내고, 나아가 디드로효과로까지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또한 후광효과가 일어나는 원인은 사람들의 선택적 기억이 작용한다는 점까지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어 좋은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옛중국인들의 지나친 과장을 걸러내지 않은 점이라고 할까요? 예를 들면 서시의 놀라운 미모를 비유하는 침어(侵魚) 서시라는 별칭이 나온 유래-서시가 물가를 거닐자 물고기조차 지느러미 움직이는 것을 잊어 버려 바닥에 가라앉았다는-를 인용하면서 생물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임을 밝히지 않은 것입니다. 제가 지나치게 오지랖이 넓을 것일까요? 영어단어에 담겨 있는 의미를 재미있게 설명하면서 또한 그 단어의 유래까지 덤으로 읽을 수 있으니 책읽는 재미가 쏠쏠했다는 말씀으로 정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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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불멸의 신화
조정우 지음 / 세시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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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극장가에서는 <명량>이 단연 화제라고 합니다. 하루관객 100만을 돌파하는 등, 개봉 일주일 만에 600만 관객이 관람하여 역대 최단기간 1천만 관객을 동원할 것이 확실시되며, 우리나라 영화사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는 신기록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경화되고 있는 일본에 대한 우려가 촉매가 된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만,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 사회에 대한 걱정도 더해진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직 보지 않았습니다만 영화 <명량>은 명량대첩을 중심으로 한 영화라고 합니다. 임진왜란에서 남해안을 굳게 지켜 호남지방을 지켜낸 이순신 장군이 정유년 왜군이 재침해왔을 때는 누명을 쓰고 백의종군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이순신장군을 대신하여 원균이 삼도 수군통제사를 맡고 있었는데, 왜군과의 전투에서 참패하는 바람에 조선의 수군이 궤멸하고 말았습니다. 조정에서는 이순신에게 다시 삼도 수군통제사를 맡기지만, 왜의 수군에 저항할만한 군사력을 갖추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순신 장군은 330척의 왜선을 울돌목으로 끌어들여 단 12척의 배로 대승을 거두면서 전세를 역전시켜 조선의 운명을 지켜낸 위대한 승리를 거둔 것입니다.

 

영화 <명량>이 개봉되는 것과 함께 서점가에도 임진왜란 동안 치룬 스물세번의 해전을 모두 승리한 기록을 묘사한 소설 <이순신 불멸의 신화>가 출간되었습니다. 역사 고증이 트레이드 마크인 조정우 작가가 2년여 간 이순신장군 관련 역사자료 자료를 분석하여 특히 바다에서 펼쳐진 전투상황을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이순신장군의 발자취는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해온 바 있어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터임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붙든 화두는 해상 전투의 전술과 전개과정이 좋은 소설의 소재가 될 것이라고 보았다고 합니다. 옥포, 사천, 당포, 당항포, 한산, 안골포, 부산포, 명량, 그리고 노량에 이르기까지 구국 성전(救國 聖戰)이라 할 이순신 장군의 대표적인 해전을 마치 다큐멘터리방송이나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서술하고 있습니다. 이순신 장군을 둘러싼 인간관계보다는 전투 중심이다 보니, 일본과 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견하고 거북선을 건조하고, 군량미와 탄약 등 군수품 조달에 이르기까지 치밀하게 대비한 흔적을 읽을 수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조선의 육군을 궤멸시킨 조총이 조선 수군에게 위협이 되지 못한 이유라든가, 왜선이 대포를 탑재하지 못한 이유, 해전에서 중요한 밀물과 썰물이 교차되는 시점, 남해안의 지형지물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등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전투가 벌어진 해역의 지리적, 시간적 특성을 최대한 살린 함대의 전술 운용을 설명하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고 보았습니다. 이순신장군은 왜 함대와 첫 번 조우한 옥포해전에서 일자진으로 왜의 조총을 무력화하는 전술을 보여줍니다. 조선 함선에 탑재된 지자총통은 조총보다도 사정거리가 길지만 재장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문제점을, 일자로 늘어선 배들의 함수를 180도 전환시켜 다가서는 왜선에 포격을 이어갈 수 있는 것으로 해결하는 뛰어난 용선술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포구가 좁은 적진포에서는 일자진을 펼칠 수 없는 지리적 상황을 고려하여 함대를 일렬로 세우는 장사진을 펼쳐 빠르게 다가서면서 포격을 이어가는 전술로 왜선을 격파합니다. 사천해전에서는 정자진을, 한산해전에서는 학익진으로 왜함대를 격멸하였다는 것입니다. 정자진이나 학익진은 전술개념이 금새 머리에 떠오르지 않아, 저자께서 함대전술을 그림을 곁들여 설명해주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아무래도 달달한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는 가뭄에 콩 나듯하고 전쟁터가 무대가 되고 전투장면을 주로 그려내다 보니, 전체적으로 건조한 느낌이 남습니다만, 다큐멘터리 형식에 가깝다는 장르의 특성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전투가 긴박하게 진행되는 순간을 읽으면서 손에 땀이 잡히고, 특히 명량해전에서 사력을 다해서 저항하다가 조류가 바뀌어 승전의 기선을 잡는 순간에는 코끝이 찡해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라의 운명이 풍전등화 같은 상황에서 수세로 몰리기만 하던 전장의 상황을 지켜낸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용병술을 읽으면서 나라사랑을 다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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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도에 살다 - 어느 기자의 1년 4계절 독도 체류기
전충진 지음 / 갈라파고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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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년 4월 열린 일본의 문부과학성의 교과용 도서 검정조사심의회가 ‘일본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한국이 불법으로 점령(점거)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일본 초등학교 5·6학년용 사회 교과서 4종을 모두 합격처리했다고 발표하여 한국과 일본 사이의 긴장감을 고조시켰습니다(연합뉴스 2014년 4월 4일자 기사, “일본 초등학교 全교과서 ‘한국이 독도 불법점령’ 주장”). 하지만 바로 이어서 미국 국립지리정보국(NGA)이 독도를 한국 영유권으로 표기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NGA는 독도(Dokdo Island, Dok-do, Tokdo, Tokto)는 물론, 일본에서 부르는 다케시마(Takeshima, Take-shima)와 리앙쿠르 암초(Liancourt Rocks), 호닛 아일랜드(Hornet Islands) 등 모든 형태의 독도 이름을 빠짐없이 한국의 영토로 통일시키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고 하였습니다(뉴시스 2014년 4월 7일자 기사, “‘독도도 다케시마도 한국땅’ 美국립지리국 韓영유권 통일”).

 

조어도(釣魚島; 다오위다오/센가쿠열도)를 둘러싼 중국정부와 일본정부가 충돌도 불사하는 듯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을 보면 영토에 관한한 양보는커녕 타협의 여지가 없는 것이 국제적 통례라 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독도문제만 나오면 국제사회에서 이슈가 되는 것이 유리하지 않다는 이유로 쉬쉬하여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 사이 일본은 치밀한 외교전을 통하여 독도가 영토분쟁지역임을 기정사실화해왔으며 이제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까지 수록하여 자국 국민들을 세뇌시키려는 속내를 감추려하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인식하는 일본의 식자층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 관련 분야의 학자들에 따르면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사실은 한국이나 일본의 다양한 역사자료를 통하여 증명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효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현실이 중요하겠습니다만,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세계에 분명하게 인식시킬 수 있는 구체적 행동을 보다 강화할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사실을 관련 자료를 통하여 증명하는 일에 더하여 우리 국민 모두가 그 내용을 잘 알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가수 정광태님이 1982년 발표한, “울릉도 동남쪽 / 뱃길따라 이백리 / 외로운 섬하나 / 새들의 고향 / 그누가 아무리 / 자기네 땅이라고 우겨도 /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가사의 <독도의 우리 땅>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하겠습니다. 모든 국민들이 독도의 전문가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사람들이 그곳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있으며, 독도에 관한 심층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세상에 제대로 알리는 일이 중요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점을 주장하고 있는 일본인 나이토우 세이추우씨의 <일본은 독도(죽도)를 이렇게 말한다; http://blog.joins.com/yang412/12448635>와 동해에 대한 해양과학적 연구성과를 정리한 남성현, 김윤배박사님의 <동해, 바다의 미래를 묻다; http://blog.joins.com/yang412/13099814>를 통하여 동해와 독도가 왜 중요한가를 일깨우는 기회가 있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아쉽다는 느낌이 남아있던 참에 전충진 기자님의 <독도에 살다>가 반갑고도 반가운 것 같습니다.

 

전충진기자님은 대구 매일신문사에서 근무하던 2008년 일본정부가 교과서해설서를 통하여 ‘독도 도발’을 일으킨 것이 계기가 되어 독도에 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독도상주 기자로 근무하기를 자청했다고 합니다. 2008년 9월부터 2009년 8월까지 만 1년을 주재하는 동안 그는 독도에서의 현지체험과 인문․자연환경을 82회에 걸쳐 기사로 보도하였고, 2011년에는 1년간 신문에 연재한 글을 묶어 <여기는 독도>를 출간한 바 있습니다. <독도에 산다>는 저자가 독도에 주재하기를 결심하면서부터 주재가 끝날 때까지의 생생한 뒷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이야기가 더 재미있지 않습니까?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이 책을 내게 된 사연을 적었습니다. “네가 경험한 독도 1년은 대구-울릉도-독도로 이어지는 공간이다. 이는 뭍으로부터 격절된 공간이 아닌, 삶의 영역이 확장된 연속의 공간인 것이다. 나는 지금 ‘독도살이’ 1년 동안 겪었던 일들을 적고자 한다. 이는 곧 독도에 우리나라 사람이 살고 있음을 확인하는 작업이다. 나는 이 글로써 ‘우리 땅의 연속성’이 확인되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것으로 응당 독도가 대한민국 땅임을 증빙하고자 한다.(13~14쪽)”

 

저 역시 아이들이 초등학교를 다닐 무렵 지방에서 6년여를 근무하면서 주말에만 가족과 함께 지내는 경험을 통하여 아버지의 부재가 아이들에게 주는 영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자가 고1과 중3인 자녀를 포함한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상황을 감수하는 용기를 냈다는 점도 높이 사게 됩니다. 동해 멀리 있어 외로울 것 같은 지리적 상황을 잘 나타내는 듯한 독도(獨島)의 옛이름이 ‘독섬’ 혹은 ‘돌섬’이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말로 된 독섬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지나친 국수주의적 발상일까요? 울릉도에서 연락선을 타고 가서 만난 독도의 첫인상을 저자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9월, 풀들의 동도는 푸르고, 나무 없는 서도는 우람했다. 동도는 안으로 끌어 모아 움츠리고 있고, 서도는 밖으로 활짝 내뻗치고 있다.(29쪽)” 참으로 눈매가 날카롭지 않습니까? 저자는 독도를 마주한 순간 ‘대화는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는 자각이 불현듯 들면서 ‘독도의 형형한 기상과 깊은 침묵이 나에게 ’독도와 가슴으로 대화할 것‘을 가르쳐주었다고 적었습니다.

 

독도 입주와 관련한 뒷이야기를 읽다보면 우리나라의 행정담당자들의 경직된 사고의 한 면을 엿볼 수 있어 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주소지 이전에 관한 일입니다. 저자가 독도에 1년간 주재하기로 결정되었음에도 신분은 방문객에 불과하기 때문에 주소지 이전이 불가하다는 것이 행정당국의 해석이었다고 합니다. 행정법상 3개월 이상 거주하면서 주소지를 이전하지 않으면 주민등록법을 위반하는 것인데도 말입니다. 독도에 상주하고 있는 사람은 3명의 경찰과 40의 경비대원, 3명의 등대지기, 그리고 독도주민 김이장 부부가 전부라고 합니다. 오랜 세월 사람들이 상주해오지 않은 까닭에 독도의 환경이 크게 훼손되지 않은 채 지켜온 점을 고려하여 앞으로도 환경훼손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로 이해되는 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구전에 따르면 과거에 수많은 사람들이 독도를 다녀갔고 또 살기도 했다는 것을 고려한다면 지나치게 경직된 사고가 아닌가 싶습니다.

 

먹거리 타령을 먼저 늘어놓는 것 같습니다만, 물반 고기반이라는 독도에 들어가 사배기, 꺽더구회를 물리도록 먹었다는 이야기도 흥밋거리입니다. 하지만 결정적인 것은 저자가 요약하는 독도에 관한 것으로 일본 정부도 인정한 세 가지 행정조처는 우리 모두가 분명하게 기억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 첫 번째는, 1693년 조선 숙종 때 안용복이 일본에 납치된 사건이 계기가 되어 일어난 ‘울릉도 쟁계’에서 에도막부는 ‘울릉도와 독도는 조선의 땅이니 누구도 건너가지 못한다’는 도해금지령을 내렸다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1870년에 작성한 「조선국교제시말내탐서」라는 일본정부 내 보고서에도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의 부속으로 된 시말’이라는 항목에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1877년 일본이 실시한 전국지적조사 때, 시네마현이 울릉도와 독도를 포함여부를 질의한 것에 대하여 일본 국정의 최고 책임자인 태정관이 ‘울릉도 외 일도(一島), 즉 독도는 일본과 관계가 없다는 것을 마음 깊이 새겨라’라고 지시했다는 것입니다(71~72쪽).

 

앞서 주소지 이전에 관한 건을 짚었습니다만, 2003년 설치했다는 울릉우체국 관할의 우체통이 그저 전시행정으로 남아 있는 것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저자의 지적이 참으로 옳다고 생각합니다. 요즈음에는 울릉도에서 독도를 왕복하는 관광선이 하루 서너 차례 왕복하고 있지만, 파도가 심하면 배를 댈 수 없어 접안율이 50%를 밑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동도의 선착장에 접안을 하면 30분 정도 체류할 수 있다고 합니다. 독도로 가는 관광선에서 독도의 비경을 담은 우편엽서를 판매하고 이 우편엽서를 독도우체통에 붙일 수 있도록 한다면 독도를 찾는 내외국인들을 통하여 독도가 한국 땅임을 전세계에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독도에 산다>를 읽는 재미는 그저 독도에 대한 자존감을 세우는데 있지만은 않습니다. 저자가 그려내는 독도의 진면목이 너무 생생해서 마치 저자와 함께 독도의 비경을 감상하는 느낌이 절로 드는 것도 중요한 재미가 될 것입니다. “섬의 바람은 지향하는 바가 없다. 대양을 거침없이 질주하다가 느닷없이 바위섬에 부딪힌 바람은 놀라서 어쩔 줄 모른다. 돌진하는 바람을 보고 조마조마해 하는 섬의 사정은 봐주지 않고 저 혼자 비명을 질러대는 것이다. 바람은 절벽을 타고 하늘로 치솟았다가, 회돌이 하다가, 내리꽂히기를 거듭한다. 지칠줄 모르고 들이닥치는 바람은 새들의 날개를 꺽어 바위틈으로 몰아넣는다. 바위틈의 새들은 굶주리고 기진한 채 바람이 스스로 주저앉아 주기를 기다린다.(121쪽)”

 

인간이 스스로 만든 길을 따라가듯, 새들도 바람의 길을 따라 날고 있음을 발견한 저자는 독도의 거친 환경에서 살아남지 못하고 죽음을 맞은 새들을 위하여 조사(弔辭)를 헌정하기도 합니다. “처음, 이들 주검을 만날 때마다 묻어줄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머지않아 그것은 인간 본위의 값싼 동정이자 오만임을 알았다. 그 오만을 안 오늘, 비로소 그들 주검과 당당히 맞설 수 있게 되었다. 새들을 묻는 것은 흙을 밟는 인간 방식일 뿐, 바람을 딛고 사는 새의 방식은 아니라는 것. 인간은 매장함으로써 흙으로 돌아가지만, 새는 풍장함으로써 한줄기 바람으로 돌아간다. 한줄기 바람으로 돌아간 새는 비로소 그의 생을 완결하는 것이다.(84쪽)” 좁다고 느낌직한 독도지만 널따란 동해로 펼쳐지는 그곳에서 저자는 삶을 달관하는 경지에 오르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서 새의 주검에게 ‘바람의 땅 새의 혼백들아! 바람길 따라 구만리장천을 훨훨 날아올라라.’라고 축복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가 하면 저자는 독도를 방문한 단체가 독도경비대의 제지를 무시하고 돌출행동을 하는 모습을 통하여 법보다 무력이 앞서나가 원칙을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다는 현실에 전율하고 있습니다. 내국인이 그럴진대 냉혹한 국제관계에서 특정 국가가 독도를 공격해오는 상황을 가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독도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사정을 비교하기에 이릅니다. 일본은 독도를 향해 전투기가 발진할 수 있는 활주로 시설이 불과 157.5km 떨어진 오키섬에 있지만, 우리는 가까운 대구공항 활주로가 325km 떨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동일한 성능의 전투기가 독도까지 도착하는데 일본아 4분 걸린다면 우리는 8분 걸린다는 것입니다. 백번 양보해서 동시에 도착한다고 해도 도착하는 데까지 연료가 더 소모되기 때문에 작전시간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밖에도 한국과 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조기경보기와 이지스함의 숫자에서도 열세를 면치 못하기 때문에 독도를 두고 양국이 실제상황으로 맞붙게 된다면, ‘설마 우리가 밀리기야 하겠어?’라는 생각은 상황을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순진한 생각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어떤 곳을 제대로 느껴보려면 적어도 4계절을 나 보아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같은 곳이라고 하더라도 하루도 시간마다 다를 것이고, 계절마다 느낌이 다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자가 독도에 체류한 1년의 기록을 통하여 자연스럽게 저자와 동거(?)하면서 독도의 사계를 희미하게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예스에서 ‘독도’를 검색어로 넣어보면, 모두 360건의 국내도서와 10건의 외국도서가 검색되는데 모두 일본서적입니다. 물론 수입되고 있는 도서에 한정된 것이라서 외국어로 된 독도관련 도서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계인들의 머릿속에 독도가 한국 땅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면 독도에 관하여 우리의 입장에서 외국어로 쓴 이야기를 더 많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서 말씀드린 독도 우체통 활성화와 함께 독도에 관하여 외국어로 쓴 책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자께서는 혹시 이 책을 우선 영어로 번역하실 생각은 없으신지 여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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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학교는 왜 인성에 집중할까 - 하버드가 선정한 미국 최고 명문고의 1% 창의 인재 교육법
최유진 외 지음 / 다산에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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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의료계 현장에서 비윤리적 행위라고 할 사건들이 벌어지면서 의과대학의 교과과정부터 윤리교육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수면 위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과거에도 유사한 사건들이 없지는 않았을 터이나, 지금보다는 적었던 이유는 가정과 학교에서, 혹은 각자가 속한 집단 내에서 부모나 멘토에 의하여 자연스럽게 이어져왔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정과 학교 모두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데 모아지다 보니 윤리도덕에 관심이 엷어지고, 그러한 경향이 오랫동안 이어진 결과가 지금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결국 삶에 대한 생각이 여물어가는 청소년기에 좋은 인성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공감을 가지게 되는 것인데, 마침 참고가 될만한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버드대학에 선정한 미국 최고의 명문고인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에서 교사로 재직하셨던 최유진, 장재혁 선생님이 같이 쓰신 <세계 최고의 학교는 왜 인성에 집중할까>입니다. 솔직히 미국의 최고 명문고가 세계 최고의 학교라는 등식이 성립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또한 미국의 현실과 우리나라의 현실을 같은 수준에 놓고 비교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자들의 경험을 비추어 좋은 인재를 제대로 키워 미국 사회에 내보내온 이 학교의 장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이 책이 출간된 것을 계기로 이 학교를 향한 우리 부모들의 관심이 폭주하는 결과로만 이어질 가능성도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책을 통해 독자들과 함께 우리 학생과 자녀들에게 어떠한 교육을 경험케 하여 참 인재로 성장시킬 수 있을지, 그래서 선생님과 부모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찾아보고자”했던 저자들의 진심이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결과가 되고 말 것입니다.

 

저자들은 최고의 사립 보딩스쿨인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가 설립된 배경으로부터 자신들이 이 학교에서 교편을 잡게 되는 과정, 그리고 이 학교에서 학생들을 교육시킨 경험 등을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지난해 말 방영된 드라마 <왕관을 쓰려는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상속者들>의 분위기가 살짝 느껴졌다는 말씀과 함께, 모든 국민에게 모든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져야 한다는 이념을 쫓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과연 이런 교유기관이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목고를 불편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자사고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면서 학부모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도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동기가 되었습니다.

 

저자들이 책에 담은 내용들은 우리 교육현장에서도 실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설립자인 존 필립스가 재산기부증서에 적었다는 다음 내용입니다. “교사의 가장 큰 책임은 학생들의 마음과 도덕성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다. 지식이 없는 선함은 약하고, 선함이 없는 지식은 위험하다. 이 두 가지가 합쳐서 고귀한 인품을 이룰 때 인류에 도움이 되는 토대가 될 수 있다.(38쪽)” 그리고 열 두명의 학생과 교사가 앉아서 토론방식으로 진행되는 하크네스 수업도 관심을 가지게 합니다. 하크네스 수업방식은 정답을 가르치 과정이 아니라 다양한 가능성을 토론하면서 스스로의 정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라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인문학 뿐 아니라 과학 역시 이 방식으로 교육이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특히 제가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최유진 선생님께서 하크네스를 마치 전투처럼 인식해 다른 학생을 이기려 드는, 소위 하크네스 워리어의 생각을 바로 잡아주는 다음과 같은 말씀입니다. “무례해서는 안되지. 과학은 여러 학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협력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존중과 협력은 과학과 인생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이란다.(95쪽)” 2008년 제1차 광우병파동이 한창일 때,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과학자가 아니라고 몰아치던 자칭 전문가가 생각이 났기 때문입니다.

 

저자 자신의 삶을 요약한 부분에서 읽은 “미국의 대학 입시는 정확하게 점수로 떨어지는 수학공식이나 과학이라기보다는 변수가 많은 ‘예술’에 가깝다.”라는 대목을 두고, 한국의 대학 입시 역시 정확하게 점수로 떨어지는 수학공식이나 과학이라기보다는 눈치에 근거한 ‘도박’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씀과 함께, 1878년 시작된 엑시터와 앤도버의 미식축구경기는, 하버드-예일 미식축구에 버금갈 정도로 미국에서도 이름난 라이벌 경기라고 자랑하셨지만, 막상 책에 실린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관중은 골라인 근처에 옹기종기 서있는 스무 명 남짓에 불과한 것을 보면 ‘정말이예요?’하고 묻고 싶어집니다.

 

정리를 해보면, 하크네스 수업에서 자신을 드러내려면 다양한 분야의 독서와 말하기 그리고 글쓰기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 또한 학생들이 수업 이외에도 예능과 체육 그리도 봉사활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 참여하여 스스로를 발전시켜나가도록 자연스럽게 인도하는 학교의 기본방침이 중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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