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탈출법 - 현직 한의사가 귀띔해주는 명상 속
안상원.박경태.김병준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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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영화를 통하여 친숙한 영화배우 로빈 윌리엄스의 사망소식을 듣고서 생각이 많이 복잡해졌습니다. 우울증을 앓고 있던 그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이어졌기 때문입니다. 우울증을 치료하시는 정신과선생님 이야기를 들어보면 우울증은 참 어려운 질환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현대의학에서 적용하고 있는 약물요법, 면담요법 등 이외에도 다양한 시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우울증 탈출법>은 명상으로 우울증을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을 담고 있습니다. 우울증의 정의와 현대의학과 전통의학에서 사용하는 치료방법도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한의학을 전공하신 분과 다양한 명상기법을 운용하시는 분들이 같이 책을 꾸몄습니다. 다만 정신의학을 전공하신 분이 참여하셨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다른 질환도 마찬가지이겠습니다만, 정신과 질환의 진단이 복잡하고 전문적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일상의 근심과 고난마저 정신병으로 둔갑하는 시대, 범람하는 정신 장애에서 현대인을 구원하라!’라는 카피가 달린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http://blog.joins.com/yang412/13392396>에서는 정신질환 진단기준이 완화되어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폭증하는 것처럼 비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만큼 정신질환이 다양해지고 진단을 정하는 기준에 대하여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이런 배경을 이해한다면 현대의학에서 규정하는 정신질환을 진단하고 치료효과를 판단하는데 있어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볼 때,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있어 명상의 치료효과를 판단하는데 있어 중요한 요소가 빠져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들 역시 명상을 통한 우울증 치료에 전제가 필요하다고 적었습니다. “반드시 본인 스스로 우울증을 이겨내려는 의지가 있어야 하며, 명상 지도자나 의사의 지시와 조언에 따르고 스스로 노력해야만 한다. 이러한 노력에 현대의학과 심리학, 한의학적 치료기법들이 병행된다면 우울증은 결코 난치병이나 평생 불치병이 아닌 탈출 가능한 마음의 병으로 정의될 것이다.(80쪽)”

 

정신의학을 전공하신 의사들 가운데 우울증 환자의 치료에 실패하여 불행한 상황을 맞는 경우 입장이 난처해지거나 때로는 법적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의사가 아닌 경우에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도록 현행 의료법상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비의료인에 의한 유사의료행위가 만연하고 있는 것은 국민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울증 치료에 약물치료는 중요한 요소의 하나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물복용을 소홀히 하다가 불행한 일이 생긴 사례를 최근에 겪었습니다.

 

동양에서는 아주 오래 전부터 명상의 효과에 대하여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런 성과는 현대에 들어 더욱 발전해왔고, 1960년대 하버드 의대에서는 명상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명상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집중력과 면역기능을 강화할 수 있는데, 특히 뇌에서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증가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는 것입니다. 여기에 착안하여 세로토닌 분비가 줄어드는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명상을 이용해보려는 시도가 나오게 된 것 같습니다. 저자들은 집중명상, 마음챙김명상, 걷기명상, 호흡명상 등을 소개하며, 명상을 활용한 행동치유, 심리치유, 집단치유, 통신치유, 영성치유 등의 방법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현대의학에서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과 전통의학에서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 역시 요약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울증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학적 판단을 받지 않는 것은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있어 가장 적절하지 못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현대의학의 진단과 치료에 따르면서 보완적 요법으로 명상을 활용하도록 해야 치료효과를 판정하고 앞으로의 치료방향을 결정하는데 있어 오류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마음의 감기라고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우울증이 현대인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위기 상황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지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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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ph 2014-08-13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증은 병이라기보다는 .. 심오하고 진실된 인간의 증표이기도 하죠. 대부분의 위대한 위인은 우울증세가 있지요. 처칠, 아인규타인, 예수 공자.. 링컨 등등 ..우울증도 없다면 .. 오히려 어떤 재능도 심오함도 없는 지극히 평범하고 심심한 사람이라는 증거일뿐입니다.

처음처럼 2014-08-14 15:43   좋아요 0 | URL
공감이 되는 점이네요. 지극히 평범하고 심심한 저는 우울할 틈이 없는 것을 보면 말입니다. ㅎㅎ
 
작가란 무엇인가 1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인터뷰 1
파리 리뷰 지음, 권승혁.김진아 옮김 / 다른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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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 http://blog.joins.com/yang412/12935937>처럼 작가 스스로 소설가로 성장해온 과정이나 작품을 쓸 때 어떤 생각을 담으려 했는지를 설명한 글을 읽을 기회도 있습니다만, 대체적으로 작가들은 인터뷰를 피하는 경향이 있어 그들의 작품세계에 대하여 진솔한 이야기를 읽을 기회가 그리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아는 통상적인 인터뷰는 문예기자가 담당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소설의 세계를 잘 아는 소설가가 소설가를 인터뷰한다면 어떤 것을 물어볼까 궁금해집니다. 그런 점에서 노벨상이나 풀리처상을 수상한 작가를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들과의 인터뷰 기사를 싣고 있는 문학계간지 <파리 리뷰>에 대한 이야기가 이제야 소개되는 것은 이해하기가 조금 어려운 것 같습니다.

 

1953년 창간된 문학계간지 <파리 리뷰>에 실린 수많은 작가들의 인터뷰 중에서 현대 소설을 대표할 수 있는 소설가 12명의 인터뷰 기사를 골라 묶은 <작가란 무엇인가>는 이들의 작품세계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책에 뽑혀 실린 열 두명의 작가들은 움베르트 에코, 오르한 파묵, 무라키미 하루키, 폴 오스터, 이언 매큐언, 필립 로스, 밀란 쿤데라, 레이먼드 카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어니스트 헤밍웨이, 윌리엄 포크너 그리고 E.M. 포스터입니다. 이 들 가운데 어니스트 헤밍웨이, 오르한 파묵, 밀란 쿤데라 등 세 사람처럼 작품을 대부분 읽어 보았거나, 움베르트 에코(장미의 이름), 무라카미 하루키(1Q84), 윌리엄 포크너(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등은 적어도 한 작품은 읽어본 까닭에 읽은 책이 화제에 오른 부분에서는 인터뷰 내용이 가슴에 와닿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폴 오스터, 이언 매큐언, 필립 로스, 레이먼드 카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처럼 아직 그들이 작품을 전혀 읽어보지 못한 경우에는 조금 겉도는 느낌으로 읽었다는 고백을 드려야 하겠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이들의 작품을 읽게된다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읽은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들을 몇 가지 꼽아보겠습니다. 요즘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고들 말합니다. 이런 질문에 대하여 에코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즌마다 소설의 종말, 문학의 종말, 미국에서의 문해력의 종말에 대한 기사가 나오지요. 사람들이 책을 더 이상 안 읽는다!’라고 하지만 ‘인간 역사상 요즘처럼 이렇게 많은 책과 서점이 있고, 이렇게도 많은 젊은이들이 책방에 가서 책을 산 적이 한 번도 없었다’라는 것입니다(56쪽). 폴 오스터 역시 소설이 결코 죽을 수 없는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군요. “소설이야말로 두 낯선 사람이 절대적인 친밀함으로 만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독자와 작가가 소설을 함께 만드는 겁니다. 어떤 예술도 소설처럼 할 수 없슷ㅂ니다.k 그리고 어떤 예술도 소설만큼 인간 삶의 근본적인 내면을 그려낼 수 없습니다.(182쪽)”

 

소설을 읽을 때 기억해야 할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쿤데라가 한 말입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나면 최소한 시작 부분을 기억할 수는 있어야 한다. 안 그러면 소설이 그 형태를 잃게 되고 ’구조적 명료성‘이 흐려진다.(290쪽)’ 글을 쓸 때 가장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첫 번째 단락이라는 마르케스의 말을 듣는 순간 ‘바로 이거거든’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저 역시 글을 쓸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글의 첫 부분이 늘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글을 쓸 때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미주알고주알 풀어놓고 싶은 욕심이 앞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 보면 만리장성이 되고 부탁받은 원고량을 넘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조언을 새기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저는 항상 빙산의 원칙에 근거하여 글을 쓰려고 애썼습니다. 빙산의 전체의 8분의 7이 물속에 잠겨 있지요. 당신이 알고 있는 것을 안 쓰고 빼버린다 해도, 그것은 빙산의 보이지 않는 잠겨 있는 부분이 되어 빙산을 더욱 강하게 만들 것입니다. 작가가 알지 못하여 안 쓰는 것이라면 이야기에는 구멍이 생기기 마련입니다.(422쪽)”

 

옮긴이들의 설명을 인용하면, “인터뷰가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는 가장 중요한 점은 작가 자신들이 글을 쓰는 목적이나 글을 통해 만들어내는 세계가 어떠한지 이해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는 것입니다.(494쪽)” 그리고 글을 쓰는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작가로는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꼽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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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스트 - 밥상을 바꿔 기적을 만난 사람들
다리야 피노 로즈 지음, 신예경 옮김 / 시공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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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디스트(foodist)>라는 제목이 익숙한 듯하면서도 분명하게 잡히는 개념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면 푸디스트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일종의 급식업체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사전에도 아직 올라 있지 않은 푸디스트를 어떻게 우리말로 옮길 것인지, 또 영양사(nutritionist)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푸디스트>에서 저자는 ‘맛있고 몸에 좋은 진짜 음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UCSF에서 신경과학을 연구한 다리야 피노 로즈박사입니다.

 

과학자 이전에 여느 여성과 마찬가지로 다이어트에 관심을 가지면서 앳킨스 다이어트, 사우스 비치 다이어트 등 유명하다는 다이어트법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시도해보았다는 저자입니다. 물론 이러한 다이어트법을 시도하여 깡마른 모델 몸매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그것은 무언가를 희생해야 체중 감량에 성공할 수 있다는 다이어트족의 신념 덕분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사는 삶이 결코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즉 에너지와 영양분, 즐거움을 고갈시키는 다이어트 방법이 멋진 몸매를 유지하는 것은 고사하고 원하는 몸을 얻는데 그리 효과적이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두 차례 다이어트를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군의관으로 입대하였을 때였습니다. 3군 사관학교에 입소한 첫날아침 구보에서 바로 헐떡이며 낙오한 것이 충격이었습니다. 과체중이 문제였던 것입니다. 일단 구보를 포함한 모든 훈련에 빠짐없이 참여하면서 다소 빠듯하다 싶을 정도로 식사를 줄였더니 체중이 눈에 띄게 줄기 시작했습니다. 8주의 훈련을 마치고서는 80kg 후반대였던 체중이 60kg대로 진입한 것입니다. 매주 2kg정도씩 체중이 줄었던 것 같습니다. 후유증도 있었습니다. 삼군사관학교에서 훈련을 마치고 군의학교로 복귀했을 때는 짬밥냄새만 맡아도 욕지기가 나는 바람에 식당에 갈 수 없게 된 것입니다. 극단의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에 나타난다는 거식증의 초기증상이었던 모양입니다. 매점에서 산 빵으로 끼니를 대신하면서 극단적인 다이어트가 별로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서울 북쪽에 있는 후송병원에 배치되면서, 테니스를 배우는 등 운동을 꾸준하게 이어갔지만 체중은 조금씩 늘었습니다.

 

의사협회에서 일할 무렵, 체중이 입대전 수준으로 돌아간 적이 있습니다. 지하에 있는 사무실에서 계단을 올라오는 것이 힘에 부칠 정도로 헐떡이면서 상황이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운동과 다이어트를 겸한 체중조절에 들어갔습니다. 집 가까이 있는 양재천 산책길을 걷기 시작하였는데,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식사약속이 없는 날에는 양재천 산책에 나갔습니다.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50~60km를 걸었고, 협회를 그만두고는 한 주일에 100km를 걷기도 했습니다. 꼭 1년이 지났을 때는 훈련소에서 체중을 줄였던 만큼의 효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목표를 달성한 다음에는 식사량을 평소처럼 하면서 산책은 기회가 되는대로 꾸준하게 하면서 체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체중유지모드에 들어선지도 벌써 6년째입니다. 물론 현재도 표준체중보다는 다소 무거운 편이라서 조금 줄여보려고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두 번의 다이어트 경험을 돌아보면, 저자가 지적하는 것처럼 ‘고통 없이 얻는 것도 없다’는 다이어트족의 신념을 저도 그대로 따랐던 것 같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맛있는 음식을 거부하지는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만 평소보다 더 먹은 날에는 운동량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했던 것이 극단적으로 음식을 줄이는 다이어트족과의 차이였다고 할까요? 하지만 이 또한 다이어트족의 신념 그대로인 셈입니다. 그런 저에게 <푸디스트>는 자신에 맞는 체중을 유지하는 새로운 길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책과 잡지에서 의존해서 다이어트를 하던 저자가 과학논문에서 얻는 데이터를 통하여 확인한 사실은 놀랍게도 모든 다이어트는 초반 체중감소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그 효과를 유지하는 비율은 고작 5%에 불과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체중조절에 실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산업화된 생산 방식으로 만든 가공식품이라는 사실입니다. 해결방법은 미정제곡물과 농산물 직매장에서 구입한 제철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것이 건강한 체중을 유지하는 핵심요소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적당한 양의 근력운동과 중량 운동을 곁들이면 금상첨화가 된다는 것입니다.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다이어트 소다나 에너지 바, 단백질과 식이섬유의 함량을 인공적으로 높인 다이어트식품도 필요 없다는 것입니다.

 

푸디스트는 다이어트를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다이어트는 진짜 음식을 섭취함으로써 평생 이러갈 수 있는 습관이 아닌, 단일 영양소와 제약 조건을 강조하는 일시적인 섭식계획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이어트 플랜이 종료되면 체중이 원래 상태로, 때로는 원래 상태를 넘어서, 복귀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진정한 행복은 나무랄 데 없이 건강한 몸과 만족스러운 사회생활, 풍부한 문화경험, 즐거운 신체활동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푸디스트는 삶의 질을 최대한 개선하기 위해 양질의 진짜 음식에 중점을 둔 생활방식을 몸에 익히게 된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이 진짜 음식과 지속적인 체중감소가 인생의 한 부분으로 영원히 자리하도록 도와주는 일종의 훈련교본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사실 미국의 식문화가 우리의 식문화와 많이 다르기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책이 제시하는 체중을 유지한다는 목표를 방해하는 일상의 문제와 몸에 밴 습관을 극복하는 방법을 이해하고, 각자의 생활양식과 기호에 맞게 전략을 수립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전략을 저자는 다이어트라는 용어 대신에 ‘헬스스타일’을 구축한다고 말합니다.

 

<푸디스트>는 모두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잘 먹어야 건강하고, 건강해야 행복하다’라는 제목의 제1장에서는 다이어트는 바보들이나 추구하는 백해무익한 일이라는 것을 설명하였습니다. 다이어트식품을 포함한 가공음식 대신 건강한 진짜 음식을 찾아서 먹는 습관을 몸에 익히는 대안을 제시합니다. 엄청난 규모로 성장한 식품산업이 광고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우리를 세뇌시켜온 마케팅 메시지에 묻혀버린 ‘진짜 음식을 먹으라’는 메시지를 되살려내는 일입니다. ‘건강을 부르는 밥상, 밥상이 만드는 기적’이라는 제목의 제2장에서는 건강한 식습관을 몸에 익히는 방법을 설명합니다. 당연히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각자의 생활양식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아내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주방환경, 생활환경, 작업환경을 조성하는 방법도 알려주고 있습니다. ‘날마다 실천하는 푸디스트’라는 제목의 제3장에서는 가정과 직장, 식당은 물론 여행 중 가장 바람직한 음식 결정을 내리는 방법을 소개하였습니다. 사실 식습관은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닙니다. 따라서 가정에서 그리고 직장에서 같이 생활하는 사람들이 동참해야 확실한 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책을 읽다보면 핵심 메시지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이런 독자를 위한 저자의 배려가 돋보이는 점이 바로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 중간요약입니다. 전형적인 모범생의 공부방식입니다. 책을 읽기 시작해서 제일 처음 만나는 요약이 바로 ‘체중 감량에 실패하는 확실한 방법 아홉 가지’입니다. 지나치다 싶은 두어 가지를 골라보면, ‘아무리 아쉬워도 평소 좋아하던 음식을 싹 무시하라’, ‘음식섭취를 급격히 제한하라’, ‘엄청나게 불편한 다이어트를 골라라’ 등입니다. 역설적으로 이 방법을 무시하면 체중감량에 성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식품은 분명하게 알아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첫 번째가 바로 설탕입니다. 저자는 “설탕은 체중 감소, 건강, 장수를 방해하는 공공의 적”이라고 규정합니다. 여기서 설탕은 정제설탕을 말합니다. 꿀, 아가베 시럽, 몰라세스처럼 천연에 가깝거나 가공을 적게 한 감미료의 경우는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만, 고농축 단맛의 공급원이므로 많이 섭취하면 안 된다고 합니다. 인공감미료의 경우는 식욕과 달콤한 음식에 대한 갈망이 커질 수 있으므로 체중감량을 보조하기 위한 목적으로는 사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은으며, 여기에 더하여 어딘가 모르게 만족스럽지 못한 맛이라는 점도 결정적인 이유기 됩니다. 설탕에 이어 밀가루 역시 우리 몸에 좋지 않은 식품 목록에서 빠져서는 안 되며, 가공육 역시 우리 몸에 끔찍하게 나쁘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다만 산업화된 생산방식이 아닌 전통적인 방법으로 훈연 및 보존처리한 가공육, 예를 들면 이탈리아의 프로슈토나 스페인의 하몽 이베리코 등은 월등한 맛 때문에 저자의 헬스 스타일에 포함되기도 한답니다.

 

요구르트, 콩, 계란흰자, 마가린, 바나나, 콩고기, 단백질 바, 통곡물 가루, 저지방 샐러드드레싱 그리고 과일주스처럼 지나치게 과대 포장된 건강식품 목록이나 굴, 사우어크라우트와 김치, 색이 짙은 고기와 내장육, 해조류, 계란 노른자, 일반콩과 렌틸 콩, 뿌리채소, 커피, 경성치즈, 그리고 버섯과 같이 과소평가된 건강식품의 목록도 주목할 사항입니다. 김치를 비롯하여 우리가 많이 먹는 음식의 재료들이 과소평가된 건강식품의 목록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습관을 바꾸는 가장 좋은 방법은 현재의 습관을 제대로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네 번째 이야기, ‘남은 인생을 바꿀 2주간의 음식일지’가 중요합니다. 저자는 푸디스트의 일지를 예시하고, ‘음식일지는 습관적인 음식 섭취 패턴을 확인하는데 도움이 되고, 무의식적으로 음식을 먹게 만드는 유발 요인과 각본, 보상을 분리해서 생각하기 쉽게 만든다,(116쪽)’라고 그 효능을 분명히 적었습니다. 음식일지에서 습관의 목록을 작성하다보면 과식유발요인을 찾아낼 수 있고 긍정적인 면을 찾아내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당연히 체중측정은 필수요소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저의 두 번째 체중감량작전에서나 목표를 달성한 다음 체중유지모드로 전환하여 지금에 이르기까지 체중측정은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매주 토요일 아침에 체중을 재고, 체중에 영향을 미친 특별한 식사를 기록하였습니다. 그 기록은 저의 개인블로그에 공개하고 있는데, 아마도 스스로를 단도리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가 추천하는 ‘건강한 식습관을 시작하기 위한 단순한 목표 열 가지’는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1. 아침을 먹어라, 2. 매주 식료품 장보기를 하라, 3. 점심과 저녁에 푸른색 채소를 섭취하라, 4. 일주일에 세 번 생선을 먹어라, 5. 가당 식품은 일주일에 한번으로 제한하라, 6. 매주 새로운 종류의 채소를 먹어보라, 7. 직장에 도시락을 싸가라, 8. 평일 저녁 식사는 집에서 만들어 먹어라, 9. 물병을 들고 다녀라, 10. 니트 운동법을 받아들여라, 등입니다. 어떻습니까? 어렵지는 않겠지요?

 

저자가 집밥을 강력하게 추천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자신이 섭취하는 음식의 성분과 양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활동을 하다보면 외식이 불가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끼니를 밖에서 해결하는 사람은 체중을 조절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아무래도 식당에서 쉽게 맛을 내려면 조미료를 비롯해서 설탕과 소금 그리고 기름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다이어트에 운동은 필수적으로 따라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과학자들은 니트, 즉 우리가 매일 하는 일상적인 활동만으로도 충분히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자신의 체중을 유지하는데 하루 만보 정도면 충분하다고 합니다. 제 경우는 1만 4천보 정도면 10km정도에 해당합니다. 헬스클럽에 가서 자전거나 트레드밀을 타야 운동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만, 이런 운동은 웬만한 의지력이 없으면 지속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내와 함께 양재천을 걷습니다. 사계에 따라 변하는 모습도 보고 또 걸으면서 ‘[북소리]를 어떻게 쓸까?’하는 생각도 합니다.

 

이처럼 <푸디스트>는 우리가 평소에 하는 생활습관에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왕에 알고 있던 다이어트와는 차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조금 신경을 쓰면 자연스럽게 달성할 수 있는 체중유지 방법을 몸에 익히면 삶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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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은 사람이다 - 옷이 말하는 문화와 역사 읽기
송명견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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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생활하는 기본요소로 의․식․주(衣․食․住)가 필요하다고들 합니다. 그런데 이 기본요소들 가운데 인간에게 꼭 필요한 순서대로 늘어놓으면 어떤 순서가 될까요? 우선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보면, 먹어야 살 수 있었을 터이니 식(食)이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였을 것 같습니다. 그 다음은 쉽지 않지만 비나 눈, 추위는 물론이고 위험한 동물로부터 안전하려면 주(住)가 다음이 아닐까요? 그 다음이 의(衣)가 되는데, 보온을 하고 외상을 방지하는 기능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식․주․의(食․住․衣)가 아니고 의(衣)가 제일 앞에 오게 된 사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요? 역시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따먹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몸을 가리는 일이었다고 하는 성경말씀을 인용하는 것이 쉽게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부끄러운 곳을 가린다는 것, 나의 지위를 나타내고 싶다는 욕망, 즉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행위가 먹고 사는 일보다 우선하게 된 문명화된 사회에서 순서를 정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살아가는데 있어 옷이 그만큼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송명견교수님의 칼럼집 <옷은 사람이다>에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옷’이라는 순수한 우리말이 바로 사람을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입니다. ‘옷’이라는 우리말을 세로로 길게 늘여 보면 사람 모습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이처럼 저자는 우리가 일상에서 미처 깨닫지 못하던 옷에 관한 이야기들을 조곤조곤 풀어내고 있습니다. 패션관련매체는 물론 경제지에 발표된 칼럼들을 모으다보니 칼럼을 쓰던 당시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었던 일을 의복과 연관을 짓고 있어 새로운 시각으로 기억할 수 있는 것도 특기할 만합니다. 이미 발표된 칼럼에 더하여 이 책을 위하여 쓴 글도 있어서 옷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읽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옷의 역사는 물론 패션의 힘에 관한 글도 관심을 가지고 읽었습니다만, 특히 과학의 시각으로 옷을 관찰하는 글은 의학을 전공한 저에게 새로운 관점을 얻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저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희소식이 될 것 같습니다만,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서늘하다 싶을 정도로 옷을 입으면 하루에 148.16kcal의 에너지가 더 소모된다고 합니다. 다이어트를 할 때,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에 더하여 ‘의복처방’을 더하면 시너지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또한 병원에서도 의류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생각에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즉 병원에서 일하는 분들이 입는 의복의 실용성보다도 질병의 종류에 따라서 적절한 의류를 사용하고 소독을 포함한 관리 역시 전문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는 제안입니다. 앞으로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월호와 관련한 내용도 있습니다. 아직도 노란리본을 달고 다니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노란리본은 ‘살아서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색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이제는 검정색 리본을 달아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제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제 동아일보는 지난달 말레이시아 여객기 사고로 193명의 희생자를 낸 네덜란드의 애도분위기를 다시 정리하였습니다. 그 누구도 타인에게 슬픔을 강요하거나 남의 일상생활에 손가락질을 하며 죄의식을 불어넣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동아일보 2014년 8월 9일자 기사, ‘[박정자의 생각돋보기] 네덜란드 사람들은 역시 쿨했다.’) 그런데 세월호가 침몰하고서 온 세상이 조문하는 분위기가 되면서 하루 끼니가 어려운 분들이 생겼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기도 했습니다. 그 분들의 애통하고 억울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는 것도 고려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전통 복장에서부터 근대화 이후에 들어온 서양의 복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복의 역사를 챙겨볼 기회가 되었습니다. 특히 복식의 전문용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사진과 스케치 등을 곁들이고 있는 점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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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지와 존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8월
평점 :
절판


역시 무더위를 쫓는데 장르소설만한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전주로 내려가는 고속버스가 출발하면서 읽기 시작한 <로지와 존>은 정안휴게소에 닿기 전에 모두 읽었습니다. 옆 자리에 누가 앉았는지, 창밖의 풍경이 어땠는지는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어느 것도 읽는 흐름을 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프랑스의 대표적 추리소설작가로 떠오르고 있다는 피에르 르메트르의 작품은 처음입니다. 대학에서 프랑스문학과 영문학을 가르치다가 55살에 뒤늦게 데뷔한 그는 처녀작 <이렌>으로 코냑 페스티벌 최구소설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고 합니다. 작가는 <이렌>에서 창조한 인물, 파리 경시청의 카미유 베르호벤 반장을 주인공으로 하여 <알렉스> 그리고 <카미유>로 이어지는 3부작을 기획했다고 하고, <로지와 존>은 카미유 베르호벤 시리즈의 외전에 해당된다고 합니다. 우리의 주인공 카미유 베르호벤은 145센티미터로 왜소한 체격을 가지고 있지만, 예리한 지성과 섬세한 감성을 가지고 있으며, <로지와 존>에서는 사건을 이끌어간다기 보다는 로지와 존 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적 대결을 관찰하면서 두 사람의 입장에 서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이야기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폭탄테러사건을 둘러싸고 3일에 걸쳐 벌어지는 상황을 분 단위로 쪼개서 뒤쫓고 있는 만큼 긴박하게 흘러갑니다. 3일이라고는 하지만 첫째 날 15시에 시작해서 셋째 날 오전 5시 15분에 상황이 종료되기 때문에 38시간 정도로 아주 짧은 시간에 사건이 발생하고 마무리되는 초특급으로 진행됩니다. “누구나 전혀 예기치 못한 사태와 마주치면 삶이 송두리째 뒤흔들리게 된다.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사이에 발을 디디고 있던 빙판에 균열이 생기면, 아무리 침착한 사람이라도 엉겁결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 보통 결정적인 사태가 발생하기까지는 불과 10여초도 걸리지 않는다.(13쪽)”

 

요즈음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서두를 떼는 이유는 엄청난 재난을 예고하려는 속셈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 재난은 바로 연쇄폭탄테러입니다. 어느 날 17시 파리 18구 조제프-메를렝 거리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납니다. 도심지역에서 일어난 폭탄테러임에도 불구하고 사망자 없이 부상자만 24명이 발생한 것은 기적이라고 할 일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일은 폭탄테러의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존이 사건발생 2시간 만에 경시청에 출두한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이 모두 7곳에 1차 대전 때 사용되었던 140밀리 폭탄을 설치했다고 하면서 현재 복역 중인 어머니와 자신이 호주로 떠날 수 있도록 새로운 신분증과 정착에 필요한 400만 유로를 제공하라는 요구를 합니다.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프랑스국경을 벗어나는 즉시 나머지 여섯 개의 폭탄이 묻혀있는 곳을 알려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던 것입니다.

 

아무리 사건현장에서 범인을 목격한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런 요구를 들어줄 경찰은 아마도 없을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범인과 경찰은 두 번째 사건의 발생을 가지고 밀당을 하기 마련입니다. 결국 존은 테러전담반의 펠르티에르 반장에게 넘겨져 심문을 받지만 버티다가 이틑날 아침 9시에 터질 것이라고 예고합니다. 그것도 어느 유치원에서.... 결국 경찰은 복역중인 어머니 로지를 존과 대면시키게 되는데, 존을 만난 로지는 이렇게 말합니다. “네가 나를 외면하지 않을 줄 알았어. (…) 넌 성공할 거야. 난 그걸 알아....(129쪽)” 처음 읽을 때는 그저 스쳐지나갔습니다만, 사건이 종결된 다음에서야 이 말에 담긴 의미를 다시 새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행히 폭탄은 9시가 넘어서도 터지지 않자 범인은 “어떻게 된 일인지 잘 모르겠어요....(149쪽)”라면서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지만, 베르호벤의 눈에는 혼란스러워하는 기색과 냉담한 거리감이 묘하게 교차하고 있는 것이 감지됩니다. 무슨 이유일까요? 유치원에서 폭탄이 터지지 않은 가운데 오후 2시에는 프랑스텔레콤의 배선실에 설치된 폭탄이 발견됩니다. 그리고 저녁 9시 드디어 오를레앙에 있는 유치원에서 폭탄이 터지게 됩니다. 결국 베르호벤은 총리에게 존의 요구를 들어줄 것을 요청합니다. 그러면 존과 로지는 무사히 프랑스를 떠나 호주로 향하게 될까요? 존이 폭탄테러를 기획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작가가 마련한 마지막 반전은 무엇일까요?

 

깔끔하고도 늘어지지 않는 상황묘사와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로, 존과 로지 사이에 얽혀 있는 지난한 삶의 수수께끼를 제대로 풀어낼 수 있었던 것이 바로 피에르 르메트르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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