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반바퀴 너머, 아르헨티나
손주형 지음 / 이담북스 / 2014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남미를 여행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아르헨티나도 포함되겠지요. 그리고 보니 <아빠 함께 가요, 케냐; http://blog.joins.com/yang412/12493525>로 이미 만난 적이 있는 저자입니다. 그런데 이분은 2010년부터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 중국을 거쳐 아르헨티나에 이르기까지 매년 책을 한권씩 내고 계신 분이네요.

 

지하수 환경 분야를 전공하신 저자는 1996년 한국농어촌공사에 입사해 2007년부터는 에티오피아·케냐·탄자니아·DR콩고·남아프리카공화국·가나 등 저개발국가로 식수관련 업무로 출장을 다니면서 여행에서 느낀 점들을 책으로 내고 계시다고 합니다. 전문분야에 관련된 책들도 계속 해서 내놓으시면서 열심히 사시는 분이기도 합니다.

 

남미 쪽으로는 처음 출장을 가셨던 모양입니다. 이번에도 ‘여행가이드라기보다는 아르헨티나를 이해하기 위한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책을 썼다고 했습니다. 저 역시 미국에서 여행하면서 느꼈던 것입니다만, ‘여행은 출발 전에 공부하고 준비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현지에서 많은 것을 보고 느끼다가, 돌아온 후에는 갔다 온 것을 추억하고 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는 저자의 말씀에 공감합니다.

 

저자가 가신 곳은 인천에서 비행기만 26시간을 타고 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도 다시 비행기를 타고 북쪽으로 2시간을 더 간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라고 합니다. 우리네 시골과는 달리 길이가 10km가 넘는 개인농장들이 흩어져 있어 사람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합니다. 땅덩이가 넓으니 그런 모양입니다.

 

인천을 떠나 산티아고 델 에스테로에 이르는 동안 보고 들은 것들을 소소한 것까지 빠트리지 않고 글로 그리고 사진으로 보여주고 있어 아르헨티나라는 나라가 피부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아르헨티나 국내선 비행기는 짐칸에 싣는 수하물을 15kg밖에 부치지 못한다는 것 같은 깨알 같은 정보도 빠트리지 않는 세심함입니다. 시골이라서 사람을 만나기 어려운 탓에 모기가 사람을 엄청 반기더라는 이야기도 재미있습니다. 모기퇴치로션은 얼굴이나 팔 같이 노출되는 곳에 바르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옷을 뚫고 피를 빠는 녀석들을 퇴치하기 위하여 옷에다가 바르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말씀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떠올릴 수 없는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로 해외에서 열리는 학회나 회의에 참석하기 위하여 출장을 다니던 제 경우에는 출장 일정이 학회나 회의 전날 도착해서 끝나는 날 돌아오도록 되어 있어 현지구경은 꿈도 꾸어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만, 저자의 경우는 나름대로 여유가 있는 출장인 것 같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먹고 마시는 것을 포함한 일상적인 일에 더하여 탱고공연을 비롯하여 볼만한 곳까지 돌아보고 느낌을 적고 있습니다. 탱고에 관해서는 저도 읽은 <탱고 인 부에노스 아이레스; http://blog.joins.com/yang412/12847325>를 소개하는 정도로 하고, 탱고공연을 본 느낌을 간략하게 요약하기도 합니다. 반면에 페론의 개혁이라거나 말비나스전쟁 - 포클랜드는 영국에서 붙인 이름이고 아르헨티나에서는 말비나스섬이라고 한답니다.-의 배경에 대하여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여,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기회를 주기도 합니다.

 

저도 요즈음 스페인여행기에 다녀온 이야기를 적고 있습니다만(http://www.medicaltimes.com/Users4/News/NewsList.html?nSection=32) 제 경우는 저자와는 달리 소소한 일상이나 보고 들은 이야기보다는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소고기에 관한 내용 가운데 독일 사람이 개발했다는 소고기 엑기스는 유럽으로 수출하는 소고기를 얻고 버려지는 고기를 활용하기 위하여 개발하여 동물사료로 사용하게 되었다는 내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행이 재미있으려면 현지에 대하여 충분하게 공부를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조만간 가게 될 아르헨티나를 개괄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청멍충한 - 기묘한 이야기에 담아낸 인간 본성의 아이러니
한승재 지음 / 열린책들 / 2015년 2월
평점 :
품절


오래전에 중국 무협소설이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무협소설에서는 백면서생이 기연으로 손에 넣은 무술비급을 연마하여 무림고수가 된다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무림비급이 내 손에는 들어오지 않나 생각하곤 했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니 비급은 무술을 담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에게는 치매라는 질환의 병리소견을 담은 책이 비급이었습니다. 다만 너무 일찍 만나는 바람에, 아니면 끈기가 부족해서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 못해서 아쉬울 뿐입니다.

 

비급에 대한 환상을 작품에 풀어놓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유명한 움베르토 에코 역시 <장미의 이름; http://blog.joins.com/yang412/12891200>에서 1968년 우연히 입수한 프랑스 사제 뱅자맹 발레가 불어로 번역한 아드송의 수기에 담긴 이야기를 뒤쫓고 있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유명작가도 이럴진대 작가에 꿈을 두고 있는 분이라면 한번쯤은 생각해보았을 듯합니다. ‘비공인소설가’라는 프로필을 보면서 ‘뭐야?’하는 기분이 드는 한승재 작가는 건축 디자이너가 본업이면서도 글을 쓰는 분이라고 합니다. 자비출판도 불사하신다고 하는데, 저 역시 자비출판을 두어 차례 해보았지만, 웬만한 투지가 아니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 유명한 프루스트 역시 <시간을 찾아서>의 첫 번째 에피소드를 자비로 출판했다고 하니, 자비출판은 작가가 자신을 알리는 방편도 되는 것 같습니다.

 

<엄청멍충한>은 한승재 작가가 열린책들과 계약을 맺고 세상에 내놓은 단편집이라고 합니다. 일단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는 이야기겠지요? 바로 <엄청멍충한>에서 작가는 무림의 비급이랄 기법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프롤로그에서 그 비급을 얻은 과정을 소상하게 설명하였는데, 믿어야 되나 싶었습니다. 그 이유로 꼽을만한 내용은 이렇습니다. 먼저 작가가 알지 못하는 이름의 나라를 여행하다가 배안에서 만난 니안(niian)이라는 사람이 완성한 이야기책을 건네받았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여덟 편의 단편이 실린 <엄청멍충한>은 니안이라는 사람이 전해준 이야기책에서 뽑은 글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니안이라는 사람은 스페인어와 중국어를 섞은 듯한 이상한 말투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한국인인지 외국인인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군요. 작가께서 스페인어와 중국어를 이해하실 수 있기 때문에 3일 동안 이 사람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니안이 건네준 이야기책은 우리말로 되어 있었을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여덟편의 단편 가운데 한국을 무대로 한 것이 분명한 작품도 있지만, 무대가 어디인지 파악하기 어려운 것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무대가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이 거의 다국적군이라고 할 정도이니까요.

 

소재가 참 기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검은산’에서는 우리가 늘 타고 다니는 대중교통의 교통카드가 소재가 되었고, ‘지옥의 시스템’에서는 러닝머신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니 한승재 작가야말로 세렌딥의 세 왕자와 닮은 데가 많은 모양입니다.(맷 킹돈 지음, 세렌디피티; http://blog.joins.com/yang412/13612497) 소재가 기발하다보니 이야기 전개도 거침이 없습니다. 마음이 약한 임산부나 노약자는 고려해야 할 피가 튀는 잔혹한 장면도 사양하지 않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니안이라는 사람이 건넨 원고에 포함되어 있다고 했기 때문인지 이야기줄거리에 맞는 사진은 물론 간단한 스케치로 된 그림까지도 곁들여 읽는 이의 이해를 돕고 있기도 합니다. 기왕의 소설작품들에서는 볼 수 없는 점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들은 하나 같이 놀랄만한 반전을 담고 있습니다. 그 반전의 의미를 깨치는 것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결국은 많이 생각하면서 읽어야 한다는 것인데, 저 같이 별 생각없이 소설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부담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결정적인 반전은 ‘니안의 황당한 글을 옮기는 내내, 내가 그의 멍충한 짓에 휘말린 하수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287쪽)’라고 에필로그에 쓴 작가의 고백과 작가와 어떤 친분이 있어서 출간 전에 원고를 읽고 독후감까지 쓰셨는지는 모르겠으나, 오호근님의 독후감에 등장하는 니안의 정체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렌디피티 - 우연을 성공으로 이끄는 혁신의 힘 PSI 좋은책 11
맷 킹돈 지음, 정경옥 옮김, 김경훈.신기호 감수 / 이담북스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영전략, 특히 경영혁신을 다루고 있는 맷 킹돈의 <세렌디피티>를 읽었습니다. 혁신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잘 알려진 개념이라고 합니다만, 저로서는 생소한 단어였습니다. 노무현정권에서 정부기관에서 일할 때 맡은 업무보다 더 과중했던 혁신 업무를 할 때도 들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혁신을 성공시키려면 기발한 생각, 저돌적인 추진력, 큰 행운이나 ‘세렌디피티’가 모두 작용해야 가능하다고 합니다. ‘세렌디피티(serendipity)’의 어원은 오늘날의 스리랑카로 생각되는 세렌딥(serendip)의 세왕자 이야기를 영국 수상의 아들이자 문필가인 호레이스 월풀이 1754년에 인용하면서라고 합니다. ‘항상 우연과 지혜로 탐구되지 않은 것들을 발견한 세렌딥의 세 왕자’를 언급하면서 “사실 그 발견 때문에 내가 세렌디피티를 매우 의미 심장한 말이라고 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25쪽”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천년전 세렌딥의 세 왕자는 낙타몰이꾼이 잃어버렸다는 낙타에 대하여 마치 본 것처럼 묘사하는 바람에 도둑으로 몰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관찰한 주변의 정황으로부터 유추하여 낙타의 특성을 정확하게 짚어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즉 보통 사람들이라면 놓쳤을 사소한 일들을 조합하면 의미있는 무엇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주말에 기고한 ‘기왕이면 다홍치마(http://www.docdocdoc.co.kr/news/newsview.php?newscd=2015021100034)’라는 제목의 칼럼을 두고, 같이 근무하시는 분들로부터 인사를 많이 받았습니다. 심평원이 하고 있는 평가업무와 그 개념이 똑 떨어지게 들어맞는다는 것을 어떻게 찾아냈느냐는 것입니다. 기발한 생각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늘 머릿속에 두고 생각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으면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생각이 들었다고 답하곤 합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열심히 매달리고 대담해질 준비가 되어 있다면 직접 행운을 부를 수 있다.(34쪽)”는 것입니다. 이 책은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선 혁신을 찾는 주인공이 혁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해가는 과정을 따라가고 있습니다. 1장은 ‘주인공’입니다. 혁신의 기회를 잘 이용하는 사람들의 사례들을 분석하여 모델화하고 있습니다. 즉 혁신에 성공한 사람을 닮아가라는 이야기입니다. 2장 ‘자극을 찾아서’에서는 혁신의 소재를 찾아내려면 어떤 습관을 가져야 하는지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습관 역시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3장 ‘아이디어를 현실로’에서는 찾아낸 혁신의 소재를 갈고 닦아서 실행에 옮기려면 무엇이 필요한가를 정리하였습니다. 앞서 말한 추진력이 필요한 순간일 것입니다. 4장 ‘충돌의 과정’은 혁신을 실행에 옮길 때 예상되는 저항은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등에 관한 설명입니다. 5장 ‘조직과의 전투’에서는 혁신의 현실, 현실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강한 조직의 특성을 설명합니다. 매 장의 끝에는 ‘Let's Play’, 즉 실행에 옮기는 방안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혁신을 주도하는 리더가 목표를 “매일 직설적으로, 측정가능하거나 ‘기준을 삼을 수’ 있게, 승리하고 적을 쳐부수고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고 어마어마한 부자가 되자는 등 인간의 기본적인 본능에 호소(49쪽)”할 것을 주문합니다. 혁신의 여행을 바라보는 단순한 방법으로 제시하는 “I x I x I x I = I”라는 개념도 아주 재미있습니다. Identify, Insight, Idea, Impact를 모두 곱하면 Innovation에 이를 수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이런 요소들을 곱한다는 것입니다. 네 가지 요소 가운데 어느 하나가 0이 되면 혁신은 물 건너가는 것입니다. 그만큼 개별 요소들이 가지는 파워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혁신을 추구하는 사람은 목표에 집중하고, 사랑과 열정을 가지고, 과감해야 하며, 모험도 불사해야 한다고 합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올라간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혁신이 바로 그렇습니다. 사공이 많으면 방향을 잃고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혁신은 피자를 한 판 이상은 먹기 어려운 소수의 적임자로 구성되어야 하고, 이들은 프로젝트에 끝까지 집중(259쪽)’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혁신에 관심을 가진 경영자나 조직의 일원이라면 읽고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행복을 선택한 사람들
숀 아처 지음, 박슬라 옮김 / 청림출판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매튜 D. 리버먼교수의 <사회적 뇌, 인류 성공의 비밀; http://blog.joins.com/yang412/13607119>을 소개하면서 인간은 고통을 회피하고 쾌감을 얻기 위하여 사회적 관계에 관심을 늘리도록 진화해왔다고 내용을 요약하였습니다. 즉, 사회적 관계망을 확대함으로써 인류는 더 현명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사회 안에서 타인들과 관계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며, 조화를 이루기 위하여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이 중요한데 일련의 과정들은 대뇌의 신경망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점을 기능성 MRI를 이용한 실험데이터를 가지고 설명합니다.

 

<사회적 뇌, 인류 성공의 비밀>의 리뷰를 마무리하면서 ‘인간이 결코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회적 관계망 하나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 오히려 위험해 보인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버드대학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행복학’ 강좌를 이끌고 있는 숀 아처교수의 <행복을 선택한 사람들>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숀 아처 교수는 주장은 사회관계망을 잘 만드는 능력, 즉 ‘사회지능(SQ)을 지능지수(IQ), 감성지능(EQ)에 더하고,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행동과 실천으로 옮기는 긍정지능이야말로 중요하다’라고 주장합니다. 이번 주에 숀 아처교수의 <행복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북소리]에서 소개하려고 선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먼저 IQ, EQ, SQ가 개발되어온 배경을 설명하였습니다. 지능지수(IQ, Intelligence quotient)는 언어 및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도구로 개발된 것으로 1980년대까지는 인간의 잠재력을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 믿었습니다. 하지만 IQ로 직업적 성공을 예측하는 적중도는 20~25퍼센트에 불과했는데, 이 정도 예측력이라면 동전을 던져 어느 쪽이 나올지 맞출 확률보다도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EQ는 하워드 가드너가 개발한 지표입니다. 자신과 타인의 감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야말로 IQ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피터 샐러비와 존 D. 메이어는 감성을 이해하는 능력이이야 말로 인간의 잠재력을 예측하는데 있어 IQ보다 훨씬 유용한 지표라면서 그 능력을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 EQ)라고 불렀습니다. 감성지능이론은 심리적 압박이 극심한 비즈니스세계에서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로 인식되면서 대니얼 골먼이 쓴 <EQ 감성지능>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1990년대 심리학계는 IQ와 EQ의 유용성을 두고 격론을 벌였습니다. 이어서 가드너는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능력을 구분한 사회지능(Social Intelligence, SQ)이라는 개념을 새로 내놓았고, 역시 대니얼 골먼이 <SQ 사회지능>이라는 책으로 비즈니스세계에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이번에도 유용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IQ, EQ, SQ의 세 가지 지능은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한가 하는 것을 따질 이유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이런 지능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증대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세 가지 지능은 모두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모두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하여 피라미드의 높이를 정밀하게 측정하는데 처음 성공한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가 사용한 등변삼각형모형을 인용하여 IQ, EQ, SQ을 삼각형의 세 변에 배치하고 이들을 통합하여 삼각형 내부의 성공의 영역을 창출해내는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는 방안을 도출해개기에 이른 것입니다. 즉 세 가지 지능을 한데 모으고 결합해 증폭시키는 능력, 바로 ‘성공 가능한 현실을 보는 능력’, ‘긍정지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 손 아처교수는 하버드 대학교의 최고 인기강좌인 ‘행복학’ 강좌를 기획하고 강의한 행복학의 권위자입니다. 스트레스 요소로 가득 찬 비즈니스 세계에서 행복과 긍정적 문화를 조직에 심어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구축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그 성과를 전파하는데 매진해왔습니다. 저서로는 <행복의 특권>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긍정의 원칙을 사용하여 직장에서의 성취도를 향상시키고, 직업적 목표와 야망을 달성하고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IQ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고, EQ는 그 ‘방법’을 보여주며, SQ는 ‘누구와 함께’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28쪽)”고 합니다. 그런데 세 가지 지능이 우수하면서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노력을 하지 않으며, 불평불만이 많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긍정적인 미래를 능숙하게 창조하는 사람들을 보면, 쉬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여건이 어렵거나 심지어는 장애물을 만나도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내며, 심지어는 실패마저도 성공으로 뒤집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긍정적 변화를 창조하고 현실을 직시하고 행동할 때, 우리는 뇌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위대한 성공과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 기억하라. 지능이 높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은 그 지능을 잘 활용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는 데 달려 있다.(29쪽)”라고 정리합니다. 그리하여 성공과 행복으로 향하는 다섯 가지 긍정 원칙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 원칙은 가장 의미있는 현실을 선택하기 위한 ‘현실 설계’입니다. 다양한 현실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관점까지 더해서 세상을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훈련함으로써 긍정적이고 참되며 가장 중요한 현실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두 번째 원칙은 가치 있는 목표에 이르는 길을 그려내기 위한 ‘마음지도’입니다. 삶에서 중요한 지표들을 세우고 삶의 방향을 헷갈리게 하는 미끼들을 가려내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고된 현실에서 도망치는 탈출로가 아닌 성공으로 가는 길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 원칙은 성공 촉진제를 활용하는 ‘X-지점’입니다. 남들보다 먼저 출발하고, 낮은 목표부터 접근하여 성취하며 목표의 크기를 확대해나갑니다. 네 번째 원칙은 긍정적 신호를 증폭하고 부정적 소음을 제거하는 ‘소음제거’입니다. 잠재력의 발현을 돕는 중요하고도 믿음직한 정보만을 가려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특히 긍정에너지를 발휘하여 걱정과 불안, 두려움, 비관주의 등 내적 소음을 능동적으로 제거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합니다. 다섯 번째 원칙은 주변에 긍정적 현실을 퍼트리는 ‘긍정인셉션’입니다. 일단 자신의 긍정적 현실을 창조하고 이를 타인에게 전파하는 것입니다. 이로서 IQ, EQ, SQ가 통합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은 저자의 긍정이론의 총론에 해당하는 ‘긍정지능의 놀라운 특권’에 이어 다섯 가지 긍정원칙에 대한 설명을 별도의 장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긍정원칙을 설명하는 장의 끝에는 앞서 설명한 원칙을 실천에 옮기는 방법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원칙, 현실설계를 설명하면서 다양한 시각을 훈련하는 방법으로 미술관 찾기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예일대학교 의과대학의 프로그램을 인용한 것입니다. 예일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의학공부에도 시간이 부족하여 허덕이는 학생들을 미술관으로 데려가는 이유는 예술적 감각을 키워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점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그들의 뇌가 새로운 시각을 수용해 세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화가들이 묘사해놓은 그림 속의 인물들을 나름대로 해석한 결과를 공유하다 보면 나와는 다른 시각을 배우는 기회가 됩니다. 년전에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완독한 분들과 자리를 함께 하면서 같은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http://blog.joins.com/yang412/13037226). 특히 동질적인 구성원들보다는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의 시각을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점을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 http://blog.joins.com/yang412/13258160>를 인용하여 설명합니다. 조직의 다양성이 높을수록 다양한 타인과의 네트워크가 강한 사람일수록 융통성과 적응력이 향상될 뿐 아니라 혁신과 성공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마음지도에 관한 원칙은 리뷰를 쓰는 시점에서도 미진한 점이 남아있는 부분입니다. 이 원칙은 저자의 해군 ROTC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끌어낸 것 같습니다. 지도에는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중요한 지점이 있는가 하면, 챙겨볼 이유가 없는 지점도 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지도에 담긴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지표들을 융합하여 성공에 이르는 길을 따라가라는 의미로 읽었습니다. 하지만 더 나은 방식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남아 있습니다.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장점은 있겠지만, 경로라는 것은 결국은 길을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갈림길마다 나름대로의 선택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은 어떨까 싶어서입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운 감정이 남는 것 같습니다. 선택에 있어 절대적인 기준이 없었던 경우라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갈림길마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라는 기준을 정하고 있으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고 후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지도보다는 갈림길에서 적용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기준을 나름대로 정하는 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상의 경로(critical pathway; CP)가 미리 준비되어 있다면 적정한 진료를 최단 시간에 적용하여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일종의 응급진료지침을 활용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마음의 지도를 그리는 세 가지 방법, 즉 나만의 의미지표 표시하기, 유연하게 마음지도 기준점 잡기, 탈출로보다는 성공의 길 먼저 그리기 등과 같은 실행기준도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겠다 싶기는 합니다.

 

특히 성공 촉진제로 활용하는 ‘X-지점’을 두라는 세 번째 원칙을 고려한다면 마음지도 이론이 더 적절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X-지점의 대표적 사례인 마라톤 풀코스에서 결승점이 보이는 지점에 이르면 천근만근처럼 무겁던 걸음이 갑자기 날개를 단 듯이 속도가 저절로 붙는다는 것입니다. 즉 마라톤 선수의 뇌에서 강력한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지친 몸을 일깨운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몸에 새롭게 활력을 부어주는 X-지점을 가능한 빨리 발견할 수 있도록 마음의 지도를 그려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승점에 가까이에서 뿐 아니라 언제든 이렇게 높은 에너지와 집중력을 발휘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저자와 같은 긍정심리학자들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X-지점에 대한 인지적 보상을 얻기 위하여 반드시 결승점에 가까이 갈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실은 결승점을 본다는 행위 역시 뇌에서 결승점을 인식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결승점까지 남은 거리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 우리 몸의 에너지와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촉진제를 적절한 시간에 분비함으로써 일찍 성공을 가속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마라톤 선수들 가운데는 일찍 스퍼트를 하는 경우에 결승점에 도달하기 전에 지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소음을 제거하고 긍정적 신호를 증폭시키는 소음제거에 관한 네 번째 원칙에서도 중요한 점을 깨닫게 됩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광우병파동에서 겪은 것처럼, ‘그 어떠한 긍정적 주장이나 논거도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이나 의견을 이길 수 없다(223쪽)’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걱정을 하기 전에 사건이 진짜로 일어날 확률을 따져보고, 사소한 걱정에 휩싸여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마지막으로 근심, 걱정과 사랑, 책임은 동의어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세 가지 에너지 파장으로 비관주의의 내적 소음을 제거하는 적극적 대응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하여 해결할 문제가 크고 복잡할수록 의식과 무의식을 포괄하는 긍정적 현실에 대한 필요성이 커진다고 했습니다. 행복하게 살아가기에도 인생을 짧습니다. “[북소리] 독자 여러분! 행복하세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씨에 관하여
안현서 지음 / 박하 / 2015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기 사건이 하나 일어났다!”라는 메시지의 의미가 복잡하다. 열여섯 살짜리 소녀가 장편소설을 써냈다고 하니 분명 대형 사건입니다. 그것도 단 여드레 만에 400쪽이 넘는 분량의 이야기를 완성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원고지 30매의 리뷰를 쓰는데도 너댓 시간은 끙끙대야 하는데 이 어린 작가는 누에가 비단실을 잣듯이 막히지도 않고 술술 써내려갔다는 것입니다. 잠은 잤는지 궁금합니다.

 

<A씨에 관하여>는 장편소설이면서도 세 개의 독립적인 에피소드를 에필로그에서 묶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들 뒤에 A씨라는 신비로운 존재가 숨어서 주인공들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 노릇을 하는 것입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 ‘개가 있었다’에서는 A씨에 관한 소문만 무성할 뿐, 등장했는지 조차도 분명하지 않고, 그의 존재에 대한 정보가 전혀 드러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남자인지 여자인지조차도 알 수 없습니다. 원단집 할아버지의 입을 빌어 ‘영겁의 세월을 살아가는 어떤 존재. 영원한 시간을 갖고 이 거리에서 아주 옛날부터 사람들을 조용히 도와주는 신기한 사람.(49쪽)’이라는 변죽만 울리고 맙니다. A씨는 두 번째 에피소드 ‘고래를 찾아서’의 말미에 슬쩍 등장합니다. ‘그런 그녀의 짓궂은 표정에 잠시 움찔하더니’라고 적어 여성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영화의 해피엔딩을 축하하며. Mr. A’라는 글을 남겼다면서 다시 오리무중으로 몰아넣습니다. 세 번째 에피소드 ‘Train ticket’에서는 실체를 드러냅니다. ‘환상속에서 돌아왔군요’라는 말고 함께 묘한 웃음을 남기고 사라지는 남자가 등장한 것입니다. 순간 A씨는 한 사람이 아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퍼뜩 떠오르기도 합니다. 참.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첫 번째 에피소드에 나온 원단집 할아버지와 현씨가 나오기도 합니다. 두 이야기가 같은 동네에서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는 세 가지 에피소드의 주인공과 현씨가 모두 등장해서 A씨의 존재를 증명하기에 이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A씨의 존재는 책의 말미에 붙여둔 작가와의 인터뷰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열여섯이라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사물을 관찰하고 있고, 표현해내고 있기도 합니다. 강을 정의하는 것도 그렇지만, “밤안개는 강처럼 흘러가지만 생물을 몸에 품지 않아. 그런 면에서 오히려 안개 그 자체가 살아 있다 말할 수 있어. 그 누구도 이 밤안개의 시작과 끝을 본 적이 없지. 한마디로 알 수 없는 존재인거야. 그래서 안개는 그 어떤 이름 아래 구속되지 않고 의미를 부여받지 않아. 그저 떠돌 뿐이야.(66쪽)”라고 밤안개를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물론 십대가 즐겨 말하는 투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첫 번째 에피소드의 주인공이 작가 또래인 만큼 어머니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면이 특히 그렇습니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주인공 소녀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존재들, 개, 노인, 꼬마, 철학자, 염세적인 남자, 그리고 살인자가 등장합니다. 요즈음 드라마에서도 다루고 있는 주인공의 다중인격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들의 존재와 의미를 인식하고 극복해야 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인 것입니다. 철학자가 등장해서인지 작가가 쏟아내는 철학적 화두들은 작가의 나이를 고려했을 때, 정말 가능한가 싶습니다. 그 가운데 노인의 존재는 ‘누군가와 공유했던 모든 기억들이 거짓이 될까 두려워 만들어낸 존재로 과거의 기억들을 주제로 감정을 나누려는 의도가 담긴 것인데, 이는 친구를 잃은 작가의 경험에서 나온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누군가가 사라졌다고 해도, 그 사람과 같이 했던 기억들이 모두 사라져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 속에 살아남아 있는 것이지요.

 

가끔씩 또래의 친구들과 나누는 언어로 표현되는 부분이 어색한 느낌을 줍니다만, 이야기의 전체 구도나 펼쳐놓았던 장치들을 수습하는 재주가 뛰어난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몇 번씩 보여주는 엄청난 반전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습니다. 벌써 그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집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