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속 불교식물 - 자비의 향기를 전하다
민태영.박석근.이윤선 지음 / 이담북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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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담북스의 <경전 속 불교식물>을 받아들고 잠시 멍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자들께서 머리말에 적은 것처럼 많은 불교경전에서 식물은 사람들에게 진정한 불교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는데, 예를 들면 상황의 묘사를 더욱 풍성하게 하거나 혹은 진리나 논지를 명확하게 이해시키기 위하여 식물의 특성에 비유하는 식으로 인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연꽃은 싯다르타 태자가 룸비니 동산에서 태어나 동서남북으로 일곱 발자국씩을 걸을 때마다 땅에서 연꽃이 솟아올라 태자를 떠받들었고 해서 불교의 꽃이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더 깊은 의미는 다음과 같은 글에서 읽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꽃을 이르는 표현으로 처염상정(處染常淨)이란 말이 있는데, 이는 더러운 곳에 처해 있어도 세상이 물들지 않고, 항상 맑은 본성을 간직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맑고 향기로운 꽃으로 피어나 세상을 정화한다는 말로 연꽃의 성격을 잘 대변하는 말이다.(54쪽)”

뿐만 아니라 불교에서 추구하는 인간의 완성의 길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도 연꽃의 특성을 인용하고 있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모든 과수는 꽃이 진 다음에 열매가 맺게 되는데 연꽃은 꽃과 열매가 동시에 맺히기 때문에 이를 화과동시(花果同時)라고 표현한다고 합니다. 이를 풀면, 깨달음을 얻고 난 뒤에야 이웃을 구제하는 것이 아니라, 이기심을 없애고 자비심을 키우며 모든 이웃을 위해 사는 것 자체가 바로 깨달음의 삶이라는 것을 연꽃을 통해서 속세의 중생들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라는 것입니다.

부모님께서 불교에 귀의하셔서 그 믿음이 깊은 탓에 사찰에 동행할 기회가 잦아지는 것 같습니다. 선친께서 돌아가셨을 적에도 스님의 주재로 장의절차를 진행하였으니 자연스럽게 불당에 들게 되었습니다. 49재를 치루는 동안 선친께서 남겨두신 글들을 다듬어 책으로 묶어내기도 했습니다. 글이란 것도 하나하나가 빛나는 것이라 해도 흩어두면 기억에서 사라지기 마련이지만, 모아서 의미에 따라 정리해 묶으면 읽는 감동이 새로울 수 있는 것인 생각도 있었고, 선친께 드리는 공양이란 생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경전 속 불교식물>은 구성이 재미있습니다. 소개하려는 식물의 특징을 잘 나타내는 세밀화를 먼저 소개한 다음, 학명, 과명, 영명, 이명 등의 순서로 다양하게 불리우는 이름을 소개하므로써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식물의 일반적인 특성을 소개하는데, 여기에는 전설에서부터 상세한 모양 그리고 약용식물의 경우에는 효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해당식물이 등장하는 경전을 우리말로 풀어서 인용하고 있습니다. 식물학과 서지학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민태영, 박석근, 이윤선 등 세분의 저자께서 불교경전에서 다양한 식물들이 등장하는 배경을 식물학적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것은 자신들의 전공을 살려 부처님께 공양하고, 또 부처님 말씀을 사부대중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미가 읽혀졌습니다. 바로 모두에서 말씀드렸던 멍한 느낌의 이유입니다. 불교에서 신성한 나무로 생각하는 뱅골보리수,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었다는 인도보리수, 가끔은 신문지상을 장식하는 우담발화, 저도 언젠가 쓴 리뷰에서 무한대의 시간을 상징적으로 비유하기 위하여 인용하였던 겨자, ‘무소의 뿔처럼 가라’는 말이 나오게 된 자주소심화, 뿐만 아니라 사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꽃무릇에서 보리, 벼, 파, 달래, 부추 등 우리가 일용하는 식물에 이르기까지 무려 58종의 식물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불교 경전을 읽고 계신 분들은 경전이 해당 식물을 인용하게 된 배경을 이해하실 수 있을 것 같고, 일반인의 경우도 불경에서 인용하고 있는 식물의 의미를 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사족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제목에 관해서 한 마디 덧붙이려 합니다. <경전 속 불교식물>이라는 제목이 아무래도 혀끝에 모래가 씹히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영어이름을 “The Plants in the Buddhism Scripture"라 적으신 것처럼 <불교경전에 나오는 식물>이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어서 적습니다.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식물들 가운데 불교에서만 중요한 식물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식물들도 적지 않은 듯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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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눈물
김정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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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작가의 <아버지의 눈물>을 읽었습니다. 전작 <아버지>에서 오늘날의 아버지가 직장일에 매달리느라 가정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줄도 모드다가, 명예퇴직 바람이 불면서 원인제공처였던 직장에서마저 떨려나고서야 차가운 현실에 갈 곳을 찾지 못한다는 다소 통속적인 주제를 다루어 엄청난 반응을 얻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관점을 <아버지>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의사조력자살, 혹은 적극적 안락사에 두고 등장인물들의 선택을 비판했던 것 같습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4074659)

김정현 작가는 <아버지의 눈물>에서 소위 낀세대, 즉 윗세대들에게는 억압받고 아랫세대들에게는 무한정 베풀기만을 강요당하고 있는 50대 가장들의 세상살이에 지친 모습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전작에서처럼 주인공 가족들은 여전히 소통의 문제가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고, 아내와 남편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위태로운 곡예를 벌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줄거리는 매우 통속적이라 생각됩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폴리페서의 선거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주인공 홍기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대학동창들 간의 갈등과 자동차디자이너를 꿈꾸는 큰아들은 지방대학에서는 그 꿈을 이루기 어렵다고 보고 자동차정비를 배우는 일부터 시작해서 카레이서로 성장할 꿈을 꾸고 식당을 하는 부모의 영향도 있었던 여자친구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레스토랑을 차릴 꿈을 펼쳐내기로 하는 과정을 거친 듯 진솔하게 풀어내고 있습니다.

종국에는 증권회사에 다니는 동창의 영향을 받아 시작한 주식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서 연구소 공금에 손을 대고, 그 돈을 메꿔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등장한 친구는 백박사가 개발하고 있는 신기술 정보를 빼내달라는 조건으로 빚을 채워주는데, 자살로 생을 마감하려던 주인공은 누이의 간절한 눈빛과 누이가족의 단란한 모습과 상심할 누이 생각에 결국은 자살보다는 자수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게 된다는 줄거리입니다. 비극적 상황으로 몰고 가지 않은 작가에게 감사를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가랑비에 옷젖는 줄 모른다고 잠깐 빌어쓴다고 생각하고 시작한 공금유용에 대한 주인공의 고민은 생략하고 바로 문제상황으로 연결한 것도 조금은 뜬금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주인공의 자수에 이어 모래알처럼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서로를 껴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동차디자인을 꿈꾸는 큰 아들과 그의 여자친구의 건강한 생각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야기 줄거리를 따라가다 보니 문제의 핵심이 저에게도 해당되는 부분이 적지 않아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실은 이 책을 고른 것은 아버지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새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만, 제목에 너무 큰 기대를 했던 것 같아 조금은 아쉽습니다. 다만 “허황되게 살아온 우리 세대의 삶을 소설을 통해 반성하고 싶었습니다. 근면하고 정직하게 산업화를 이룬 아버지 세대, 재바르게 살아가는 아들 세대에 비해 지금의 40~60대는 출세와 허영을 좇으며 자신과 가족에게 정직하지 못한 삶을 살아왔습니다.”라고 정리한 김정현작가의 한마디가 폐부를 고통스럽게 찌르더라는 말로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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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
멜라니 킹 지음, 이민정 옮김 / 사람의무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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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요나스 교수님의 <기술 의학 윤리; http://blog.joinsmsn.com/yang412/12420243>를 리뷰하면서 미루었던 죽음과 관련된 부분입니다. 교수님은 뇌사와 장기은행과 관련하여 죽음의 실용적 재정의에 대하여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망의 정의가 심장사(心腸死)에서 뇌사(腦死)로 이행하게 된 배경에 대한 비판입니다. <뇌사의 정의에 대한 하버드 의대 위원회 보고서>는 ‘회복 불가능한 혼수상태를 죽음에 대한 새로운 정의로서’ 인정하자는 입장에 손을 들어준 바 있습니다. 그것은 한정없이 계속되는 혼수상태가 환자와 환자가족 및 의료자원에 지우고 있는 부담을 줄이고, 이식수술용 장기의 획득을 둘러싼 논쟁을 피할 수 있다는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요나스 교수는 죽음에 대한 새로운 정의에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겠는가 의문을 표하였습니다. 우리가 아직 삶과 죽음 사이의 정확한 경계선을 알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죽음에 대하여 가장 엄격한 정의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영역에서 행해지는 죽음의 대한 규정은 더욱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 무슨 일이 있어도 환자는 의사가 그의 사형집행인이 되거나 그의 죽음을 정의할 수 있도록 전권을 위임해서는 안된다.(215쪽)”고 주장하였습니다.

환자의 건강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는 의사로서 때로는 환자의 생명을 위임받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따라서 그의 죽음에 대하여도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멜라니 킹이 쓴 <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를 살펴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죽는다는 것은 참으로 지루하고도 쓸쓸한 일이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책은 ‘무덤에서 나는 소리’라는 으스스한 제목으로 첫 장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즉 의사의 사망선고가 잘 못되어 당신이 생매장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는데, 1985년에 나온 하트만의 저서 <나는 생매장 당했다>에서 700건 이상의 생매장 사례를 서술하고 있다는 것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눈을 떠보니 꽁꽁 묵인 채로 캄캄하고 좁은 관 속에 갇혀있는 상황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이 끔찍할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망자를 위한 비상소통장치를 무덤에 설치하는 등의 아이디어가 팔리기도 하고, 사망을 정확하게 진단하기 위한 지침도 만들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쯤에서는 우리 선조들의 놀랄만한 지혜를 자랑해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전통장례법도에서는 망자(亡者)가 숨을 거둔 시점을 기산하여 3일장, 5일장, 7일장 등으로 장례절차를 진행하게 되는데, 혹시 망자가 회생할 가능성을 고려했던 것은 아닐까요?

저자는 이어서 유럽을 중심으로 중세이후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도굴이 성행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의사들은 죽은 자에게 크게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새겨야할 것입니다. 근세에 이르러 빠르게 진보하고 있는 학문으로서의 의학분야에서는 사인을 규명하거나 혹은 의학교육과정에 많은 사체를 해부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세에는 해부가 금지되어 있었고 근세에 이르러서도 극히 제한된 경우에만 해부가 가능했기 때문에 사체가 필요한 자와 갓 사망한 시체를 도굴하는 공급자 사이에 은밀한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의학교육에 사체를 이용한 것 외에도 심지어 중세에는 송장약제가 질병치료에 탁월하다는 근거없는 주장에 따라 환자에게 사람의 피를 마시게 하거나 두개골을 빻은 가루를 먹게 하는 등의 식인에 가까운 풍습이 성행했다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제 인육캡슐이 수입되어 최고의 자양강장제라고 비밀리에 팔리고 있다 해서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준 바 있습니다. 중국산 인육캡슐에는 죽은 아이의 사체를 말리고 갈아서 얻은 분말을 담았다고 합니다. 심각한 것은 “태아를 인간으로써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태아캡슐이 효과가 있다면!, 태아캡슐을 상품으로써 인정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계시다는 것입니다. 수요가 있으니 몰래 라도 들여왔을 것 같습니다.

최근 들어 사체매매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는 소문입니다. 콩팥, 심장 등과 같은 큰 장기 뿐 아니라, 각막, 피부, 인대, 뼈와 같은 조직들을 사용한 생체이식이 많아져 연간 1백만명 이상의 환자가 이식수술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시술은 기증조직을 이용하여 충분히 안전하게 이루어지고 있지만, 조직이나 장기가 암거래되는 경우도 있고, 안전성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이식받은 환자가 피해를 입는 사례도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중국에서 시행되는 많은 장기이식수술이 사형수의 사체에서 적출된 장기로 이루어지고 있고, 이들 사형수는 정치적 이유로 탄압받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열렸던 것으로 기억됩니다만, 군터 폰 하겐스의 <인체의 신비전>도 기증받은(?) 사체로 제작되는 표본을 전시하는 것이라고 하고, 그 기증받는 절차의 투명성에 의혹이 제기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저자는 전통적인 장례의식으로부터 최근에는 금지되었다는 인도 흰두교의 사티제도 - 과부가 된 여성이 남편에 대한 사랑을 입증하는 의미로 장례 당일 죽은 남편과 함께 화장되는 풍습 -같은 잔인한 애도풍습, 그리고 최근 주목을 끌고 있는 우주장 등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사라진 것으로 믿고 있는 족내 혹은 족외 식인풍습과 관련하여 도살된 고깃점과 접촉하면서 스크래피(양 바이러스성 전염병) 등의 병원균에 감염되었을 경우, 이는 곧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으로 발전한다고 적은 부분은 저자의 착각인 듯 합니다. 우리에게는 2008년 촛불시위로 너무나도 잘 알려진 내용으로 스크래피는 바이러스 전염병이 아니라 프리온이라고 하는 단백질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것이고, 스크래피에 걸린 양과 접촉하거나 먹어서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이 발생했다는 증거는 아직 없습니다.

망자가 인류에 공헌한 점 가운데 빠트릴 수 없는 분야가 과학수사 분야일 것입니다. 사체를 이용하여 인체의 사후변화를 연구한 결과를 수사에 접목한 것이 법의학입니다. 테네시주 녹스빌 변두리에 있는 야외에서 다양한 형태로 버려져 있는 사체를 볼 수 있는데, 테네시대학병원이 운영하는 법인류학 시설, 즉 사체농장이라는 것입니다. 이곳에서 나온 연구성과는 변사체의 사망시간을 추정 등 과학수사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의 마지막 이슈는 바로 죽음을 다시 정의하는 일입니다. 앞서 한스 요나스교수님이 죽음을 실용적 재정의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소개해드렸습니다만, 멜라니 킹 역시 뇌사판정에 따라 적출된 장기로 이식수술을 행하는 과정에 과연 문제는 없겠는가? 하는 단도직입적인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저자가 이 책을 생매장에 대한 공포로부터 시작한 이유가 여기에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즉 생매장에 대한 현대판 공포가 일게 될 것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만일 환자가 뇌사상태라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각종 검사가 정확하지 않다면? 뇌사로 판정받은 환자가 의식이 살아있지만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상태라면? 대표적인 사례로 뇌교(腦橋)라고 하는 부위에 뇌경색이 발생한 환자는 ‘잠김증후군’에 빠지게 되는데 말도 못하고 사지도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를 혹시 뇌사상태로 판정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영화 <잠수종과 나비; http://blog.joinsmsn.com/yang412/11690966>를 보시면 잘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정리를 하겠습니다. 멜라니 킹의 <거의 모든 죽음의 역사>를 읽으면서 현대의학은 모든 죽음에 대하여 빚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포함한 의학을 공부한 모든 사람들은 이제는 기억에서도 가물거릴 누군가에게 빚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여기서 말하는 빚은 환자의 생명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물론 그 빚은 질병으로 지금 고통을 받고 있는 환자들에게 돌아가야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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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2011-11-01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포르시안>에서 댓글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댓글 달아주신 한 분께 이 책을 드립니다.
http://www.rapportian.com/n_news/news/view.html?no=2194
 
그림과 눈물 - 그림 앞에서 울어본 행복한 사람들의 이야기
제임스 엘킨스 지음, 정지인 옮김 / 아트북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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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영된 KBS 2TV ‘KBS 전국민 합창 대축제 더 하모니’에 출전한 ‘남자의 자격 청춘합창단’이 결선무대에서 김태원씨가 작곡한 ‘사랑이란 이름을 더하여’를 들으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영화를 보거나 소설을 읽으면서 눈물이 차오르는 경험은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도 드물지 않은 편입니다.

그런데 미술작품을 감상하면서 눈물을 흘린 적은? <그림과 눈물>의 저자인 제임스 엘킨스교수의 질문이 제게 왔더라면 아마 기억하는 모든 순간을 뒤져보아도 그런 경험은 없었던 것 같다고 답할 것 같습니다. 제가 미술분야에는 문외한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카고, 필라델피아, 뉴욕, 파리 등에 있는 유명한 미술관 뿐 아니라 작은 도시에 있는 소소한 미술관에도 가보았습니다. 무명 혹은 유명화가의 작품을 보면서 눈물이 맺혔던 기억이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같이 그림을 감상하시던 분들 가운데 눈물바람을 하시는 분들 본 기억도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미술작품 앞에서면 분위기를 다잡고서 감상하지만, 흥분을 한다거나 당혹스러워한다거나 심지어 눈물을 흘리는 경우를 본 기억이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미술사를 가르치는 제임스 엘킨스교수 역시 그림을 보고 눈물을 흘린 사람을 찾아보기로 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하여 ‘그림 앞에서 눈물을 흘린 경험담’을 들려달라 요청을 했다는데, 놀랍게도 4백 통이 넘는 답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들의 글을 읽고 또 별도로 연락을 통하여 그림과 눈물의 관계를 풀어간 끝에 <그림과 눈물>을 완성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시카고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디리크 바우츠의 1460년작 “울고 있는 마돈나”를 담은 표지를 열면 모두 7개의 미술작품을 담은 원색도판을 실었습니다. 감상하면서 눈물을 흘린 사람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작품들인 것입니다. 그리고 보니 “울고 있는 마돈나”는 저도 혹시 보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엘킨스교수는 들어가는 글의 제목을 “눈물이 말라버린 시대의 그림에 대하여”라고 적은 것처럼 우리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감성이 그만큼 메말라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제 우리 영혼의 용량은 리큐르 잔으로 재야 할 겁니다.”라는 사람들이 얼마나 건조해졌는지, 간혹 무언가를 느낄 때도 그 작은 감정들에 조차 얼마나 인색한지에 대한 극작가 게오르크 뷔히너의 멋진 대사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림을 보고 운 사람들은 ‘아름답다’는 등 애매한 이유로 울었다는 것입니다. 이런 증상을 스탕달 신드롬이라고도 한다는데, 프랑스 작가 스탕달(Stendhal)이 1817년 이탈리아의 피렌체의 산타크로체 성당에 걸려 있는 귀도 레니(Reni)의 ‘베아트리체 첸치’ 그림을 감상하면서 무릎에 힘이 빠지면서 황홀경을 경험했다고 자신의 일기에 적어놓은 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즉 19세기에는 그림을 보면서 발작적인 반응, 혹은 격앙된 눈물의 홍수를 쏟아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1989년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누오바 병원 정신과 과장 그라지엘라 마게리니가 이런 환자들이 보이는 다양한 증상을 묶어 ‘스탕달 신드롬’이라는 병명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스탕달 신드롬에 반대되는 개념으로 마크 트웨인 질환이 있습니다. 마크 트웨인이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을 보고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그림의 음침한 잔래”라고 표현했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합니다.

그림 앞에서 우는 사람들은 눈물이 앞을 가려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합니다. 다빈치는 <파라고네>에 “화가는 감동으로 웃게 하지만 눈물을 흘리게 하지는 않는다. 눈물은 웃음보다 감정을 훨씬 더 교란시키기 때문이다. (171쪽)“라고 적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가 낳은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을 사사한 빌 비올라는 “예술가는 사람들의 눈물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라면서 눈물을 주제로 다룬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면 고대 그리스로부터 기독교가 유럽에 뿌리를 내리면서 울음과 눈물은 예술작품의 중요한 모티프가 되었다고 합니다. 예수의 수난을 슬퍼하고, 개인의 회개와 구원을 청하기 위해서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회개의 눈물은 기쁨과 슬픔, 욕망과 후회, 참회와 헌신과 사랑과 희망이 뒤섞인 씁쓸하고도 달콤한 홍수이다.(257쪽)”라고 적었습니다. 이런 사조는 르네상스시대에 들어서면서 사라졌다가 17-18세기에 다시 귀환하였다고 합니다.

안 뱅상 뷔포는 <눈물의 역사; http://blog.joinsmsn.com/yang412/11863823>를 통하여 18-19세기의 프랑스 문화사를 관통하고 있습니다. “눈물이란 열쇠글로 18~19세기 프랑스 문화사를 살핀 매우 독특한 책. 우리의 가장 은밀한 태도들 가운데 하나인 이 눈물을 역사의 개념으로 이해하여 감동의 형태들을 사용하는 방식이 시대와 사회에 따라 섬세하거나 혹은 부자연스러운 것이 된다는 사실을 성찰한다.”고 요약하고 있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저자는 ‘우리의 눈물없음은 우리 스스로 선택한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또한 20세기 회화는 건조한 접근법이 썩 잘 맞는다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조(思潮)란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것이기 때문에 눈물이 화려한 모습으로 귀환하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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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는 전략이다 - 파격으로 부를 창출하는 괴짜 DNA 양성 5단계
조쉬 링크너 지음, 이미정 옮김 / 베가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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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스가 모처럼 진행한 도서이벤트를 통해서 읽게 된 책입니다. 저자인 조쉬 링크너는 세계 최대의 인터랙티브 홍보 회사 ePrize를 창립한 기업가인데, 한편으로는 재즈 음악가, 벤처 투자가, 연설가, 작가로도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목 <창의는 전략이다>에서 보는 것처럼 이 책은 개인의 자기계발서라기보다는 기업을 운영하는 전략서에 무게를 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기업도 CEO의 운영철학이 중요하다고 본다면 역시 자기계발서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자기계발서에 무게를 둔다면 <창의도 학습된다>로 해야 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저자께서 ‘창의성 촉진 시스템’이라고 부른 원제 <Disciplined Dreaming; A proven system to drive breakthrough creativity>를 ‘단련된 꿈꾸기; 창의성으로 돌입하는 검증된 전략시스템’라고 풀어서 직역하면 어설퍼 보이기도 하고 제목이 너무 길다 싶습니다. 번역을 하신 이미정님의 창의성이 빛나는 일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젠장, 된장!’을 연발하며 세상이 달라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순간이다.(이때 젠장, 된장, 말고도 쌈장, 고추장 등등을 자유롭게 나오는 대로 내뱉어보자)(218쪽)”라고 풀어낸 구절을 읽고서는 무릎을 쳤습니다.

번역에 대한 말씀을 늘어놓은 것은 최근에 출간된 스티브잡스의 자서전의 한국판 번역에 관한 논쟁이 오가는 듯해서입니다. 직역을 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지적도 있는 것 같습니다만, 과학이나 의학 분야처럼 의역이 혼란을 가져올 개연성이 큰 분야의 번역은 가급적 원문에 충실하게 번역하는 것이 옳겠지만, 문학이나 에세이 등의 분야는 원문에 담긴 의미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표현으로 옮기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저자의 뛰어난 실용성은 “이 책에서 무엇을 얻을 수 있나?”라는 소제목을 단 글에서 볼 수 있습니다. “'창의성 촉진 시스템(Disciplined Dreaming)'은 창의적 능력을 확대하고 경쟁적 이점을 강화하여 개인적 성장과 직업적 성장을 도모하는 체계다. 이 책에서는 바로 이 시스템과 창의성을 만들어내는 증면된 틀(프레임워크)을 소개한다. (…) 이 책을 읽으면서 창의성 촉진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밟아나가다 보면 효율성과 창의성을 즉각적으로 높여주는 실질적인 기법들이 나오고, 그에 관한 여러 가지 실례와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그뿐만 아니라 이 책은 풍부한 영감을 제공하고, 개인과 회사의 성공을 이끌어내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29쪽)”

‘꼭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나?’라는 작은 제목으로 된 글을 읽으면서 깨닫게 된 것입니다만, 사실 우리는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창의적으로 일을 처리하기도 합니다. 저자가 ‘작가는 책의 중간 부분부터 글을 써나갈 수 있다.“는 사례를 들고 있습니다만, 사실 년전에 발표한 책을 쓸 적에도 기획단계에서 책의 목차를 나누어놓고 가장 글을 풀어쓰기가 쉬웠던 장부터 시작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계실 것 같습니다. 즉, 창의적 사고는 후천적 학습으로 강화할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이 책은 모두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1장과 2장에서는 창의성이 사업의 성공을 가져오는 비결을 요약하고 창의성 촉진 시스템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3장부터 10장까지는 창의성을 촉진시키는 시스템을 다섯가지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습니다. 1단계  질문에서는 ‘자신의 창의성 과제를 파악하고 명확하게 정의하고, 호기심과 의식을 일깨워 팀의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법을 3장과 4장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2단계 준비는 1단계에서 정의한 창의성과제를 수행할 준비가 됐는지를 점검하는 단계입니다. 5장과 6장에서는 창의적 작업에 적합한 정신 신체상태를 갖추는 방법과, 창의적 작업으로 도출해낼 결과물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여건을 준비하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3단계 발견에서는 창의적 아이디어로 이어질 수 있는 모든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는데 7장을 통하여 창의성 로드맵을 그리는 기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4단계 점화에서는 8장과 9장을 통하여 창의성의 불꼭을 피우고 보다 더 나은 창의적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증명된 기법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최상의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마지막 5단계 발사는 10장에서 최상의 아이디어를 선택해서 실행하는 방법을 요약해서 제시하고 있습니다.

곳곳에 창의성의 ‘찹쌓기'라는 제목으로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요약하고 있습니다. 찹쌓기(building chops)란 재즈 뮤지션들이 자신의 음악적 기술을 발전시키는데 투입하는 시간과 노력을 가르키는 용어라고 합니다. 이처럼 저자는 재즈뮤지션으로 활동하면서 체득한 영감을 회사경영의 중요한 팁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젠가 리뷰에서도 짚었습니다만, 조지 링크너 역시 금속활자를 구텐베르크가 창시했다고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직지가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으로 이미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보가 충분하지 못한 탓인지 세계인들이 뇌리에 아직 선명하게 각인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쉽습니다.

사족이 될 듯 합니다. 창의성을 도출하는 방법을 논하는 책입니다만, 저자 자신의 선호를 앞세우는 듯한 구절이 있어 소개합니다. 저자는 자신이 운영하는 ePrize의 경험을 비롯하여 200여 명의 창업자, CEO, 정부관리, 예술가, 사고의 리더 등을 직접 만나 인터뷰한 결과를 이 책에 녹이고 있다고 하였는데, 인터뷰를 통하여 얻은 창의성과 관련된 내용을 소개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란 이유로 소개하고 있어 조금은 당황스럽습니다. 물론 창의적인 저자가 중요한 것들이라 느꼈겠으나, 다른 시각을 가진 독자들은 저자가 보여주지 않은 것들을 보면 독창적인 무엇인가를 떠올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해서입니다. 268쪽의 창의성 채점표도 조금 아쉽다는 생각입니다. 아이디어들에 대한 각각의 평가항목에 대하여 채점하는 분들마다 견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평가항목들 간에 중요도에 따라서 가중치를 두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하지만 다양한 사례들을 인용하고 있고, 창의성을 발전시키는 중요한 팁들을 잘 요약하고 있는 책이라는데 공감하였다는 말씀으로 마무리합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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