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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 진실의 목격자들
PD수첩 제작진.지승호 지음 / 북폴리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PD수첩, 진실의 목결자들>은 2010년 PD수첩 방송 20주년을 기념하여, ‘인터뷰’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있는 '인터뷰어' 지승호님이 역대 PD수첩제작진들을 인터뷰하여 그들이 방송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들을 모아 엮은 책입니다.
20년 동안 80여명의 PD들이 제작에 참여하였으나, PD수첩 방송역사에서 큰 획을 그었다고 할 9명의 PD를 인터뷰 대상으로 선정한 듯합니다. 그들의 면면을 보면, 미국산 쇠고기 검증 문제를 취재했던 김보슬 PD, 삼성 무노조 문제,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다룬 한학수 PD, 대한민국 검찰의 도덕성에 의혹을 제기한 최승호 PD, 94년부터 「PD수첩」을 연출하고 책임 PD를 맡았으나 MBC 사장 인사 후 논란 속에서 인사 조치 당한 김환균 전 CP, 미선이 효순이 사건 보도로 촛불집회라는 문화현상을 일으켰으며 청와대, 검찰, 국정원 등 한국의 권부를 거시적으로 다룬 최진용 PD, 방송사상 유래없는 방송 주조정실 점거라는 난관 속에서 만민중앙교회 비리 문제를 고발한 윤길용 PD, 초창기부터 수많은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김상옥PD, 90년대부터 MC를 맡고 십여 년의 세월을 PD수첩과 함께하였으나 광우병 보도 이후 인사조치 당한 송일준 PD, 「PD수첩」 최초 기획자로서 PD수첩을 처음 만들고 제작한 김윤영 PD 등입니다. 그리고 PD수첩에 대한 애정이 큰 문지애 MBC 아나운서, 정재홍 PD수첩작가, 이봉구 PD수첩 시청자모임 운영자, 그리고 우석훈 성공회대 교수 등이 PD수첩에 대한 남다른 소회를 적어 PD수첩의 20년 역사의 요약본을 완성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PD수첩을 처음 기획했던 김윤영 PD가 “사회의 건강성을 회복하여 사람 살 만한 세상을 만들고, 소외된 자들을 위해 또 TV사 더 이상 바보상자가 되지 않기 위해, 핫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경제적 사건을 PD 시각으로 보아 심층적으로 규명하는 것이 <PD수첩>을 만든 목적이다.(23쪽)”라고 적은 것처럼 ‘사실’로 무장하여 시청자의 지지를 얻게 된 PD수첩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이러한 김윤영 PD님의 생각은 이주갑 MBC 시사교양국장이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 <PD수첩>’이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PD수첩>은 ’시대의 정직한 목격자‘가 되고자 합니다. ‘정직’이라는 말 속에는 ’거짓이 없다‘는 뜻 외에도 ’사심이 없다‘는 뜻과 ’피해 가지 않는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고 적은 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홉 분의 심경을 읽다보면 지난 20년 동안 걸어온 PD수첩의 발자취 하나하나가 힘들고 고난으로 가득한 길이었구나 하는 생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홉 분의 PD님들은 나름대로 기억에 남는 사건들을 회고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특히 ‘PD수첩-황우석 신화의 난자의혹’편을 통하여 황우석교수가 해오던 줄기세포연구의 문제점을 파헤칠 무렵이 가장 인상에 남습니다. 당시 미디어 다음에서 조사했던 “<PD수첩>을 지지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2%에 필자도 속했다는 점을 밝힙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당시 PD수첩과는 별도로 난자매매의 실상을 추적하던 팀을 지원하고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황우석교수팀이 난자를 취득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는 듯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뿐 아니라 당시 PD수첩의 보도에 담긴 내용이 사실을 근거로 하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속한 다양한 커뮤니티 안에서도 황우석교수에 대하여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우호적인 분위기가 우세한 상황에서 그분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을 일곱 차례에 걸쳐 제 블로그에 정리해 두기도 했습니다 그 첫 번째 글이 [<1> 누가 황우석교수에게 돌을 던질 것인가?; http://blog.joinsmsn.com/yang412/5624979]였습니다.
하지만 2008년 4월 29일 방영된 ‘PD수첩-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편에 공감하지 못했던 것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과학적 사실들을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어야 하지 않았나 싶어서입니다. 김윤영 PD님이 말씀하신 바 있는 ‘사실’로 무장한 PD수첩의 기본정신이 흔들린 것은 아닌가? 아니면 PD수첩이 내놓은 것은 사실이라고 믿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혹시 PD수첩-황우석교수편의 대박을 계기로 초심을 잃은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우리가 다룬 방송에 대하여 누가 감히 비판할 수 있어?“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요? 실제로 최진용PDsla도 ”황우석 사건은 그 당시는 힘들었지만 결국 대단히 힘을 불어 넣어줬다.(230쪽)“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윤영 PD님께서도 ”20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모든 것들이 그렇듯 색깔이 변해버렸다. 이것이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지만, ’다시 옛날 마음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를 돌아봐야 되지 않을까’하고 늘 생각한다.(18쪽)”고 고백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MBC 내부에서도 고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송일준PD님이 “프로그램 전체가 공익을 위한 것이라면 그 사소한 것이 프로그램 전체를 비난할 빌미가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153쪽)"라고 말하고 있는 점이나, 황학수PD님 역시 ”부분적으로 실수하는 부분도 있지만 그건 말 그대로 시간에 쫓겨서 하는 자잘한 실수일 뿐 절대 고의적인 게 아니다. <PD수첩>이 갖는 전통은 여전히 있는 거다.(296쪽)“라고 말하고 있는 점 등을 미루어 PD수첩이 시작할 때와는 분명 달라진 무엇이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황우석교수 사건 이후 PD저널리즘에 대한 논의가 일었습니다. 새로운 용어가 나오다 보니 기자들이 담당하는 기왕의 저널리즘을 기자저널리즘이라고도 부르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PD저널리즘과 기자저널리즘은 어떻게 다른가 궁금해집니다. 김상옥PD님은 “기자들이 일반적으로 사건을 취재할 때는 주관을 배제하고 육하원칙에 따라 객관적 사실만을 보도하지만, PD들이 만드는 프로그램엔 육하원칙 외에 기획의도와 대안제시 등 자신의 시각이 더 들어가게 된다. 그렇다 보니 PD가 전달하고자 하는 범위가 일반적인 기사의 전달보다 넓은 편이다.(100쪽)”라고 차이점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PD들이 제작하는 시사프로그램을 볼 때는 제작진의 시각을 걷어내고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기자는 사실을 그대로 전달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지만, PD는 사실을 제작자의 시각으로 가공하기 때문에 시청자가 진실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PD의 제작의도라는 방해물을 걷어내야 하는 수고를 하지 않으면 가공된 사실을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정보통신 컬럼니스트 이재일님의 글(http://columnist.org/ref/2005/051209-1238nt.htm)을 보면 PD저널리즘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정리를 해보면 PD저널리즘이 논의의 대상이 될 정도로 우리사회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 <PD수첩>은 황우석교수 사건을 계기로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은 성역의 위치에 올라섰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사실을 근거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던, 조금이라도 미심쩍은 부분은 확인에 확인을 거쳐 실수가 없도록 했던 초심을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