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보는 결정적 세계사 - 제2차 세계대전부터 21세기까지, 지정학으로 본 국제정치사 한빛비즈 교양툰 24
파스칼 보니파스 지음, 토미 그림, 이수진 옮김, 김준형 감수 / 한빛비즈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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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나 병원에서 마련해준 숙소에서 지내면서 책을 별로 읽지 못했습니다. 마침 출판계약한 원고를 다듬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출퇴근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시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전철에서는 책을 읽는 것이 좋기 때문입니다.


출퇴근을 다시 하면서 첫 번째로 읽은 만화책입니다. 프랑스의 국제정치학자 파스칼 보니파스가 원고를 쓰고, 정치학을 공부한 만화가 토미가 그림을 그렸습니다. 작가는 좋은 그림 하나가 백 마디 말보다 낫다는 말로 서문을 시작합니다. 하지만 사유나 지식은 오로지 진정한책을 통해 얻을 수 있다고 여기던 일부 지식인의 교만을 이해하지 못했었다라고 이어지는 대목은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파리8대학 유럽학연구소에서 국제관계와 지정학을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작가이기 이전에 나는 교사이므로, 나의 최우선 임무는 지식을 전달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작가는 좋은 그림 하나가 백 마디 말보다 낫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세상의 움직임을 만화로 설명해보겠다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다고 합니다. 생각을 실천에 옮기지 못한 것은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 한계 때문이었습니다. 마침내 토니라는 좋은 만화가를 만나면서 드디어 생각한 바를 실행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2차 세계대전부터 21세기까지, 지정학적으로 본 국제정치사라는 부제가 의미하는 것처럼 이 책에서 다루는 세계사는 시기를 정확하게 나눌 수는 없지만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한 국제정세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시기를 다루었습니다.


세계의 주요 도시가 하루 생활권으로 좁혀지고 있는 지금은 세계를 움직이는 사건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의 세계사는 지역의 역사를 모아놓으면 되었지만, 현대의 세계사는 각각의 지역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역사를 만들어 가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가는 그런 까닭에 세계의 각 지역을 대륙별로 혹은 보다 세분하여 역사적 사건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였습니다. 국제정세를 논하는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자기나라에 유리하도록 기술하는 느낌이 들 때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파스칼 보니파스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국제정세를 살펴보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화가 토미 여기 정치학을 전공하였기 때문에 작가의 생각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그림으로 표현해냈습니다. 어떤 때는 사실적으로 어떤 때는 우화적으로 상황을 그림으로 표현해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다룬 국제정세를 크게 3개의 시기로 구분하였습니다. ‘1: 양극화된 세계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에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양강구도로 흘러가던 국제정세를 다루었습니다. ‘2: 평화로운 신세계 질서를 향해?’에서는 고르바초프가 등장하면서 소련이 분열되고, 그 결과로 독일의 통일과 동유럽의 정치체계가 변화하는 시점을 다루었습니다. 냉전의 종식은 또다른 갈등을 불러일으켜 화약고 발칸에서는 전쟁이 다시 일어났습니다. ‘3: 이제 세계를 지배하는 건 서구가 아니다에서는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 미국, 유럽, 중동, 러시아 등 세계정세를 움직이는 동력이 다변화되었다는 사실을 짚었습니다.


최근에 러시아가 퇴출되면서 다시 축소된 G7국가들의 모임에 우리나라를 초청해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독립한 우리나라가 세계 최빈국에서 현재의 위치에 오를 때까지의 과정이 이 책에서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되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끌었습니다.


80년 가까운 세월을 178쪽의 만화책에 담아내는 작업이 결코 쉽지 않았을 터이나 그 기간 동안의 국제정세를 잘 요약해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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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 호텔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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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에는 노벨문학상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았던가 봅니다.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가 수상하였다는 사실을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때 알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카사노바 호텔>에는 열두 편의 작품을 담았습니다. 이런 방식의 책들은 대체적으로 비슷한 분야의 글을 묶어내는 경향이 있을 듯한데, 이 채근 분야의 성격이 아주 다채로운 것이 특징입니다. 표제작인 <카사노바 호텔>을 비롯하여 이어지는 <이야기들>, <귀환>, <방문> 등은 자전적 수필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문학과 정치>는 문학과 정치와의 관계를 논하는 수필인데, 진정한 문학의 범주에 들려면은 정치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편견에 대한 비판을 담았습니다. 저자는 글쓰기는 허구를 통해 사회적 질서를 승인 혹은 규탄하는 견해를 아주 복합적인 방식으로 실어나름으로써, ‘참여하게 된다.(53)”라고 말합니다.


문학은 초기 단계, 그러니까 내밀한 독서의 단계에서는 느리게 말없이 진행되는 혁명이다. 방금 읽은 책이 독자의 뇌리에 머무르고있음을 곁에서 보면 누가 알아보겠는가? 가끔은 문학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혁명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혁명과 뒤섞이지 않고 혁명을 넘어선다.(55)”라는 대목은 앞으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연방, 이미지와 물음>1988년 모스크바를 방문하면서 적은 수필입니다. 1985년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으로 취임한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1986년 제안한 페레스트로이카는 경직되어 있던 소련의 경제와 행정체계에 혼합경제의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1991년까지 이어지면서 소비에트 연방의 이념체계를 뒤흔들어 놓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작가 역시 페레스트로이카의 본질이 손에 잡히지 않았던 듯, “갈색머리의 튼실한 여자로 특색이라고는 전혀 없다. 그녀에게 페레스트로이카는 무엇이며 페레스트로이카에세 그녀는 무엇일까?(72)”라고 글을 마무리합니다.


<라이프치히, 이행>199011월에 다녀온 라이프치히의 여행에 관한 수필입니다. 그러니까 1990103일 서독과 동독이 통일을 된 사건 이후의 시기였습니다. 저자는 당시 그 누구도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라고 했습니다. 저자는 라이프치히에서의 마지막 몇 시간을 미술관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특히 뵈클리의 음울하고 지독한 그림 <망자들의 섬>과 프리드리히의 및이 있는 <삶의 단계>를 감상한 느낌을 적었습니다. 두 작품이 어찌나 상호보완적인지 두 작품이 한 공간에 있다는 게 당혹스러울 정도라고 했습니다.


<금세기 저편에서>1875년에 태어나서 1997년에 122세를 일기로 사망한 프랑스의 장수여성 장 루이즈 칼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아마도 그녀가 생존한 세계인 가운데 최장수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결국은 망각 속에 묻힐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그 누구도 장 칼망을 기억하지 못하리라. 나 자신조차 왜 이런 글을 썼는지를, 우리 삶의 일부를 삼키는 한 세기와 내가 확실히 죽음을 맞이하게 될 또 따른 거대한 세기, 이 두 세기 사이에서 느꼈던 박탈감과 공허함을 잊어버리고 말겠지.(94)”라고 글을 마무리하였습니다.


<C소재 우체국의 남자>에서도 독특한 대목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가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존재하는 사람들, 계속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글을 쓸 때, 이야기의 종결은 없다. 더 정확히는, 대상과의 사이에 다른 아무것도 없이, 글쓰기로만 관계가 지속된다면 종결은 있을 수 없다.(113)”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는 종결을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적지 않게 난해한 느낌이 남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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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왜 다른 곳이 아닌 머릿속에 있을까 - 뇌과학자에게 묻고 싶은 오만 가지 질문들
마이크 트랜터 지음, 정지인 옮김 / 아몬드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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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질문을 받으면 답변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뇌는 왜 다른 곳이 아닌 머릿속에 있을까?’라는 질문이 튀어나온 배경이야 그렇다고 쳐도, 정답은 무엇일까 궁금해집니다. 이 책의 원래 제목은 부제로 붙인 뇌과학자에게 묻고 싶은 오만 가지 질문들에 가까운 <Million Things To Ask A Neuroscientist>입니다. 오만가지가 아니라 백만 가지나 될 수 있는 질문을 받아보겠다는 호기를 부린 셈입니다. 저자 역시 내가 허풍을 좀 쳤다고 꼬리를 내렸습니다. 영국인 답지 않은 모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허풍은 이것만이 아닌 듯합니다. 저자는 처음에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을 때, 사람들의 경이감에 제대로 불꽃을 당길 수 있는 개념들을 찾아내 길잡이로 삼고 싶었다. 그래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뇌에 관해 가장 흥미롭다고 여기는 질문, 늘 알고 싶었지만 답을 알아볼 기회가 없었던 질문을 보대달라고 요청했다.”고 적었습니다만, 저는 그런 연락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질문을 받은 것은 아닌 듯합니다.


질문에 답하는 방식도 분명치가 않습니다. 책에 담기 적합한 질문을 추리는 과정이 상당히 어려웠다고 고백하면서, 어떤 질문은 독립적인 항목으로, 어떤 질문은 본문 중에 끼워 넣었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어느 분이 어떤 질문을 보냈는지 표시도 없습니다. 이는 저자의 요청에 따라 질문을 보낸 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 듯도 싶습니다. 저자와 같은 방식으로 책을 꾸민다면 이런 점들을 고려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질문들은 1. 뇌과학자에게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2. 뇌과학 X파일, 3. 뇌과학의 미래, 4. 과학의 토끼굴 등, 모두 4개의 영역으로 구분하였습니다. 5. 과학 기술 공학 수학하는 여자들이라는 부분은 런던에서 뇌과학을 공부하는 박사과정의 여학생에게 부탁한 원고라고 합니다. 영국에서는 박사과정에 있는 학생을 뇌과학자라고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박사과정을 일단 마치고 자신만의 연구 주제를 가지고 있어야 뇌과학자라고 할 수 있지 싶습니다.


질문들 가운데 지나치게 피상적인 것도 있지만 상당한 전문가가 내놓은 듯한 것도 있습니다. 제가 관심을 두고 있는 기억에 관한 것으로는, 1. 머리를 맞으면 정말로 기억을 잃을까?, 2. 기억은 어떻게 뇌에 새겨질까?, 3. 과잉 기억증후군: 생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있을까? 등 세 가지였습니다. 기억이 뇌에 새겨지는 방식에 대한 질문은 답이 쉽지 않은 것이지만, 나머지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피상적인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과연 기억이란 무엇인가?’라는 세부질문에 들어가보면 답변이 지나치게 두루뭉술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기억 하나하나는 여러 신경세포에 함께 새겨진다.’라고 하였는데 어디에 어떻게 새겨진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설명이 없습니다. 기억이 부호화되는 방식을 설명하면서 비욘세의 연주회에 가는 길을 비유하고 있는데, 기억이 저장되는 과정은 연주회에 가는 길이 다양한 것과는 전혀 다른 방식일 것 같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른 내용도 있었습니다. -뇌장벽을 설명하면서 몸의 나머지 부분으로 공급되는 혈액과 특별히 뇌로만 들어가는 혈액 사이에 장벽이 설치되어 있다라고 설명하였습니다. 심장에서 출발한 혈액이 어느 지점에서 장벽을 만나게 되는지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습니다. 정확하게 설명하자면 혈뇌장벽은 뇌에 분포하는 동맥혈관의 구조적 특징에 따라 일정한 크기 이상의 분자량을 가지는 물질이 동맥혈관을 떠나 뇌실질로 침투할 수 없는 구조를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일부 항목들의 경우는 흥미롭게 읽었습니다만, 적지 않은 내용이 지나치게 피상적이라는 느낌이 드는 책읽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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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 기억의 심리학 - 천개의 얼굴을 가진 기억-우리는 무엇을 왜, 기억하고 망각하는가
박지영 지음 / 너머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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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랫동안 치매에 관심을 두어왔습니다. 치매환자가 보이는 가장 흔한 증상이 기억력 저하이기 때문에 기억의 본질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습니다. 심리학을 전공한 박지영 작가의 <유쾌한 기억의 심리학>도 기억에 대한 앎을 넓히기 위해 읽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심리학을 공부하고는 출판사의 편집인을 거치면서 심리학의 연구성과를 알리기 위한 강의와 집필활동을 해오고 있다고 합니다.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 저장되고, 필요할 때는 어떻게 되살려내는지에 대하여 딱 떨어지게 설명된 글을 읽어본 기억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저의 기억이 시원치 않은 까닭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유쾌한 기억의 심리학>에서는 어느 정도 가닥이 정리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은 기억을 심리학의 관점에서 들여다보았다기보다는 기억의 본질을 정리하여 설명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제목이 적절한가 싶기도 합니다.


기억력이 별로인 친구에게 너 붕어야?’라고 놀리기도 합니다. 그것은 붕어 낚시를 하다보면 떡밥을 물었다가 낚시 바늘에 꿰일 뻔한 붕어가 불과 3초 뒤에 다시 떡밥을 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붕어의 기억력이 3초를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짐작에서 나온 이야기라고 합니다. 하지만 수족관에 있는 붕어는 먹이를 주는 장소를 기억한다고 해서 붕어의 기억력이 3초니, 15초니 하는 주장이 틀렸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유쾌한 기억의 심리학>에서는 기억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가장 핵심요소라는 제목의 머리말로 시작합니다. 놀라운 기억력을 자랑하는 동물이 없지 않은 것을 보면, 사실 기억이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이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인간의 기억에 관련된 사항을 체계적으로 살펴보는 책이라고 설명합니다. ‘기억이라는 것이 어떤 것이고, 왜 중요하며, 어떠한 과정을 거쳐 기능을 하고, 또 기억이 잘못되면 어떻게 되는지 등에 관하여 각종 실험과 실생활에서의 예를 들어 설명하였다(7)’라고 적었습니다.


이 책의 얼개는 기억 연구의 역사와 기억의 얼개를 소개하고, 감각기억, 단기기억, 장기기억, 그리고 기억력을 높이는 방법, 기억이 재구성된다는 사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억이 사라지는 까닭을 설명합니다. 2009년에 출간된 탓인지 기억이 형성되는 과정이나 기억이 저장되는 방법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충분하지 못한 느낌이 있습니다.


잠재의식광고에 엮인 논란이 있다는 사실도 빠져있습니다. 역치아래(subliminal) 광고하는 광고기법은 특히 영상물에서 사람들이 인식하지 못할 정도의 짧은 순간에 광고를 심어 잠재의식을 일깨워보겠다는 시도입니다. 그 효과에 대한 학술적 논란이 여전하지만, 역치아래 광고는 법으로 금하고 있습니다. 위험요소를 사전에 막겠다는 입법 취지입니다.


게으른 사람만이 메모를 한다라는 독일 철학자 칸트의 말을 인용했는데, 사실여부의 확인이 어려웠습니다. 어떻든 인간의 기억이라는 것이 완벽한 것이 아닌 까닭에 보고 들은 것을 간단하게 적어두는 버릇을 들이는 것이 좋겠습니다. 요즈음에는 누구나 들고 다니는 휴대전화를 활용하여 녹음을 하거나 요약하게 기록할 수 있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저자는 기억에 관한 실험의 결과를 비롯하여 다양한 인용자료 등에서 뽑은 표, 그림, 사진 등의 자료를 적절하게 배치하여 기억의 현상에 대한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아쉬운 점은 출간으로부터 14년이나 지났기 때문에 그동안 새롭게 밝혀진 기억에 관한 이야기들을 비롯하여 기억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더해서 개정판이 나왔으면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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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 그리스 신화 - 명화들이 말해주는
이진숙 지음 / 제이앤제이제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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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로마 신화를 서구문명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특히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는 그리스-로마 신화를 새롭게 해석한 작품들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습니다. 책이나 만화를 통하여 그리스 신화를 읽어왔지만, 단편적인 이야기를 모아놓은 형식이라서 기억에 갈무리되는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해외여행을 하다보면 미술관에 갈 기회가 적지 않습니다. 과거의 해외여행은 유명한 건축물, 장소 중심으로 찍고 가는 형식이었다면 최근에는 어느 정도의 시간여유를 가지고 머물면서 즐기는 여행이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렇게 가게 된 미술관에서 너무나 많은 작품들을 만나게 되기 때문에 그림들을 찬찬히 들여다볼 여유가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 사실은 그림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으니 종종걸음으로 다니면서 사진에 담으려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작 그림을 대하는 예의가 아니라고 런던의 국립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현지 사람으로부터 야단을 맞기도 했습니다.


이진숙 작가의 <그림 속 그리스 신화>는 이런 고민에 빠진 저에게는 그리스 신화를 다룬 미술작품을 이해하는 방법을 귀띔해주는 책읽기였습니다. 사실은 제가 좋아하는 이진숙 작가의 책일 것이라는 믿음으로 골랐던 것인데 또 다른 이진숙 작가의 책이었습니다.


작가는 화보가 아닌 원작을 눈앞에 두고서도 그 원작이 주는 묘미를 느끼지 못한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라는 탄식에 대한 답을 제시합니다. 바로 작품의 내용을 알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내가 직접 분석해서 (그림을) 보는 것이라는 간단한 내용입니다.

그림을 이해하려면 몇 가지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림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과 어떤 대상의 전형적인 표현방법, 즉 이코노그라피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그림 속 그리스 신화>에서 저자는 이 두 가지를 중심으로 그리스 신화를 다룬 서양미술작품들을 이해하는 방법을 안내합니다.


기본적으로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이 관계된 사건을 다룬 명화를 선정하고, 그 기름을 먼저 읽어보고 해석하며,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작품들을 비교하여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갔습니다. 더하여 화가의 삶과 서양미술사에 미친 그들의 영향에 대하여도 이야기합니다.


책의 전체적인 얼개는 그리스 신화를 크게 4부분, 1. 올림포스의 신들, 2. 제우스의 여자들, 3. 신화 속 영웅들, 4. 트로이 전쟁과 멸망으로 나누었고, 여기에서 다루는 작품들 속에 나타난 미술 양식과 화풍의 변화도 살펴보았습니다. 아마도 누리사랑방에 풀어놓았던 이야기들을 책으로 묶어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 33개의 그리스 신화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신화의 내용은 대부분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일부느 처음인 것도 있었습니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나, 렘브란트의 <니콜라스 튈프 박사의 해부학 강의>, 안토니오 다 코레조의 <주피터와 이오> 등 다른 미학관련 도서에서 설명을 들었던 그림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작품들은 처음 만나는 것들이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작가의 설명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만 일부 작품의 경우는 그 해석에 있어서 작가 나름의 몫이 있어 보였던 것 같습니다.


화가 역시도 신화를 나름으로 해석하여 화폭에 담고 있어서 분위기가 신화시대의 그리스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경우도 있어 보입니다. 자코포 틴토레토의 <헬레나의 납치>의 경우입니다. 트로이 전쟁 때의 이야기를 중세로 옮겨 화폭을 구성하였다는 것입니다. 라파엘의 <보르고의 화재>의 경우도 보르고 지방에서 발생한 화재사건에 트로이전쟁의 막바지 시점의 분위기를 입혀냈다는 해석이고 보면 지나친 점은 없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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