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더비가 사랑한 책들 - 소더비 경매에서 찾은 11편의 책과 고문서 이야기
김유석 지음 / 틈새책방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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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책에 관한 이야기도 역시 좋아합니다.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을 읽게 된 이유입니다. 소더비(Sotheby’s)는 크리스티(Christie’s)와 함께 세계적인 경매회사입니다. 경매는 물건을 매매하는 방식의 하나로 판매하는 쪽이 물품의 가격을 미리 정하지 않고, 구매희망자(입찰자) 들이 구입을 희망하는 가격을 적어내면 그 가운데 최고가를 적은 입찰자에게 판매(낙찰)하는 방식입니다.


그러니까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은 소더비가 좋아해서 소장하고 있는 책이 아니라 소더비가 경매를 맡아 진행했던 책들 가운데 주목할 만한 이야기 거리를 정리해놓았습니다. 그러니까 소더비 경매에서 찾은 11편의 책과 고문서 이야기라는 부제가 이 책의 성격을 잘 담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러니까 <소더비가 주인을 찾아준 책들> 정로라고 책의 성격을 분명하게 하는 편이 좋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하나 더 짚어보면 이 책에서 다룬 11건의 경매 가운데 책이라고 볼만한 건은 나폴레옹 황제의 소장도서, 단테의 <신곡>,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프랑스의 여왕이 될 뻔 했던 여인의 <잔 드 나바르 기도서>, 조세프 글로버가 편찬한 <시편>, 구텐베르크가 처음 인쇄한 <성경>, 6 건 정도이며, 나머지들응 채이라고 보기보다는 문서형식으로 남아있다고 힙니다.


소도비나 크리스트 등 세계적으로 유수한 경매회사들은 주로 예술작품을 경매에 부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소더비의 경우는 런던에서 고서적과 골동품을 다루는 작은 책방에서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1744년에 경매 사업을 시작했고, 1913년 그림을 경매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소더비는 그림을 비롯한 예술품을, 클스티는 보석류의 경매에 강점을 보인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은 소더비가 경매를 담당했던 유명한 책과 문서들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편집을 했습니다. 1부 희소성이라는 이름, 2부 산에게 바치다, 3부 세상을 바꾸다 등으로 구분하여 모두 11건의 책과 문서들을 제대로 분리하여 우리말로 옮기고 연관된 다양한 사실들을 영화, 대담 등을 인용하면서 이해가 엇갈리지 않게 단도리를 해두었습니다.


11건의 물품들 가운데 눈길을 끌었던 내용은 단테의 <신곡>이었습니다. “언제나 잔혹한 죽음이여, 연민의 으뜸가는 적이여, 슬픔을 낳은 어머니여, 항소할 수 없는 무자비한 심판관이여!”라는 단테의 시귀가 눈길을 끌었던 것보다. 보티첼리가 삽화를 그렸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작가는 11꼭지의 이야기를 진행함에 있어서 관련된 사항들에 대하여 다양한 사진자료를 인용한 점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본문 설명을 쉽게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흔히 경매는 보통사람들하고는 거리가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어가면서 누구나 쉽게 참가하여 즐길 수 있는 행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소더비는 경매장이자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갤러리라는 것입니다. 여느 갤러리나 박물관처럼 오전 10시에 문을 열고 오후 5시면 문을 닫는 다고 합니다.


그래서 작가는 직접 찾아가본 소더비의 풍경을 이렇게 기록해놓았습니다. “유명 미술품을 경매하는, 상류층과 부자들을 위한 장소라고 생각했던 소더비는 사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었다. 돈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소더비 안의 갤러리를 활보하며 사진을 찍고 경매가 열리는 곳을 참관해도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이곳은 상류층이 인류의 보물을 두고 비밀 경매를 하는 곳이 아니라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 자신만의 가치 척도에 따라 물건들을 거래하는 장터였다.


소더비가 사랑한 책들


김유석 지음

352

2-23130

틈새책방 펴냄만한 사건들이 있어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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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목격자 - 한국전쟁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 전기
앙투아네트 메이 지음, 손희경 옮김 / 생각의힘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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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호국의 달 6월의 마지막에 읽은 책입니다. 6.25 동란이 발발하기 전에 한국을 다녀갔고, 전쟁이 시작되자 서울로 달려와 전쟁의 참상을 지켜보았고, 인천상륙작전의 현장을 지킨 유일한 여성 종군기자 마거리트 히긴스의 전기입니다.


마거리트의 부모는 제1차 세계대전 중에 파리에서 만나 결혼을 했습니다. 아일랜드계인 아버지 로런스 대니얼 히긴스는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분교에 다니다가 참전하여 파리로 가게 되었고, 프랑스인 어머니 마르게리트 드 고다르도 리옹을 떠나 파리로 향했습니다. 두 사람은 독일군의 포격을 피해 지하철역으로 대피했을 때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두 사람에 홍콩으로 이주해 살던 192093일 마거리트가 태어났습니다.


마거리트가 정규교육을 받을 무렵 가족은 미국으로 이주하여 오클랜드의 새벗 코트에 자리잡았습니다. 마거리트 역시 아버지가 다녔던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분교를 졸업했습니다. 대학에서는 대학신문 <데일리 캘리포니언>의 기자로 활동했던 것은 마거리트의 경쟁적인 성격도 일조했다고 합니다. 1941년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으로 간 마거리트는 신문사에서 일자리를 구해 궁극적으로는 해외특파원이 되겠다는 꿈을 가졌습니다. 결국 지난한 과정을 통하여 여자는 뽑지 않는다는 <뉴욕 헤럴드 트리뷴>의 도시담당 부장 엥겔킹의 원칙을 무너트리고 컬럼비아대학교 출입기자가 되었습니다. 남성우월주의가 지배하던 언론계와의 싸움이 시작된 것입니다. 마거리트에게 힘이 되어준 것은 깔끔한 기사 작성 능력이었고 미모가 한 몫을 해주었습니다.


도시담당보도국에서 기량을 연마하던 마거리트는 런던을 거쳐 파리로 이동하여 전쟁터를 누비게 되었습니다. 종전이 되고는 베를린에서 활동하다가 19504월 도쿄로 발령을 받았습니다. 도쿄에 도착하고 일주일 뒤에는 530일 총선을 치르는 한국을 취재하기 위하여 서울을 방문하게 됩니다.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임의대로 분단되었던 독일처럼 기사가 될 잠재력이 있음을 알아차렸던 것입니다. 그녀의 첫 번째 기사는 기자, 한국을 갈라놓은 국경으로 가다 / 빨갱이들이 말과 포탄으로 싸우는 현장을 발견이라는 제목의 기사였습니다.


625일 북한이 남침해오자 곧바로 김포공항에 내려 서울로 향했습니다. 한강다리가 폭파되는 바람에 겨우 배를 얻어 타고 도강을 한 뒤에는 수원에서 수송기를 타고 동경으로 가 기사를 송고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수원비행장에 돌아온 마거리트는 맥아더 장군과 조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이 만남에서 리빙스턴 박사님 아니십니까?’라고 했다는 스탠리 경의 고사를 떠올렸다고 합니다.


전선을 누비는 그녀는 많은 미군 장사병들의 의식을 바꾸어놓았다고 합니다. 여자 앞에서 겁먹고 바보 같아 보일까봐 두려워했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존재만으로도 충격이었지만 아주 매력적이고 호감이 가는, 직업의식이 투철한 그녀에게 존경심을 품었다고 합니다. 시간이 가면서 그녀는 전쟁의 영웅이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최전선을 찾았다가 북한군의 기습으로 포위되는 상황을 맞기도 했습니다.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적었습니다. “전쟁터에 와서 처음으로 탈출할 방도가 없다는 냉정하고도 끔찍한 확신이 갑작스레 엄습했다. 내 반응은 진부했다. 목전에 닥친 죽음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느닷없이 깨닫게 된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나는 마침내 이 일이 내게 벌어지는구나 하는 단순한 놀라움만을 느꼈을 뿐이다. 그러다가 점차 마음이 단단해졌고 비교적 침착해졌다. 나는 걱정을 멈추다. 그러자 이가 딱딱거리며 부딪는 것이 멈추었고, 손도 더 떨리지 않았다.(250)”


그녀는 인천상륙작전에서도 현장을 지켜 상륙부대와 함께 상륙하여 전투현장을 지켰습니다. 그리고 929일 서울수복을 알리는 행사에도 참석하였습니다. 여성기자가 전쟁터를 누빈다는 것을 벽안시하던 편견을 깬 그녀는 한국이라는 풍경의 일부가 되었다고 그녀의 동료 키스 비치는 말했습니다. 그녀의 뛰어난 현장취재의 감각은 여성기자로는 처음으로 퓰리처상의 수상으로 빛이 났습니다. 전투가 소강상태에 빠져들 무렵 그녀는 6개월의 긴 휴가를 받아 고향에 갔고 한국전쟁을 다룬 <자유를 위한 희생>을 출간하였습니다.


그녀가 지켜본 6.25동란 당시의 상황은 어땠는지 그녀가 쓴 책을 읽어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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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쓸모 -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들
박산호 지음 / ㅁ(미음)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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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들이라는 부제가 달린 <소설의 쓸모>는 제목에 이끌려 읽은 책입니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소설도 적지 않게 읽어왔는데 그렇게 읽은 소설들을 어떤 쓸모로 사용할 수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결론을 미리 말씀드리면 다소 실망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독후감 모음이었다는 생각과 여성주의적 관점을 중심으로 한 작가의 생각이 쉬이 와 닿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들이라는 부제가 이 책을 읽은 모든 독자에게 부합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박산호 작가는 번역가이자 수필가입니다. 주로 범죄소설을 번역해왔기 때문인지 <소설의 쓸모>에서 다룬 17개의 소설들도 대부분 범죄소설들입니다. <너를 찾아서>라는 심리소설을 쓰기도 했습니다. <소설의 쓸모>에서 다룬 17개의 소설들 가운데 유일하게 폴라 호킨스의 <걸 온 더 트레인> 하나를 읽었을 뿐입니다. 추리소설을 탐닉하던 시절이 있었는데 박산호 작가와는 관심이 겹치지 못한 까닭인 듯합니다. <걸 온 더 트레인>을 읽은 것은 열차와 관련된 책을 써보려 생각할 무렵에 읽은 것입니다.


<소설의 쓸모>에서는 작가가 살아온 날들을 정리하기 위하여 작가가 번역을 하거나 읽은 소설들을 인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이야기들이라는 부제가 적절한가 싶었습니다. 외국 작품을 우리말로 옮길 때는 원어의 의미에 걸 맞는 우리말을 찾아 써야합니다. 그런데 어렸을 때 나의 주 양육자는 엄마의 엄마, 즉 할머니였다라는 들어가는 글의 첫 번째 문장에서부터 분명치 않은 우리말을 만나고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엄마의 엄마를 할머니로 일반화한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라는 우리말은 나이가 든 여성을 이르기도 하지만, 아버지의 어머니를 이르는 친할머니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어머니의 어머니는 외할머니라고 구분하여 쓰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습니다.


각설하고 매일 밤 외할머니께서 이야기를 해주셨다는 말씀을 읽으면서 부러웠습니다. 어렸을 적에 할머니나 외할머니 댁에서 머물던 날이 적지 않았지만 이야기를 해주셨던 기억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고모님이 가끔 집에 찾아오셨을 때 옛날이야기를 해주셨던 기억은 있습니다. 이야기를 즐겨 해주셨지만, “이야기 너무 좋아하지 말어. 이야기 좋아하는 사람은 가난하게 살아라고 말씀해주셨다는데, 아이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이중적인 말씀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앞서 작가가 여성주의적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듯합니다. “나는 전라도 출신이라서, 싱글맘의 딸이라서, 다시 내가 싱글맘이 되어서 차별당했던 기억을 떠올렸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차별을 당했다는 것은 본인만의 생각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습니다. 저 역시 전라도 출신입니다. 젊어부터 전라도가 차별을 당한다는 이야기를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차별을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여자는 이렇게 항상 아이를 낳는 도구가 되어야 하는가라는 저자의 생각에도 동의하기 힘들었습니다. 아이를 남성이 낳을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아이를 낳는 일은 도구로서 해야 하는 의무가 아니라 여성이라는 특별한 인간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최근에 가정에서의 아버지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은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능력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즈음 여성들은 결혼하지 않을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었다는데 이는 삶의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삶의 의미는 현재의 상황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앞두고 살아온 날들을 되짚어 볼 때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것 아닐까요? 자녀 없이 홀로 죽음을 맞을 때의 심정이 과연 어떨지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결혼하지 않을 자유를 생각하지는 않을 듯합니다. 그런 점에서 정세랑 작가의 <아라의 소설1>에서 인용했다는 어떤 모퉁이를 돌지 않으면 영원히 보이지 않는 풍경이 있으니까라는 대목이 이 책에서 유일하게 마음에 와닿는 대목이었습니다. 물론 작가의 해석은 저와는 다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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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 못다 깐 근육과 신경 이야기 한빛비즈 교양툰 25
압듈라 지음, 신동선 감수 / 한빛비즈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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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과대학에 입학했구나하는 실감을 처음 느꼈던 시간은 바로 해부학 수업이 시작되면서였습니다. 제가 다녔던 가톨릭 의과대학은 본과에 들어가서 시작하는 해부학 수업을 예과2학년 2학기부터 시작했습니다. 교과서로 쓰던 <그레이 아나토미> 책의 원서는 무게만도 5정도였는데, 두께도 한 뼘 가까이 되기 때문에 손목을 안으로 감아 쥐어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해부학 수업이 있는 날 <그레이 아나토미>를 손에 들고 집을 나서면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해부학은 의학 공부의 시작입니다. 일단 인체의 구조를 알아야 인체를 구성하는 장기들이 어떻게 조하를 이루는지, 그리고 그 조화가 깨졌을 때는 어떤 증상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있는 것이고, 수술이라도 할라치면 수술해야 할 장기의 해부학적 구조를 꿰고 있어야 제대로 시술을 할 수가 있습니다.


해부학을 공부할 때는 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만의 전유물(?)일 것이라는 편견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역사적으로 그림이나 조각 등의 예술분야에서도 인체의 구조를 잘 이해해야 한다고 합니다. 또한 의복이나 구두를 만드는 분들 역시 연관된 부분에 대한 해부학을 잘 이해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에는 운동 분야에서도 해부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실력을 향상시킨다고 합니다. 사실 의과대학에서도 해부학을 전공하는 의사는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도 어렸을 적에는 만화를 아주 좋아했습니다만, 요즈음 젊은이들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책을 읽기보다 만화를 통하여 더 쉽게 이해한다고 합니다. 한빛비즈의 교양툰 연작이 바로 이런 취지에서 기획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는 한빛비즈의 교양툰 연작이 내놓은 해부학에 대한 만화입니다.


작가는 고등학교 때 친구들이 지어준 압듈라라는 예명을 사용합니다만, 무슨 의미인지는 분명치 않습니다. 체육대학을 졸업하고 운동생리학과 해부학이 최애 학문이라는 작가는 만화작가로 등단하면서 해부학을 만화로 만들어 재미를 본 것 같습니다. <!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로 작가를 처음 만났습니다만, 사실확인이 잘 되어 있고, 곳곳에서 번득이는 작가의 재치는 읽는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해부학의 역사를 다루는 장의 제목 먼 나라 해부학 이웃 나라 해부학은 이원복 작가의 만화 <먼 나라 이웃 나라>에서 가져온 듯합니다. 그리고 관절을 설명하는 그림 가운데는 유명한 비틀즈의 앨범 표지 그림을 살짝 변형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골반바닥의 해부학을 설명하는 장면에 등장하는 스핑끙스는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 왕>에 등장하는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가져왔습니다.


사실 해부학에는 인체의 다양한 조직들을 다루는 세부 분야가 많이 있습니다. 해부학을 공부할 때 제일 먼저 골학을 배우고 이어서 근육학, 혈관학을 배운 다음에 심장, , 위장관, 비장, 간장, 비뇨생식기 등 장관들을 배웁니다. 신경해부학은 워낙이 복잡해서 따로 배웠습니다. 이렇듯 방대한 해부학을 <까면서 보는 해부학>에 이어 <!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에서 다뤄냈다는 것은 참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에서 유일하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대목이 있었습니다. 바로 사람의 70%’는 물이라는 대목입니다. 인체의 구성요소 가운데 물이 70%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10 명 중에 7명은 실은 사람 행세를 하는 물이라는 것이라는 설명이 옳은가 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개체의 구성을 가지고 개체군을 나눌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제목을 해부학입니다만, 조직학, 세포학, 발생학 등 해부학의 세부 분야를 넘나들면서 인체의 신비함을 설명하고 있어 해부학에 대한 작가의 진심을 알 듯도 합니다. 해부학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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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1
나카노 교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한경arte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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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늦은 감이 있습니다만 <무서운 그림>으로 만났던 나가노 교코 교수가 쓴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의 역사>를 읽었습니다. 연초에 국립박물관에서 열렸던 ;합스부르크 600년 전시회를 관람하기 전에 읽었더라면 좋았겠다 싶었습니다. 독일문학을 전공한 교코 교수는 독문학과 서양문화사를 강의하면서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여행하면서 합스부르크 왕조는 중세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유럽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는 느낌을 받는 한편 혼인으로 엮인 관계가 너무 복잡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합스부르크 왕조는 중세부터 20세기 초까지 약 650년에 걸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독점하는 한편 스페인 왕국, 포르투갈, 롬바르디아-베네치아, 달마티아, 프랑스, 오스트리아, 헝가리 왕국의 왕을 배출했기 때문입니다. 스페인의 황금기에 합스부르크왕조가 왕위를 이었기 때문에 카를5세는 유럽 역사상 가장 많은 70개 이상의 나라를 지배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이와 같은 합스부르크 가문의 영광은 복잡한 혼맥으로 일구어낸 것입니다. 이런 결과를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합스부르크 가문의 가훈은 전쟁은 다른 이들에게 맡겨라. 너 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결혼하라!”였다고 합니다.


교코 교수는 합스부르크 왕조의 인물들이 여러 나라에서 왕을 지냈기 때문에 수많은 예술작품의 대상이 되었던 것에 착안하여 합스부르크 왕조에서 주목할 만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합스부르크 왕조의 역사를 다루어보는 기획을 했다고 합니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7세기 무렵 알자스 일대에 자리 잡았던 대귀족 에티호넨 가문의 방계에서 출발하였습니다. 브라이스가우 백작 가문의 라트보트가 1020년 오늘날 스위스 아르가우 지방에 있는 하비히츠부르크에 성을 쌓고 백작령을 세우면서 합스부르크 가문이 시작되었습니다. 라트보트는 클레트가우 백작이었지만 그의 손자인 오투가 합스부르크 백작을 칭했던 것입니다. 합스부르크의 5대 백작 루돌프4세가 우여곡절 끝에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루돌프1세가 되면서 가문의 영광이 시작되었습니다.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의 역사>에서는 15세기 말 독일 왕 겸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된 막시밀리안 1세의 초상을 그린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을 시작으로 19세기 말에 나폴레옹3세의 사주로 멕시코 황제가 되었다가 프랑스의 간섭에 반기를 들었던 베니토 후아레스에게 체포되어 처형당한 막시밀리아노 1세의 처형장면을 그린 에두아르 마네의 <막시밀리안의 처형>에 이르기까지 12명의 합스부르크 왕조의 인물을 대상으로 11명의 화가가 그린 12작품을 중심으로 한 인물사로 정리했습니다. 교코 교수는 합스부르크 가문의 인물사에 머물지 않고 작품을 그린 화가에 관련된 이야기는 물론 작품의 주인공과 관련된 다른 예술작품도 함께 소개하였습니다.


합스부르크 왕가 사람들이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탓인지, 아니면 합스부르크 왕가가 소장한 작품에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까닭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합스부르크 왕가의 사람들을 그린 미술작품 12개 가운데 알브레히트 뒤러의 <막시밀리안 1>를 비롯하여 프란시스코 프라디야의 <광녀 후아나>, 베첼리오티치아노의 <황제 카를5세의 기마상><군복 모습의 펠리페 황태자>, 엘 그레코의 <오르가즈 백작의 매장>,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프란츠 사버 빈츠할터의 <엘리자베트 황후> 7작품은 이미 만나 본 듯합니다. 아돌프 폰 멘첼의 <프리드리히 대왕의 플루트 연주회>는 직접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그림의 무대가 된 상수시 궁전은 한번 가보았기 때문에 익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역사를 정리하는 새로운 접근법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만 합스부르크 왕가의 역사를 해석하는데 일본 자료를 인용한 점은 일본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저로서는 이해에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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