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던 그 사람
웬디 미첼.아나 와튼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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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즉에 읽었어야 하는 책입니다. 초기 치매로 진단을 받은 환자가 치매라는 진단을 받아들이는 과정, 자신이 치매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주변에 어떻게 알렸는가, 치매가 진전되면서 겪은 일상의 삶에서의 어려운 점을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가 등을 기록한 책입니다. 치매에 관한 책은 많이 나와 있습니다만, 치매환자의 입장에서 쓴 책은 10여 년 전에 나온 <내 기억의 피아니시모>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치매에 관한 책을 두 차례에 걸쳐 개정해오면서도, ‘치매로 진단을 받았다고 하면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이 어렵기 때문에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라고 생각해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아주 충격이 컸습니다. 지금까지는 치매환자를 치료하는 방법과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환자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주로 관심을 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즉 치매로 진단받은 초기 환자가 독립적으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어떤 도움이 필요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따로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치매 초기 환자도 질병의 진행이 일정한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충분히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환자 주변에서 그리고 지역사회에서도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책을 쓴 웬디 미첼씨는 박지성 선수가 활약한 맨체스터에서 조금 떨어진 리즈라는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치매 진단을 받게 된 계기는 뇌졸중에서 회복된 이후입니다. 처음에는 운동장애가 생겼기 때문에 의료진 역시 뇌졸중의 후유증일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뇌졸중 때문에 치매가 올 수도 있습니다마나, 불과 3개월 만에 생기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웬디씨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되는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경과하였습니다.

두 딸이 있지만 돌봄의 부담을 지우지 않기 위하여 조그만 도시로 이사를 하고 독립적으로 살기 시작하였습니다. 치매를 앓으면서도 치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기 위한 활동에도 참여하게 되었는데, 이와 관련하여 기차를 타고 런던까지 왕복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역시 치매를 앓은 환자들이 급증하고 있어 사회적 부담이 늘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도 말기 환자를 어떻게 돌볼 것인가에 중점을 둔 정책을 마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건의료 분야에서도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 영역이 있습니다. 치매 역시 예방이 중요하고, 조기 진단에 따른 적절한 치료를 제공함으로써 일상적인 생활을 최대한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일 것입니다.

이 책에서 조기 진단과 초기 환자가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얻었습니다. 웬디씨가 살고 있는 영국에서는 이런 활동이 상당한 수준에 이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기회에 관련 자료를 검토하여 제가 쓴 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치매는 사회적 부담이 큰 질환입니다.(사실은 치매는 다양한 원인질환에 따라서 나타나는 증상을 말하는 것이라서 질환이라 할 수는 없지만 오랫동안 질병의 형태로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따라서 치매에 대하여 상세하게 알고 있어야 조기 진단이 가능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음으로써 정상적인 삶을 오랫동안 영위할 수 있습니다. 두려워한다고 해서 외면하고 있으면 완치 가능한 경우도 치매로 오인하여 오랫동안 고통을 받을 수 있으며, 치매로 진단되는 경우도 적절한 치료를 받아 완치는 어렵지만 병증이 급격하게 나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웬디씨가 치매에 대한 강연에서 “저는 시달리는 것이 아니라 치매를 안고 살고 있습니다(185쪽)”라고 말하는 대목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시달린다’에는 치매와 싸우다가 결국은 굴복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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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행복 : 공리주의 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 4
존 스튜어트 밀 지음, 정미화 옮김 / 이소노미아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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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행복>이라는 제목의 뜻이 궁금해져서 집어든 책이었습니다.  저자가 존 스튜어트 밀이란 점도 작용을 했을 겁니다. 목차를 보니 공리주의에 관한 내용 같았습니다. 갑자기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비판의 목표가 됐던 것으로 읽었던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은 ‘인류사를 빛낸 지혜를 찾아내’ 독자에게 소개하는 ‘인류 천재들의 지혜 시리즈’의 하나로 기획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번역의 원저는 존 스튜어트 밀의 <UTILITARIANISM>, 즉 <공리주의>입니다. 타인의 행복이라는 새로운 이름은 공리주의가 추구하는 바에서 제목을 새롭게 추출해 냈다는 것입니다.

기획의도라 할 것 입니다만 1. 철저한 대중 번역의 관점에서 2. 타자를 초대하는 번역 3. 오늘을 살아가는 한국인에 맞는 번역을 하기로 정한 듯 합니다. 이에 따라 문어체가 아닌 구어체로, 원저를 해체하고 복원하되, 맥락을 생각하는 동등성 번역과 생육하는 번역을 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합니다.

이 책의 핵심용어인 utility를 공리로 번역했는데 한자어에 대한 이론에 대하여도 분명히 했습니다. 공리(功利)가 일본식 번역이므로 공리(公利)가 적절하다는 일부의 주장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언명으로 알려진 공리주의를 마치 공익을 우선으로 하는 이론으로 오해한데서 온 것이라는 것입니다. 물론 공리가 최대의 행복을 의미하나 그 최대의 행복에는 ‘나’와‘타인’을 포함하는 인류 전체의 고통을 없애며 쾌락을 증진하는 행복을 추구한다는 개념이라고 정의합니다.

1장에서 이 책의 개요를 설명하고, 2장에서는 공리주의란 무엇을 말하는가를 설명합니다. 3장에서는 공리주의 도덕에서 문제가 될 때 주어지는 최대의 벌칙을 논한 다음, 4장에서는 정의와 공리의 관계를 설명합니다. 이 시리즈의 기획의도가 좋은 까닭인지 비교적 쉽게 읽히고, 손에 잡히는 무엇이 있는 듯한 느낌이 남습니다.

밀은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그리고 ‘네 이웃을 네 몸같이 사랑하라’라는 성경 말씀이야말로 공리주의 도덕의 이상을 완벽하게 나타낸다고 했습니다. 그러기 위하여 1. 법과 사회제도는 모든 개인의 행복이나 개인의 이익이 전체의 이익과 가능한 조화를 이루게 해야 하고, 2. 인간의 성격 형성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교육과 여론은 그 영향력을 이용해서 모든 개인의 머릿속에 자신의 행복과 전체로서의 선함 사이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음을 확실히 알게 해야 할 것이라 했습니다.

공리주의의 뿌리는 에피쿠로스학파에 닿고 있어서 에피쿠로스학파를 비판한 스토아학파의 잘못된 시각에 대한 비판도 빠트리지 않습니다. 타인의 이익이 자신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는 것은 사회가 아주 건강하게 성장하고 사회적 유대가 강화된다면 가능한 일이라고 보았습니다.

정의와 공리의 관계에 대하여 밀은 공리 또는 행복이 옳고 그름의 판단기준이라는 이론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가장 강력한 장애물이 바로 정의라는 개념이라고 했습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하여 ‘정의롭다거나 정의롭지 못하다는 감정을 부르는 경우’를 들었습니다. 1. 한 사람의 개인적인 자유,  재산 또는 법적으로 귀속된 것을 빼앗는 일은 대체로 정의롭지 못하다, 2. 그 사람이 빼앗긴 법적권리는 애당초 그 사람에게 귀속되지 말았어야 하는 권리일지도 모릅니다, 3. 각 개인이 마땅히 받을 만한 것을 얻어야 하는 경우를 정의롭다고 하고, 마땅히 그렇지 않은 데도 좋은 것을 얻거나 혹은 나쁜 일을 겪어야하는 경우는 정의롭지 못하다고 보편적으로 생각한다, 4. 누군가의 신뢰를 깨트리는 것은 분명히 정의롭지 못합니다, 5. 보편적인 것은 그렇게 인정하듯이 편파적인 것은 정의와 상반됩니다.

최근에 우리 사회의 기저에 흐르는 정의의 개념이 내로남불에 근간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잘못된 것이기 바랍니다만, 무엇이 정의로운 것인가를 생각해 볼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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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탄생 - 세계의 신화와 설화로 풀어본 죽음의 비밀
실비아 쇼프 지음, 임영은 옮김, 요셉 프란츠 틸 감수 / 말글빛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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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제가 오랫동안 쥐고 있는 화두입니다. <죽음의 탄생>은 ‘세계의 신화와 설화로 풀어본 죽음의 비밀’이라는 부제에 끌려 읽게 되었습니다. 책을 쓴 저자는 교육학과 신학 그리고 미술을 전공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작가와 연극연출가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사실 죽음은 생명체가 탄생하는 순간부터 지워지는 운명입니다. 소멸하지 않는 생명체는 아직까지 없으니 말입니다. 다만 죽음을 인지하고 죽음에 대하여 사유하는 존재가 인간 이외에 있는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진화의 고리에서 인간은 어느 시점부터는 죽음에 대한 인식이 생겨나게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게 언제쯤일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느 민족이건 죽음에 대한 두려움 혹은 해석 등이 오래전부터 구전되어 내려왔을 것입니다. 그것들은 신화라고 부르거나 설화라고 불러지기도 했습니다. 저자가 수집하여 이 책에 담은 죽음에 관한 신화와 설화들은 지구 상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종족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된다고 합니다. 3,500년전에 쓰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길가메시 서사시>를 비롯하여, 비슷한 연대의 이집에서 기록된 <이집트 사자의 서>가 있고, 고대 그리스의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케>도 있고, 동양문화권, 아프리카, 인도, 아시아 등의 다양한 지역에서도 죽음에 관한 구전과 기록이 전해오고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죽음에 관한 이야기들의 결론을 네 가지로 압축했습니다. 1. 죽음은 인간의 운명이다: 오래 전에 신이나 ‘악의 세력’에 의해 인간의 죽음이 결정되었다, 2. 죽음은 인간의 부주의와 실수, 지혜롭지 못한 결정에 의해 생겨난 불행이다, 3. 죽음은 인간이 범한 죄에 대한 (신의) 벌이다: 인간이 먹어서는 안되는 열매를 먹었거나 금지된 비밀을 밝혀냈다,, 4. 죽음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이나 세상의 존속을 위해 필수불가결 한 것이다. 등입니다.

죽음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사람들은 죽음을 극복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을 것입니다.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이 죽음을 입에 올리지 않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입에 올리지 않음으로써 죽음에 대범하다는 인식을 남에게 주고 싶거나, 별게 아니라고 무시함으로써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무언가를 통하여 보상받으려는 심리에서 나온 것이 종교일 것입니다. 일생을 착하게 살면 천당에 갈 수 있다거나, 영생을 얻을 수 있거나,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죽음의 탄생>에서는 갑자기 생겨난 현상이 아닌 죽음의 탄생을 논하기 보다는 인간은 왜 죽어야만 하게 되었는가를 두고 고민한 세계 각지역의 신화와 설화를 소개합니다. 그리고 죽음을 누가 가져온 것인가에 관한 신화와 설화도 소개합니다. 당연히 죽음은 인간 혹은 다른 생명체가 신을 속이거니 인간에게 거짓을 고한데 대한 벌이라는 생각도 전합니다. 그리고 영생의 길을 두고 굳이 죽음을 선택한 인간의 어리석음도 빠트리지 않고 짚었습니다.

워낙이 방대한 지역에 전해오는 신화나 설화 등을 모아놓았기 때문에 읽다보면 비슷한 내용으로 읽히는 것도 있습니다. 또한 인간의 죽음의 시작에 다양한 동물들이 간여한 결과라는 이야기가 많은 것을 보면 동물에 대한 옛사람들의 인식이 같은 생명체들 가운데 하나이며 죽음이라는 운명은 사람 역시 다른 생명체와 다를 수 없다는 것과 인간이 죽음이라는 운명을 얻게 된 책임이 인간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동물에게 있다는 식으로 책임을 미루려는 생각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가 하면 영생을 얻을 수 있는 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영생이 아니라면 의미가 없다고 인식한 경우가 많다는 것을 보면 혼자만이 영생을 얻었을 때 겪어야하는 혼란이나 외로움 같은 것을 반영한 설화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많은 설화를 담으려다 보니 개별적인 이야기를 많이 축약한 것 아닐까 싶기도 하여서 죽음을 너무 가볍게 읽어내는 것 아닌가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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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고통을 이해하는 책들 - 프랑스의 창조적 독서 치료
레진 드탕벨 지음, 문혜영 옮김 / 펄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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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요즘에도 열심히 책을 읽는 편입니다만, 책읽기에 몰두해 있을 때 만났던 독서치료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치유의 수단으로서의 책읽기의 효용성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습니다. 요즈음 하고 있는 업무 가운데 새로운 기술 등이 임상적으로 안전하고 유효한가를 판단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런 사항들은 당연히 과학적으로 입증된 근거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번에 읽은 <우리의 고통을 이해하는 책들>은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서치료의 전문가 레진 드탕벨이 자신의 경험을 정리한 책입니다. 작가이자 물리치료사인 저자는 창조적 독서치료라는 치유방식을 개발하여 환자들을 돕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이 치료법은 책의 자양분이 되는 상상력, 욕구, 에너지, 창의력, 창조를 통해 인간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6쪽)’이라고 정의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독서치료에 관심이 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프랑스에서도 15년 전부터 유수의 대학을 중심으로 책의 영향력, 특히 인간의 고통을 치유하는 힘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영미권의 독서치료의 선구자 새디 피터슨 델라니가 1916년경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여 정신적으로 큰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군인들의 심리적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독서치료를 처음으로 임상에 적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독서치료에 대한 정의는 1961년이 되어서야 웹스터 인터내셔널 사전에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독서 치료란 의학과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치료요법의 하나로, 선택된 작품들을 읽게 하는 것으로 환자를 치료하는 것을 말한다. 또한 필요한 방향으로 독서를 유도하여 환자의 개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방법을 뜻한다.(17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치료에서는 활력과 생동감을 주는 훌륭한 문학작품들이 모든 사람의 경우에 적용될 수 없다고 여긴다.(18쪽)’라는 이유로 영미권에서 독서치료가 활발하게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편 프랑스에서는 독서치료의 효능을 다시 평가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하는데, 내과의사 피에르 앙드레 보네는 2012년에 독서치료에 관한 박사학위 논문을 발표했다는 것입니다.  ‘당신은 이제껏 읽은 책 중 정신적으로 도움을 받은 작품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한 500여명의 답변을 분석하였더니, 1. 이해하고 발견하게 해주는 것, 2.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는 것, 3. 새로운 각도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또 다른 관점을 갖는 것, 4. 중요한 도움을 준다는 것, 5. 독서는 여행이고 도피이기도 하지만 방어수단도 된다는 것, 등의 효과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람마다 책을 읽고 이해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특정의 신체적, 혹은 심리적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특정한 책을 읽게 한다고 해서 일정한 수준의 동일한 효과를 나타낸다고 단정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 효과가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겠는가 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저자 역시 한 두 사람에게 긍정적인 효과를 준 책이 세 번째 사람에게는 끔찍한 것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치료사는 환자와 상호교류하면서 얻게 된 직관으로 그들에게 활력을 되찾게 해주는 책을 찾아내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오래 전에 읽은 <종이약국>이라는 책에서 이런 능력을 가진 책방주인이 등장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학의 영역에서는 일정한 법칙을 바탕으로 치료를 하게 됩니다. 치료방법을 정하는 것도 과학적 방법으로 입증된 바에 따르고, 치료의 효과판정 역시 일정한 틀로 정해진 바에 따라서 하는 것입니다. 저자의 말대로 ‘책에 치유의 효과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다는 것은, 약이 되는 동시에 독이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120쪽)’라고 한다면 독서치료는 특별하게 통제된 범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의학을 전공하고 독서에도 조예가 깊은 의사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책읽기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일은 아니지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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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내혁명 - 뇌 분비 호르몬이 당신의 인생을 바꾼다
하루야마 시게오 지음, 반광식 옮김 / 사람과책 / 199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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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출판사로부터 제안을 받은 것이 있어서 읽어보게 된 <뇌내혁명>입니다. 1996년에 출간되어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책입니다. 무슨 이유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만, 그때는 따로 읽을 기회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일찍이 가업으로 내려오는 동양의술, 특히 침술을 전수받아 여덟 살에 침술사범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도쿄대 의학부에서 서양의학을 공부하였습니다. 간 분야의 외과의사로 일하다가 병원을 개설하여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을 접목한 치료와 건강지도로 지명도를 높여가면서 다양한 형태의 의료를 전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무렵 전통의학을 금하고 서양의학을 도입하여 보건의료체계를 세웠습니다. 하지만 전통의학의 맥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면서 관심을 가진 의사들이 공부하여 병합치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6살에 침술을 배워 시술하였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의술은 인체는 물론 인간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이루어져야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신동이라 하더라도 의학을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 배경이야기를 읽다보니 책 내용 전반에 대하여 비판적인 관점에서 읽어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서양의학을 불신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양의학의 연구를 통하여 확인된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이론을 세우고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뇌에서 분비하는 모르핀과 유사한 물질을 뇌내 모르핀이라고 합니다만, 학계에서 이야기하는 엔돌핀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엔돌핀은 모르핀과 유사한 구조를 가지는 펩타이드로 알파-, 베타-, 감마- 등 세 종류가 있습니다. 통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고, 행복감을 느끼도록 해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좋은 호르몬이라고 하고, 엔돌핀이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긍정적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저자가 나쁜 호르몬이라고 주장하는 아드레날린과 노르아드레날린은 콩팥 위에 있는 부신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이기도 하며, 뇌에서는 신경섬유의 말단에서 나와 신경흥분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이기도 합니다. 특히 위험에 부닥쳤을 때 신체를 긴장시켜 대응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스트레스 호르몬이라고도 합니다. 물론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지 않도록 하는 것은 중요하겠습니다. 하지만, 적당한 긴장감을 삶에 활력을 넣어줄 뿐만 아니라 몸이 적당하게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저자가 지목하는 또 다른 나쁜 물질은 활성산소입니다. 일반적으로 공기 중에 들어있는 산소는 두 개의 원자가 결합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우리 몸에 들어온 산소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대사과정에 간여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일부 수퍼옥사이드, 과산화수소, 히드록시라디칼 등 활성산소가 발생하게 됩니다. 활성산소는 성인병과 암을 일으키는데 간여하고 노화의 주범으로 지목되기도 하지만, 역시 면역체계를 강화하고, 근육을 재생시키며, 당뇨와 퇴행성관절염을 완화시키기도 합니다. 활성산소 역시 우리몸에 꼭 필요한 존재인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특정 물질들을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누는 이분법적 접근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의사가 아닌 일반 사람들이 쉽게 이해할 수 없는 전문적인 내용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라고는 하지만,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현대의학은 그 발전 속도가 엄청나서 관련 분야의 전문가라고 해도 쏟아져 나오는 연구성과를 따라가기가 벅찰 정도이며, 관심분야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일반 사람들과 크게 다를 게 없다고도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전문분야가 아니면 이야기하는 것도 조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 책의 주제는 뇌과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간 분야를 전공한 저자가 다루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개정판이 나왔다고 하니 그런 점들이 어떻게 보완되었는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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