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별 일로 잘 먹고삽니다 - 꿈업일치를 이뤄 낸 31명의 job톡
강이슬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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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하기 힘들다는 젊은이들의 비명이 들린 지도 꽤 되는 것 같습니다. 모든 정파가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주장했지만,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기도 합니다. 특히 산업구조의 개편과 맞물려 전통적인 개념의 일자리는 줄어들기만 하는 것이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가 하면 최근에는 색다른 직업을 창조해내는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주목을 끌기도 합니다.

<별별 일로 잘 먹고 삽니다>는 제목 그대로 남들이 눈길을 주지 않았던 일을 먹고 사는 일로 만들어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저자 역시 문예창작과를 졸업하고 방송작가로 활동하다가 뷰티 관련 분야에서 색다른 직업을 만들어낸 것이 성공을 거두었다고 합니다. 경쟁이 심할 때는 남이 하지 않는 일을 하라는 금언은 고금을 막론하고 통하는 것 같습니다.

저자는 뭘 해서 먹고살 것인가를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다양한 분야에서 나름대로의 업을 찾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저자가 주변에서 만난 31명의 사람들은 큰 부자나 대기업의 회장님 같은 분은 없지만, 나름대로의 독특한 업을 가지고 활발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인데, 그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뛰어든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는지 등을 소개합니다.

먼저 만난 분들과의 짧은 대담을 싣고 그 분들의 삶에서 주목해야 할 점들, 그리고 배워야 할 점을 저자 나름대로의 관점에서 정리해냈습니다. 물론 제목처럼 ‘별별 일’이라고 보기 어려운, 배우, 개그우먼, 모델, 필라테스 강사, 간호사, 한의사 등도 포함하고 있는데, 그 점에 관해서는 저자와의 친분이 한 몫을 한 것이라고 눈감아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활동 영역이 방송과 뷰티와 관련된 업이다 보니 그 분야의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읽다보니 재미있는 구절이 있어 소개합니다. 뮤직비디오를 찍는 이보영PD의 직업이 다양하다는 질문에 대하여 이런 답을 합니다. “사람들은 직업을 명사형으로 생각하는데, 그보다는 동사형으로 바라보고 꿈을 꾸다보면, 다양한 일을 하게 되고 새로운 경험들이 생겨난다.(174쪽)”는 것입니다. 저 역시 다양한 분야에서 일을 해보았습니다만, 직업을 동사형으로 바라본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대안을 만들다보니 여기에 이르렀던 것입니다.

김형민 한의사의 이야기 가운데 동의할 수 없는 부분도 있습니다. 한의학을 전공한 분이 어느 날 서양의학을 살펴보니 둘 사이에 공통점이 존재하더라는 것입니다. 사실 서양의학과 한의학은 기본 철학이 다르고 원리가 다르기 때문에 공통점이 존재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서양의학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가운데 근본이 다른 학문을 비교해서 공통점을 도출해낸다는 것이 언어도단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분들 가운데는 블로그 등을 활용하여 성과를 올렸다는 분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블로그를 꽤 오래 해왔지만, 블로그를 상업적으로 발전시킬 생각보다는 제가 아는 것들을 나누는 기회로 자리매김했던 것 같습니다. 방문객이 천만을 넘던 그 블로그는 운영주체의 결정에 따라 폐쇄되는 바람에 그동아 쌓아왔던 자료가 공중 분해되고 말았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 중 일부만 남겨 블로그를 옮겼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는 아무래도 타인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일이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가지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그것이 최선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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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삶은 서툴다 - 삶의 지혜와 깨달음을 주는 세계 최고 지성들의 명 에세이 컬렉션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외 지음, 이문필 엮음 / 베이직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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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날 때는 당연히 책을 들고 갑니다. 공항 가는 버스 안에서,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면서, 비행기 안에서, 여행 중 버스로 이동하는 사이에 시간을 활용하는 데는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5월초 떠난 프랑스여행에 들고 갔던 여섯 권의 책 가운데 이문필님이 엮은 <모든 삶은 서툴다>가 포함되었습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러시아, 미국, 레바논, 인도 등 7개국의 문인 34명이 쓴 67편의 수필을 묶었습니다.

여행길에 수필을 들고 가는 이유는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삶에 도움이 되는 이야기를 배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책에서 읽은 내용이 여행길에 얻은 경험과 일치하는 행운을 얻는 경우에는 여행기에서도 인용하여 독자들과도 공유할 수 있으니 일석삼조가 되는 셈이겠습니다.

<모든 삶은 서툴다>에서도 그런 대목이 있었습니다. 장자크 루소의 ‘자연의 품에서 살아가다’라는 글에서 “나는 매일 아침마다 일출을 보기 위해 일찍 일어난다(32쪽)”라는 구절을 만난 것입니다. 이 대목은 세느강이 대서양과 만나는 곳, 르아브르에서 읽었습니다. 이날 오후에 지베르니에 있는 인상주의 화풍의 문을 연 마네의 집을 찾아 물의 정원과 꽃의 정원을 구경한 터였습니다. 지베르니에 있는 집에서 죽음을 맞은 마네였습니다만 태어나기는 이곳 르아브르였고, 강건너 욍플로르에 사는 부댕으로 부터 그림을 배웠던 것입니다. 마네를 시작으로 인상주의 화풍의 이름을 얻게 한 작풒 ‘해돋이ㅡ인상’을 바로 르아브르항구에서 그렸던 것입니다. 르아브르에 도착해서 저녁을 먹는 데 모네가 해돋이를 그린 장소가 숙소에서 2km 정도  떨어진 말로 박물관 앞이라ms 이야기를 가이드로부터 들었습니다. 해서 다음날 아침 해뜨기 50분 전에 아내와 함께 숙소를 나섰습니다. 가이드가 말한 것보다 멀어서 3.5km는 되었습니다. 그림과 비슷한 경관을 찾아 촬영준비를 마치고 해가 뜨기를 기다렸습니다. 5월초였지만 갑자기 떨어진 기온이 영상 2도로 내려가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손끝을 시리게 만들었습니다. 일출시간보다 2분 전에 동영상 촬영모드로 단추를 눌렀는데 10분이 지나도록 해가 뜰 낌새가 없었습니다. 하늘에는 구름이 꽤나 두텁게 깔렸지만 간간히 틈새도 있었고 동쪽 하늘가에는 구름이 없는 듯했습니다. 15분이 지나도록 상황이 달라지지 않기에 멈춤 단추를 누르고 숙소로 철수했습니다. 아침을 먹고 출발해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면서 보니 동쪽보다 훨씬 북쪽으로 기운 하늘의 구름 사이로 해가 벌써 올라와 있었습니다.

그제야 마네가 해돋이를 그린 시점을 검색해보았더니 1827년 11월 27일이었습니다. 동지 부근과 하지 부근은 당연히 일출점이 뚜렸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깜박했습니다. 하지만 모네가 보았던 해를 보러 나갔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에 시청한 유준열과 이제훈 배우가 출연하는 예능 <트래블러>에서 유준열배우의 취미가 일출장연 촬영하기였다는 것이 동기가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65살이나 되는 나이에 이르는 동안 해돋이를 보러 밖으로 나가본 것은 손으로 꼽을 정도입니다. 중2 수학여행때 경주 토함산에서, 2007년 취재차 미국의 랄리에 갔을 때 대서양해변에서,  지난 해 10월 그리스 산토리에서 그리고 이번이 네번 째입니다. 생각해보니 네 번 모두 일출을 보는 것은 실패했습니다. 여행중 숙소에서 일출을 본 것은 몇 번 됩니다. 그 중 제일은 케냐의 세렝게티초원의 빌라에서 본 일출이었는데 초원으로 쏟아져 내리는 아침 햇살은 장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해돋이도 루소처럼 매일 보게 된다면 감흥이 일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출 이야기는 그렇고 문호들의 수필 주제 가운데 우정과 사랑이 가장 많은 듯 합니다. 다른 주제들 역시 가슴에 진한 감동으로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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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두렵지 않다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전화윤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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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경우는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는 가지고 있지만, 죽음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생각해보는 일은 슬그머니 미루어두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그래서인지 다치바나 다카시의 <죽음은 두렵지 않다>라는 제목이 책을 읽어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저자는 일본의 주간지 <주간문춘(週刊文春)>의 기자로 활동한 언론이자 평론가로 다양한 분야에 대한 저술활동을 해왔다고 합니다. 방광암으로 수술을 받는 다음 암과, 생명, 삶과 죽음의 본질에 천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죽음을 두렵지 않다>는 그 결과물입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은 최근 몇 년 동안 다양한 관점에서 인간의 죽음에 관해 논한 글을 모야 펴낸 것(168쪽)’이라고 합니다. 내용은 크게 3개의 장으로 구성되었는데, ‘죽음은 두렵지 않다’라는 제목의 제1장은 2014년 10월 30일부터 ~ 11월 13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주간문춘(週刊文春)>에 연재된 동명의 글을 발췌하여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당시 취재와 구성을 에니시 신야라는 기자가 담당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신야기자가 묻고 다카시기자가 답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간호대생에게 말하는 삶과 죽음’이라는 제목의 제2장은 2010년 교리쓰(共立) 여자대학 간호학과에서 열린 <삶과 주금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강연을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뇌에 관해 밝혀진 놀라운 사실’이라는 제목의 제3장은 <문예춘추(文藝春秋)> 2015년 4월호에 실린 동명의 글을 가필 수정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저자는 부모님이 모두 기독교도인 집안에서 자랐지만 기독교가 다른 종교를 모두 이단으로 모는 독선적인 면이 싫어서 거리를 두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일본 전통의 세시풍속에도 큰 관심이 없어, 죽음이나 사후세계에 대하여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했습니다. 특히 저자가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하면서 크게 영향을 받은 비트겐슈타인의 <논리철학논고>에 나오는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한다’라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고 합니다. 즉 사후의 세계는 겪어보지 못했으니 말할 수 없는 것이므로 언급할 일이 없겠다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젊어서부터 자살에 대하여 생각하는 것까지 금할 이유는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데라야마 슈지(寺山修司)가 자신의 평론집 <사자의 서(死者の書>의 ‘청소년을 위한 자살학 입문’이라는 장에서 자신이 고안한 자살기계를 소개하는 것이 크게 문제가 될 것은 없다는 입장입니다. 사람이라면 언젠가는 죽을텐데 그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사람에게 안된다고 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죽고 싶으면 한번 해보면 된다. 그렇지만 돌이킬 수는 없다.”라고 말해주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합니다.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자살에 대해서도 생각조차 금할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전향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점에서 약간 불편한 느낌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연명치료에 대하여는 분명 반대하는 입장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죽음에 대한 독자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자는 기자생활을 하면서 퀴불러 로스 등 죽음과 인연을 맺고 있는 세계적 석학들을 직접 만나 취재하는 등 죽음의 본질에 한 발 가까이 다가살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음에 대하여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먹고 살기에 바빠서 저만치 밀어놓았던 ‘죽음’이라는 화두를 한번 챙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즉,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생각해본다는 것은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해보는 기회가 될 터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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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왕과 왕비, 왕의 총비들의 불꽃 같은 생애
김복래 지음 / 북코리아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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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왕실의 계보는 왕실 간의 정략적 결혼과 근친 결혼 때문에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프랑스 왕실도 마찬가지였는데 마침 <프랑스 왕과 왕비>가 해답이 될 듯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결론을 미리 말씀드리면 더 헷갈리게 되었는데, 프랑스의 왕들의 결혼과 이혼 그리고 혼외 여성관계가 너무 복잡했기 때문입니다. 프랑스 왕들은 정략결혼으로 맞은 왕비를 두고 정부를 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정부가 유부녀인 경우도 많았고 더 해서 정부를 궁에서 살게 하는 경우도 많았고. 정부의 남편도 국왕과 아내의 관계를 묵인하거나 방조하기까지 했던 모양입니다. 도무지 납득하기 어려운 프랑스 사람들의 남녀 관계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전작 <재미있는 파리 역사산책>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흥미로운 프랑스 왕조사를 써보기로 했던 것을 이렇게 내놓게 됐다고 했습니다. 이 책의 성격은 프랑스 왕실의 규방 비사 라기 보다는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풍속사이며 또한 왕과 왕비의 인물전기의 성격을 띄게 된 것이라 했습니다.

이 책에서 다룬 프랑스왕은 르네상스 시대의 프랑수아 1세, 앙리 2세, 앙리 3세 등 3왕과 절대주의 시대의 앙리 4세, 루이 13세부터 16세까지 5왕 등 모두 여덟 명의 왕과 그들의 왕비 그리고 정부들을 다루었습니다. 그런데 왕들의 재위기간 등에 대한 사실 등이 깔끔하게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모호함은 프랑스 국왕의 신성한 지위를 상징한다는 “국왕이 너를 만지면 신이 너를 낳게 하리라라는 프롤로그의 인용문을 읽을 때 이미 예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원고에 문제가 있었대도 편집과정에서 충분히 걸러질 수 있는 부분들이 곳곳에서 발견되었던 것입니다.

최근에 읽은 프랑스 여성들의 전통적인 관습을 확인하는 기회도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프랑수아1세의 정부였다는 디안 드 푸아티에는 사냥을 좋아해서 산과 들을 쏘다녔는데, 죽을 때까지 피부를 보호하기 위하여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고, 아침 마다 찬 물로 목욕을 했다고 합니다.

왕비는 왕실의 번성을 위하여 많은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근친 간에 이루어지는 유럽 왕가의 결혼풍습 때문에 일찍 죽는 경향이 심해서 살아남는 왕손은 많지 않았던가 봅니다.

프랑스혁명의 빌미가 되었다는 루이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빵이 없으면 브리오시 케이크를 먹으면 되잖아”라는 말도 루이13세의 왕비였던 스페인 출신 마리테레즈가 했다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백성들이 기근으로 고통을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마리 앙투아네트는 ”그들의 불행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너무 잘해 주는 국민들을 보면, 우리는 좀더 그들의 행복을 위해 일하지 않으면 안될 의무가 있다(235쪽"라고 일기에 썼다고 합니다.

오스트리아 제국의 합스부르크 가문 출신의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감정은 처음부터 좋지 않았던 데다가 루이 16세 역시 사태를 장악하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바람에 이익이 걸려 있는 사람들의 모함을 받은 부분도 크다 했습니다. 특히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건이 그녀의 평판에 치명적이었다고 합니다. 사건의 배후에는 권력에 욕심을 가진 로앙 추기경과 그를 상대로 거액을 챙기려는 라 모트백작부인이 자신의 사기행각에 왕비를 팔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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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내린다
마르탱 파주 지음, 발레리 해밀 그림, 이상해 옮김 / 열림원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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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얼마 전에 프랑스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파리에서 출발하여 북쪽 해안에 있는 몽생미셸까지 올라갔다가, 서쪽으로 돌아서 몇 곳의 고성과 절벽 마을을 구경하고, 아를과 액상 프로방스 등 인상파화가들이 활동한 지역을 보고 니스와 깐느, 모나코 등 남쪽 해안을 거쳐 밀라노에서 귀국하는 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여행의 전반부에 해당하는 절반 정도는 비를 맞아가며 다녀야 했습니다. 해외여행을 꽤 다녀온 셈입니다만, 이토록 빗속을 헤맨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프랑스 작가 마르탱 파주가 쓴 산문집 <비는 우리가 사랑에 빠지는 것처럼 내린다>가 눈에 들어온 것도 어쩌면 그런 인연 때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116쪽에 불과한 얇은 책인데 작가의 번뜩이는 재치가 느껴지는 느낌이 남습니다. 속표지를 넘기면 사람들이 쓴 색색의 우산 위로 흩뿌리는 빗줄기를 그린 삽화를 넣었습니다. 그리고 반대편에는 “비는 세상이 잠시 정지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패스워드다. 비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것, 그건 다름을 긍정하는 것이다.” 어떻습니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구절 아닙니까?

비에 대한 속깊은 생각을 정리한 작가도 비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하지 못한다고 고백합니다. 더구나 ‘잘게 부서져 와 닿는 그 차가운 접촉을 좋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기억합니다. 그러니까 비라는 존재는 일단 부정적인 이미지로 시나브로 작가의 의식에 자리한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사람들은 와인 즐기는 법을 배우듯 비를 좋아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고 말합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비를 좋아할 것이라고 추정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는 때에 따라 다른 것 같습니다. 실내에 앉아 창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볼 때는 좋은 느낌이지만, 걷거나 운전할 때 비가 내리는 상황은 별로 반갑지가 않은 편입니다.

‘삶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반면, 비가 오면 뭔가가 일어난다(15쪽)’라는 구절을 읽는 순간 멍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번 프랑스 여행에서 몽마르트에 갔을 때 500유로가 넘는 돈을 소매치기 당했던 것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지금까지의 해외여행은 대체로 날씨가 나쁘지 않았던 탓인지 소매치기와 같은 험한 꼴을 보지 않았는데, 특히 비가 많이 내렸던 파리 여행에서 소매치기를 당한 것이 비 때문이 아니었나 싶어서 말입니다. 이어서 ‘비는 우리에게 재앙의 가능성을 보여준다.(19쪽)’는 대목에서는 무릎을 치고 말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는 희생양이다. 사람들은 자신의 태만, 과오, 기만을 숨기기 위해 비를 이용한다.(31쪽)’라는 대목에 이르게 되면 얼굴이 붉어 옴을 느끼기 됩니다. 몽마르트에서는 사진을 찍기에 집중하느라 아무래도 가방을 챙기는 일을 소홀했던 것입니다. 이처럼 작가는 ‘이 책은 그들이 매일 쏟아내는 비난으로부터 비를 옹호하기 위하여’ 쓴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아무래도 비가 내리면 잔치나 행사를 진행하는데 어려움을 겪기 마련입니다. 축구와 같은 경기에서는 이변이 속출하고(물론 수중경기도 경기의 일부라고 이야기합니다만), 야구 같은 경기는 아예 취소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작가는 ‘비는 폭력, 정상적인 상태, 질서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준다. 하늘에 그어지는 빗줄기는 우리를 받쳐주는 기둥이다(59쪽)’라고 강변합니다. 비가 내리면 소매치기도 작업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오판한 셈입니다만, 날씨가 궂으면 아무래도 작업에 나서는 선수들이 줄어들기는 할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마지막 부분에 비올 때의 몽마르트에 있는 성심성당에서 볼 수 있는 무엇에 대한 언급을 읽으면서 또 다시 아픈 추억을 떠올려야 했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관심을 가지고 있는 눈물과 비를 비유한 대목도 있습니다. 당연히 집중해서 읽었지만 불과 한 쪽 밖에 되지 않는 내용이 제대로 이해되지는 않았습니다. 조금 더 깊이 생각을 해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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