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철학자들의 죽음 수업 - 무엇을 위해 살고, 무엇을 사랑할 것인가? 메이트북스 클래식 12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외 지음, 강현규 엮음, 안해린 외 옮김 / 메이트북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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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죽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외면함으로써 애써 죽음을 멀리하려고 합니다. 저는 최근에 암을 진단받고 수술을 받았습니다. 처음 암이 진단되었을 때는 올 것이 왔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스럽게 죽음을 떠올렸습니다. 죽음을 어떻게 맞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도 손에 잡히는 무엇이 없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위대한 철학자들의 죽음 수업>을 읽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죽음은 철학에서 다루는 중요한 주제입니다. 동서고금을 통하여 많은 철학자들이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내놓았습니다. <위대한 철학자들의 죽음 수업>은 프랑스 철학자 미셸 드 몽테뉴, 로마의 황제 철학자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로마 철학자 루키우스 안나이우스 세네카와 마르쿠스 툴리우스 키케로, 그리고 러시아의 소설가 레프 톨스토이 등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한 권의 책으로 묶어냈다고 합니다. ‘죽음에 대한 이해를 통해 삶을 더욱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담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책의 성격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위대한 철학자 5인의 저작들 중에서 죽음과 관련된 내용만을 따로 골라냈다고 하였지만 어디에서 인용한 것인지 분명치가 않습니다. 또한 원저자와 함께 엮은이와 다섯 명의 옮긴이가 소개되었지만 누가 어느 부분을 맡아 옮겼는지도 분명치가 않습니다.


죽음 수업이 곧 인생수업이라는 기회의도에 따라 5명의 철학자들이 남긴 글을 엮어낸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죽음이라는 주제 이외에도 딱히 죽음과 무관한 나이 듦과 삶에 관한 이야기들도 포함하고 있습니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야 할 날이 적을 저에게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좋은 이야기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떻든 엮은이가 골라낸 글에 붙여놓은 제목이 안성맞춤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장을 열고 처음 표식을 넣은 대목은 담담하고 평온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였습니다. ‘다른 이의 삶을 평가할 때 나는 그가 마지막 순간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본다. 내 삶의 평가 기준 또한 내가 담담하고 평온하게 죽음을 받아들였는지가 될 것이다라고 몽테뉴는 마무리했습니다.


갑작스레 죽음이 닥쳐도 전혀 놀랄 것이 없다는 대목은 충분히 이해되었는데, ‘늙어서 자연스레 죽은 것은 드물고 이례적인 일이다라는 생각은 당대에는 그랬는지 모르겠으나 요즈음에는 맞지 않는 이야기 같습니다. 이 대목입니다. “늙어서 죽는 일은 드물다. 독특하고 이례적인 이 죽음은 다른 죽음보다 결코 자연스럽지 않다. 노사는 죽는 방법 중에 최후이자 극단적인 방법이며 요원하기에 고대하지 않는 죽음음이다. 또한 우리가 넘어갈 수 없는 경계선이며 자연의 법칙이 우리에게 금지한 한계다. 그러나 동시에 노쇠에 이르기까지 사는 것은 자연이 허락한 희귀한 특권이다.(42)” 아마도 몽테뉴의 <수상록>에서 인용한 듯한데, 의학적인 것에 대한 몽테뉴의 인식은 요즘의 시각으로 보면 맞지 않는 대목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우렐리우스의 말에서도 유사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의사들은 질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환자들을 눈살을 찌푸리며 내려다 보았고,”라는 대목에 동의하지 못하는 의사들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죽음에 의해 질질 끌려다니지 마라라는 세네카의 말에는 크게 공감합니다. “자기 나이보다 젊은 것처럼 행동하며 기쁨을 얻고 자신을 기만해가며 운명조차 속일 수 있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나약함에 굴복하고 유한한 존재임을 깨달은 후, 겁에 질려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을 기껑 맞는 것이 아니라 죽음에 의해 질질 끌려가는 것처럼 말이다.(149)” ‘최고로 만족스러운 상태로 죽음을 맞이하자라고 한 키케로의 죽음에 주목합니다. “가장 현명한 자는 최고로 만족스러운 상태로 죽음을 맞고, 가장 어리석은 자는 마지못해 눈을 감는 것인가? 더 멀리 명확하게 볼 수 있는 영혼은 더 나은 곳으로 향한다는 것을 알지만 제대로 보지 못하는 영혼은 이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닐까?(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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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의 삶
압둘라자크 구르나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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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노벨상을 수상한 압둘라자크 구르나의 최신작이라고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작가는 1948년 영국 보호령 잔지바르 섬에서 케냐와 예맨 출신의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잔지바르는 포르투갈의 식민지배를 받다가 오만 제국의 속국을 거쳐 영국 보호령이 되었습니다. 1963년에는 술탄이 다스리는 독립군주국이 되었지만, 한 달 만에 혁명이 일어났고 혁명세력은 탕가니카와 합병을 주도해서 탄생하 탄자니아에 편입되었습니다. 새로운 국가체제에서는 아랍계 무슬림이 박해를 받았고, 이에 작가는 잔지바르를 떠나 영국으로 이주하여 캔터베리 크라이스트처치 대학에 입학하였습니다. 대학시절 영어로 소설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작품은 영어를 주로 사용하지만 모국어인 스와힐리어, 아랍어, 독일어 등을 섞어 쓰기도 합니다. 작품의 무대는 동아프리카 해안지방입니다. <그후의 삶>은 역시 탄자니아의 해안이 무대이며 시대적 배경은 1910년을 전후한 시점에서 시작하여 제2차 세계대전이 임박한 1930년대 말에 끝이 납니다.


4부로 구성된 <그후의 삶>의 독특한 점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서술의 대상이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주인공 함자가 살아내는 삶에 영향을 역사의 흐름을 설명하기 위하여 주변인물 가운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칼리파의 젊은 시절을 미리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1부는 19세기 말 인도계인 칼리파가 아무르 비아사라의 고용인이 되고, 그의 조카딸 아샤와 결혼하고 주인공 함자의 아내가 되는 이사야의 오빠 일리아스와 친교를 맺기까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2부는 독일제국이 현지인들로 구성한 아스카리 군대인 슈추트루페에 입대하여 보낸 시절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신병훈련을 받는 과정에서 중위의 당번병으로 뽑혔는데, 중위는 그에게 독일어를 가르치기 시작합니다. 이어서 슈츠투르페가 이 지역을 점령하기 위하여 밀고 들어오는 영국군과 전투가 시작됩니다. 초반에는 영국군을 밀어내는 전과를 올리기도 했지만 종국에는 영국군이 상륙하여 독일군을 밀어내고 말았습니다. 부대 운영이 어려운 지경에 빠지면서 탈영병이 생기고 부대는 지리멸렬한 지경에 이릅니다. 그 와중에 평소 중위가 관심을 쏟는 함자를 아니꼽게 생각하던 소위 펠트베벨이 휘두르는 칼을 맞은 함자는 엉덩이를 베여 사경을 헤매게 됩니다. 다행히 생명을 구하고 선교지에 맡겨진 함자는 몸을 추스른 뒤에 어릴 적 살던 마을로 돌아오게 됩니다.


3부에서는 고향에 돌아온 함자가 아무르 비아사라의 아들 나소르와 조우하여 일자리를 구하고 역시 나소르와 관계를 맺던 칼리파를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칼리파가 거두었던 일리아스의 여동생 아피야와 결혼에 이르게 됩니다. 4부는 함자와 아피아 칼리파와 아샤의 평온한 삶이 전개됩니다. 그리고 아피야의 오빠 일리아스의 행적이 드러나는 단계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등장인물이 서로 엮어 사는 모습을 담담하게 서술한 것처럼 마무리 역시 밋밋한 느낌입니다. 나치가 들어선 1933년에 아피야의 오빠 일리아스는 독일인 여자와 결혼하여 베를린에 살고 있었으며 1938년 다른 독일인 여성과 불륜을 저질러 체포되어 베를린 외곽에 있는 작센하우젠 수용소로 보내졌다가 자진 입소한 아들 파울과 함께 1942년 사망했습니다. 일리아스가 체포된 것은 1935년 통과된 나치의 인종법에 따라 아리아인 여성을 모독한 죄였습니다.


작품을 통하여 20세기 초반 동아프리카 해안에 살던 사람들의 삶이 어땠는지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 지역을 지배하기 위하여 유럽 사람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아직은 작가가 겪은 무슬림에 대한 탄압이 시작되기 이전이라서인지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주민들의 평범한 일상이 그려졌습니다. 이야기가 더 진행이 되었다면 등장인물들이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에 겪었을 신산한 삶과 전후에 들어선 탄자니아 정부의 무슬림 탄압이 어땠는지도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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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피, 열
단시엘 W. 모니즈 지음, 박경선 옮김 / 모모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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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신진 작가 단시엘 W. 모니즈의 <우유, , >을 고른 것은 강렬한 느낌의 표지 때문이었습니다. 흉곽을 이루는 갈비뼈와 흉골에서 쏟아진 피가 우유에 섞여드는 듯한 그림은 무슨 의미를 담았을까요? <우유, , >11편의 단편을 담은 작가의 등단 작품집이라고 합니다.


표제작 우유, , 을 맨 처음에 두었습니다. “분홍이야말로 여자 색이다.”라고 도발적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8학년이 되면서 친해진 키라와 에바가 혈맹을 맺으면서 시작합니다. 각자의 피를 술에 섞은 뒤에 나누어 마시면서 혈맹을 다졌다는 이야기를 <열국지>에서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옛 이야기에 나오는 행동을 요즘의 청소년이 한다는 착상이 놀랍습니다. 나이를 고려한 탓인지 술이 아니라 우유에 피를 섞어서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혈맹 이후에 두 아이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데 같은 반 첼시의 생일축하연에도 함께 갑니다. 한창 때의 아이들은 무한한 상상의 날개를 펼치곤 합니다. 그런데 요즈음 아이들이 상상하는 세계는 이해되지 않는 대목입니다. ‘고기 분쇄기에 갈리게 되면 어떨까?’, ‘옥상에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이런 상상을 해본다는 것도 끔찍한데 실제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미국이니까 이런 이야기가 만들어질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우리나라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에 실려 있는 11편의 이야기들은 다양한 주인공들의 삶을 다루었습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별개의 것임에도 마치 한 사람의 주인공을 다루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작가가 거주하는 플로리다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나 주인공들이 모두 여성이라는 점 때문인 듯합니다. 이야기들을 관통하는 분홍이라는 색조는 표제작에 등장하는 하얀 우유와 붉은 피가 섞여 만들어내는 색조인데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고 옮긴이는 작품해설에서 짚었습니다.


우유, , 에서는 뜨거운 우정을, ‘천국을 잃다에서는 임박한 죽음을, ‘뼈들의 연감에서는 자유로운 개인의 삶 혹은 생명을, ‘향연에서는 사산된 아이를, ‘스노우뼈들의 연감에서는 시작하는 사랑의 감정을 상징한다고 하였습니다. 여기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의미 없이 틀에 박힌 듯 사는 삶을 bloodless라고 한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여성들이 보이는 생각이나 행동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 것이 처음에는 문화적 차이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의 모습들을 우리 사회에서도 본 듯하여 문화적 차이라기보다는 남성의 시각에서 볼 때 이해하기 어려운 성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옮긴이는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주인공들을 이상한 여자들로 규정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열한 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여성들은 연령도, 피부색도, 직업도, 성격도, 경험도, 상황도 모두 제각각이고, 심지어 살아남은 여자도, 죽어가는 여자도, 죽은 여자도 있는데, 번역 내내 그들이 모두 동시에 나인 것처럼 느껴지는 특별한 경험을 했다(343)” 저야 남성이라서 그렇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물보다 진한이라는 작품에서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골을 생전에 좋아하던 산타페에 뿌리러 가는 남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밤마다 딸의 이불을 덮어주고는 딸의 귀에 대고 폴라 상그레(Por la sangre, 피는 진하다)’라고 말했다고 합니다위키백과에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속담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Blut ist dicker als Wasser) 독일어 속담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하인리히가 쓴 12세기 중세 독일의 동물 우화집에 등장하는 여우 라인하르트(Reinhart Fuchs)에서는 ‘uch hoer ich sagen, das sippe blůt von wazzere niht verdirbet(혈육의 피는 물로 인해 흐려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런데 물보다 진한이라는 단편에 나오는 것처럼 아랍에서는 물이 아니라 모유와 비교한다고 합니다. 아랍에서는 피는 우유, 특히 모유보다 진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같은 젖을 먹고 자란 형제를 모유형제 혹은 포유형제라고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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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수메르 신화 한빛비즈 교양툰 23
멍개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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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이 발전해온 과정을 거꾸로 찾아가는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를 거쳐 이집트를 찾았고 이들과 겨루었던 페르시아를 비롯하여 바빌로니아의 근거지 이란을 찾아갈 계획이었지만, 국제정세가 여의치 않아서 기회를 놓쳤고, 다시 코로나사태로 기약 없이 미루고 있습니다.


<만화로 보는 수메르 신화>는 고대문명 찾아가기라는 숙제에 도움이 되는 만화읽기였습니다. 수메르 문명은 기원전 5천년 경에 시작된 지금까지 알려진 문명 가운데 가장 오래된 문명입니다. 이보다 오래된 문명이 밝혀지지 않은 관계로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는 왕관을 쓰고 있습니다. 아마도 아직까지 밝혀진 바로는 최초의 문자를 발명하여 기록을 남길 수 있었기 때문에 얻은 영예가 아닐까 합니다.


우리에게도 단군신화가 있듯이 세계 각지에는 다양한 형태의 신화가 전해옵니다. 특히 그리스-로마 신화의 경우는 유럽문화의 근본이 될 정도로 영향력이 큽니다. 인류 최초의 문명이라는 수메르에서도 문명의 기원 등에 관한 신화가 전해 내려왔을 터이나 우리들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지역적으로 보아 수메르 문명은 이집트를 비롯한 중동 지역에서 명멸했던 다양한 인류 집단을 통하여 전해졌을 터이라서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의 문명에도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만화로 보는 수메르 신화>는 인류 최초인 수메르에 전해오던 신화를 만화로 소개하면서 이집트, 그리스, 유대 등의 신화 등을 수메르 신화와 비교했습니다. 1최초의 문명을 찾아서를 시작으로 모두 24화에 이르는 다양한 주제로 수메르 사람들의 삶과 그들의 신화를 살펴보았습니다. 작가는 신화학뿐만 아니라 천체물리학 등 다양한 영역의 앎을 바탕으로 수메르 문명의 뛰어난 점을 소개합니다. 수메르 문명은 천체물리학의 영역에서도 놀랄 정도로 발전해있었다고 합니다.


우주에 대한 관심은 근거를 바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영역에서는 외계인으로부터 발전된 문명을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가정을 세우면 쉬울 수도 있겠습니다. 지역적으로는 수메르와 무관한 중남미의 마야문명 과 잉카문명, 그리고 이집트의 피라미드 역시 외계인이 건설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수메르 문명이 외계에서 비롯되었다는 주장 역시 고대로부터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겠지만, 태양계 이외의 외계 행성이 태양계로 진입하였다는 해석은 근대에 들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도 해봅니다. 도구의 도움 없이 맨눈으로 밤하늘의 별들을 관찰하여 그 움직임을 모식화하는 것이 당시로서는 가능할까 싶기도 합니다.


이집트 시대에도 중동지방과 교류와 충돌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은 것을 보면 수메르 신화가 이집트, 유대, 그리스 신화 등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생각에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신 혹은 신들이 인류를 창조했다는 생각은 구약의 창세기에서 비롯되었는데, 수메르 신화에서도 신과 원숭이의 배아이식을 통하여 창조되었다는 설명은 당시의 기술수준으로 가능했을 것 같지 않기 때문에 현대의 기술로 신화를 해석하려는 무리수가 엿보이기도 합니다. 작가가 시도한 수메르 신화의 해석이 학술적인 접근이 아니므로 충분히 상상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개인적으로는 단군 신화를 비롯하여 그리스 신화 등에서 등장하는 신이라는 존재는 선진문물을 가진 이주민이라고 설명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국 신이라고 믿었던 존재들이 또 다른 인간이었다고 보는 것이 옳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미지의 영역이었던 수메르 신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화로 설명하려는 생각은 기발한 것 같습니다. 수메르 문명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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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원, 단일하든 다채롭든 - 상상과 과학의 경계에서 찾아가는 한민족의 흔적 내 인생에 지혜를 더하는 시간, 인생명강 시리즈 10
강인욱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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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민족은 단일민족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상항과 과학의 경계에서 찾아가는 한민족의 흔적이라는 부제가 달린 <우리의 기원, 단일하든 다채롭든>은 유라시이 대륙의 동쪽 끝, 한반도에 사는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가를 찾아가는 여정입니다. 하지만 제목을 보면 우리민족이 단일민족이라는 가정을 세워놓지 않았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오히려 다채로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느낌입니다.


경희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있는 저자는 서울대학교 고고미술사학과에서 학부와 석사를 마치고 러시아과학원 시베리아분소 고고민족학연구소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한민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제목의 서문에서 한국인은 유라시아 초원 어딘가에서 내려왔을까?’한국인이 정말 그렇게 먼 곳이랑 관련이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관심이 한민족의 기원이라는 문제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고도 했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은 모두 네 개의 주제를 다루었다고 합니다. 1. 고조선으로 대표되는 만주의 청동기시대, 2. 유라사이 초원의 유목문화, 3. 동해안을 따라 이루어진 교류의 루트, 4. 최근에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DNA연구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결국 우리의 기원에 관한 생각으로 돌아갑니다. “세상에 순수한 단일민족은 없고 우리의 고향은 한 곳으로 특정할 수 없다. 수만년 간 이 땅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고 떠나면서 다양한 문화가 유입되고, 뿌리내리고, 한반도에 살던 사람들은 여러 이웃과 함께 했다. , 한민족의 기원은 다양한 지역과 교류하면서 이 땅에 적응한 사람들의 모습이다.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이고 경험을 공유하면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민족이 단일민족이라는 주장은 주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특성이나 중국 사서에 남아 있는 우리 민족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유라시아 곳곳에서 발굴된 고고학적 성과와 한반도에서 발굴된 고고학적 성과를 비교하여 유사점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접근한 것입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배운 역사책에서는 대한민국은 고구려, 백제 그리고 신라에 더하여 가야에 뿌리를 둔다고 하였습니다. 고구려와 백제는 뿌리가 같으나 신라와 가야와는 다른 것으로 배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남아있는 역사서라는 것도 기록한 이의 주관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에 민족의 기원을 밝히는 근거로 보기에는 부족한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고고학이나 고생물학의 연구 성과는 상당한 근거가 될 수도 있겠습니다.


압록강 너머에 있던 고구려나 그로부터 갈라진 백제가 한반도로 이주해왔을 때 남한 지역에는 마한 변한 진한의 세력이 흩어져 있었다고 했습니다. 한반도의 동남쪽에서 출발한 신라와 북방에서 내려온 백제가 이들 세력을 차례로 통합하면서 통일된 왕국이 성립되었던 것을 보면 만주와 한반도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흩어져 살고 있었고 이들 또한 어디로부터인지 이주해왔으리라는 추정이 가능합니다.


저자가 제시하는 청동기 유적을 보면 우리민족은 중국의 한족과는 뿌리가 다른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한민족의 뿌리가 되는 고조선의 청동기문화는 유라시아 평원의 그것과 흡사하다는 것, 신라시대의 황금 유물 역시 유라시아 평원의 그것과 흡사한 것을 보면 유라시아 초원에서 살던 무리들이 동쪽으로 이주하여 한반도에 거주하던 선주민들과 합류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겠습니다.


최근에 개발된 DNA검사는 유골을 비롯한 고대인들의 신체가 있어야 가능한 작업인데 한반도의 지질이 산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고대인의 유골이 발견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연구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제한점이 있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활한 유라시아 곳곳에서 발굴되는 고고학적 성과와 우리의 뿌리가 묻혀있는 한반도의 고고학적 성과를 비교하는 고고학적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어 우리의 뿌리를 밝혀내기를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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