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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 - 인간은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매트 리들리 지음, 김한영 옮김, 이인식 해설 / 김영사 / 2004년 9월
평점 :
혹 딘 쿤츠의 <남편>을 읽어보셨습니까? 쟝르 소설 매니아라면 읽어봤거나 관심목록에 집어 넣었을 법한 스릴러 소설인데, 개인적으로 그렇게 매력적인 다가 온 소설은 아니었다. 미국 작가들의 영화제작을 염두한 비쥬얼적인 글쓰기를 싫어하고, 딘쿤츠의 <남편> 또한 그런 경향에서 예외는 아니어서, 솔직히 <남편>에 대한 예찬은 호들갑스러운 평가 혹은 베스트셀러 작가에 대한 예의상 띄어주기 위한 주례비평의 본보기정도로 밖에 비추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어쩌면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을 읽지 않았더라면 딘 쿤츠의 <남편>은 내 뇌리 속에 계속해서 후진 소설쯤으로 치부되었을 것이다.
지금까지 읽은 양육서(혹은 육아서)가 일반통행처럼 양육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에 반해, 매트 리들리는 <본성과 양육>에서 본성에 초점을 맞추고 본성에 맞는 양육을 통해 각 개인의 본성이 강화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그의 타고난 본성에 대한 성장론은 딘 쿤츠의 <남편>에서 제시된 인물유형을 상기시켰는데, 딘쿤츠는 그의 작품 <남편>에서 스키너식(예를 들어 자기에게 아이를 맡기면 부모가 원하는 아이 즉 변호사로, 의사로, 판사로, 거지로 양육할 수 있다는)으로 아이를 키울 수 있다는 부모와 그런 부모 밑에서 성장한 아이들 중 다 자라 성인된 두 아들을 통해 본성과 양육의 예를 보여주고 있다. 스키너식의 양육을 고집하는 부모밑에서 자란 큰 아들은 부모가 원하는 모습의 아들로 성장하고 이 책의 주인공 밋치는 스키너식의 부모밑에서 성장한 것에 넌덜머리를 내며 성인이 되자마자 독립하여 부모와 거의 교류없이 지낸다. 사건은 밋치의 부인인 홀리가 납치돼, 부모의 양육대로 자란 큰 아들과 밋치가 얽혀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밋치의 본성이 그런 부모밑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올바른지를 보여주는, 혹은 본성이 그 부모의 양육과는 별개라는 것을 보여준다. 어떤 경우에는 무자비한 스키너식의 양육은 개인개인의 특질인 dna 를 무너뜨릴 수 없다는, 한마디로 딘쿤츠는 작가 자신이 본성대 양육 논쟁을 아는지 모르는지간에 <남편>이란 스릴러 소설을 통해 양육론보다는 본성에 손을 들어 주었다라고 할 수 있다.
매트 리들리에 따르면 본성대 양육에 대한 논쟁은 프랜시스 골턴의 "1874년 책 <영국의 과학자: 그들의 본성과 양육>을 발표하고 나서부터이다. 그는 자신의 저서에서 과학적 천재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것이라는 결론을 되풀이했다. 본성과 양육인 Nature and Nurture라는 그 유명한 두운법이 탄생한 것도 이 책(110p)" 이였다.되었다. 그의 주장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의 반발을 일으켜 본성과 양육의 논쟁에 근거가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우생학의 토대가 되기도 하였다. 후에 스키너같은 행동심리학자들의 실험에 의해 본성보다 양육(즉 환경)이 더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보였지만, 초기 본성에 대한 골턴의 주장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어 보인다. 매트 리들리는 골턴의 주장에 따라 이 책 초반에서 본성을 강조한다. 그는 떨어져 산 일란성 쌍둥이의 예를 들어 환경보다는 유전적인 요소가 성격을 결정한다고 이야기한다. 아기 때 떨어져 산 일란성 쌍생아를 추적하여 성인이 되어 그들의 성격이나 행동들을 살펴본 결과 한번도 만나적이 없던 그들 사이에 유사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이혼경력이라든가 개를 기른다든지 또는 개의 이름까지도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환경에서 양육된 쌍생아들의 공통분모인 유전적 요소가 그들의 현재의 환경을 유사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실례로 들어 본성을 강조하는 식이다. 그리고 우리는 알게 모르게 아이의 본성에 따라 양육한다고 한다. 여자아이는 여자아이의 본성에 따라 인형을, 그리고 남자 아이는 남자 아이의 본성에 따라 자동차나 기차를 사주며 아이의 본성에 맞게 양육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얼핏 매트 리들리가 본성만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매트 리들리가 이처럼 이 책 에 초중반에 본성을 역설한 것은 어쩌면 아직까지도 현재 양육서가 프로이드의 이론과 스키너같은 행동심리학자들에 의해 양육(환경)에 의해 성장이 결정된다는 이론이 지배적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읽은 육아서의 대부분은 양육의 입장에서 쓰여진 것이 대부분이었다. 아이와 부모와의 관계, 그리고 트러블로 인한 개선등등 그 아이가 타고난 본성을 믿어라라는 양육서는 아직까지 이 책 이외에는 읽어보지 못했다. 그렇다고 매트 리들리가 본성 그 자체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이 책 원제목처럼 그는 양육을 통한 본성 강화nature ia nurture의 입장이다. 그에게 본성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유전자는 양육의 중개인이며(138p), 본성은 양육을 압도하지 않고, 양육과 경쟁하지 않는다. 둘은 본성 대 양육의 경쟁을 벌이는 라이벌이 아니다(139p)라고 보기 때문이다.
부모의 적극적인 양육으로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환상은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에 영향을 받은 것처럼 보이는(?) 리들리에게 말 그대로 억지에 불과해 보인다. 아이는 부모 맘대로 할 수 있는 인형같은 존재가 아니다. 부모가 쥐고 흔들 수 있는 시기도 어린시절이나 가능하다. 아이가 자신의 파워을 얻는 순간, 딘 쿤츠의 소설 <남편>의 밋치처럼 알에서 깨어나온다. 아이들에겐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보다 더 강하게 그 전 시대부터 축적되고 누적되어 온 dna가 살아 움직이고 있으며 유전자는 때에 따라선 환경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존재들인 것이다.
매트 리들리가 이 책에서 본성은 중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좋은 부모(환경,양육) 또한 여전히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부모는 양육을 통해 본성을 강화할 뿐이지, 남녀차이를 만들어내지는 않는다.그들은 성적 전형을 억지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가진 성향에 반응(352p)하기 때문이다. 단지 양육은 어린 원숭이실험에서 보여준 것처럼 우유를 주는 철로 만들어진 어미 원숭이보다 우유는 주지 않지만 푹신푹신하고 따스한 모형 어미 원숭이한테 매달려있는 것처럼 양육은 안정적인 보금자리 역활을 하는 것이다. 매트 리들리의 양육을 통한 본성강화라는 주장은 열손가락이 다 다르듯이, 한 배에서 난 자식도 다 다르다라는 우리의 속담과 어딘지 비슷하다 . 그리고 그의 양육을 통한 본성강화는 그가 책의 말미에서 말하는 모든 유전자가 환경에 반응하는 감수성의 축도라는 것, 생명체를 유연하게 만드는 수단이라는 것, 경험의 하인이라는 것을 보여주(389p)는 것인지도 모른다.
덧: 이 책에는 매트 리들리는 양육을 통한 본능 강화라는 주장을 위해 많은 예를 드는데, 그 중 흥미로운 것이 있다. 언어 습득에 대한 것인데, 언어의 독특한 특징 그러니깐 억양이나 말투같은 것을 그 나라 사람처럼 습득할 수 있는 시기는 사춘기 이전이라고 한다. 그는 헨리 키신저의 예를 들면서 키신저가 한살 아래인 동생과 함께 미국에 와서 똑같은 시기에 언어를 습득할 때 키신저는 미국식 액센트를 습득하지 못한 반면에, 한살 아래인 동생은 미국식 액센트를 구사했다고 한다. 두 형제의 언어 습득 차이에 대해 그는 언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어린 시절의 특정적인 시기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