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이 참 괜찮은 음악일 수 있다는 것을 요즘 아들애하고 들으면서 알았다. 락이나 팝세대인 난  80년대 후반에 새로운 음악쟝르로 등장한 랩음악에 익숙하지 않아 좀처럼 내 귀를 끼여맞추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더 이상 음악을 듣지 않았다.  

루헤인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가 은근슬쩍 등장인물들을 통해 내뱉는 말, 랩은 쓰레기 음악이나 마찬가지야라는 말에 수긍하고 동감했는데, 요즘 음악의 주류가 랩이다보니 그런대로 귀에 익기 시작한다. 하기사 이제 랩역사가 근 20년이다. 익숙할 만도 하지 않겠니. 여하튼 뭐 새롭게 랩음악을 들으면서 영어야 운율적이라서 랩이 잘 어울리지만 우리 나라말은 (번역도 그런 문제제기를 많이 하지만) 랩이 참 안 어울리는 산문 언어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또 그러한 내 편견이 글러먹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21이나 브아걸의 파워풀한 걸의 랩이 맘에 들고 아웃사이더는 내 생각을 비웃듯 피에로의 눈물 전체를 랩으로 올렸다.  

은근 괜찮다. 아니 걍 괜찮다라고 해야하나. 이거야 말로 편견타파가 아니고 뭐냐! 우리 나라 노래도 이제 랩이 잘 어울린다고 하고 싶어진다. 영어처럼 리듬미컬하기 보다는 약간 껄끄럽긴 하지만 아웃사이더의 노력에 경의를.... 그래도 가사 참조는 필수 하하하.

옛날 꽤나 아주 먼 옛날 옛적이야기
시골 조그만 마을
눈물이 없는 처녀가 살고있었지
가난했지만 항상 미소를 머금은
그녀는 아름다웠고 옆나라에 수많은
부자들과 남자들이 끝없이 청혼을했지만
모두가 거절을 당했고
그녀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사람은 가난하지만 성실한 청년 피에로
어느 날 그가 찾아와서 청혼을 했어
그녀는 승낙을했고
그 뒤로 그 뒤로 그들은 행복하게 살았데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바늘에 손이 찔렷어
한번도 울지않았던 아내가 눈물을 흘렸어
그런데 다르게 눈물이 다이아몬드로 변해버렸어
어 그래
믿기지 않은 상황
그때부터 피에론 아내를 때렷어
다이아몬드를 얻었고
흥청망청 다이아몬드를 다 써버렸지
그리곤 다이아몬드가 다 떨어지면
집으로 돌아와 아내를 때렸어
그녀의 가슴에 상처를 새겼어 
두눈 가에 핏물이 흘러와
웃음을 짓거나 춤추네 내 맘 안에
나도 몰래 새겼던 상처가 이렇게 번져가
애타게 너를 찾는데
그렇게 한달이지나 두달이지나 몇년이 흘럿어
다 써버린 다이아몬드를 가지로
집으로 돌아온 날도 술에 취해
아내를 불럿어
그손에 쥔 새빨간 다이아몬드를 보고는
피에론 깜짝 놀랏지
아내의 손에서 빛나는 커다란 다이아몬드에
마냥 기분이 좋앗지
뜨겁게 사랑했던 자신의 피보다 새빨간
그 다이아몬드의 의미를 몰랏지
굳센 사내를 위한 아내의 마지막선물
그리곤 그녀는 목숨을 끊엇지
빨갛게 물드는 양탄자는
활활 타오르던 두 사람의 사랑보다
진하게 바닥을 수놓았어
목놓아서 울어봤자 그녀를 영원히 볼수없어
피에론 자신의 잘못을 깨달앗지만 이미늦엇어
그녀는 떠나갓어
그 뒤로 피에론 자신의 얼굴에
분장을할때 눈물을 그려넣고는
미친듯이 웃었어
슬픔을 잊으려 애써 춤을춰봐도
불타는 지나간 사랑의 후회만큼
미소만큼 더
두눈 가에 핏물이 흘러와
웃음을 짓거나 춤추네 내 맘 안에
나도 몰래 새겼던 상처가 이렇게 번져가
애타게 너를 찾는데
(왜그랫을까 그땐 왜그랫을까)
(대체 왜그랫을까 나는 왜그랫을까)
돌이킬수 없다는걸 알아
이미 지나간 시간을 붙잡을수 없다는걸 알아
떠나간 그녀를 추억하면 그냥살아
꿈에서 그녀가 만약 살아 돌아온다면
두번다시는 너를 놓지 않을께
다짐햇지 텅빈 집안 구석 너의 향기로 가득한데
아득해져만 가는 너의 아름다운 미소
다투기도 햇지 눈물에 감추기도 햇지
두눈을 마주친채 바보같이
밤새도록 바라보기만 햇지
왜 그랫을까 그땐 왜그랫을까
가진것 없어도 난 너만 있으면 행복햇는데
대체 왜그랫을까 나는 왜변햇을까
영원히 변치않을꺼라는 약속 계속햇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내게는 말도못하고
얼마나 많이 아파햇을까 아무런 힘도없는
그녀를 때리며 웃고있던 나를 영원히 저주할께
용서 하지마 나 제발 부탁할께 눈물흘리지마
두눈 가에 핏물이 흘러와
웃음을 짓거나 춤추네 내 맘 안에
나도 몰래 새겼던 상처가 이렇게 번져가
애타게 너를 찾는데 
두눈 가에 핏물이 흘러와
웃음을 짓거나 춤추네 내 맘 안에
나도 몰래 새겼던 상처가 이렇게 번져가
애타게 너를 찾는데

내가 랩에 관심을 안 가질래야 안 가질 수 없는 이유는 너무나 간단하다. 딸애가 이 책 읽어달라고 가져와 읽어 주고 있는데 옆에서 가만히 듣던 우리 아들이 엄마, 나 이거 랩으로 할 수 있을 거 같아! 이러면서 수줍많은 녀석이 정말로 으로 이 글을 읽었다능~~~
두 놈이 나보고도 랩스탈로 읽어보라고 하는데, 도저히 못 하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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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 한줌

이런 얘기를 들었어. 엄마가 깜박 잠이 든 사이 아기는 어떻게 올
라갔는지 난간 위에서 놀고 있었대. 아기가 모르는 난간 밖은 허공이
었지. 잠에서 깨어난 엄마는 난간의 아기를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이
름을 부르려 해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어. 아가, 조금만, 조금만 기다
려, 엄마는 숨을 죽이며 아기에게로 한 걸음 다가갔어. 그리고는 온
몸의 힘을 모아 아기를 끌어안았어. 그런데 아기를 향해 내뻗은 두
손에 잡힌 것은 허공 한줌뿐이었지. 그 순간 엄마는 숨이 멈춰버렸
어. 다행히 아기는 엄마 쪽으로 굴러 떨어졌지. 죽은 엄마는 꿈에서
깬 듯 우는 아기를 안고 병원으로 달렸어. 아기를 살려야 한다는 생
각말고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울음을 그치
고 아기는 잠이 들었어. 죽은 엄마는 아기를 안고 집으로 돌아와 아
랫목에 눕혔어. 아기를 토닥거리면서 그 옆에 누운 엄마는 그 후로
다시는 깨어나지 못했어. 죽은 엄마는 그제서야 마음놓고 죽을 수 있
었던 거야.
이건 그냥 만들어낸 얘기가 아닐지 몰라. 버스를 타고 돌아오면서
나는 비어 있는 손바닥을 가만히 내려다보았어. 텅 비어 있을 때에도
그것은 꽉 차 있곤 했지. 수없이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 그날 밤
참으로 많은 걸 놓아주었어. 허공 한줌까지도 허공에 돌려주려는 듯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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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10-06-07 09:53   좋아요 0 | URL
추천해요. 기억의 집님,
허공한줌....가슴이 텅비도록 시리고 투명해요.

기억의집 2010-06-07 11:15   좋아요 0 | URL
나희덕의 시가 가슴을 시리게 하지요. 전 산문집도 읽었는데, 좀 어렵더라구요. 에세이를 리와인드해서 읽은 사람은 나희덕이 첨이었어요.
 
너도 보이니? 6 - 어느 무시무시한 밤에 달리 지식 그림책 6
월터 윅 지음 / 달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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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희망으로님하고 삼성역의 반디앤루니스 둘러보다가 악~~~발견했다. 월터 윅의 <너도 보이니?> 최근 시리즈!!! 사실 딸애가 이 책 시리즈를 너무 좋아해 반갑긴 한데, 구입하고 나서 같이 찾자고 시달릴께 뻔하지만...... 안 사줄 수 없는 상황. 새끼들이 좋아한다는데 어쩔거여! 오프 서점에서도 잠깐 보고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  책 받은 날 늦은 저녁, 아이들하고 숨은 그림 찾다보니 scarry scarry night이라는 제목과 달리,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이 떠오르면서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이 묘한 기분. 이 뭐꼬, 이 유쾌하면서 발랄한 기분은.









 

사진사가 후져서 이렇게 후지게 나왔지, 사실 너무 이쁜 매력적인 장면으로 넘쳐난다.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면서 빈틈없이 만들었지! 저 작은 소품의 조명은 왜 그리 멋들어진거야. 아, 월터 윅의 소품 다루는 솜씨와 장면 연출은 나날히 진보하는구나! 장면마다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작가 후기에 따르면 이 작품은 <크리스마스의 악몽>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아니고(씽긋) <어둔 밤 숲속>이라는 전래동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어둔 밤 숲속에서>라는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 아시는 분? 그 작품이 궁금해 며칠 동안 찾다가 지금 나가 떨어진 상태! 뭐 일단 <어둔 밤 숲속>이라는 작품은 제껴두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소품을 어떻게 만들었는가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소품들이 실제 크기보다 크게 보일 때까지 카메라 상을 확대시켜 시각적 표현을 극대화하였습니. 저 멀리 떨어진 언덕 위의 성에서 시작하여 성의 가장 높은 탑 안에서 끝나는 이야기의 확장 기법은 병의 라벨이 실제 크기보다 8배 이상 커지는 아주 작은 병에 초점을 맞춰 원래 크기였을 때는 보이지 않던 36개의 숨은 그림을 밝혀냅니다. 요술이 과학과 섞이고, 전설이 사실과 뒤섞이는 옛날이야기에서 가져 온 주제들은 친숙함 속에 낯설음을, 그리고 때때로 착시 현상까지 경험하게 되는 이 특별한 숨은 그림찾기 모험의 훌륭한 배경이 되어 줍니다. 하지만 예리한 눈을 가진 독자라면, 이 사냥을 끝마쳤을 때에는 어떤 사물들이 처음 비춰진 모습과 다르다는 사실과 대부분의 사물들이 처음 보였던 것처럼 무섭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p38) 

사진기법을 몰라 무슨 말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는 없지만, 아니 이 양반의 <물한방울>에서의 작가 후기도 현학적으로 써대서 어느 정도 젠체하는 성향을 알긴 알았지만, 여기 후기에서도 여전히 젠체하구나, 싶었다. 허나 , 무슨 말인지 100% 이해를 못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 작품을 스텝진들하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떤 소품들은 전문가의 손까지 거친 것이라는 것을,  대강 느낄  수는 있었다. 월터 윅의 작품에 대한 열정과 그리고 경외감을. 그리고 어린이독자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그가 일하는 과정에서 고심한 흔적을 말이다. 이런 작가의 열정이 느껴지는 작품을 만나다는 것, 그게 바로 그림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난 그가 팔소매 걷어부치고 스텝진들하고 어떻게 소품을 만들고 배열하는 과정, 그리고 촬영하는 장면들이 왜 이렇게 떠 오르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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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10-04-28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그린게 아니라 소품들이 군요. 오호! 넘 멋쪄서 갖고 싶다!아!

기억의집 2010-04-29 15:59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소장용으로 충분한 그림책이에요. 한페이지한페이지가 얼마나 멋진지... 서점가서 보고 와서 그날로 주문할 정도니깐요^^

scott 2010-04-28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즈라면 도대체 이책은 몇권이나! 큭 따님 넘 좋은 엄마 둔거 알까요. 추!천!

기억의집 2010-04-29 15:58   좋아요 0 | URL
이 시리즈가 꽤 나왔는데 전 3권 가지고 있어요. 아이들이 이 사람 책 좋아하는데 그림 찾기 놀이그림책이다 보니 아이가 이 책 가져오면 거의 공포스러워요. 아들애는 뭐 그렇게 안 괴롭히는데 딸애가 절 무지막지 괴롭혀요. 어떨 때 이책 숨겨두기도 해요.^^
 
잘가, 나의 비밀친구 웅진 세계그림책 114
앤서니 브라운 그림, 그웬 스트라우스 글, 김혜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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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 앤소니 브라운의 그림은 한 눈에 정이 가지 않는다. 차가운 정적, 똑부러질듯한 정갈한 라인, 책 속에 갇혀 있는 프레임과 풍부한 색감임에도 불구하고 색에 스며든 외로움에 움찔 놀라 그의 그림책을 펼쳐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마다 싸한 가슴을 쓸어 안곤 한다. 아, 역시 앤소니 브라운의 그림은 인간미가 없어. 풍부한 테크닉과 위트만 있을 뿐. 에릭 칼 좀 봐봐! 별 거 아닌 동물 그림에도 할아버지같은 인자함이 철철 넘쳐 흐르잖아! 난 말이야, 에릭 칼 할아범의 그림책의 색에서 나오는 따스함이 좋아. 정말 아이들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의 색이잖아. 앤서니 브라운은 이상하게 읽고 나면 쨍하고 깨어진, 산산히 부서진 거울 조각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야. 아, 이런 느낌 정말이지 싫어!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은 한번 보면 안 볼 수 없는 끌어당기는 자석같은 힘이 있지. 실타래처럼 얽힌 어둡고 어두운, 숨기고 싶고 남 앞에서 결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아이들의 외로움과 단절을 그는 정확하게 읽어내거든. <고릴라>에서 보여준, 외로움에 지친 아이가 고릴라라는 공상친구를 만나 자기 내면의 세계로 끌고 들어와, 한 소녀의 주변과 단절된 관계를 이어주고 회복을 도와주는 매개체같은 역활을 하지. 어차피 사람이란 제 아무리 혼자  쿵짝쿵짝 잘 살아보겠다고 노력해도 타인의 손길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깐. 나같은 경우도 블록질 한다 책 읽는다해도  만나 수다 떨고 싶은 사람이 그리울 때가 많으니깐. 앤서니 브라운은 이 책에서도 외톨이를 다루고 있는데, <고릴라>때와는 다르지. 고릴라에서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회복되지만 완전 치유는 아니었다고 생각하거든. 일단 상처에 약만 발랐다 뿐, 아빠와의 화해가 다른 사람과의 소통으로 이어지라는 암시는 없거든. 하지만 이 책은 비밀 친구를 만들어 자기만의 세계을 건설하지. 타인이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한.......


어떤 경우에는 한줌의 글보다 하나의 이미지가 전체 이미지를 대신할 수 있다. 주인공 소년이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장면. 이런 장면은 그림책 배치의 중요성을 잘 아는 사람이나 가능하지 않을까.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속의 구성은 사람을 깔깔거리게 만드는 유머보다는 위트쪽에 가까운 즐거움을 가지고 있다. 위의 액자와 비교. 





1 에릭이 마샤의 방문에도 자신의 내면 속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지만, 

11  

나오고 싶어하는 맘은 굴뚝 같은. 브라운은 에릭의 닫혀 있는 상태를 내내 검은 바탕 화면이 프레임 속에 갇혀 두고 있다가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우리의 고릴라 친구!  



마침내 에릭이 자신의 문을 열고 나왔을 때는 검은 바탕 화면과 프레임을 완전히 거두어내고 이미지를 전체적으로 잡았지. 사실 난 이 롱샷의 이미지가 맘에 들어서 이 작품을 구입했다. 앤서니 브라운이 두 아이를 바라보는 먼 시선을 내 마음 속 프레임에 걸어두고 싶어서.  프랑스 속담에 친구와 포도주는 묵을 수록 맛나다면서. 오랜 친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의 몇 안되는 행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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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10-04-28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보니 느낌이 다른걸요. 저도 브라운이 그리는 평면적인 인간들의 모습이 쫌 정이 안갔어요. 그는 어른들에게 읽힐려고 그리는게 아닐까해요. 오랜전 그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알바로 수술실에서 스케치로 흔저을 남기는 일을 했데요. 그래서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세계를 상상하기 힘들다고 토로 하더군요. 그래도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 작가죠?

기억의집 2010-04-29 15:56   좋아요 0 | URL
저는 앤서니 브라운의 세계가 선뜻 다가가기도 힘들더라구요. 멋진 그림을 그리는 작가라는 것은 알겠는데, 이 작가의 그림을 보면 너무 차다,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거든요. 앤서니 브라운은 그림의 색채가 차갑고 냉혹해서 그가 이야기하고 싶은 따스한 이야기는 그 차가운 이미지속에 파 묻힌 듯한 느낌이에요. 아, 수술실에서 알바로 일했군요. 가만 보면 작가들도 젊은 시절의 경험을 절대 무시 못 하더라구요
 
끝없는 나무 비룡소의 그림동화 72
클로드 퐁티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비룡소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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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큰 애가 읽어달라고 가져 온 클로드 퐁티의 <끝없는 나무>를 읽어주면서 이런 추상적인 성장 그림책을 왜 좋아할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미지만 남을 뿐 구체적인 의미는 덩어리채 삼켜버렸을텐데,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일단 아이에게 책을 다 읽어주고, 이 책이 왜 좋아?하고 물었더니 아이는 말을 찾지 못하고 우물쭈물 말을 삼킨다. 내 생각에 아이는 퐁티의 웅장한 일러스트와 함께 상징적이며 서사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을 단순히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생각해 보면, 큰애는 일상의 구체적인 모습을 담은 일본그림책도 좋아했지만 이런 추상적인 그림책도 마다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독일 그림책 작가 야노쉬나 야니쉬의 작품들은 되풀이해서 읽어달라고 했었다. 유럽 그림책 작가들에 대한 나의 인상은 여타의 유아그림책은보다 좀 더 관념적이고 추상적이다, 라는 것이다. 이야기가 열려 있어 이야기의 층은 여러겹 쌓여 있는 것처럼 보이고 (야노쉬의 작품들이나 야니쉬의 할아버지의 붉은 뺨을 보시라!) 구체적인 해석보다 점점히 추상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고 일러스트는 금자만큼이나 불친절하다.  

수년동안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자신과 동일시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나오는 일본(이나 영어권) 그림책을 더 선호한다.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결부된. 처음에 일본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같은 동양권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추측했는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결론은 일본 그림책에 나오는 캐릭터의 행동이나 심리를 자신에게 쉽게 구체적으로 동일시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행동하는 것을 이 그림책의 아이도 하고 있어! 그래서 엄마인 나도 일본그림책의 일상적인 따스함, 넉넉함에 빠져들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그러나 아이의 선호에 따라, 일상을 구체적으로 그린 그림책이든 모호하고 애매한 이야기를 담은 추상 그림책이든 간에 어떤 그림책이 더 좋은가라고 하는, 그림책에서 가치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위험하다. 아이는 이야기가 구체적이든 추상적이든 상관없이 이야기의 이미지를 쫓아다니며 언젠가 나이가 차면 그 추상적인 상징성이더라도 구체적으로 이해할 때가 오기 때문이다. 이야기하는 방식이 일본그림책처럼 구체적이어서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유럽그림책처럼 추상적이어서 아이가 의미를 당장 파악하지 못해도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이해할 날이 온다는 것이다. 저울에 균형을 맞추듯 그렇게 구체적인 그림책과 추상성을 띤 그림책 모두를 아이들에게 어릴 때 읽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는 생각이 든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 소녀 이폴렌이 성장하면서 겪을 수 밖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그녀는 상상의 모험(?)을 통해 슬픔을 극복하는 것처럼 보인다)과 모험과 대결을 통해 한층 성숙된 이폴렌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모험이야기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이폴렌의 성장 이야기는 추상에 가깝다. 큰 이야기 줄기는 이폴렌이 할머니의 죽음으로 할머니에 대한 상실감과 슬픔을 내면적으로 극복 과정이 모험이라는 이야기로  뻗어나가지만, 아마도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이폴렌의 내면의 성장 모험은 해리포터식의 아슬아슬한 선과 악이라는 칼의 대결이라기 보다는  심리적이고 내면적인 투쟁 기록에 가까워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것만 뭉쳐 덩어리로 받아들일 것이다.  클로드 퐁티는 그 한 소녀이 내면적으로 방황하는 성장이야기를 거대하고 웅장한 스케일의 이미지로 그려내고 있으며 써클 형식으로 제자리로(다시 이폴렌의 집에서 출발해서 다시 이폴렌의 집으로 회귀) 돌아가게 한다. 이 책은  편안하고 안락한 어린 시절의 허물을 벗고 앞으로 아이들이 겪게 될 성숙한 내면의 이야기를 앞 당겨서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아이들에게 읽어줄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덧:  8살 짜리 딸애가 더 어렸을 때 큰 애한테 이 책 읽어줄 때마다 재미없다고 자리를 피하곤 했는데, 며칠전부터 계속해서 읽어달라고 가져오네. 이제 슬슬 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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