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아이들 방학 동안 인터넷을 거의 안해서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몰랐어요. 전업주부라도 한가하게 집에만 있는 게 아니라 집에 있으면 애들 챙겨야하고, 혼자 사시는 친정엄마네도 수시로 들락날락 거려야해서 하루가 어찌나 빨리 가는지 자고 나면 아침이고 여기 저기 들쑤시고 다니면 저녁이고 그러네요. 그래서 이 조그만 땅덩어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무엇이 어떤 흐름을 타고 있는지, 어떤 책이 입에 오르내리는지도 모르고 살고 있었어요.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책은 읽었지만, 인터넷 할 시간은 녹록치 않더라구요. 그러던 차에, 지인께서 프랑스 원화전 가자고 전화가 와서, 사실 프랑스 원화전 열리는지도 몰랐어요, 지난 금요일 약속 잡고 갔다 왔네요.

프랑스 원화전 입구에요. 입구 앞에는 이번 전시회에 전시된 작가들의 캐릭터 상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어요. 저는 이런 그림책 캐릭터 상품에 전적으로 찬성해요. 사실 책만으로 작가들의 생계수단을 책임 질 수가 없기에 이런 캐릭터 개발이 작가의 생계에 일정 부분 기여할 수 있어서 우리나라 그림책 작가들도 이렇게 자신의 그림책 캐릭터가 상품화 되었으면 좋겠어요.




캐릭터 상품이 진열된 전체적인 모습^^ 지인의 모습이 보이네요~


크리스티앙 볼츠의 그림책 재료는 금속이나 천같은 것이었어요. 이런 작품들은 재료때문이라도 배경은 배제되고 캐릭터가 주입니다. 단순하고 차갑다는 단점은 있지만 아이가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은 있는 것 같아요.
다음은 나탈리 레떼의 작품들이에요.



이 작가는 색이 무척이나 화려했어요. 대담하게도 분홍도 집어 넣어 색이 화려하면서도 강렬하다고 해야하나 그런 작가였던 것 같아요. 마지막은 펠트로 스티치한 에펠탑을 주제로 한 펠트 작품이에요. 이건 실물이 휠씬 이쁜 것 같네요. 제가 사진을 잘 못 찍어서 그렇지, 색감각이 무진장 뛰어난 작가였어요.


플라비아 루오톨로라는 작가인데, 처음 접한 그림책 작가였어요. 특이한 것은 그림책에 이런 추상화를 시도했다는 점일 거에요. 이 작품은 은물이라고 해야하나요, 그런 스탈이에요. 자석으로 저런 도형같은 도구를 만들어 아이들이 자신만의 추상화 그림을 만들 수 있었어요.
저는 아무래도 아이가 있어서 그림책에 흥미가 많고 좋아합니다. 그런데 저런 추상화 기법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언제나 궁금했어요. 실제로 저런 추상화 기법은 연속적인 이야기가 중점이 아니여서 도형화된 이야기를 네버엔딩 스토리처럼 아이가 만들 수 있거든요. 정형화성을 탈피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던 작가였어요.
다음은 제라르 로 모나코의 작품이에요. 팝업스탈인데, 작품 구성이 연결되어 있어서 아주 재밌어요. 서커스를 주제로한 그림 팝업북입니다. 여기에는 안 올렸는데, 이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전시 되어 있었어요. 색 하나에도 엄청 신경 쓰더군요.




다음은 필립 켈렝의 작품입니다.

<신사의 품격>에서 김하늘이 본 작품이었나 보더라구요. 우리나라 발간된 책의 띠지보니 그렇게 나왔더라구요. 이 사진에서 나온 화면은 전자책인데, 전자책에서 화면이 움직이니깐 신기하대요.

안느 크로자의 작품이에요. 전체적으로 대상의 면이 넓어서 시원스런 느낌이 든 작품이었어요.


우리나라에 프랑스 작가치고는 꽤 많이 발간된 그림책 작가입니다. 마르크 부타방. 그림이나 캐릭터는 귀엽고 예쁜데 거기에서 그림책을 들춰보았더니 글이 깨알처럼 많더군요. 읽은 주는 엄마나 아빠가 적잖이 힘깨나 들 것 같았어요. 아, 저는 지금도 11살인 작은애한테 하루에 한권씩 꼭 책을 읽어주는데, 이 책만은 노땡큐라고 외치고 싶어요. 캐릭터가 앙증 맞고 귀여워서 엽서가 있길래 엽서 사서 액자에 장식해 놨어요.

플로리 생발 작품입니다. 이 작가는 캐릭터 상품에 주력하는 작가인 것 같더라구요. 그림이 정갈해요, 군더더기 없이.

생각보다 프랑스 그림책 작가들이 뛰어난 이야기꾼들은 아니었어요. 제 생각엔 연속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보다 상당히 단편적이었어요. 이야기의 기승전결이라는 완결성은 부족했습니다. 이야기가 뚝뚝 끊어진다고 표현해야 하나요. 일본 그림책 작가들처럼(아, 이런 비교는 좀 그런가요. 저는 일본그림책 작가들이 이야기가 뛰어나다고 평소 생각해서~) 일상적인 혹은 상상력이 풍부한 주제나 소재로 한편의 연속성을 가진 완결된 이야기로 만들어 내기 보다 보다 그림 자체에 정성을 들인 느낌이었어요.
하지만, 그림책의 다른 범위를 넘어서 여러 기법을 실험하고 시도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더라구요. 저는 평소 이야기(구체성)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이런 추상적인 창작 기법을 과연 잘 받아 들일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그들은 과감히 이런 추상적인 기법을 도입하고 아이들에게 다르게 보여주는 법을 알려주고 좀 더 높은 차원으로 사고를 끌어 올리는 것 같았어요.
어떻게 보면 어른의 시각에서 보면 별거 아니겠지만,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면 그림책의 여러 실험적인 시도가 파괴적인 것 일 거라고 생각이 됩니다. 이런 추상적인 세계를 받아들이는 아이들은 나중에 어떤 사고를 하고 어떻게 세계를 바라볼까요? 충격 좀 받았네요. 아, 그림책이 이렇게 진화하는구나 싶어서요. 일상성이나 구체성에서 과감하게 탈피하는 것도 다른 차원의 세계를 볼 수 있는 한 방법 아닌가 싶어서요. 확실히 유럽식 시각은 우리와는 좀 다른 것 같아요.
프랑스 원화전 둘러보고 근처의 교보 문고로 와 책 좀 둘러보고, 그 때 이번에 문동에 나온 하루키의 에세이집 조금 읽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본 그림책 작가 안자이 미즈마루의 일러스트가 있어서 그런가, 소장하고 싶어지더라구요. 그래서 그런데, 문동은 하루키의 이번 에세이 전자책으로 안 내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