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학분야의 책을 읽은지 한 7년 정도 되었나 보다. 그 이전에는 과학의 과자도 몰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흥미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다. 왜 과학책 따위를 읽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고 치부할 정도였다. 시간 낭비야, 읽어도 이해 못하는 그런 글을 읽어서 뭐한담.
그러다 2007년 겨울 무렵 한 블로거가 쓴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리뷰를 읽고 나서 다양한 과학책을 읽기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읽기 시작한 한두해 동안에는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 없던 글들이 지금은 어느 정도 대강 흝으면 인상비평은 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발전했기는 했다.
하지만 읽으면 읽으수록 과학책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이다. 전문적으로 공부를 한 게 아니라 이 분야 저 분야 건드리고 있는 상황이라 반복되는 설명이나 부분이 많이 하지만, 현대 과학분야로 눈을 시작할 때부터 헤매기 시작하고 있다.
그래서 내려놓을까, 이해가 정말 안되는데, 어떤 땐 내가 왜 이렇게 사나 싶을때가 있다. 굳지 안 읽어도 되는 책들인데, 하늘의 별들을 쳐다보며 우주의 초기가 빅뱅이 일어나건 말건 아, 반짝반짝 거리는 별이 이쁘다! 해 버리면 되고, 봄에 피는 꽃들을 보며,식물이 빛을 받아 어떤 작용을 하건 말건 아, 눈이 즐겁구나~ 겉으로 보는 즐거움만 느끼고 살면 되는 것을 나는 왜 우리 주변의 모든 사물의 프로세스를 속속들이 알고 싶어, 이렇게 버거운 책들을 부여 잡고 씨름하는 것일까? 소설이나 자기계발 책이나 읽으면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데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려 놓을 수가 없었다. 어느 순간부터 과학분야의 책은 내 인생의 무한도전이다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읽다가..... 내려 놓기를 수십번, 그러다가 아냐, 도전해보자는 맘으로 다시 읽고 읽고 하루에도 열두번도 포기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니 도대체 저들(과학자들) 머리엔 뭐가 들었길래 이런 아이디어와 이런 사유 체계가 논리적으로 정립되어 있는 것일까,,,왜 나는 이 나이 먹도록 그들을 사고를 따라가지 못할까하는 열등감 비슷한 자괴감이 들면 도전 정신이 솟아 오르긴 한다.
나는 이 나이 먹도록 세상과 싸우거나 뭔가 도전의식을 가지고 시도해 본 것이 없었다. 먹고 살기 바빠서 먹고사니즘이 우선이니깐. 시간이 남아 돌아 책을 읽는 것은 아니다. 정말 뭔가 나의 사고를 더 깊이 세상을 이해하고 진실에 다가가, 내가 관습처럼 받아 들였던 지식과 사유체계에 대한 도전이다.
아닌게 아니라 무한도전팀만 도전하는 인생이냐 싶어, 과학책 분야에 끝까지 도전하고 싶은 무한도전 정신이 들었다. 지구에 사는 수십억의 인구중에서 과연 과학자들이 말하고자 하는 이론이나 진실을 몇%나 받아 들이고 이해할 수 있을까? 전 세계 인구 1%도 안 되는 사람들이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고 자신들도 그들과 함께 이론으로, 실험실에서, 현장에서 참여하면서 99%의 사람들의 관습과 풍속을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가. 나 혼자 변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가 아니라 나 혼자라도 변하면 세상이 변할수 있다라는...무한도전~
2. 남편회사 부서에서 생일때마다 삼만원미만의 책을 신청하면 선물로 주는데, 작년엔 이영희선생 평전을 신청해서 받았고 올해는 <미래의 물리학>을 애아빠한테 부탁했는데, 생일이 이월초였는데, 아직도 신청을 안 해서 못 받았다. 남편은 이제 책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다시피 하다. 젊은 시절에는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는데, 회사 생활 하면서 책과는 점점 멀어지는, 일년에 단 한권이 책도 안 읽다 보니, 회사 내에서 이런 책선물 차지는 다 내 차지인데, 아직도 이 책을 못 받았다. 신청해 달라고 닥달해서 소용없어 기다리고만 있는데, 다음 주쯤에는 한번쯤 말해야겠다. 그나마 내가 책 사들이는 것에 대해 단 한번의 잔소리도 하지 않으니 언제나 감사한 맘~
과학분야 책은 어떡해서든지 새책을 사서 구입한다. 게다가 도서관에 신청도 해 준다. 중고로 나오는 책들이 있긴 하지만, 새책을 사서 보는 이유는 작가와, 출판사와, 번역가에 대한 예의 때문. 책을 안 읽는 시대고, 무관심과 소외받는 분야가 이 분야이다 보니 이렇게 출판사에서 기획해주고 번역해주는 번역가들이 노고때문이라도 책을 사야한다는 의무감이 생긴다. 요즘은 박병철씨 번역책만 읽는 듯.
3. 내가 좋아하는 사진(슬로우 뉴스 보니 어느 기자의 글 제목이 맘에 들어서~)

폴디랙과 파인만, 1962년 바르샤바 상대성이론 회의에서.
두 명의 천재가 무슨 이야기를 할까. 둘의 무슨 이야기를 할까 궁금도 하지만, 저 자리에서 사진 찍은 사진사가 부럽다~
천재란 모든 분야에 뛰어나고 머리가 똑똑하다는 <제노사이드>에서 나오는 루벤스같은 아이큐를 측정할 수 없는 상태라기 보다,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예전에 누가 천재와 영재의 차이점에 대해 쓴 글을 읽었는데, 천재는 일반인들보다 휠씬 똑똑하다, 라는 수준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제노사이드>의 루벤스도 아이큐를 측정할 수 없을 만큼 머리가 좋은 사람이지만, 세상을 바꾸지 못했다고 점에서 그는 일반인의 머리 좋음을 뛰어 넘는 영재일뿐이지 천재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오히려 <제노사이드>의 신인류야말로 천재라 불릴 수 있으리라.
파인만의 책을 읽으면 천재란 의도적으로 자신이 세상을 바꾸고 싶어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이론 하나만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