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턴은 빛은 무엇인가?라는 당대 학자들의 문제의식을 고유하고 있었지만 그들처럼 빛의 본성에 대한 형이상학적 논의에 빠지기보다는 눈으로 검증할 수 있는 빛의 성질에 주목했다. 따라서 그는 구체적으로 빛의 색깔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했다. 프리즘을 통과한 빛이 빨주노초파남보 여러색으로 나누어지는 것을 관찰한 뉴턴은 색깔 그 자체가 가장 근본적인 존재이고 백색광은 그것의 혼합물인지, 아니면 백색광이 가장 근본적인 것이고 빛의 색깔은 백색광의 변형으로 나타나는 2차적인 성질인지를 고민했다.  -86p

 

뉴톤의 빛(광학)의 이미지를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린 것은 아마 핑크 플로이드의 앨범 The dark side of the moon 일 것이다.  70,80년대 프로그레시브락으로 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던 핑크 플로이드의 저 앨범 재킷이,  뉴턴이 프리즘으로 실험했던 이미지였다는 것을, 사실 나는 핑크 플로이드라는 구룹을 알았던 그 시점에서도 몰랐다. 게다가  앨범 제목도 The dark side of the moon이니 과학에 대해 전눈꼽만큼의 상식도 없던 내가 알턱이 있겠는가!

 

뉴턴에 관한 책을 읽다가 문득, 어어, 이거 핑크 플로이드가 낸 앨범중에 이런 이미지의 표지가 있지 않았던가?! 라는 생각이 들면서 찾아보게 된 것이다. 아마 40대 이후의 음악에 관심을 가졌던 사람들이라면, 이게 뭔지도 모른 체 뉴턴의 프리즘을 통한 빛실험 현상을 알고 있는 셈인 것이다.

 

뉴턴은 빛을 규명하기 위하여, 프리즘에 구멍을 내고 백색광을 비추면 무지개색이 나오는 실험을 했다. 그는 그리스시대부터 빛이 무엇인가에 대한, 파동인지 입자인지에 대한 해답으로 프리즘 실험을 통해 빛이 입자임을 주장했다. 그러나 그 후  여러 학자들의 실험에 의해 파동으로 기울어졌는데, 특히나 토마스 영의 빛의 간섭 무늬 실험과 맥스웰의 전자기이론이 빛은 파동이다라는 이론이 지배적이어서, 뉴턴의 빛입자설은 무시되었다가, 아인슈타인의 광자이론에 다시 한번 빛입자설이 조명을 받은 후 뒤집어졌다. 현재 빛은 파동과 입자 두가지 성질을 다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결론났다.

 

뉴턴이 (학문적인 호기심으로) 실험을 통해 빛의 본질과 성질을 규명했다면, 아인슈타인은 빛의 성질에서 빛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용도(에너지화할 수 있는)로 확장했다. 빛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대 그리스부터 의문을 제기했던 이유는, 아마도 해가 떠오르면서 생기는 빛이 있어야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살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철학자들에 의해 빛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는 수 백년동안 형이상적인 개념 그 이상을 벗어나지 않았다가, 뉴턴의 실험에 의해 빛입자설은 한층 더 빛의 성질에 다가간 것이다.

 

하지만 뉴턴도 빛으로 에너지화할 수 있다는 개념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빛을 에너지화 할 수 있다는 개념에 도달한 것은 1905년에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다섯편의 논문들이었다.

난 자네에게 네 편의 논문을 약속하네... 그 중 첫번째 논문은 얼마 안 있어 사본을 얻을 것 같기에 자네에게 곧 보내줄 수 있을 거야. 그 논문은 복사와 빛의 에너지적 속성들을 다루고 있는데, 자네도 보게 되겠지만 굉장히 혁명적이네....두번째 논문은 중성물질이 용해된 묽은 용액의 확산과 점성으로부터 원저의 실제 크기를 측정하는 법에 관한 것이야. 세번째는 열의 분자이론의 가정을 바탕으로 액체 속을 부유하는 1/1000mm 크기 정도의 물체들이 곧바로 관찰 가능한 무작위 운동을 할 수 밖에 없으며, 그 운동이 열운동에 의한 것임을 증명하고 있어, 사실 그동안 생리학자들은 부유하는 작은 무생들 물체들이 (설명되지 않은)운동을 관찰해왔는데, 그 운등을 브라운 분자 운동이라고 부르고 있어.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가장 대중적으로 상용한 것은 아마 TV 발명일 것이다. 빌 브라이슨이 쓴 미국의 1927년을 보면, 아인슈타인의 광전이론 논문을 반복해서 읽으면서 발명한 것이 티비였다는데(발명가 이름은,,, 이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 발명가 이름은 기억이 안 나네요==;), 빛의 이론이 여러 사람에 의해 점점 확대된 예라고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다른 말이지만, 이론은 그렇다친다하더라도 광전효과 논문만으로 티비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은(물론 이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는 아인슈타인의 광전이론 논문을 읽고 또 읽고 몇 년을 이 이론에만 매달렸다고 한다), 또 다른 천재의 모습이 아닐까 싶기는 하다. 뉴턴처럼 빛의 현상에 매달리는 천재가 있는가하는 반면, 뉴턴의 빛이론을 넘어 아인슈타이처럼 빛으로 에너지화(더 나아가 오늘 날 테크놀로지의 기본인 양자역학인)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채는 천재가 있는가하면, 아인슈타인의 광전효과 이론으로 티비를 만들 수 있는 천재가 있는 거 보면 말이다. 빛이론이 현대의 테크놀로지가 되었다는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인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

 

물론 현재의 테크놀로지가 아인슈타인 혼자만이 이룬 업적은 아니다.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많은 물리학자들과 공학자, 기술자들이 이룩해 놓은 것들이다. 어쩌다가 그들이 이룩한 테크에 관심을 갖다보니, 뉴턴의 빛까지 거슬러올라갔고,  뉴턴의 빛의 성질과 용도를 둘째에게 설명하기 위하여, 제일 먼저 뉴턴이 했던 프리즘을 구입해 백색광을 비쳐 저렇게무지개색이 나오는지 실험하고 싶어졌다.

 

그런데, 프리즘에 한줄기 빛이 통과 할 수 있는 구멍을 내기 힘들다. 며칠 째 구멍을 어떻게 내야할지 뽀족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혹 프리즘에 구멍내신 분, 어떻게 구멍을 내야하는지 알려주실 수 있는지? 빛의 실험, 참 간단한 것처럼 보였는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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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06-03 12:49   좋아요 0 | URL
오랜만~ ^^

기억의집 2015-06-03 16:21   좋아요 0 | URL
진짜 오랜만이죠. 저 요즘 어린이집 시간제 알바해요. 완전 죽노동이에요. 온갖 잡다한육체노동 일 다해요. 삼월부터 다녔어요. 만두님께 연락해야지 하면서도 오면 세시 반이여서 애들 오면 밥 준비하고 뭐 하다보면 하루가 후딱 가네요. 주머니에 돈 들어오니 참 사람이 욕심이 생기는 거 있죠~

유부만두 2015-06-03 16:26   좋아요 0 | URL
와우~! 건강 챙기면서 일해요~ ^^

군자란 2015-06-04 17:32   좋아요 0 | URL
여전히 꾸준히 열심히 사십니다! 사는 것이 다그렇지요! 열심히 죽어라 살아봐야 본전인 세상!
그래도 내게는 무엇인가 있다는 자족감 하나로 세상을 버티는 거지요!
화이팅!

기억의집 2015-06-04 22:06   좋아요 0 | URL
군자란님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돈 버느냐고 여기 알라딘도 잠깐 신간만 보고 서재친구분들 서재는 못 찾아뵙습니다. 사람이 참 주머니에 돈 들어오니 좀 무시는 당하더라도 나가게 되네요. 네, 자족감으로 버티렵니다~
 

과학 신간 흝어보다가 책소개에 우리 역사와 외국의 과학사를 크로스 했다길래 참신한 아이디어다 싶어 주문해서 읽고 있는데, 하...이일을 어쩐다..... 읽기가 불편하다. 과학기술이 제국주의 확장의 있어 중요한 역활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마치 과학 자체가 제국주의의 악의 한 축인 것처럼 묘사한 것 같아 읽기가 여간 거북한 게 아니다.

 

개인적으로 과학관련책을 읽다보니, 제국주의 시대에 과학의 역활보다 과학자들의 열정을 먼저 읽었다. 갈릴레오든 뉴턴이든 다윈이든 아인슈타인이든 위대한 과학자들은 제국주의를 위해 자신의 학문을 연구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세상에 호기심을 가지며 물음을 던지고 그 물음에 답을 하기 위해 살았던 사람들이다. 그들의 목적은 학문 그 자체이지, 자신이 연구한 분야가 제국주의에 어떤 역활을 할 수 있는지 염두해 두지 않았으며 제국주의에 자신의 학문이 어느 정도 기여할지 그건 그들 자신도 예측하지 않았다. 과학기술을 제국주의에 이용한 사람들은 정치가들이지 결코 과학자들이 아니였다는 것을 말해두고 싶다.

 

저자는 과학의 제국주의를 말하기 전에, 조선의 과학사를 설명했었어야 했다. 왜 조선의 역사는 과학이나 수학을 배척했는지, 과학과 수학이 흔히 유교문화에서 어떤 대접을 받았는지 말이다. 조선의 경우, 수학은 잡과로 분류해 육성하지 않았고 더군다나 조선 최고의 과학자라 할 수 있는 장영실조차 세종이 내치면서 조선의 과학는 더 이상 발전하지 않았다.

 

이 책의 저자도 말했듯이, 수학은 그리스 철학자들이 심화시키고 발전시켰다. 결국 이 말은 수학은 단순 계산이 아닌 사유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는 말이다. 동양학이든 서양학이든 같은 인문의 출발선에서 한 문화는 과학과 수학을 발전시키고 다른 문화는 과학과 수학이 사유의 한 방법에서 배척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조선의 과학사와 수학사 정도는 독자에게 먼저 정보를 주고 제국주의에 대해 열변을 토했어야 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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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ainjung 2015-01-17 15: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쓴 저자 정인경입니다. 저도 오랫동안 알라디너였기때문에 기억의집님의 리뷰를 종종 읽곤했어요. 제 책에 대해 불편했다는 의견이 무척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저는 과학기술이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역사적으로 제국주의를 다루게 되었습니다. 결국 이 책이 불편하게 읽히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뉴턴의 무정한 세계>는 서양의 과학기술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었고 앞으로 우리가 정신 차려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독자 분들이 제 책을 읽고 기억의집님처럼 과거의 우리를 돌아보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기를 바랍니다.

기억의집 2015-01-17 19:59   좋아요 0 | URL
와우,,, 작가님께서 직접 제 페이퍼에 댓글을 달아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처음 있는 일이라 가슴이 두근거리는데요. 감사해요!

어제 첫장 읽고 페이퍼 쓰고 나서 갈릴레오부터 뉴턴까지 읽었는데, 첫장이후에는 과학사를 정석대로 쓰셔서, 성급하게 페이퍼를 썼나하고 신경이 쓰이긴 했어요. 그런데 워낙 작가님의 책의 첫인상이 쎄서, 당황스러웠어요. 과학사 입문으로 읽기 시작한 분들이 과학자들이 제국주의를 위해 일한 것이 아닐까하고 생각하실까봐...저의 오지랖이죠. 하핫.

작가님, 저의 페이퍼가 작가님에 대한 비판이 아닌 다른 시각으로 본 글이라 이해해 주세요. 그리고 그렇게 이해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좋은 글, 그리고 건필을 바랍니다~
 

 

아침에 리뷰 하나 올린다고 정신 팔려서, 오늘 아침 차려준 아들의 소박한 밥상~

반찬 하나 없고 아침에 반찬하기가 귀찮아, 간장에다 비벼 먹을래 했더니, 좋다고 해서 간장, 참기름, 깨소금 넣고 쓱쓱 비볐어요. 이런 간장비빔밥, 한 몇년 만에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아주 어릴 때 7,8살땐가 그 때 만들어주고 까막게 잊고 있다가, 텅빈 냉장고 한참 바라보다 버터 있길래, 간장에다 버터 넣고 비벼줄까 했더니, 버터 빼고 간장에다 비벼달라해서 .... 차려주었어요. 딸냄은 계란말이 해 달라 해서 계란말이 해 주고... 오늘 삼시세끼 중 한끼는 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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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5-01-16 10:53   좋아요 0 | URL
저거 엄청 좋아하는데 ㅎㅎㅎ

기억의집 2015-01-16 15:55   좋아요 0 | URL
저도 어릴 때 생각나 간장비빔밥 오랜만에 먹을까 하다.... 그냥 김치하고 밥 먹었어요~

stella.K 2015-01-17 13:09   좋아요 0 | URL
아주 어릴 때요...? 그럼 지금 아드님이 꽤 큰가 봐요.

우리 어렸을 때 반찬없고, 입맛 없으면 버터나 땅콩빠다 간장에
쓱쓱 비벼 먹었잖아요. 몇년 전, 어릴 때 생각하고 비벼 먹어봤는데
맛은 있는데 어떻게 이걸 어렸을 때 먹었을까 싶기도 하더군요.
살색 소세지도 계란에 부쳐 먹고 싶기도 한데 어떨까 싶어요.ㅎㅎ

다크아이즈 2015-01-20 11:29   좋아요 0 | URL
오늘 점심 메뉴 간장비빔밤 당첨이요.
그 옛날 이 밥 한 번 안 먹고 자란 아그 있을까요.
그나저나 매일 해먹여야 하는 주부들의 고충이 해결되는 그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기억님도 맛난 점심 드시어요.~~

꽃핑키 2015-02-13 12:11   좋아요 0 | URL
아악, ㅋㅋ 갑자기 간장 비빔빱 땡겨요 ㅋㅋㅋㅋㅋㅋ 저는 계란 후라이 하나 추가해서 ㅋㅋ 슥슥비벼 묵어야겠어요 ㅋㅋㅋ 아 ㅠㅠ 저는 이런간장비빔밥, 차려 줄 아들도 딸도 없고 ㅠㅠ ㅋㅋㅋㅋ 혼자 밥 차려 먹는것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닌거 같아요 ㅋㅋㅋ ㅋㅋ
오늘도 밥 잘 챙겨드시고, 햄볶한 하루 되세용 :D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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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일이지만, 한창 뭔가 끄적이고 싶어하던 시절, 한 자폐적인 성향의 남자에 대한 단편 미스터리소설을 쓰려고 한 적이 있었다. 기이한 체험에서 비롯한 그 소설적 아이디어는 머리속에서만 빙빙 돌뿐 끝내 문자로 실현되지 않았지만, 한 남자의 자폐성인 성향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 추적하는 미스터리를 쓰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꽤 오래전 한 이십년 전쯤, 친하게 지내던 선배의 결혼식에 갔었다. 그 때그 결혼식장에서 평범한 내 인생에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아주 기이하면서도 민망한 체험을 했다. 식이 끝나가족 친지  친구들과 함께 찍는 포토 타임때, 신부측 친구나 선후배 하객들이 우르르 단위로 올라가 자리를 잡고 사진을 찍으려고 자리를 잡는데, 신랑측 친구들이 올라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 순간 단 위에는 모두 여자만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랑측 친구들이 단 한명도, 정말 단 한명도 없었다. 신부측 친구들이 신랑측 친구들 자리까지 차지할 정도로 많이 온 것에 반해, 신랑측은 단 한명의 친구도 없다는 것을 알아차린 그 순간, 놀라움과 민망함이 교차했다. 여자들만 있어 단 위로 못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싶어 주변을 둘러봐도 신랑측 하객중 친구로 보이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휴, 그 때의 그 민망함이란, 빨리 사진을 찍고 밥을 먹으로 가던 어찌하던지 간에 그 자리를 피하고 싶었다.

 

이십년이 지난 지금도 그 순간적인 장면이 스냅사진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단 한명의 친구도 가지고 있지 않는 남자에 대한 글을 쓰고 싶을 만큼 강렬한 충격이었다.  어떻게 살았길래 친구 한명 없을 수 있지! 개차반같은 인생을 살아도 적어도 절친이라고 부를 수 있는 친구 한명 정도는 있지 않나. 결혼 전에 신혼집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책이나 다른 물적 대상이 친구를 대신할 만큼의 취미생활을 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해서 많은 친구들과 교류하지 않는 것 같아 보이지도 않았다.

 

문득 그 때의 그 일을 떠올리면 그 선배가 여전히 남편이랑 잘 사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 단 한명의 친구도 오지 않은 사람과 산다는 건 어떤 것일까. 분명 장애라고 할 정도의 자폐는 아니지만, 타고난 천성으로 혹은 살아오면서 어떤 계기로 인해 사회적 폐쇄성이 강한 자존심 강한 사람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선배 결혼식 이후 누군가에게 그 선배가 아들 낳았다는 소식만 들었을 뿐 더 이상 그 선배랑 연락하지 않아 선배가 여전히 그 남자와 사는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결혼 생활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아니 어쩌면 이런 모든 의미없는 추측은 억측일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삶의 방식을 가지고 있기에,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중년의 고독을 이야기했다는, 하루키의 이번 신작 소설을 읽으면서 문득 생각난 상황이 바로 저 결혼식날 아무도 오지 않았던 한 남자의 에피소드였다. 결혼식에 단 한명의 친구도 오지 않을 만큼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 선배의 남편. 하루키의소설 캐릭터와 와 뭔가 닮은 듯한 느낌,  그게 뭘까?  곰곰히 생각하다가, <기노>라는 짧은 단편에서 어렴풋이 알아챘다. 하루키의 캐릭터들의 폐쇄성 그리고 외로움을 두려워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 단 하루키의 소설 캐릭터들은 자발적인 자폐성향이 뜻하지 않게 모험속으로 빠져들며 그 모험의 과정에서 캐릭터의 내면이 외로움으로 무너지는 것이 아닌 더 단단해지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말이다.

 

하루키의 <노르웨이 숲>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될 때부터 하루키 전작주의자는 아니지만 그의 대부분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를 확실하게 좋하하게 된 작품이 <렉싱턴의 유령>에 나왔던 고독 이라는  짧은 단편이었다. 고독이라는 설정이 그의 전체적인 작품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한 것도 모른 체, 그 짧은 단편은 나에게 아주 강한 인상을 남겼고 아마 그 작품 이후 그의 소설은 다 읽으려고 했던 것 같다(소설은 다 읽었지만, 에세이는 읽기를 미적거리는 작품도 많다).

 

작가(소설로 독자의 애정을 갈망하는)와 독자(팬으로서 작가의 글을 갈망하는)로서, 나는 왜 그를 좋아하는지 몰랐다. 그의 소설이 지난 과거의 제국주의 역사를 다루는 것도, 그렇다고 진지하게 사회 문제를 다루는 것도 아닌데, 왜 나는 그의 소설에 끌리고 끌렸을까? 모르고 읽었다. 개인적인 취향이 맞아서 일 수 도 있고 그의 세련된 글이 좋아서 일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가 만들어내는 분위기와 느낌이 좋아서일 수도 있겠다. 그의 소설들을 읽으면 텅빈 공간의 뭔가 꽉 찬 정적인 느낌이 나는데, 나는 그 느낌, 태양이 내리쬐는 한 낮의 정적인 오후 느낌같은, 그 텅빈듯하면서도 꽉 찬 정적인 느낌을 좋아하고 그 텅빔의 혼자라는 강렬한 느낌이 좋았던 것이다.

 

그러다 이 단편 소설을 읽으면서 내가 그의 소설을 좋아하는 건 그가 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을, 고독한 캐릭터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나 오즈처럼 흥미진진한 모험과 어떻게 엮이고 주인공의 자아든 세계관이든 간에 그 모험이 별이 빛나는 창공을 보고 가는 길의 지도를 읽으며 가는 과정에서 더 단단해지는 그 과정의 여정을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가후쿠는 아내가 죽은 후 다른 사람과의 관계 맺기를 거부한다.

<예스터데이>의 기타루는 훌쩍 외국으로 떠나 여기저기 떠도는 듯하며

<독립기관>은 비록 사랑에 눈뜬 독신주의자인 도카이의 이야기이지만, 캐릭터에 대한 상상력이 가장 빈약했으며,

 <세에라자드>는 자신이 짝사랑했던 한 남자의 비어 있는 집에 머무는 작은 모험을 강행하며,

이 단편집에서 내가 가장 인상적으로 읽었던 <기노>는 아내와 이혼하고 혼자 살면서 모험을 떠나는 하루키 소설의 전형적인 캐릭터라고 할 수 있겠다.   

 

<기노>에 대한 기시감은 그의 소설이 대부분이 이런 이야기 구조(고독한 캐릭터가 모험의 여정을 떠나는 것)는 흔히 소설 구조의 전형(닫힌 세계에서 열린 세계로)이기도 하다. 사실 이런 오래된 이야기 구조는 식상할만도 한데(그래서 포스트모던을 지향하는 소설들이 나왔겠지만), 여전히 독자를 사로 잡는 이야기는 관습적인이고 전형적인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거, 단지 하루키같은 소설가는 익숙한 이야기 구조를 완전히 자기내면화함으로써, 자신만의 캐릭터(외로움을 두려워하지 않는)를 만들어 내고 자신만의 이야기(모험으로 뛰어드는)를 만들어 냈기에 새롭게 다가온 것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단편집에서 놀라웠던 건,이 노장 소설가가  여전히 젊은 감각의 소설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젊음이 샘물을 마시는 것처럼, 무엇이 그의 글쓰기를 이토록 젋게 만드는 것일까?

 

 

덧: 하루키의 <여자없는 남자들>의 제목은 1927년에 헤밍웨이가 발표한 <여자 없는 남자>라는 소설 제목에서 따온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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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5-01-16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예약판매때 그 헤밍웨이 단편을 사은품으로 받았어~ ^^

기억의집 2015-01-16 15:58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몰랐어요. 한참 지난 후에 하루키 신작 소설 되었다는 글 읽고 사서... 저는 빌 브라이슨의 여름,1927년 이라는 작품에 1927년을 이야기하면서 훼밍웨이의 여자 없는 남자라는 작품이 발표되었다고 써 있더라구요. 그 때 어, 하루키 소설제목이 여기서 땃나 싶었는데..나중에 빌려주삼~

유부만두 2015-01-17 10:03   좋아요 0 | URL
주려고 찾는데.....안보임... ㅠ ㅠ 이사하면서 흘렸나봐... 그나저나 팟캐스트에서 헤미웨이의 단편 낭독을 들은 적이 있는데 (신형철 낭독).. 지금 ㅁㅇㅅ 판으로 단편집을 살까, 말까, 망설이고 있는중.
어제 황석영 한국 단편 (해설집?) 10권을 질러놔서 .. 참아야하는데 ^^

blanca 2015-01-16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하루키를 소설가로서 이제 막 만나가려는 참이라 이 리뷰가 참 반갑네요. 와, 친구가 한 명도 안 온 결혼식의 남편 이야기. 여자는 비슷한 경우를 들어봤는데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요? 직장 동료도 없었는지... 하루키 소설 캐릭터들이 원래 좀 비슷한 전형이 있군요. 맞아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나이 듣고 소설에 등장하는 감성이랑 도저히 매치가 안되더라고요. 그것도 예전에 쓴 소설이 아니라 최근에 쓴 소설이 그래서... 와, 이 책 꼭 읽어봐야겠어요!

기억의집 2015-01-16 22:53   좋아요 0 | URL
그쵸! 딱 맞는 표현이네요. 소설의 감성. 진짜 젋게 썼더라구요. 이 나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저는 이십대시절부터 하루키 작품을 읽었던 사람이라... 소설도 나이를 먹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블랑카님이 쓰신 하루키 페이퍼 읽었는데, 순례는 아직 안 읽었어요. 제가 정신을 딴데 두고 살아서 작년만 해도 뭐가 뭔지 모르고...사실 하루키가 얄밉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루키가 세계적인 작가인 건 사실이지만, 주 수입원은 일본과 우리나라 동양권임에도 한국에 한번 안 오네요. 목돈만 받아 챙기는 하루키가 얄미워 안 읽었어요. 특히나 순례~ 하루키의 작품은 기노의 연장판이라 생각이 들어요. 얼마나 더 고급스럽게 포장했느냐에 달라질 뿐. 그래도 글 잘 쓰라 사람인지라..신간 나오면 관심이 생겨요~

사실, 그 선배한테 차마 물을 수 없었어요. 왜 남편은 친구가 없는지. 그 선배가 결혼을 일찍해 갔다온건데, 젊어서 가서 그런가,,여튼 엄청 충격받고 왔어요. 그 때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 날정도로.. 그런데, 동기와 선배들은 그때의 일을 암묵적으로 침묵을 지켜요. 아마 요즘같이 sns가 발달한 세상이었으면 난리났을 듯 하지 않을까 싶어요. 동대문에서 장사한다고 한 사람인데,,, 장사하는 사람치고 별나긴 별나죠. 진짜 궁금했어요. 무슨 연유로 친구가 한 명도 없는지...
 

 

 

명예훼손 당한 것 같은 메일 받고 기분 잡쳐서 페이퍼를 쓸까말까 하다가, 오늘 불새출판사에 관한 페이퍼 쓰기로 아침에 작정한 게 있어, 불새출판사를 응원하기 위해 씁니다.

 

사실 이 SF의 작가도 내용도 모른 체, 단지 불새출판사가 다시 책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18,000원이라는 거금을 지불하고 오늘 주문해서 저녁에 받았습니다.

 

불새출판사 대표가 이 땅의 척박한 SF 쟝르 소설 시장에 일인 출판으로 고군분투하는 마당에, 뭐 18,000원이 대수겠습니까....라고 쓰고 싶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장바구니에서 뺏다넣었다를 족히 수십번은 했을 겁니다. 그냥 나중에 여유가 있을 때 살까? 아냐, 아냐, 불새사장이 그래도 다시 시작하겠다는데, 군생각 말고 그냥 사자 쫌! 아,,,,,사기엔 너무 비싸, 그냥 담달에 살까(망설임과 결정 사이를 왔다갔다하면서 갈등갈등갈등)......

 

마침내, 다음 달에는 돈 들어갈 일밖에 없어(명절과 네명의 졸업생), 이번달에 사기로 했네요. 

 

사실 지난 10월 홍대에서 열린 와우북페스티벌때 북스피어 코너에서 불새출판사 책이 전시 판매되어, 북스피어와 파니스아프리카에 출판사 책과 더불어 불새출판사 SF 소설 한권 샀을 때만 해도, 불새출판사가 서울에서 멀어서 사장님은 여기 와우북 페스티벌에는 오지 못했나보다라고 생각했어요. 평소 제가 로버트 하인라인의 SF를 좋아하는데, 불새출판사가 하인라인의 책을 두 권이나 출간해 줘서 북스피어 부스에서 불새출판사 책들을 보니 반갑더라구요. 전 이상하게 하인라인이 쓴 책은 술술 잘 읽히서, SF 소설가인 하인라인 좋아합니다. 하인라인의 책 읽으면서 그 때 불새출판사가 어디에 있는지 지명도 찾아보고... 제가 스마트폰 만들고나서 지금까지 책 읽으면서 관심가는 출판사 위치 찾아봤는데, 저 멀리 경상도에 위치한 출판사는 여기가 처음입니다.

 

 

 

아무래도 장사 안되는 SF 소설 내느냐고 경상도쪽에서 출판사를 차렸구나, 하고 짐작하고 있었는데, 이 때만해도 불새출판사가 척박하긴 해도 그럭저럭 장사가 되는 줄 알았어요. 알라딘이나 다른 책 사이트에 잘 안 들어가서 책과 관련된 정보를 잘 몰랐어요. 게다가 와우북 페스티벌의 북스피어 부스에 책이 쌓여 있었으니깐. 그런데 우연찮게 뭐 읽다가 불새출판사 대표가 더 적자를 감당 못해서 여름에 회사를 접었다는 거에요.  설마, 설마 하면서 찾아 읽은데, 왠지 미안한 맘이 생기더라구요. 더 사 줄 걸, 하는 맘도 들고. 와우북페스티벌때 잔뜩 쌓여져 있는 책들이 생각나면서, 맘이 찹작했습니다. 더군다나 불새 출판사 사장님의 책에 대한 애정이 돈이 목적이 아니고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모든 것을 던졌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남 일같지 않더라구요. 말로는 실패가 좋은 경험이라고 하지만, 사는 것이 팍팍하다 보니 실패는 곧 생활이 삐그덕 거리는 것을 뜻해서 말입니다.

 

 

열정이 실패로 끝나는구나 싶었는데, 며칠 전에 하이드님 페이퍼 읽는데, 불새가 다시 되살아 났더라구요. <최후의 성>을 출간하면서. 다시 돌아와 반갑긴 한데, 컴백 책 가격이 너무 쎄게 불러서 망설여진 건 사실입니다. 책쪽수도 많지 않구만. 정가 이만원. 한참 갈등한 끝에 독자의 의리로 사자고 선택 결정했네요. 2015년에는 대박책이 나오길 바라면서요. 사는 게 힘들어서, 요즘은 누구나 다 하는 일이 잘 되길 하는 맘이 큽니다. 불새뿐만 아니라 작은 출판사도 2015년에는 대박나는 책 한권 있었으면 해요.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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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15-01-08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불새출판사를 읽었을 때 불새출 판사에 대한 얘기를 하시려나 했아요~~~.^^;;;
암튼 저도 올해 불새 출판사가 대박 나기를 바랍니다.

기억의집 2015-01-08 10:52   좋아요 0 | URL
말 되네요. 불새출 판사! 뭔가 잭팟이 터지는 그런 작품은 출판사에게도 로또겠죠. 로또나 팡팡 터졌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경상도에서 서울쪽으로 이사오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icaru 2015-01-08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비비아롬나비모리 님,, 전 이런 유머가 진짜 좋으니 ㅋㅋ

의리를 갖게 되는 출판사가 있다는 것, 우아! 출판사 사장님 든든해해야 해요!
이 책 컴백하면서, 기억님도 컴백하는 거예요??

수학 관련 책들이 보이네요~ 캬,,

기억의집 2015-01-08 10:58   좋아요 0 | URL
불새출판사 사장님의 열정이 무모하다는 걸 알아서... 게다가 전 저런 용기 없어 응원해주고 싶어요. 사실 올해는 열심히 알라딘 해야지 했거든요. 어제 아침만 해도 최후의 성 사기로 결정하고 페이퍼 쓰기로 했던 날이었는데, 완전 망한 기분으로 썼어요!

저 미분적분책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산 거에요. 진짜 너무 쉽게 미분에 대해 설명해놨더라구요. 물론 중간부터는 많이 막히는데 그래도 다른 책들에 비해 작가가 쉽게 설명해서 아들 읽으라고 샀어요!

폴 에딩턴은 신기한 수학나라의 알렉스란 책 읽다가 안 수학자여서 이번에 구입했어요. 나중에 페이퍼로 쓰겠지만... 왜 나는 수포자가 되었는가 싶어요.

낭만인생 2015-01-08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일이 출판사가 꽤 되는 군요! 하여튼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기억의집 2015-01-08 11:00   좋아요 0 | URL
저도요. 큰 출판사든 작은 출판사든 대박나서 성과급 팍팍 주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작가가 글로 먹고 살 수 있는, 그런 출판 풍토가 되었으면 해요.

아영엄마 2015-01-08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F 문학 분야의 책은 아무래도 많이 팔리지 않으니 운영이 힘들 수 밖에 없지 싶어요.
둘째 아이가 고2 되면 배우기 시작하는게 미적분인지라 저도 EBS 인강을 조금씩 들어보고 있는데 아는 게 거의 없고 새롭네요.(문제 풀라면 한 문제도 못 풀 듯...-.-)
저도 수.포자였는데 최근에 인강 들으면서 그 때는 왜 이걸 이해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기억의집 2015-01-08 13:36   좋아요 0 | URL
저도 수포자인데... 요즘 수학관련책 읽으면서 고등시절이 아쉽다는.... 저 책 그나마 미적분 책 관련해서 쉽게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