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구입할 책은 아니지만, 관심가는 책이다. 쌓여 있는 책만 어느 정도 소진돼도 지름신의 강령을 받아 긋고 싶지만, 도저히....... 구입해 놓고 가지고 있기에는 책값의 압박이 만만치 않다.   

저자의 이력이 재미있다. 서울대 종교학과를 나왔다고하는데, 실제로 종교에 관심이 많아 종교학과에 들어 간 것인지 아니면 서울대라는 학벌을 따려고 들어간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종교와 다윈의 진화가 상충되는 입장이라, 작가 후기에 종교학과를 나와 왜 다윈의 진화를 연구하게 되었는지, 그의 변절에 대한 언급이 나와 있으려나, 궁금하다. 

다윈의 진화는 단순한 생물학이라는 학문적인 개념이 아니다. 다윈이 없었더라면, 우리는 뉴톤이나 맥스웰의  고전 물리 세계에서 한치도 벗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말은 현재와 같은 기술,공학적인 발전이 상상도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다윈의 진화는 無神의 발견이었으며, 신이 지배했던 우주에서 새로운 우주관으로 바꿔 놓을 수 있는 기폭제가 되었다는 점에서 다윈의 <종의 기원>을 어떻게 재해석 했는지, 그리고 인간 소멸이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싶다. 게다가 외국인이 아닌 우리 나라 사람이 썼다는데 더 의의를 두고 싶다. 이 책은 머스트 해브, 작가의 노고때문이라도 내 꼭 구입하리라.

 

뉴턴이 "거인의 어깨 위에서 세상을 보게 되었다"라는 말에서 제목을 따 온 것은 아닌지. 원서 제목은 Seeing Further    이 책의 장점은 뭐니뭐니 해도 이 쟁쟁한 저술가들의 글. 인기 연예인들들을 등급별로 분류하듯이, 이 책을 위해 쓴 글쓴이들을 분류하자면 A급 정도의 글쟁이들이 아닌가 말이다. 논리정연한 사고와 뛰어난 아이디어 혹은 기괴한 상상력이 동원된 글일 수 있겠는데, 요즘은 뻑하면 책값이 이만원이 넘어가서 도저히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주머니 사정. 이 책은 걍 도서관에 신청이나 해야할까 보다. 

이 책은 관심가는 책이라기보다는 며칠전에 신간 코너에 오르자마자 구입한 책인데,  양자 이론을 창시한 물리과학자였다는 점에서 그리고 맘씨 좋은 과학자의 불행한 가족사(큰 아들은 일차 세계대전에서 전사하고 두딸은 출산 직후에 죽었으며, 둘째 아들은 히틀러 암살 계획에 참가했다가 사형당한)를 읽어보고 싶었다. 타인의 불행은 나의 기쁨이라는 흥미본위의 호기심이 아니고 막스 플랑크에 좀 더 깊이 알고 싶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을 발표했을 때 그를 감싸안으면 지지했던 사람이 플랑크였고 그의 인간 됨됨이, 히틀러에 반대했던 과학자로써 대해 후세에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도 궁금했다.   

분량은 그렇게 많지 않으며, 이 책이 나오게 된 계기가 좀 웃긴데 이 책은 진작에 나왔어야하는데, 우리 나라가 막스 플랑크 연구소를 포항에 유치했다고 한다. 그래서 부랴부랴 막스 플랑크 평전이 발간 된 것임. 진짜 웃기는 일 아니감. 

“나는 일생 동안 내 앞에 놓인 커다란 문제에 매료되어 있었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분주했습니다. 아마도 그 때문에 물리학에 대한 나의 책이 섹스를 다룬 마돈나 책보다 많이 팔렸을 것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였을 것이다. 호킹의 <시간의 역사>가 나온 것이. 현재 그의 나이  거진 70이 다 되어 간다는 책 소개를 읽으면서 새삼 만감이 교차했다. 루게릭병으로 자신의 몸을 한치도 움직일 수 없는 호킹이 아인슈타인의 우주론를 흔들어 놓다니 말이다. 그는 물리학계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의 일생동안 저주스러운 몸과 놀라울 만큼 뛰어난 이론의 부조화는 그의 삶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호킹 자신이 자서전을 썼다면 더 좋았을 것을. 이 책을 쓴 라센은 그의 제자라는데. 나 좀 더 솔직히 그의 남자로서 섹스리스한 삶은 어땠을까, 좌절 같은 것이 있었을까..싶다. 그게 궁금할 뿐이고.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10-05-18 08:31   좋아요 0 | URL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에 보면 주인공 오스카가 스티븐 호킹에게 자꾸만 편지를 쓰거든요. 그래서 그 책을 읽으면서 스티븐 호킹에 대해 알고싶다고 생각했었어요. 왜냐하면 저는 오스카를 정말 좋아하니까요. 소개하신 책들 중 그래서 마지막 스티븐 호킹을 보관함에 넣어두고 갑니다. 읽고나면 오스카랑 좀 더 가까워질 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0-05-18 11:50   좋아요 0 | URL
아, 맞다. 오스카가 호킹에게 편지를 쓰지요. 답장을 받았던가요? 기억이 가물가물
자서전이나 평전이 두꺼우면 부담스러운데 호킹이나 플랑크는 적당한 페이지여서 읽을만 한 것 같아요.^^

다락방 2010-05-18 13:10   좋아요 0 | URL
네. 답장은 번번이 받지만, 모두에게 보내는 답장이었어요. 그런데 제 기억에 의하면 거의 마지막쯤에는 한번 보자는 친필 답장이 왔던것 같아요.

호킹은, 정말이지 오스카 때문에 읽을거에요.

akardo 2010-05-18 12:19   좋아요 0 | URL
종교학과 나와서 종의 기원 관련 책을 내다니 재밌는 작가분이군요.^^ 덩달아 지름은 이제 자제해야 할텐데 말이죠......스티븐 호킹에 대해 기억나는 건 이혼하고서 자신을 간호한 간호사?인지 하는 사람과 결혼인지 사귄 건지 했다는 거예요. 저도 기억의집님처럼 궁금합니다. 그의 사생활이 무척......하하;

기억의집 2010-05-18 12:28   좋아요 0 | URL
종의 기원을 생물학과를 나와 쓴 전공학자가 아닌 일반인, 아니 인문학자라고 해야하나,이 썼다는 것에 놀랍고요. 어떤 식으로 다윈의 종의 기원을 풀었을까 궁금해요. 지금은 다윈의 진화를 일단 다 그래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윌슨이나 도킨스, 굴드 같은 사람은 일단 다윈의 이론에서 자신의 이론을 발전, 확장 시켰기 때문에그에 대한 언급이 있는지 궁금하고요.
호킹 자서전은 부담이 없을 거 같아서 조만간 살까봐요^^

2010-05-18 15: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9 11: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언젠가 매번 작품마다 같은 소재, 동일한 주제의 작품을 줄기차게 써대느니 작품의 질적 편차가 크더라도 온다 리쿠처럼 SF, 하이틴류, 크라임(추리)소설 같은 다양한 쟝르의 글을 쓰고 싶다는 글을 쓴 적이 있다.  

그러나 대체로 많은 작가들이 자신의 카테고리가 형성되면 그 카테고리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고, 다른 카테고리에 도전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는 사실을, 자신의 카테고리에 만족한 채 평생 같은 범주의 글쓰기를 한다는 것을, 그리고 그 범주안에서 위대한 소설가라는 소리도 듣는다는 것을 어렴풋히 짐작하게 되었다.   

그러다 그제 약수터길을 오르다가 문득 다양한 쟝르를 오가며 글쓰기의 실험을 하는 작가는 진정 온다 리쿠뿐이단 말이냐! 라고 생각하던 찰나, 글쓰기에 미친 작가가 온다 리쿠뿐만 아니라 공포 소설의 제왕 킹도 떡 버티고 있다는 생각까지 미치게 되었다. 우리에게 공포소설의 제왕으로 알려진 킹이 사실은 그의 공포소설은 엄청난 다작 중 새발의 피일뿐이고  그 또한 여러 쟝르의 소설을 오가며 자신의 글쓰기를 실험하는 작가였다는 사실 말이다.   

혹시 당신은 리처드 바크먼(Richard Bachman)이라는 이름의 작가를 알고 있는가.
그는 뉴욕에서 태어나서 해안경비대에서 4년을 근무한 후 10년 동안 상선을 탔고, 뉴햄프셔에 정착했다. 그곳에서 그는 낮에는 낙농장을 보살피고 밤에는 글을 썼다. 그는 일찍이 뇌종양을 수술에 의해 제거한 적이 있었지만 1985년 2월에 가명암(假名癌)이라는 희귀한 질병에 걸려 죽어 버렸다. 그는 생전에 다섯 편의 소설을 발표했는데, 그 소설들은 『분노Rage』,『죽음의 행진The Long Walk』,『로드워크Roadwork』,『러닝맨The Running Man』,그리고 『여위어라Thinner』이다. (그의 또다른 작품 『통제자들The Regulators』은 미망인에 의해 발견되어 그의 사후에 발표되었다.)
그의 평범한 삶과 역시나 별로 특별하지 않은 소설 제목들로만 본다면 그는 말 그대로 그리 알려지지 않은 무명의 작가이다. 하지만 후일 우연치 않은 기회를 통해 리처드 바크먼의 어마어마한 비밀이 밝혀진다.

워싱턴에 있는 어느 대형서점의 아르바이트생이면서 작가였던 스티브 브라운(Steve Brown) 은 바크먼의 소설 『여위어라Thinner』를 읽다가, 그 책이 어느 유명한 작가가 쓴 글이거나 그의 글을 완벽하게 흉내낸 글이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그는 국회도서관에 가서 바크먼의 책에 관련된 자료들을 뒤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바크먼의 책 네 권이 그 유명한 작가의 삶과 관련된 사람들에게 헌정되었으며, 저작권도 같은 에이전트의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낸다. 그리고 마침내 국회 도서관 직원의 도움까지 얻어 바크먼의 책 한 권의 저작권 서류에서 그 유명한 작가의 서명을 찾아내고야 만다. 평소 그를 좋아하고 존경한 스티브는 자신이 찾아낸 서류들을 카피해 첨부하고, 자신이 알아낸 사실에 대해 설명하는 편지를 띄운다.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고 나서 원한다면 그 비밀에 대해 입을 다물겠다는 내용이었다.
2주 후, 그는 스피커를 통해 자신에게 전화가 왔다는 방송을 듣고는 무심코 전화기를 들었다. 전화기에서는 이내 낯선 음성이 흘러나왔다. 
"스티브 브라운입니까? 나는 스티븐 킹입니다." 
리처드 바크먼은 바로 스티븐 킹이 상상 속에서 지어낸 가상의 작가 이름이었던 것이다. (당신은 로맹 가리의 또 다른 이름 에밀 아자르를 기억하는가.) 자신의 비밀을 알아낸 이 청년과 스티븐 킹은 그로부터 사흘 밤 내내 인터뷰를 하게 되고, 그 청년은 스티븐 킹의 허락을 얻어 모든 자료들을 정리해서 <워싱턴포스트>지를 통해 공개적으로 이 비밀을 널리 밝히게 된다.  
죠리퐁의 독수공방 블로그에서 일부발췌


 

위키피디아에서 리처드 바크를 검색하면,  왜 스티븐 킹이  자신의 또 다른 alter ego 섀도우작가들을 만들어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가 나와 있다. 킹의 작가 초년 시절, 당시의 출판 시장의 일반적인 시각은 한 작가의 작품은 일년에 한편씩 출판해 내는 것이 지배적이었던 것이다. 현재의 60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창작욕을 불태우는 그에게  젊은 시절 일년에 한편은 성이 차지 않았다. 그러한 시장분위기는 참을 수 없는 금욕을 요구한 것이 마찬가지였던 듯. 그는 미친 듯이 글을 쓰고 출판하고 싶어 했기에 다른 필명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래서 바크만이란 또 다른 필명을 얻어 Signet 출판사에서 저 위에 언급한 다섯 권의 책들을 출간하게 된 것이다.  

바크맨이란 이름으로 출간된 다섯 작품 모두 공포소설이 아니다.  이때 그가 관심있는 주제는 공포라기 보다는 전체주의 사회에 대한 개인의 저항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 하다. <롱웍>은 우리나라에서 <완전한 게임>으로 1994년 리처드 바크만이라는 이름으로 출간되었는데, 이야기의 줄거리는 대강 이렇다. 미래의 전체주의 사회, 100명의 아이들이  롱워크 대회에 참가한다. 긴 레이스 도중 걷는 것을 포기할 수 없으며 만약 포기한다면 그 자리에서 사살, 레이스 도중 세번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네번째 규칙을 어길 경우도 사살, 결국 한명의 아이만이 살아 남는다는 이야기인데, 전체주의 사회의 불합리성, 무저항, 강제와 강요 그리고 순종 같은 소재는 그가 젊은 시절에 겪었던 혁명적이며 반항적인 60년대의 미국 사회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연결시킬 수 있으며 그가 왜 백인이면서 민주당을 지지하는지에 대한 정치적 신념이 담겨져 있는 작품이다. 

<러닝맨>은 80년대 나온 영화중 가장 기억할 만한 영화였는데, 사실 나는 그 때만 해도 <러닝맨>을 떠올릴때면 아놀드 슈왈츠제너거를 떠올렸지 스티브 킹을 떠 올리지 않았다. 이 작품은 영화만 봐서 정확히 원작과 일치 하는지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설정은 <롱웍>과 다를 바가 없다. 영화는 살아남기 위해 주인공의 사투, 긴장감과 긴박감을 소름끼칠 정도로 잘 전달되는데, 원작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킹의 다작중에서 아주 일부분을 접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생존해 있는 동안 그의 많이 작품들이 잊혀지고 묻혀있으며 우리는 아주 극히 몇 몇 작품만을 통해 그의 면모를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아수라 백작의 두 얼굴 중 특히나 한 쪽의 얼굴을.  

아, 근데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정작 다양한 쟝르를 오가면 활동하는 작가들에 대한 소개에 있지 않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다양한 쟝르를 넘나드는 가운데에서도 작가의 문체는 작가 고유의 DNA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리처드 바크만이 킹의 다른 필명이라는 사실을 안 것은 스티브 브라운이 <신너>라는 작품을 읽다가 유명 작가의 글을 완벽하게 흉내내었다는 사실을 알고 이것저것 들춰보다가 바크만이 킹일지도 모른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라고 하는데, 위키피디아에서  살펴보면 스티브 브라운은 두 작품(?) 사이의 유사성에 주목하였다고 써 있다. 아무리 다양한 쟝르를 넘나드는 활극을 보여도 작가 자신의 문체는 숨길 수 없다는 말이다. 이건 개인의 DNA가 타인과 다른 심지어 부모와 다른 개별적인 차이를 드러내는 것처럼 자신만의 고유 코드인 것처럼 작가 고유의 글쓰기도 그런 자신만의 독특한, 결코 타인이 흉내낼 수 없는 코드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을 모습을 숨긴 채 그림자로 글을 쓴다고 해도 다른 독자들은 그 작가임을 알아 챌 수 있는 것이다. 여러 모습으로 바뀐다고 해도 본질은 속일 수 없는 법이라고 할까나.

덧1: 죠리퐁님의 허락없이 저 글 가지고 왔는데 만약에 내리라고 한다면 내릴께요. 올 초봄에 죠리퐁님이 제가 알라딘 중고샵에 내 놓은 책들을 대량으로 구입하신 적이 있어 아는 체 좀 했습니다. 혹 <전작주의 꿈> 쓰신 분이 아니시냐고?! 사실 제가 죠리퐁님의 킹의 저 글을 읽고 <롱워크> 원서를 한 4개월 걸려서 읽게 된 것이거든요. 그래서 글을 안 쓰시냐고 주제넘게 문자 보내적이 있는데, 며칠 전에서야 그 분의 블로그를 찾았네요. 07년 이후로는 포스팅을 하지 않은 채 있지만 이 분이 그 전에는 여기저기 기고한 글들을 찾아서 읽은 것이라서 현재 네이버블로그만이라도 감지덕지합니다.  http://blog.naver.com/book_bug


댓글(13) 먼댓글(1)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 작가로서 긴 길을 걷다보면
    from ilovebooks 2016-01-22 09:26 
    혹시 당신은 리처드 바크먼(Richard Bachman)이라는 이름의 작가를 알고 있는가.그는 뉴욕에서 태어나서 해안경비대에서 4년을 근무한 후 10년 동안 상선을 탔고, 뉴햄프셔에 정착했다. 그곳에서 그는 낮에는 낙농장을 보살피고 밤에는 글을 썼다. 그는 일찍이 뇌종양을 수술에 의해 제거한 적이 있었지만 1985년 2월에 가명암(假名癌)이라는 희귀한 질병에 걸려 죽어 버렸다. 그는 생전에 다섯 편의 소설을 발표했는데, 그 소설들은 『분노Rage』,『죽
 
 
blanca 2010-05-17 17:22   좋아요 0 | URL
아, 너무 흥미로워요. 그는 정말 킹왕짱인가봐요^^;; 잘 읽고 갑니다.

기억의집 2010-05-18 12:03   좋아요 0 | URL
생각보다 킹이 다채로운 글을 쓴 거 같아요.
킹도 미국내 평론가들한테는 제대로 대우를 못 받으니
여기나 거기나 지 잘난 맛에 사는 평론가들이 많나봐요.

알케 2010-05-17 19:20   좋아요 0 | URL
공감...작가들의 문체는 DNA...핑거프린트 맞지요.

펩시냐 코크냐 구분하는 블라인드 테스트처럼 저도 눈을 감고 누군가 낭송해주는

문장을 들으면 그 중에서 이문구 선생의 문장과 그의 에피고넨처럼 보이는

김종광과 한창훈의 문장을 구별할 수 있습니다. ^^

이문구선생..초기 이문열...지금보다 조금 더 젊은 시절의 고종석...소설가 김연수의

문장들 속에는 말 그대로 그들의 DNA가 보이지요.

좋은 작가들과 노력하나 가 닿지 못하는 평범한 작가들의 차이.

기억의집 2010-05-18 12:09   좋아요 0 | URL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문체는 숨길 수 없는 거 같아요. 저는 사실 이 글을 쓴 이유가 다른 분들 염두해서 쓴 것인데..저도 이런 경험이 있거든요. 알라딘에서 활동했던 서재인데 글을 잘 쓰신 분이 있었어요. 아, 진짜 끝내주게 쓰셨는데....활동을 접어서 너무나 아쉬워요. 나중에 그 분이 누군지 알게 된 것이 바로 문체였어요. 바로 그 분만의 독특한, 숨길 수 없는 문체. 번역에도 드러나더라구요^^ 하핫.

stella.K 2010-05-18 10:49   좋아요 0 | URL
새롭게 알았네요. 리처드 바크만이 스티븐 킹이었다니!
주체할 수 없는 창작욕 때문에. 참 부러운 DNA입니다.
흥미로운 페이퍼였습니다. 잘 읽고 갑니다.^^


기억의집 2010-05-18 12:08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 안녕하세요.
그러게요. 남들은 책 한권 내는 것도 버겁다는 작가들이 천지인데
킹은 불타오르는 상상력이 넘쳐 나다니, 부럽기 그지 없어요.
게다가 부자잖아요. 하루키처럼 바람끼도 없고...^^

akardo 2010-05-18 12:15   좋아요 0 | URL
스티븐 킹 놀라운 작가였군요. 예전에 읽었던 단편이 참 인상적이었는데 말예요. 그렇게 많이 쓰면서도 그만의 문체와 실력이 함께 있다는 건 상당히 부러운 일입니다. 그만큼 노력도 했겠지만요.
그나저나 하루키는 바람끼도 있었군요. 으하하. 새로운 사실을 알았습니다.

기억의집 2010-05-18 12:29   좋아요 0 | URL
아카도님...없다고 썼는데.... 잘 못 읽으신 거 같아요^^
하루키와 킹은 둘 다 착실한 가정 생활로 유명하잖아요.
돈도 많고 가정도 착실하고 둘 다 음악 좋아하고
하루키는 재즈, 킹은 메탈음악!

akardo 2010-05-18 12:47   좋아요 0 | URL
엇. 그렇군요. 오오......오해해서 하루키에게 미안해졌어요. 혐오하는 인종 중 하나가 바람 피우는 거 정당화하는 유부남인데 아니라니 다행입니다.^^;;음악는 저는 막귀라서 아무 거나 듣죠. 음악에 조예 있는 사람들 보면 부러워져요.

2010-05-18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9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10-05-26 10:34   좋아요 0 | URL
스탠바이미는 영화로만 봤어요. 이번에 책으로 출간되었나봐요. 스티브 킹 작품들은 대부분은 아니지만 읽는도중 섬뜻해서 자기전에 읽으면 꿈자리가 흉흉해져서 한동안 안읽었어요. 공포소설을 즐겨 쓰는거에 비해서 참 가정적이고 좋은 남편,아버지라는게 ㅎㅎ 특이해요.
아들도 작가로 데뷔했는데 스티븐이 많은 조언을 해줬다고 아들이 인터뷰에서 아버지 자랑을 늘어놓더군요.

기억의집 2010-05-26 13:33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글은 무섭게 쓰면서도 사생활은 안정되어 있는 게 되게 신기해요.
제 생각에는 킹은 여자나 로맨스에 관심이 없는 거 같아요.
저는 미국소설 읽으면 성적인 텐스가 너무 많아서 어떨 땐 불편해요.
반면에 킹은 그런 거 하나 없어서 너무 편하게 읽어요.
다른 여자에 관심 없는 킹, 그 부인은 얼마나 좋을까요?!
참, 그리고 저 킹의 아들인 힐의 작품도 읽었어요. 괜찮던데요^^
 

갑자기 스티브 킹의 작품을 검색하다가 이 책들이 나온 것을 알았다. <쇼생크탈출>은 예전에 영언문화사에서 나왔을 때 사서 읽었고 지금도 가지고 있는데, <스탠바이미>는 영화로 한번 보고 잘 되지는 않는 영어로 읽었던 책.  

이 책들 검색하다가 호러의 제왕 스티븐 킹의 새로운 모습 어쩌구 저쩌구 해서 문득 생각난 것인데, 나는 무서움을 많이 탔다. 지금은 과학책을 쪼금 읽어서 영혼같은 것의 존재를 부정하는 탓에 공포를 잘 느끼지 않지만, 차라리 신의 존재를 믿지 않으면 모든 타부에 무장해제가 된다는 것을 아시는지. 솔직히 집안에 삼재가 끼였다는  등 이런 신앙적 믿음에서 무장해제가 되면 사는 게 더 편하는다는 것을 느낀다.  

뭐 여하튼 그건 그렇고, 나는 아까 말했듯이 무서움을 많이 탔다.그래서 언제나 밀폐된 곳에서 안정감을, 안도감을 느꼈는데, 그 말은 집안 어디든지 문을 꼭꼭 걸어닫았다는 말이다. 문을 닫는다는 행위는 감히 그 누구도, 귀신이라도 들어올 수 없는 상태라 내가 안정하다고 여겼다.  

반면에 내가 갇혀 있는 상태에서 가장 안도감을 느꼈다면, 우리 아이들은 열려 있는 상태에서 가장 안정감을 느낀다. 추운 겨울날에도 방문을 열어놓고 가서 자라고 한다. 새벽에 추울 것이라고 말하면 방문이 열려 있어야 가장 무섭지 않다고. 추워도 상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럼 나의 공포의 근원은 외부였는데 우리 아이들의 공포는 내부! 언젠가 문을 닫고 있어야 무섭지 않냐고 물어보았더니, 두 놈 다 아니,라고 말하더라.  

확실히 나는 공포의 대상이 외부에 있다고 믿었다. 학습되어진 결과가 아닐까, 아이들이 말을 듣고 이런저런 생각을 굴려보는데, 문을 열어 놓으므로써 엄마한테 금방 갈 수 있고 도와주러 올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이다. 공포 자체가 자라면서 학습되어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내가 어렸을 때는 어땠는지...기억이 나질 않는다.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해한모리군 2010-05-10 16:16   좋아요 0 | URL
외부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집안이나 이불안 귀신 이런 침입에 더 무서운거 아닐까요?

기억의집 2010-05-11 08:59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외부에서 오는 침입이 무섭다고 생각했는데 저의 아이들은 둘 다 아니더라구요. 이거 다른 애들한테 물어보면 재밌겠구나 생각했어요.

알케 2010-05-10 16:24   좋아요 0 | URL
여기 스티븐 킹의 팬덤 1인.^^

<스탠드 바이 미>는 스티븐 킹 이야기의 원형들이 녹아있지요.

이 이야기는 나중에 <그것 It>이란 장편에서 화려하게 변주됩니다.

(읽으셨으리라 짐작하지만....)





기억의집 2010-05-11 09:02   좋아요 0 | URL
알케님, 반갑습니다^^
아, 그렇군요. 전 잇의 분량에 압도되어 읽지 않았었거든요.
읽어야지 하면서 중고샵에서 언제 나오나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떻게 변주되는지 궁금하네요. 근데 왜 우리는 킹을 좋아할까요?!

scott 2010-05-11 09:10   좋아요 0 | URL
저도 무서움 많이 타서 어린시절(아기 때부터)불을 훠히 켜야지 잠이 들었어요. 불을 끄고 잠든지 몇년 안될정도로 ㅋㅋ겁이 많아요. 한번은 가로등이 안켜진 어두운 길을 걸어가다가 정말 인기척도 없이 어떤 남자가 쑥 나타나는거예요. 동네 떠나가게 소리를 질럿는데(그 순간 주변 집들 창마다 불이 켜지고 몇몇 이웃들은 대문밖을 나올정도로 ) 그남자가 더 놀라서 가슴을 쓸어 내렸어요. 스티브 킹 소설 은근 잔인하고 공포스럽죠. 그래야 팔린데요^^

기억의집 2010-05-11 09:35   좋아요 0 | URL
저도 무서움의 대상이 변하는 거 같아요.예전엔 보이지도 않는 귀신같은 실체가 무서웠는데 지금은 밤거리를 돌아다니면 사람이 무서워요.특히나 남자들. 낮에도 한적한 거리를 지날 때 남자가 저 앞에서 걸어오면 무서워지기 시작하더라구요. 옆길로 갈까, 복잡한 생각으로 머리가 엉클어지는 거 같아요.
킹의 데스퍼레이션인가 읽고 진짜 무서워 중간에 읽다가 관둔 적이 있어요. 심리적으로 감당이 안되더라구요. 공포(책)를 사서 즐기는 것이 참 재밌죠?!

알케 2010-05-11 13:07   좋아요 0 | URL
킹은 우리 마음 속 깊고 깊은 구석에 숨어서 혼자 울고 있는 아이를 불러내지
요. 킹은 상처받아 울고 있는 아이의 눈물 번진 맨 얼굴을 지금, 이곳의 우리
와 대면시키는 작가라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그 아이가 괴물로, 악마로 변하지
만 기본적으론 유년기의 상처를 가슴에 묻고 사는 가여운 아이일 뿐.

<스탠드 바이 미> <캐리> <잇> <옥수수밭의 아이들> 등등.

그리고 무엇보다 기막힌 문장과 섬세한 묘사.
(영문판으로 읽으면 어떤 귀절은 마치 라임을 맟춘 듯한 형용사들로
묘사를 하곤 하는데 문장을 완전히 장악한 느낌을 주죠)

그를 좋아하는 저의 이유입니다. ^^

기억의집 2010-05-11 16:21   좋아요 0 | URL
근데 킹의 번역본은 이상하게 싼티나는 문장이죠. 저도 원서로 버벅거리면 읽었는데 번역본과는 차이가 너무 나더라구요. 워낙 많이 팔리는 작가여서 그런지 킹은 네 멋대로 써라 라는 글쓰기 책 읽어보니 많이 인용되는 작가이기도 한데 말이죠.

2010-05-14 14: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5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5 21: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5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5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5 2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7 0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7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내가 앨리스 먼로를 좋아하게 된 것은 <위안>이라는 단편을 읽고 나서부터였다. 다른 단편들도 <위안> 못지 않는 재미와 씁쓸한 아이러니 그리고 인생의 따스한 시선(특히나 표제작 단편 여주인공의 인생은 어찌나 읽으면서도 처량한지 그녀가 너무나 행복하게 되기를 기원까지 하게 된다. 그리고 작가는 독자의 그런 기대를 망가뜨리지 않는다)이 담겨 있지만, 가장 인상적인 단편은 <위안>이었으며 그녀의 다른 단편들을 찾아 읽게 만든 원동력이 된 글이었다. 무신론자인 과학선생 루이스와 기독교 근본주의 학생들과의 대립 그리고 그로인한 불명예스러운 퇴직과 그 이후 그의 자살(그는 루게릭병에 걸려있었고 더 이상 자신의 몸을 자신이 건사하지 못하자 자살을 선택한다).  

어떻게 보면 참 단순한 줄거리이고 종교성이 강한 나라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 소재인데, 이야기의 핵심은 무신론자 루이스 이야기이지만 시선은 그녀의 아내 니나가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내가 이 짧은 글 속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목은 루이스의 장례식이었는데,  

"사람들이 무슨 추모회를 열자는 등 법석을 떨면 모조리 무시해야 해. 사탕발림 좋아하는 그 작자는 그런 짓을 하고도 남을 거야."라고 루이스는 당부했다. 그러니 어쨌든 니나는 폴의 제안을 거절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좀 전에 한 행동은 너무 유치하고 과시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분노와 앙갚음은 루이스의 전공분야였다(204p)

결국 니나는 루이스의 유언대로 형식적인 장례조차 치루지 않는다. 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누구나 어떤 커뮤니티에 속하는 이상 커뮤니티가 만들어낸 거대한 세계관(특히나 관습이나 제도)을 부정하고 무시하고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 일단 그 세계가 만들어낸 법칙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속 편하게 사는 방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다가 커뮤니티 세계관과 다른 세계관을 가졌다하더라도 그 커뮤니티 속에서 타협이니 이해니 하는 침발린 말로 대충 맞춰 끼여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골리앗은 갑자기 무너뜨릴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먼로가 만들어낸 루이스같은 고집불통의 삶은 너무나 가혹하다. 혼자 치러야할 투쟁이 그토록 외롭도 처절하다면 난 기꺼이 다윗이 되는 것을 포기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루이스처럼 아이들에게 장례나 제사같은 것들을 절대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죽어서까지 관습과 제도를 따를 필요가 없으니깐. 그러한 모든 것들이 거추장스럽다,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에서 모든 사물은 심지어 인간조차 원자로 만들어졌다고 하지 않았던가. 원자로 태어나 원자로 다시 돌아가는데 뭘 그리 또 다른 형식이 필요하단 말인가. 영적인 삶은 나에게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우주이다.

먼로의 저 책<미움, 우정, 구애,사랑, 결혼>을 읽어 보면 알겠지만 그녀가 나이가 들어 쓴 단편이기 때문에 대체로 나이든 노인의 시선이 많고 글의 소재나 이야기의 분위기도 좋게 말하면 점잖고 약간 과장되게 말하면 할머니풍이다. 그래서 나 또한 젊은 나이는 아니기 때문에 그녀의 글에 공감을 많이 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불현듯 그녀의 젊은 시절에 쓴 글은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떠 올랐다. 치기가 좀 있을까? 아니면 엉성하지만 발랄할까?  저 작품처럼 완벽할 순 없겠지! 싶었는데, 이번에 그녀의 첫단편집이 발간되었다. 책소개를 보면 온타리오의 고딕,하던데 사실 나는 그녀의 지난 작품에서 고딕적인 분위기는 느끼지 못했다. 내가 둔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먼로가 젊은 시절에는 고딕풍으로 글을 썼던 것일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먼로의 단편들은 그녀가 쓴 나이를 짐작하게 해주지 않을련지.

저 <미움,우정,구애,사랑,결혼>도 표지가 이뻐 사서 읽은 것이었는데, 이번에도 표지는 이쁘게 잘 나왔다. 고혹스럽다,라는 느낌. 

 


댓글(14)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해한모리군 2010-05-10 16:31   좋아요 0 | URL
오 보관함에 우겨넣기 ㅎ

2010-05-11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1 09: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05-11 09:36   좋아요 0 | URL
흐흐 걱정하지 마세요^^ 저 읽을 책이 넘쳐나요!

2010-05-11 0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1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1 0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1 1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1 10: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핑키 2010-05-14 20:49   좋아요 0 | URL
어쩜~ 표지도 이렇게나 예쁜지 모르겠어요 ^_^*
<행복한 그림자의 춤>은 제목도 너무 좋은거 같아요!
저두 위시에 담아두었는데.. 밀린책이 너무 많아서 ㅋ 이렇게 구경만; 자꾸 하고있어요..

기억의집 2010-05-15 23:56   좋아요 0 | URL
핑키님, 진짜 이쁘죠!
저도 사 놓고 읽지 않는 책이 산더미에요. 저걸 어쩌나~~~ 싶으면서도 신간 나오면 사고 싶어 안달을 해요. 이번에 미미여사의 얼간이도 나왔던데..지르고 싶어 죽겠어요^^

2010-05-15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5 23: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6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번에 신간으로 나온 <우주에는 신이 없다>의 저자 데이비드 밀스는 도킨스의 <만들어진 신> 71페이지에 언급되어 있어 그리 낯선 인물은 아닐 것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무신론자로서 과학과 종교에 대한 논쟁을 말할 때 빠지지 않고 종교 역사의 허구성과 날조를 역설했던 인물인데, 이 책은 무신론자라면 한 번쯤 꼭 읽어볼 만하다. 도킨스처럼 어렵게 말하지 않았으며 다혈질적인 공격성은 보이지 않는다. 밀스, 이 양반 성격이 이지한 것인지 아니면 집필 하는 동안 자신의 다혈성이나 전투성을 많이 누그러뜨리고 글을 쓴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조근조근 차분하게 왜 성서를 기반으로 하는 지적설계나 창조론이 허구인지를 유연하게 설명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만들어진 신>을 먼저 읽기 전에 <우주에는 신이 없다>를 읽기를 권한다. 일단 진화와 지질학에 대한 과학적 설명이 쉽게 되어 있어 과학 초보자도 접근이 용이하다.

만약 하느님이 세상을 한날 한시에 지구의 만물을 창조했다면 우리는 모두 같은 인종에서 출발했을 것이며 같은 신을 섬겼을 것이다. 사실 인종 자체가 진화의 대표적인 산물이다.하지만 지구는 둥그렇고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동식물은 진화했으며 자연의 재해가 무서워 원시 신앙을 섬기면서 각각의 신화를 가지게 되었다. 기독교가 현재 대세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중세유럽 그러니깐 절대 종교시절에 쏟아져 나온 글 이외의 그림과 음악 컨텐츠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날 기독교인들은 거의 매주 교회서 기독교인 친구들과 악수를 나누며 '신의 가호'를 기원하고 잔잔한 찬송가과 부드러운 설교를 듣고, '하느님의 평화'를 가슴 가득 안은 채 집으로 돌아옵니다. 현재의 기독교 교회가 비교적 교양 있는 태도로 처신하고 있기 때문에, 이 종교가 언제나 선한 것을 지향하며 온화한 영향력을 발휘해 온 듯한 잘못된 인식이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마녀를 근절하기 위한 대대적인 사냥은 제쳐놓더라도 기독교 교회는 역사적으로 과학의 발달을 방해하기 위해 엄청난 투쟁을 벌여왔으며, 오늘 날에도 여전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갈릴레오는 목성의 위성들을 관측하기 위해 망원경을 개량해 사용했다는 이유로 교회로부터 사형을 받을 뻔 했습니다. 더 나아가, 교회는 성령이 깃든 신전을 모독한다는 이유로 수세기 동안 인체 해부를 금지 했습니다. 그로 인해 거의 천년 동안 의학 연구는 발전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므로 역사학자들이 암흑시대라고 부르는 그 시기에 기독교가 가장 오랫동안 승승장구하며 영향력을 행사한 것은 결코 우연히 아닙니다.  - 중략- 

과학에 대한 종교의 박해와 억압이 없었다면 인류는 A.D 650년에 이미 달에 착륙할 수 있었을 겁니다. 암은 A.D.800년에 이미 영원히 박멸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오늘 날의 심장질환 같은 질병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기독교는 그리스와 이집트 사람들이 이루어 낸 과학적 성과들을 깊은 동면에 빠뜨렸습니다.  

역사적으로 교회는새로운 과학적 진보에 맞서 악의에 찬 싸움을 벌여왔습니다. 하지만 일단 새로운 과학적 성과들을 비난한 후 원했던 효과를 얻지 못하면 쉽게 태도를 바뀌 새로운 발견들을 하느님이 인류에게 준 선물로 받아들입니다. 가톨릭 성자들은 인쇄 기계의 발명조차 반대했습니다. 대량 생산된 성서가, '하느님의 말씀'을 잘 못 해석하거나 비판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손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었지요. (p61~63)

기독교는 모든 과학적 성과를 무시했으며 지금도 모든 과학적 기술, 예를 들어 유전 공학과 싸우고 있다. 만약에 기독교가 유럽에서 권력을 잡지 않았다면, 현재 우리는 어떤 미래를 살고 있을까.  

어쩜 우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빨리 접했을 지도 모르며 미치오 카쿠가 말하는 물리적인 이론들이 실현되었을지도 모른다. 투명망토, 순간 이동과 같은. 공상과학같은 이야기라고 비웃지 말라. 도킨스가 <무지개를 풀며>에서 지적했듯이, 19세기 아니 20세기 초반 사람들이 지금 현재 시대를 둘러본다면, 그 시대 사람들이 마술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현실에서 벌어지는 것에 입을 다물지 못할 테니깐.  핸드폰(아니 더 나아가 스마트폰이라고 해야하나), 노트북, 아이패드같은 기술적 성과들에 그들은 분명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우리는 현재 생활의 편리성에 너무 빠져 있어 일세기도 안되는 과거의 테크놀로지를 망각할 때가 있다. 그들은 자동차가 없어 말을 이용하거나 걸어다녔으며 전화가 없어 우편을 이용했으며 복사기가 없어 일일히 사람이 필사해야했다. 어디 그것뿐이겠는가. 

미치오 가쿠가 말하는 세계는 데이빗 밀스가 꿈꾸는 무신의 세계에서는 더 일찍 왔을지도 모른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군자란 2010-05-07 17:26   좋아요 0 | URL
저 개인적으로도 일신교인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가 이 세상에 끼치는 좋게 말하면 영향력 약간 감정을 섞여 말하면 해악은 이루 말할수 없이 크다고 생각합니다.마냥 비판한다고 해서 해결된 문제도 아니고, 공존해서 가는 것이 지혜일것 같은데 어렵네요...요즘 저는 잠자는 시간에 읽는 책은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민음사 판)을 읽는데...차라리 니체처럼 솔직하게 이야기 하면 좋겠어요. 최소한 니체은 속과 겉이 다르지 않으니까요^^^

기억의집 2010-05-10 10:19   좋아요 0 | URL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공존이 최선의 선택이지요. 종교를 없앨 수 있는 게 아니니깐요. 도킨스처럼 버스에 플랑카드 걸었다가 난리가 났었다면서요. 울 나라에서는. 저도 종교에서 위안을 받고 의지를 하는 모습 보면 그 분들이 사는 방식이라 종교가 없어져야한다고 생각은 하지 않지만 권력화하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보거든요.

루체오페르 2010-05-07 20:04   좋아요 0 | URL
제가 이쪽 가치관인지라 이런 책들에 흥미가 있습니다.
가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의 인류는 우리만이 우주에서 유일합니다, 적어도 인류에게 있어선요. 그런데 어딘가 외계생명체[외계인+지적생명체가 아니더라도...예를 들어 지구의 동물들처럼]가 있어 언젠가 인류와 접촉이 이루어지는 때가 온것입니다. 현재 일신교에서의 신은 그 모든 것, 우주의 신 입니다. 인류만 있다하더라도요. 즉,외계인이 있더라도 그들의 신도 우리의 신과 동일한 존재여야 하죠. 그런데 물어봤더니 아니랍니다. 이때의 신의 차이는 서로 다른 일신교가 동시에 존재하는 지금 신들의 차이와는 완전히 다른 차원이겠죠. 아,물어보기 이전에 이미 외계인이 실존하는데 성서에 인간만 등장하는 것부터 오류겠네요.
결론적으로, 외계인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현재 신에 대한 개념이 상당히 무너지겠죠. 신이 있다 하더라도 적어도 인간만의 신이란 것이 되던가요. 말이 길고 두서없어 잘 전달이 됬나 모르겠습니다.^^; 이런 이유도 있고해서 저는 외계인의 존재를 믿고 희망하는 입장입니다. 글 잘봤습니다,기억의집님^^

기억의집 2010-05-10 12:29   좋아요 0 | URL
물리과학자들도 외계인의 존재를 부정하지 않더라구요. 은하계에 지구와 같은 조건의 행성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지구를 찾아올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더라구요.
저도 과학책을 읽으면서 신에 대한 것이 얼마나 허구맹랑한 것인지 잘 알게 되었어요.
기독교에서 말하는 지적설계도 우습고... 차라리 온 지구가 기독교였다면 신의 존재를 확실하게 믿을수 있겠는데 말이에요^^

유부만두 2010-05-10 11:08   좋아요 0 | URL
대문에 저 여인...가가인가본데...어쨌거나 저 여인네 땜에 화들짝 놀랐잖아요! ㅋㅋㅋ
저도 과학책 좀 읽어보고 싶은데, 왠지 너무 어려울것 같아서 겁만 나요.

기억의집 2010-05-10 12:30   좋아요 0 | URL
가가한테 놀라시다니요. 재밌지 않았나요? 원더우먼 생각나고...^^
과학책 읽을 만 해요. 저도 어려웠다니깐요~~~ 것도 무지무지. 지금도 안 버벅거리면서 읽고 있다는. 제가 이해의 단계까지 가고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