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일본 작가중에 가쿠타 미츠요라는 작가가 있다. 우리나라에 번역발간된 책들은 거진 다 읽었는데, 내가 읽은 그녀의 책중에 가장 맘에 들어하는 책들이다. 분명 그녀가 다루는 주제는 그닥 맘에 안 드는 남녀간의 불륜이 주고 불륜에서 파생되는 여러가지 일들이 꼬이고 꼬여 불쾌한 심리적 매듭을 유도하긴 하지만, 미묘한 여성 심리를 다루데 있어서는 그녀의 글은 독보적이다. 장편보다는 단편에서 찰나적 심리 상태를 적나라게 하게 보여주고 그 적라나함에 공감을 느끼곤 한다.  

일본어를 알면 좋으련만, 그녀에 대한 사적인 정보를 얻을 수가 없다. 결혼을 했는지 아이가 있는지에 대한. 우리나라에서는 소설만 주구장창 번역되어 나오지만 S님의 말에 의하면, 에세이도 소설 못지 않게 좋다고. 그녀의 에세이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소설보다 더 직감적이고 즉흥적인 감정의 글쓰기가 에세이다 보니 더 그녀의 사적인 감정과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내가 가쿠타 미츠요를 좋아하게 된 결정타가 바로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의 작가 후기를 읽고 나서부터이다. 그 책 속의 몇 편의 단편은 인상적이었지만,  그렇게 작가의 모든 작품을 다 읽어보게 만들만큼의 임팩트가 담겨져 있는 소설은 없었다. 하지만 작가후기는 소설보다 더 강한 여운을 독자에게 남겼고 오홋, 이 작가 써억~괜찮을 것 같은데, 싶어 읽게된 작가였다.

고양이가 있는 표지의 책은 그녀의 최근 에세이고 전봇대가 있는 표지의 책은 그녀의 최근 단편집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에세이는 하루키빼고 일본 작가들도 우리나라에서는 출간이 전멸이구나 싶다. 또 아남. 이 글을 읽고 누군가 출간해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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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7-21 13:38   좋아요 0 | URL
기억의 집님 왜이리 뜸하셨어요! 운전면허는요! 반가워요. 이런 작가가 있었군요. 저도 요새 일본어가 너무 하고 싶어요.

기억의집 2010-07-22 09:43   좋아요 0 | URL
저도 일본어 하고 싶은데 저는 영어도 버벅거려서 영어에만 올인하려고요^^ 흑흑 머리 나뻐서 요즘은 단어도 금방금방 까 먹네요^^

2010-07-21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2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2 1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5 1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2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2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5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25 11: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1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2 1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aint236 2010-07-23 11:23   좋아요 0 | URL
한동안 뜸하셨네요. 건강하시죠?

2010-07-25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알케 2010-07-23 13:28   좋아요 0 | URL
오랜만에 포스팅하셨네요 ^^ 기억의 집님은 저자,역자 후기를 주의깊게 보시는군요 ?

저는 '목차읽기 애호가'입니다.

(대개의 책들을 목차만 읽고 서가에 꽂아두는 소수의 무리들을 높여 일컫는 말 -.-)

기억의집 2010-07-25 11:13   좋아요 0 | URL
네, 저는 저자와 역자 후기 없으면 꽤심하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열심히 번역해 놓고 후기가 없으면 더욱더요.
목차 애호가셨어요! 재밌는 표현이신데요^^
저는 이상하게 목차는 건너뛰고 읽어요. 어차피 차례대로 읽는데
목차 왜 읽지, 싶어서 하핫^^
 

어쩌다 한번 조힐의 블로그 http://joehillfiction.com/를 기웃거리곤 하는데, 그의 블로그는 우리나라 작가블로그와 달리 자신의 일상적인 이야기도 하지만 자신의 신간에 대한 정보와 상업적인 의도(킨들로 더럽게 싸게 나왔으니 구입하라같은)가 많이 느껴진다. 여하튼 작가라도 일단은 먹고 살아야하니깐.  

조힐은 뒷배경이 든든한 자신의 문학적 데뷔가 부담스러웠는지 아버지가 스티븐 킹이라는 사실을 숨겼다가 독자와 문단으로부터 호의적인 반응이 나온 후에, 커밍아웃했는데, 그의 현재 모습을 보면 커밍아웃 안 할래야 안 할래수가 없었을 것이다. 블로그에 올린 조힐의 사진보고 킹이 다시 회춘한 줄 알았다능~ 이건 뭐...킹의 젊은 시절의 모습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흔히 우리말로 그 핏줄이 어디 가나 싶을 정도로.   

 

조힐의 블로그를 읽다보면 그가 좋아하는 작가에 대한 언급이 나오는데, 동시대에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닐 게이먼이나 조앤롤링같은 작가에 대한 아주 호의적인 글은 말할 것도 없지만, 그 무엇보다 그가 레이 브래드버리에 대한 흠모(?)는 대단하다. 그의 블로그 어딘가에 레이 브래드버리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품으로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연대기>를 뽑는다고 말한 글이 있다. 그리고 레이 브래드버리의 블로그를 자신의 사이트에 링크시켜 놓기도 하고.  

그래서 말인데, 수 십년 동안 우리 나라에서는 소문으로 듣고 전설로 남아 있는 저 <화성연대기>를 번역할 번역가는 없을까나. 브래드버리의 몇 개의 다른 작품들은 나왔는데, 유독 저 <화성연대기>만 번역 되어 나오지 않는다. 레이 브래드버리의 최고 작품이 왜 번역되어 나오지 않는 것인지, 언제나 저 작품이 출간되어 나올 수 있을런지.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나혼자뿐인가 싶기도 하고. 올해도 그냥 넘겨야하나. 기다리고 또 기다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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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0-07-21 19:44   좋아요 0 | URL
사진을 보다보니 옆에 로보트?가 혹시 그 닥터 어쩌구의 영국드라마였던가요?? 그!넘인지요?

기억의집 2010-07-22 09:48   좋아요 0 | URL
그 넘은 아닌 것 같아요^^
영국의 카인인가 뭔가 하는 지역의 서점에 가서 작가 사인회때 찍은 사진이에요^^ 그 서점에서 있는 건가봐요^^

pjy 2010-07-22 21:23   좋아요 0 | URL
영국이면 [닥터후]그 드라마가 맞아요^^ 괜히 알아보고 뿌듯해하고 있습니다..사실 시리즈를 다 챙겨보지 못해서 나름 중요한 악역인데 기억이 가물가물입니다~
잘생긴 작가보단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외계종족에 더 정이 가는 이걸 우짠다요ㅋㅋ

기억의집 2010-07-25 11:15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닥터후 로봇인가요. 블로그 글에는 사인으로만 있어요. 상징물 같은 것인가 했는데 닥터후 로봇이군요.
저는 sf 좋아하는데 이상하게 닥터후는 안 보게 되더라구요.
저 넘이 닥터 후에서 외계종족으로 나오나 봐요!
근데 닥터 후의 매력이 뭐예요? 저는 보는 것만 봐서리~~~

blanca 2010-07-21 21:29   좋아요 0 | URL
스티븐 킹의 아들이에요!! 이건 완전 불공평한데요...그런데 얼굴 보니^^;; 커밍 아웃 안해도 밝혀질 수밖에 없는 정황이네요.

기억의집 2010-07-22 09:49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전 저 사진 보고 얼마나 키득거렸는지 몰라요
학교 다닐 때도 주변 친구들에게 속일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toonism 2010-07-22 08:35   좋아요 0 | URL
브래드버리의 <화성연대기>는 <노인의 전쟁>을 출간했던 샘터사에서 낸다고 하더군요.

기억의집 2010-07-22 09:51   좋아요 0 | URL
아, 그래요. 그런 반가운 소식을.
많이 기다렸거든요. 한번은 진짜 원서로 도전할까 하다가
저는 제 실력을 잘 알므로...이건 무리야 싶어 접었지요.
브래드버리의 문장이 워낙 시적이어서 번역하신 분들 대단하더라구요.
특히 민들레와인의 조애리씨, 그의 시적인 문장을 매끄럽게 잘해서
감탄했는데...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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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란 2010-07-25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글 반갑습니다.

기억의집 2010-07-25 11:16   좋아요 0 | URL
아이고, 군자란님 반가워요. 덧글 안 남겼지만 무슨 책 과학책 읽으시나 싶어 들렀어요.^^
건강은 어떠세요?
 

하루키의 수필 어딘가에 이런 글이 있다. 자신은 태어나서 한번도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일본 세습 정치에 대한 환멸을, 그는 정치적 기권으로 강경하게 표현했지만, 겉멋만 잔뜩 들었던 나는 그 말이 그렇게 멋있을 수가 없었다.  

하루키의 한숨 섞인 그런 글은 왠지 자국의 정치에 대한 환멸을, 세계적인 작가의 좀 있어 보이는(깨어 있는) 정치적 의식으로 해석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의 그런 글을 읽고 일본 정치와 도끼니 개끼니 수준인 우리 정치에 반감을 느껴 몇 번인가 투표권을 행사 하지 않았던 적도 있었다. 

그러다 그의 그런 정치적 기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건 미드 <콜드 케이스>에서 여성참정권에 대한 에피소드를 보고 난 이 후였다. 몇 시즌의 에피소드인지는 지금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하루키의 영향을 받고 몇 번인가 투표장에 가지 않았던 그 참정권 때문에, 100 여년전에 미국의 수 많은 여성들은  유권자인 남성으로부터 그리고 같은 성의 순종적인 여성으로부터 위협과 조롱 그리고 살해위협 속에서 참정권이라는 정치적 임무를 수행했다는 것인다. 드라마 특유의 과장이 없던 것은 아니겠지만, 참정권을 얻기 위한 투쟁이 그렇게 녹록한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어느 누군가는 참정권을 위한 모임에 나간다는 이유만으로 남편으로부터 구타를 당하고 죽음에 이를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루키의 투표권 포기가 멋지다는 이유만으로 투표권 행사를 포기한 나로서는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아직도 그 때 그 에피소드를 보면서 느꼈던 순간적인 기억을 나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으로 기억한다. 얼마나 나는 어리석었던가.  

당대의 아동문학평론가들에게 스타일이 후졌다는 이유만으로 평가절하 되었던 아동문학가가 있었다. 바로 그 유명한 <오즈의 마법사>의 작가 프랭크 바움. 그의 문학적 상상력을 인정한 것은 디즈니였으며 레이 브레드버리의 단편 <Exile> 정도로 그의 초기 문학적 평가는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만큼은 아니었다고 한다.  

아들만 셋을 둔 프랭크 바움은 열혈한 공화당원이었으며 또한 한 때 적극적인 여성운동가였다. 여성 참정권 운동을 위해 그는 그 어떤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역신문의 여성 신장운동과 평등권 문제, 참정권리에 대한 여성운동가들과의 연대, 여성참정권을 반대하는 여성들과의 호전적인 싸움등. 그리고 마침내 그는 도로시라는 소녀를 여주인공으로 등장시키는 어린아이들을 위한 소설을 쓰기로 결심한다(물론 저 평전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는 언제나 낭비벽이 심해 돈에 쪼달렸고 오즈의 마법사도 돈때문에 시리즈가 계속해서 나왔다). 저널로 시작한 글쓰기였기에 그의 글 스타일은 사무적이었지만, 그의 문학적 판타지만은 미국을 사로 잡기에 충분했다. 그의 소설 속 주인공이 여자 아이었다는 것이 과연 그의 여성참정권 운동과 연결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을까.   

바움과 같은 남성작가들도 여성참정권 운동을 위해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오랜 기간 참정권을 얻기 위해 애쓴 것에 비하면,  여성이 정치적 권리를 부여 받아 자신의 정치적 성향과 목적을 드러낸 것은 실로 얼마 되지 않는다. 미국은 1920년, 영국은 1928년 그리고 프랑스는 1946년에 이르서야  여성의 참정권을 획득하였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세기가 2010년, 여성 참정권 시작의 역사가 100년이 되기 위해서는 20년을 더 기다려야만 한다

올해로 정확히 여성의 참정권을 획득한지 80년이 되는 해이다. 지난 80년동안 많은 일들이 있어왔을 것이다. 20세기를 뒤흔들었던 것은 세계를 양분화했던 이데올로기나 과학의 발달뿐만 아니다. 여성의 의식 또한 급진적으로 변했다. 여자가 남자들에게 순종하거나 사랑받기 위해 목 매달았던 호시절이 사라져 버린 것(아, 그것에 비해 우리나라 걸구룹의 Oh!는 얼마나 오그라드는 순종적인 표현인지). 이러한 배경에는 수 많은 글로리아 스타이넘같은 여성운동가들, 수잔 손탁같은 뛰어난 여성비평가들, 그리고 일반적인 개념을 뛰어 넘은 애니 리버비츠같은 이미지 사진작가들의 활약을 무시 못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성적인 여성들 저 너머에 있는 팝의 여제 마돈나의 등장이야말로 여성의 순종적인 이미지를 확 벗어버리고, 끊임없이 뮤비를 통해 남성을 지배하려는 이미지를 대중화 확산이야말로 20세기 후반의 여성운동의 결정체일 것이다.   

나는 최근에 나온 미국에서 한참 말많았다고 하는 레이디 가가의 뮤비 <Alejandro>를 보면서 과연, 19세기에, 20세기 초반 참정권을 위해 열심히 운동했던 수 많은 여성들이 레이디 가가의 뮤비를 지금 보았다면 어떤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사회적 억압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코르셋에 꼭 낀 옷을 입어야만 했던 그 여성들이 지금 현재, 저 레이디 가가의 남성을 지배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레이디 가가를 찬양할지어다.   

   

뮤비가 너무 야하고 신성모독이여서 18禁, 신앙을 가지고 있는 분들에게 절대 권하고 싶지 않다.프랑스 영화 <델리카트슨> 세팅 분위기에 마돈나의 Like a prayer와 Express yourself 의 뮤비를 섞어 놓은 것 같다. 이래나 저래나 레이디 가가는 명백한 마돈나의 후예일 수 밖에 없으려나. 3분 51초 베드씬 민망하지만 상당히 고급스러움. 클레인 사람 뭐 하는 양반이길래, 어떻게 저런 라인을 찍을 수 있을까 싶었다. 현재 유투브 조회 49,758,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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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들은 쟝르소설만 잘 쓰는 줄 알았는데 자연과학책도 의외로 재밌게 쓴다는 것을 미치오 가쿠의<평행우주>을 읽으면서 알았다.  

미치오 가쿠가 상대성 이론에 대해 이 책에서 이런 말을 한다. 

상대성 이론이 우리의 상식에 부합되지 않는 이유는 이론이 잘 못 되어서가 아니라 우리의 상식이 상대성이론을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인간들은 이 광할한 우주공간에서 특별히 안락한 곳에 살고 있다. 생명체에게 가장 적당하 온도에 다리가 견딜만한 중력, 그리고 몸이 견딜 만한 속도로 움직이는 우주 특구에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주 공간으로 나아면 별의 중심온도는 상상을 초월한 정도로 뜨겁고 텅빈 공간은 절대온도 0도에 육박할 정도로 차가우며, 소립자들은 거의 광속으로 공간을 누비고 있다. 그러므로 인간의 상식이라는 것은 지구 근처에서만 통할 뿐, 범우주적인 관점에서 보면 지극히 편향된 지식에 불과하다. 다시 말해서, 상대성 이론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상식이 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믿음 자체가 틀렸다는 것이다(80p)

갈릴레오와 마찬가지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 또한 나오자마자 환영을 받은 것이 아니다. 20세기 초반의 우주 상식으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은 상식에 들어맞지 않아, 가쿠의 말에 의하면 그의 이론은 맹렬하게 비난 받았다고 한다. 어떠한 이론이 상식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그 이론을 증명하는 다른 논문들과 실험들이 있어야만 정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이론 발표 이후, 에딩턴의 관측에 의해 증명되었기 때문에 오늘 날 우주의 상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가쿠의 저 글을 읽고 야, 그건 상식이야! 라는 말은 가급적 하지 않기로 했다. 상식이야말로 은근 뿌리깊게 박혀 있는 편견의 일종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던 차에, <상식파괴자>란 책이 눈에 들어왔다. 20세기 들어오면서 전 세대들에서 통용된 상식들이 무참히 깨지고 있다. 이제 상식이 상식이 아닌 시대, 상식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 상식이 잘 못 되었을 수도 있다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 이전에 상식으로 대접받던 것들이 어떻게 파괴되었는지 사뭇 궁금하다. 뭐, 어떤 내용일지는 낼 받아보면 알겠지. 

내 독서이력에서 한 획을 그은 사람들이 몇 있다. 그 중의 한명이 바로 번역가 박중서와 예쓰의 리뷰어 재혁님. 박중서는 독서란 무엇인가에 대해, 새롭게 다가갈 수 있게 해 주었고(독서의 폭을 넓고도 깊게 해 주었다고 할 수 있는) 재혁님 같은 경우는 자연과학책을 접하면서 사물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게 해 준 분들이다. 

박중서의 번역책들은 대체로 거의다 사서 읽은 편이다. 레인져스 시리즈만 빼고. 도대체 그 책은 언제 끝날 것인지.4권까지 수집했다가 말았다. 나중에 완결되면 그 때 구입예정이지만, rss로 레인저스가 신간으로 나왔다는 소식을 접하면 실망.  아,또야 소리가 절로 나온다. 다른 책 좀 내지, 하는 아쉬움이 들곤 했다.

이번에 rss로 들어온 문자. <메인호를 기억하라>라는 신간을 보고 반갑. 주문하러 들어왔다가 6월17일에나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다른 주문건하고 별도로 주문. 잠깐 신간에 들어가 몇 줄 안 되는 후기를 읽어보니 반가운 문체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6월 17일을 기다려보자. 

 이 책은 책값이 너무 비싸 살까말까하다가 아영엄마님의 리뷰를 읽고 구입했다. 이 책에 나온 다른 그림책 작가들도 흥미가 있지만 그 누구보다도 센닥과 알스버그의 그림의 서사성에 주목. 어떤 평가를 내렸는지 궁금하다. 센닥과 알스버그는 그림책사에서 그림책을 한단계 끌어올린 그림책 작가로 평가받고 있는데, 센닥의 후기 그림책 보면 내용도 내용이지만 그림의 화면이 웅장하게 변한다. 마치 오페라의 웅장함처럼. 센닥은 70년대 오페라  무대 세트를 담당하기도 했는데, 아마 그 영향력이 컸던 것 같다. 센닥이 모짜르트를 좋아했던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모짜르트의 오페라 무대 세트를 담당하기도 했다. 센닥을 그 누구보다도 좋아했던 사람은 알스버그였다. 알스버그는 그의 작품 <빗자루의 보은>을 센닥에게 바쳤을 정도. 단순함에서 탈피해서 진지하면서도 알레고리가 넘쳐흘렀던 두 작가의 서사성의 평가가 기대된다. 

하핫, <아빠는 요리사> 108권이 나왔다. 언제나 아침 햇살처럼 따스해서 기분 좋은 만화다. 유행을 금방 타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만화는 말 그대로 한번 히트치면 몇 십년은 한 만화로 우려 먹고 살 수 있나보다. 내가 이 만화를 97년에 처음 접했으니 벌써 14년의 세월이 흘렀다. 일본은 85,6년에 처음 연재를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 또한 일권부터 108권까지 쭈욱 읽고 있다. 일권부터 읽은 분들은 아시겠지만 사실 이 책은 세월이 더디고 앞 뒤가 맞지 않을 때가 있다. 성이가 이번에 성인식을 하는 것 같은데 사실 세월에 맞춘다면 그와 친구들은 이십대 중반 혹은 후반이 되었어야 맞다. 좀처럼 나이를 먹지 않는 사람들. 언제나 제자리에서 뛰고 있는 느낌이지만, 시마 과장(시마과장이란 만화도 같은 해에 같이 빌려다 봤지만 난 시마과장 스탈의 남자는 별로) 같지 않는 일미과장의 푸근함과 자상함, 게다가 요리를 잘하는 남자라니. 만화와 함께 늙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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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6-14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14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3 18: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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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1 03: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23 2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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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21 0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꽃핑키 2010-06-24 00:09   좋아요 0 | URL
ㅎㅎㅎ상식파계자와, 평행우주는 제목만봐도 어려울거 같아요 ㅠ 메인호를 기억하라도 그렇구요 ㅋㅋ 으흐흐;; 저런책을 재미나게 읽는분들 보면 참 위대해보여요 ㅎㅎ

기억의집 2010-07-21 03:12   좋아요 0 | URL
핑키님, 답글이 너무 늦었죠. 제가 개인적인 일이 좀 있어서... 그랬어요. 죄송해요. 상식 파계자, 에피소드는 재밌는데 뭔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어요. ㅎㅎ 메인호는 리뷰 써야지 하면서도 한번 타이밍 놓치니깐 리뷰가 안 써지네요. 근데 책은 재밌게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