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하고 K팝을 보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예견한 대로 이승훈이 탑 3에 들지 못했다. 윤도현이 마지막 승자를 호명할 때, 그러니깐 이승훈이 떨어졌을 때 클로즈업 된 양현석의 표정이 압권. 뭐랄까, 이승훈이 끝까지 살아 남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깝고 아쉬워하는, 그의 무대 퍼포먼스에 대한 미련의 끈이 남아 있었다는 얼굴이라고 해야 하나.
이승훈의 노래 실력에 대해 말이 많을 것으로 알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평가할 때 노래 실력도 없는 게 춤만 잘 추어서 거기까지 갔다고 하는데, 나는 그들과는 좀 다른 시각으로 그를 보고 싶다. 가수가 노래를 잘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노래를 잘하는 것만이 엔터네이먼트의 요소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 예로 마돈나를 들 수 있다. 마돈나는 초기에 롤링 스톤즈지의 평론가들로부터 노래하는 성량이 공기보다 가볍다는 공격을 많이 받았고 One-hit wonders(한 곡만 히트하고 사라지는 가수들)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그녀의 가치를 인정 받지 못했다.
그런 평가를 받던 그녀가 지금 미국의 팝계를 30년이나 넘게 지배하고 있다. 그것도 과거의 흘러간 영향력이 아닌 현역가수로서 말이다. 지난 이월에 열린 슈퍼볼 경기 하프타임에서 그녀의 공연은 몇일전부터 사람들의 기대를 한껏 모았고, 그 기대에 부응한,실망스럽지 않았던 공연이었다. 탄탄한 무대의 퍼포먼스와 웅장한 볼거리등. 팝아티스트로서 그녀가 보여줄 수 있었던 모든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되었던 공연이었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오십이 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휴지기조차 없었던 그녀의 30년 인기 비결을 무엇일까? 그건 바로 그녀가 보수적인 가치(반기독교, 반마초, 연약한 여성성, 반인종주의같은)를 뛰어넘고 저항적인 가치를 무대나 뮤비에서 열정적으로 구현해내는 퍼포먼스에 있다고 본다. 금발의 야망에서부터 Sticky & Stweet Tour까지 그녀의 라이브나 그녀의 반보수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뮤비에서 확인해보시라. 기존의 보수적인 이념들이 그녀의 퍼포먼스안에서 어떻게 깨어져가는가를 그리고 그녀의 퍼포먼스의 메세지가 열정이나 아이디어를 넘어, 전 세계 수많은 가수들과 공연기획자들이 그녀의 퍼포먼스를 어떤 식으로 흉내내어 널리 확장 되었는가를 말이다.
단순히 노래만 잘하는 가수라면 그녀가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내가 보기엔 만약 그녀가 노래로 최선을 다 했더라면, 그녀는 아마 지금까지 살아 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녀는 다른 가수들이 보여주진 못한 것들을 과감히 퍼포먼스로 끊임없이 이슈화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당연히 가수들이니깐, 노래를 잘한다. 치열한 엔터테이먼트 세계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는 노래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마돈나는 30년이 넘게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노래를 잘하는 것이 재능의 한 부분이듯이, 퍼포먼스도 재능이다. 더군다나 자신의 노래와 함께 자신의 이념이나 가치를 최대한 표출시킬 수 있는 퍼포먼스에 능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거의 없다.
그래서 이승훈이 노래를 못한다 하더라도, 설사 그가 노래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더라도 그는 능력이 안되는 재능에는 포기할 줄도 알아야한다. 남들에게 인정 받기 위해, 되지도 않는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포기할 줄 모르는 근성으로 인정 받을 수 있겠지만, 그의 무대장악력이나 메세지를 전달하는 퍼포먼스가 관객들에게 공감을 얻고 지지를 얻을 때, 치열한 엔터테이먼트계에서 그의 퍼포먼스 승부수는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