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등교길에 아들애가 가방을 챙기다가, 엄마, 내가 지난 번에 읽었던 <가모브가 들려주는 원자이야기> 그 회사(그 회사란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수열이야기 주문 좀 해줘. 학교에서 대충 읽었는데 다시 읽어보고 싶어! 라고 하길래, 알라딘에 들어와 주문을 하고 구간이라 배송비가 붙어 다른 책 뭐 주문할까 하다가 도킨스의 신간이 나와 있길래 같이 주문 했다. 왠간해서 당일배송으로 하지 않는데, 오늘은 아들애가 수 년만에 주문하는 책이라  당일배송을 누르고 기다리고 있는 중. 꼭 오늘 안와도 상관 없지만.

 

이 책은 도서검색해보니, 대상이 청소년 이상이여서 중 1 인 큰애한테 도움이 될 것 같아 주문을 했다. 이번 책에선 전반적인 과학의 기초, 생물에서 물리까지 청소년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글을 쓴 것 같다. 도킨스와 이번에 공동작업한 데이비드 매킨의 그림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청소년 입장에서는 그림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이 책을 접근하기가 더 용이하지 않을까 싶기는 하다.

 

최고의 생물학자와 최고의 그림책작가(매킨을 정의하기가 꽤나 어렵네....여기서 그림책은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과 마블 그림책 모두의 일러스트)가 만든 작품이라 나름 가치가 상당하다.

 

도킨스의 글은 딱딱해서 쉽게 읽히는 편은 아니지만, 인간은 DNA의 숙주일뿐이라는 획기적인 발상은 그를 최고의 생물학자의 위치로 올려놓은 업적이라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을 전투적 무신론자로 일컫듯이, 이 책에서 우주의 기원 그리고 지구위 생물들의 진화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받아 봐야 알겠지만, 과학저술가 미치오 카쿠처럼 재밌게 씌여져 있기를.

 

나도 부모의 입장이지만, 아이들에게 인류의 기원에 대해, 신이 세상을 7일만에 창조했고 아담의 갈비뼈로 이브를 만들었는데, 그 이브가 뱀의 유혹에 빠져 우리는 원죄를 짓고 있다느니, 혹은 단군이 호랑이와 곰에게 동굴에서 마늘만 먹으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해서 곰이 어둠컴컴한 동굴에서 몇날 며칠을 마늘만 먹고 여자가 되었다느니 하는 따위의 설명을 아이들에게 하고 싶지는 않다. 만약 신화로 아이들에게 인류 기원이나 지구의 탄생을 이야기하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 생각한다(인류의 기원에 대한 신화는 카쿠의 평행우주에서도 언급되었는데, 그러고 보면 옛날 사람들도 세상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사람은 어떻게 태어났는지에 관한 인류의 기원에 대해 꽤나 알고 싶었는 듯).

 

19세기 이전에 우리의 선조들은 각 나라의 신화를 만들어 세상을, 인류의 기원을 이야기했지만, 19세기 이후, 물리학이나 생물학이 발전하면서 지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더 나아가 우주의 기원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본격적으로 알기 시작했다.

 

우주는 대폭발에서 시작되었다.

 

우주의는 작은 점에서 시작되었다. 러시아의 물리학자 조지 가모브는 만약 우리 우주가 먼 옛날, 한 점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한다면, 엄청난 고온, 고밀도의 상태였음에 틀림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그 점이 한순간 폭발되었고, 빅뱅때 생성된 뜨거운 열 속에서 우주를 이루는 모든 원소들이 만들어졌다는 논문을 그의 제자인 알퍼와 함께 내 놓았지만, 폭발 3초후 뜨거웠던 열기는 급속하게 냉각되면서 무거운 원소를 만들어 낼 수 없다는 모순때문에 그의 이론은 한동안 폐기되었다. 빅뱅 3초동안 만들어질 수 있는 원소는 가벼운 원소인 수소와 헬륨이었고 그래서 우리 우주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원소는 수소와 헬륨이다.

 

그렇다면 우주에서 발견되는 무거운 원소는 어떻게 만들어 졌단 말인가 ? 그와 대척점에 섰던, 정상상태우주론을 주장했던 프레드 호일에 의해 우주에서 어떻게 무거운 원소가 만들어 질 수 있는가를 밝혀지게 된다. 무거운 원소는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지는데, 초신성같이 엄청난 열로 끓고 있는 별의 내부에서 핵융합이 일어나ㅁ, 초신성은 수명을 다하여 죽는 순간 온도가 조단위까지 올라가므로 별내부에서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우주는 이렇게 가벼운 원소와 무거운 원소가 만나 만들어졌다. 그리고 우주의 많은 별들중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유일한 생명체가 살고 있는데, 다른 은하에도 생명체가 살 가능성은 많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단지 외계인이 있을 수 있다라는 짐작뿐이다.

 

지구에서 어떻게 생명체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적절한 우연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미치오 카쿠는 지구에서 생명체가 살 수 있었던 우연한 사건들을 나열하였는데,

1. 강한 자기장 : 생명체를 위협하는 우주선cosmic ray와 복사가 지구에 직접 도달하지 않도록 막아준다.

2. 적절한 자전속도 :  지구의 자전 속도가 지금보다 느렸다면 태양을 향한 면은 지나치게 뜨겁고 반대쪽은 모두 얼어붙었을 것이다. 그리고 낮과 밤이 바뀌면서 이 혹독한 환경은 이전과 반대로 반복된다. 또는 지구의 자전 속도가 지금보다 빠르면 태풍이나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불어서 모든 것을 쓸어 버린다.

3.은하의 중심으로부터 적절한 거리 : 만일 지구를 비롯한 태양계가 은하의 중심에 가까웠다면 치명적인 복사에 노출되었을 것이며, 반대로 중심에서 너무 멀었다면 지구는 DNA와 단백질을 생성하는데 필요한 원소들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다, 라고 설명하고 있다.

 

지구에서 최초로 DNA가 형성될 때까지는 무려 수억년의 시간이 걸렸고(p211), 다윈의 말대로 진화의 진화를 거듭하여 인류가 시작되었던 것이다. 종교에 의해 진화를 믿던 안 믿던 상관 없다. 다만 종교는 인간이 만들어낸 이야기이지만, 진화는 과학적 자료가 뒷받침 되어 있는 사실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큰 애가 어릴 때는 진화니, 우주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았다. 잘 받아 들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이가 어릴 수록 하늘의 별을 찾아보고 우주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요즘은 약간 후회가 된다.

 

어릴 때 이야기했더라면 더 많은 호기심을 가지고 하늘의 별을 쳐다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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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2-05-11 09:19   좋아요 0 | URL
오! 아들~ 제법인데요.
별자리 이야기나 우주의 기원 같은 것은 아이 어릴 적에 잘 들려주면, 좋겠지만... 음...
막상 제가 아는 게 없고 관심도 그닥이었으니, 안타까우나 필요성은 느끼면서도 실천은 안 되더라고요 우웅,,

기억의집 2012-05-11 12:00   좋아요 0 | URL
저렇게 뭐 주문해달라고 하면 으쓱하는데요. 정말 시험 성적 보면 제 어깨가 푸욱 꺼집니다. 국어하고 영어만 잘 봤어요. 나머진 정말..말하기가 창피할 정도에요. 흐흐

저도 그랬는데, 이젠 큰 애하고 우주의 기원이나 진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해요. 저 온다나 미미의 재미난 상상력을 좋아하는데, 사실 그들의 상상력이 제가 믿고 있는 사실과는 모순되긴 합니다. 그래도 그들의 소설적 상상력을 재미로 읽듯이, 울 아들과 현실의 사실과 소설적 상상력을 구분해 주려고요^^

책읽는나무 2012-05-12 07:56   좋아요 0 | URL
우주..음~ 울아들도 우주나 별자리 그닥 이해하지 못하는 것같아 그쪽계통책들은 그닥 읽지 않는 것같던데...안읽으면 커서도 안좋아하는군요.ㅋㅋ
(사실 저도 별로 안좋아해요.ㅋ)
과학분야도 싫어하고 좋아하는 부분들이 두드러지게 구분이 명확하더라구요.
인체나 우주,식물 이런 분야는 싫어하더라구요.
맨날 그림책이나 동화책같은 분야의 책들만 접하다 아드님의 책을 보니 성인용책들같아 보이네요.아드님도 독서수준이 좀 높아보이네요.맞나요?

역시 남자아이들은 과학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고개 끄덕거리다 국어랑 영어시험만 잘봤다는 말에 어? 했어요.ㅋㅋ
과학이랑 사회과목은 좀 뭐랄까? 좋아하는 것이랑 시험성적이랑은 좀 상관없는 것같아요.ㅋㅋ

기억의집 2012-05-12 09:38   좋아요 0 | URL
울 아들도 그닥 좋아하지 않는데,, 엄마가 읽으니깐 관심은 갖더라구요. 아주 조금. 보통 만화책 읽어요. 저는 만화책 좋아해서 모아놓은 게 꽤 있거든요. 요즘은 경찰서장 이란 만화책 읽고 또 읽고 하던데,, 그 만화책이 좋아서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렇게 되풀이해서 만화책 읽는 것은 권장하고 싶지 않더라구요.

과학하고 사회는 많이 알아야하는 것 같아요. 저는 학교 다닐 때 과학에 관심 없었는데,,, 관심을 가질 걸 그랬어요. 그래서 아들놈에게 열심히 설파~합니다

scott 2012-05-12 09:50   좋아요 0 | URL
기억의 집님이 써주시는 사이언스페이퍼 읽으면서 배우는거 많아요.
신문 토요판 북스코너보다 훨씬 좋아요.
요즘 윌슨이 새로낸 책때문에 미국은 논쟁중이던데 그쪽은 진화론때문에 아직도 종교계와 충동하고 있네요.

우주에 관한거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을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2-05-14 18:55   좋아요 0 | URL
윌슨의 새책이 지금 논쟁중이군요. 아마존 들어가서 봐야겠어요. 몇 년전에는 영어쪽에 열심히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놓았더니 이젠 낯설어요. 미국은 기독교 근본주의가 문제더라구요. 복음주의도 그렇고.
저의 부모는 무교인데,,새삼 자식들엑 종교를 물려주지 않는 게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최신우주이론은 어려워서 잘 이해가 안 되네요. 어디에서부터 풀어야할지 모르겠어요.

희망으로 2012-05-12 19:37   좋아요 0 | URL
얇은 습자지처럼 짧은 지식 밖에 없어 과학적인 설명을 하려면 금방 막혀요.
과학의 분야도 다양해 저도 진화 쪽은 관심이 가기는 하는데 책을 잡게 되지는 않더라구요.

기억의집 2012-05-14 18:57   좋아요 0 | URL
첨엔 헤매더라구요. 저도 외계어 읽는 줄 알았는데, 지금은 그래도 읽고 또 읽으니 어느 정도 이해가 돼는데, 그래도 어려워요.
저 요즘 미우라 시온 소설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데,,재밌어요^^
 
카메키치의 방학 숙제 해치우기 생각쟁이가 읽는 저학년 동화 1
무라카미 시이코 글, 하세가와 요시후미 그림 / 웅진씽크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품절


딸아이가 읽으면서 키득거리길래, 뭐가 그리 웃길까 싶어 읽어보았다. 저학년 용이라 분량이 금방 읽을거리여서 때마침 밥상 물리고 한가할 때라 읽었는데, 읽으면서 카메키치와 친구 신고의 명랑발랄, 엉뚱하면서 유머러스한 상상과 행동에 낄낄거리며 읽었다(카메키치의 친구 신고는 엽기발랄한 짱구와 거의 쌍벽을 이룰 수 있는 라이벌쯤!).

 

초등학생 그림 스탈을 언제나 구사하는 하세가와 요시후미라서 표지는 한 눈에 알아보았지만, 무라카미 시이코라는 작가에 대한 정보는 전혀 알지 못했다. 어린 시절, 방학 끄트머리 때마다 숙제 대한 걱정만 앞설 뿐 제대로 숙제를 해 간 적이 없었던 기억이 떠올라 이 책의 제목에 대한 친근감이 따스하게 다가왔는데, 책 제목으로 봐선 아이들에게 대충 방학 숙제를 한꺼번에 하지 말고 방학 기간 동안 착실하게 시간표 짜서 하도록 유도하는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어쩌면 그래서 더 읽고나서 유쾌한 것일 수도 있다. 작가가 아이들을 보는 시선이 고무적이거나 교훈적이지 않았다. 10살 무렵의 아이들이 상상할 수 있는 엉뚱함이 재밌게 그려져 있고, 아이들의 세계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따스한 선생이 그려져 있어 저학년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공감하고 잔잔한 감동을 느끼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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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03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재밌어 보여요.. 그나저나, 한달치 일기를 하룻밤만에 땀 뻘뻘 흘리며 쓰던 개학 전날이 생각나네요. 초딩 시절에 말예요..ㅋ

기억의집 2012-05-08 18:40   좋아요 0 | URL
저도요. 방학 전날 걱정 엄청 하잖아요. 이것도 안하고 저것도 안하고.
방학 끝나고 방학 숙제 잘 하면 학교중앙현관복도에 전시해 놓고 그랬는데,,, 다 추억이네요.

희망으로 2012-05-04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람의 그림은 보기만 해도 기분좋아요^^
제목만 봐서는 저도 그럴꺼라 생각했는데 아닌가보죠. 그런 의외성이 더 재밌을 것 같아요.
점점 즐겁고 유쾌한 책이 좋아집니다.

기억의집 2012-05-08 18:41   좋아요 0 | URL
색이 너무 진하죠. 색이 너무 진하고 강해서 첨엔 부담스러웠는데 자꾸 보니깐 나름 괜찮더라구요. 저도요. 인간적인 이야기들이 좋아요. 그래서 다시 미야베 미유키 책 읽고 있어요^^

책읽는나무 2012-05-07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수쳐주고 싶은 책이네요.^^

기억의집 2012-05-08 18:42   좋아요 0 | URL
나무님, 혹시 이 책 보내드릴까요? 우리 식구는 다 읽었는데..

책읽는나무 2012-05-12 07:57   좋아요 0 | URL
아 정말요??
네,네 받을께요.
착불로 보내주세요.^^

기억의집 2012-05-12 09:38   좋아요 0 | URL
요 책이랑 몇 권 더 보내드릴께요^^

에세르 2012-05-09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등학교로 돌아가면, 방학숙제는 안할려고 합니다. (너무 순진해서) 꼭 해야한다는 강박이 있었지요. 방학숙제만 없었다면, 참으로 꿈같은 시간이었을텐데 말입니다.^^
저학년용 책이 교훈적이지 않다니, 굉장한 반전인데요? 맘에 듭니다.^^
표지에 나와있는 친구가 카메키치인가 보군요. 당당한 얼굴이 미치도록 러블리하군요..^ㅁ^ 추천 꾹!

기억의집 2012-05-10 18:52   좋아요 0 | URL
와, 모범생이셨군요. 저는 방학 숙제 단 한번도 해 간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야말로 꿈같은 호시절을 보냈는데, 방학 막판은 거의 노심초사, 좌불안석이었어요. 밀린 숙제 때문에. 일기도 첫 며칠만 쓰고.

교훈적이지 않았고 방학을 어떻게 잘 짜서 보내야한다는 메세지도 없어요. 특히나 맨 마지막 담임선생님의 말 한마디가 이 작품의 진가를 보여줍니다. 멋지고 따스한 선생이더라구요.

네! 카메키치 맞아요^^
 

아침에 애아빠가 늦었다길래 전철역에 차로 데려다 주고 오는 길에 엘리베이터 앞에서 같은 동에 사는 우거지상 아저씨를 만남. 키는 그렇게 큰 편이 아니고 약간 마른 체형의 아저씨인데, 재활용때마다 오만가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재활용을 해서 내가 우거지 아저씨라 별명을 붙였다.

 

암튼, 이 우거지아저씨를 토욜 아침 재활용시간에 간혹 만난다. 우리 아파트 재활용 시간은 토요일 아침 9시까지. 솔직히 불만들이 많다. 주말에 늦잠 자는 사람이 꽤 될텐데 꼭 아침 6시에서 9시까지 재활용을 내 놓으라고 해서 주민 불만이 장난 아니지만, 부녀회에서 밀어부치고 작은 아파트 단지라 경비아저씨들이 그 시간 이후에는 각자 일을 하셔야하기에, 주민 불만이 많아도 시간을 변동할 수 없다고 한다. 규정이 그렇다는데 할 수 없지 뭐. 늦잠 자는 경우가 많아 토욜에 자명종을 맞춰 놓고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러 나간다.

 

요즘은 맞벌이 시대라 아파트 재활용시간에 보면, 남자들도 많이 하고 고등학교 아이들도 간혹 눈에 띈다. 아침 칼바람 맞으며 재활용 분류하는 거, 전업주부인 나도 나가기 싫은데, 전날 늦게까지 일하고 온 남자들이 재활욜 하려면 귀찮기도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우거지아저씨를 오해를 했다. 언제나 재활용 분류할 때 오만가지 귀찮다는 표정을 지어서 부인에 대한 불만이 얼굴에 나타난 것인줄 알았는데, 지난 토요일 그게 오해였다는 것을 알게 된 일이 있었다.

 

지난 토요일 아침, 나는 재활용 분류를 끝마치고 올라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그 우거지아저씨와 그 부인이 엘리베이터에서 재활용품을 함께 내리는 것이었다. 그 날따라 그 집 재활용품이 많아서 속으로 많아서 부인까지 합세하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 우거지아저씨 부인이 아저씨와 재활용품을 엘리베이터에서 함께 내리고, 아저씨를 따라가 도우려고 하니깐, 그 아저씨 하는 말,

 

아, 됐다니깐. 혼자 할 수 있는데 왜 내려와 가지고..빨리 올라가서 더 누워있어~ 

 

이러는거다.  아저씨 부인 멋적어서 괜찮다고 하는데도, 아저씨가 올라가 더 자라고 재촉해서 엘리베이터 지연 단추를 누르고 있던 나는 아저씨 부인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다.

 

저 말 듣는데, 벙~ 쩍었다고 해야하나. 저 아저씨 그동안 그 표정은 무엇이었단 말인가. 사람은 겪어봐야 한다고 하더니만, 우거지 얼굴은 단순한 겉모습이었단 말인가. 왜 나는 아저씨의 우거지상 얼굴만 봤지, 그 아저씨가 매번 그렇게 재활용 분류하러 나온다는 사실을 관가했을까. 매번 그렇게 나오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사실 말 한마디가 정말 별 거 아닌데, 나는 아저씨의 가족 사랑, 부인 사랑, 가족 내에서 자신의 희생 그리고 따스한 맘이 느껴졌고 감동스러웠다고 하면 오버일까. 기혼여성들은 천만번  남편이 입발린 소리로 사랑한다는 단 한마디의 말보다 저 말이 남편이 자신을 얼마나 아끼고 위하는 말인지 잘 안다. 우리나라 90%이상의 기혼남자들은 올라가서 더 누워있어라는 말보다 밥차려놔~ 라고 말을 하지 더 누워있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많은 남자들이 결혼을 하면, 여자가 무슨 슈퍼우먼인 것처럼 자신의 본가에서 처가에서 당연히 많은 일을 해야하는 것쯤으로 알고 있고, 내가 집안 일을 더 많이 하네, 마치 자신이 집안 일을 더 많이 하면 무슨 날벼락이라도 떨어지는 줄 아는 남자들이 대한민국 남자들이다. 나는 남자여서 당연히 집안일쯤은 안 한다는, 이런 생각이 아주 고깝다. 정치적으로 아무리 진보를 외치면 뭐하냐, 차라리 생활진보가 진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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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2-04-27 12:21   좋아요 0 | URL
생활 진보가 진보지.......... 완전 공감입니다!
아저씨의 우거지상은, 재활용이 아닌 다른 사유거나 타고난 모습이었던건가 보네요. ^^

기억의집님, 오늘 머 보러 가신다구요? 아 부럽다~ 부럽다~
그리고 너무 고마와하는거 아시죠? 아까도 쪽~ 해드렸지만, 다시 쪽~ 쪽~
(제가 원래 닭살 스타일이니 이해하셔염~ 호홋.)

추신. 새 글을 즐찾 공개 브리핑에 띄우게 해주시면 안 될까요?
기억의집님 글이 올라왔나 보려면, 들어와서 확인해야 한단 말예염~

기억의집 2012-04-28 22:39   좋아요 0 | URL
미혼은 아저씨의 마음씀씀이가 얼마나 통큰 것인지 잘 모를거에요. 대부분의 남자들은 밥차려 이러는데.... 더 가서 자라는 말이 얼마나 아내분을 아끼는 것인지를요.

나이가 들수록 정치보다는 생활면에서 진보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흐흐.
전 나중에 명절, 제사, 울 아들 결혼할 때 예단이나 꾸민비같은 예식, 유교적인 잔재들 다 없앨 거에요. 아들에게도 양육과 살림 공평하게 해야하게끔 할거구요. 정치진보보다는 생활진보가로 살렵니다^^

어제 가가 공연 갔다왔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네시간 서 있었는데, 허리가 아파 설설 기여서 집에 왔어요. 늙긴 늙었나봐요. 그 여파 오늘까지 끼쳐서 몸이 푹 꺼지더라구요.

즐찾공개브리핑이 뭔지 모르겠어요. 한번 찾아볼께요^^

책읽는나무 2012-05-07 16:36   좋아요 0 | URL
아~ 그럼 기억님은 일부러 즐찾 공개 브리핑에 공개를 안하신 것이 아니었군요? 몰라서였었군요.ㅋㅋ
저도 한 번 찾아오려면 예전 댓글을 다시 들어가서 클릭해야되는 약간의 번거로움이 있더라구요.^^
공개로 돌려주세요.

icaru 2012-04-30 09:25   좋아요 0 | URL
저희 집 아저씨는 그나마 훌륭한 점수를 줄 수 있긴 하지만, 그만큼 저에 대한 기대치도 높은 거 같더라고요~ 제가 그런 방면으로는 좀 무디기도 하고, 그래서 서로 상처를 줄 때가 있거든요. 여튼, 남하고 사는 게 쉬운가, 막말로 전 그런 생각도 해요~ ㅎㅎ 저 무슨 소리 한 건지..

2012-04-30 2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2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5-03 0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2-05-03 13:39   좋아요 0 | URL
맛있게 잘 먹으셨다니 다행~
알라딘 오랜만에 들어와 보는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12-05-07 16:41   좋아요 0 | URL
우거지상 아저씨는 원래 표정이 타고나셨던게로군요.흠~
많은 생각을 품게 해주신 귀한신 분이셨네요.^^

이곳 저곳 이사를 많이 다녀보니 재활용 쓰레기를 비울때 풍경을 살펴보면요.
그래도 시골보다는 도시에서 재활용쓰레기를 비울때 남자들이 많이 참여하는 것을 살펴볼 수가 있어요.(그것도 젊은 남자들요.ㅠ) 맞벌이를 하면서 또는 남자들이 알아서 집안일에 협조적인 형태로 바뀌어가는 것같은 모습이 엿보여요.
시골에선 정말 보기 힘든 풍경이거든요.남자들이 아주 권위적입니다.
울신랑도 그때 그때 분위기에 맞춰 흐름을 잘 타더라구요.ㅋㅋ
권위적인 동네에선 자기도 따라가고..순간 나자신도 동네언니들따라 사고방식이 어느새 젖어들게 되더라구요.
생활의 진보란 말씀에 정신이 번쩍 뜨이네요.ㅋㅋ

기억의집 2012-05-08 18:44   좋아요 0 | URL
도시에서는 맞벌이가 대세라 남자들이 많이 버리더라구요. 교대도 없이 그냥 남편이 버리는 것으로 정해진 것 같더라구요. 저도 아들이 있잖아요. 나무님~ 그래서 그런 모습 보면, 과연 나는 울 아들이 저렇게 하면 정말 심술이 날까?하는 생각이 들곤 해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지금부터 다짐도 하고요.

저는 생활진보자로 거듭날 거에요. 진짜로~

감은빛 2012-05-08 17:50   좋아요 0 | URL
저희 집에서도 쓰레기는 늘 제 차지입니다.
재활용쓰레기와 일반 쓰레기는 그래도 쌓아놓았다가 버려도 괜찮은데,
음식쓰레기는 냄새가 심해서 버릴 시기를 놓치면 곤란하잖아요.
가끔 이삼일 연속 늦게 들어오는 날이면,
아내가 좀 버려주면 좋겠다 싶은데도 절대 손을 안대더라구요.

육아를 비롯한 집안일들이 사회생활과 그 외의 활동에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지만,
당연히 함께 해야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노력합니다.
재미있게도 아내는 제가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하구요.
제 주위의 사람들은 저를 거의 전업주부 수준으로 여긴답니다. ^^

기억의집 2012-05-08 18:54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아내분께 말씀하세요. 나중에 스트레스 엄청 쌓여요. 집안일은 누가 더 많이 하고를 떠나 각자 똑같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내분께 웃으면서, 음식쓰레기 내가 못 버리면 쫌 버려줘~라고 말을 해야지 아내분도 행동에 옮기지 않을까요?
님의 글을 읽으면 거의 집안일을 동등하게 하시는 것 같더라구요. 대부분의 여자들은 아이들 어린이집에서 데려오기 위하여 퇴근시간 부리나케 오는데 감은빛님은 님이 데리고 오시잖아요. 사실 그게 별거 아닌것 같은데도 대단한거거든요. 왜 그걸 몰라줄까요?
저는 요즘분들 보면, 서로 배려하고 고마워하는 마음이 부족하더라구요. 그게 안타까워요.가정은 어느 한 사람의 희생으로 세워지는 곳이 절대 아니랍니다. 부부가 서로 배려하고 협력해야 좋은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요. 저는 그걸 깨닫는데 10년 걸렸어요. 이젠 할말 다 하고 살아요^^ ㅋㅋ
 

 

14살과 11살된 아들애와 딸아이가 아이패드에서 틀어대는 음악소리가 이젠 듣기 거북하다. 거실에서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가 소음으로 느껴지지만, 꾹 참는다. 아이들이 음악을 좋아할 만한 시기라고 생각해서이다. 나 또한 우리 아이들 또래에 라디오를 하루 종일 끼고 살았으니깐.  다른 게 있다면 내가 라디오 세대였다면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선곡해서 듣는 아이패드 세대라고 해야하나. 뭐 어쨌든. 

 

돌이켜보면, 내가 처음 대중음악을 들었던 것이 11살 겨울 방학이었다. 노래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바카라라는 아바와 비슷한 음악을 했던 유럽가수였다. 바카라를 시작으로 음악의 지평은 빠른 속도로 넓어져 갔다. 아바, 올리비아 뉴톤 존,  신디 로퍼, 마돈나, 레드 제플린, 디오, 브루스 스프링필드, 크림등 쟝르에 구애받지 않았다. 나에게 청소년 시절은 힘들었던 시기였기에 음악은 나에게 자유이자 위로 같은 무형의 존재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10살 이전, 이후의 아이들은 확실히 다르다.10살이 넘으면 십대의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낸다.  10살 이후에는 몸과 함께 정신적, 심리적으로  성장해갔다라는 말도 될 것이다. 그 때 대중음악의 그 어떤 감성적인 측면이 그 아이의 감성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귀가 열릴 수 있다. 모든 아이들의 감성이 대중음악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평생 대중음악이 들리지 않을 수 있으며 싫어할 수도 있다. 아이들마다 수용하는 시기와 방식은 다 다르다. 어떤 아이는 11살이 되자마자 자신이 좋아하는 대중음악을 찾아낼 수 있고 어떤 아이들은 18살이 넘어도 무관심 할 수 있다. 또한 어떤 아이들은 팝이나 락을 좋아할 수 있고 다른 아이들은 클래식이나 재즈를 더 선호할 수도 있다. 10대의 마음이 음악에 대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그건 그 아이의 감성과 귀에 달려 있다. 어떤 분야둔, 그게 음악이든, 미술이든, 운동이든 간에 아이가 반응할 수 있는 시기가 있는 듯 하다. 일단 마음이 어떤 분야에 작동하기 시작하면 귀가 열리고(음악), 눈이 반짝이고(미술같은 시각적인 것), 근육이 활발하게(운동이나 댄스종류)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귀가 있다고 모든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 것은 마음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그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어느 시기에 마음의 센서불이 켜지는 것인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아이들의 마음의 작동이 서서히 세상을 포용하기 시작하는 것이라면, 나이듦은 서서히 그 작동이 느릿느릿 움직이며 멈추는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10,20대 그렇게 열렬하게 좋아했던 음악(심지어 메탈까지도, 메탈리카 엄청 좋아했던 이십대를 떠올리면 벙긋 웃음이 나올 정도)이 요즘은 크게 와 닿지 않고 매력적이지도 않는다. 요즘은 주로 아침에 설거지나 청소하면서 클래식이나 재즈같은 조용한 음악을 듣는다. 어느 날엔 무음의 소리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보수화가 되어 간다는 것은 이렇게 세상의 모든 흥미롭고 경쾌하고 신나는 것에서 서서히 귀가 닫혀가는 것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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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12-04-26 15:42   좋아요 0 | URL
셔플 댄스 추면서 티아라의 러비더비 들으면 신나더라고요.한 번 흔들어 보세요!

기억의집 2012-04-27 08:02   좋아요 0 | URL
ㅋ 전 티아라보다 레이디 가가의 배드 로맨스로~

icaru 2012-04-30 09:21   좋아요 0 | URL
1장 표준 설비
2장 생각하는 기계
3장 얼간이들의 복수
4장 마음의 눈
5장 좋은 생각
6장 다혈질
7장 가족의 소중함
8장 인생의 의미

어떤 책인가 하고, 들어가 봤더니 목차가 이렇더라고요~ ㅎㅎ 매장마다 호기심이 엄청 일어나요.. 근데, 표준 설비는 또 뭔지,, 미리보기로 라도 봐야겠어요 ^^

저도 대중 가요는 6학년 때 귀에 한꺼번에 들어왔던 거 같네요. 지금도 아련한 곡들은 6학년 때 들었던 가요들이라,,, 이정석이나 유열, 촛불잔치 부른 사람이 누구더라 아무튼 그 세사람 ㅎ 고1 때는 좋아하는 선배언니한테 줄 가요들을 선곡해서 음악사 아저씨한테 맡겨가지고 공테이프에다가 만들어서 갖다 바치고 그런 일도 있었네요 ㅎㅎ 아하하 모처럼 또 추억 여행이네요~푸하하

icaru 2012-04-30 17:36   좋아요 0 | URL
아,,, 맞다 글고 보니,,, 와~
강렬한 공연일수록,,, 후폭풍이 ㅎㅎㅎ
푹 쉬고 계신거죠?

기억의집 2012-04-30 20:39   좋아요 0 | URL
저 양반의 글이 어려워서 읽어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ㅋㅋ
갑자기 우리의 맘이라는 게 어떤 시기가 오면 작동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페이퍼는 다시 써야지 하고 있는데,
가가 갔다와서 계속 뭐가 그리 바쁜지. 여기 잠깐잠깐 들어오게 되더라구요.
저 진짜 나이 들었나봐요. 허리가 너무 힘들어서 설설 기여서 왔어요. 와서 설거지 잔뜩 있었는데, 도저히 할 엄두가 안나서 잠자고 다음날엔 약속이 있어 나갔다오고 하니 주말 동안 몸이 푹 꺼지더라구요.
오늘, 가가 쓸까 했는데, 아들냄이 시험이라서 봐 주어야할 것 같아요. 지금도 옆에서 채점 해달라 모르니깐 봐달라 하네요^^
친하게 지내는 엄마 하나는 아들한테 야, 나는 받아쓰기시절에 해 줄거 다 해주었어. 더 이상 요구하지마,했다는데~
아마 가가는 낼(아, 낼 울 남편 노는군요^^)모레나 써야겠어요^^

책읽는나무 2012-05-07 16:50   좋아요 0 | URL
촛불잔치는 최재성이었나?
갑자기 최재성이란 이름이 확 떠오르네요.맞는지 몰겠지만..^^

전 이문세에 완전 빠져 있었어요.신랑이랑 나이가 한 살 차이밖에 안나 학창시절얘기를 하면 그런대로 세대차이가 없는데 이문세 좋아하는 것도 똑같아 차안에서 이문세 cd틀어놓고 운전을 하거든요.근데 각자 혼자만의 추억에 젖어 노래가 흐르는 동안은 서로 아무말 안해요.ㅋㅋ
난 나대로 첫사랑 생각하곤 하는데 울신랑은 도대체 무슨생각을 할까요?ㅠ
이정석의 '사랑하기에'라는 노래 참 좋아했었는데..^^

어릴때 듣던 가요의 정서는 나이 먹어도 그대로 가는 것같아요.
그때 듣던 스타일의 가요를 계속 찾아서 듣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나가수'를 꼭 챙겨보곤 했었던 것같아요.
지금 시즌2는 조금 적응이 안되네요.ㅠ

책읽는나무 2012-05-07 16:53   좋아요 0 | URL
요즘 아들녀석이 대중가요에 서서히 눈을 뜨는 것같은데 님의 페이퍼를 듣고 보니 그렇구나~ 이제 귀가 열릴시기로구나! 다시 한 번 깨닫고 가네요.
이제 더욱더 가요를 더 즐겨듣겠군요.
제발 내가 즐겨듣는 가요의 정서랑 잘 맞아떨어지는 가요를 좋아해줘서 서로 같이 들었음 좋겠네요.엄마도 자식들의 즐겨듣는 음악을 소음으로 여기지 않고 함께 귀에 꽂고 들음 멋진 풍경이 될터인데 말입니다.^^

기억의집 2012-05-08 18:56   좋아요 0 | URL
그러면 좋아요. 요즘 울 아들이 엄마, 이 노래 알아? 물어보면서 80년대 팝이나 락음악을 틀어줘요. 그리고 권해달라고 하고요. 그러면 저는 내가 좋아했던 곡이 이런 곡이었어,라고 말해줘요. 울 아들은 퀸 좋아하더구요. 작년만해도 몇 몇 곡을 권해도 시큰둥하더니, 요즘은 귀에 들어오나 보더라구요^^
 

 

몇 년 전에 친정언니의 시누이 시아버님이 돌아가실 때, 장례식에 돌아와서 하는 말이 시누이 시아버님이 자신의 몸을 의과대학에 기증해서 삼오제를 치루지 않는다는 거였다.

 

그 연세라면 화장하지 말고 땅에 묻히고 싶어 묘비 세워달라, 이거 해달라, 요구 사항도 많을텐데, 그게 가능해? 라고 물으니, 원래 그 분이 그런 분이시란다. 그 나이에 비하면 정치적으로나 생활면에서 상당히 진보적이시고, 말보다 행동으로 실천하셨던.

 

그 때까지 사실 젊은 나도 내 시신을 의학발전의 기여를 위해 기증하겠다,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해 본적이 없다. 심지어 장기 기증조차도. 그런데 팔십 가까이 되신 어르신이 자신의 신체를 의과대학에 기증하셨다니, 놀랍기 그지 없었다.

 

우리 나라의 장례문화를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면, 저 분의 저 용기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것이다. 우리 나라 장례문화는 엄청 보수적이다(애아빠 친척분이 지난 여름에 돌아가실 때, 전통방법으로 장례를 치를 정도였으니깐). 특히나 저 연세정도라면, 풍수지리 따져가며 후손의 앞길이 잘 되니 마니 하면서 매년 제사밥 꼬박 챙겨야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아는 세대이기에, 그 어르신의 선택은 대담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여하튼, 그 말 듣고 나도 죽으면 시신 기증을 해 볼까,도 생각해 봤다. 나야 어차피 매장을 반대하고 화장쪽을 선호하고, 매장을 하더라도 봉분이 눈이 쌓이고 비바람에 깍이는, 세월의 풍파에 저절로 봉분이 사라져야 하고 뼈 또한 썩어, 자연의 원래 형태로 돌아가야한다는 주의여서, 시신 기증에 대해 그렇게 어렵지 않다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 시신기증에 대한 맘이 싸악 사라졌다. 아니 솔직히 내 벗은 몸을 보고 히히덕 거릴 웃음과 내안의 장기들이 학생들에 손에 너덜너덜해진다고 생각하면, 죽은 몸이라도 끔찍하고 비참해지는 것이다. 이 책에는 시신을 해부하는 동안 학생들의해 내장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장면도 나오는데 그 때의 그 격렬한 거부감이란....

 

신체의 일부를 기증하는 것이 아닌 시신 전체를 기증하는 분들이야말로 정말 용기 있는 분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분명 자신의 몸을 기증할 때 자신이 몸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다루어질지 어느 정도 강의나 교육을 받지 않을까. 어떤 식으로 행하는지 알면서도 기증을 결정하다니,,, 나를 어느 정도 버려야 그런 용기가 날 수 있을까.

 

우리나라같은 경우, 시신을 해부하도록 기증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의대생들이 해부를 위해 시신을 사는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런 댓가 없이 자신의 시신을 기증하는 분들은 사회에 기여가 무엇인지, 실천하는 삶이 무엇인지 몸바쳐 보여 주시는 것이 아닐까 싶다.

 

참고로 시누이의 시부는 일년 후에 의과대학에서 시체를 가져가라고 전화 왔다고 한다. 너덜너덜해질 데로 해졌을텐데, 그 모습을 본 가족의 충격은 어떠했을까. 알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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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2-04-25 13:13   좋아요 0 | URL
아, 의과대학에서 해부를 해본뒤에 그 시체를 다시 가져가라고 하는군요! 전 일단 시체를 기증한 순간 거기서 끝났다고 생각했는데요.
그 순간 끝나는게 더 잔인한건지 너덜너덜해진 시체를 가져가라고 하는게 더 잔인한건지, 그건 판단이 잘 안되네요.

기억의집 2012-04-25 13:46   좋아요 0 | URL
저도 뒤져보지 않고 언니말에 의존해서 써서.
그 때 언니가, 일년 후에 시누이 시부 시체 가라고 전화 왔다고 하더라,라고 저한테 말했거든요. 게다가 해부했으면 어느 정도 장례비용 좀 내 놓지 일체 안 내 놓더라고 분개해서 말해서. 더 기억에 남아요.

그 땐 사실 인체해부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런가보다했는데, 이 책 읽고 그 전화가 과연 정당한 전화인가 생각이 들더라구요. 이 책에선 해부하고 나선 시체를 돌려주지 않더라구요. 안 돌려 주는 게 맞는 거 같구요. 해부한 시체보고 얼마나 경악했을까 싶어요. 휴~ 저는 만약에 시체기증 하라고 하면, 가져간 곳에서 다 처리해 달라고 하고 싶어요. 저는 후자쪽이 더 잔인한 거 같아요.

2012-04-25 14:55   좋아요 0 | URL
휴~ 진짜 시신 돌려주는 건 좀.. 차라리 정중히 화장을 해서 뼛가루 형태를 돌려 주는 건 어떨까요? 여튼 진짜 특이한 책도 읽으시는군요! 기억님.ㅎㅎ

기억의집 2012-04-25 15:01   좋아요 0 | URL
와우 완전 찌찌뿡, 나 방금 한사람님 덧글에서 섬님 보고 반가워 섬님방 갔다와지요~ 와우 그동안 잠수타고....근황이 궁금해서 죽는 줄 알았어요^^

그렇죠. 좀 특이하죠. 큭큭.
재밌긴 해요. 어렵지 않아서 술술 읽히더만요. 다만 시체기증은 장담 못 하겠더라구요. 아직도 유교사상이 뿌리 박혀 있나봐요. 내 몸에 대한 애정이 이렇게 많은 줄 미쳐 몰랐어요.

어쩜,가족분들이 해부 다 끝나고 돌려달라고 한 것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방금 들었어요. 건너건너 아는 분들이라 정확한 상황은 모르고 언니를 통해서 들어서~ 왠간해서 그 상태로 돌려주었다간 멱살 잡히지 않겠어요.^^

희망으로 2012-04-25 19:55   좋아요 0 | URL
저도 장기기증 할까 라는 고민을 해본적이 있어요.
사람들이 장기기증 서약하고 자신의 건강 관리를 더 하게된다네요. 운동도 열심히 하구요.
그런데 나중에 내 몸의 어떤부분이 건강해서 기증가능한 부분이 있기는 할까 싶기도 하구요. 전 안 할 핑계먼저 만들어 두잖아요.
장기기증의 경우 적출 후 봉합해서 유가족에게 인도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신체의 전부를 기증하는 경우 달라질거구요. 분골로 받는 것도 가능하구요. 너덜너덜 한 채로 받게되면 남은 가족에게 넘 끔찍할 것 같아요. 그점때문에 기피한다고들하죠...어차피 죽으면 썩을 몸인데 하면서도 선뜻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역시 용기가 없고 비겁한 거죠...

기억의집 2012-04-26 12:53   좋아요 0 | URL
진짜요. 희망님!
전 그런 생각 해 본 적 없어요. 죽으면 화장 해줘,라고 말은 해도 내 시신의 일부를 어딘가에 기증을 해서 새 삶을 얻도록 해 준다는 생각 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책 읽고 더 용기가 안 나요. 그 때 언니의 시누 시부가 시신 기증을 이야기할 때 그럴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뭐...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고 생각할수록 그 분이 대단한 분이구나 싶어요. 그 연세에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텐데.

군자란 2012-04-26 09:25   좋아요 0 | URL
살아가면서 어떻게 죽느냐가 중요한 문제인것 같습니다. 요즘 기억, 의식, 이런 책들을 읽다보면 궁극적으로 죽음이라는 부분을 피할 수 없는 문제이기에 자기 자신의 시신을 기증하신 분도 어쩌면 그 분의 용기있는 결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 주위에도 돌아가신분이 유언으로 주위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부의금도 받지 않고 장례비용을 자식에게 남겨주신 분도 보았습니다. 어쩌면 우리 마지막이 어떤 모습으로 가느냐가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생각 합니다.

기억의집 2012-04-26 12:57   좋아요 0 | URL
지난 번에 기억을 찾아서인가 100자평 읽었어요. 군자란님은 뇌쪽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더라구요. 어휴, 저는 뇌나 신경쪽은 이해가 거의 안 가더라구요.

저는 정치적 진보말고 생활 진보 하고 싶어요. 사실 저는 제사나명절 장례식 이런 예식 안 하고 살고 싶어요. 저의 집은 아이들 돌잔치, 환갑, 칠순도 그냥 조용히 넘어가거든요. 나중에 애들 크면 많은 부분 없앨 거에요. 전 아들도 있지만, 며느리보고 꼭 시댁쪽으로 맞춰 살란 말 하고 싶지도 않고요. 명절도 꼭 시댁 먼저 오라고 안 할거에요. 놀러가면 놀러가라고 할겁니다. 너무 우리 나란 시댁문화에 맞춰 살아야 하더라구요.

icaru 2012-04-26 10:58   좋아요 0 | URL
내 몸에 이렇게 애정이 많은 줄은 몰랐다는 말씀에,, 끄덕끄덕
이 리뷰 읽으면서 전에 없던 내 몸에 대한 애정이 생겨나는 거예요.ㅎㅎ
썩어 없어질 몸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잘 살아야겠고 잘 죽어야겠다고~ 한술더떠ㅎ 내 죽은 사후에 일을 어떻게 진행시킬지 미리 주관하고 정해두고 싶은 맘도 없잖아 생기니,,, 웬 오버래요~^^;;

기억의집 2012-04-26 13:00   좋아요 0 | URL
썩어 없질 몸이라 저는 화장이 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매장은 정말 후손들한테도 자연한테도 미안한 일더라구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시신을 거두는 모습이 용기 있죠. 저 나이에 정말 쉽지 않으실텐데. 그 시부의 아내분은 얼마나 반대했을까요. 결국 고인의 뜻을 따라야할 때... 그 아내분의 묵인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 화장해 달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서리~

마녀고양이 2012-04-26 11:48   좋아요 0 | URL
저는 엉뚱하게도,
장기 기증하고 생각하면 하두 골병든 곳이 많아서
이 몸을 기증하면 쓸 곳도 없는거 아냐, 이런 생각부터 하고 있답니다... ㅠㅠ.

저 오늘 책 한권 골랐거든요, '죽음과 삶'에 관련된...
사고 싶긴 한데, 최근 읽지도 못 하고 집에 쌓인 책과 엄청난 과제를 생각하면...
책 구매.. 아니~아니~ 아니되오~~~ !

오늘 헤르메스님 서재에서 <아니~아니~아니되오!>라는 문구를 보고 나서
내내 써먹고 싶어요, 헤헤. 허경환 볼 때마다 정~말 잘생겼구나 싶은... 음, 이런,
이렇게 진지한 페이퍼에 단 댓글이.... 아휴휴. 죄송해염~

기억의집 2012-04-26 13:32   좋아요 0 | URL
헤르메스님 글 올리셨나보군요, 꾸준히 올라오시는 것 같아요. 저도 즐찾해서 잘 보고 있어요.

어휴, 무슨..진지한 페이퍼인가요~ 어제 해부학자 리뷰 쓰면서 리뷰에는 안 썼지만, 쓰면 길어질 것 같아서 페이퍼로 돌렸어요, 꼭 써야할 것 같아서.. 그 때 시신기증이 엄청 뇌리에 남았나봐요. 그게 몇년 전 일인데 아직도 기억하는 거 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