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초순에 오키나와에 갔다왔어요. 미미여사의 <안주>와 함께~
몇 년동안 저 책들을 읽으면서 아, 나도 오키나와 한번 갔다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이는 살림살이 때문에 차일피일 미루다가.... 친정엄마가 올해 칠순이세요, 그래서 큰 맘 먹고 친정 식구들하고 갔다 왔습니다. 어쩜 엄마 칠순 아니면 오키나와는 그냥 선망의 섬으로 남았을 지도. 친정엄마가 오키나와를 선택한 데에는 아무래도 김선아가 나온 여인의 향기>라는 드라마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관광 가기 전에 미미여사의 <안주>를 모델로 선정해서 호텔 식당에서 한 컷. 오키나와 음식이 생각보다 우리 입맛에 안 맞아서 먹을 만한 게 별로 없었어요. 진짜 입에 착착 달아 붙은 음식 하나 없었답니다. 우린 입맛이 좀 칼칼한 것을 좋아하는데 반해, 여긴 음식은 밍밍해요. 오죽하면 매운 거 별로 안 좋아하는 우리 애들이 서울 오자마자 연달아 삼일을 떡볶이를 해 달라고 해서 먹었을 정도였어요. 오키나와가 미군기지로 유명해서 음식이 서양화 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토착음식이 많았고, 본토 일본 음식하고는 또 다르더라구요. 색다른 경험이긴 해요. 사실 우리 나라 어딜 가도 점점 다 서울음식화 되어 가잖아요. 심지어 제주도도 서울음식화 되어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기는 하난국제거리인데요, 솔직히 우리의 남대문시장 보다는 못해요. 국제 거리라고 하지만 규모가 작아서 둘러 본 시간이 한시간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눈요기꺼리는 많았지만 딱히 사고 싶은 것은....없었어요.
오키나와는 시사라는 저 사자가 수호신 역활을 한대요. 그래서 시사 캐릭터가 많았고 건물이나 집담장에 저렇게 시사를 세운다고 하더라구요. 저는 칠년 전에 일본의 후쿠오카를 애들 데리고 간 적이 있었는데요, 후쿠오카의 번화가도 돌아다녔지만, 건물 위의 시사는 한번도 못 적이 없어요. 그러니깐 시사는 오로지 일본 영토중에서 오키나와에서만 존재하는 수호신이랍니다. 역시 일본 본토는 지브라 캐릭터들이 점령~

오키나와 어딜 가도 저런 바다가 넘쳐 나더군요. 파란 색깔이 얼마나 이쁜지..울 딸이 핑크 좋아했는데, 갑자기 자긴 하늘색이 좋아졌대요. 모든 걸 다 파란색으로 바꿨으면 좋겠다고 하더군요. 나참~ 여기 파랑이 얼마나 이쁜가 하면요,

하늘에 발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싶은 맘이 들 정도입니다.




식구들이 묵은 호텔 주변에 있는 오키나와 동네입니다. 많은 사진을 찍었는데, 몇 장 올려요. 태평양 전쟁때 오키나와 전체가 쑥대밭이 되어서 전통 가옥은 거의 없다고 해요. 구가옥은 나무로 지었는데, 여기가 태풍이 많은 지역이라서 나무로 지으면 집 전체가 날아갔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시멘트로 아무 멋없이...저렇게 지었어요. 심지어 건물외벽에 칠도 안 했어요. 칠 해봤자 태풍 몇 번 오면 다 벗겨지니깐. 여기 건물들 보니 안도 다다오 건물 생각납니다. 저는 안도 다다오의 건물에 눈꼽만큼도 매력을 못 느끼는 소유자라. 무미건조한 회색 마을 같아요. 저런 양식의 건물에 시사는 굳건하게 집을 지키고 있다는.
오키나와는 집이 넓직하고 무엇보다 집집마다 주차장이 저렇게 넓어요. 일본은 주차장 확보가 안 되면 차를 살 수가 없는데, 오키나와는 대중 교통 시설이 발달 안 되서 집에 식구가 네 식구면 차가 네대가 필요한 곳이래요. 그래서 집집마다 저렇게 마당(주차장)이 넓어요. 특이한 것은 우리 같으면 저렇게 주차해 놓고 남는 조그만 땅이 있으면 텃밭이라고 만들텐데, 이 동네는 텃밭 가꾸는 집이 거의 없었다는 점일 거에요.

아, 그래서 그런가요. 여기 오키나와 기름값이 리터당 133엔이었어요. 반면에 저는 저 스타벅스 에소프레소 좋아해서 자주 사 마시는데요, 저 에소프레소가 250엔입니다. 오키나와 물가 너무 비싸서, 일본 전체가 다 비싸겠지만요. 저게 우리나라에서 이천원하는 거니깐,,, 일본에서 250엔하면 뭐 가격면에서 도찐개찐이긴 합니다만, 여튼 기름값은 물가에 비하면 싼 거 아닌가 싶어요. 아무리 돌려 생각해도 기름값 싼 거 같아요. 도대체 울 나라 기름값은 왜 이천원이 넘는 거죠? 그나저나 스타벅스 에소프레스 맛은 우리나라 에소프레소하고 맛이 달라요. 저는 같을 줄 알았는데, 약간 예민한 쓴 맛이라고 해야하나. 그래서 하나 사 마시고 안 사 마셨어요. 돈 아까워서~

여기는 평화의 집입니다. 태평양 전쟁때 죽은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곳인데, 특별할만한 것은 없고 우리 나라 전쟁박물관 비슷해요. 오키나와에서 한국인 1만명이 태평양 전쟁때 전몰 되었다는 것을 알고 계신지요? 저는 사실 잘 몰랐습니다. 태평양 전쟁이 치열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한국인들이, 많은 젊은이들이 여기 이 땅에서 죽었는지를요. 인생의 꽃도 피워보지도 못하고 죽은 젊은 군인들 때문에 숙연해지는 곳인데, 이 곳에 박정희가 그 전몰된 일만명의 군인들을 위해 위령탑을 세웠다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기분이 팍 잡쳤던 곳입니다.
어찌나 가이드분께서 박정희 대통령,박정희대통령 하시던지. 저는 박정희가 우리 나라 경제를 일으켜 세웠다는 말에 반대하는 사람입니다. 말로만 경제적 극복이었지, 70년 생인 제가 체험했던 70,80년대는 정말 지대로 가난이었거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가난했는데 무슨 경제 대통령이라는 칭호가 붙는지. 그거 아십니까? 우리의 70년대, 80년대 초반이 미국의 50년대보다 못했다는 것을. 저는 간혹 미국의 50년대 소설을 읽으면 이런 게 그 때 있었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깐요. 70,80초년대 대부분이 삼시세끼만 해결했던 시대입니다. 물질적인 풍요, 이런 거 어림도 없었지요. 그런 무늬만 경제 대통령의 딸이 대통령으로 나온다니... 기분 잡쳐요.

김선아가 주연한 <여인의 향기>에서 나왔던 만좌모입니다. 만명이 앉을 수 있다고 해서 만좌모라고 하더군요. 여기 나무나 꽃들을 보면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설명될 만한 것들이 많아요. 바다바람에 맞는 나무들과 꽃들이 진화되었거든요. 나무의 잎도 그렇고 꽃도 그렇고. 꽃들이 이쁘지는 않습니다. 바람바람에 맞게 진화된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꽤나 흥미롭던데요.

오키나와 현지 음식을 먹은 곳인데요,여기에 2PM싸인이 있었어요. 그들도 여기에 와서 식사를 했더군요. 맛은 괜찮았어요. 우리나라 순두부 스탈의 음식을 먹었는데, 반찬도 그렇고 괜찮았던 곳이에요. 그렇다고 입에 착착 달라붙었다는 이야긴 아니고요...
그리고 오키나와의 대형마트도 갔다왔는데, 오홋 대형마트에서 우리 21의 <내가 젤 나가> 나오더라구요. 흐흐,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 저는 아이돌 노래 아이들이 있어 듣지만 그냥 그런가 시큰둥하는데, 우리 아이돌 노랠 오키나와 대형마트에서 들으니 기분 좋긴 좋데요. 대형마트도 들리면서 대형 서점을 가고 싶었는데, 거긴 못 갔어요. 책 좋아하는 사람은 저 밖에 없어서~ 하난 국제거리에 대형서점이 있었는데, 일정이 너무 빡빡해서 못 들러서 아쉬움으로 남아요. 대형마트안에 있는 서점에 들리긴 했지만, 일본 그림책에 흥미가 많은 저로서는 아쉽더라구요. 거긴 그림책이 많지 않았거든요.



여기가 아시아 최대의 아쿠아리움이라는 츄라우미 아쿠아리움입니다. 규모가 상당했고 심해 바다의 물고기까지 볼 수 있어서 꽤나 아이들의 호기심을 동동 거리던 곳입니다. 바다 윗 생물부터 심해의 생물까지 볼 수 있어 그 스펙트럼이 장난 아니더군요. 이 아쿠아리움에서 매너티도 볼 수 있었고, 왜 배우 존 리스고우가 매너티 그림책도 내고 그랬잖아요. 저는 존 리스고우의 매너티그림책은 봤지만 실물 매너티는 여기서 첨 봅니다. 한 덩치 하더군요~ 돌고래쏘도 볼 수 있고 에너지만 충만하면 여기저기 들쑤셔가면서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곳입니다. 여기 다니면서 우리 강남의 아쿠아리움 떠올렸는데, 우리 아쿠아리움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잘해 놨구나 싶었네요. 서울이 집약적인 도시라 관광거리가 많은 도시일 수 있겠다 싶었어요. 외국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서울 중심에 호텔에 묵으면서 느긋하게 대중교통 이용해 자기들이 가기 싶으면 갈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오키나와가 작은 섬이긴 하지만 차 없으면 절대 어디 다닐 수 없다는 것, 대중 교통을 이용하려면 대중 교통 노선이 우리처럼 발달되어 있지 않고 대중교통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점에서 서울이 관광도시로서는 상당히 집약적인 도시구나,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색고구마 공장이나 파인애플 공장등 여러 곳을 방문했는데, 오키나와를 지배했던 로큐왕국의 성을 가 보지 못했어요. 아이들은 하루 정도는 바다에서 수영하면서 놀고 싶어해서 하루를 바다에서 보냈거든요. 여러 곳을 다니고 즐거웠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아마 바닷가에서 바라 본 노을 질 때의 모습같아요. 해가 넘어갈 때 오렌지빛으로 붏게 물드는데, 환상적이더군요.
한국에 돌아와서 또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사람은 어느 한 지역에 태어나서 몇 번이나 다른 곳으로 낯선 곳으로 떠날 수 있을까요? 저는 낯선 곳에서의 이방인이 되는 것이 그렇게 두렵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아요. 외국 여행이라는 것이 익숙했던 현재의 나의 일상에서 나와서 낯선 이들에게 둘러싸여 낯선 언어를 듣고 낯선 거리를 걸으며 심지어 낯선 햇살과 오후와 만나면서 좀 더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으니깐요.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제부터 로또을 긁어볼까,하는 생각도 들더군요. 언제쯤 다시 낯선 곳으로 나갈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