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싹 내인생의책 그림책 5
스티브 브린 지음, 강유하 옮김 / 내인생의책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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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읽어줄 필요가 없는, 걍 아이들이 알아서 그림보고 이해하겠지 뭐, 하는 단순무식한 이유 하나만으로 글자 없는 그림책을 열심히 사들인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거 완전히 나의 착각. 아이들이 그림 보고 쉽게 책장을 넘길 수 있을 것이라는 나의 단순한 착각은 유명 작가들의 뛰어난 글자없는 그림책을 만날수록 오히려 엄마의 맛깔스러운 입담과 아이들의 상상력을 요구하는 탓에, 아이가 글자 없는 그림책을 가지고 와서 읽.어.달.라.고 할 때 마다 등골이 서늘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이건 그냥 그림 보고 네가 맘대로 이야기를 꾸며내는거야,라고 말해도 엄마가 꾸며서 읽어달라는, 얌체 무임승차를 강행하는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할 수 없이 매 시츄에이션때마다 대본이 다른 말을 지어내곤 했다. 속으론 엄마인 나에게 떠 넘긴 그림책 작가의 직무유기를 원망하면서 말이다.  

카툰으로 플리처상을 받았다는 스티븐 브린의 첫 그림책 <찰싹>도 거의 글자가 없다. 아이들은 눈으로 찰싹이라는 개구리의 여정만 쫓아가기만 하면 된다. 결국 이 말은 엄마인 내가 아이들에게 이야기의 장면장면을 지루하게 설명해야... 아니 아니, 맛깔스럽게 이야기를 꾸며내야 한층 더 재미나게 보고 읽고 들을 수 있다는 말이다(아이들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신나고 재미난 일일꼬.) 

(아따맘마의 동동이 버전으로) 
난 개구리 찰싹이야.  이름 한번 독특하지. 난 말이야. 뭐든지 엄마 도움없이도 혼자 할 수 있어. 볼래. 내가 얼마나 다이빙을 잘하는지 말이야. 봐봐. 헉, 거북이 등에 부딪히는 것은 실수. 다음엔 더 잘 할 거야.

햐~ 눈에 어른거리는 모기 한마리 무지 맛있겠는걸. 혀를 쑤욱 내밀고..어어어 어떻게 된거야. 잠자리 배에 내 혀가 붙었잖아. 앗, 내가 잠자리와 함께 날아오르네. 으악, 악어야. 나 잡어먹는다고 배부르겠어.

할머니 놀라지 마세요. 커피 흘리면 빨래 다시 해야해요.

멍멍아, 너 차 창문밖으로 나보다 가 사고 난다. 조심해.

여기는 도시 같은데... 피부가 검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음악을 연주하고 있어.

재즈라는 것일까..

슈우웅. 말아 미안해. 화낼 것까지는 없잖아

휴. 다행이다. 저기 풍선이 날아오르네. 찰싹.

왜 이렇게 날 쫓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점점 더 높이 날아오르네. 으으윽, 떨어진다. 떨어져.. 자동차 앞 유리에 착지. 운전자분께 죄송. 다시 한번 날아오르고 이번에는 오토바이다. 이번엔 비행기. 애들아, 따라하지마.

갈매기 입에 완전하게 달라 붙어 멀리 멀리 날아가네.

여기가 어디지. 혼자라서 외로워. 왜가리야, 저 있잖아 나 좀 도와줘.

엄마가 보고 싶어. 데려다 줄 수 있어? 

왜가리의 주둥이에 타고서 자, 출발.

둥근달이 뜨고 고향으로 가는 길. 드디어 엄마다. 엄마. 이제야 집에 돌아왔네.

아~ 배고파. 저기 모기 한마리가 알짱 거리네. 자 다시 한번. 쑤우욱. 이번엔 또 뭐야. 오잉! (여기서 문제하나 : 찰싹이는 어떻게 변했을까요?) 

모기가 먹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찰싹은 모기 한마리 때문에 집을 떠나, 미국 남부 미시시피강, 뉴올리언즈, 브르통해협, 그랜드 아일 그리고 마침내 애캐팰래야 만을 지나 웨스트 코트에 이르는 긴긴 대장정의 길을 떠돌아 다닌다. 미국 작가들은 역마살이 끼었는지 장르를 막론하고 이런 로드 무비식의 길 떠나는 이야기를 선호하더라. 이 그림책 <찰싹>도 개구리 찰싹의 로드무비식 스타일이며 보편적인 이야기보다는 미국적이다. 배경은 미국의 30년대쯤. 정확한 시간적 배경은 알 수 없지만 현대적이라기보다는 전쟁전의 미국적 노스탤지어가 강하게 풍긴다. 수채화풍의 그림은 신나는 스윙재즈음악이 들리는 듯이 경쾌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녹턴처럼 고요하다. 실지로 그림은 그림책을 받아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을 듯. 

아이들은 찰싹의 우연찮은 신나는 모험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어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읽어달라고 할때마다 엄마식 대본이라 틀리겠지만 이 작가가 곳곳에 그려내는 유머와 재치는 언제나 읽어줄 때마다 빙그레 미소 질 것 같다. 약간의 과장과 반전은 상상력의 미덕이므로. 이 책 신간으로 나왔을 때 눈여겨 보던 책이었는데, 브린의 다음 작품은 얼마나 많은 유머가 담겨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내가 찰싹한테 묻고 싶은게 있다. 집떠나 보니 어떻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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