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보이니? 6 - 어느 무시무시한 밤에 달리 지식 그림책 6
월터 윅 지음 / 달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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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희망으로님하고 삼성역의 반디앤루니스 둘러보다가 악~~~발견했다. 월터 윅의 <너도 보이니?> 최근 시리즈!!! 사실 딸애가 이 책 시리즈를 너무 좋아해 반갑긴 한데, 구입하고 나서 같이 찾자고 시달릴께 뻔하지만...... 안 사줄 수 없는 상황. 새끼들이 좋아한다는데 어쩔거여! 오프 서점에서도 잠깐 보고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  책 받은 날 늦은 저녁, 아이들하고 숨은 그림 찾다보니 scarry scarry night이라는 제목과 달리,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 악몽>이 떠오르면서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이 묘한 기분. 이 뭐꼬, 이 유쾌하면서 발랄한 기분은.









 

사진사가 후져서 이렇게 후지게 나왔지, 사실 너무 이쁜 매력적인 장면으로 넘쳐난다.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면서 빈틈없이 만들었지! 저 작은 소품의 조명은 왜 그리 멋들어진거야. 아, 월터 윅의 소품 다루는 솜씨와 장면 연출은 나날히 진보하는구나! 장면마다 감탄사를 연발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다. 작가 후기에 따르면 이 작품은 <크리스마스의 악몽>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아니고(씽긋) <어둔 밤 숲속>이라는 전래동화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어둔 밤 숲속에서>라는 작품이 어떤 작품인지 아시는 분? 그 작품이 궁금해 며칠 동안 찾다가 지금 나가 떨어진 상태! 뭐 일단 <어둔 밤 숲속>이라는 작품은 제껴두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소품을 어떻게 만들었는가다. 작가의 말에 의하면... 

소품들이 실제 크기보다 크게 보일 때까지 카메라 상을 확대시켜 시각적 표현을 극대화하였습니. 저 멀리 떨어진 언덕 위의 성에서 시작하여 성의 가장 높은 탑 안에서 끝나는 이야기의 확장 기법은 병의 라벨이 실제 크기보다 8배 이상 커지는 아주 작은 병에 초점을 맞춰 원래 크기였을 때는 보이지 않던 36개의 숨은 그림을 밝혀냅니다. 요술이 과학과 섞이고, 전설이 사실과 뒤섞이는 옛날이야기에서 가져 온 주제들은 친숙함 속에 낯설음을, 그리고 때때로 착시 현상까지 경험하게 되는 이 특별한 숨은 그림찾기 모험의 훌륭한 배경이 되어 줍니다. 하지만 예리한 눈을 가진 독자라면, 이 사냥을 끝마쳤을 때에는 어떤 사물들이 처음 비춰진 모습과 다르다는 사실과 대부분의 사물들이 처음 보였던 것처럼 무섭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p38) 

사진기법을 몰라 무슨 말하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는 없지만, 아니 이 양반의 <물한방울>에서의 작가 후기도 현학적으로 써대서 어느 정도 젠체하는 성향을 알긴 알았지만, 여기 후기에서도 여전히 젠체하구나, 싶었다. 허나 , 무슨 말인지 100% 이해를 못하는 건 사실이지만, 이 작품을 스텝진들하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어떤 소품들은 전문가의 손까지 거친 것이라는 것을,  대강 느낄  수는 있었다. 월터 윅의 작품에 대한 열정과 그리고 경외감을. 그리고 어린이독자들의 즐거움을 위해서 그가 일하는 과정에서 고심한 흔적을 말이다. 이런 작가의 열정이 느껴지는 작품을 만나다는 것, 그게 바로 그림책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난 그가 팔소매 걷어부치고 스텝진들하고 어떻게 소품을 만들고 배열하는 과정, 그리고 촬영하는 장면들이 왜 이렇게 떠 오르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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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10-04-28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그린게 아니라 소품들이 군요. 오호! 넘 멋쪄서 갖고 싶다!아!

기억의집 2010-04-29 15:59   좋아요 0 | URL
이 책은 소장용으로 충분한 그림책이에요. 한페이지한페이지가 얼마나 멋진지... 서점가서 보고 와서 그날로 주문할 정도니깐요^^

scott 2010-04-28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즈라면 도대체 이책은 몇권이나! 큭 따님 넘 좋은 엄마 둔거 알까요. 추!천!

기억의집 2010-04-29 15:58   좋아요 0 | URL
이 시리즈가 꽤 나왔는데 전 3권 가지고 있어요. 아이들이 이 사람 책 좋아하는데 그림 찾기 놀이그림책이다 보니 아이가 이 책 가져오면 거의 공포스러워요. 아들애는 뭐 그렇게 안 괴롭히는데 딸애가 절 무지막지 괴롭혀요. 어떨 때 이책 숨겨두기도 해요.^^
 
잘가, 나의 비밀친구 웅진 세계그림책 114
앤서니 브라운 그림, 그웬 스트라우스 글, 김혜진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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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 앤소니 브라운의 그림은 한 눈에 정이 가지 않는다. 차가운 정적, 똑부러질듯한 정갈한 라인, 책 속에 갇혀 있는 프레임과 풍부한 색감임에도 불구하고 색에 스며든 외로움에 움찔 놀라 그의 그림책을 펼쳐 아이들에게 읽어줄 때마다 싸한 가슴을 쓸어 안곤 한다. 아, 역시 앤소니 브라운의 그림은 인간미가 없어. 풍부한 테크닉과 위트만 있을 뿐. 에릭 칼 좀 봐봐! 별 거 아닌 동물 그림에도 할아버지같은 인자함이 철철 넘쳐 흐르잖아! 난 말이야, 에릭 칼 할아범의 그림책의 색에서 나오는 따스함이 좋아. 정말 아이들을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의 색이잖아. 앤서니 브라운은 이상하게 읽고 나면 쨍하고 깨어진, 산산히 부서진 거울 조각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야. 아, 이런 느낌 정말이지 싫어!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은 한번 보면 안 볼 수 없는 끌어당기는 자석같은 힘이 있지. 실타래처럼 얽힌 어둡고 어두운, 숨기고 싶고 남 앞에서 결코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아이들의 외로움과 단절을 그는 정확하게 읽어내거든. <고릴라>에서 보여준, 외로움에 지친 아이가 고릴라라는 공상친구를 만나 자기 내면의 세계로 끌고 들어와, 한 소녀의 주변과 단절된 관계를 이어주고 회복을 도와주는 매개체같은 역활을 하지. 어차피 사람이란 제 아무리 혼자  쿵짝쿵짝 잘 살아보겠다고 노력해도 타인의 손길 없이는 살 수 없으니깐. 나같은 경우도 블록질 한다 책 읽는다해도  만나 수다 떨고 싶은 사람이 그리울 때가 많으니깐. 앤서니 브라운은 이 책에서도 외톨이를 다루고 있는데, <고릴라>때와는 다르지. 고릴라에서는 아버지와의 관계가 회복되지만 완전 치유는 아니었다고 생각하거든. 일단 상처에 약만 발랐다 뿐, 아빠와의 화해가 다른 사람과의 소통으로 이어지라는 암시는 없거든. 하지만 이 책은 비밀 친구를 만들어 자기만의 세계을 건설하지. 타인이 들어올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한.......


어떤 경우에는 한줌의 글보다 하나의 이미지가 전체 이미지를 대신할 수 있다. 주인공 소년이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장면. 이런 장면은 그림책 배치의 중요성을 잘 아는 사람이나 가능하지 않을까.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속의 구성은 사람을 깔깔거리게 만드는 유머보다는 위트쪽에 가까운 즐거움을 가지고 있다. 위의 액자와 비교. 





1 에릭이 마샤의 방문에도 자신의 내면 속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지만, 

11  

나오고 싶어하는 맘은 굴뚝 같은. 브라운은 에릭의 닫혀 있는 상태를 내내 검은 바탕 화면이 프레임 속에 갇혀 두고 있다가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우리의 고릴라 친구!  



마침내 에릭이 자신의 문을 열고 나왔을 때는 검은 바탕 화면과 프레임을 완전히 거두어내고 이미지를 전체적으로 잡았지. 사실 난 이 롱샷의 이미지가 맘에 들어서 이 작품을 구입했다. 앤서니 브라운이 두 아이를 바라보는 먼 시선을 내 마음 속 프레임에 걸어두고 싶어서.  프랑스 속담에 친구와 포도주는 묵을 수록 맛나다면서. 오랜 친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인생의 몇 안되는 행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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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10-04-28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렇게 보니 느낌이 다른걸요. 저도 브라운이 그리는 평면적인 인간들의 모습이 쫌 정이 안갔어요. 그는 어른들에게 읽힐려고 그리는게 아닐까해요. 오랜전 그의 인터뷰를 읽었는데 알바로 수술실에서 스케치로 흔저을 남기는 일을 했데요. 그래서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세계를 상상하기 힘들다고 토로 하더군요. 그래도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한 작가죠?

기억의집 2010-04-29 15:56   좋아요 0 | URL
저는 앤서니 브라운의 세계가 선뜻 다가가기도 힘들더라구요. 멋진 그림을 그리는 작가라는 것은 알겠는데, 이 작가의 그림을 보면 너무 차다,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거든요. 앤서니 브라운은 그림의 색채가 차갑고 냉혹해서 그가 이야기하고 싶은 따스한 이야기는 그 차가운 이미지속에 파 묻힌 듯한 느낌이에요. 아, 수술실에서 알바로 일했군요. 가만 보면 작가들도 젊은 시절의 경험을 절대 무시 못 하더라구요
 
끝없는 나무 비룡소의 그림동화 72
클로드 퐁티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비룡소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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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큰 애가 읽어달라고 가져 온 클로드 퐁티의 <끝없는 나무>를 읽어주면서 이런 추상적인 성장 그림책을 왜 좋아할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미지만 남을 뿐 구체적인 의미는 덩어리채 삼켜버렸을텐데,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일단 아이에게 책을 다 읽어주고, 이 책이 왜 좋아?하고 물었더니 아이는 말을 찾지 못하고 우물쭈물 말을 삼킨다. 내 생각에 아이는 퐁티의 웅장한 일러스트와 함께 상징적이며 서사적인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을 단순히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생각해 보면, 큰애는 일상의 구체적인 모습을 담은 일본그림책도 좋아했지만 이런 추상적인 그림책도 마다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독일 그림책 작가 야노쉬나 야니쉬의 작품들은 되풀이해서 읽어달라고 했었다. 유럽 그림책 작가들에 대한 나의 인상은 여타의 유아그림책은보다 좀 더 관념적이고 추상적이다, 라는 것이다. 이야기가 열려 있어 이야기의 층은 여러겹 쌓여 있는 것처럼 보이고 (야노쉬의 작품들이나 야니쉬의 할아버지의 붉은 뺨을 보시라!) 구체적인 해석보다 점점히 추상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고 일러스트는 금자만큼이나 불친절하다.  

수년동안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아이들은 자신과 동일시 할 수 있는 캐릭터가 나오는 일본(이나 영어권) 그림책을 더 선호한다. 일상생활과 밀접하게 결부된. 처음에 일본 그림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같은 동양권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막연하게 추측했는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결론은 일본 그림책에 나오는 캐릭터의 행동이나 심리를 자신에게 쉽게 구체적으로 동일시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가 생각하고 내가 행동하는 것을 이 그림책의 아이도 하고 있어! 그래서 엄마인 나도 일본그림책의 일상적인 따스함, 넉넉함에 빠져들었었다.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그러나 아이의 선호에 따라, 일상을 구체적으로 그린 그림책이든 모호하고 애매한 이야기를 담은 추상 그림책이든 간에 어떤 그림책이 더 좋은가라고 하는, 그림책에서 가치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며 위험하다. 아이는 이야기가 구체적이든 추상적이든 상관없이 이야기의 이미지를 쫓아다니며 언젠가 나이가 차면 그 추상적인 상징성이더라도 구체적으로 이해할 때가 오기 때문이다. 이야기하는 방식이 일본그림책처럼 구체적이어서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유럽그림책처럼 추상적이어서 아이가 의미를 당장 파악하지 못해도 어느 정도의 나이가 되면 이해할 날이 온다는 것이다. 저울에 균형을 맞추듯 그렇게 구체적인 그림책과 추상성을 띤 그림책 모두를 아이들에게 어릴 때 읽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는 생각이 든다.
이 그림책의 주인공 소녀 이폴렌이 성장하면서 겪을 수 밖에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법(그녀는 상상의 모험(?)을 통해 슬픔을 극복하는 것처럼 보인다)과 모험과 대결을 통해 한층 성숙된 이폴렌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야기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모험이야기의 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아이들이 이 이야기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보기에는 어렵다. 이폴렌의 성장 이야기는 추상에 가깝다. 큰 이야기 줄기는 이폴렌이 할머니의 죽음으로 할머니에 대한 상실감과 슬픔을 내면적으로 극복 과정이 모험이라는 이야기로  뻗어나가지만, 아마도 아이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이폴렌의 내면의 성장 모험은 해리포터식의 아슬아슬한 선과 악이라는 칼의 대결이라기 보다는  심리적이고 내면적인 투쟁 기록에 가까워 자신이 이해할 수 있는 것만 뭉쳐 덩어리로 받아들일 것이다.  클로드 퐁티는 그 한 소녀이 내면적으로 방황하는 성장이야기를 거대하고 웅장한 스케일의 이미지로 그려내고 있으며 써클 형식으로 제자리로(다시 이폴렌의 집에서 출발해서 다시 이폴렌의 집으로 회귀) 돌아가게 한다. 이 책은  편안하고 안락한 어린 시절의 허물을 벗고 앞으로 아이들이 겪게 될 성숙한 내면의 이야기를 앞 당겨서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아이들에게 읽어줄 가치가 충분히 있는 책이다.  

덧:  8살 짜리 딸애가 더 어렸을 때 큰 애한테 이 책 읽어줄 때마다 재미없다고 자리를 피하곤 했는데, 며칠전부터 계속해서 읽어달라고 가져오네. 이제 슬슬 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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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비 뮤비논란과 세종시 논란은 닮은꼴이다.

세인트님, 이게 님의 페이퍼에서 말씀하신 내용이랑 전혀 상관은 없지만 님 글 읽고 호기심에 아이비 뮤비 봤다가 당황했어요. 아이비가 노이즈 마켓팅을 이용해 화려하게 컴백하든 말든 이제 그건 쇼비지니스의 타산성 문제겠지만, 와아~ 이건 아이비의, 아니 그 아이비가 소속된 소속사의 양심하고도 상관 있을 것 같은데요. 그네들 너무 뻔뻔스럽네요.

정규방송에서 금지처분 받았다던 아이비의 Touch Me 뮤비

   

아이비 뮤비 보셨다면 다음은 마언니 celebration 뮤비(보면서 얼굴 화끈화끈 거리며 민망함, 각오하고 보셔야 함. 저도 처음엔 개다리 춤의 마언니, 저 뮤비 보면서 얼굴 화끈 달아올라 아이들 근처에도 못 오게 했을 정도였거든요. 그래도 보고 나서 도발적인 마언니의 저 파워풀한 에너지에 홀릭) 

 

우리나라에서 마돈나가 무명이 아니고서야 아이비 정도의 유명 가수가 버젓히 것도 나온지 얼마 안 되는 마돈나의 celebration 뮤비의 컨셉을 그대로 베낄 생각을 다 했을까 싶어요. 마돈나가 우리나라에서만 무명인가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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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에  애아빠가 10개월 할부로 그어 지금까지 할부금 날아오는 100만원짜리 시사인에 이런 연재를 하고 있다. 끊어보기. 끊어보기의 소재는 다양한데, 인스탄트 음식, 밀가루 음식, 페트병, 핸드폰 등등. 우리의 일상에 깊이 침투, 중독되어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중독 증상조차 자각하지 못하는 것들을 몇달만이라도 한번 끊어보자는 것이다. 끊어보기의 소재를 보면  내 경우에는 밀가루 음식이나 핸드폰 같은 것은 몇달 동안 독한 년 소리 몇번 들으면 참을 수 있는 것들이다. 밀가루 대신 밥을 좋아하고 핸드폰이라고 해봤자 그렇게 많이 사용하지 않아서 미련이 있는 물건도 아니다 보니 그런 것들은 쉽게 끊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뭔가를 끊어야한다면 바로 책이다. 책읽기 말고(한 일이년 책 안 사도 읽을 책이 넘쳐 난다) 책 주문하기 말이다.  예스든 알라딘이든 한 몇달 동안만이라도 일반회원으로 눈부시게 등급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란 말이다. 현재 예스는 로얄등급으로 내려가고 알라딘은 중고샾때문인지 언제나 플래티늄이다. 아, 여기 들어가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하루의 일과처럼 되어버린 곳이 중고샾이다. 어떨 때는 맘에 드는 책이 올라왔어도 금방 빠져버린 것에 안도감을 느낄 정도로, 중고샾의 중독성은 마약 그 이상이다. 당장 사 놓고 읽지도 않으면서 왜 그렇게 덜커덕 책을 사 버리는지. 내 속을 나도 모르겠다. 그나마 요즘은 읽지도 않고 사는 책에 대해 자책을 해서 그런지 책주문을 많이 자제하고 있는 편이다. 남편이라도 책 사재기에 제동을 걸어준다면 그나마 책 사재기가 어느 정도 브레이크가 걸린만도 한데, 책 사는 것에 대해 그렇게 뭐라 하지 않는 남편인지라 꺼리김없이 더 사는 거 같다(고마운 남편 같으니라고!). 일단 인터넷 서점을 순례하지 않고 친구들 방에도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도 일주일은 한 두번은 주문하고 있다능. 으이구. 일단 독한 년 소리 들더라도 책구매 끊어볼란다.

올해 내 나이 딱 마흔이다. 어디에선가 여자 나이 마흔이면 정말 매력적인 나이라고 하던데, 아직 초반이라서 그런지 실감 하지 못하겠다. 올해 들어와 유독, 책 사느냐고 언제나 추레한 나에게 친정엄마가 화장 좀 하고 이쁘게 하고 다니라고 성화를 하신다. 여자 나이 오십 넘으면 아무리 이쁘게 꾸미고 다녀도 안 이쁘다고. 애 어느 정도 키웠으니깐 화장도 하고 기미 안 생기게 신경도 쓰고 옷도 이쁜 옷 사 입으라며 돈도 건네 주었더랬다. 심지어 근처의 옷가게도 끌고 가기도 했었다. 그랬다. 책 사제끼냐고 나 그 동안 여자이기를 포기했었다. 오천원짜리 티하나로 몇년을 버티고 파마는 일년에 한번 겨우 맘 먹고 하다보니 머리는 언제나 부시시하면서도 책 사는 몇 십만원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책이 배달되어 오는 시간 내내 행복에 겨워 셀레임으로 책을 받아 들이곤 했다. 그랬던 나였기에, 친정엄마의그런 이뻐지라는 성화가 짜증스러웠는데, 요즘 내가 좀 변하기 시작했다. 아닌게 아니라 내가 이뻐지게 비칠 수 있는 나이가 딱 10년이라고 생각하니 아찔하고 위기감을 느끼지 시작했다고 할까나. 책은 죽을 때까지 읽을 수 있지만(흐흐 그래서 눈영양제 꼬박꼬박 챙겨먹고 있다는) 이쁠 수 있는 시기는 한정되어 있지 않은가 말이다. 쭉쭉빵빵 몸매도 천하일색 양귀비의 얼굴은 아니더라도 이쁘게 꾸며서 손해볼 것은 없단 말이지. 나의 겉모습을 포장해도 이쁘게 봐 줄 때 해야되는 게 아닌가. 나이 들어 젊게 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정도껏이겠지. 마냥 젊게 살 수가 있을까나.

책 주문은 덜 한다고 하지만 읽을 책이 저렇게 많은데, 일주일에 한 두번도 이젠 많다고 주문을 걸어볼까 한다. 그 주문이 제대로 먹힐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딱 석달만 책을 사지 않겠습니다같은 거. 요즘 책값도 만만치 않고, 만원 이하 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사서 책장에 쟁겨두기만 하는 책.책.책 이제 그만~~ 외치며 말라깽이진이나 주문 넣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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