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스의 산 I
다카무라 카오루 지음 / 고려원(고려원미디어) / 199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일본 작가인 미야베 미유키를 최고로 손꼽는 이유는 탈여성적인 이야기와 이야기를 끌어 올리는 강한 문체에 있다. 자신을 둘러싼 일상의 틀에 매몰된 세련된 감상적인 글이 아닌 자신에게 주어진 세계보다 보다 좀 더 넓은 복잡다단한 세계를 이야기 속으로 끌고와, 작가 자신이 이야기를 휘두를 줄 아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원고기 천매가 넘는다는 큰 스케일의 <모방범>에서 미야베 미유키는 독자의 긴장감과 느슨함을 쥐락펴락하며 사건의 움직임에서 한번도 주눅 든 적이 없다. 사건을 다루는 솜씨는 르포형식의 글처럼 끈질기면서 대담해서 도저히 여성작가가 썼다고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일단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기존이 내가 알고 있는 여성작가들(그게 외국이든 한국작가이든지 간에)중 누구도 미야베 미유키처럼 어느 사회에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암적 덩어리를 세세하게 쪼개 차곡차곡 이야기의 담을 쌓아올린 적이 없었기에, 실로 <모방범>을 읽고 난 후의 충격은 무엇보다도 컸다.   

새롭고 신선한 발견이에는 틀림 없다. 결코 남성작가한테 뒤지지 않는, 여성작가가 쓴 남성적인 상상력과 필력은 같은 여자 입장에서 충분히 매력을 느낄 만한 요소였다. 그리고 지금까지 난 미야베 미유키를 필적할만한 여성 작가를 만나지 못했고 미야베 미유키를 능가할 만한 여성작가는 아직 요원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그러한 오만한 생각은 다카무라 가오루의 <마크스의 산>을 읽고 산산히 부서졌다. 오히려 지금은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은 어느 정도 <마크스의 산>의 영향하에 쓴 작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크스의 산>은 가녀린 여성작가에게서 나올 만한 작품이 아니다. 이 작품을 읽고 난 후, 나는 멋지다, 라는 말밖에 하지 못했다. 내게 이런 정도의 글을 쓸 수 있다면, 막말로 악마에게 내 영혼을 팔아버려도 괜찮겠다, 싶었다. 황금을 안고 튀어라의 역자 권일영씨가 가오루 여사를 세 손가락안에 들 정도로 손꼽았다면 말 다하지 않았는가. 강건하고 힘찬 문체와 단순하지 않는 거대한 이야기 구조. 거대함 속에서 보여지는 세세한 등장 인물간의 갈등과 이해 그리고 이념과 비루한 세속적 욕망등등. 그녀가 최대한 건드릴 수 있는 소재가 이야기 속에 다 녹아있다.  여하튼 그 어떤 남성작가도 당분간은 다카무라 가오루의 이 작품을 뛰어넘을 만한 작품을 쓰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다카무라 가오루의 <마크스의 산>은 아마 고다 유이치로(황금을 안고 튀어라의 고다와 다른 인물이다)시리즈, 흔히 고다경부 시리즈라고 불리우는 첫번째 소설이다. 그 후의 고다경부는 <석양에 빛나는 감, '94>, <레이디 조커, '98>에 차례로 나왔으며, 다카무라 가오루는는 90년대를 고다 시리즈로 마무리하게 되는데, 그 후 그녀는 더 이상 미스터리 소설에서는 손을 떼게 된다. 여전히 드문드문 작품활동을 하긴 하지만 더 이상 쟝르소설에 미련은 없어 보인다.  


거물 다카무라 가오루여사의 젊은 시절 모습(황금을 안고 튀어라의 책 날개에 소개된 중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마크스의 산>의 소설 구성은 6단계로, 1976년 미니알프스산에서 시작된 첫번째 장인 파종은 발아,성장,개화,결실 그리고 수확으로 나누어져 사건의 움직임을 식물의 성장 단계와 일치시키고 있다. 1976년은 사건의 시발점이지만, 본격적인 연쇄살인은 1991년부터 시작된다.  

1991년 10월 5일, 도립대학 뒤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강력 3반 7계에 속한 고다 유이치로는 현장에 출동한다. 피해자는 이제 한물간 야쿠자인 하타케야마 히로시이후 사건은 연쇄 살인사건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초반부터 범인이 누구인지, 그가 과거에 어떤 일을 겪었는지에 대해 남김없이 까발린다. 범인이 누구인가,라는 트릭따윈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독자는 범인이 누구일까,의 긴장감에서 해방되는 대신에 가오루여사는 고다가 범인을 어떻게 찾내는지 그리고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에서 조직원들과의 갈등과 화해 그리고  범인은 왜 살인을 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심리적인 요인과 묘사에 많은 부분과 맞부닥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게 상당히 지루할만 한데 힘에 넘친다. 강한 문체에서나 볼 수 있는 끌어당기는 힘이 상당하다는 말이다. 서로 연결 될 것 같으면서 중간에 끊어져버리는 등장인물간의 상화연관성이나 지나치게 작위적인 관계의 우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유기적으로 촘촘히 짜여진 작품은 아니다. 그런데 그러한 구멍난 곳곳을 떼울 수 있을만큼 범죄적 상상력은 거대하고(고다의 수사 움직임이 주를 이루지만 그 짝패격으로 마크스의 연쇄살인의 움직임도 도사리고 있다) 그 거대한 상상력을 뒷받침할 만한 건장한 문체가 버티고 있어, 그녀의 작품을 더 굳건하게 다져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체만이 그녀의 이야기를 끌어올리는 힘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언뜻 보면 연쇄살인 사건의 수사 과정과 마크스의 범죄 행위가 주를 이뤄 많은 독자들은 가오루 여사가 다루고자하는 묵직한 이념전쟁에 대해서는 스쳐지나갈 수도 있다. 이 작품의 묵직함은 바로 범죄의 밑바닥에 깔려있는 이념에 있다고 생각한다. 가오루여사가 이 책을 발간한 당시만해도  사회분위기상 그녀의 이러한 이념 투영은 상당한 용기와 진보적인 가치관에서 비롯된 것이고,  고다의 전처나 처남인 가노가 자유로운 자파색깔의 소유자라는 설정은 일본 전공투의 유산이 아닐까.    

예전에 사사키 조의 <경관의 피>를 읽을 때만해도 나는 그 책이 미스터리 1위를 받을 만한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경관 삼대의 이야기를 단 두권으로 끝내기에는 부족한 뭔가가 확실히 있다고 느꼈고 그 생각에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 책에서 아버지의 뒤를 이어 경찰이 된 2대 안조 다미오에서 묘사한 일본내에서의 좌우의 이념 대결은 이 책의 가치를 되짚게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 일본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공포스러울 정도의 레드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으며 격렬한 좌우이념의 대결이라기보다는 숫자상 일방적인 우파의 점령이라고 할 만한 70,80년대를 보냈다. 몇 몇의 일본 소설에서 얻은 결과이긴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본내 공직사회나 언론은 우파가 점령해 있고 공안 사회였다. 하지만 우파점령국에서 분열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그 분열의 틈을 서서히 가른 곳은 자유기고가나 다카무라 가오루 같은 소설가라는 것이다. 글이라는 보이지 않는 힘속에서 이념은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개인적으로 가오루 여사의 황금을 안고 튀어라를 단순한 이야기구조로 보지 않는다. 그 소설에서도 그녀는 비열한 우파에 대해서 말하고 있지 않는가!). 



다카무라 가오루의 <마크스의 산>을 구입한 것이 아마 4년전인가 5년전 무렵이었을 것이다. 명성만 믿고 구입한 책이었지만, 첫장부터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니었다. 저위의 그림을 그대로 묘사한,  미니 알프스의 지리적 묘사는 난감할 정도로 읽혀지지 않았다(킹이 마이클 코넬리의 <시인>에서도 말하지 않았던가, 자신은 소설의 첫문장을 수집한다고. 그만큼 첫문장은 독자를 휘어잡을 수 있는 임팩트가 있어야한다). 일본 소설이 잘 읽히는 이유는 세밀한 묘사나 지루한 심리묘사보다는 많은 부분 대화로 연결되어 있어 읽히기 쉬운데, 가오루 여사의 <마크스의 산>은 세부적인 묘사로 인해 읽기 곤혹스럽기는 하다. 어느 정도 분량을 넘기면, 사건에 집중할 수 있다..  

문득 다카무라 가오루 여사의 소설을 읽고, 나는 남성적//여성적 문장이라는 말이 얼마나 우습고 편가르기의 소산인지 알았다. 시몬느 보부아르가 그랬던가. 여자는 여성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어쩜 애시당초 남성적 문장와 여성적 문장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수 천년간의 남성 지배사회에서 여성작가가 자신의 문학적 능력을 최대한 표출할 수 없었던 시대가 대부분이라서 우리는 남성과 여성를 가르고 구분하고 변별짓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여성 작가의 역사가 짧았던만큼, 여성작가가 충분이 자신의 기량을 쌓아올린 수 없었던 것은 기존의 편견, 여성은 남성처럼 쓸 수 없다는 믿음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이고 미야베 미유키나 다카무라 가오루의 작품이 남성적이라고 불리우는 것일 수도 있다.  

이제 편견의 벽을 넘어보자. 미야베 미유키나 가오루 여사가 탈여성화된 문장이니 가녀린 여성으로 이런 작품을 쓸 수 있다는, 밑바탕에는 부지불식간에 나 또한 여자는 남성적인 글을 쓸 수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고 남성적은 작가는 대하소설이나 쓸 수 있는 강직함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던가. 허나 많은 작품을 대할 수록 남성작가에서 나는 속살처럼 부드러운 감성 어린문장을 보았고 여성작가에서는 나는 메마르고 건조한 글을, 이야기를 만났다. 남성적/여성적이라고 구분짓기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다. 작가의 성은 중요하지 않다. 단지 우리는 성보다 작가의 넓은 시야, 본질을 꿰뚫을 아는 예리함, 그리고 이야기를 한차원 높게 끌어당길 수 있는 진보적인 사고가 작가 자신의 문학적 본질을 정의한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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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rdo 2010-04-07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결국 샀습니다. 언제 읽을지 알 수 없지만 무척 기대되어요. 될수있음 이벤트 당첨도 됐으면 하지만 조금밖에 안뽑으니 안뽑히리라 포기했지만요.;

기억의집 2010-04-07 16:45   좋아요 0 | URL
아카도님, 잘 하셨어요. 정말 후회하지 않을 실거에요^^
저는 일본의 작가군중 부러운 게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여성작가에요. 우리 나라 작가들은 맨날 로맨스타령 아니면 이상한 말만 잔뜩 늘어 놓는데, 애네들은 이야기가 구체적이어서 그런지 대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가오루 여사의 석양에 빛나는 감이나 재출간되었으면 소원이 없겠어요^^
이벤트 당첨 되길 바래요. 근데 선물이 뭐예요?

akardo 2010-04-08 01:15   좋아요 0 | URL
일본원서나 포스트잇 둘중 하나예요. ^^ 환율 일년전만큼은 아니지만 아직도 높아 가격이 부담되는 지금 상황에서 무척 바라는 이벤튼데 워낙 이벤트운이 없어서;;;번역본과 원서 둘다 보면 일본어 공부도 되고 좋겠다란 생각이 들더라구요.

기억의집 2010-04-08 09:32   좋아요 0 | URL
저도 영어공부 대체로 원서로 번역본 놓고 읽는데..이 방법 상당히 도움 되죠?
 

일본의 급식현황  

제가 아주 좋아하는 애니중에서 투니버스에서 방영하는 <아따맘마>라는 프로가 있습니다. 월~목요일 저녁 9시에 방영하는데요. 한때는 거의 매일 빼 먹지 않고 봤을 정도로 전 그 프로의 빠입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어쩌면 그렇게 우리 상황도 똑같을 수가 있는지..비슷한 상황이 만들어내는 일상을 즐긴다고 봐야겠지요. 이 애니는 신문만화에서 만화책으로 발간되고 후에 애니로 만들어졌는데, 작년 9월로 끝났다고 하네요. 오호, 서운하여라. 투니버스에서는 6기 방영하고 계속 돌려 몇년을 우려먹고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봤던 거 또 봐도 재밌긴 해요. 게다가 분위기에 맞춰 내보내는 백그라운드 뮤직도 괜찮습니다. 어떨 땐 그 음악 듣고 싶어질때도 있다는.애니조차도 음악에 신경쓰는 일본 엔터테이먼트가 부러워요. 애니가 재밌어서 저는 만화책으로도 몇권 사서 읽어봤는데, 솔직히 만화는 그림이 후져서 별로에요. 애니쪽이 휠씬 그림이 정겹고 복스럽습니다. 더 세련되었다고나 할까요. 여하튼 훈훈하고 감동적이고 따스하고 아기자기하고 생뚱맞기도 하고 맞짱구 싶어지는 아따맘마의 구성원은 아주 간단합니다. 엄마,아빠, 아리와 동동이.  

제가 왜 <아따맘마> 이야기를 하느냐하면요. 요 며칠 전에 무상급식에 대해 한나라당이 반대를 했는데, 그와 관련된 기사는 여기--------->  

진짜 개거품 물게 만드는 기사 아닌가요? 아니 저는 그 기사 읽고 진짜 개거품 물었어요. 그리고 열 받아서 이런 페이퍼도 쓰고 있고요. 자, 한나라당이 그렇게 반서민정책이라고 몰아부치는 무상급식 일본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시행되고 있을까요? 제가 뭐 일본통도 아니고 일본에 대해서 뭐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아니라 우리와 친숙한 만화를 통해 한번 말해보겠습니다.

아따맘마의 막내아들 동동이가 중학생입니다. 잘 보세요. 식판에 밥과 국 그리고 우유가 있지요.   

짜짠~~~~ 이 도시락은 뭘까요? 바로 이 집의 큰 딸 고등학생인 아리의 도시락입니다. 아니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동동이는 식판에서 밥을 먹고 아리는 도시락! <아따맘마>를 계속 시청하다 보니깐 학교에서의 에피소드도 많이 나오고 점심 먹는 장면도 많이 나옵니다. 중학생인 동동이는 학교급식을 먹고 고등학생인 아리는 친구들과 도시락을 싸 가지고 와서 먹거나 사 먹길래, 일본의 초중고 급식이 궁금하더라구요. 그래서 일본에 대해 잘 아는 분께 여쭈어 본 적이 있는데, 그 분이 말하길, 일본은 초중학교는 무료급식이고 고등학교부터는 도시락을 싸 와서 먹는다고 하네요. 그러니깐 고등학교부터는 급식을 제공하지 않고 각자 알아서 하라는 거죠. 가까운 나라 일본에서조차 초중학교는 무료급식을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초등학교는 한 학색당 우유대금까지 합하면 한 46,000원 가량의 급식비를 내고 있습니다. 일본은 초등학교만 무료급식이 아니고 중학교까지 무료급식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입니다. 일본 정부는 한나라당이 주장하고 있는 반서민정책 운운하는 소리를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일본의 재활용봉투 정책까지 따라하는 나라에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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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2 04: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기억의집 2010-02-26 08:34   좋아요 0 | URL
아영엄마님 , 우리나라 겨울방학 너무 길지요. 이래놓고는 무슨 공교육이 정상화되기를 바란답니다. 전 거의 폭발 직전이고 어제는 애들한테 뚱해있었어요. 지금둘째는 일찍 일어나 컴하면서 이거 재밌다,저거 재밌다면서 같이 봐달라고 하는데... 귀찮다고 싫다고 했어요. 근데 그날 언제까지 깨어있으셨어요. 거의 밤을 꼴딱 세우신 거 같은데..... ^^
아영엄마님, 자유로워지고 싶어요.^^

2010-02-23 0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6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akardo 2010-04-07 13:06   좋아요 0 | URL
정말 왜 저런 건 안따라할까요? 다른 건 미국에서도 한다, 일본에서도 한다를 핑계로 막 하려들면서요. 웃기는 것들이란 생각이 듭니다. 무료급식 이야기에서 의료보험 이야기도 떠오릅니다. 그렇게 좋아하는 미국에서 이제 의료보험도 국가에서 하겠다니 걔들은 무슨 할말이 있을까요. 하하. 맨날 의료보험도 민영화해야한다 헛소리한 사람들이 떠오릅니다.

기억의집 2010-04-07 16:47   좋아요 0 | URL
한날당 말로는 부자들한테까지 밥값 안 받을 수 없다고 하잖아요. 진짜 웃기는 말 아닌가요. 근데 그 말에 넘어가는 인간들이 있더라구요. 휴~~ 그래서 제가 그럼 의무교육까지 없애야겠네, 이러면 아무 소리 안 하더라구요. 미국은 정부가 나서서 의보 바꾸겠다고 난리인데.. 뭘 알고나 저따고 소리 하는지 모르겠어요.
 

요즘은 무슨 글을 쓰고 계신가요? 달변의 투르니에씨에게는 긴 질문이 필요 없다. 김선생이 번역중이라는 <짧은 글, 긴침묵>의 속편에 해당되는 산문집<예찬>, 그리고 <흡혈귀의 비상>이라는 제목으로 이미 펴낸 독서록에 이어지는 또 한 권의 독서록, 이렇게 두 권 분량의 원고를 써 놓았지만 아직 출판은 하지 않고 있어요. 그리고 요즘엔 무엇보다 흡혈귀 문제에 심취해 있어요. 그 주제를 가지고 한 권의 소설을 써보려고 말입니다. 아주 결정적인 흡혈귀 소설을요. 모리스 라벨이라는 작곡가는 왈츠곡을 작곡했었죠. 그가 원했던 것은 흔히 있는 왈츠곡들 중 한곡이 아니라 왈츠곡 그 자체였어요. 과연 그 곡이 발표된 이후에는 아무도 왈츠를 더 이상 작곡하지 않았죠. 내가 원하는 흡혈귀 소설도 그런 거예요. 부정관사가 아니라 정관사가 붙는 흡혈귀 소설!....(중략).... 그런데 왜 하필이면 <흡혈귀>일까? 나는 그런 주제를 좋아하지도 않으려니와 그것이 딱히 내 정서의 심층을 진동시키지도 않는다 "한국인들도 흡혈귀에 흥미를 많이 가지고 있나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p237). 

꽤 오래 전에 읽은 미셀 투르니에의 산문집인 <짧은 글 긴 침묵>중에서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대목이다. 정작 미셀 투르니에가 쓴 에세이는 가물가물한데, 김화영 교수가 미셀 투르니에의 집을 찾아가 그와 나눈 대화를 작품 후기처럼 쓴 이 글의 저 대목을 10년 넘게 뚜렷하게 기억하는 이유는, 나 또한 김화영교수처럼 흡혈귀란 존재가 내 정서에 그렇게 와 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 대목을 읽은 순간, 흡혈귀가 그렇게 흥미로울 수 있는 존재였던가? 하는 의문이 들었고, 미셀 투르니에뿐만 아니라 서양 작가들의 흡혈귀에 대한 반응이 좀 별나다고 생각했었다. 쳇, 타인의 피나 빨아먹어야 살 수 있는 영원불멸의 존재라니. 예나 지금이나 흡혈귀 자체가 얼토당토한 유치찬란한, 게다가 성적인 욕망과 뒤얽힌 신화적 존재라는 생각이 고착돼서 나는 좀처럼 서양작가나 영화인처럼 흡혈귀란 주제가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없었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지금까지 뱀파이어가 나오는 소설을 읽은 기억이 없다. 끽해야 코폴라 감독의 <드라큘라>나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의 <니어 닥>같은 영화 몇편 정도. 아, 그리고     

영화<뱀파이어와의 인터뷰>! 책을 읽지는 않았지만, 흡혈귀라는 주제를 능가하는 쟁쟁한 얼굴마담들이 나왔던 영화라 당시에 안 볼래야 안 볼 수 없었던 영화. 혹 기억하는 분들이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예전에 나귀님이 이 소설에 대한 리뷰를 쓴 적이 있었다. 그 때 그 리뷰에서 이 책을 "드라큘라의 현대적 해석"이라고 생각해 10여년 정도 외면 했는데 막상 읽어보니 뱀파이어란 존재가 외면당할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 그리고 스스로의 정체성에 대한 혼란"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인상적이었으며, 이 작품에서 가장 매혹적이었던 것은 5살짜리 소녀의 몸에 갇힌 팜므 파탈 클라우디라는 불멸의 존재였다고 글을 남긴적이 있었다. 차라리 정신도 몸과 함께 5살 소녀로 남아있다면 좋았을 것을. 영화에서 클라우디는 성적인 욕망을 갈망하는 소녀로 나온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녀를 건드리지 못한다. 정신적으로 성숙할지 몰라도 몸은 7살의 몸이었으니깐. 운명의 저주라고 해야하나. 그땐 잘 몰랐는데, 커스틴 던스틴의 요염하면서도 당돌한 눈빛 연기 굉장한 것이 아니었나 싶다.

갑자기 왜 이렇게 나귀님의 리뷰까지 들먹이느냐하면, 바로 며칠 전에 보고 온 <렛미인>을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웃기는 말이지만, 난 이 영화에 대한 스토리를 전혀 몰랐다. 영화를 보러 가는 도중에 지인과 통화하다가 이 영화가, 소년소녀의 사랑이야기라는 것을 그리고 뱀파이어에 대한 영화라는 것을 얻어 들었다. 꽈당! 뱀파이어가 나온다는 말에 도중에 갈까말까 볼까말까로 한참을 고민 좀 했었다. 저 위에 쓴 것처럼 예나 지금이나 나는 흡혈귀란 캐릭터에 대해 그렇게 호감을 가지고 있지도 않을뿐만 아니라 별로 뭐 흠흠흠.  

여하튼 망설임 끝에 보았다. 그리고 영화 보고 와서, 외톨이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사랑이야기 어쩌구저쩌구하며 영화평론가 이동진이 극찬했다고 하는 글을 읽었는데, 솔직히 그런 평가는 좀 오버다 싶었다. 내 나이쯤 되면 속물근성이 강해져서 저들의 사랑이 현실적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는데, 내 눈에는 저 소년과 소녀의 사랑이 순수하지도 진실되어 보이지도 않았다. 한마디로 사랑이 밥 먹여주니!  

나는 이엘리에게서 <뱀파이어의 인터뷰>의 5살짜리 팜므 파탈 소녀 클라우디아를 보았고, 이엘리에게 자신의 피 한방물까지 준 호칸에게서 오스칼의 미래를 보았다. 일단 책은 무시하고, 이엘리는 이백년동안 12세 소녀의 몸 속에 갇혀 있고 어쩌면 미래의 수 백년 후에도 12세의 소녀로 남아있을 것이다(그녀가 자신의 삶에 진저리를 치고 죽음을 선택한다면 달라지겠지만). 그녀가 클라우디와 다른 점은 자신의 욕망을 이용한다는 것. 그녀는 자신의 닫혀있는 몸과 삶 속에서 또 다른 동반자를 유혹해 그들이 삶까지 그녀의 테두리 속에 가두어 둔다. 어쩌면 호칸도 오스칼처럼 어린 나이에 그녀를 만나 소년의 풋사랑을 느껴 그녀와 함께 하는 삶을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다음엔... 죽지 않고 아니 더 이상 늙지 않는 그녀와의 사랑은 너무나 파멸적이다. 소년기의 사랑이 풋풋한 순진한 사랑일 지 모르겠지만 그(호칸 혹은 오스칼 또는 미래의 남자들)는 점차 나이를 먹으면서 청년이 되고 이엘리는 여동생으로, 더 나아가 그가 나이가 들어 중년이 되면 그는 소아애자로 그의 욕망을 풀어야한다는 것이다. 과연 이엘리의 유혹의 정체는 무엇인가? 사랑을 가장해 자신의 영원불멸한 삶을 위한 피의 조달자를 만들기 위한 장치가 아니였을까. 순간 뱀파이어의 영원불멸한 삶은 가치가 있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변함없이 되풀이 되는 시지프스의 신화와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이엘리의 몸이 12살로 멈춤 것처럼 오스칼의 삶은 그녀와 함게 유목민처럼 떠돌아다니는 삶을 선택하는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뱀파이어인 이엘리는 시지프스처럼 닫혀 있는 원의 세계에서만 머물고 생활하고 달릴 것이다. 오로지 그 안에서만. 오스칼, 물론 그는 나이를 먹고 늙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주어진 삶은 이엘리처럼 더 이상 열려 있는 공간이 아니고 육체도 정신도 더 이상 자랄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그에게 성장은 이엘리와 함께 12살의 시계에서 멈추었다. 성장이란 함께가 아닌 자기 스스로 찾아가는 길이며 성장이란 결국 궁극적으로 개인 스스로 찾아가는 자유로운 길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엔딩 크레딧도 보지 않고 후다닥 나와 버렸다. 소년과 소녀의 행복한 미래가 그려지기 보다 오스칼(아, 왜 그렇게 투명한 느낌이 드는 이쁜 소년이라는 생각이 드는지)의 파멸의 길이 안스러워서 내 피가 다 빠져나갈 것 같았기에. 영화관 문을 나서면서, 절대 책은 읽지 말자,라고 다짐하고 나왔다. 더 이상의 파멸을 끌어안고 싶지 않다. 한 소년의 멈추어버린 삶과파멸의 목격은 이제 영화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세상엔 영원한 사랑이란 없단다. 얘야.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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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10-02-21 08:53   좋아요 0 | URL
제가 이 영화와 책을 잘 피했구나 싶어요. 슬프고 무섭네요, 이엘리.

기억의집 2010-02-21 12:23   좋아요 0 | URL
진짜 내용 너무 악마적이에요. 게다가 소년애가 얼마나 투명하고 이쁜지.. 그래서 더 맘 아팠던 영화였어요. 그 때 언니랑 통화했을 때가 지하철로 향하던 때였는데, 그냥 발걸음을 돌렸어야했어요^^
 
세상 모든 건축가의 건축 이야기 마음이 쑥쑥 자라는 세상 모든 시리즈 20
꿈비행 지음 / 꿈소담이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요즘은 이런 시리즈가 대세인가 보다. 어떤 한 아이템을 잡고 그 아이템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아이들에게 전달하는 것 말이다. 우리 어린시절에는 찾아 볼 수 없었던 지식아이템이지 않나 싶다. 서점에 가서 여기저기 둘러보면 다 이런 책들 밖에 없다. 아이들 머리 속에 하나의 지식이라도 더 집어넣을려고 안달하는 모습이 꽤 인상적이고 풍요로움이 넘쳐 과잉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나쁜 의미로 말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책들을 보면서 잘만 활용하면, 여러 종류의 책이 많이 나와 있어 책 선택을 잘 한다면 아이들 공부에 더할 나위 없이 유용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렇게 말한 것 뿐이다(좀 톡 쏘는 듯한 말인가!).  

이 책은 먼저 희망으로님의 리뷰 읽어보았는데 , 희망으로님의 사진이 작다라는 말에 전적으로 수긍이 간다. 사진이 적게 나와 건물에 대한 정확한 모습을 인터넷을 뒤져 다시 확인해야할 정도로. 하지만, 사진이 작게 나온 거 빼고는 이야기의 짜임새나 정보면에서는 손색이 없다. 인류가 정착지에 정착한 이후의 시각적인 욕망이라고 말하고 싶은, 인류 역사의 유명한 건축물이 한 자리에 모여 있으며 정보의 양도 짦지도 길지도 않다. 아이들이 접수할 만한 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페르지사의 제국의 페르세폴리스 (갑자기 이 궁전터 보니깐 <페르세폴리스>라는 만화가 연상되었고 그녀가 왜 그런 제목을 붙였는지 알 수 있겠더라는)궁전에서부터  우리의 불국사 건축물 그리고 스페인에 있는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까지 설명되어 있는데, 아이들에게 역사가 낳은 불멸의 건축물의 존재를 확인시켜 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싶었다.  

물론 이 책은 좀 더 깊이 있는 글을 원하는 아이들에게는 입문서 정도의 역활밖에는 하지 못할 것이다. 좀 더 많은 건축물과 건축가들을 원하는 아이들은 아마도 다른 책을 원할지도 모르겠는데,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고 고대 건물 따라, 중세 건물 따로 그리고 현대 건축물만 따로 보여 줄 수 있는 책이 나왔으면 하는 생각을 했더랬다. 책 제목만큼 세계의 모든 건축가의 건축이야기는 아니었던 것이다. 아주 대표적인 건축가의 건축물만 보여줘서 대강 목만 축였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  

덤: 갑자기 이 책 읽다가 루이스 칸이 생각나서  



루이스 칸의 솔크 연구소(소아마비 백신을 발명했지만 특허를 거부한 솔크박사의 연구소 건물
) 안도 다다오가 이 사람의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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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2010-02-13 16: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출판시장이 커짐에따라 그동안 없었던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죠. 우리 교육이 왜곡된 면이 있어서 순수창작물보다는 지식책을 찾는 독자들(욕심 많은 엄마)의 요구가 많기 때문인 것 같아요. ㅎㅎ 저희 아이들 아직 이 책 접수 전.

기억의집 2010-02-16 18:40   좋아요 0 | URL
지식책이 많다는 것은 좋은 일에요. 아무래도 모든 현상과 사물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도와줄 수 있으니깐요. 이 책은 좀 더 욕심을 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2010-02-13 09: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1 1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7 08: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보고 싶은 텔레비전 궁금한 방송국 - 세계의 텔레비전과 생생한 방송 역사 상수리 호기심 도서관 11
소피 바흐만 외 지음, 김미겸 옮김, 토니두란 그림 / 상수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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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인 내가 텔레비젼을 잘 안봐서 그런지 우리 애들은 얼마전만 해도 <스타킹>이나 <패밀리가 떳다>같은 예능프로나 드라마의 존재를 잘 몰랐다. 우리 애들이 저런 예능프로가 있다는 것을 안 것은 명절에 할머니와 삼촌들과 함께 예능프로의 재미를 접해본 이후의 일이었다. 그 때 가족들이 거실에 빙 둘러 앉아 예능프로를 보고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고, TV 프로가 꼭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집에 돌아와서는 아이들에게 예능 프로를 볼 수 있게 해주었다(난 예나 지금이나 예능이든 드라마든 별로, 애들방에 들어가 나 혼자 책 읽는다). 

아이들이 텔레비젼의 프로에 관심을 가지면서, 연예인이나 대중음악에 대한 관심은 물론이거나와 작은 TV에서 어떻게 화면이 나올 수 있는지에 대한 과학적인 관심도 갖게 되었다. 그래서 대강 내가 알고 있는 얕삭한 과학적 지식을 통해 예능 프로나 드라마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려주었는데 내 짧은 과학적 지식으론 아이들은 이해를 잘 하지 못했다. 그래서 알 게 된 책이 바로 이 <보고 싶은 텔레비젼 궁금한 방송국>인데,  

이 책은 텔레비젼이라는 말의 어원과 역사 그리고 방송을 만드는 일, 방송의 역활이나 다양성과 텔레비젼의 미래까지도 이야기하고 있다. 텔레비젼이라는 말은 그리스어로 "멀리"를 뜻하고 비젼은 라틴어로 "보다"라는 말을 합성해서 만들어졌으며(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어요. 아이들 을 대상으로 하는 과학책을 읽은 즐거움은 살면서 몰랐던 그리고 성인책에서는 접할 수 없는 바로 이런 아주 기초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어서 좋답니다) 텔레비젼이 발명되기까지 많은 과학자들과 기술자 그리고 발명가들이 공동의 힘을 보태서 정확하게 어떤 과학자나 발명가가 텔레비젼을 만들었는지 정확하지 않지만 실용적인 텔레비젼을 만든 사람은 영국의 베어드라는 사람이었다. 초기의 텔레비변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대중들에게 상품화 되기까지의 과정과 인공위성을 통한 최초의 위성중계까지의 과정이 사진과 함께 생생하게 설명되었다. 게다가 이 책은 특이하게도 프랑스인이 집필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텔레비젼의 역사도 포함하고 있다. 작가가 한국 아이들을 겨냥해 낸 책인지 아니면 삼성의 후원으로 책을 낸 것인지 알쏭달쏭하지만 여하튼 우리의 텔레비젼 역사와 곳곳에 우리의 텔레비젼의 현황이 나와있는데 최장수 드라마로 우리의 <전원일기>도 소개 되어있다는. 

아이들에게 TV에대한 짦막한 지식에서부터 역활과 기능까지도 잘 소개되어 있는 책이다. 고학년 아이들이라면 충분히 숙지할 수 있을 만한 책이다. 어른인 나도 텔레비젼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가 재미있었으니깐. 이 책 읽고 나서 갑자기 리처드 파인만의 짦막한 일화가 생각 났다. 난 어린 시절(그러니깐 초등학교 고학년일때도)에 TV를 보면서 TV안에 사람들이 있다고 믿었다. 전파를 통해 수신기로 우리가 수신 영상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 작은 사람들이 그 안에 살고 있어서 뉴스도 보내고 드라마도 하는 줄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TV의 뒤도 살펴보고 그랬는데,  파인만은 12살 무렵에 동네 망가진 라디오를 다 고쳤다는 일화가 생각나는 것이었다. 12살에 전파의 기능과 라디오 내부에 설치된 기계들의 기능을 알았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난 20살이 넘어 무역 회사에 다니면서 라디오나 텔레비젼에 설치된 PCB판을 처음으로 보았고 PCB 기능을 알았는데 말이다. 아마 지금 라디오나 텔레비젼은 PCB판을 사용하지 않겠지만, 어린 나이에 전자 제품의 내부 기능을 알았는다는 사실은 아이들에게 어린 나이일 수록 기계의 내부기능이 하는 역활 그리고 전자제품이나 기계들이 하는 역활들을 빨리 알아챌 수 있도록 돕는 것도 나쁘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더랬다. 아이들에게 기계적인 호기심은 그 아이가 가질 수 있는 과학적인 재능을 빨리 알아챌 수 있는 기회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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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2010-02-12 1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서에서는 가끔씩 이런 경우가 있더라구요. 우리나라의 실정을 넣어주는 쎈쓰~~!! 전 울 아들 초등학교때 망가진 라디오 뜯어보라고 주기도 했어요.^^

기억의집 2010-02-16 18:42   좋아요 0 | URL
근데 이 책은 삼성협찬 책인거 같아요. 희망님이 권해주셔서 읽긴 했는데, 저 무슨 삼성홍보책인 줄 알았어요. 하핫, 나중에 삼성만 나오니깐 기분 팍 잡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