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파란여우님이 쓰신 <제1권력>이라는 리뷰를 읽으면서, 순간적으로 찌찌직 하고 뭔가가 번득이며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갔다. 여기저기 신문 신간에 소개되었던 그 책에 구미가 당겼지만 만만치 않은 가격과 읽어봤자 없는 성질만 돋궈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 구입을 꺼린 책이었는데, 책보다 리뷰를 먼저 접하게 되었다. 하핫. 솔직하게 말하면 가격이 무서워서 지르지는 못하겠더라는. 여하튼 요즘 인터넷 서점의 대세는 책보다 리뷰라고...리뷰를 읽고 또 읽었다. 

그의 글에서 나는 그 무엇보다도 삼성을 떠 올렸고 그의 문장을 치환하기 시작했다. 두 기업은 미국식 자본주의 대명사이며 성공한 자본주의의 왕관을 쓴 주인공이다. 두 기업 대신 나는 삼성을 집어 넣기 시작했다. 그 자리는 우리 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이 들어가도 손색이 없는 자리였다. 삼성을 나쁜 기업이라고 매도하려는 의도는 없다. 그리고 삼성이 망하길 바라는 사람도 아니다. 장준하교수가 어느 인터뷰에서 분명하게 했던 것처럼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에서 삼성이 망하길 바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말 그대로 우리 나라 대들보, 대표기업 아니던가. 더군다나 야근을 밥 먹듯이 하며 목숨까지도 내 놓을 기세로 열심히 일한, 삼성을 대한민국 대표 기업으로 일군 것은 결국 20만명의 직원들의 몫이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삼성이라는 기업 자체를 꼬트리 잡으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20만명의 임직원이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란....(씨익)말 안해도 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삼성이 괴물처럼 다가왔다. 대한민국 단 한사람도 삼성이 절대로 망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의 경제가 파멸이 되고 자신들이 누려온 물질적인 향락이 무너질까봐 두려워, 한마음 한뜻으로 삼성이라는 괴물기업을 응원하는 마음.

그러한 마음이 나는 공포스러울 정도로 무섭다.  어느 한그 기업이 한 나라의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라서, 비리를 저질러도 어느 누구도 그러한 비리를 저지하거나 지적하지 않은 채, 눈 감아 주는, 우리나라는 삼성 없으면 절대 안돼, 라면서 떠 받들어 주며 오히려 문제 제기 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분위기가 더 공포스러울 때가 있다는 말이다. 정치적인 파시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자금 조성, 탈세 그리고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법의 판결을 받기 위해 기다려도 법원에서조차 유야무야하게 넘어가는, 심지어 사면까지 받아내는 삼성의 위상을 보면서 우리 나라 제 1권력은 대통령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삼성에서 나온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러한 조치에 대해 몇 명의 지식인들의 반발을 제외하고 당연히 사면 받아야한다는, 대한민국 대중을 보면서, 이런 걸 파시즘이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의 정치체제는 분명 엄청난 대중적 기반위에서 조성된 합법적인 정당한 정권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삼성 또한 엄청난 대중의 지지를 받는 경제적인 파시즘의 뿌리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본다.   

그래 좋다. 우리 나라에서 삼성이 없다면 우리 경제는 분명 휘청거릴 것이다,란 주장에 동의 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삼성에 대한 확고한 신뢰와 지지를 보면서 나는 의아하게 생각된 것이 하나가 있다. 그건 바로 삼성은 바로 이씨가문의 것이다,라는 것이다. 공식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삼성 = 이씨. 이 공식은 아인슈타인의 공식 E = mc^ 보다 더 확고하게 세뇌되어 있어 우리나라에서 이 공식은 절대 깨어지는 않을 것처럼 보인다. 더군다나 그 유명한 장준하 교수조차 이씨가문이 삼성을 지배하는 것이 외국자본에 의해 기업이 쪼개지는 것보다 낫다고 말하지 않는가.

하지만, 난 삼성의 모든 비리는 바로 저 공식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가문이 누리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말이 그렇지 히로세가 말한 우리나라 제1권력 아니고 뭐란 말이냐!) 온갖 편법적인 비리와 불법적인 경영권 승계같은 논란의 한 가운데에는 대한민국에서 제1권력의 유지와 승계에 있다고 본단 말이다.  한 가문이 하나의 기업을 창업했을지언정그 기업을 다음 대까지 승계할 만한 이유는 없다. 이씨 가문이 삼성의 대주주로서 가지고 있는 주식는 겨우 1%인것으로 알고 있다(삼성 주식의 50% 외국인의 몫). 1%의 몫으로 그들은 거대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셈. 사실 좀 웃기는 것중의 하나는 직원들에게는 겨우 몇천만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면서 임직원들은 몇십억원의 성과급을 가지고 간다는 사실. 그것이 자본의 최대수혜라고 한다면, 그건 또한 민주주의의 가장 큰 약점이 자본주의라는 말할 수 있다. 아니 누구는 월급이 안올라 고구마로 떼우며(아프님 죄송해요^^) 단지 임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수십억원씩 가져갈 수 있냐는 말이다(말도 안되는 자본주의!).  

삼성이 꼭 이씨 가문의 소유일 필요는 없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삼성은 삼성이라는 기업이지 그 기업이 이씨 일가의 기업이라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물론 내가 장준하교수보다 경제를 잘 알아서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일개의 리뷰어 한 명쯤은 삼성의 창업자가 삼성을 세습처럼 지배할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좀 더 능력 있는 경영자가 나와 차세대 삼성을 이끌 수 있다면 삼성에게 그보다 더 좋은 미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삼성을 닥달한 필요가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말은 그 얼마나 뻘쭘한 선동적인 정치 문구인가. 현실은 권력에 이끌려 다니면서. 우리가 국민으로서 그 권력을, 1권력을 지켜내기 위해서 우리는 모든 비리에 대해 한 눈을 감는 것이 아니라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감시하고 견제해야 하지 않을까.  

장준하 교수의 인터뷰 http://media.daum.net/society/others/view.html?cateid=1067&newsid=20100406103605355&p=sis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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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책 읽고 있나요?

지지난 주에 <애도하는 사람>을 읽고, 책 속의 주인공중의 한명인 준코의 암투병과 암으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오버랩되어 요즘 설거지를 하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음악을 들으면서도 찔끔찔끔 눈물이 흘러 좀 기분전환 되는 책을 읽자고 선택한 것이 오쿠다 히데오의 <올림픽의 몸값>이에요. 한때 오쿠다 히데오의 책이라면, 묻지마 구입시절도 있었는데, <오,수다>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읽지 않다가 <올림픽의 몸값>은 리뷰평이 좋아 읽기로 결심. 지금 1권 중간 넘게 읽고 있는데 오쿠다 히데오가 이념으로 볼 때 좌익쪽에 가까운가 봐요. <남쪽으로 튀어> 읽었을 때만 해도 우익은 아니고 무정부주의자쪽에 가깝다, 라고 생각했지만, 이 책 <올림픽의 몸값>을 읽으면서 이 양반, 우리가 흔히 말하는 좌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문단 위치가 어떨지 궁금하더라구요. 과연 그의 좌익이념이 독자나 평론가들에게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지 궁금하더란 말이죠. 일본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이런 저런 책을 읽다보면 일본은 절대 우익사회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경관의 피>나 <마크스의 산>에서 작가가 묘사하는 좌/우익의 묘사는 그들이 얼마나 미국만큼이나 레즈 콤플렉스가 있는지, 빨갱이에 대한 공포가 극도로 달했는지 어느 정도 짐작하고도 남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우연히도 <올림픽의 몸값>과 더불어 크로스하고 있는 책이  조영일씨가 번역한  가라타니 고진의 <정치를 말하다>에요. 사실 저는 가라타니 고진이라는 평론가로서의 명성만 들었지 그가 어떤 인물인지 몰랐는데,  가라타니 고진이 좌익 인물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게 되었어요. 좀 흥미로운 사람이더라구요. 이 책에서 그는 60년대 일본에 일어났던 안보 투쟁과 68년 전공투에 대해서 말하는데, 오쿠다 히데오의 저 <올림픽의 몸값>하고 시대적으로 잘 맞아 떨어져 읽는데 도움이 많이 되고 있어요.  

아, 이번 주 안으로 다 끝낼려고 하는데, 그게 맘 먹은 대로 될 수 있을런지..... 아니 끝내야 해요.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책 절대 안 산다고 한 제가 조금조금씩 사들인 책이 장난 아니라는.  


아, 이제 저 과학의 탄생 다 읽을 때까진 절대 책 안 살거에요^^ 

덤으로 요즘 듣고 있는 음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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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4-07 18:18   좋아요 0 | URL
악 기억의집님. 노래 좋아요. 저도 제 핸드폰에 이 노래 좀 넣어야 겠어요. 오늘 가뜩이나 기분도 제대로 엉망인데, 오호라, 이 노래를 퇴근하면서 들어야겠군요!


아, 그리고 기억의집님. 정녕 저 책들을 이번주 안에 끝내는게..가능할까요? 응원해드리긴 하겠지만(화이팅!!), 아, 어려워보이는 책들도 있는데 말이죠.

기억의집 2010-04-08 09:36   좋아요 0 | URL
어제 저녁 퇴근하면서 텔레폰 들으셨어요? 좋죠! 신나는 발걸음이었으면 좋겠네요. 무거운 맘 날려버리고.
저는 요즘 케샤의 블라블라블라와 텔레폰 듣고 있어요. 텔레폰의 피처링을 비욘세가 했는데 전 비욘세의 보이스는 좀 버거워요. 노래는 잘하긴 하지만서...도^^
올림픽의 몸값하고 정치를 말하다를 이번주로 다 끝낼려고요. 그래서 어제 열심히 정치를 말하다를 거의 다 끝냈어요. 근데 문제는 고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재독을 해야하지 않을까싶어요. 휴~~~ 땀이 다 나네요^^
넷, 응원 잘 받을께요^^

다락방 2010-04-08 13:04   좋아요 0 | URL
네, 텔레폰도 다운 받고, 블라블라블라도 다운 받아서 어제 퇴근길 내내 들었어요.
블라~ 보다는 틱톡이 더 좋아요, 케샤는.

기억의집 2010-04-08 16:02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엔 틱톡이 좋았거든요. 케샤가 he said/she said라는 대목이 나오는 음절하고 셧업하는 대목에서 너무 좋아졌어요^^

akardo 2010-04-08 01:10   좋아요 0 | URL
기억의집님 찌찌뿡! 저도 `우주에는 신이 없다` 뜬 거 보고 냉큼 샀는데 기억의집님도 사셨군요.^^ 덩달아 `정치를 말한다`도 질렀어요. 으흐흐......그래서 `네이션과 미학` 아직 안 읽은 거 읽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그거 다읽고 `정치를 말한다`도 읽으려구요. 그런데 출판사에서 가라타니 콜렉션 5는 비워놓고 냉큼 6으로 했을까 궁금해지더군요. 어떤 책을 낼지 궁금해요.`언어와 비극`이나 품절인지 절판인지에서 좀 풀어줬으면 싶은데 말예요. ㅠㅠ

기억의집 2010-04-08 09:39   좋아요 0 | URL
어휴, 책 사지 말아햐지 하면서 냉큼 신간 훑어보고 질렀다니깐요. 차라리 안 보았으면 좋았을 걸을. 정치를 말하다에서 국가-네이션에 대해 말하는데 구체적인 의미가 잘 안 잡혀요. 일단 국가와 네이션이 어떻게 다른지, 잘 몰라서 그랬던 거 같아요. 좀 이건 아니다싶은 대목도 있기는 한데, 수긍하는 부분이 더 많긴 해요. 고진을 한번 천천히 살펴봐야겠어요. 예스방에도 가서 물어봤지만 고진이 우익세력한테 밀리나요? 아니면 어느 정도 방어할 수 있는 힘이 있나요?
근데 고진의 언어가 상당히 어려워서 전 언어와 비극은 꿈도 못 꿀 거 같아요.^^

akardo 2010-04-08 13:19   좋아요 0 | URL
흑. 저도 신간광고 뜬 거 보고 그냥 절로 손이 카트에 담기로 가더군요......네이션은 `민족`이란 개념과 비슷하지 않나 싶습니다. 국가와 네이션의 영역이 반드시 일치하진 않잖아요? 국가 안에 여러 네이션이 존재하기도 하고 한 네이션이 여러 국가로 나뉘어지기도 하죠. 국가와 네이션이 거의 일치하는 국가를 네이션=스테이트(국민 국가)라 부른 듯합니다. 고진이 우익세력한테 밀리는지는 저도 일본 미디어를 많이 알지 못해 모르겠으나 위키에서 가라타니 고진 관련해서 보니까 일본의 유명한 우익 쪽 비평가 요시모토 타카아키(요시모토 바나나의 아버지로 알고 있습니다.)가 가라타니 고진에 대해 몇번 글쓰면서 언급한 적이 있는 듯해요. 걸프전 때도 지식인 및 문학인들 모아 어떤 성명서를 낸 적도 있고요. 스물아홉살때 문예비평가로 데뷔해 문예비평만이 아니라 되게 다양한 활동을 했다고 위키에 적혀 있었습니다.

akardo 2010-04-08 11:38   좋아요 0 | URL
저도 가라타니 고진 어려워요. 단지 어떻게 해서든 대충이나마 이해하려고 여러번 읽고 줄 빡빡 쳐서 간신히 알까말까 하는 정도랄까요. ㅠㅠ `네이션과 미학`도 어려워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나마 프로이트 부분에서 알동 말동......;;

akardo 2010-04-08 15:13   좋아요 0 | URL
참. `근대문학의 종언`이 가라타니 콜렉션(?) 5였군요. 책표지가 달라서 그 생각을 못했네요. ;;

기억의집 2010-04-08 15:58   좋아요 0 | URL
일본 소설 읽으면 읽을 수록 우익세력이 활발하게 활동해서 기분 나빠서 물어본 거였어요^ 바나나 아버지가 그렇군요. 그런데 왜 우리나라에선 그렇게 바나나가 인기가 많죠?! 뭐 저야 바나나 글이라면 절대 사절이라서 .... ^^

기억의집 2010-04-08 15:59   좋아요 0 | URL
근대 문학의 종언도 조영일씨가 번역했더라구요^^ 그런데 고진이 우리나라에선 아직 전집이 없지 않아요?

akardo 2010-04-08 17:56   좋아요 0 | URL
도서출판 b 에서 가라타니 고진 작품을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이라 내놓는 걸 보면 그걸 전집으로 봐도 좋지 않을까 저는 생각해요. `일본근대문학의 기원`도 개정판으로 다시 내준 걸 보면 `트랜스크리틱`도 내줄 확률이 높고 말이죠. 그나저나 `근대문학의 종언`은 바리에테 시리즈로 샀었는데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으로 다시 나온 거면 또사야하나 고민중입니다. 통일성을 위해 사야하는 걸까요;;`언어와 비극`이나 좀 다시 내주지......

기억의집 2010-04-09 09:39   좋아요 0 | URL
헌책방에도 없나요? 맘만 먹고 열심히 하루도 뻬놓지 않고 드나들면 구할 수 있긴 하더라구요. 저는 마크스의 산이 그랬어요. 어느 날 오매불망한 그 책이 떠서 샀는데 한 삼년 재워두었다가 이번에 읽었지요. 참 신기하지 않아요. 막상 받아보면 읽을 것도 아니면서..소유하고 싶은 소유욕^^

akardo 2010-04-10 18:58   좋아요 0 | URL
이런;; 정치를 말하다 읽다가 제가 잠시 네이션을 너무 민족이란 의미로만 생각했다는 걸 깨달았어요. 위의 제 해석은 잊어주시고;;(수능에서 외국어영역 퍼센트가 가장 낮아서 그럴까요. ㅠㅠ)네이션이 국민, 민족 등 여러 의미가 있네요. 가라타니가 굳이 네이션이란 말을 쓴 것은 아마도 근대국가에서 네이션은 발생당시엔 민족에 좀더 가까운 의미였는데 현대로 들어오면서 국민 쪽에 더 가깝게 되어서 그렇게 쓴 게 아닐까 싶습니다. 네이션=스테이트가 국민국가라 번역되는 걸 보니;;참, <정치를 말하다>는 읽으면서 가라타니 고진 책에서 최소한 <세계 공화국으로>는 읽어야지 좀 이해가 되지 않을까 싶은 게 이책부터 읽으라는 번역자분의 의견에는 동의하기 어려워요. 재밌긴 한데 말이죠.^^;

blanca 2010-04-08 14:15   좋아요 0 | URL
과학의 탄생. 우와 몇 페이지나 되나요? 기억의집님이 이 쪽 분야에 관심있다고 하셨죠? 대단하십니다. 저는 코스모스를 일 주일에 걸쳐 참 힘들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꼭 다시 읽어 보고 싶어요.

일본의 작가들에 대한 얘기가 참 흥미롭네요. 일본도 레드 콤플렉스가 있다니. 저는 일본작가는 솔직히 에쿠니 가오리와 근대 소설 몇 편 정도가 다라 참 인상깊게 들립니다.

기억의집 2010-04-08 16:06   좋아요 0 | URL
한 일년전만 해도 어떤 책을 어느 기간까진 꼭 읽을 것이라는 강박이 있었는데, 핑거의 언어본능 읽으면서 바뀌었어요. 전 그냥 천천히 손에 잡히는대로 읽으려고요. 생각해보니 율리시즈도 60에 읽기로 했는데, 뭐 하는 생각때문에 그냥 이해할 수 있는 범위에서 시간에 상관 없이 읽기로 했어요^^

아, 일본은 레드라면 미국 못지 않아요. 걔네들은 자민당이 50년을 해 먹었잖아요. 일개 당이 50년을 지배당으로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변화를 싫어하는 것도 있겠지만 레드콤플렉스가 강해서 그런 거 같아요. 마크스의 산이나 지금 올림픽의 몸값 읽으면 대단해요. 근데 전쟁도 지네들 땅에서 읽어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빨강이라면 몸을 사리는지 모르겠어요??

기억의집 2010-04-08 16:07   좋아요 0 | URL
글구 가오리는 다른 작가들에 비하면 저도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제가 일본 문학에 대한 나쁜 편견을 가지게 된 게 저 언니때문이었어요^^ 흑흑

2010-04-10 1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4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6 1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9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0 1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 집 모녀 너무 이쁘죠?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업고 안고...... 엄마의 힘을 보여주는 제니퍼 가너인 거 같아요. 저도 저게 경험해 봤는데 죽을 맛입니다. 저 시간이 얼마나 긴지...^^

독신으로 사는 것도 좋지만 저렇게 애 낳고 키우면서 쓴맛, 단맛, 다 보는 것도 괜찮은.  아이가 이제 우리의 미래를 부양할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지만, 애 키우면서 경험할 수 있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그럼과 동시에 진짜 애 키우기 힘들다는 것도 부인하고 싶지 않아요. 전 애들 어떻게 키웠나 몰라요.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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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4-06 12:43   좋아요 0 | URL
아니 세상에. 저도 외삼촌 아기 안아봐서 아는데 엄청 무겁잖아요. 네다섯살 되면 정말 한 팔로 안는건 실현불가능한 것 같은데, 아니 제니퍼 가너는 어떻게 업고 안고 저걸 동시에 할 수 있죠? 아, 정말 괜히 일렉트라가 아니군요!! 뭐랄까 신의 경지네요. [300]의 근육질 남자들도 어쩐지 업고 안고를 동시에 하는건 못할것 같은데 말입니다.

오- 존경이에요, 존경.

예전에 안젤리나 졸리가 아들을 한팔에 안고 한 팔로는 쇼핑카트를 끄는 사진을 보고 완전 존경했거든요. 저렇게 큰 아이를 한팔에 안다니, 그리고 다른 팔로는 카트를 끌다니,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제니퍼 가너는 업고 안고. 와, 말 다했어요, 정말.

기억의집 2010-04-07 16:33   좋아요 0 | URL
저 사진들 덧글 다는 거 읽어보면 벤 애플랙은 도대체 뭐하냐? 이런 글이 많더라구요. 저도 애 키워봐서 아는데, 엄마한테 달라붙으면 옆에 아빠가 있어도 소용없어요. 두 딸이 특히나 큰애가 엄마를 무척이나 좋아하나봐요. 저런 사람들은 대체로 보디가드도 옆에 끼고 다니던데...^^

이런 말이 있잖아요. 쌀 20kg짜리는 못 들어도 20kg 아이는 들 수 있다고. 진짜 그 말 실감해요^^

L.SHIN 2010-04-06 12:55   좋아요 0 | URL
'엄마는 천하무적'

아이를 앞.뒤로 안고 있는 모습이 그 어떤 여전사보다도 멋있습니다.

기억의집 2010-04-07 09:32   좋아요 0 | URL
엘신님, 안녕하세요^^
그러게요. 앞뒤로 무기가 아닌 게 다행이죠.
나중에 애 낳으면 엘신님도 저러고 다닐 실자도 몰라요^^ 하핫

L.SHIN 2010-04-07 12:54   좋아요 0 | URL
전 나중에 강아지들을 앞.뒤로 안고 다닐지도 몰라요~ 하핫. ( -_-)

기억의집 2010-04-07 16:33   좋아요 0 | URL
하핫, 세상에 이런일이,에 나올 수 있다는 거 아시죠!

blanca 2010-04-06 18:54   좋아요 0 | URL
우와! 저는 절대 저렇게 못합니다!

기억의집 2010-04-07 09:33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저도 절대 저렇게 못 할 줄 알았는데
둘째 나니깐 첫째가 안되보여서 앞뒤로 달고 다닌 적 많아요.
특히 어디 외출했다가 집으로 올때....^^

유부만두 2010-04-07 13:19   좋아요 0 | URL
거기에 시장 바구니에 애들 기저귀 가방에 내 핸드백에 ...기타 등등...

유부만두 2010-04-07 13:18   좋아요 0 | URL
저도 막내는 잘 업고 다니는데 다리 기럭지가 달라서 저 그림은 안 나온다는...- -;;
언감생심...^^;;

기억의집 2010-04-07 16:41   좋아요 0 | URL
저게 다 돈의 위력 아니겠어요?!화보로도 충분하죠!







아영엄마 2010-04-07 17:26   좋아요 0 | URL
두 아이의 나이 차이가 얼마 안 나면 저렇게 앞뒤로 달고 다니는 일이 종종 있지요.
저 사진들 보고 있자니 옛날에 명절 앞두고 시댁 갈 때 저 혼자 애 둘 데리고 가느라 고생했던 일들이 생각나네요. 큰 애가 기차 안에서 잠드는 바람에 큰 애 들쳐 업고 (팔 힘도 없고, 짐가방도 있다 보니) 작은 애는 짐가방을 앞쪽으로 매서 그 사이에 끼워 안고 나왔더랬지요. 그 모습이 어지간히 안스러웠던지 지나가던 사람이 도와주겠다고 하더이다. ^^;;
암튼 애 여럿 키우는 엄마는 체력(혹은 괴력) 짱~ 이어야 한다니까요.

기억의집 2010-04-08 09:42   좋아요 0 | URL
네..저도 애 키우면서 그런 힘이 나한테 있었나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에요. 아빠가 옆에 있어도 둘 다 저한테 달라붙지..떼 놓자니 맘이 약해서... 왜 둘을 낳아서 이 고생인가, 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였어요.
그래도 애는 키워볼 만해요. 지인의 말대로 살면서 똥도 닦아보고 병간호도 해봐야 인생의 다른 면도 보이는 거라고 하는데, 그 말 공감 많이해요^^
아영엄마님, 어떻게 지내고 계셔요?

꽃핑키 2010-04-10 11:19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사랑스러운 사진들이네요 ^_^
ㅎㅎ 독신으로 살고 싶다가도 ㅋㅋ 이런사진들보면 ;; ㅋㅋ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ㅋ

기억의집 2010-04-14 11:21   좋아요 0 | URL
네!! 핑키님도 주말 잘 보내셨어요.
저는 감기몸살로..드러누웠답니다.
지금도 열이 올랐다내렸다 하네요.
핑키님, 감기 조심하세요^^
 

"왜냐면 우리집은 가족여행같은 거 해 본적이 없거든요. 여름방학에도 설 연휴 때도, 아무것도 안 했어요. 크리스마스에 케이크를 먹는다는 것도 중학새이 돼서야 알았고, 생일은 해마다 축하 받는 날이라는 것도 기시다 씨랑 사귀면서 알았어요."

 나는 되도록이면 원망 섞인 말투가 되지 않도록 답담하게 말했다. 사실 그다지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그 집은 그 집'이라던 아빠 말이 맞는 말이다. 나는 가족 행사도 기념일도 없는 집에 태어난 것 뿐이다. 다른 가족에게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가족다운 모습을 갖추지 못한 가정이었을 뿐이다.(306p)

 
남편이 술 한잔 걸치고 들어오면 언제나 하는 말이 있다. 쥐뿔도 없는 자기와 결혼해 줘서 고맙다, 애들 잘 낳아줘서 고맙다, 우리 둘이 결혼 잘 한거 같다 등등 맨날 술 마시고 하는 레파토리인지라, 뭐 대충 흘려듣는데 어제는 저 말말고도 기념일을 안 챙겨서 고맙다,라는 말도 덧부쳐졌다. 

내 웃겨서~~~  속으로 웃어 넘기며, 잠이나 자셔! 라고 말하고 나도 눕는데,

애아빠 말이 다른 직원부인들은 무슨 무슨 기념일이라면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고, 그래서 편하다고 몇마디 블라블라블라하더니 금새 잠이 들었다. 코까지 골면서.

며칠 전 그러니깐 3월 28일이 우리 결혼기념일에도 불구하고 맨숭맨숭 있다가 저녁에 잠깐 애들 데리고 낙지집 가서 주꾸미볶음 먹은 것으로 기념일을 대신했는데, 그 말을 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아니더라도 나는 아이들이나 애아빠생일같은 기념일은 챙겨도 나와 관련된 기념일은 잘 챙기지 않는다. 내 생일때도 그냥 넘기기 일수다. 애아빠가 십만원의 돈봉투를 주긴 하지만 생일케이크 없이 넘어가서 아이들이 엄마생일인 줄 모르고 넘길 때도 많았다. 그러니깐 요는 난 생일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기념일을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아, 그래서 우리 큰애 입학식때 큰 실수했다. 사진기를 가지고 가지 않아 우리 큰애입학사진이 없다는 것. 가족들에게 욕바가지로 먹었다). 

의례나 의식을 싫어하는 성격적인 것도 없지 않지만, 솔직히 우리 부모님은 제사는 빠짐 없이 지낼지언정, 내 생일은 한번도 챙겨준 적이 없다. 어쩌다가 미역국이나 얻어먹으면 다행이지만, 선물이라든지 생일케이크에 촛불 켜고 오손도손 생일 축하합니다~~ 같은 가족들의 합창은 언강생심이었다. 

부모님의 불화로 화목한 가족은 고사하고 싸움 안하는 날을 보내는 것만 해도 다행이었던 청소년시절이었으니깐....하기사 뭐, 우리 또래가 그렇게 물질적으로 풍족한 세대가 아니었기에, 내 나이 또래들은 자신의 생일이 언제인지 조차 모르는 무심한 시절을 보내지 않았을까나. 요즘 아이들처럼 자신의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며 무슨 생일선물 받을까,로 행복한 고민을 하는 그런 아이들이 몇 명이나 있었을까 싶다.  

나는 그런 뼛 속까지 무심한 시절을 보내온 탓에, 기념일에 대한 특별한 감각이 없다. 생일이면 생일인가 보다, 결혼기념일이면 그런가보다,라고 생각할 뿐 여느 날과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정한 날을 잡아 기념한다는 것이 영 어색하고 남부끄러웠다.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그런 대접을 받지 못해서 나이 들어 그런 기념일을 챙긴다는 것이 익숙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저 윤미네집이라는 책에 대해 느낀 위화감은 말도 못했다. 남들은 다 좋다고, 절판이 되어 수집가들에게 로망의 된 책이라는데, 휘모리님의 포토 리뷰를 찬찬히 보면서 사진 속의 주인공의 기념일에 찍은 행복한 미소가 왜 그리 받아들이기 힘든지. 그래서 휘모리님께도 잘 사는가보다,라고 덧글을 달았을 정도다. 저 시대에 저렇게 산다는 것이 부럽지 않다면 그건 거짓일 것이다.
 

그렇다고 나의 무신경했던 부모님을 원망하는 것은 아니다. 그 땐 정말 살기 힘들었고 하루하루가 지뢰와 가시밭길이었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기에 내 생일 한번 안 챙겨준 부모를 원망하거나 아쉽다는 것이 아니다. 저 8일째매미의 한 문장처럼 그 집은 그집일 뿐이다.  그냥 난 인생을 담담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이미 터득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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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4-06 16:39   좋아요 0 | URL
연애때도 그렇지만 서로가 정말 원해서 하는 기념일은 참 좋은데, 한쪽이라도 의무감에 또는 형식적으로 하게되면 참 어려워지는것 같습니다. 평균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기념일을 좋아하죠. 그런데 좋아한다는게 받는 기념일만이 아닌 주는 기념일,함께하는 기념일도 좋아해야할것 같습니다. 여튼 기념일 안 챙기다고 사랑까지 없는걸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제가 남자라 그런지 모르겠지만요;ㅋ 그 집은 그 집 일 뿐...마음에 드네요.

기억의집 2010-04-07 17:26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생각으로 남편한테 기념일 안 챙겨준다고 타박은 하지 않는데,
제 생일 때 늦게 들어오는 거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니깐
회식하고 들어오더라구요.
이제 가만 안 둘 거에요.^^

희망으로 2010-04-07 16:56   좋아요 0 | URL
기념일이란게 뭔가 대단한 선물 때문이 아니라 의미 있는 날을 기억하자는 거와 마음을 주고 받았으면 하는 거죠. 그런데 이것도 점점 나이듦에 따라 안 챙기게 되요. 귀찮아서.....이러면 안되는데^^

기억의집 2010-04-07 17:28   좋아요 0 | URL
희망님, 그러면 안되더라구요. 아이들한테는 몰라도 남편한테는 기념일 챙겨야해요. 전 그런데 별로 신경을 안 썼더니 애아빠는 진짜 생일에도 무심해요. 나이 들면 남편 밖에 더 있겠어요. 챙겨줄 사람이....^^ 지금부터 세뇌시킬려고요^^ 그러고 보면 우리 참 건전한 아줌마들인데...것도 몰라주고.
 

쿤데라의 불멸이 지난 몇년동안 절판되었다는 것을 B님의 글을 읽다가 알았다. 왜 그런 좋은 책이 절판의 수난의 겪었을까? 하긴 뭐 그렇게 따져보면 목이 빠져라하고 기다리고 있는 절판책이 한 두권이랴 싶지만. 쿤데라의 명성이라면, 한 해 수 십만권의 책이 팔리는 것은 좀 힘들더라도 스테디권안에는 들었을텐데. 지난 몇 년동안, 쿤데라의 책리뷰는 거의 다 농담이었다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그 책이 정말 괜찮은가보다, 라고 생각은 했지만 이제 쿤데라에 대한 관심은 시큰둥해져서 가까이 하지 않았고(난 바람난 여인이라네!), 저 불멸이 절판이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  

처음 쿤데라의 명성을 알게 해준 것은 책이 아니고 영화였다. 아, 90년인가? 90년대 초반으로 기억되는데 파릇파릇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 줄리엣 비노쉬 그리고 레나 올린이 나왔던, 우리 나라 영화제목으로는 <프라하의 봄>이었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었다. 내 기억에는 영화가 나오고 그 이후에 민음사에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라는 원제목의 작은 양장의 좀 있어 보이는 책으로 나왔던 것으로 안다.  

  

학생운동과 학내분쟁이 거의 소요단계로 들어가던,,,, 그러니깐 학생운동의 마지막 단계에서 찔끔 맛만 보고 전 세대의 격렬한 투쟁을 입소문으로만 들었던 시절에 이 쿤데라의 <프라하의 봄>이 극장가에 상영되었던 것이다. 그나마 군부시절이 아니고 김영삼 정부 시절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처음부터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성적 장면이 나오는 파격적인 영상이었고 이야기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사실 거의 20여년 전 영화여서 기억은 나지 않는다), 단지 당시에는 이 세명의 무명이었던 배우가 이 영화가 보여준 신선함과 파격 그리고 영상의 소용돌이는 미칠 것 같은 감정의 흥분을 가져다 주었다. 우리 세대가 그 전에 못 느껴 보았단 센세이션한 흥분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니 내가 처음으로 성인이 되었다는 흥분감을 맛 볼 수 있었던 영화였으리라.

영화가 흥행에 성공하자, 영화의 원작이 책으로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과는 다른 작은 판형의 아주 이쁜 하드커버의 책이었는데, 많은 부분 책하고 영화와 달랐지만 우리 나라에서 쿤데라의 이름을 굳히는데 아주 성공적인 책이었다. 명성은 다음 책을 낳는다. 쿤데라의 신작이나 그의 다른 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그 때 제법 그의 책들을 읽었다. <불멸>도 그 중 하나인데, 에세이인지 소설인지 모호한 형식의 독특함이 기존의 내가 읽었던 책하고는 남 달랐다. 아, 소설도 이렇게 쓸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기존의 소설 문법을 무시했고 소설의 서사성과 함께 에세이 형식으로 작가의 수준 높은 사고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었다.  

<불멸>이 세계민음전집사에서 나왔다길래, 집에 있는 청년사판으로 꺼내 읽어보려고 하다가 말았다. 누런 종이와 책위에 쌓여있는 까만 먼지, 더러움을 어느 정도 닦아내고 읽고 페이퍼를 쓰려고 했다가 읽기를 그만 둔 것이다. 줄거리도 어떤 내용인지도 기억을 하지 못하지만, 20대에 읽었던 감정만은 남아 있다. 새로운 형식을 접했다는 묘한 흥분과 짜릿한 신선함과 두근거림. 그 때 이 책의 주인공 아녜스를 줄리엣 비노슈와 연결해서 읽었고 단발머리의 아네스로 기억하는데, 40의 나이에 다시 읽으면서 20대때의 그 감정이 사라지면 어찌할까, 하는. 아네스를 줄리엣 비노쉬가 아닌 다른 여성과 오버랩하면 어쩔가, 싶었다. 나는 줄거리는 기억하지 못해도 그 때 읽었던 감정이 환기되는 책들이 있다. 그 책이 바로 불멸같은 책들.

20대때에 이상문학수상작인 김채환의 <겨울의 환>을 읽고 들뜬 적이 있었다. 아주 묘하게 나이 든 여성의 심리를 그린 작품인데, 이상하게 연애경험 전무인 내가 이 책을 읽고 단번에 뽕 간적이 있다. 그녀의 스산한 외로움을 나는 알 거 같았고 그 책에 대한 감정, 그러니깐 초겨울같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던 책이었는데, 몇 년전에 그 책의 그 느낌을 다시 느끼고 싶어 다시 구입해서 읽었을 때는 영 파이였다. 전혀 그 때의 여린 감정을 느낄 수 없었다. 소설의 단점만 보이더라는. 나이에서 소설을 바라보는 시각도 변하는구나 싶었다.  

쿤데라의 불멸도 그러면 어쩌지, 싶은게 많이 망설여지게 된다. 책 제목처럼 그 때 느꼈던, 품었던 그 감정 그대로 불멸이었으면 좋겠는데. 40대의 감정으로 남는 불멸이 될까봐 조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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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4-05 15:15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기억의 집님 이 페이퍼를 보니 또 쿤데라의 불멸을 꼭 읽어야만 할 것 같습니다. 진짜 책은 읽으면서 만들어 나가는 것 같아요. 저도 이상문학상 작품집 되게 좋아했는데 요즘에는 집중이 안되더라구요. 나이들어가면서 받아들이고 느끼는 마음도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기억의집님이 불멸을 한 번 더 읽고 올리실 리뷰를 기다리겠습니다. 그 리뷰를 읽고 나서 저도 불멸을 읽어볼까봐요.^^;;

기억의집 2010-04-05 23:33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망설이지 마시고 지르셔와요. 이번 주다음특종대상으로 뽑혀서 적립금도 빠빵할텐데^^ 전 불멸이 절판되었는지도 몰랐는데, 인생에 만날 수 있는 몇 안되는 작품이에요. 전 키취성향이 강해서 20대 시절에도 장정일같은 작가 좋아했는데, 쿤데라는 확실히 독특했어요. 지적 수준이 높은 작가를 만났는데, 잘난 체 한다는 느낌보다 그 지성의 카리스마에 압도당한다고 할까요. 하여튼 멋진 작품이었어요^^
저도 이상문학상, 김인숙의 바다와 나비 이후로 하도 실망해서 구입해서 읽지 않아요. 지네들끼리 돌아가며 상타는 거 같아요^^

다락방 2010-04-05 16:07   좋아요 0 | URL
저도 B님의 글을 읽고 [불멸]을 샀어요. 오늘 배송 받았답니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도 좋았지만 [농담]을 훨씬 좋아했던 저로서는, [불멸]이 도대체 어떨지 아주 기대되요.

그런데요 기억의집님, 서재 이미지에 아이 업고 있는 사진은 누구인가요?

기억의집 2010-04-05 23:38   좋아요 0 | URL
와후!! 다락방 어때요? 지금쯤 읽고 있는 중인가요? 궁금 또 궁금, 번역 문제가 좀 야기되었던데, 전 그 땐 뭘 몰라서 잘 모르겠지만 전체적인 흐름을 방해할 정도의 낮은 번역은 아니었어요.다시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전 김병욱씨 번역 좋았어요.

제니퍼 가너의 딸 바이올렛이에요. 저 두 모녀 보면 기분이 좋아요. 외국인들은 아일 업어주지 않는다는데, 딸 바이올렛은 없어서 키운 거 같더라구요. 제가 보관하고 있는 사진 중에서 저 어부바때문에 딸에하고 막 실랑이 하다가 결국엔 가너가 딸에 져서 업어주는 사진도 있어요. 곧 이모가 되시면 아시겠지만,아이들이 의외로 어부바에 환장합니다. 저의 딸도 6살까지 업고 다녔어요^^

다락방 2010-04-06 09:20   좋아요 0 | URL
저 책이 배송되어 왔지만 사무실 캐비넷에 오자마자 넣어두었어요. 지금 읽고 있는 책들이 있어서 이걸 다 읽고 읽어야 하는데, 그때되면 또 다른 책을 읽고 싶어지지 않을까 싶어지고. 어쨌든 다 읽고 나면 말씀드릴게요.

업어키운다니, 제니퍼 가너에게 왜이렇게 어울리게 느껴질까요? 저는 그 [데어 데블]을 보고 벤 어플랙 보다 제니퍼 가너가 분한 '일렉트라'가 너무 좋아서 팔짝 뛰었거든요. 그런데 저같은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일렉트라]가 단독 영화로 나왔더라구요. ㅎㅎ 그래서 극장 가서 보면서도 막 좋아했어요. 제니퍼 가너 멋져, 이러면서요. 음, 아이를 업어 키우는게 무척 잘 어울려요. 전 강한 여자가 참 좋아요!!

기억의집 2010-04-06 11:45   좋아요 0 | URL
저 그냥 둘다 그저그랬는데, 왜냐면 저 또한 애들 키우느냐고 정신 없어서 배우들한테 관심 가질 맘이 넉넉하지 못했거든요. 근데 가너가 애 키우는 모습, 너무 이뻐서 좋아하게 되었어요^^ 가너는 정말 새롭게 다시 본 배우에요. 특히나 저 업어주는 모습^^

유부만두 2010-04-06 10:00   좋아요 0 | URL
아...저도 저 영화를 잊을수가 없어요! 그때 극장가서 당당하게 이랬거든요.
<프라하의 밤> 주세요! - -;; 마침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읽어서 프라하 생각이 많았는데, <불멸> 꼭 읽어볼께요.

기억의집 2010-04-06 11:48   좋아요 0 | URL
만두님, 불멸은 진짜 괜찮은 작품이에요. 이렇게 말하니 민음사 홍보요원같아요^^ 왠지 읽고 나면 뭔가 꽉 찬 응집된 느낌이 나는 책이에요. 쿤데라가 다시 보이실 거에요^^

근데 둘째 좀 어때요? 우리 애는 지금 펄펄 날아요. 수련회 가기 싫어서 아프다고 한것인지... 쩝^^

2010-04-06 1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6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