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한국은행 김중수 총재가 총부채 상환비율 DTI를 완화하더라도 가계부채 문제는 악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DTI 규제를 풀 것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고, 드디여 담보 대출 받고 싶어 안달난 사람들을 위해 그 발언이 끝나자 마자 각 금융권에 규제완화를 지시했다. 오늘자 뉴스를 보니 아마 내일부터 제1,2 금융 모두 그 뜻을 받들어 담보대출을 내 보낼 것이라는, 그러나 사람들이 예전과 같은 대출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금융권의 반응 기사를 읽었다. 총부채상환비율, 그러니깐 영어로 DTI(Debt To Income)란 무엇일까? 백과사전식 정의로는,

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채무자의 소득으로 얼마나 잘 상환할 수 있는지 판단하여 대출한도를 정하는 제도인데, 이때 DTI가 사용된다. DTI는 주택담보대출의 연간 원리급의 상환액과 기타 부채에 대해 연간 상환한 이자의 합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인데, 이 수치가 낮을수록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높다고 인정된다.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막기 위해 2005년 도입한 이후 투기지역에서만 40%로 적용되었던 것이 2009년 9월 7일부터 확대 적용되었다. 이에 따르면 은행권 담보대출 금액이 5000만 원을 넘는 경우 DTI는 강남 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50%, 인천ㆍ경기 60%다.  

솔직히 나같은 사람은 한글로 써 있어도, 아무리 읽어도 경제의 경자도 모르는 사람이라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여기서 잠깐 이와 비슷한 상황의 소설을 쓴 미야베 미유키의 말을 빌려야한다. 80,90년대의 일본 부동산 버블을 심도 있게 다뤘을 뿐 아니라, 거품 경제후의 인간 군상을 다룬 미야베 미유키의 <이유>는 현재 21세기 대한민국의 자화상과 같은 소설이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따로 없다. 소설의 중심은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 웨스트아파트 2025호이며 그 공간과 관련된 인물들의 허영과 욕망을 다루고 있다. 1996년 9월, 반다루 센주기타 뉴시티 웨스트 아파트 2025호에 일가족 네명이 무참하게 살해된다. 처음 경찰은 그 곳에 거주한다고 관리소에 명시된 가족인 줄 알았으나 시체의 신원을 확인해 본 결과 그들은 고이토 가족이 아니었다. 그들은, 고이토가 그 집을 사기 위해 무리한 대출을 받고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자 경매로 넘어간 후, 그 집을 낙찰받은 경매 매수자 이시다 나오즈미에게 다시 그 집을 헐값에 빼앗기 위해 내세운 버티기꾼들이었다.  

이 시점에서 제기되는 의문. 도대체 그 집 구입가가 얼마며 대출 원리금이 얼마길래 원리금도 아닌 대출이자를 갚지 못해 경매에 넘어갔을까? 소설의 전개에 의하면, 2025호의 분양가는 1억 720만엔이다. 이것이 8,250만엔에 매물로 나왔고 최종적으로 8,120만에에 작자가 나왔다. 그리고 고이토 가족이 이 집을 구입했을 때 가격은 7,250만엔. 최초 분양가의 반값도 안 되는 가격이었던 것이다. 분양가의 반값도 안 되는 가격에 최고급 아파트를 얻을 수 있다니 거의 횡재나 다름없어 보였다. 그래서 고이토 가족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집을 구입하기로 한 것이다. 고이토가족의 가장 고이토는 2025호 구입할 당시, 그의 부인 시즈코의 친정에서 받은 돈(3500만엔)과 여러 금융권에서 나머지 금액을 대출 받았던 것이다. 한 곳의 금융권이 아닌 여러 금융권에서 최대한도의 대출을 받는 것. 이 소설에서 고이토의 신용을 파악할 수 있는 문구, 고이토 노부야스의 연봉으로 봐도 전체적으로 무리가 없는 범위였다. 또 그렇지 않으면 주택금융공고도 대출을 해주지 않는다. 금융공고가 융자한 물건 중에 회수불능 사례가 적고 따라서 차압 건수도 적다는 것은 애초에 융자 허용 기준이 까다롭기 때문이다(217p) . 바로 이것이 우리식으로 말하면 DTI다.

그럼에도 그러니깐  금융권에서조차 금융이자를 감당할 수 있다고 인정한 대기업 근무자가 자신의 살던 집에서 내 쫒겨야하는 수모를 당해야 했을까? 금융권의 신용에도 불구하고 고이토 가족은 3750만엔의 대출이자를 갚지 못했다. 대출을 낼 때만 해도 그는 대출이자쯤에야 했을 것이다. 충분히 자신의 능력으로 대출이자뿐만 아니라 원리금도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설에서는 정확하게 대출이율이 정해져 있지 않아 대출이자를 얼마나 납부하는지 제시하지 않고 있다. 21세기 한국의 금융 기준으로 보면, 4억이 조금 못 미치니깐 2백만원은 넘지 않았을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고이토의 경제적인 능력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 소설은 그가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자 경매로 넘어간 시점, 거기부터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는 부동산 경매에 대한 지식은 일반인들의 상식과 지식 그 이상이다.

무리한 내 집 마련을 위해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집에서 쫒겨난 고이토라는 등장인물이 과연 미야베 미유키 소설 속에서나 등장하는 인물일까? 아니, 아니 고이토라는 그 캐릭터는 지금 현재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실 속 인물이 되었다. 

MBC PD수첩의 김재영프로듀서는 <하우스 푸어>라는 비싼 집에서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책을 냈다. 자신의 부동산 취재기를 책 한권으로 묶은 것이다. 그는 내 집마련의 꿈을 이룬 사람들에게 왜 비싼 집에서 사는 가난한 사람들이라고 했을까?  내 집 마련이 꿈이 궁극적으로 주거의 목적이 아닌 투기의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오를 대로 오른 2006년도쯤 아파트에 투자해(마지막에 상투 잡은) 대출이자로 등골이 휘고 있고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는 부동산 거품은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해서 노무현 집권때 절정을 이루었다고 말하고 있다. 사실 21세기 이전만해도 강남의 은마아파트는 3억원선이었다. 내 기억으로도 변두리의 새아파트의 최고가가 2억원선이었고 강남 재건축 아파트나 투기 대상이었지 부동산 거품은 그렇게 크게 일지 않았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건설경기 부양이 결국에는 투기붐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일단 헛말은 아니다. 설득력 있다. 

그가 이 책에서 문제 삼은 것은 아파트를 사는 것은 개인의 문제지만, 너도나도 무리한 대출을 끼고 사는 것은 사회문제화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이 무리한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사는 것은 결국 금융권의 노예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예를 들어보자. 2억원을 20년 만기, 금리 6.5%, 거치 기간이 없는 원리금균등분할 상환 조건으로 대출시 한달에 갚아야 할 원리금은 149만1,146원이다. 매월 149만1,146원을 20년 동안 총 3억 6천만원을 은행에 갖다 바쳐야 2억원 대출이 종결된다. 반면 비슷한 액수인 140만원을 한달에 한 번, 4.8% 볼리 금리, 일반 과세로 저축하게 되먄 약 9.3년 후 2억원을 모은다(105p).

과하게 말하면, 내 돈 아니고 은행돈으로 집 사면 결국에는 은행 배불리는 짓이라는 것이다. 10년도 안되서 2억을 모으는 것을 20년 동안 은행에다 이자로 1억 6천만원씩이나 갖다바치면서 뭔 짓이냐는 것이지. 개인적인 생각으로 난 사람들이 1억원이라는 돈을 너무 우습게 안다고 생각한다. 하루 자고 일어나면 2,3억씩 오른다는 이유만으로 수천만원이 아닌 수억원씩 대출 받아 아파트를 구입했다. 하루에 2,3억씩 가격이 뛰니 1억원은 우스웠겠지. 이 책에서 강남의 은마 아파트나 신도시 아파트를 세대별 등기부등본을 떼어 대출금액을 조사한 통계가 나오는데, 사실 70%이상의 세대가 1억이 아닌 그 이상의 금액을 대출 받고 있다고 한다.  1억원의 대출이자가 40만원 정도. 그것도 저금리 시대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국은행은 지금 대출이자때문에 출구전략을 미루고 있지만  출구전략을 언제까지 미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만약 출구 전략이 시작되면, 지금도 저금리 시대의 대출이자에 애를 먹은 사람들은 이자 폭탄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과연 이자 폭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월급쟁이가 일년에 벌 수 있는 돈과 저축액을 생각해보면, 2억선도 아닌 5,6억하는 집을 몇 억씩 대출 받아 산다는 것 자체가 현실감이 떨어지는 무리한 욕망에 기인한 것이었다. 아마 한도 이상의 대출을 받고 집을 산 사람들은 지금 신용파탄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을 것이다

금융권은 절대로 손해보는 장사 하지 않는다. 만약 이자를 제대로 납부하지 않으면 곧바로 경매에 부쳐 자신의 대출금을 회수한다. 그들에게 동정심이나 연민은 존재하지 않는다. 경매물건은 기업으로 치자면 자기자본까지 까먹을 수 있다. 한번에 낙찰되는 경우, 운이 좋아 원리금과 대출 이자를 갚고 나머지 금액을 차지할 수 있지만, 계속해서 유찰되다가 터무니 없이 낮은 금액으로 낙찰된 경우 남은 금액은 얼마 없다. 원리금과 이자 회수 후의 금액으로 그나마 전세를 얻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마저도 얻지 못해 길바닥에 나 앉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부동 자산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매매가이다. 제 아무리 매도자가 자신의 부동자산에 20,30억을 불러도, 그리고 감정평가서의 건물가가 최고가액을 명시했다하더라도 매수자가 매도자의 호가에 구입할 의향이 없다면,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의 가격차를 우리는 거품이라고 부른다. 부동산 시장의 가격 형성은 철저히 매수자에 의해 결정된다. 현재까지는 괜찮다. 조중동이, 정부가 받쳐주고 있다. 빚을 내서 집 사라고 정부가 DTI를 풀어주고 있지 않는가.  

조중동이 아파트불패를 외치며 로또라고 지면마다 선전하는 동안(현재 조중동에 아파트광고가 없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한편 소수의 사람들만이 아파트 투기야말로 인생의 막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수의 말을 새겨들어야 한다. 2,3년 후에 부동산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루머를 퍼뜨리고 믿는 사람들.  절대 그럴 일 없다.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88만원 세대가 386세대를 대신한다고 생각해 보라. 우리가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 <이유>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는, 부동산 거품과 거품의 매력에 빠져 여기 저기 금융권에서 무리한 대출을 받아 집을 사서 대출 이자를 납부하지 못해 경매에 부쳐지는 현실이 우리 현재의 비극적인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거품 경제에 대한 시선은 정확하다. 그녀의 소설에 나오는 고이토같은 처지의 사람, 이 지금 우리 주변에는 지뢰처럼 깔려 있어, 어느 순간 사회적인 문제로 폭발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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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9-01 19:39   좋아요 0 | URL
하하핫 제목 보고 무슨 글일까 했는데 본문에는 글도 없이 책 한권...
하우스 푸어....ㅋㅋ 절묘합니다.^^

비싼 집에 사는 가난한 사람들, 왜요 아파트 사시게요?, 이 달 이자는 냈어?

참...현실을 잘 표현한 말들입니다. 워킹푸어도 있고... 관련도서 어디에선 능력을 초과하는 과다한 교육비 지출을 한 원인으로 찾더군요.

집은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곳이라는데...그게 참 어려운 세상입니다.

기억의집 2010-09-01 23:11   좋아요 0 | URL
제가 이 페이퍼를 비밀카테고리에 가둬둔다는 것을 그냥 내 놓았나봐요. 죄송해요. 이 책 읽고 쓸 말이 있어 오늘 열었다가 몸이 좀 힘들어서 자고 일어나 다시 씁니다.
하우스 푸어, 읽으면서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허영위에서 지어졌나를 생각하게 되었어요. 맞아요. 집은 사는 곳이 되어야하는데..문제는 하우스 푸어의 작가 가 말한 것처럼 투기때문에 그렇고 내 돈 아니고 은행에 손 벌려서 무리하게 집을 마련한다데 있겠죠.^^

blanca 2010-09-02 15:11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어제 용산재개발 관련 시끄러운 얘기들을 보며 이제 정말 현실로 다가오는구나 싶었어요. 2~3년 전만 해도 대출해서 아파트 안 사면 마치 앉아서 돈까먹는 것처럼 호도되는 분위기였던 것 같아요. 그 때에도 그런 추세를 비판하는 얘기를 시골의사 박경철이 했던 게 기억나네요. 은행에 가져다 주는 돈과 저축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 비교 대목이 번쩍 뜨이네요. 너무 와닿아요. 집이 투기의 대상이 된다는 게 가만히 앉아 생각하면 참 우스꽝스러운 것 같아요.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미야메 미유키가 이런 것에 관련된 책도 썼군요. 기억의집님은 받아들이는 정보들을 잘 정리하고 논리적으로 풀어내시는 능력이 탁월한 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0-09-03 10:1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진짜 불과 몇년전에 아파트 안 사면 바보 취급 당했죠. 저는 그런 소리 아랑곳 하지 않은 게..은행에 이자 한푼도 주고 싶지 않아, 라는 주의가 확고해서...저는 살림은 꽝인데..그래도 지금까지 살림하면서 은행빚은 없어요. 다행이면 다행이죠. 예전에 비하면 돈가치가 떨어지긴 했지만 그래도 1억이 빚이면 엄청난 것이거든요. 그런데 것도 모자라 2,3억씩 빚지니 살기가 더 힘들죠. 용산, 그 난리를 치더니만..관할 사업장도 물먹어봐야해요.

2010-09-07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9-08 0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9-09 17:17   좋아요 0 | URL
최근 부동산 침체와 관련해서 경향신문 동아일보 매일경제의 프로젝트 파이낸싱과 디티아이 관련 기사와 논쟁 등을 오려서 정리했는데 분량이 꽤 되더군요.역시 무슨 분야든지 용어정리가 중요합니다만 특히 경제분야가 그렇죠.경제면을 꽤 열심히 읽고 오려서 정리해도 잘 모르는 용어가 많아요.외우다가 며칠 있으면 다시 잊어버리고...

기억의집 2010-09-09 21:06   좋아요 0 | URL
진짜 모르겠더라구요. 용어들을. 전 나이가 들면 외우기 힘들다는 그 말이 요즘에서처럼 확실하게 와 닿은 적이 없어요. 읽고 뒤돌아 서면 까먹고...이게 무슨 말인가 싶기도 하고. 경제에 쓰이는 정식적인 용어가 있고 또 금융회사내에서는 실무자들끼리 쓰는 용어가 또 있다네요. 사회가 발달할수록 말이, 아니 용어는 기똥차게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10-09-09 23:07   좋아요 0 | URL
일단 읽으려고 노력한다면 잘 까먹어도 관심은 갖고 있는 겁니다.그런데 어떤 사람이든지 자기가 취약한 분야가 있고 그 분야엔 아예 눈길조차 주지 않으니 더 모르게 되고 이런 악순환이죠.청소년이나 대학생들 중에도 아무리 쉽게 이야기해줘도 환율이 올랐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그런 사람은 뭐...도리가 없는 거죠.나이 여부와 상관없이요.

기억의집 2010-09-10 15:53   좋아요 0 | URL
저는 이런 말 하면 안되는데..인구의 60%는 먹고살기에 바빠 다른 곳에 관심을 둘 만한 여유가 없나봐요. 한순간 한순간의 생활에 충실한건데...근데 정말 책을 읽거나 다른 분야에 관심을 갖는 것이 먹고 사는데 그렇게 큰 지장을 줄까요?! 제 친한 친구는 저한테 책읽는 왕비라고 하거든요. 남편 잘 둬서 책만 읽고 산다고. 아까도 전화와서는 책 그만 읽고 쉬라고 하는데..아 참 뭐랄까? 저는 뭐든지 뭔가를 알고 싶은데..왜 사람들은 그런 관심을 갖는 것을 바보처럼 여기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떨 때는 그런 취급을 받으면 좀 억울해요. 학교 다닐 때만 공부하는 것인가 하고요. 자기네들은 아무 생각없이 살면서... 왜 사람을 바보취급할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노이에자이트 2010-09-10 17:36   좋아요 0 | URL
책읽는 왕비...참 그런 단어를 발명해내다니...자기와 다른 취향을 가졌다고 배척하면 뭐라고 대응하기도 그렇지요.시간이 남았다 하면 모여서 남의 뒷담화로 시간보내는 사람보다는 책읽는 사람이 훨씬 더 생산적이고 남에게 피해도 안줍니다.사실 뒷담화하다가 엉뚱하게 남을 헐뜯고 하는 사람도 많잖아요.

루체오페르 2010-10-10 16:05   좋아요 0 | URL
오 10월 이달의 당선작인 거죠?
역시! 자격이 충분하죠.
축하합니다,기억의집님^^

기억의집 2010-10-11 20:52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루체님, 사실 자격은 아닌 것 같은. 글 잘 쓰는 분들이 여기는 넘쳐나서리...^^
 

슬슬 밥하고 낙지볶음이나 해서 먹으려고 준비하는 중간에 컴을 켜고 기사 검색하다가, 큼직하게 뜬 이윤기 별세. 첨엔  무슨 말인지....이윤기라는 탤렌트가 누구지 , 중견 탤렌트인가 싶어 머리를 굴리며 클릭했다. 클릭한 순간 너무나 낯익은 번역가 이윤기 선생님의 얼굴. 가슴이 쿵 내려 앉는다. 향년 63세. 순간적으로 그럴 나이가 아닌데..아닌데..하는 말만 되네였다. 평소 지병이 있으셨던 것도 아닌데. 심장마비라고 했다. 아직도 20년은 더 살으셔야 할 분이 왜 운명을 달리하셨는지. 아직도 번역할 글이 산더미일텐데. 가까운 누군가를 잃은 것처럼 휑하다. 이윤기 선생님의 작품이 비록 오역이 있을지 몰라도 나는 그래도 선생님이야말로 최초의 스타 번역가이며 안정효 선생님과 함께 우리 번역문학 1세대임을 부인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실제 나는 어느 정도 번역의 오역은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고, 완벽한 번역글은 없다고 생각한다. 작품 전체가 오역이라면 문제가 있지만 부분 부분의 오역은 어쩔 수 없는, 문화적 차이에서 사고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기에 인정한다. 오히려 작품을 이 땅위에 출산시켜 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하다. 

이윤기 선생님은 소설가로 문단에서 기억되길 원했던 것으로 안다. 그가 햐얀 헬리콤터라는 작품으로 문단에 등단했지만 소설로는 먹고 살기 힘들었기에 번역을 오로지 번역에 매달렸다. 번역가로서의 그의 경력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번역일에 올인하면서 꾸준히 번역 작품이 나왔고 특히나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예상외로 크게 히트치면서 그는 신화적인 번역가가 되었다. 그 때 문예지마다 일간지마다 선생님의 번역에 대해 경외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 그 땐 우리 문학에 관심이 많았고 문예지를 열심히 탐독했던 시절이라, 확실히 기억한다. 그 때 그러니깐 80년대 후반 아니면 90년대 초반 <장미의 이름>이 출간 후, 선생님은 초짜번역가의 존재가 아닌 이제 신화적인 번역가가 되었다. 번역가로서의 인지도가 높아지자 그가 제일 먼저 한 일이 소설가로서 자신의 본연의 업무였다. 문예지마다 그의 글이 실렸다. 하지만 그는 소설가로서의 명성보다 번역가 이윤기라는 명성을 앞지를 수가 없었다. <전작주의자의 꿈>은 이윤기 선생님의 작품 그게 소설이든 번역작품이든 간에 그의 이름이 들어간 작품이라는 모든지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수집한 조희봉씨가 선생님에게 바치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이윤기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헌책방을 돌아다니며 자신의 작품을 수집하는 사람이 있어 자신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하다고 이문열의 작품은 분서 당하지 않았느냐면서 조희봉씨에게 감동했던 것으로 안다.  행복한 기억과 추억으로 남으시길.

63세라는 너무나 안타까운 연세로 세상을 뜨신 이윤기 선생님께서 뿌리신 번역 문학에 감사하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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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란 2010-08-27 20:03   좋아요 0 | URL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래살아야 하실분들은 왜 이리 빨리 가시는지....

기억의집 2010-08-30 09:29   좋아요 0 | URL
그러게요. 작년올해 왜 이러죠. 갈 사람은 안 가고. 말이 너무 심했나요!

꽃핑키 2010-08-27 23:15   좋아요 0 | URL
헉;; 기억님 페이퍼 읽고 깜놀했습니다 ㅠ 에구 심장마비였군요.. 오래전에 이윤기의 그리스 로마신화 읽었던 기억이 있어요.. 앗! 그러고보니 ㅋㅋ 제가 요즘 밤마다 야금야금 읽고 있는 그리스인 조르바도 이윤기님번역이네요 아.. 안타깝네요 ㅠㅠ
부디 그곳에서는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기억의집 2010-08-30 09:30   좋아요 0 | URL
저는 희랍인 조르바 시절이 너무 좋았어요. 그책 참 좋아하는데... 그 책 읽은지가 벌써 10년도 더 넘는 것 같네요. 저 20대때는 희랍인 조르바였거든요^^ 안타까워요.

루체오페르 2010-08-28 00:43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오늘 소식 듣고 놀랐습니다.

그리스인 조르바와 신화의 힘을 꺼내 보며 그분을 기립니다.

기억의집 2010-08-30 09:32   좋아요 0 | URL
더 사셔야할 분이 가셔서 안타까워요. 요즘은 50,60대가 노인측에도 안 들어서.. 왜 이리 일찍 가셨는지 모르겠네요.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렸던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연대기>가 나왔다. 이 전설의 소설을 얼마나 기다렸는데, 일단 이렇게 나와 준 것만으로도 고마워 가격 불문하고 주문해 주어야한다. 주문해 놓고 언제 읽을지 모르지만(소장하고 있다보면 언젠가 다 읽게 되더라), 이 소설의 쟝르상 절판 될 것이 뻔하므로 소장 필. 

레이 브래드버리의 소설은 그렇게 긴 호흡이 필요하지 않다. 현재 우리 나라에 출간된 그의 세 작품<민들레 와인>,<일러스트레이션 맨> 그리고 <화씨 451>를 읽다보면 화씨를 빼고 그는 단편이 한 데 모아 긴 이야기로 편입된 모양을 하고 있다. 듀나는 그걸 픽스업 소설이라고 했다. 더 자세한 듀나의 화성연대기에 대해 알고 싶다면 여길 클릭http://djuna.cine21.com/movies/etc_the_martian_chronicles.html. 

화씨도 그렇게 긴 상상력의 작품은 아니다. 어찌보면 그의 재능은 호흡이 긴 장편의 상상력보다 짦은 이야기를 모아 긴 이야기로 연대기로 만드는 것인지도. 개인적으로 화씨의 뛰어난 상상력도 좋았지만 그의 시대를 초월한, 미래를 앞서는 상상력은 <일러스트레이션 맨>의 단편들이었다. 문신맨을 읽다보면 그의 조신한 상상력에 황당하기도, 수긍하기도, 아이쿠 하며 뒤로 넘어가는 이야기들이 무진장 깔려 있다. 20세기 중반에 쓰여진, 소설적 상상력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 듀나도 언급했듯이. 그는 소설은 기계적인 상상력이 아니다. 그의 SF 근간은 다분히 인간적인 모습, 너무나 인간적인 고뇌를 담고 있다. 그래서 약간의 지루함을 느낄 수 있을 수도. <화성연대기>를 읽어보지 않아서 지금까지 읽은 그의 책중에선 개인적으로는 <일러스트레이션맨>이 최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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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8-27 14:05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이 대단한 작품이 지금에야 번역되었다는 데에 놀랐어요. 기억의집님 생각했었는데. 혹시 재번역인지요. 저는 요새 두꺼운 책에 기가 죽어서 무조건 얇은 책으로^^;; 눈이 요새 급 피로해져서요.

기억의집 2010-08-27 19:31   좋아요 0 | URL
저도 몰랐는데 예전에 이 책이 모음사에서 출간되었더라구요. 검색해보니 모음사간도 있었어요. 저는 한번도 번역되지 않았다고 생각했거든요. 저도 몸이 안 따라줘서 소설만 주구장창 읽고 있어요^^

유부만두 2010-08-27 18:02   좋아요 0 | URL
기억님은 정말 독서의 폭이 증말 증말 넓어요! 기억님이 읽는 책 갖고는 기억님이 어떻게 생겼고 어떻게 사는지 도대체 상상할 수가 없을 정도!!!

기억의집 2010-08-27 19:34   좋아요 0 | URL
흐흐흐 왜 이러십니까~~~ 아들친구엄마말로는 저보고 왕비라고 하는데요. 집에서 책이나 읽고 산다고. 하핫. 다른 사람들은 저의 이런 책읽기 한심한가 봐요. 어제 길가다가 보험 아줌마가 저보고 설계사 하래요. 하핫. 집에서 우아하게 왕비처럼 책이나 읽으니 이제 일 좀 나가고 그래야할까 어쩔가 싶어요^^

scott 2010-08-27 18:48   좋아요 0 | URL
아! 드디어 이책 출간되엇네요.
제대로 번역이..되었는지 궁금하네요.
화씨 451과 이러스트레이션맨 읽고 뒤통수를 확 맞은것 같았어요.
사고 싶은 신간들이 마구 쏟아져나오네요.^^

기억의집 2010-08-27 19:39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레이 브래드버리의 원문을 따라가기가 힘들었을 것 같아요. 저는 원서도 가지고 있어 비교하면서 읽었는데 확실히 번역서는 시적인 운율과 표현을 따라가지 못하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우리언어적 표현이 산문적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도 이렇게 출간해주는게 어디냐 싶어요. 도저히 원서 읽기게 저는 쉽지 않더라구요. 딴 생각만 자꾸 들고....^^

pjy 2010-08-29 12:56   좋아요 0 | URL
원래 단편을 안이뻐라하는 편협한 취향인지라 저는 '일러스트레이션맨'보다는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이 훨씬 더 좋았어요^^

기억의집 2010-09-01 23:42   좋아요 0 | URL
저는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무지 힘들게 읽었어요. 한 일주일 넘게 걸린 거 같아요. 장광설이 좀 있잖아요. 반면에 문신맨은 단편이어서 그런지 술술 읽었어요^^
 

우리에게는 <톰 소여의 모험>과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미국 문학의 대가로 추앙받는 마크 트웨인은, 소설가로서의 필력을 펼치기 전에는 지방신문의 신문기자로 일했다. 신문 기자 경력이 후에 소설가로서의 그의 문학적 토대에 얼마만큼의 영향력을 끼쳤는지, 잘 모르겠지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그는 진실된 기자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소설속 주인공 톰이나 허클 핀처럼 허풍쟁이였다. 

신문기자 시절, 그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를 꾸며 기사를 만들어냈으며 그 기사 내용으로 지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어떤 내용인지는 이 책속의 에피소드로 직접 확인하시길). 

그는 자신의 이러한 거짓 기사(혹은 삶)에 대해 "따라서 우리로선 철저하고, 사려 분별 있게 거짓말을 늘어놓도록 열심히 훈련하는 편이 더욱 현명하다.....확고하게, 솔직하게, 단호하게, 고개를 빳빳히 들고, 주저하거나 괴로워 함이 없이, 소심하지 않게, 우리의 높은 소명에 부끄러워하는 일 없이 거짓말 하도록 말이다."라고 충고할 정도로 진실과 거짓의 삶을 걸치듯이 산 인물이었다. 톰과 허클 핀같은 개구지다 못해 유쾌한 인물들을 만들어 낸 마크 트웨인이 말이다.

역사적인 인물들, 우리에게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로 남아 있는 사람들의 삶이 그들이 쌓아올린 업적만큼이나 진실되었을 것이라는 믿음을 쉽게 져버리지 못한다. 우리가 위대한 인물들의 업적만큼이나 그들의 삶이 고귀하고 진실되었을 것이라는, 삶과 업적의 일치성을 당연한 결과로 믿는 것은, 위인 전기물의 미화에 물들어서 그렇고 우리의 획일적인 교육이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길들어져서 그런 것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위대하다고 생각했던 인물, 20세기 건축에 획기적인 업적을 남겼으며 그를 뛰어 넘은 건축가가 나오려면 수 십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믿었던, 20세기의 3대 건축가 중의 한명으로 알려진 프랭크 로이트 라이트. 건축에 대해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혹은 관심 없는 사람일지라도 한번쯤은 들어봄직한 20세기의 위대한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그에 대한 관심은 그 분야의 전문가로서가 아니고 그의 뛰어난 아이디어의 건축물로 보고 순간적으로 생겨난 관심이었다.  

 

글 

하.지.만. 

글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게 한 작품이다. 자기 삶에 대한 멋드러진 해석(그는 아내와 네 아이들을 버리고 바람을 피웠는데, 놀라운 것은 그 스캔들에 대해 정부의 사생할 간섭이라는 글로 어찌나 논리적으로 썼던지, 그 글을 읽으면 훌러덩 넘어갈뿐 만 아니라 자서전에서 그는 자신의 스캔들에 대해서는 그렇게 크게 다루지 않는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슬쩍 넘어간다) 과 건축에 대한 자기 신념으로 점철된 이 자서전이 독자 기만과 자기 옹호로 점철된 자서전이라는 것을 요 근래 알았다.  

지인의 블로그 투어중 알게 된 사실, 그는 스캔들 메이커였을 뿐만 아니라 철저한 인종 차별주의자였으며 오만했으며 말만 번지르한 거짓말쟁이었다. 라이트의 건축물은 일본의 젠과 불가분의 관계이며, 자서전에서도 그는 일본의 영향을 받았음을 시인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인종차별주의자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와 그의 연인 마마 체니의 또 다른 이면을 소설화한 이 작품을 보면(지인의 리뷰), 그의 거만하고 인종적인 차별에 못 이겨 분노에 찬 그의 흑인 집사가 마마 체니와 그녀의 아이들을 도끼로 죽여 라이트에게 보복을 했을 정도였다고 한다. 솔직하게 말하건데, 나 이 리뷰 읽고 머리를 야구망방이에 쿵하고 맞은 것 같았다. 내가 알고 있던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하고 너무나 다른, 너무나 다른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도대체 난 무엇을 읽었던 것이지. 내가 한 사람의 자서전을, 그 사람의 진실된 기록이라고 믿었던 그 글들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는 <자서전>에서 마마 체니의 죽음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그렇게 사랑했던, 그 여인의 비참한 죽음에 대해 당시 감정의 상황이나 무너짐, 그 어떤 말도 글도 쓰지 않았다.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가. 내가 애써 투자한 시간더미는 허의 시간이었던 말인가. 더군다나 나는 이 거짓의 자서전을 읽고 그의 위대성을 다시 한번 새기고 꼴랑 책 한권 읽고 잘난 척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의 건축물의 위대성을 나불거리고 다닌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마마 체니의 사건을 은폐하려고 무진장 애썼다고 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동원해서 언론을 구워 삶아(미국 언론의 거짓보도와 은폐에 대한 저 위의 메인호를 기억하라를 읽어보면 언론을 구워 삶은 일이 전적으로 식은 죽 먹기로 가능했하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사건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그런지 <자서전>의 번역가 이종인씨도 마마 체니의 사건에 대해 크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단지 광인의 도끼에 맞아 죽었다고 후기에 적었을 뿐이다. 이런 식의 축소는 후대까지 영향을 미쳐 그에게 치명적인 스캔들에 대해서는 더 이상 그 어디에도 자세하게 나오지 않는다. 

 여기서 번역가인 이종인씨에게 묻고 싶은 것 하나. 그는 을유문화사의 현대 예술 거장시리즈 중 한권인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평전 또한 번역을 했다. 물론 그는 그 이후에도 꾸준히 라이트의 작품에 대한 번역서를 번역하고 있다. 단순히 건축에 대한 호기심에 한 것인지 아니면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포장을 걷어낸, 사실 그대로의 직설적인 삶을 읽고 싶었던 것인지 알고 싶다. 어느 정도는 그 또한 라이트의 거짓된 삶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나. 이책의 목록을 대강 훑어보면, 6장 잃어버린 세월, 참혹한 학살극이라는 부제가 나온다. 아마 이 평전은 어느 정도 라이트의 삶을 그대로 까발리며 가감없이 비추고 있을 것이다.

글은 있는 그대로의 사실의 기록이 아니다. 글은 진실을 덮을 정도로 한 가지 사실을 부풀어 왜곡 할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치명적일 수 있다.  단지 아니다. 그렇지 않다라는 사람만이 글의 부정적인 힘을 막아내는 것이 아닐까. 아니 우리는 문자나 영상에 그대로 노출될 수 있는 폭로의 시대에 살고 있다. 만약 로이드 라이트와 마마 체니의 스캔들이 현재 일어 났다면 그는 타이거 우즈 만큼이나 웃음거리나 되지 않았을까. 우리는 예나 지금이나 글의 힘으로 무엇을 믿을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우리는 글의 취사선택할 수 있는 폭로의 시대에 살고 있을 뿐이다. 아무 것도 믿지 말아라. 그것이야말로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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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8-27 14:03   좋아요 0 | URL
정말 충격적이네요....안그래도 자서전과 평전을 넘 좋아해서 담주에 무얼 읽을까 고민했는데 자서전은 좀 조심해야겠어요. 자화자찬, 혹은 자기 삶의 변호가 될 수 있겠어요. 저는 론처노의 <위대한 부자 록펠러>가 참 좋더라구요. 대신 이 저자는 금융 분야에만 천착해서 아쉬워요. 건축가는 예술가라고 생각했는데 라이트의 사연은 참으로 소름이 끼칩니다. 기억의집님, 게다가 지금 천둥까지 쳐요--;;

기억의집 2010-08-27 20:01   좋아요 0 | URL
한 건축가의 이중성을 읽는데 천둥까정. 완전한 효과음이네요. 옆에 딸아이가 지켜주었겠죠. 저의 쪽은 그냥 비만 열심히 내리더라구요. 저도 평전이나 자서전 읽기 좋아하는데, 로이드 라이트의 이중적인 행위 읽고 완전 배신감 느꼈어요. 자서전은 어찌나 자기 옹호와 포장을 잘 해놨던지...혼을 빼 놓았거든요. 왕 실망이에요. 물론 그가 네번이나 결혼과 이혼을 밥 먹듯이 한 것은 알고 있지만 사생활로 치부했고. 그런 것은 사생활이라고 자서전에서 라이트가 유도하기는 해요. 참 사람이라는 게 이상한 게요. 저는 위대한 인물은 좋게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나봐요. 예로 저 을유문화사에서 나온 예술의 거장 시리즈중 빌리 헐리데이가 있는데,,,, 저는 재즈에 관심이 없지만 그녀가 대중음악에 미친 영향력과 그녀의 삶은 궁금하기는 해요. 근데 단편적으로 그녀에 대한 정보는 평생 마약으로 비참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불행했다는 것을 알기에 손이 안 가더라구요. 라이트도 그런 밝은 쪽만 기대했던 것 같아요^^

pjy 2010-08-27 18:39   좋아요 0 | URL
천재적인 위대한 건축가인데다가 바람을 피웠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문득 저번에 본 미드가 생각납니다..
딱 이런소재로 진행된 에피소드가 엄청 괜찮은 위대한 건축가가 중혼을 거듭하면서 살인사건이 진행되는 멋진 에피소드가 있었거든요^^; 제가 이렇게 바로 생각날 정도면 그쪽나라에서는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인가본데요~

기억의집 2010-08-27 20:02   좋아요 0 | URL
흐 불을 지르고 가시는구만요. 무슨 미드인지나 알려주시지. 저 궁금해서 잠 못 잡니다. 라이트의 마마 체니에 대한 에피소드는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제가 블로그 많이 뒤져봤는데 저런 이야기 하나 없고 라이트의 자손들이 그의 명성에 누가 되는 이야기는 막았다고 해요. 근데 나중에 미드 제목이나 알려주세요^^

pjy 2010-08-29 14:50   좋아요 0 | URL
그게 원래 채널 선택권도 없고 시간맞춰보는 인내심도 없어서 제목도 잘 모르고 대충 틀면 나오는 케이블에서 가끔 보는지라~~
약간 자페비스므레한 끼있는 도서관증 가진 남자형사랑 특이한 남자형사를 잘 받아주는 작고 깐깐한 여자형사가 나오는 거였는데 어~~점점 더 미궁으로 빠지는 기분@@; 제가 약올려고 이러는건 절대 아닌데요ㅋㅋ;

기억의집 2010-08-30 09:37   좋아요 0 | URL
혹 CI 아닌가요? 자페비스므리하다면 그 양반 밖에 없는데.... 곱슬머리에 덩치가 곰만한.

루체오페르 2010-08-28 00:01   좋아요 0 | URL
아무 것도 믿지 말아라. 그것이야말로 진실이다.

인물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알고있는 역사도 고쳐지고 미화된 것도 많죠.
말씀하신 사람은 처음 알았는데 그것참...ㅋ 에디슨의 인간성, 퓰리처(바로 그 퓰리처상의)의 이중성에 대해 알고도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제국주의를 내세웠던 일본이 그 당시에 잘못인줄 알고도 숨기고 한게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들이 진리고 정의라 믿었듯이 진실도 이해관계를 떠나서도 진실일수 있는가 고심해볼 문제입니다.

보이는 것이 다 라는 것이 아닌 세상이란건 진작 알았습니다.^^;

기억의집 2010-08-30 09:36   좋아요 0 | URL
흐흐, 책은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참...어떻게 해석해야할지.

저는 메인호를 기억하라,를 읽으면서 새삼 플리처의 인간성에 놀랬는데 거의 냉혈한이더라구요. 아픈딸을 따스한 시선이나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던. 거의 동시대의 허스트와 같은 급의 사람이더라구요.

일본은 우익이 너무 쎄요. 작가들도 우익쪽이 너무 많고 요하네스 마리도 사실 우익쪽에 가까운데....우리는 그녀가 진실한 작가라고 알고 있잖아요^^
 

나는대체로 책 읽기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주변사람들에게 이책 읽어라 저책 읽어라, 며 권하지 않는다. 워낙 주변에 정신 없이 바삐 사는 사람들이 많은지라...... 내가 읽고 좋았던 책을 타인에게 권한다는 게 삶의 사치라고 생각이 들때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독서에 제법 투자 하는 사람이라도 그들만의 독서 카테고리라는, 개인의 취향을 무시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하지만 딱 한번 온 집안 식구들 그러니깐 남편은 말할 것도 없고 형제들에게까지 책까지 떠밀어주며 읽으라고 마구마구 떠벌이며 강요한 책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이 작가의 <아즈망가 대왕>이었다. 식구들에게 강요하면서, 일단 재미면에서 믿어보라고 했다. 순정만화삘의 감상적인 여학생들의 이야기가  절대 아니고 일상적이지만 좀 더 색다른, 네 명의 여학생 캐릭터가 저마다의 개성으로 생생하게 다가오는, 읽다보면 웃겨 뒤집어지는 여학생들의 이야기니깐 읽어보라고, 꼭 읽어보라고 했었다. 

책을 권한 다음 읽기를 주저하던 그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네 권으로 끝난 것이 아쉽다고 할 정도니, 이 네컷 만화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을 것이다. 나 또한 처음 <아즈망가 대왕>를 접하고 휘리릭 책장을 넘겼을 때는 도무지 이 네컷 만화에 끌릴 것 같지 않아 주저주저 했다가 읽기 시작. 끝에는 헤어나오지 못했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 고등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 특히나 네 명의 여학생 캐릭터 묘사가  사랑스럽지만 그 중 우리의 맹하고 띨~~띵한 오사카의 매력에 안 끌릴 수가 없었다는. 현실적인 캐릭터였다면 설레설레 머리를 흔들 캐릭터가 이 만화속에서는 한 웅큼의 매력덩어리. 그런 그녀를 내 세워 이번에 10주년 기념판으로 만든 것인가.   

요즘은<요츠바랑>으로 여전히 인기몰이를 하는 작가이고 <요츠바랑>의 최대 장점은 친근감이 드는 배경묘사(한적하고 나릇해 보이는 마루라든가 기찻길 혹은 골목길 같은 배경)이다. 이에 비해 <아즈망가 대왕>은 <요츠바랑>만큼 매력적인 배경 묘사보다는 인물컷 위주의 이야기가 주이지만, 이야기 자체로 보면 기요히코가 그 짧은 네 컷만으로 사람들의 웃음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녀는 네 컷 만화의 최고 작라고 말하고 싶다. 네 컷 만화의 최고 매력을 느껴보고 싶다면, 단 네 컷안에서 작가의 이야기 전달 능력의 최고를 느껴보고 <아즈망가 대왕>은 머스트 리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아즈망가 대왕>을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이번 <오사카 만박>이 <아즈망가 대왕>의 후속작이라고 생각했는데....그냥 10주년 기념작이다. 좀 실망. 아니 아니 완전 실망.  이제<아즈망가 대왕>의 후속 이야기에 대한 기대는 완전히 접어야 하는가.   

 

 아주 간만에 나온 백희나의 그림책. 책 소개에 나온 그림을 몇 점 보면서 든 생각. 지난 번 <구름빵>의 사진작가와 같은 공동작품이려나. 스토리는 백희나가 전적으로 담당했겠지만, 사진 촬영만은 사진 작가의 손을 빌렸을 것 같은데. 여하튼 몇 점의 그림을 보면서, 그림책 속의 빛과 어둠의 공존을 뛰어나게 묘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빛을 둘러싼 어둠은 두렵거나 공포스러운 암흑의 어둠이라기보다는 빛을 감싸 안으면서 더욱더 따스하고 환한 느낌이 강조되는 어둠이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따스함이 온 몸에 스며들어 주변 기운을 따스하게 데운하고나 할까.   
<구름빵>에서와 같이 여러 기법이 도입되었고 마지막 작업으로 사진을 찍은 것 같은데, 저런 빛과 어둠을 만들어 내기 위해 조명을 여러모로 신경을 쓴 티가 확 난다. 보통의 작업이 아니었으리라. 작가는 저런 표현(빛과 어둠)을 얻어내기 위해 얼마나 힘든 시간을 거쳤을까, 싶다. 아이와 함께 스토리를 공유하는 것도 그림책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내가 아이와 함께 저런 빛과 어둠의 따스함을 감정적으로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작가의 노고에 감사해야할 것 같다. 음, 근데 늑대 그림이 별로인데, 실제로 보면 어떨지 모르것네. 

 

우와, 이 책 나왔다. 우헤헤헤~~ 한때 한림출판사에서 북스북스처럼 한달에한번 네권의 책이 달맞이라는 이름으로 배달되어 온 적이 있었다. 그 때 배달되어 온 책 중의 한 권. 달맞이 켐페인이 사라져 지금은 한림출판사에서 이렇게 달맞이 그림책 중에서 일부를 일년에 몇권씩 단행본으로 출판하고 있다.  
이 그림책은 작가의 이력이 상당히 재밌는데, 작가가 바로 의사이면서 그림책 작가이기도 하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의사인 작가가, 병에 걸리더라도 놀이터의 흙과 친하게 지내라는 것. 실제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질색 팔색할 소리를, 집 현관뿐만 아니라 온 집안에 모래 천지를 만들어 놓아 모래라면 이를 박박가는 엄마들에게, 의사인 그림책 작가는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어느 순간 어느 놀이터를 가 봐도 흙을 찾아 볼 수 없다. 위생이라는 이유로 놀이터의 표면이 폭신폭신한 것(?)으로 덮여 있다. 그래서 요즘 아이들은 흙 아니 정확히 말하면 모래를 가지고 놀지 못한다. 이 작가는 모래와 논다는 것은 우리 몸이 쉽게 병에 걸릴 수 있지만 그와 더불어 그 만큼의 면역력도 길러준다고 말한다. 솔직히 나는 우리 나라 의사 그 누구도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을 듣어 보지 못해서 이 그림책 작가의 주장에 솔깃하다. 과학 그림책이라는 이름하에 나온 그림책이지만, 이 그림책 안에서 놀이터에서 신나게 흙과 노는 아이들을 보면, 당장 아파트 앞의 놀이터에 모래 한알 없다는 것에 씁쓸함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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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5 12: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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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6 09: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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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6 08: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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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6 09: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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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8-25 13:42   좋아요 0 | URL
무척 반가운 포스팅이네요! 오랜만이에요, 기억의 집님!!

전 또 너무 궁금해서 아즈망가 대왕 막 보관함에 넣고 오는 길입니다. 2010년 에는 책 그만사기 프로젝트를 나름 진행중인데 어쩌나요. 막 기대되요.

기억의집 2010-08-26 09:41   좋아요 0 | URL
<아즈망가 대왕> 이 만화는 절대 후회하지 않을 만화에요. 예전에 이거 투니버스에서 애니로도 상영해주었는데 그땐 놓쳤어요. 애들이 너무 어려서 그 애니를 볼 만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거든요. 책그만사기 프로젝트, 저도 해야할 것 같아요. 흑흑

2010-08-25 13: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6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5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6 10:2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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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5 23: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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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8-26 09:4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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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10-08-26 13:08   좋아요 0 | URL
오랫만에 글 올리셔서 반가운 마음으로 로그인했습니당~ ^^
저는 아직 <아즈망가 대왕>을 만화책으로는 못 봤는데(애니는 조금 본 듯도...) 여건되면 사볼까 봐요.
한림에서 나왔던 달맞이 시리즈가 단행본으로 나오는 것도 개인적으로 반갑네요.

기억의집 2010-08-27 12:20   좋아요 0 | URL
아영엄마님, 진짜 오래만이죠. 헤헤 전화 좀 드리고 그랬어야 하는데..제 몸이 기운이 하나 없었어요 어재부터 많이 좋아진 거 같아요^^

우리 쁜이들이 아직 아즈망가 대왕을 읽지 않았군요. 아영이가 무지 좋아할 것 같은데요^^

달맞이 시리즈 계속해서 나왔으면 좋겠어요^^

2010-08-26 1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7 12: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10-08-27 18:03   좋아요 0 | URL
나도 웃겨 뒤집어지고 싶어! 마침 오늘 다 읽은 <대안의 그녀>와도 연결될 것 같은데? 밝은 버전으로. ^^

기억의집 2010-08-27 20:04   좋아요 0 | URL
진짜 웃기죠. 저는 아즈망가 대왕 후속을 얼마나 기다리고 있다고요. 근데 남자 작가데요. 여자가 쓴 줄 알았는데 허 ~~ 참. 혹 아즈망가 대왕에 나오는 그 변태 선생이 작가의 롤모델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대안의그녀, 지금은 어떻게 끝났는지 기억 안 나요. 흑흑 머리가 나빠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