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무와 게로의 일요일 벨 이마주 114
시마다 유카 지음, 이귀림 옮김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저와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 시리즈중에서 시마다 유카의 바무와 게로가 있습니다. 시마다 유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그림책 작가가 일본 사람이고 일본에서는 그녀의 <바무와 게로>시리즈가 네 권이 90년대에 다  출간되어, 현재까지 스테디 셀러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시마다 유카는 바무와 게로 시리즈 네권과 몇 권의 그림책 이후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 듯 싶어요. 네 권의 바무와 게로 시리즈가 상당히 잘 팔려서 그런지 그 인쇄로 먹고 사는 듯 싶습니다(이건 어디까지나 제 추측이에요, 추측!) 

우리 나라에서는 중앙출판사의 벨이마쥬에서 바무와게로 시리즈를 내고 있는데, 첫 출간된 작품이 <바무와 게로의 시장보러 가는 날>이고 그 후로 꽤 오랜동안 뜸을 들여 나온 작품이 <바무와 게로의 하늘 여행> 그리고 이번 2010년에 막 출간된 따끈따끈 <바무와 게로의 일요일>이 나왔습니다. 사실 <바무와 게로의 일요일>은 일본에서 1994년에 바무와 게로 시리즈중 첫 작품으로 나온 것이니깐 우리나라에는 16년만에 선을 보이는 거네요. 세월이 흘러도 빛을 발하지 않는다라는 말은 이 작품을 두고 하는 말인가 봐요. 그제 주문해서 받아보고 아이들 읽어 주었는데, 여전히 귀엽고 앙증맞고 이쁘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하튼 이 작품은 5~7살 아이들이 딱 좋아할만한 작품이에요. 너무나 사랑스러워 도저히 안 사고는 못 배기죠. 언젠가 작품이 너무 좋은데 비해 바무와 게로 시리즈가 드문드문 나와서 왜 이렇게 후속 시리즈가 잘 나오는지 모르겠다고 했더니, 아영엄마님께서, 시마다 유카가 우리 나라의 색인쇄술을 믿지 못해 시리즈 출간을 거절했다고 하네요. 아닌게 아니라 그림책의 색이나 라인이 깔끔하기는 해요.

바무와 게로시리즈 네권을 다 모았어요. 하핫. 워낙에 드문드문 출간되서 <바무와 게로의 일요일>도 원서로 구입할까, 하다가 사실 일어를 아이들에게 잘 읽어주지 않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참고 있던 찰나에, 얼씨구나 하고 나와주셨네요^^ 

 

 

 점잖은 바무와 철딱서니 없는 게로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내용은 뭐 별거 없어요. 정말 일상적인 그림책이라고나 할까요. 근데 참 귀엽게 노는 저들의 소소한 일상이 잔잔하게 와 닿아서 좋더라구요. 저는 이 그림책에서 저 장면이 무척이나 맘에 들었어요. 비오는 날 게로는 진흙탕에서 첨벙거리는데, 깔끔쟁이 바무는 창에다 게로 그리는 저 모습이요. 

 

게로처럼 나가 놀기는 싫고 그래서 바무는 비오는 일요일, 책이나 읽자며 먼저 청소를 합니다.  저렇게 누가 그랬을까요?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는데, 허걱! 도대체 넌 뭐냐!! 


목욕을 하고

밀가루를 붓고

도넛을 튀겨~~
  

읽을 책을 찾으러 다락방을 올라가 보니,

  

으~아~악~@(두번째 비명 소리^^)

 

자아, <미션임파시블>의 톰 크르주나 되어볼까! (빰빰빰빰 빠빰~~) 



드뎌 미션 파시블! 그리고 슬슬.......   

바무와 게로는 과연 저 두꺼운 책을 다 읽었을까요? 근데 뭔가 게로의 행동이 좀 수상하죠! 맨 마지막 장면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지 않으세요?!

뒷다마 : 전 저 미션임파시블 장면에서 배시시 웃었거든요. 톰크르주 생각나서..근데 애들한테 배시시 웃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없어서 안타까웠어요. 우리 아이들 언제 커서 그 영화를 보고 저 그림책의 장면에서 배시시 웃을려나, 싶어요. 참고로 영화는 1996년작이니깐, 시마다 유카가 표절한 장면은 아니에요^^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희망으로 2010-01-29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간만에 좋아하는 그림책 건지셨네요^^
전 이 그림책 기억의 집 님땜에 알게 됐는데 이중에 가장 저렴한 걸로 하나 살까 하다가 관뒀잖아요.^^헤헤...잘 지내시죠?

기억의집 2010-02-01 09:37   좋아요 0 | URL
네!
드뎌 오늘 개학이네요. 휴! 아주아주아주 시원해죽겠어요.
겨울 방학 너무 길어요. 도대체 누가 이렇게 겨울 방학을
길게 만들었는지 모르겠어요.

blanca 2010-01-29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캐릭터네요. 기억의 집님 세살배기에게 저 시리즈중 가장 어필할 수 ㅋㅋ 있는 책을 권해 주신다면요? 그런데 저는 일본 작가들이 진짜 놀라워요. 그림책은 문외한이지만 하야시 아키코 같은 작가들은 그림체가 아주 다양하더라구요. 동일인의 그림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우리나라에 괜찮다고 소개되는 대부분의 그림책이 일본작가들의 그림이라는 것도.

기억의집 2010-02-01 09:39   좋아요 0 | URL
저도 하야시 아키코 좋아해요. 남자 아이인 우리 아들도 무척이나 좋아하는데...그래서 그런지 그 책들 헌책방에 넘기지 못하고 집에 가지고 있어요. 벌써 30년이 넘어서 우리한테 먹히는 거 보면 대단하지 않아요?
저는 에릭칼 좋아하는데... 저의 딸은 그림 못 그렸다고 하지만
전 에릭 칼의 색채와 이야기 너무 좋아하거든요^^
 
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 - 찰스다윈 자서전
찰스 다윈 지음, 이한중 옮김 / 갈라파고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854년 9월부터는  종의 변환과 관련된 내 방대한 기록을 정리하고 관찰하고 실험하는데 모든 시간을 쏟았다. 비글 호 항해를 하는 동안 난느 남미 대초원에서 현존하는 아르마딜로의 갑옷같은 가죽과 비슷한 외피로 뒤덮인 동물을 발견하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두 번째로는 서로 유사한 동물들이 대륙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방식을 보고 놀라워했다.세번째로 인상적이었던 점은 갈라파고스 제도의 생물 대부분이 갖고 있는 남미적 특성, 특히 제도의 각 섬마다 생물종이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이다. 이런 섬들은 지질학적 의미에서는 그다지 오래된 섬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른 여러가지와 함께 이러한 사실들은 종이 서서히 변화해왔다는 전제에서만 설명이 가능하다는 점이 분명해졌고 이러한 생각은 나를 사로잡았다. 마찬가지로 분명했던 점은, 모든 종류의 유기체가 자기의 생종습성에 아름답게 적응해가는 수 많은 사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의 영향이나 유기체 자체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런 적응능력을 보고 늘 감탄했으며, 그것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는 종이 변해왔다는 간접증거 정도만 증명하려는 시도조차 부질없이 보이기까지 했다(146p)

독일의 한 편집자에게 의뢰받아 쓴 다윈의 소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한 때 여러 선생님이나 아버지도 나를 아주 평범한, 지적인 면으로는 보통 수준보다 약간 모자라는 소년으로(27p), 간주되었던 다윈이 어떻게 진화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고 그가 진화를 생각하게 된 연결고리가 무엇이었는지를,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부유한 의사아버지 덕에 다윈은 편부와 누이의 보살핌을 받으며, 물질적으로 풍요로웠으며 친가와 외가 모두 동시대에 학문적으로 맹위를 떨친 사람들이 많아 지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 그는 거의 모든 시간을 사냥과 낚시를 하며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냈으며(특이한 사항은 이 자서전에서 어린 시절의 자연 속에서 같이 논 친구에 대한 언급은 없다. 여러 친구들하고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즐긴 듯한 인상을 받는다), 그런 영향으로 그는 대학시절에도 자연과학를 가장 선호하게 되었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의 지적 능력에 의심을 떨구지 못해서 그에게 성직자가 될 것을 주문했다.  

다윈은 과학자로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는지, 아버지의 말씀대로 성직자 교육을 받게 될 결심을 한다.  성직 교육을 받는 도중, 그는 비글호 항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비글호에 타는 것을 반대하는 아버지를 설득해, 드디어 1831년 항해의 길에 올라 5년간 세계를 돌며 탐사를 하게 된다. 그는 항해길에도 자신이 탐사했던 관찰기록을 가족들에게 보냈고 그 기록은 후에 세상을 뒤흔든 책, <종의 기원>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다.   

비글호를 타고 5년간의 탐사 속에서 관찰과 사실 기록, 그리고 자연 관찰 기록에 대한 분석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그는 진화에 대한 결론을 얻었고 그 진화론이라는 이론이 종의 자연선택과 적응이라는 결론까지 도달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음도 말할 것도 없다. 저 윗 문장은 그가 자연선택과 적응이라는 문제에 도달하기 위해 끈임없이 자신에게 던지 의문과 질문 그리고 확신에 이르는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탐사 이후 얻은 지병의 고통 속에서도 그는 진화론을 발전시켰으며 어느 정도 후폭풍을 예견하며 <종의 기원>을 출간하게 된 것이다(그의 <종의 기원>이후의 재판과정과 주변의 반응에 대해서 알기 위해선 아마 그의 다른 평전을 읽어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그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토로하지는 않는다. 단지 그가 발견한 동식물의 진화로 얻은 결론이 무신을 지향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주변의 여자들을 안타깝게 했다는 것만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난 과학적 지식(사실의 관찰, 분석, 통합)이 배제된 사유만이 존재하는 글을 싫어한다. 사실적 지식이 동반하지 않는 사유의 글은 결국 고도의 수준 높은 말장난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이 때문이다.  근거 없는 사유는 론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처음 다윈이 <종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진화론이라는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 놓았을 때의 과학적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 충격은 수 많은 반발을 가져오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었는지도 모른다. 19세기만 하더라도 모든 과학적 이론이 신의 카테고리안에서 머물렀던 시대였고 그래서 과학 이론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진화론은 신이 없다는 결과를 도출시켰고, 신이 없다는 가정하에 사유는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의 진화론은 생물학에만 적용되는 과학이 아닌 과학 이론 전반에 걸쳐 모든 과학 이론을 무장해제시켰다(사실 20세기 초반의 과학사를 들여다보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무신이라는 베이스가 깔려있어야만 했다. 상대성 이론이 없었다면 우리는 어쩜 지금과 같은 과학 문명이 발달된 삶은 살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 책은 사실을 근거로 한 과학적 이론이 세상 전체를 바꾸어 놓으며 한 세기를 뒤흔든 거대한 전환을 가져온 한 과학자의 자서전이지만, 신과 진화론 사이에 그가 겪었을 고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170페이지 안팎의 글만으로는 그의 일생을 전부 다 들여다 보기에는 한계가 있고 그의 과학적 발견과 논문을 어떻게 쓰여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짦은 소고같은 책이다. 그래서 무척이나 아쉽다면 아쉬운 책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중요한 것은 다윈의 업적을 한눈에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입문서이기 때문이며, 이 책을 통해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은 신을 창조한 것이지만 다윈의 위대한 업적은 무신론의 발견이라는 생각을 들게금 한 책이었기에, 다윈을 공부하는 혹 진화가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고 말하고 싶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kardo 2010-01-21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실적 지식이 없는 사유만으로 된 글 싫어합니다. 그래서 철학책 중에 심하게 사유 중심인 책은 엄청 싫어하고 읽어도 이해를 못해요.;;반면 역사 관련책은 무척 좋아하죠. 인물평전도 살아있는 사람 건 싫어하는데 죽은지 한참 된 사람들 것은 좋아해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무신과 관련이 있었군요. 과학 쪽은 모르는 게 많아서 그쪽은 생각도 못했어요. 특히 물리는 좌절이라서요; 다윈의 일생을 봐도 자식은 부모를 넘어서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건 역시 성장의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다윈 자서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기억의집 2010-01-21 19:13   좋아요 0 | URL
미투~~
저도 철학책따윈~~ 공짜로 줘도 안 읽어! 주의에요^^ 하핫!
전 평전은 그런대로 산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지 간에 관심 있어요. 지난 번에 바바라 월터스 사고 싶었는데... 넘 비싸서 엄두고 못 내고 있다는.
전 바바라 월터스나 다이안 소여에 관심이 많거든요. 오프라도 그렇고.

뉴튼이 물리학의 천재라고 하지만
그의 고전물리학은 신의 영역을 뛰어넘지 못해 한계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러다가 다윈의(근데 그 이전에도 진화개념에 대해 학자들이 어느 정도 슬쩍 학계에 비춰다고 하네요^^) 진화론 이후 물리학이 확 발전했다고 봐요.
다윈의 夫도 나중엔 불신쪽이었던 거 같아요. 자식의 영향이 아닐까 싶어요^^
전 이번에 다윈평전 나와서 살까 했는데 가격이 무려 4만 5천원이라서
일단 접었어요. 나중에 가격이 좀 내려갈 때 기둘리려고요^^

군자란 2010-01-21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께서 말씀하신 과학적지식이 배제된 사유을 싢어 한다는 말에 동감입니다. 하지만 생물학에서 의식에 대한 문제, 물리학에서 양자역학관련된 문제들을 들어가면 쉽지만은 않은 문제인 듯 합니다.

기억의집 2010-01-21 19:16   좋아요 0 | URL
앗, 군자란님 안녕하세요. 과학책 리뷰 읽다가 군자란님의 리뷰 많이 읽었습니다^^ 생물학에서 의식에 대한 문제면 데닛 말씀이신가요? 다니엘 데닛의 책 가지고는 있는데 너무 어려워 손도 못 되겠더라고요. 몇 번 시도했는데 어느 새 잠이 들어 침만 질질 흘리고... 양자역학이라면 물리학쪽 말씀이지요. 물리학자들 대부분이 무신론자 인 것으로 아는데.. 파인만도 그렇고 보어도 그렇고.. 아니였나요?

군자란 2010-01-25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중에 나와있는 데닛의 책중 마음의 진화를 읽었던 방법은 일단 한번 이해가 안되도 죽 읽고 다시 두번째 읽을때는 정독하시고 차분하게 읽으시면 생각보다 쉽게 읽혀 집니다.저도 처음에 그 책을 읽을때는 다른 책과 별다른 감흥이 없이 읽었지만 두번째 읽으면서 철학책같은 것도 이렇게 추리소설 같은 쾌감이 있구나는 생각을 하게 됩습니다.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기억의집 2010-01-25 12:11   좋아요 0 | URL
마음의 진화 찜해두고 있는 책인데..저는 두번도 모자라요.
저는 머리가 많이 딸리는 것 같아요.
도킨스의 책들은 한 이년 정도
아무리 읽어도 읽어도 손에 잡힐 듯 말듯 하네요.
하핫, 어쩜 그런 사고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경탄을 금치 못하겠어요.
저도 한번 마음이 진화 도전해봐야겠어요. 전율이 느껴진단 말이죠!
 
깐깐한 독서본능 - 책 읽기 고수 '파란여우'의 종횡무진 독서기
윤미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0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좀 읽는 사람들 사이에서 즐기는 독서문답이 있다. 책에 관한 질문놀이인데 그 중 첫번째 질문은 "책은 당신에게 무엇인가?" 이다. 대답은 다양하다. 책은 영혼 치료제이거나 친구이며, 세상과의 또 다른 통로인가 하면, 지식의 허영기이고, 밥 먹고 똥 싸기처럼 일상적인 일, 또는 돈이기도 하다. 최소한 책을 읽고 글을 써서 밥을 버는 직업이라면 책은 곧 돈이고 밥이다. 누군가에는 책이 세상이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p71 )

집의 방 한칸 네 면 빼곡히 책이 둘러싸여 있다. 나와 아이들이 책방이라고 부르는 공간. 책방으로 만들려고 작정한 것은 아니었지만 책을 한권 두권 사다보니, 책이 그 방을 전부 차지하게 되었던 것이다. 언젠가 책방이 된 방을 뿌듯하게 흝어본 후, 아들에게 바슐라르의 그 유명한 문구(책이 많은 곳, 그 곳이 천국이 아닐까! 했던 문구)를 표절하며, 민준아, 이 방이 천국의 책방 같지 않니? 하고 물었더니, 리모컨과 베개를 벗삼으며 게임 유흥에 빠진 우리 아들이 하는 말, 엄마, 난 책 읽는 게 지옥이야. 땡땡땡! 뭐 더 이상 할 말이 없었지만,  

문득 아들의 말에, 천국과 지옥이 상대적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사람들은 꿀과 젖이 흐르는 땅 그리고 살기 좋은 곳을 천국이라 비유하며 그 천국으로 들어가기 위해 기를 쓰지만, 몸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는 누군가에겐 건들건들 놀 수 있는, 꿀과 젖이 흐르는 곳이 지옥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말이다. 음주가무를 좋아하는 그 누군가에게 책이 많은 천국은 지옥이고 음주가무를 싫어하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 책은 천국 그 이상일 수 있다는 말이다. 천국과 지옥은 내가 처한 관점과 상황에 따라 언제나 그 모습을 바꿀 수 있으며 내가 실존해 있는 이 곳이 천국일 수 있다라는 말도 된다(참고로 난 도킨스와 윌슨빠로서 무신론자이다). 

그렇다. 천국은 저 멀리 있기보다는 내 가까이 있으며 어쩌면 내가 천국의 한칸에 살고 있는데 그것을 깨달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까지 투정부리며 살고 있지만, 사실 현재 난 내 삶의 그 어느 때보다 책친구가 많다. 그것만으로 천국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부부 싸움이 끊일 날이 없었던,  평온치 못했던 10대시절 나의 유일한 도피처이자 안식처는 책이었지만, 그 책을 매개로 소통할 수 있는 친구는 없었다.  끽해야 대학시절 책을 좋아하는 친구를 한 사람 만만나, 시를, 소설을 논했지만 다른 곳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 소통할 수 있다는 것이 것이 생각보다 쉬운 것은 아니었다. 차라리 하늘의 별을 따는 것이 더 쉬웠으리라. 책을 읽는 다는 것 자체가 고독을 수반하는 것인데, 소통까지 막혀 있으니 언제나 외로웠다. 그리고 외롭다는 생각을 했었지만, 달리 외로움을 면할 뽀족한 방법은 없었다. 저기 커트 보네거트 식으로 말하면 그렇게 가는거지 정도. 그러던 차에 결혼을 하고 애를 낳으면서 한동안 책을 멀리했었다. 애 키우기 바빠 책 자체에 관심을 갖지 않다가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구입해 읽어주기 위해서 들어간 인터넷 서점에서 의외의 공간을 발견했다. 알라딘 서재라는 곳. 나에겐 천국의 발견이나 다름 없었다. 그 곳엔 책에 미쳐 있는 사람들이 천지였으며 그들의 책내공은 최상 고수였다. 그 때 내가 느낀 내 독서 이력의 하찮음이란. 잊고 지냈던 책에 대한 자극이 일었고 그 자극은 태풍급이었다.

각각의 쟝르마다 깊이 있는 내공을 보여주며 쓴 그들의 리뷰들은 실로 놀라운 것이었다. 전문비평가들도 그렇게 하지 못 했을 것이라 장담한다. 그들의 리뷰을 보고 책을 사 들이면서, 파란여우님의 비유인 고구마 줄기처럼  캐도 캐도 책 줄기는 끊임 없이 나왔으며 그 줄기는 영원히 다 캐내지 못 할 것이다,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실제 나는 책을 좋아해서(나와 만나 이야기해보면 거의 90%는 책이야기일정도로)  책리뷰를 예스든 알라딘이든 상관없이 거의 다 섭렵했는데, 리뷰어 각자의 개성적이고 매혹적인 글들이 많았으면 특히나 내가 좋아하는 리뷰는 단순히 줄거리만을 써 놓은 리뷰(줄거리 들어간 리뷰 진짜 싫다!)가 아닌 자신의 생각이 논리정연하게 (아니 엉뚱하더라도) 들어간 리뷰를 좋아한다.  

그러면에서 파란 여우님의 리뷰는 복잡다단하다. 그녀의 책읽기는 단순한 책읽기의 기록이 아닌 좀 더 깊이 뿌린 내린 고구마 줄기를 끌어올리며 잡다한 뿌리는 쳐 버리는, 책의 핵심과 자신의 사유가 어우러진 그런 리뷰이기 때문이다.  수 년간 그녀의 리뷰를 접하면서 그녀의 리뷰 대상책들이 점차 소설에서 인문사회과학으로(그렇다고 완전히 소설이나 여타 장르에 손을 뗀 것은 아니지만, 파란여우님 덕에 마르케스가 한동안 인기 있었던 것을 상기해보라!) 나아가는 것을, 그녀의 독서 이력이 점차 그라데이션처럼 진해지는 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다만 이 책에서 그녀 자신의 사유의 흔적이 연대기 순이 아닌 한국소설, 외국소설, 인문사회과학이다 보니 블로그에서 보여준 그녀의 사유의 연대기가 어떻게 하루 하루 다르게 통찰력을 획득했는가(5년간 천권이다. 일년에 이백권의 책을 읽어내면서 책에서 얻은 지식과 그녀 사유의 짝짓기란!)),를 맛 볼수 없다는 것이 오랜 독자의 아쉬움이긴 하지만. 리뷰 한편마다 그녀가 보여준 냉철하고 힘 있는 책 읽기와 상호연관된 텍스트에 대한 그녀의 사유는 부족함이 없다.  

난 많은 파워블러거들의 책 출간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우석훈은 블러거들 자신의 블로그글 모음인 책제작을 못마땅해 하지만 파워블러거들이 많을 수록 한 곳에 집중된 기득권 세력(특히나 문단세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정일작가를 예를 들어볼까. 그는 짧은 가방끈때문에 문단에서 철저히 외면 받는 작가중 한명이다. 비평가들은 그의 시나 소설에서 보여주는 피폐한 삶의 진정성은 보지 못한 채 에로시나 에로소설의 키취작가로 무시하곤 했다. 그리고 그 설움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의 문학을 알아보는 블러거들이 그의 문학 이야기를 하면서 그의 위상은 높아졌다. 특히나 파란여우님의 장정일 작가에 대한 분석은 그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하였다. 파란 여우님의 장정일 작가의 애정 넘치는 글이 뜨면서 장정일 작가의 위상은 한층 더 높아졌으리라. 그리고 높아졌다.그녀의 글이 얼마나 파급효과가 컸는지 실감할 것이다. 절대로 파워 블러거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힘이다. 파워블러거들의 활약은 새로운 문학 좀더 넓게 말하면 글쓰기의 공간을을 확장시키는 것이며 기존의 문단의 권력분산을 도모한다. 아, 얼마나 바람직한 일인지.  

만약 요 몇년 동안의 블러거들의 농축된 글, 특히나 파워풀한 글이 어떤 글이고 독자들에게 인기를 얻는 글이 어떤 형식으로 쓰여졌는지 알고 싶다면, 그리고 읽을 거리도 많고 볼 것도 많은 글 중에서 빈틈 없는 지식으로 채여진 글을 발견하고 싶다면, 그리고  여러 분야의 경계를 뛰어 넘으며 사회 전반의 통찰력을 보여주는 그런 글을 읽기를 원한다면,  파란 여우님의 이 책을을 읽어보시라. 분명 당신도 여우에게 홀리고 말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작품이 2009년 서점대상이라면 나머지 2,3위 작품은 얼마나 더 후졌다는 건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cott 2010-04-28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기억의 집님 저 이 40자평 읽고 속이 뻥 뚫렸어요. 다른해 서점대상 받은 작품도 후졌답니다. 그런데 이책 판권 비쌌다는데.. 쩝;;

기억의집 2010-04-29 16:01   좋아요 0 | URL
이런 후진 책이 판권이 비쌌군요. 저 진짜 실망했어요. 그래서 아는 분 딸애가 중3이라 이 책 읽으라고 주었지요. 그 딸은 재밌다고 하던데, 전 이 책이 서점대상 1위 였다는 것이 믿을 수가 없어요. 이제 일본 쟝르 소설 작가들의 트릭이나 소재가 떨어질 때가 되었나봐요.
 
[2011 최신형] 승원 깔끔이크리너 360도회전밀대청소기+걸레5개 홈쇼핑/국산/무상AS
승원
평점 :
절판


마흔 넘어도 김치는 못 담궈 먹지만 빨래와 청소는 열심히 한다. 특히나 걸레질. 며칠 전에 이 크리너, 케이블에서 66천원에 팔길래 탐은 나지만 값이 만만치 않아 그림의 떡이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맘에 드는 책이라면 주저했겟냐 싶지만서도), 알라딘에서 무려 반값도 안되는 27,000원에 파는 거라. 이게 웬 떡이냐, 싶어 얼릉 주문했다. 그리고 사용해보니 닦을 때 힘들이지 않아도 편하게 잘 닦인다. 벽의 먼지도 휘둘리기만 해도 잘 묻어나오고, 시꺼먼 먼지 잔뜩 묻어도 헹굼도 쉽고. 너무나 만족스러워 음...별 다섯개감이야,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제 동네 시장 갔다가 플러스마트에서 이거와 비슷한거(아니 브랜드네임만 달랐지 상품은 똑같다) 25,000원에 파는 것을 보았다. 우씨, 뒤통수 맞은 이 느낌. 그래서 별 하나 뺀다. 그냥 2천원은 배송비로 치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