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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감시 받는 이유는 그 보고서 탓인가?"

"그렇습니다."

"다섯번째 항목이 현실로 일어났지?"

루벤스는 상대의 명석한 두뇌 회전에 일일히 놀라지 않기로 했다.

"네."

"어디서 일어났나? 아마존은 아니겠지. 동남아시아인가? 아니면 아프리카?

"어째서 아마존을 제외하시는 겁니까?"

"내가 알기로는 아마존 소수 민족에는 기형아를 죽이는 관습이 있어서 그렇네. 신종 인류가 탄생 했다고 해도 바로 죽겠지."

박사의 말을 들은 루벤스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20만년에 달하는 인류 역사 중 의학이 발달 되지 않은 약 100년 전까지 현생인류와 현저하게 용모가 다른 신생아는 어느 문화권에서나 살해되었으리라. 인위적인 도태. 그 중에서는 진화한 개체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까? 자신과는 다른 이질적인 존재를 없애려는 인간의 습성이 진화의 싹을 솎아내고 있었다는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러면 어째서 이번에 음부티족은 인간과는 동떨어진 머리 형태를 가진 어린이를 살려두었을까? 피그미 사회에 장애아을 받아 들이는 문화가 형성되었는지를 루벤스로서는 알 수 없었다.

p470~471

 

십년도 더 된, 큰 애를 키우면서 낮시간 동안 어울려 놀면서 친하게 지냈던 동네 엄마가 한 명 있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만나 아이들이 서로 노는 동안, 엄마인 우리들은 지루했을 낮시간을 수다떨면서 보내곤 했었다. 그 엄마랑 나랑 하루종일 365일 붙어 있어도 수다의 화제가 끊이질 않는데, 그때 무슨 이야길 했는지 기억 나지 않지만, 연예인부터 육아관련까지 온갖 잡다한 이야기를 다 했을 것이다. 그런 차에, 그 엄마랑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조산사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그 이야기가 왜 나왔는지, 이야기의 전후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조산사에 관해 그 엄마가 해 준 말 중에서 지금까지 잊혀지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 말이 있는데, 그건 조산사의 역활중 하나가 기형아를 그 자리에서 죽이는 것이라고 말한 대목이었다. 그 엄마의 말에 의하면 조산사란 요즘 말로 산과 의사역활도 했지만, 낳은 아이를 살펴보고 그 아이가 기형아라는 것을 알아채는 즉시 아이를 엎어 질식사를 시켰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엄마는 과거의 우리나라에서 유아살해 혹은 영아살해가 얼마나 많이 행해졌는지 그건 아무도 모른다라고, 하지만 분명 유아 살해나 영아살해는 존재했을 것이라고 덧붙혔다.

 

십년도 더 된 저 말이 아직도 머리속에서 맴맴 돌고 있을 정도니., 그 엄마에게서 들었을 당시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충격과 동시에 에이, 설마...하고 웃어 넘기는 반응을 보였지만, 한편으론 일리 없는 말은 아닐 지도 모른다란 무서운 생각도 들었다. 그 어느 시대보다 인권이 우선시 하는 현대 사회에서도 기형아 검사를 하고 기형아일 경우 부모의 결정에 따라 아이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과거에는 어땠을까?  아이를 많이 받아 경험 많은 조산사가 아이를 받자마자 아이의 상태를  보고 아이의 엄마에게 아이가 어떤 상황인지 알려주면, 아이의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고 암묵적인 시선속에서 아이의 운명은 결정된 것이다. 생과사. 아이는 조산사의 손에서 태어남과 동시에 죽음으로 보내졌을 가능성이 제로였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 엄마의 말이 인류학적으로 얼마만큼의 근거가 있는지 사실적인 진위여부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인류학적인 관점에서 그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찾아보려고 노력하지도 않았고.....나랏글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문맹이다보니, 기록물이 빈약하기 그지 없어 한낱 애 받는 조산사에 대해 인류학적으로 접근했을리도 없다는 생각도 들고, 

 

추측하건데, 장애를 가지고 태어나 아이는 노동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입만 축내는 천덕꾸러기로 취급받았을 것이며 그러한 가운데 장애를 가진 영유아 살해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옛 이야기의 주인공 중에서 바보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은 뭘까? 혹 자폐증상이 바보로 오인된 것은 아니었을까? 자폐나 바보로 태어나도 신체는 건강하니 노동력은 제공할 수 있으므로 살려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든다.

 

구전으로 전해들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왜 우리는 정치적인 사건을 역사라는 이름으로 포장하여 후세에 가르치려 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과거 우리 선조들이 사는 모습을 역사라는 이름이 아닌 인류학사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어렵게 접근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조산사가 무엇을 했는지 우리는 기록이 아닌 몇 몇 사람들의 구전으로 전달되어야하는지, 그리고 과거에 정말 그런 일이 행해졌는지..... 부정하고 싶은 일이지만 진실을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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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한 학생의 자살 기사를 읽고 하루종일 심란했다.내 새끼도 아니고 남의 새낀데도.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미안하다는 말을 엄마에게 남기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학생이 안스럽고 버티기 힘들다는 말이 자꾸 가슴 한 자락에 걸려, 나중에 기사를 찾아 그 기사의 덧글에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써 놓을 정도였다.

 

공부에 대한 중압감이, 혹시 전교 일등에서 밀려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때문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전교 일등이 아니여도 되고, 전국 모의 고사 일등이 아니여도 되는데, 싸이가 말했듯이 최고는 아니여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만으로 자신의 현재 삶을 만족해서 사는 게 중요한데 말이다. 왜 최고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여유로움과 배짱을 가지지 못한 채 두려워만 했을까.

 

하지만 죽을 때까지 공부를 강요하는 사회에서 배짱과 여유로움은 감정의 사치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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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으로 2013-04-08 21:36   좋아요 0 | URL
최선이 아니라 최고만, 결과만 보는 게 문제지요.
요즘 애들 그래서 참 안됐어요. 공부를 잘하는 못하든, 울 아들처럼 안하는 아이도 불안이 내재되어 있으니까요.

기억의집 2013-04-08 21:55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불안이 내재되었다는 말, 그 말은 사회적으로 도태나 낙오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일 거에요. 부모인 나도 있는데, 자살한 학생의 경우 부모가 어떤 역활을 했을까 싶더라구요. 더 이상 말을 하면 안 되겠지요. 그마나 힘든 사람들에게....
 
내이름은 연희

1. 아이들 방학이 끝나고 새학기가 되니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나는 내가 정말 속물이구나, 나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으려고 기를 쓰는 구나 싶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열두번도 더 든다. 큰 아이가 중2, 몇 년 후면 고입이 다가오고 대입이 오년 남아 있다고 생각하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처럼 큰 아이를 닥달하고 그러다보니 큰아이와의 만나면 말싸움이 나고 서로 얼굴 굳어져서 생까며 산다.  공부하라고 닥달하는 나와 공부 하기 싫어 입이 한움큼 나온 큰 애. 개학 첫날부터 중계동 학원을 차로 왔다갔다 해 주는데도, 5시에 갔다가 10시 넘어 학원이 끝나니, 나를 향한 불만이 가득하다. 나는 저 새끼가 아주 요강에 똥을 싸는구나 싶어 짜증 이빠이(?)로 나고, 아, 정말 집밖으로 내쫓아버리고 싶다. 지난 번에 학원 데려다주는 길에, 하기 싫으면 농사 지으라고 했다. 겨울에는 놀 수 있으니깐. 어휴.

 

2. 어제 잠깐 예스는 둘러보았는데, 알라딘은 못 둘러보고 나왔다. 오늘 아침 친정모가 산에 나물 캐러 간다고 하길래 여유롭게 들어와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마중물님의 페이퍼 읽다 우리 냥이랑 닮아도 너무 닮아서 ~ 한번 올려본다.

 

 

 

(울 딸이 연출한 사진이예요^^)

 

샴은 예전부터 키웠던 아이고 흰무늬의 얼룩 고양이는 작년 10월에 애린원에서 입양한 냥입니다. 고양이 두마리란 블로그를 자주 들어가는데, 그 곳 블로거 쥔장이 언제나 고양이는 한마리보다 두마리를 키워야한다고 주장하시는 분이라 나도 모르게 어느새 세뇌되서....그리고 우리 샴냥이 하도 외로워하길래(도대체 어떤 놈의 시끼가 고양이는 안 외롭다고, 독립적이다라고 떠들고 다니는지..으씨) 입양했지요. 입양 하는 첫날, 한살이 넘었다고 추정되는 고양이가 못 먹어서 그런가, 4개월정도 밖에 안 되 보이고 뼈 밖에 없더라구요. 게다가 꼬리가 사고로 꺾여있고 눈수술까지 한 상태라 볼품이 하나 없어 보여 안스러워 보였어요. 그래 열심히 먹였더니..

 

글쎄,,,, 이 놈의 냥이 돼지냥이 되었어요. 하핫. 

 

첫날 올 때 샴냥보다 작았던 고양이가 지금은 샴냥을 능가하는 돼지냥이 되었다는..... 저 위의 사진 보고 이 사진 보시면 체격차이가 엄청 나지요.걸을 때 뱃살이 출렁출렁. 햐아~ 길냥이라서 식탐이 엄청 나요. 도저히 제가 감당해 낼 수가 없네요. 게다가 저는 맘이 약한 사람인지라, 참치 간식 달라고 애교 부리면 그 자리에서 넘어가는 사람인이예요.,,,,, 살이 너무 쪄서 수의사선생이 이제 그만 주라 하셔서, 요즘은 참치 한 캔 반만 주네요. 왠만한 간식 다 끊고. 독해지려 하고 있죠.

그래도 맘이 약해 어떨 때 참치 두 캔도 줘요. 말이 두 캔이지 샴냥이가 남긴 것까지 다 먹으니깐 실제 먹는 양은....

 

3.

시간이 날 때마다 유투브에서 끈이론이나 양자역학을 보는데, 머리를 식힐 겸 미스터리 소설 읽고 싶어 이 두권을 주문하려 들어왔다가  <개는 어디에>는 중고로 주문하려하고 있고 <신참자>는 망설이고 있다.

 

오늘 아침에 북스피어의 김홍민편집장이 교보와 인터뷰한, 자신에게 책읽은 재능은 있어도 소설을 쓸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는 글을 읽고, 재능과 노력에 대해 생각하다가 에디슨의 99%의 노력과 1%의 재능이라는 말이 얼마나 공허한 말인지 깨달았다. 재능과 노력은 비례하는 것은 맞다.

 

말콤 글래드웰은 이 책에서 노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비틀즈가 하루 8시간 이상 연습을 했다느니, 모짜르트도 그에 못지 않는 노력의 결과라느니... 노력으로 이루워지지 않는 것은 없다고 말한다. 노력하고 또 노력만 한다면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을까.

 

그런데 사실 살아보니, 노력만이 나를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라는 것을 확실히 느낀다. 재능이 없다면 아무리 노력을 해도 아마추어의 실력을 벗어나지 않는다. 반면에 재능이 아무리 있어도 노력을 하지 않으면 그 재능은 서서히 퇴화된다. 천재 음악가들에게 평론가들이 사춘기를 지나봐야 그 사람이 천재 음악가인지 알 수 있다고 평하는 것을 보면 재능이 있어도 자칫 사춘기때 어긋나서 노력을 하지 않으면 평범한 일상인으로 변하는 것을 우리는 많이 보았지 않은가.

 

재능은 타고난 성질이고 노력은 후천적인 결과인데, 나는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고 그에 걸맞은 노력을 한다면 성과가 나타난다고 본다. 반면에 내가 그 분야를 좋아해서 노력을 한다해도 그 노력이 공허함만을 남길 때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나를 가장 잘 파악하는 거. 그게 살아가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과학자들의 책을 읽다보면, 재능이라는 것이 중요한 요소구나 싶을 때가 많다. 우주 상수, 그 문자 하나만으로 누가 우주의 팽창까지 끌 수 갈 수 있냔 말이다. 문자 하나가 가지고 있는 능력을 직감적으로 알아챌 수 있는 과학적인 능력. 재능과 밤낮 없이 몰두해가며 유추해 낸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작업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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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3-03-08 11:25   좋아요 0 | URL
며칠 전에 저도 마중물님 페이퍼가 부러웠던거죠.
그래서 어제 들고양이를 보면서 불렀다니까요... 그런데 그 녀석 저를 한번 힐끔 보더니 유유자적으로 폴짝 내려서 어슬렁어슬렁... 신랑이 고양이도 주인을 알아보냐? 하고 묻더군요.

그러다 이야기는, 사자가 고양이과냐 개과냐 하고 묻는데로 튀더라구요.
신랑 혼자 인터넷 뒤지고... 제가 고양이과라는데 안 믿는거예요, 헐.

5시부터 10시까지 학원, 힘들겠네요... 에고...
코알라도 이번에 중1, 검도 학원 다니느라 재미 들렸더라구요. ^^

기억의집 2013-03-08 11:40   좋아요 0 | URL
우리는 울 애아빠가 고양이를 엄청 좋아해서... 저는 키우게 된 경우인 것 같아요. 평상시 짐승은 집에서 키우면 절대 안 된다는 주의였는데.
제가 팔자걸음을 걸어요. 그래 남편한데 주의를 많이 받는데..애아빠가 혜진아, 고양이처럼 일자 걸음으로 걸어봐~ 이래요. 우씨. 그래 찾았어요. 사자는 고양이과인데. 사자도 일자걸음 걷는다 하던데요.

5시부터 10시까지,,, 첨이에요. 지금까지 딩가딩가 놀던 놈인데...그 노는 게 몸에 뵈서 아주 저를 미치게 만드네요.

저의 애아빠 검도해요. 일주일에 세번. 한달에 한번 검도 동호회 나가고. 어제 동대문역사박물관 근처의 우창스포츠가서 검도복 세탁 맡긴 거 찾아 왔어요. 제가 검도복 맡기고 찾아오고 하거든요. 검도하시는 분들은 이 우창스포츠 다 들 아실거에요. 엄청 좋아해요. 이번에 단 딴다고 난리인데,,,, 저보고 부부가 같이 검도 하자는 것을 계속해서 노 외치고 있어요. 코알라가 좋아하는 군요.

아무개 2013-03-08 12:30   좋아요 0 | URL
연희보다 훨씬 예쁜데요? 분홍코에 분홍젤리 뽑주뎅이까지~

낯선 곳에서 제 이름을 보게되니 그저 신기할 따름입니다.
냥이 사진을 많이 올려야 방문객이 많아지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ㅎㅎ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

기억의집 2013-03-08 14:56   좋아요 0 | URL
아, 저는 다락방님 방에서 자주 뵜어요. 평소에 유기견에 관심이 많으신 분이라 알고 있어요.
근데 제가 워낙 인간관계가 좁은 사람이고(온라인뿐만 아니라 실제도) 미스터리하고 과학책만 읽는 사람인지라 마중물님 페이퍼나 리뷰 읽어도 댓글 잘 안 달게 되더라구요.

마중물님도 즐주말 보내세요^^

아영엄마 2013-03-18 18:28   좋아요 0 | URL
고양이도 비만 되면 살 빼기 힘들어요~. 맛있는 거 조금만 주삼~. ^^

매일 아이 학원 데려다 주시면 힘드시겠어요. 울 둘째는 중3이 되어서도 말만 공부해야지, 하고는 날마다 핸드폰 붙들고 있고 컴 하고 싶어 안달이네요. 학원은 -가봤자 어차피 공부 안하고 졸다 올 것 같으니- 안간다 하고 영어 문법 공부 좀 시킬려고 제가 요즘 (감시 차원에서)침침한 눈 비벼가며 컴으로 문법 요약하며 공부 중이라지요. -.-;

호노부의 <개는 어디에>는 저도 중고책 나오면 살까 벼르고 있는데 영 안 나오네요. 코엑스 도서 전시회 때 반값에 팔았던 것 같은데 그 때 살 껄, 후회되더이다. 요코야마 히데오에 이어 최근에는 미쓰다 신조에 필이 꽂혀서 중고책 자꾸 들락거리다 보니 읽고 싶은 책만 열심히 사들이고 있네요.

기억의집 2013-03-21 22:08   좋아요 0 | URL
아영엄마는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시죠~
아, 진짜 힘들어 죽겠어요. 요즘은 저만의 개인적인 시간이 없다는 게 아쉬워요. 오늘 애아빠가 연수가서 낼 와서 지금 잠깐 드러누워 있다가 들어왔어요. ㅎㅎ 데려다주고 오니 8시반쯤 되었더라구요. 멀지는 않는데... 애가 게을러요. 진짜.. 때릴 수도 없고. 그나마 첨엔 신경질을 엄청 부리더니 요며칠 웃으면서 차에서 내려, 아이의 웃는 모습에 위안 아닌 위안을 삼아요....

호노부는 저랑 딱히 맞지는 않는데, 아토피에 대한 글 좀 읽디가 어느 분이 댓글에 개는 어디에란 책을 언급해서 궁금하더라구요. 저랑 맞지 않으면서도 대체로 저 작가 책은 제법 읽었어요. 재밌긴 하죠. 히데오, 저는 엄청 좋아해요. 상당히 차가우면서 인간적인 다가와서 좋아요. 저는 이제 책은 안 사들이는데~대신 건강식품을 사 들여요. ㅎㅎ

icaru 2013-03-19 11:06   좋아요 0 | URL
또 뒷북치고 가요! 나를 돌아보게 하는 페이퍼인데, 이유인즉슨~

2013-03-19 17: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21 22: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13-04-25 14:00   좋아요 0 | URL
오옹...귀여운 고냥이들이네요.

기억의집 2013-04-25 14:50   좋아요 0 | URL
저는 짐승을 집에서 키우는 것을 싫어했는데(털 날리는 거 무진장 싫어하거든요. 깨끗하고 정돈된 집을 좋아해서) 막상 키워보니 애네들이 저의 힐링이네요. 털 한번 쓰다듬어 주면 속상한 맘도 다 풀어져요~

BRINY 2013-04-26 09:12   좋아요 0 | URL
저도 그렇긴한데...털 날리는 거에 졌네요. 아직은 감당이 안되어요.

기억의집 2013-04-26 14:49   좋아요 0 | URL
음 그런데 저 두마리중에 샴은 털이 별로 안 빠지는데, 꿀돼지냥은 털이 털실처럼 굴려다녀요. 하루에도 청소기를 몇번이나 돌리는지. 지금은 거의 포기하고 한번 돌리는데, 마트가면 부직포처럼 쓱쓱 밀면서 털 달라붙는 클리너 사고 싶긴 해요. 진공 청소기 먼지 빼낼때마다 아, 이게 고양이털이라서 다행이지 내 머리털이었으면 진짜 죽을 맛이다, 이런 위안을 하면서~
 

이 영화가 책으로도 출간되었구나. 혹시나 싶어 알라딘 상품에 검색해 봤더니 책과 ost 모두 발간되었다. 사실 읽을 만한 가치가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류승룡의 연기 때문에 영화는 좋았다. 요 몇년간 영화 보기는 곧 공포라는 등식이 성립되었던 내게 류승룡의 영화를 찾아 보자는 결심까지 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10,20대 시절 영화광이었던 내가 영화를 멀리 하게 된 것은 아이들을 키우기 시작할 때부터였던 것 같다. 간간히 애 키우면서 몇 년에 한편씩(애니빼고) 보긴 했지만, 즐겨 보게 되지는 않았다. 영화의 흐름도 요즘 활발하게 활약하는 배우가 누군지 잘 모른다. 심지어 천만 넘은 영화 <아바타>빼고 다른 영화들은 극장가서 본 적이 없다. 당연히 이 영화의 주인공 류승룡도 몰랐다. 요즘 충무로에서 뜨는 조연배우였다는데도, 출연한 영화를 단 한편도 본 적이 없다. 지난 12월에 딸아이랑 <몬스터 호텔> 볼 때 광고타임에 이 영화가 소개되었는데, 류승룡 어쩌고 저쩌고 해서, 류씨는 승자 돌림인가보다,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핫.

 

그러다 아이들이 봄방학인데, 영화 한편 보자고 해서 고른다 고른 영화가 <7번방의 선물>이었다. 영화 리뷰 읽어보니 신파에, 뻔한 이야기에, 이런 영화를 눈물 흘리고 봤냐는 냉소와 비웃음에, 있을 수 없는 말도 안된다는 반응 등등 안 좋은 평가만 읽고 아, 이걸 봐야하나..또 2시간 몸을 비비 꼬겠구나 싶었지만 아이들하고 볼만한 영화가 없어 예매하고 조카까지 데려가 봤다.

 

난 안 울 줄 알았다. 감성이 여리지 않고 감정이 메말라, 영화 내용이 뻔하는다 말에 울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휴지 한 장 안 챙겨 갔는데, 막판에 많이 울었다. 감독이 영화를 많이 봤는지 여기저기 따온 비슷한 장면이 많다는 것을, 깝죽거리고 뻔한 스토리라는 것을 보는 내내 알아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 류승룡 때문에 울었다. 류승룡이 자신의 사형일 마지막 날 딸 예승이를 꼬옥 껴안는 장면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지금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눈가에 눈물이 핑 돈다. 어쩜 아빠가 딸을 껴안은 장면은 이 영화 저 영화에서 지겹도록 많이 나온 클리쉐인데, 류승룡의 표정연기때문에 안 울 수 없었다. 지적 장애인이면서 자신의 딸을 누가 보살펴야하는 걱정과 딸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그 파르르 떨리는 얼굴에 진심으로 나타났는데, 그 때의 표정 연기는 그 배우 아니면 절대 표현해 내지 못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가 한눈에 혹가는 잘 생긴 배우(뭐 내딸 서영이에서 이상윤처럼)가 아니였고 영화 첫 장면에 류승룡의 연기가 못 미더웠는데(왜냐하면 <아이엠 샘>을 자꾸 흉내내는 것 같아서),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이 배우 믿을만 하다에서 마지막 딸 예승이를 꼬옥 껴안는 장면에선 이 배우 아니면 정말 저렇게 파르르 떨리는 얼굴 표정만으로 이렇게 자신의 슬픔을 표현해내지 못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인처럼 딸을 떠나보낼 때의 그런 표정이 아니였어요. 정말 딱 지적장애인의 표정 연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감동이 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애들은 그 장면에서 울지 않았는데, 그건 나도 그 배우만큼 나이를 먹었고, 류승룡이란 배우도 자신의 나이의 연륜에서 나오는 연기를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류승룡이란 배우에 대해 검색해 보니 <활>이나 <내 아내의 모든 것>에 출연했더군요.

 

이 영화의 류승룡의 연기를 보니 그의 다른 영화도 보고 싶어졌다. 20대 시절처럼 영화의 구조니 이런 식으로 영화를 바라보고 싶지 않다. 잘 생기지도 멋지지 않지만, 묵묵히 연기를 위해 자신의 모든 삶을 바쳐 온 영화인의 열정어린 연기만 있어도 영화가 살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고 알았고, 우리 나라에 이런 연기 잘 하는 배우가 있다는 것만으로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가 우리 나라 영화계의 커다란 자산이구나 싶었다. 언제 이렇게 우리 나라 영화계에 이런 배우가 있었는지...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걸어온 험난했던 길이 이렇게 좋은 결과로 보상 받는구나 싶어 류승룡이란 배우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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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3-03-03 15:47   좋아요 0 | URL
기억님, 저는 류승용이라는 배우를 '천년학'에서 그만 좋아져버렸지 뭐에요.
목소리까지 일부로 노력하여 바꿨다고 들었어요.
이 영화에선 완전 탈바꿈. 귀엽고 안타깝더라구요.^^

2013-03-08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08 2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09 0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3-03-03 17:57   좋아요 0 | URL
류승룡. 꽤 다작이심.. (드라마에도 많이 나오거든요~.) 저도 류승룡이 좋아요~~~.ㅎ

기억의집 2013-03-08 11:21   좋아요 0 | URL
네이버 블로그 보니 어느 분이 류승룡씨 출연작 정리를 다 하셨는데,, 놀랬어요. 나이 들어 연기력 인정 받으니 작품이 더 많아지더군요. 별순검에도 나왔는지 몰랐고 저는 이 분 첨이었어요. 그동안 영화 본 게 없어서....

희망으로 2013-03-04 00:01   좋아요 0 | URL
전 한국 영화는 보고나서 돈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더라구요.
이 영화가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고 해서 궁금하기는 해요. 비주얼이 월등히 돋보이지 않더라도 연기를 잘하는 사람들이 있지요. 이 사람도 그런 사람중의 한 명이구요.
연기력도 중요하지만 캐스팅도 중요한 것 같아요.

2013-03-08 11: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13-03-05 00:59   좋아요 0 | URL
이 영화 아직 보진 못했지만... 류승룡이라는 배우 참 괜찮은 것 같아요.
예전에 별순검 방영할 때 이 배우 처음 보고 반했다지요. <활>이랑 <내 아내의 모든 것>도 봤어요~. ^^

2013-03-08 11: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3-03-06 19:45   좋아요 0 | URL
헙, 해피엔딩 아니었어요?
이 영화 꼬옥 보려고 했는데, 갑자기 용기가 사라져버리는... ㅠ

기억의집 2013-03-08 11:27   좋아요 0 | URL
딸애랑 같이 가서 보세요. 사람마다 다를 수 있잖아요. 저는 전혀 기대 하지 않았는데 그때 류승룡의 표정 보고 많이 울었거든요. 자신이 이제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딸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다는 것을 그 표정안에 있더라구요. 제가 내딸 서영이랑 나비부인 친정집에 가서 보는데, 거기에 우는 연기가 많이 나와요. 그래서 유심히 보면 연기 참 잘하는데, 연기의 연륜이 있다보니 기계적인 울음이라는 것을 느껴요. 근데 류승룡이 딸을 꼬옥 껴안는 모습에서 절절한 애정이 묻어나서 울었어요. 영화 중반에 전 좀 지루했긴 했어요.
 

요즘 알라딘 마실뿐만 아니라 북스피어 홈피 마실도 안 다니다 보니, 미야베 미유키의 신간이 나왔다는 것을 그제 저녁 알라딘서재 화제의 신간을 흝어보다 알았다. 보자마자 주문하고 어제 저녁에 책 받고, 오늘 하루 청소하다, 애들 밥 차려주고 설거지 하다, 빨래 널고 개다 하면서 짬짬히 다 읽었다.

 

5편이 수록되어 있는데, 아주 재밌어 죽겠다는 아니였지만, 피비리내나는 사건의 추악한 본질보다 범죄적 사회와 인간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따스해서 기분좋게 후다닥 페이지가 술술 넘어갔다만, 

 

5편의 단편들 잘 짜여진 미스터리 단편가운데, 개인적으로 마지막 단편<성흔>은 읽는데 심적으로 걸리는 것이 많았다. 이런 저런 잡다한 생각때문에. 어제 오늘 인터넷뉴스 메인화면에 뜬 사건사고중 부모에게 맞고 자다가 숨진 8살난 아이의 사건과 <성흔>의 시바노 가즈미와 겹쳐졌기 때문에 읽다가 책을 내려놓고 이런저런 생각, 심지어 낙태가 과연 비난 받을 만한 행동인가?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평소에도 부모가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해 주눅이 들어있었다는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와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해 죽음으로 몰고 간 그 상황이 어느 정도 머리 속에 그려졌고, 아이는 8년을 사는 동안 부모의 사랑스런 존재가 아닌 화풀이 대상에 지나지 않았다는 생각에 분노와 허탈감이 들었다.

 

이제 겨우 8살인데, 그 아이가 지금까지 그 부모밑에서 살면서 얼마나 잦은 폭행과 눈치밥을 먹었을까, 8년을 살면서 추위와 배고픔과 폭행 그리고 학대가 그 아이의 삶 전체로 채워졌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이에 대한 연민으로 맘이 무거웠다. 그 아이는 하루동안 몇번이나 웃을 일이 있었을까. 부모가 자기를 언제 괴롭힐까 공포속에 살았을텐데. 차라리 그렇게 학대할 봐엔 낳지나 말지 이 험한 세상 그 어린것이 얼마나 잘 못 했다고 그 아일 그렇게 모질게 대했을까.... 한 생명을 끝까지 책임져 주지 못할 봐엔 차라리 낳지나 말지, 왜 애는 낳아가지고 한 생명을 끝까지 고통스럽게 살다 보냈을까하는. 그리고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그런 고통속에서 살고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고 나는 그 아이들을 위해 아무 것도 해 줄게 없는 무능력자라는 자괴감같은 감정에 휩쓸이며 마음을 다잡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간만에 알라딘에 와서 이런 글을 쓰는지도 모르겠다.

 

아이의 친부와 계모를 원망하며, 아이를 저 지경에 놔둘 봐엔 왜 애시당초 낙태를 하지 않았을까. 생명존중이란 거창하고 숭고한 마음이 그 땐 들어 낙태할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일까, 아니면 시기를 놓친 것일까....낳고 보면 어떻게 되겠지란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낳은 것일까.

 

미혼 시절, 나는 낙태란 있을 수 없는 반인륜적이고 범죄적인 카테고리에 넣었었다. 힘든 유년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낙태란 살인이다라는 종교적 믿음을 그대로 받아들였었던 것이다. 낙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라는 명제를 다시 보기 시작한 것은 아이러닉하게도 애를 낳고 애를 키우면서부터다. 내 아이를 키우면서 다른 아이가 보이기 시작했고, 여러 유형의 부모가 보이기 시작했다. 세상의 모든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학대를 받고 방치되는 모습(녹색 어머니회 하면서 추운 겨울 등교길에 얇은 점퍼 하나 입혀 벌벌 떨면서 등교하는 아이을 지켜보면서)을 보면서, 한 때나마 강건하게 지켰던 내 신념의 끈이 끊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난 낙태찬성론자가 되었다. 사람들은 낙태를 찬성하는 나에게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 살인동조자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살인동조자란 말이 불쾌감을 유발하긴 하지만 나는 여전히 주변의 힘들게 사는 아이들을 보면서 낙태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

 

몇 년전에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고 절대적인 선, 절대적인 기준이 없는 양비론적인 입장을 취하는 그의 정의론을 읽고 뭐 이따위 정의가 있을 수 있지? 세상 참 자기식대로 합리화 쩌네하면서 이것도 정의론이라고 코웃음을 친 적이 있었는데(그래서 중고샵에 팔어먹은), 요즘 들어 그의 정의론에 입각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아, 센델의 말하고 싶은 정의라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속으로 되내이며 뒤늦게 깨닫고 있다. 센델의 정의론에 빗대어 낙태를 말하자면,

 

우리 공동체에선 낙태 반대론자와 낙태 찬성론자가 있다. 두 입장의 차이가 너무 커서 사실 중도적 입장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 아마 국가의 적극적인 복지 시스템이 존재한다면, 낙태찬성론자들의 입장은 다소 누그러질 것이다. 센델 정의론의 원론적인 입장에서 보면, 기본적으로 생명의 씨앗은 소중한 것이므로 인위적 낙태란 있을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날 권리가 있고 이 땅에서 부대끼며 살 권리가 있는 것이다. 수정된 이상 무조건 그게 초기 세포분열이라 할지라도 건드려서는 안되는 소중한 생명이라는 것이다. 그 생명이 미래에 부모에게 학대받고 온갖 고통을 다 당할지라도. 수정이야말로 인권의 제일 큰 가치 태어날 권리의 시작 단계인 것이다.

 

반면, 센델식 정의론에선 절대적인 기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의 정의론이 여러 사람의 이해관계에 얽혀 가변적이고 플레시블하다는 말은 아니다. 이제야 나는 그의 정의론을 조금씩 이해하기 시작했는데, 낙태찬성론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가 태어나는 권리가 가장 기초적인 인권인것 만큼 아이가 성장하면서 부모로부터 사랑받고 행복해 질 권리 또한 가지고 있다고 보는, 정의론인 것이다. 부모가 아기를 맡아 키울 자격이 되지 않는다면, 국가의 복지가 한 아이를 끝까지 책임져 주지 못할 것이라면, 아이에게 미래의 고통을 안겨 주느니 세포일 때 낙태는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낙태반대론자들의 사후피임약까지 반대하는 것은 솔직히 꼴통스러워 보인다).

 

그 아이의 미래가 어떻게 되든 무조건 낳아 길러야한다는 생명 기본권과 아이는 부모로부터 보호받고 사랑받아야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는 권리, 그 어느 인권이 우선적인가는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각자의 몫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낙태찬성론자들이 살인동조자란 비난 받아야할 이유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는 부모로부터 아이에게 닥쳐 올 불행을 최소 줄여보자는 의도니깐. 낙태찬성론자들이 낙태를 찬성하는다는 이유만으로 냉혈한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세상과 부딪혀보고 나니, 세상이 이론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것을, 약자인 아이가 저항 한번 못하고 부모의 학대와 방치와 같은 삶의 고통속에서 살면서 자존감 파괴와 인성 파괴 그리고 밑바닥 인생에서 쓰디 쓴 인생의 맛을 다 볼 봐엔 차라리 존재하지 않는 것이 더 낫다고 보는 것이다. 누군 좋은 부모 만나 행복하게 사는데, 누군 밥도 제대로 못 먹고 화풀이 대상에 지나지 않는다면 세상 참 불공평한 거 아닌가. 아이가 부모를 선택해서 태어나지도 못하는데. 인생은 복불복?

 

아이의 행복추구권을 우선시하고 부모가 아이를 책임지지 못할 봐엔 과감한 결론을 내려야한다고 보는 입장이지만, 국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부모가 책임져 주지 않는 아이들을, 지켜낼 수 있는 시스템이 확고해지면 나같은 낙태찬성론자들은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사라져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과연 국가가 아이들을 20살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국가의 복지가 아이들을 위해 완벽하게 갖춰진다 하더라도, 사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부모와 자식간의 유대감정을 대신할 수 있을런가 모르겠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성흔>에서 불만스러웠던 것이, 학대당하는 아이들이 간절히 소망하는 검은 메시아 대신 국가 시스템이 그들을 구원해 줄 수 없었던 것인지. 가즈미가 선택한 불행한 결말이 모호하지만(자세히는 쓰지 못하겠다. 읽을 분들을 위해서), 학대당하는 아이들에 대한 작가의 절망을 글에서 보았다면 나의 오독일까. 그녀의 따스한 시선이 느껴지기 보다 힘겨움이 느껴졌던 단편이었다. 읽는 나도 부모에게 맞아 죽은 8살 그 아이에 대한 가여움으로 만감이 교차해서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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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3-02-24 07:08   좋아요 0 | URL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을 마지막으로 읽은게 언젠지 기억도 나질 않아요.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기억의집님의 이 페이퍼 보고 이 책을 장바구니에 넣어두었어요. 마침 저도 엊그제 아이들을 마구 때린 유치원 원장에 대한 뉴스를 들었거든요. 아니, 제가 들은건 아니고 그 뉴스를 듣고 흥분한 엄마로부터 들은거지만요. 기억의집님의 흥분이 그대로 전해져요. 저도 이 책을 읽어보겠어요. 불끈!!

기억의집 2013-02-25 10:26   좋아요 0 | URL
요즘 나온 미미여사의 에도소설은 슬슬 지겨워져서..현대물 나왔길래 냉큼 읽었어요. 미미의 작품이 사회의 그늘진 곳을 이야기 하는거라~ 읽고나니 좀 어둡네요. 게다가 마지막 단편이 학대이야기라서....

예전엔 아동학대에 별반 관심 없었는데, 저런 사건 들릴 때마다 맘이 아프네요. 제가 뭐 어떻게 해 줄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니. 아이들에게 너그러우면 좋을텐데. 저의 언니가 어린이집에서 일하는데, 저의 언니 말에 의하면 이쁘데요. 그래서 안아주면 원장이 하도 뭐라해서 안아주지도 못하고 집에 데려다줄 때 잠깐 안아 차까지 바래다준다 하더군요. 맘껏 표현을 저지 당하는 세상이니... 삭막해요. 애가 자꾸 안아달라고 한다고 못 하게한다 하더군요^^ 애들이 뭘 알겠어요. 근데 구박하는 인간들 뭐지 싶어요!

scott 2013-02-24 16:43   좋아요 0 | URL
미미여사의 단편이 번역되었네요.
학대,감금,폭행,,이런류 읽으면 맘이 넘 가라앉고 현실속 사건사고들과 겹쳐져서 세상이 왜이리 악한가 라며 마구 분노하게 되서 확 당기는 것 아니면 가급적 피하게 되요.

생명의 기본권과 최소한에 인권 조차 보호 못받는다면 국자적 시스템 만날 구축해도 소용없을것 같아요.

미미여사는 점점 우익의 이익을 대변하는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3-02-25 10:30   좋아요 0 | URL
저는 과학책을 읽으면서 환경의 영향이라기보다는 학습이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아마 포악하고 난폭한 부모로부터 학습 받은 거겠죠. 불우한 환경이라도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사람도 있으니깐. 참, 안스럽고 안타까워요. 피하고 싶은데 로앤오더도 다시 보는 저,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저 글 쓰면서 어느 인권이 우선하는지 그리고 선택해야하는지 생각 좀 했네요. 과연 미래에 폭력과 학대에 노출되어도 생명권이 우선인지 아니면 성장하면서 누려야할 행복추구권이 먼저인지. 이러한 선택권도 자유사회에서나 가능하겠죠.

이 책은 우익스럽지 않은데, 생각보다 어두워요^^

희망으로 2013-02-25 23:48   좋아요 0 | URL
저도 낙태는 찬성이예요. 그렇다고 우리가 생명을 경시한다고는 생각지않아요.
아이들에게도 행복할 권리가 있는데 그 권리를 부모가 아닌 사회에서도 보장해 주지 않는 시스템인데 학대나 방치되는 아이들의 통계조차 잡히지 않았잖아요.

기억의집 2013-02-26 00:01   좋아요 0 | URL
오늘 오마이 뉴스에서 원초적 상처라는 책 리뷰가 있어 읽었는데, 낙태에 반대하는 사람들 낳아서 입양보내라고 썼는데, 그런 분들이 그 책 읽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리뷰 읽어보니 아이는 자신이 친모를 안다네요. 그래서 자기가 입양 간다는 것도 알고 있고... 입양아들이 비행청소년으로 자라는 확률이 많은데 원초적 상처를 갖고 있어서 그런데요. 안스럽죠. 전 입양 반대해요. 입양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학대 받는 경우가 사랑 받는 경우보다 더 많다 하더라구요. 휴. 이런 저런 글 읽으면 더 심란한 것 같아요. 희망님~ 그쵸 저는 재래시장이 근처여서 방치되어 자라는 애들이 어떤지 더 잘 알거든요. 불쌍해 죽겠어요. 어린 나이에 부모로부터 방치된 아이들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