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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구조에 대한 헛된 기대를 버리니, 더 이상 티비는 보지 않는다. 하지만 세월호 구조 장면보다 학기초 특유의 분주함속에서 섞여 있을 학생들의 웃음소리와 왁자지껄하고 떠들썩함이 사라진,  텅빈 이학년 교실과 복도을 짓누르는 어둠과 침묵의 이미지가 머리 속에 들러붙어 떨어지질 않는다. 

 

다운된 마음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하루종일 몸을 움직여 보지만, 심란한 마음은 정돈되지 않는다. 청소기를 돌리다가도, 뜨거운 가스불위의 후라이팬이 한참을 달궈지며 뜨거운 열기가 느껴져도 하염없이 눈물만 흐르고 멍해진다. 제 삼자인 나야 시간이 지나면 극복되지겠지만, 세월호에 관련된 분들의 슬픔과 고통은 이제 시작이다란 생각에 축축 쳐지는 심란한 마음을 끌어오리는데엔 시간이 걸리지 싶다.

 

2. 오늘 아침에 존 폰 노이만을 검색하려  알라딘서재 들어왔다가 <바른 마음>이라는 책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는 일요일 저녁에 딸과 잠깐 대화한 내용이 떠오르며 이 책이 궁금해졌다.

 

그제 저녁에 수백명의 학생이 바다속에 잠겨져 있어 실종처리된 상황에서 우리 딸은 <개그콘서트>를 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리며, 애초에 단원고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고 안개가 짙게 끼였는데도 불구하고 수학여행을 강행했기에 일차적으로 단원고 학생들하고 선생님들이 잘 못한것이라는 볼멘 소리를 하는 바람에 깜짝 놀랬다.

 

수백명 학생의 죽음과 상실에 대한 공감을 못하는 딸에게 놀라, 너 어디서 그런 소리를 들었냐고 화를 누르며 물어보니, 본인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티비를 자주 듣는 아이라 혹 거기 비제이가 그런 말을 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아니라고 자신 스스로 그렇게 생각했다는 것이었다.  13살이면 어느 정도는 공감 능력이 있을 나인데, 내가 자식을 잘 못 키웠나하는 생각이 한순간 들었다. 한편으론 저 나이가 뉴스 정보를 취합할 능력이 안 되고 삶의 경험치가 적어 전적으로 공감할수 있는 나이는 아니라고 속으론 다독여보지만, 예능프로 방영 안 해 준다고 툴툴거리는 딸에게 적잖이 실망한 것 사실이었다.

 

그래서 예은아, 너가 잘 못 생각한 것이라고, 우리 인생에는 살아가면서 무수히 많은 선택앞에 놓일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는데, 우연찮게 선택이 잘못했을 때, 그 것을 선택한 당사자들만을 비난할 수는 없는 거라고, 예를 들어 세월호를 타기로 선택해서 사고를 당하더라도 선장과 승무원의 신속한 구조 요청과 승객을 먼저 구할려고 했어야했고, 해경이나 해군은 빠른 시간에 와서 어떠한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승객을 구조했어야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배의 점검이나 안전장비나 구조장비를 철저히 점검하고 구비했더라면, 한번의 선택을 잘 못 했더라도 그 후 최선을 다 했더라면 최소한의 인명 피해만 났을 것이라고 말해주었더니, 어느 정도 수긍하는 눈치긴 하지만 당장의 순간을 모면하려는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타인의 슬픔과 아픔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딸아이에게 나는 어떤 식으로 말해줘야 할까. 가만히 지켜봐야 할까? 아니면 슬픔에의 강요를 해야 하나? 저 책의 목록을 잠깐 들여다보니, 아이들도 마땅히 지켜야할 것들을 알고 있다라는 챕터가 나온다. 아이들은 선천적으로 슬픔에 대한 공감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까? 아니면 후천적으로 어른의 흉내를 내는 것인가?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닌 어린 제 삼자의 입장이기에,  슬픔의 공감보단 일상의 재미와 반복적인 일상의 되풀이에 익숙해진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론 아이에게 실망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천천히 지켜보잔 생각이 든다. 아직 모를 나이니깐....

 

2. 한때 국민사위라는 함익병의 월간 조선의 인터뷰때문에 난리가 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그 기사 읽으면서 댓글중에 이런 베스트 댓글이 있었다. 공부는 잘했을지모르지만 전형적인 사유부재의 결과물이라고. 처음엔 그 댓글 읽고 공감이 되었는데, 한참 후에 곱씹으니, 사유와 바른 마음은 아무런 상관이 없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유는 사유일뿐 그 사람의 도덕성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이다.

 

예를 들어, 나치에 동조한 독일 과학자들이나 철학자들의 사유는 우리 일반인들의 사고나 사유와는 차원이 다르다. 과학자들이라해서 실험실에 쳐 박혀 실험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과학자들은 그 어떤 철학자들보다 더 많은 사유를 필요로 한다. 상당히 고차원의 추상적인 사고와 일반적인 상식이나 개념을 뛰어넘는 논리성과의 결합을 요하는 작업을 한 사람들이기에, 일반인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사유를 한 사람들이치고는 나치를 동조했다는 것이 수치스러울 정도이니 말이다. 

 

독일의 철학자 하이데거가 그렇고 과학분야에서 대표적인, 양자역학분야에서 불확정성의 원리를 확립한 하이젠베르그가 그렇다. 심지어 2차세계대전기간 독일의 대다수의 지식인들(철학자, 소설가나 과학자들 대부분)이 나치에 동조해서 자신과 함께 일하는 유대인 과학자들을 고발하고 감시한 것을 보면 사유부재가 문제가 아니고 편협이나 옳고 그름의 판단을 정하는 바른 마음이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긴 뭐 우리나라도 일제식민지 기간동안 얼마나 많은 지식인들이 친일파였는가 말이다.

 

그러고보면 지식인들의 고상한 척, 있는 척하는 하는 사유는 옳고 그름을 구분 못하는 사유일 뿐이지, 多사유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척도가 될 수 없음은 확실하다. 그러므로 함익병의 왕정정치 옹호나 여자 비하는 사유부재라기 보다는 사회를, 사물을, 상황을, 사건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는 자신의 이기적인 탐욕이 바른 마음보다 우선시하고 그렇게 교육받은 탓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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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 영화를 보고 쓸 수 있는 글은 단 한줄 밖에 없습니다.

꼭 이 영화를 극장 가서 보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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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4-02-12 10:44   좋아요 0 | URL
이 영화 꼭 보고 싶어요.^^
우리 동네 영화관에서 오전 시간에 편성이 안되어서 오후 시간에 봐야하니 시간 조정이 필요해서 ㅜㅜ 꼭 보려구요.
분노해야할 것 같아요.

기억의집 2014-02-12 10:59   좋아요 0 | URL
섬님~ 꼭 보세요. 저의 동네도 시간 배정이 아침9시 그리고 낮 12시 저녁 7시 시간으로 잡혀 있더라구요. 7시라 저의 애아빠는 가까스로 7시 오분에 도착해서 같이 봤어요. 황상기씨의 9년간의 싸움을 두시간에 압축해서 담아내고 있지만, 그렇게 싸우는 동안 무심했던 제가 부끄럽고 한심스럽고...어제 영화 보고 나오면서 오자마자 애아빠 밥 차려주고 카톡으로 지인들에게 이 영화 꼭 극장가서 보라고 문자 돌렸네요... 그리고 영화 재밌어요. 저의 애들도 다 같이 봤는데 엄마, 정말 재밌게 봤어라고 말했을 정도로 영화는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섬님~ 꼭꼭 보세요.

꿈꾸는섬 2014-02-12 11:37   좋아요 0 | URL
10살과 8살 아이들을 데리고가서 봐도 괜찮을까요?

기억의집 2014-02-12 19:03   좋아요 0 | URL
섬님방에 갔다왔어요~

꿈꾸는섬 2014-02-13 14:51   좋아요 0 | URL
저 오늘 마침 봤어요.
ㅠㅠ엄청 울었어요.
지금도 너무 우울해요.ㅠㅠ
많은 이들이 함께 보면 좋겠어요.

기억의집 2014-02-14 07:48   좋아요 0 | URL
저도 영화 중간중간 눈물이 많이 났어요. 윤유선씨 딸 붙들고 울 때..같이 울었네요. 어느 정도 자식을 떠나보낼때 엄마로서의 같은 심정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유투브 들어가 저 영상 볼 때 잘 먹지 못해 비쩍 마른 채 저 세상으로 간 딸 위해 아빠가 9년간 왜 싸웠는지도 알겠더라구요. 저 영상보는데 황유미씨의 마른 모습 보고 울음이 나더라구요...

저는 민중의 소리 한달에 만원 후원하는데, 계속해서 관심을 가지고 영상을 올려준 민중의 소리에게 감사하대요...

icaru 2014-02-12 14:58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뭐라 말할 수 없이.... ㅎ
이 영화의 상영관을 줄이고 있는 판국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상영관에서조차 자동매표기에서만 영화 목록이 있을 뿐, 광고 화면 한편 전단 한편 찾을 수 없다고 하던데요... 이 열악하고도 폭력적 상황임에도 이 영화를 찾는 관객들, 훌륭합니다~ 감히 말하건데, 한국영화의 판이 관객들에 의해 점점 제대로 짜여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네요~

기억의집 2014-02-12 19:13   좋아요 0 | URL
저는 청량리롯데시네마에서 봤는데 딱 세번 상영해줘요. 가족 전체가 보기로 한 거라 7시 타임 선택했는데...7시 타임은 직장인들은 보지 말아라란 의미더군요. 애아빠 빠듯하게 7시 5분에 도착해서 같이 봤어요.

상영 끝나고 나오는데 나이 지긋한 노부부도 보셨고 할아버지도 보고 자리 일어나시더라구요. 전 나이가 들수록 보수가 아닌 진보적으로 변하는데... 그 분도 보면서 더더욱 왼쪽으로 가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가 세계를 움직인다는 말을 엄청 싫어하고 역사는 국민의 몫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요즘 1%가 세상을 변하시킨다는 말에 귀 기울어져요...단 권력을 가진, 돈이 많은 1% 가 아닌 깨어있는 자 , 거대 권력에 맞서 싸우는 자, 인습이나 관습을 깨려는 1%의 사람이요...

다크아이즈 2014-02-13 11:48   좋아요 0 | URL
기억님 당연히 소도시인 여기는 상영 하지 않습니다.
안 봐도 본 듯한 느낌인데 영활 보면 이루말 할 수 없이 짠하겠지요.
저도 중앙에서 왼쪽으로 치우치는 걸 좋아해요.
중앙은 중용이니 매력 없고, 좌쪽으로 가면 예술이고 우쪽으로 가면 알레고리다.
삐딱한 자는 교훈이나 도덕 보다는 예술이나 진보에 필연적으로 가까울 수밖에 없어요.~

기억의집 2014-02-14 07:43   좋아요 0 | URL
(웃으며) 맞아요~ 제가 나이가 들수록 주책이지 진짜 너무 삐딱하게 봐요. 우파 정권에서 살아가려니 더욱더 삐딱하게 모든 것이 해석해요. 좀 편하게 살아야지 하면서도 그게 왜 안 되는지....

대도시인 서울도 하루 세번이면 많이 상영해 주는 거라... 소도시는 말할 것도 없겠죠! 많은 사람들이 봤으면 하는데 세상이 참 치사해요. 그래도 두렵긴 한가봐요. 변호인 관객수에 놀라 또 하나의 약속은 미리 차단하는 게 아닌가 싶고...

2014-02-15 13:27   좋아요 0 | URL
내일 볼 거예요...ㅠㅜ
보고 나서 글하고 댓글 다 읽으려구요~~

기억의집 2014-02-21 08:10   좋아요 0 | URL
15일이면 지난 금요일~ 울 딸 아프기 시작한 날이네요. 보셨나요? 지방이라 영화 보기 힘드실텐데. 서울인 저의 가족도 시간 잡기 힘들더라구요. 온 가족이 다 보려고 하니. 조조 아니면 12시 혹은 7시인데 시간때가 애매했어요. <변호인>을 온 가족이 보려고 하다 가족간 시간대가 안 맞아 아들과 애아빠는 지금도 못 봐 작심하고 날짜 잡아봤어요...

군자란 2014-02-23 10:02   좋아요 0 | URL
어제 저녁 전주시지브이에서 온가족이 모두 함께 봤습니다. 생각보다 보러 오신분도 꽤 있고요. 일종의 해독제라고 할까요. 가끔은 어려운 이야기도 접해야 할 듯합니다.

기억의집 2014-02-26 20:38   좋아요 0 | URL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라서 꼭 접해야할 듯 싶어요. 주변에 홍보를 아무리 해도 영화관이 없다 보니.... 다들 고개를 젓네요. 휴....

2014-02-27 02:36   좋아요 0 | URL
변호인도 재밌었죠? 그런 스타일도 좋아해요. 이렇게 대중영화적인 기름끼를 쪽 뺀 영화도 좋지만. 그나저나 그런 영화적 완성도나 취향을 논하기엔 그 속에 든 현실의 무게가 가슴 한 켠을 묵직하게 누르는 영화들이지요. 둘 다........ 황유미 양과 그밖의 희생자들을 위해선 정말 피눈물을 흘려도 모자라요....

기억의집 2014-02-27 19:28   좋아요 0 | URL
전 영화 잘 안 보러 다니잖아요. 극장에서 영화 보는 게 너무 힘들어서 영화 잘 안 보는데 이번엔 왠일로 변호인 또 하나의 약속 연속안타로 극장을 찾아 가서 봤어요. 이번에 보면서 이렇게 진지한 주제를 재밌게 잘 만드는구나 싶었어요. 13살 울딸이 또 하나의 약속 보고 나오면서 엄마, 나 이제 애니보다 이런 영화들이 재밌어 하더라구요.

아까 시사인 읽은데 탐욕의 제국은 아예 시사실 대관도 거부 당했다는군요. 이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가능한 일인지... 무섭긴 한가 봐요.
 

 

 

우리집 거실 한켠에는 늘 언제나 이렇게 그림책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이제 나 이외에 식구들 중 그 누구도 더 이상 들춰보지 않는 그림책 책장이 되었지만,

그래도 철 지나 때 되면 그 때 그 때 분위기나 계절에 맞는 그림책을 진열해 놓는다.

지금 진열된 책들도 이월말 무렵에는 봄기운이 완연한 봄을 주제로 한 그림책이나

혹은 꽃그림책으로 바뀔테니

이 겨울그림책 진열도 끝물이다....

어린 시절 그렇게 많이 읽어주고 같이 책장을 넘겼던 그림책인데

매번 정성드려 주제에 맞게 진열해놔도, 나이를 먹으면서 아이들은 더 이상 그림책을 읽지 않는다.

끝물이 다 되가도 두 아이 모두 관심도 없고 그림책 진열장쪽으론 눈길도 안 돌리더니,

 

 

 

 

어제 아침 큰아이가 학교갈 준비를 하다가 거실을 서성이더니 그림책 한권을 꺼내 들춰보며, 이 책 어릴 때 많이 읽었는데 도토리 모으던 내용이던가? 하고 고개를 꺄웃거리더니 의자에 앉아 그림책을 읽고 있었다.

 

세상에 요 몇년간 그림책의 그림책도 들여다 보지 않는 아이라 감격에 겨워, 그 순간을 놓칠까 싶어 사진 한장 찰깍 찍었다. 찍는 순간 찍지 말라고 그림책을 휙 들어올리긴 했지만, 다시 읽는 자세로 돌아와 책을 읽다가 도토리가 나는 나무가 어떤어떤 나무지? 엄마? 하고 물었다. 여러 종류의 나무에서 도토리가 나서 갑자기 생각 안 나네! 했더니, 뭐라뭐라 중얼거린다.

 

개정판이 나오면서 제목이 바뀌긴 했지만 <겨울을 준비하는 가게>는 아이들에게 내가 읽으주면서 따스함의 카르텔을 형성했던 그림책이다. 지금도 들춰보면 아이에게 책 읽어줄 때의 따스함이 풍겨 그 때 그 기분으로 회귀하는 그림책인데 16살인 큰아이도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릴 때의 그 따스한 분위기를 느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 큰아이를 키우면서 별탈 없이(비록 공부는 못 하지만, 그리고 나 자신이 아이에게 공부에 대한 강한 부담감을 주지 않아서인지 몰라도) 커 주는 것이 어릴 때 읽어 준 그림책의 따스한 정서를 엄마인 나와 함께 공유해서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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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4-02-11 20:42   좋아요 0 | URL
기억님, 아름답습니다, 저 모습^^
세상에나 그림책을 분양해주지 않고 고스란히 갖고 계시는데다 철마다 재배치하신다니 넘 정서적이고 낭만적입니다. 전 아이들 크고 아이책은 다 어디로 갔는지 거의 싹쓸이 재분양하고 없어요.
웬체 버리는 걸 좋아하니.... 둘 걸 그랬어요. 그럼 저도 저런 모습 찍을 수 있었을 텐데~~~

기억의집 2014-02-12 10:39   좋아요 0 | URL
팜므님... 제가 가지고 있는 그림책을 다른 분들께 드리기도 하고 팔기도 하고 그랬는데도 꽤 많은 그림책을 소유하고 있어요. 아이들하고 공유했던 시간, 감성이 그대로 추억이 되어 그림책들을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겠더라구요. 나중에 이사 가면 그 때 진짜 어떡해 해야할 것 같아요.

그리고 저도 버리는 거 엄청 좋아해요. 그래서 집이 휑해요. 거실 사진 보셨겠지만 집에 가구나 물건이 없어요. 책도 읽고 나면 거진 다 팔았으니깐요. 그래서 저는 흔히 hoader를 이해 못 하겠더라구요. 어떻게 이고 지고 사는지. 저의 엄마도 그만 버리라고 뭘 그렇게 버리냐고 핀잔 주세요~

꿈꾸는섬 2014-02-12 10:56   좋아요 0 | URL
정말 아름다운 모습이에요.^^
그림책을 과연 잘 간직하며 살게 될진 모르지만 우리 아이들도 가끔 저렇게 그림책 꺼내보면 좋겠단 생각이 들어요.^^

기억의집 2014-02-12 19:19   좋아요 0 | URL
섬님 혹 아이들에게 스맛트폰 사 주셨나요?
만약 아니라면 절대 사주지 마세요. 저의 애들은 제가 어릴때 책을 읽어줘서 제법 책을 읽곤 했는데..스마트폰 가진 이후 절대 책 안 읽어요. 책 읽으라고 원하는 책 사주었는데도 안 읽더라구요. 심지어 그렇게 좋아하던 메이플 스토리가 예전에는 질리도록 읽던 애들이 딱 한번 읽고 방치하더군요.....책보다 재미난 세상이 스마트폰안에 있으니 그 세계에서 책으로 안 옮겨오네요...

전 아직도 그림책 제가 보려고 살 때도 있어요. 지금 달을 빨아버린 우리 엄마 살까 고민중이에요!

하양물감 2014-02-13 08:37   좋아요 0 | URL
저 책꽂이.... 저도 꼭 저렇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기억의집 2014-02-14 08:05   좋아요 0 | URL
네! 저렇게 진열하면 흘긋 보긴 해요. 꺼내 보지 않지만. 요즘은 저렇게 진열한 게 부질 없구나 싶었는데 아들냄이 꺼내 읽더만요~ 저 책꽂이 2004년인가 5년에 산거라 있는지 모르겠어요~ 한솔인 방학 했나요?

하양물감 2014-02-15 16:21   좋아요 0 | URL
다음주 월요일에 수료식하고 방학입니다.
겨우 1학년을 마치네요^^

2014-02-15 13:29   좋아요 0 | URL
아, 겨울 그림책 진열, 너무 아름다워용~ 사진 올려 주셔서 감사!! 내가 많이 좋아하는 '눈의 음악'도 보이네요.흐흐

기억의집 2014-02-21 08:11   좋아요 1 | URL
음악 좋지 않나요? 전 겨울이 오면 저 눈의 음악 시디 트는데...시디기가 망가져서 올핸 못 들었어요. 겨울 분위기 나고 포근해요! 이 겨울에 그런 느낌 나서 언제나 듣는 시디인데...

꽃핑키 2014-04-26 22:14   좋아요 0 | URL
호옷!! 그림책 책장 너무 멋져요 기억님!! 그나저나 저렇게 큰 아드님이 있으시군요!! 예전에 얼핏 뵈었던 사진은 기억님 너므 젊으셔서 ㅋㅋ 초등학생 학부형이시겠거니 했는데 말입니다;; ㅎㅎㅎ 봄 책장도 궁금합니다 ㅎㅎ
 

 

누가 살인을 저질렀는가,라는 단 한사람의 범인을 찾기 위한 사건 해결 과정을 추적하는, 형식적인 기법을 창조해 소설의 한 쟝르를 만들었던 포우나 코난 도일이 없었더라면....아가사 크리스티가 그들 대신 미스터리 쟝르를 만들었을까? 아니면 <봄에 나는 없었다>같은 순수 소설을 쓴 평범한 작가로 후대에 이름이 남았을까? 엉뚱할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미스터리 여왕이 되지 않았더라면, 버지니아 울프 같은 대작가가 되어 있지 않을까.

 

초등 육학년때인가, 80년대 초반에 티비에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아가사 크리스티역을 맡아 남편의 외도에 잠시 잠적했던 일화를 영화화했던 <아가사>란 영화를 방영해 준 적이 있다(휴, 이 영화 제목을 몰라 한참을 검색해서 찾아냈다). 뭘 모르던 어린 눈에도 아가사로 분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심적인 고통으로 방황하던 연기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더스틴 호프만이 나왔는지 이번에 검색하면서 알았을 정도로 여주만 기억남은 영화였는데, 그 때 방송에서 추리의 여왕 아가사 크리스티가 남편의 외도로 행방이 묘연했던 시기가 있었는데 그걸 영화화했다고 선전했었는데, 이 에피소드를 아가사 크리스티가 소설로 썼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 땐 감독이 그녀의 잠적을 미스터리로 만들었는 줄 알았는데, 작가 자신의 행방불명을 소설화 했다니, 남편에 대한 원망이나 분노가 어느 정도 객관화 되고 추스러진 상태에서 쓴 건가. 소설 제목 자체의 아우라가 공허함과 절망감이 섞여 있는 듯 하다.

 

갈수록 독서의 폭이 좁아져 순수소설쪽은 잘 안 읽는 편인데, 이 책은 그녀가 어떤 방식으로 미스터리 기법을 제거한 체 씌여졌는지 궁금하다. 그녀가 순수소설은 대하는 법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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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핑키 2014-02-07 23:16   좋아요 0 | URL
저는 단순하게 표지가 예뻐서 찜해놓은 책인데요, 기억님 글 읽으니 새삼 제목도 좋고, ㅋㅋ 그런 비화도 있었구나 재밌네. 싶어집니다 ㅎㅎ

기억의집 2014-02-11 09:01   좋아요 0 | URL
아이고..이제야 컴을 켜서 댓글 달아요. 댓글 달린 걸 봤는데 이상하게 스마트폰으론 댓글 못 달겠더라구요. 자판도 작고 불편해서... 저도 이 작품 표지가 맘에 들더라구요. 근데 저 표지 보면서 아 저 여자가 신고 있는 신발이 쪼리가 아니고 끈샌달이었으면 혹은 뽀족한 코의 구두 였으면 어땠을까?하는 하는 생각이 들긴했어요. 쪼리가 영 맘에 걸려요~ 그래도 책의 표지 분위기가 한 들어오긴 해요.

다락방 2014-02-07 23:33   좋아요 0 | URL
저 이거 어제 주문했는데 오늘 안왔어요 ㅠㅠ

2014-02-11 0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2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렇게혜윰 2014-02-08 01:32   좋아요 0 | URL
저도 오늘 받아서 두근두근거리고 있답니다. 그나저나 「아가사」라는 영화가 있었군요! 역시 애거사보단 아가사가 제격이죠^^

기억의집 2014-02-11 09:05   좋아요 0 | URL
혜윰님~ 책 어떤가요? 궁금해요. 추리소설의 여왕이 쓴 순수소설은 어떤지. 순수소설가들하고 미스터리작가들은 근본적으로 사물을 보는 시각자체가 다른 것 같거든요. 시각 자체가 다르니 글도 다르고 작품이 이질적이다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아요.

80,90년대는 아가사라고 했는데... 초중고 시절만 해도 아가사 크리스티라고 했잖아요. 아가사란 이름 혜윰님 말씀대로 제격이죠~

2014-02-15 13:31   좋아요 0 | URL
얼.. 궁금해요. 읽고 꼭 포스팅 해 주세요~ 전 최근에 연수님의 <사월의 미 칠월의 솔> 재밌게 읽었는데, 왠지 기억님 취향엔 좋아하지 안흐실 듯한...^^

기억의집 2014-02-21 08:15   좋아요 0 | URL
제가 워낙 하드한 스탈을 좋아해서 김연수는 어떨지 모르겠어요. 흐흐 나중에 읽어볼 기회가 있으면 읽을께요. 김연수는 묘사가 좀 더 세게 나왔으면 하는, 과감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때 일본소설이나 미스터리를 열심히 찾아 읽었는데 요즘은 그다지 일본소설 혹은 미스터리에 끌리지 않는다. 캐릭터들에게 매력을 못 느끼기 시작하더니(미스터리의 생명은 뚜렷한 등장인물의 볼매적인캐릭터라 생각하는데, 사건만 있고 캐릭터가 없어진 것 같아 흥미가 반감됨 )작년인가 재작년에 피에르 르메트르의 <알렉스>를 읽고 나서부터 유럽추리소설쪽으로 많이 기운다.

 

르메트로 전에 유럽 추리 소설을 대표하는 헤닝 만켈이나 아날두르 인드리다손의 미스터리물 몇권 읽었지만, 사건보다 이상하게 전체적으로 황량하고 메마른 느낌이 들어 통 매력을 못 느꼈다가, (특히나 개인적으로 추리소설인 줄 알고 읽었던 만켈의 이탈리아 구두는 최악의 작품이었음) <알렉스>이후 유럽 미스터리물을 슬슬 찾아 읽다보니 한때 화제가 되었던 요 네스뵈의 <스노우 맨>을 최근에야 읽었다.

 

이 작가가 만들어 낸 해리 홀레형사는 르메트르가 창조한 카미유 베르호벤처럼 기이한 인물은 아니지만 형사 캐릭터로선 확실히 불질러 놓았다라고 할 수 있다. 재밌게 읽긴 했다만 여자의 간통에 중점을 둔 것 같아 읽는 내내 찜찜하긴 했다. 간통으로 인한 뻐꾸기 자식에 대한 통렬한 비판까진 뭐 그런가보다 하는데, 수컷의 자유분방한 성적 본능은? 면죄부인가! 북유럽에도 이런 마초작가가 있구나 싶은 게 신기했고 이 작품에 대해 노르웨이에선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궁금해진 것도 사실.

 

그리고 작가가 반전의 반전을 거듭 노력했지만, 중간 너머 어느 정도는 범인이 누구인지 알아챘다. 왠만큼 미스터리를 읽다보면 등장인물이 왜 그자리에 묘사되는가를 알 수 있는데, 이 작가는 너무 뻔히 범인의 핵심을 보이더라. 그런 점에서 볼 때 <알렉스>의 작가 르메트리가 한 수 위라고 말하고 싶다. 작품의 구성도 그렇고 캐릭터의 묘사도 그렇고.. 해리 홀레의 다른 시리즈는 좀 더 범인을 꽁꽁 숨겨 둘 수 있을려나 싶다. 이왕 코난 도일이나 아가사 크리스티같은 고전 추리 작가들의 who did it를 표방했다면, 고전추리 작가들의 수법은 넘어서야 하지 않나.

 

몇가지 아쉬운 건 있지만, 근데 이 작가의 작품 속 문화적 코드는 나랑 맞다. 너무 잘 맞아서 싱긋 웃음이 나올 정도다. 물론 컨츄리 음악적 코드는 안 맞지만 영화코드는 70,80년대 코드라 잘 들어 맞았다.

 

"어쨌거나 그 70년대 영화는 맘에 들었어. 그 도청에 관한 영화 있잖아.....".

"<컨버세이션>. 코폴라의 걸작이지."

"그 영화 그게 과소평가됐다는 데는 나도 동의해."

"그건 과소평가 되지 않았어." 해리가 한숨을 쉬었다. 그냥 잊혔지. 아카데미 영화제 작품상 후보였다고."  p199


우와.. 드디어 <컨버세이션>을 언급하는 작품을 만나다니. 이 엔딩장면이 끝내주는 영화를 말이다. 이십년도 넘은 이십대초반에 비디오로 빌려다 본, 정말 놀랍도록 지루한 이 영화를 잊지 못하는 것은 이 영화의 엔딩 장면 때문이다.

 

도청전문가인 진 핵크만은 도청 의뢰를 받으면, 도청하려는 인물의 집에 도청기를 감쪽같이 설치하고, 그의 도청기술은 그 누구도 자신이 도청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최고의 도청전문가이다. 그런 그가 결국에 도청을 당하는데, 자신이 도청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고 자신의 집에 설치된 도청기구를 찾는데 결국 그는 도청기구를 찾지 못한다는, 자신이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 누군가에게 똑같이 당한 결말인데, 그가 도청기구를 찾으려고 자신의 집을 다 뜯어내고 뜯겨진 한 가운데서 망연한 모습으로 끝나는 결말 장면은, 이 지루한 영화를 단번에 최고의 영화로 만들어내는 힘을 가졌을 정도다. 심지어 이십년이 지난 나 또한 허탈해하고 망연한 표정의 진 해크만 표정을 잊지 못할 정도의 영화이다.

 

요 네스뵈의 말처럼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에게 잊혀졌다. 코폴라의 <지옥의 묵시록>이나 <대부>가 여전히 사람들에게 화자되고 있는 반면에, 철절히 잊혀진 영화가 되었다. 그 어느 때보다 감시사회가 된 2000년대인데도 말이다. 핸드폰마다 위치설정이 되어 있어 내가 어디 갔는지 다 기록되고 핸드폰이나 도청기 하나만 설치하면 모든 대화내용이 녹음되는 이 시대에 이런 영화가 완전히 잊혀져가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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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 2014-02-08 11:20   좋아요 0 | URL
해리 홀레는 해리 보슈를 향한 네스뵈의 오마쥬라고 혼자 생각합니다. ㅎ
스노우맨 다음 국내 출간작인 <레오파드> 안보셨으면 권해드려요.
해리는 망가지고 타락해야 더 멋있어지는 캐릭인데 이 작품에서 아주 그냥...ㅎ

기억의집 2014-02-11 09:08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저도 해리보슈 시리즈 몇 권은 읽었는데.. 생각해보니 비슷하네요. 요네스뵈의 문화적 코드는 거의 미국적 문화와 싱크로율 90%이상 이더군요. 캐릭터에 대한 묘사나 사건 해결 방법도...인두라손이나 만켈과 또 다른 느낌이 들었어요. 인두라손이나 만켈의 미스터리가 미국적이긴 해도 씁쓸함과 어둠이 지배했는데 이 작품은 그런게 없더라구요. 그러지 않아도 레오파도 이번주에 만나는 지인이 빌려주신다 해서 기대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