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전 세월호로 친구를 잃으면서 그게 마지막 눈물인 줄 알았는데 친구들을 또 잃었다. 누군가를 잃는 것이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길.˝
- 2022.11.4.이태원역 1번 출구 추모글

세월호참사가 있던 그날로부터 8년 뒤. 159개의 우주가 사라진 이태원참사 현장에 세월호 생존자이거나 희생자의 친구가 남긴 것으로 보이는 메모 한 장이 붙었다

심장이 조여온 건 우리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십 대 때 세월호를 겪고 이십 대에 다시 또래들의 죽음을 목격한 이들은 어떤 심정으로 이 지독한 사회를 살아내고 있을까

참사가 남긴 충격과 고통의 깊이만큼 이 사회가 근본적으로 성찰하고 변화하기를 바라는 열망과 다짐의 언어로 자신을 ‘세월호 세대‘라 부른다

열 번째 봄이 찾아오는 동안 그들은 어떻게
그 날들을 마주해왔을까. 그들의 삶에 어떤 지문을 남겼을까. 박근혜가 탄핵되고, 이태원에서 다시 시민들이 버림받고, 오송에서, 반지하에서 다시 누군가 물에 잠겨 목숨을 잃는 동안, 그들의 마음은 어떻게 요동쳤을까

10년 쯤 됐으면 끝내도 되지 않느냐는 반문도 있을 법하지만 참사는 진행형이다. 세월호가 단독의 고유명사가 아니라 억울한 죽음을 의미하는 이 시대의 보편적 명사로 거듭나는 한. 권력이 진실을 가리고 엄포를 놓고 피해자들을 조롱하는 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가서 말씀드렸으면 합니다˝

2006년 2월,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였던 유시민 작가는 치열했던 인사청문회를 마무리 하면서 시 한 편을 낭송했다

가지 않을 수 있는 고난의 길은 없었다/몇몇 길은 거쳐오지 않았어야 했고/또 어떤 길은 정말 발 디디고 싶지 않았지만/돌이켜보면 그 모든 길을 지나 지금/여기까지 온 것이다/한번쯤은 꼭 다시 걸어보고픈 길도 있고/아직도 해거름마다 따라와/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길도 있다/그 길 때문에 눈시울 젖을 때 많으면서도/내가 걷는 이 길 나서는 새벽이면 남 모르게 외롭고/돌아오는 길마다 말하지 않은 쓸쓸한 그늘 짙게 있지만/내가 가지 않을 수 있는 길은 없었다/그 어떤 쓰라린 길도/내게 물어오지 않고 같이 온 길은 없었다/그 길이 내 앞에 운명처럼 파여 있는 길이라면/더욱 가슴 아리고 그것이 내 발길이 데려온 것이라면/발등을 찍고 싶을 때 있지만/내 앞에 있던 모든 길들이 나를 지나/지금 내 속에서 나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오늘 아침엔 안개 무더기로 내려 길을 뭉텅 자르더니/저녁엔 헤쳐온 길 가득 나를 혼자 버려둔다/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오늘 또 가지 않을 수 없던 길

도종환 시인의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길‘ 이다


˝한 개인의 삶은 다 이런 것 같아요. 어떤 길은 가지 않았어야 했고, 어떤 길은 정말 가고 싶지 않았다. 어쨌든 그 모든 길을 걸어서 내가 여기 있는거다˝

˝옳지 못한 일들, 안했더라면 더 좋았을 일들, 했더라면 더 좋았을 일들, 했지만 더 많이 했더라면 또 좋았을 일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 세계가 무너지면 그 옆의 수많은 세계가 잇달아 무너진다. 추모는 늘 그러한 상실 이후 일어난다. 떠난 이를 간절히 그리며 생각하는 일. 다시 말해 떠난 이와 연결을 유지하려는 힘이다. 그러므로 추모는 고요한 순간에조차 뜨겁다. 애통히 떠난 이를 그리는 사람들이 긴 행렬을 이룰 때, 그 행렬은 새로운 길이 되었다.˝

어떤 일을 ‘그들의 일‘이 아니라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시민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누군가의 하늘이 무너질 때 나의 세상도 잇달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모두가 믿게 하려면, 그 공통 감각을 사이에 피어나게 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러나 법과 제도를 바꿀 수도, 책임 있는 모든 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면.

할 수 있는 것은 다만 말하는 것. 지치지 않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 기억하는 사람들이 여기 있다고 세상에 전하는 것. 이 책에 담긴 것은 매일 무너지는 가슴을 안고서도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를 택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렇게 누군가는 망각의 역사를 기억의 역사로 바꿔 쓰며 10년을 버텨 왔다

- 박소영 기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는 그것이 어떤 공부든 타인인 고통에 응답하지 못한다면 공부로서 무슨 가치가 있겠느냐는 무거운 질문으로 읽힌다

저자는 일하지 않으면 당장 다음주 생계가 막막한 일용직 노동자에게 의학 교과서에 적힌 대로 “다친 허리를 치료하려면 며칠은 조심하며 누워 있어야 한다”고 해야 할 때 허망함을 느꼈다고 말한다. 가난과 가정폭력으로 우울증을 겪는 환자들에게 약을 처방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현대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해 약으로 증상을 치료할 수 있었지만, 그들이 돌아가야 하는 곳은 이전과 다름없이 폭력적인 공간이었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들은 저자가 임상의사가 아니라 보건학자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됐다

어떤 고통은 치료아니 응답이 필요하다
존재마저 지워진 채 고통받는 이들이 여전히 있다
차별은 공기처럼 존재한다
당신이 정상인이라면, 그것은 특권층이라는 뜻

한 사회가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켰다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목숨이 계속 부당하게 죽어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살아남은 목격자‘인 우리는 계속 질문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부조리한 생존경쟁에서 이들을 취하고 있는 세력은 누구인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MBC 이기주 기자는 2022년 9월 미국 뉴욕 순방 동행 취재 중 비속어 논란 발언을 최초로 발견해 ‘바이든 날리면‘ 사태에 불을 붙였다. 또한 MBC가 대통령 해외 순방시 전용기 탑승 배제를 당한 이후의 도어스테핑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뭐가 악의적이에요?˝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비서관과 공개 설전을 벌여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끝장낸 장본인 이기도 하다

삼성 SDI에서 2차 전지 해외 영업을 담당하던 저자는 2008년 6월 광우병 시위 현장을 지나다 경찰 곤봉에 시민이 맞아 쓰러진 장면을 목격했다. 3년 차 직장인이 기자가 되기로 마음먹은 계기였다

윤석열 정권 들어서 발생한 모든 논란에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점이 있는데, 실수든 잘못이든 인정하면 안 된다는 기조가 깔린 것 같다. 피의자가 검찰 조사받을 때 뭔가 하나라도 시인하면 그게 고리가 되서 기소가 되기 때문에. 그러니까 하나도 인정하면 안 된다는 강박에 빠진 것 같다

이 책이 나에게 기자 그렇게 하는 것 아니라며 손가락질했던 이들에게 보내는 답장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필리아 2024-03-13 0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러한 자를 ‘자기애성 인격장애‘자로 부르죠. 자신의 전제성을 손상시키는 것을 참지 못하고 남의 탓으로 돌리고, 부정하는 것인데, 자기애로 똘똘뭉친 성장하지 못한 자아 때문에 그런답니다. 이런 자에게 최고권력이 주어졌으니 이 아기 폐하는 독재자가 되는 것이지요, 아~ 수치스러워서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나와같다면 2024-03-12 20:54   좋아요 2 | URL
자기애성 인격장애 동의합니다

지도자는 책임감이 있어야 하는데 늘 전 정부 탓하고, 희생양 만들고 책임을 전가하고

본인이 주체고 당사자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사과를 할 필요도 못 느끼고. 다른 사람이 잘못했으니까요

악직적인 편가르기. 상대에 대한 존중은 고사하고 대화 상대로 조차 인정하지 않고 타도의 대상으로 보고 있으니... 고통스럽습니다

총선에 희망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