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가을, 일레인 그린버그는 명화 넥타이를 매는 것을 즐기는 동료 조지프 로트를 위해 모네의 ‘라바쿠르의 일몰’이 그려진 넥타이를 샀다. 뉴욕에서 열리는 학회에서 만나기로 한 둘은 학회 전날 저녁식사를 할 계획이었지만, 로트의
비행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학회 장소인 세계무역센터에서 조식을 먹기로 스케줄을 바꿨다

약속 당일, 선물을 받은 로트는 그 넥타이와 어울리는 셔츠로 갈아입기 위해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몇 분 뒤 그린버그는 9·11테러로 목숨을 잃었다. 로트는 살았다

클라스는 여기서 로트가 처음 명화 넥타이를 산 순간으로 시간을 돌린다. 로트는 오래전 우연히 들어간 미술관에서 인상주의 그림에 흥미를 갖게 됐다. 만약 그때 미술관에
안 갔다면 그림에 관심이 없었을 것이고,
그런 선물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시간을 더 돌려보자. 모네는 훗날 자신의 그림이 프린팅된 넥타이로 인해 어떤 사람이 목숨을 구할 줄 알았을까?



결코 중요하지 않은 선택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가져왔다

‘신호‘와 ‘잡음‘은 진짜로 분리되지 않을 수도 있다. 잡음이란 건 존재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삶에서 발생하는 잡음은 설사 우리가 감지하지 못하더라도 다른 사람의 삶에서는 신호가 된다

그렇다면 우연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우리는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는 것일까라는 물음을 던진다

모든게 우연이고 예측할 수 없다면 우리는 얼마나 무기력한 존재인가 말이다. 저자는 이러한 물음에 오히려 “우리는 그 무엇도 통제할 수는 없지만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며 모든 존재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하는 모든 선택과 행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이 같은 진리를 깨달을 때 비로소 세상을 제대로 바라보고 탐험하고 확장시키 수 있는 자유를 얻는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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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은 일종의 특집호를 의미한다. 지면과 인력을 집중 투입해 한 소재를 힘주어 다룬다.
2009년 5월 노무현 대통령 서거 직후. 2015년 4월 세월호 1주기. 2017년 3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가 그럴 때였다.
당시 편집국 마감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비장하고 긴장됐다. ‘지금 우리 사회에 진짜 필요한 이야기‘를 잡지 한 권에 담는다는 사명감을 침묵 속에서도 서로 공유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 주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주 가용 인력을 모두 투입해 ‘김건희 통권‘을 만들기로 했을 때 아무도 ˝왜?˝라고 묻지 않았다. 아이템 회의는 그 어느 때보다 빨리 끝났다. 모두가 알지 않는가. 김건희의 사람, 김건희의 혐의, 김건희의 공간, 김건희의 학력, 김건희 가족과 관련된 정부 사업과 재산 축적과정 등 현직 대통령 배우자를 둘러싼 의혹과 논란은 이미 현직 대통령의 그것을 뛰어넘었다. 아니 ‘김건희 여사 의혹‘이 ‘윤석열 정권 의혹‘
그 자체다. 우리는 그 의혹들을 총망라해 잡지 한 권에 담기만 하면 되었다

돌이켜보면 <시사IN>이 통권을 낸 때는 대한민국 역사의 어떤 분기점이였다. 거짓과 비상식이 하나둘 쌓이다 임계점에 도달하면, 우리는 파도에 떠밀리듯 그저 자연스럽게 통권을 내게 될 뿐이다

- 편집국장 변진경


대한민국은 박근혜 정권 때 한 차례 대통령을 움직이는 숨은 권력으로 인해 좌절을 겪고 비용을 치렀다

윤석열 정권이 무너진다면 그 트리거는
김건희 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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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4-10-30 14: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사에서 배우지 못하는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암울하네요.

당장 뛰쳐 나가서 한 권
사야겠습니다.

나와같다면 2024-10-30 17:26   좋아요 3 | URL
역사를 통해 적어도 되풀이되는 오류를 바로잡을 수 있는 힘이 우리 안에 사라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필리아 2024-10-30 14: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김건희 특집의 893호는 이미 품절입니다. 아쉽네요...
오, e북은 가능하군요!

나와같다면 2024-10-30 17:30   좋아요 1 | URL
아.. 벌써 품절이군요. 저는 역사를 기록한다는 생각으로 의미있는 주간지는 구매하는 편입니다. 가끔 모아놓은 주간지를 보면 뭉클한 감정이 올라옵니다

페넬로페 2024-10-30 15: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어야 하는데~~
그냥 쳐다보기가 싫습니다 ㅠㅠ

나와같다면 2024-10-30 17:33   좋아요 2 | URL
저는 괴롭고 참담하고 고통스러워도 그 진실에 다가가는 것을 잘합니다

잉크냄새 2024-10-30 19: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둘 다, 존재 자체가 아킬레스건입니다.

나와같다면 2024-10-30 22:19   좋아요 1 | URL
둘 다 이미 신뢰를 잃었고, 심리적 탄핵 상태에 놓여진것 같습니다.

충분히 예측 가능했음에도 이런 정권을 탄생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한탄스럽습니다
 

‘주여! 동성 커플들에게도 우리와 같은 지옥을 맛보게 하소서.’ 2013년 9월7일 동성 부부인 김조광수·김승환씨가 결혼식을 올리자 ‘한국기혼자협회’ 에서 재치있는 문구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하지만 하늘은 이 ‘기도’에 응답하지 않았다. 이들의 혼인신고서는 수리되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살고 싶다.’
사람들에게 결혼하려는 이유를 물었을 때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이다. 동성부부도 다르지 않다. 그런데 동성혼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은 동성부부가 법적 부부에게 적용되는 혜택만을 위해 결혼을 원한다고 비난한다. 그러면서 왜 굳이 결혼하려고 하느냐며 못마땅해한다. 동성부부들은 이런 현실이 답답하다

“사람들은 동성부부한테 서로 진짜 사랑하냐, 그렇다면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 관계의 깊이는 얼마나 되는지를 증명하라고 해요. 그런데 우리가 왜 증명해야 하죠? 이성부부에게도 이렇게 증명을 요구하나요?”


이번 혼인평등소송이 가족의 본질과 실체를 따져 묻는 과정이 되길 바란다

자신이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방식으로 공동생활을 하기로 결정했을 때 국가가 이를 보장하고 지원하는 것이 개인의 기본권이 돼야 한다. 혼인의 본질이 무엇인가에 대한 논쟁이 어떤 ‘자격’을 논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개인의 결정을 지지하고 권리를 어떤 방식으로 보장할 것인가에 주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겠다

2001년 법이 보호하는 세계 최초의 동성 부부를 탄생시킨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지난 20여년 동안 전세계 39개국이 동성혼을 법제화했다.
그러고서 ‘망한 나라’는 한 곳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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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4-10-24 18: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네델란드는 머든지 빠르군요. 우리나라도 동성결혼이 합법화되면 좋겠네요.

나와같다면 2024-10-24 19:05   좋아요 2 | URL
다양한 삶의 형태가 나타나는 상황에서 한부모 가정. 조손 가정.. 여러 형태의 가정들이 온전하게 인정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느린 것처럼 보이지만 법은 꾸준히 세상을 바꿔왔다고 생각합니다

고양이라디오 2024-10-25 10:40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항상 제자리 걸음하는 거 같지만 그래도 뒤를 돌아보면 많이 걸어왔더라고요^^
 

한국에서 노벨문학상이 나오는 걸 내 눈으로 보다니 쉽게 잠들 수 없는 밤이다

한강의 책을 골라들고 서성인다

44년이 흘렀지만 노벨문학상 수상이
5.18의 피울음. 억울한 영혼에게 위로로
가 닿기를 바란다


아.. 노벨문학상 작가의 작품을 원어로 읽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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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4-10-11 17: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원어라는 말이 잠깐 어색하게 느껴졌어요. 원어=영어 라는 프레임이 이토록 강력한 것이었네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이 프레임이 깨지는 하나의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기억되겠군요.

나와같다면 2024-10-11 22:48   좋아요 0 | URL
노벨문학상 수상작은 원서로 읽어야 제맛이죠!

프레임이 깨지는 것은 언제나 강렬해요

고양이라디오 2024-10-23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인 받으셨나요? 부럽습니다ㅎㅎ

전 <작별하지 않는다> 읽고 있습니다^^

나와같다면 2024-10-24 17:43   좋아요 1 | URL
초판 한정 사인본 이였어요 📚

고통스럽지만 좋은 독서되시기를..
 

결국 나의 흑백요리사는 에드워드 리 였다

그는 서툰 한국어로 쓴 편지를 읽으면서 음식에 대한 설명을 한다

나에게는 에드워드 라는 미국 이름이 있지만 저는 한국 이름도 있어요
나에게 한국 이름은 균 입니다

특별히 떡볶이를 시키면 이렇게 항상 떡이 2개, 3개 남아요. 그래서 저는 그거가 아깝다고 생각했는데 그거 아니예요

풍족함과 사랑, 다른 사람을 위한 배려 이것이 바로 한국 음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한국인 중에서 저 나머지 떡볶이를 표현하는 그 말에 소름 돋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백수저이며 국적이 미국인 에드워드 리는 결승에 가서 ‘이 균‘ 이라는 한국 이름을 밝히며 한국 요리를 뼛속까지 재해석한 요리를 보여준다

나에게는 당신이 우승자입니다

어느 업종이든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예술을 하는 것 같다
그들은 삶과 일이 분리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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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곡 2024-10-09 14: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방금 이 마지막회를 봤습니다 ㅋㅋㅋ 저도 에드워드 리 응원했습니다

나와같다면 2024-10-09 15:11   좋아요 2 | URL
살다가 요리 프로그램 보다가 눈물을 글썽이는 날이 다 오네요

내 마음 속의 우승자 이 균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