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어떤 말들은 여러 해 공을 들여 품고 있어야 비로소 만나고, 친해지고, 내 것이 된다
말은 인간에게서 생각을 발현시키는 도구이자 행동과 변화를 끌어내는 씨앗이다. 말이 갖는 힘은 때때로 우리의 상상을 앞질러 간다
좌우파 상관없이 자주 쓰는 단어 solidarité(솔리다리테: 연대)에서는 공동체적 가치를 중시하는 프랑스 정신의 정수를 만날 수 있다. 개인주의를 고수하면서도 필요할 때 함께 뭉치는 프랑스적 삶의 태도는 일견 서로 상충하는 듯 하면서도, 개인과 공동체를 모두 존중하는 그들만의 지혜이기도 하다
10년 전, 이사 온 파리 외곽 동네에서, 집 근처 중학교의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직접 물감으로 ˝solidarité˝라고 쓴 대형 현수막을 들고 함께 동네를 돌던 모습을 목격했다
놀라운 것은, 그 중학교가 지원금의 예산 규모 축소의 정부의 결정에 반대하며 한 달간 파업 하는 동안, 인근 초등학교와 유치원까지 모두 그 파업에 동참했다는 사실이다. 말 그대로 ‘연대‘의 이름으로
한 달이 지나서 파업은 종결됐다
아이들은 한 달치의 수업을 잃었고, 부모들은 아이를 맡기기 위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고달픈 한 달을 보냈지만, 아이들은 어른들을 통해 위로부터의 부당한 결정에 어떻게 맞서는지를 배웠다. 그것은 솔리다리테가 어떻게 발화하고 작동하는지, 그리고 어떤 결과를 얻는지에 대한 산 체험이었다
이 사회 곳곳에서 마주치는 솔리다리테는 허울만 있는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작동하고 있었다. 구호와 실제 작동하는 가치와 행동이 하나인 것을 목격할 때, 이런 것이 여전히 현대사회에서 가능하다는 걸 확신하는 작은 감격에 휩싸인다
제국주의 시절 뿌려놓은 불화의 씨앗들과, 수많은 이민자들과 함께 다양한 문화가 서로 어우려저 살아가는 프랑스 사회에서 그나마도 이만한 평화를 지탱하는 데 가장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가치는 솔리다리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