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많이 일어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상식적으로 살고자 한다.
기소가 된다면 재판을 받는다.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진다. 내 스스로를 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성찰한다. 그리고 앞으로 더 바르게, 더 열심히 살자. 그러면 된 것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숨어있을 것을 강요하며 충고했지만, 난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나를 믿고 내가 하고 싶은 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내 인생에서 내가 무엇을 할지, 언제 할지,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내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슬픔은 조금씩 밀려 들어와
지수는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다. 친구 부모님은 지수가 나와 여행 간다고 하면 다 보내주시고 나도 이 친구와 어디든 간다고 하면 부모님도 오케이, 지원해주셨다. 그렇게 이 친구와 계속 같이
잘 지냈다
집이 앞수수색을 당한 날, 내 생일 전날이었다. 가족 중 누구도 당연히 내 생일을 신경 쓰지 못했다. 나조차도 내 생일을 잊고 있었으니
사람들이 들이닥쳐 집을 뒤지고 물건을 가져가고, 눈 앞에서 낯선 사람들이 내 방을 오갔다. 너무 놀란 마음에 그저 이렇게 앉아 있는데, 지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언니 집 근처에 한 번 왔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어머니가 언니 생일 밥 사라고 카드 줬는데 어떻게 나오지?˝
집이 털리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어머니를 남겨두고 혼자 가겠는가, 어머니도 정신이 없는데. 그런데 통화 내용을 들은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민아, 너라도 나가. 너 혼자 나가˝
˝아니,나도 그냥 여기 같이 있을게요.˝
˝아니야, 여기는 지금 사람 몇 명만 있으면 되고 여기 있어봤자 압수수색이 이게 언제 끝날지 몰라
그렇게 나는 기자들의 눈을 피하려 경비아저씨의 도움을 받아 옥상을 통해 옆 라인으로 가서 옆 라인 문을 통해 바깥으로 나올 수 있었다. 이 순간, 이렇게 손 내밀어주고 생일을 챙겨주는 친구.
누가 내게 또 이렇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지수가 핼러윈 데이에 친구와 다른 장소에서 저녁 시간을 보내다가 밤에 이태원에 들러야 한다고 했다.
‘잠시 이태원에 들러 친구 지인들한테 인사만 하고 바로 넘어갈께!‘
그런데 지수는 오지 않았다. 연락도 닿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 뉴스에 이태원 참사 소식이 올라왔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수의 장례식이 열렸다.
장례식장에 가서 마주한 사진 속 지수의 얼굴, 현실감이 없었다.
나의 어머니에게도 지수의 소식은 충격이었다. 수술차 입원 중에 지수의 이야기를 접한 어머니는 한동안 우셨다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는 사람이 있고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
<헤어질 결심>(2022)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대사다.
친구를 잃었을 때도 발인할때까지 한 번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는데, 일상의 삶을 살다가 가끔 눈물을 훔친다